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41)
240화
[UEFA 선정, 2012/13 시즌을 빛낸 최고의 유럽리그 축구 유망주 Top 50 – Goal.com(Int)/2013.06.05.(오전)]? Rank. 01 김다온(대한민국/RB,LB/19세/SL 벤피카)
: 이견의 여지가 그리 많지 않았다. 벤피카의 오랜 저주를 끊어내며 팀을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이끌기까지의 활약을 보면, 그는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사이드백이었다.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2012/13 시즌 유로파리그가 선정한 최우수 선수와 최우수 수비수 또 Best 11까지 휩쓴 이 19살의 사이드백은, 축구 역사상 최초 사이드백으로서 시즌 합계 20골 20어시스트의 기록을 세웠다.
SL 벤피카는 김다온을 향한 문의에 기쁘게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조만간 미디어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게 될 거대한 이적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
[2012/13 유럽 축구 유망주 Best 11 ? BBC/2013.06.06.]&4-2-3-1 기준
GK ? 마르크-안드레 테어 슈테겐(독일/묀헨글라트바흐)
RB ? 다닐루(브라질/FC 포르투)
CB ? 마르퀴뇨스(브라질/코린치안스)
CB ? 마마두 사코(프랑스/PSG)
LB ? 김다온(대한민국/SL 벤피카)
CM ? 폴 포그바(프랑스/유벤투스)
CM ? 잭 윌셔(잉글랜드/아스날)
RAM ? 하메스 로드리게스(콜롬비아/AS 모나코)
CAM ? 크리스티안 에릭센(덴마크/아약스)
LAM ? 헨리흐 므히타랸(아르메니아/샤흐타르)
ST ? 윌프레드 보니(코트디부아르/SBV 피테서)
***
2013년 6월 6일.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606. 파크 하야트 서울.
.스위트룸
레바논에서 돌아온 직후, 삼파올리 감독님은 선수단 전체에 이틀 동안의 휴가를 줬다. 그동안 사람들은 가족 혹은 연인을 만나기로 했고, 나 역시 아영이를 만났다.
누나의 친구가 미리 호텔을 체크인 해두었고, 오후에 내가 먼저 들어서고 한 시간쯤 뒤에 아영이가 도착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로도 아영이의 개인 스케줄 때문에 만나지 못해왔던지라, 난 그녀를 객실 안으로 들이자마자 열정적인 애정 공세를 퍼부었었다.
“우웅~ 가기 싫다.”
“안 가면 안 돼?”
“안 돼. 매니저가 되게 화낼 거야.”
“무서운 사람이야?”
“음- 조금?”
지금 다른 사람들은 아영이가 가족들과 저녁을 먹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자기는 연습 안 힘들어?”
“힘들어. 그래두 좋아하니까.”
“20일이지? 기억하고 있어.”
내 말에, 아영이가 웃으며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녀가 웃을 때면, 어쩐지 내 가슴도 간지러웠다.
참 듣기 좋다고나 할까?
“여기. 멍들었어.”
“응? 아. 엊그제 경기 할 때 차였어.”
“속상해…….”
어렸을 땐 축구를 하다 다칠 때면, 늘 엄마가 걱정을 해줬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족들도 무뎌졌고, 축구를 하며 생긴 상처는 내겐 일종의 훈장과도 같은 것이 되었다.
하지만 아영이는 항상, 내 몸의 멍든 곳을 찾아내며 속상해하기를 반복했다.
“다치지 마라아~”
“……일루와.”
“어?”
지난날, 리스본에서 동생들과 함께 본 아영이는 지금의 느낌과는 사뭇 달랐다.
말투라든가 행동 모두가 어른스러웠다는 거다.
아마, 그게 평소의 모습일 것이다.
헤어짐이 성큼 다가온 것이 아쉬웠던 나는, 계속해서 이 여자를 괴롭히고 또 괴롭혔다.
그렇게 한창 서로를 확인하던 무렵, 전화기가 울렸고 난 그것을 받아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괜히 전화를 받지 않아서 문제가 될 수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우웅…… 계속.”
“…….
계속해서 울리는 휴대폰 소리를 감추기라도 하는 양, 아영이는 더욱 큰 소리로 안을 채웠다.
“여보세요?”
평소보다 조금 더 격렬했던 섹스 이후, 아영이가 쪼로로 달려가 전화를 받았다.
아마, 매니저인 것 같다.
“언제 오냬.”
“지금 바로 가?”
“아니. 밥 먹고 갈 거야!”
아영이가 씻으러 욕실로 들어가고, 룸서비스 책자를 찾아 움직인 나는 객실 내 수화기를 집어 들어 프런트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곤 데뷔를 코앞에 둔 걸그룹의 멤버가 먹기엔 조금 부담스러운 메뉴들을 부탁했다.
“아~ 개운해. 뭐 시켰어?”
“자기 좋아하는 거.”
머리를 말리러 움직이는 아영이에게, 주문한 메뉴들을 말해주었다.
“굿-!!”
“하하하. 그렇게 먹어도 살 안 찌는 게 참 신기해.”
“살쪄! 엄청 노력하는 거야.”
“그거, 우리 누나 앞에서 말하면 안 돼.”
“왜? 누나 살 잘 쪄?”
솔직히 그런지 잘 몰랐었는데, 요즘 누나를 보면 살이 안 찐다고 생각했었던 건 단순한 착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나는 잘 먹는 만큼, 고대로 살이 찌는 체질이다.
나도 샤워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고, 옷을 대충 챙겨 입은 뒤에 아영이의 곁에 앉았다.
“가기 싫어.”
“나두. 보내기 싫어.”
룸서비스로 저녁을 먹고 나면, 따로 로비로 내려간 뒤에 호텔의 앞쪽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발렛을 받아 주차해둔 차량을 찾은 뒤에, 아영이를 숙소에 내려다 줄 생각이다.
그런 뒤에는 나도, 집으로 향할 예정이다.
이곳 스위트룸에서 머문 시간은 고작해야 다섯 시간 정도였지만, 돈은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뭐, 딱히 부담도 아니고.
똑똑똑-
“왔다.”
소파에서 서로를 끌어안은 채, 우린 이런 저런 대화들을 나누고 있었다. 아영이를 만나면서 가장 좋은 점은, 우리가 어떤 식으로든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미리 노크만 하고 트레이를 두고 떠나달라고 말을 했었던 난, 조금 시간이 지나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약속대로 벨보이는 트레이만 둔 채 떠났고, 난 객실을 나서기 전에 팁을 별도로 챙겨줄 생각이다.
“자긴 언제까지 있을 거야?”
“글쎄. 이적이 정해지면 떠나야 할 것 같아.”
“……리버풀. 어때?”
“뭐??”
참고로, 아영이는 축구를 좋아한다.
중학교 때에는 남자애들이랑 같이 복도에서 축구를 하다, 유리창을 깨 먹은 경험도 있다.
그리고 리버풀의 팬이다.
“리버풀?”
“응. 왜? 싫어?”
그렇다.
내 여자친구는 콥(Kop)이다.
밤새 이 주제로 대화를 나누기도 했었는데, 어렸을 때 아빠가 보는 축구 경기를 보다가 리버풀을 응원하게 되었다.
그 경기는 너무나도 유명한 ‘이스탄불의 기적’이다.
그리고 난 이런 부분도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비록 이번에 내가 리버풀로 이적할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아 보였지만, 여자친구와 이런 식의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한 일이었다.
오히려 내가 아이돌이나 연예계 쪽에 관심이 없어, 공감을 못 할 때가 있는 것 같아 조금 미안했다.
“나랑 같이 나중에 리버풀에 산다면 생각해볼게.”
“뭐야~ 그런 게 어디 있어~”
“왜? 싫어?”
금세 또 장난을 주고받던 우린 음식을 앞에 두고 또 한참 동안 입을 맞췄다.
“……얼른 밥 먹자.”
“응.”
이러다간 또 늦장을 부릴 것 같았기에, 난 얼른 포크를 들어 올려 음식을 비워냈다. 먼저 배가 부른 아영이가 식기를 놓았고, 나도 조금 더 먹다가 트레이를 덮었다.
“갈까?”
“응. 그럼 먼저 나갈게.”
아영이가 먼저 스위트룸을 나서고, 빼놓고 간 것은 없는지 확인한 내가 조금 뒤에 객실을 나섰다.
벨 보이를 위한 팁은 따로 놓아두었고,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한 차림으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그리고 그렇게 차량을 찾아, 호텔을 나선다.
약속한 장소에서, 난 아영이를 태웠다.
탁-
“어떻게 가야 되는지 알아?”
“응. 일단 저 앞에서 우회전.”
“네에-”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서울의 밤거리.
운전에 최대한 신경을 쓰면서도, 아영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다음엔…….”
약속할 수 없는 다음을 말하는 내 여자친구.
우리의 관계 중 유일한 불만이 있다면, 서로 공개적인 사이가 될 수 없다는 거다.
탁-!
“그럼, 나 간다?”
“어. 도착하면 연락할게.”
지퍼를 잔뜩 끌어 올린 아영이가 총총걸음으로 건물로 들어서고, 그것을 끝까지 지켜보던 난 렌트한 차량을 다시 출발시켰다.
“어디 보자…….”
내비게이션에 의존하지 않고는 집으로 갈 수 없다는 게, 조금은 우스운 나다.
【안내를 시작합니다.】
집으로 향하는 길.
클러치 안에 넣어두었던 휴대폰에서 알림음이 울린다.
까톡-!
***
2013년 6월 7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 1353. 매탄 중학교.
오늘도 휴가였지만, 어제와는 다르게 일정이 빡빡했다.
우선, 난 한국의 대리인을 만나 매탄중학교로 향했다.
딱히 좋은 추억이 많은 곳은 아니라지만, 어쨌든 내 모교인 만큼 해주고 싶었던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허허허허.”
카메라 앞에서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계신 교장 선생님에게, 대리인 측이 직접 만든 패널을 건넸다.
난 이곳의 축구부에 오백만 원 상당의 물품을 건네는 한편, 수원 삼성 측이 제공한 것보다 더 넓고 안락한 버스를 선물하기로 했다.
워낙 보고 들은 것이 많았기에, 현금은 1원 한 푼도 건네지 않았다.
“그럼.”
형식적인 행사와 촬영이 모두 끝나고, 사람들에게 인사를 한 나는 대리인 그룹과 함께 주차장 한쪽에 대어져 있던 회색 봉고에 올라탔다.
드르르륵, 탁-!
“물 좀 줄까요?”
“네. 감사합니다.”
물병 하나를 건네받아, 조금 편안한 자세를 취해본다.
“후우~”
죽겠네, 진짜.
너무 많은 사람들과 악수를 하고 또 이야기를 들었다 보니,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쓰인 것 같다.
당장이라도 집으로 돌아가 쉬고 싶지만, 리스본에 있을 때 계약을 맺은 광고 촬영을 마무리하려면 계속해서 부지런히 움직여야만 한다.
지금부터는 강남에 있는 한 스튜디오에서 라면 광고를 촬영할 것이고, 그게 끝나면 명동으로 가 또 다른 광고를 촬영하기로 했다.
“저어.”
“네?”
현재 한국에서 나를 도와주고 있는 에이전시는 ‘DIS’라는 곳이다.
지성이 형의 소개를 받았고, 나처럼 한국에서의 대리인이 필요한 해외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을 전문적으로 도와준다고 들었다.
그래서 작년 겨울에 함께한 곳과는 계약을 다시 하지 않았는데, 본 지 얼마 안 됐지만 일은 잘하는 것 같아 나름 만족하고 있었다.
지금 내게 질문을 던져오는 건, 앞서 팀장의 명함을 건넨 전진우 씨였다.
“혹시 괜찮다면, 다온 선수 어디로 이적하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아직 몰라요. 그거 정해졌으면, 저 한국에 없었을 걸요?”
“그럼, 대표팀 경기가 끝나면 진행하는 거예요?”
“그건 아닌데, 그냥 유럽 쪽 대리인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간간이 소식을 전해 듣고, 뭐 그 정도죠.”
레바논에서 느꼈지만, 확실히 내 이적이 이슈인가보다.
한국선수 역대 최고 이적료는 물론, 2001년 나카타 히데토시(中田 英?/Nakata Hidetoshi)가 세운 아시아 역대 최고 이적료도 갱신할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당시 나카타는 AS 로마에서 파르마로 이적하며 2,600만 유로의 이적료를 기록했다.
워낙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귀에 한꺼번에 들려오고 있어 뭐가 옳은지는 모르지만, 에이전시 쪽은 최소 6천만 유로를 생각하는 듯했다.
“이야~ 진짜. 영광입니다.”
“아유 뭐, 그런 말씀을.”
“아뇨, 진짜요. 박지성 선수만큼 할 수 있는 축구선수가 나오려면 10년은 더 걸릴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계속되는 칭찬이 조금 불편해질 무렵,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무의식중에 곧장 주머니로 손을 가져갔는데, 진동이 느껴지는 쪽은 가방에 넣어둔 것이었다.
아영이가 이쪽 전화번호를 알고 있다는 생각에, 난 조금 긴장하며 조심스럽게 지퍼를 열었다.
만약 아영이라면, 미안하지만 무음으로 돌려 전화를 받지 않을 생각이었다. 나중에 사람들이 있었다고 미안하다고 하면, 그녀도 이해해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전화는 뜻밖에도 파리에서 걸려온 것이었다.
그래서 난, 얼른 전화기를 꺼내 화면을 만졌다.
톡-
[Ola? 이런, 메이사! 지금 대체 몇 시예요?]봉고 안에 있는 사람들은 내가 포르투갈어를 말하자,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 그런 걸 가지고.
어쨌든, 난 다시 통화에 집중한다.
[거기 지금 새벽 아니에요?]– [하하. 맞아. 이제 3시가 넘었어.] [저를 위해 일해 주는 것은 고맙지만, 그래도 잠은 자면서 해야죠.]
– [걱정해주는 거야? 그거 힘이 되네. 어쩔 수 없어. 우리가 네 대리인임을 밝혔는데도, 자꾸 여기저기에서 끼어들려는 사람들이 있거든. 우리가 만만한 거야.] [어디가요? 스텔라? 아레나?]
– [아니, 아니. 그들은 아냐. 최소한 내가 보기에, 네가 정한 규칙을 잘 따르고 있는 것처럼 보여.]
메이사는 리안 스포츠(Lian Sports)라는 곳이 갑자기 끼어들었다 말을 하고 있었다.
마케도니아 출신의 사업가 팔리 라마다니(Fali Ramadani)라는 의문의 CEO가 운영하는 곳으로, 그들의 홈페이지에서 알려주는 것과는 달리 회사가 생겨난 것은 채 반년이 되지 않는 것 같다고 한다.
– [조금 찝찝해서 조사를 해봤는데, 세리에 A쪽에서는 유명한 사람이더라고.] [뭐로요? 에이전시?]
– [아니. 브로커.] […….]
세리에 A의 음지에서 활동한 라마다니는 갑자기 자신이 내 대리인임을 자처하며, 메이사와 레알 마드리드 사이에 끼어들었다고 한다.
– [그것 때문에 지금까지 골치가 아팠어. 네가 레알 측에 대리인을 확실히 지목해 준다면, 업무가 조금 더 편할 거야.] [네. 그렇게 할게요.]
– [고마워.]
피곤한 목소리의 메이사는 뒤이어, 레알 마드리드에서 나와 통화를 나누길 원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 [그들은 네가 이적을 원하는지를 궁금해해.] [당연히 이적할 거예요.]
– [아니. 그게 아니라, 레알을 좋아하는지 말이야.]
레알 마드리드는 훌륭한 역사를 지닌 클럽이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그들의 내부 분위기 때문에 조금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카를로 안첼로티(Carlo Anchelotti)라는 명장과 함께하는 것은 기대되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일단은 조만간 제수스 감독님에게 전화를 걸어, 현재 협상 테이블을 차린 클럽의 감독들에 대해서도 한 번 물어볼 생각이었다.
분명 제수스 감독님이라면, 내게 도움이 되어줄 말을 해주실 것이다.
– [하아~ 안 그래도. 나도 그 이야기를 했어. 내 고객이 라커룸의 분위기를 무척 중요하게 여긴다고 했지. 그들은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라. 전부 다 봉합되었다고 해.] [하하. 설마 다른 말을 했겠어요?]
– [하하. 그렇기는 해. 아무튼 조만간에는 AT랑도 대화를 나눠볼까 해.] [그 팀은 많은 선수들이 떠나려고 하던데요.]
– [뭐, 말하기론 팔카오를 제외하면 전부 붙잡을 수 있다고 하더라. 무엇보다, 그들은 할부로 돈을 내더라도 널 어떻게든 영입하길 원해. 디에고가 널 좋아한다는 모양이야.]
디에고 시메오네가 날 원한다고?
전에도 들어본 이야기 같기는 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본래 라리가의 중상위권을 유지하던 클럽이었지만,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이 부임한 이후 짧은 기간 팀을 정비하며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11/12 시즌 유로파리그 정상에 올랐고, 2012년 UEFA 슈퍼 컵을 차지하기도 했다.
또 2012/13 시즌에는 마지막까지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를 괴롭혔고, 스페인 리그의 컵 대회인 코파 델 레이에서 레알을 2:1로 누르며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두 시즌 연속해서 거둔 이런 눈부신 성과는, 클럽 내의 주요 선수들을 빅리그 타겟으로 만들었다.
지난 시즌 베스트 일레븐 중 10명이 팀을 떠날 수 있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있었는데, 만약 그렇다면 AT는 내가 요구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에서 탈락하는 셈이었다.
난 이번 이적을 결심하며, 챔피언스리그에서 경쟁할 수 있는 클럽을 원한다고 했다.
– [돈도 팔카오의 이적으로 두둑하게 챙겼으니까. 그걸 널 위해 전부다 쓸 의향도 있는가 봐.] [네. 그럼 대화해 보고 알려줘요.]
– [그럴게. 나는 좀 자야겠어.] [잘 자요, 메이사. 고마워요.]
– [뭘, 그럼.]
딸깍-
전화가 끊기고, 난 생각에 잠겼다.
일단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으로만 보면, 레알 마드리드가 가장 적극적인 구애를 해오고 있는 게 사실이었다. 그들은 내일 당장이라도 계약을 할 것처럼 군다.
하지만 말했던 것처럼, 나는 서두르고픈 마음이 없다.
설사 팀 훈련의 참여가 늦어지게 되더라도, 최대한 많은 선택지를 고려한 뒤에 최종 결정을 내릴 생각이다.
특별히 뛰고 싶은 클럽은 없다.
어렸을 땐 막연히 지성이 형이 있었던 맨유에서 뛰던 나를 상상해볼 때도 있었지만, 현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내가 단호히 거절한 클럽 중 하나였다.
스텔라도 이미 그러한 의견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안다.
이유는 물론 알렉스 퍼거슨 감독님의 은퇴다.
후임으로 누가 임명될지는 알 수 없는 거라지만, 위대한 하나의 세대가 저물고 나면 큰 고난과 역경이 찾아오는 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우리 벤피카만 해도 벨라 구트만의 시대 이후에 무려 51년을 고통 받았었으니까 말이다.
이전 에이전시와의 일로 맨체스터 시티도 원하지 않고 있었기에, 이번 여름 내가 맨체스터로 향하게 될 일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일단 스텔라는 협상 창구를 열어두곤 있지만, 맨체스터 시티와 주고받은 이야기는 내게 전달되지 않는다.
그저 스텔라 나름대로, 다양한 이유에서 맨시티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 호의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뿐이란 이야기를 들었다.
결국, EPL에서 남는 것은.
‘……이러다 진짜 리버풀 가는 거 아냐?’
에이. 설마.
리버풀은 현재 리빌딩을 진행 중인 팀으로, 다가오는 시즌 유럽 대항전에서 뛰지 않는다.
처음 스텔라에게 말할 때만 하더라도 가능성이 있었지만, 스완지 시티와 위건 어슬레틱이 각각 리그 컵과 FA컵 우승을 차지하면서, 졸지에 리그 7위를 기록하고도 유럽 대항전 탈락을 해버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은 돈이 없다.
아마, 내 이적료를 감당하지 못할 거다.
워낙 지난 시즌 수비가 헐거워 나를 영입해야 한다는 뉴스가 지역에서 나온다곤 들었지만, 현실적으로 보았을 때 불가능하다는 거다.
또 독일 쪽은 여전히 특별한 소식이 없다.
“…….”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현재까지 가장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쪽은 레알 마드리드다.
이적이라는 게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닌 만큼, 현실적으로 고려해야만 하는 사항이 무척이나 많았다. 그래서 대리인을 둔 것이고 또 그래서 몇몇 팀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창구를 열어두고 있는 것이다.
SL 벤피카에 남는 것도 아예 가능성이 없는 옵션인 것은 아니지만, 더 큰 무대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다.
“아이 씨. 진짜.”
절로 튀어나오는 곡소리와 함께 머리를 사납게 헤집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깜짝 놀라 나를 쳐다봤다.
“아. 죄송해요.”
“괘, 괜찮아요. 많이 힘들어요?”
“아뇨. 괜찮습니다.”
FC 노르셸란에서 SL 벤피카로의 이적은 지금 생각해보면 무척이나 쉬운 것이었다.
이렇게 복잡하고 까다로운 만큼, 결과가 좋아야 할 건데.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실수를 할 수도 있다.
‘후우~ 서두르지 말자, 다온아. 침착해. 침착하는 거야.’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음을 떠올리며, 난 당장의 일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저 멀리, 익숙한 건물이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
작가의 말 ?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는데, 전화 통화 몇 번하고 사랑한다 말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분이 계셔서 한 번 더 말씀을 드리자면.
극 중 설정 사항들을 빼면, 연애의 진행 과정은 정확히 저의 22살 때의 연애와 빼박입니다.
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거든요.
아무튼.
FC 바르셀로나라든가 현재 언급되고 있지 않은 혹은 비중이 적은 부분들은 전부, 추후에 다뤄집니다. 저는 글의 처음과 끝. 또 특정 일화의 처음과 끝을 정해두고 글을 적기 때문에, 모든 화의 대부분은 의도가 있고, 대사들도 의미가 있습니다.
대충 글자 수만 때우자고 적고 있지도 않으며, 또 역사를 언급하는 것 역시 글자 수 때우기는 아닙니다. 제가 8000~10000자 사이로 글을 적는 이유 역시, 그런 부분이 글자 수 때우기로 느껴지는 걸 원치 않아서입니다.
평소에도 본래 분량이 많지 않습니까?
불편해 하시지 말고, 그러려니 하고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