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43)
242화
런던 W1W 7BJ, 잉글랜드. 4 바월렛 서클, 핏츠로비아. 어반 스테이 아파트먼트 201호(Urban Stay Apartment Room 201. 4 Bourlet Cl. Fitzrovia. London W1W 7BJ, England).
‘월드클래스(World-Class)’.
뛰어난 혹은 걸출(傑出)한.
또는 세계적으로 가장 뛰어난.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 대부분은, 이 ‘월드클래스’라는 말의 의미를 모두 이해하고 있다. 정확한 사전적 의미는 모르더라도, 통념(通念)이란 측면에서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대체 언제부터, 이런 ‘월드클래스’라는 단어가 이토록 보편화되었을까?
지금까지 누구도 확실하게 답할 수 없는 이 물음에 대해, 전 세계 언어학자들은 1940년 후반부터 쓰였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을 뿐이다.
이것이 늘 궁금했었던 레녹스 베이커는 랩톱 화면에 띄워 올렸던 ‘dictionary.com’의 창을 내린다.
딸깍-
그리고 그는 다시 TV 화면에 집중했다.
오전 10시 40분이 다 되어가는 지금, 런던의 날씨는 화창하고 또 포근했다.
‘압도적이군. 수준이 달라.’
레녹스 베이커는 본인의 기사나 칼럼에서 좀처럼 월드클래스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가 이 단어를 가져다 붙이는 이들은 과거의 전설 혹은 리오넬 메시가 유일했다.
그 숫자를 다 합쳐도 열 명이 채 되지 않았는데, 이는 그가 늘 평가에 박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이유였다.
하나, 레녹스 베이커에겐 그만의 규칙이 있었다.
우선 첫 번째 단계로, 전 세계 최고 수준의 클럽에서 핵심적인 선수로 평가를 받아야만 했다. 축구선수의 실력을 평가하는 지표 중에서, 이것보다 정확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특정 리그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선수라고 해도, 최고 수준에서 뛰지 않는 이상은 진정으로 그 선수의 역량을 논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두 번째론, 평가받는 선수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그 선수의 플레이에서 특정한 감정을 느껴야만 했다.
이는 놀라움 혹은 매료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
또 세 번째, 그런 수준의 플레이를 최소 5년 이상은 동등한 레벨 혹은 그 이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같은 기간, 눈에 띄는 성과도 거둬야 한다.
세계적인 대회에서의 우승은 물론이고, 그 우승의 과정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해내야만 했다.
이를 통해 여러 가지 상을 수상하고, 특히 발롱도르(Ballon d`Or)를 최소 한 차례 이상은 받아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갖추었을 때 마침내 마지막 단계로 접어들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해당 선수의 실력과 업적에 대해 만인으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특정인을 미워하기 위해 살아가는’ 헤이터(Hater)들은 여기에서 논외다.
헤이터들은 하등 쓸모없는 논쟁을 만들어내고 또 남들이 화를 내는 것을 보며 즐기는 변태싸이코 같은 이들이니까 말이다. 그게 아니라면, 감정이 결여된 현대 사회의 소시오패스라 봐도 좋았다.
자신에게도 있는 헤이터들을 떠올리며 울컥했던 레녹스 베이커는, 이내 호흡을 가다듬으며 테이블 위에 놓아두었던 물병을 집어 들었다.
태양이 높이 떠오르며, 그림자가 사라지고 마침내 레녹스 베이커의 아파트에 햇살이 스며든다.
깔끔하게 정돈된 집은 최소한의 가구만 갖춰놓은 듯 보였으며, 그마저도 갖추기 귀찮았는지 실내는 인테리어 잡지 책자에서나 볼 법한 느낌으로 꾸며져 있었다.
실제로, 레녹스 베이커는 업자에게 부탁해 잡지의 표지대로 집을 꾸며달라고 했었다.
레녹스 베이커는 항상, 축구 외의 것에 쏟는 에너지를 극도로 아꼈다. 물론 그것 때문에, 레녹스 베이커의 삶은 늘 고독으로 채워졌지만 말이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이런 삶이 훨씬 더 편안했다.
친구나 가족을 만드는 건, 그가 잘하는 게 아니었다.
삑-!! 삐-익!! 삐이익-!!
.
(제이미 워커) – Star Sports 코멘테이터
“전반전이 끝납니다. 남한. 전반전 30분에 마침내 숨통이 트이면서, 우즈베키스탄에 2:0으로 리드하게 되었습니다.”
(마이클 브래드쇼) – Star Sports 해설위원
“Another Perfect Performance By Kim. 경기 초반은 남한에 조급 답답했습니다만, 그가 우즈베키스탄의 퇴장을 끌어내면서 급격히 상황이 남한에 유리하게 바뀌었습니다.”
(제이미 워커)
“후반전이 남아 있지만, 우즈베키스탄에겐 쉽지 않은 시간이 될 겁니다. State Farm의 후원으로 제작되고 있습니다. 하프타임이군요. 저희는 잠시 뒤에 다시 돌아오죠.”
.
코멘테이터의 말을 들으며, 레녹스 베이커는 이사하며 새롭게 구입한 기구에서 따뜻한 액체를 우려낸다.
버튼만 누르면 커피가 만들어진다는 기계가 최근 유행이란 말을 동료에게서 들었지만, 전형적인 ‘Cuppa Tea’를 즐기는 영국인인 그에겐 차를 인공적으로 우린다는 건 거부감이 느껴지는 일이었다.
차와 함께, 레녹스 베이커는 어젯밤에 사다 둔 베이글을 가지고 다시 자리로 돌아온다.
그러곤 빵조각을 입에 문 채,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던 백지에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는, 그의 회사에 원고를 보내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상사로부터 김다온의 이적을 집중 취재하라는 말을 들은 지금, 빠르게 화면에 채워지는 글자는 오직 한 가지의 목적에서 문장이 되어가고 있었다.
바로.
“음~ 흠흠~♪”
나이가 적당히 찬 남자의 유일한 낙인 ‘취미’ 말이다.
대부분은 일이 아닌 다른 것을 ‘취미’로 삼지만, 축구 그 자체가 취미이자 직업인 레녹스 베이커에겐, 쉬는 날 본인이 원하는 글을 적는 게 가장 그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빠르게 글을 적어 내려가던 중, 무언가가 생각난 레녹스 베이커가 마우스로 손을 옮겨 메모를 창에 띄운다.
딸깍-
“…….”
그리고.
타닥, 타닥, 타다다닥.
그는 무척 중요한 한 줄을 노란색 안에 채워 넣었다.
「2013.06.11. 다온. 월드클래스 조건의 2단계를 충족하다.」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의 월드컵 예선 전반전을 지켜본 레녹스 베이커. 그는 오늘 김다온의 플레이가, 누가 봐도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가끔, 단계를 건너뛰는 녀석도 있지.’
조만간 첫 번째 조건도 채울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레녹스 베이커는 보기 귀한 미소와 콧노래를 장착한 채 계속해서 키보드를 두드렸다.
***
·후반 23분
대한민국 3 : 0 우즈베키스탄
삐—익!!
“…….”
오늘도 내 하루는 여기까지다.
방금 전 신욱이 형이 헤더로 골을 성공시킨 직후, 벤치에서 교체의 신호를 받았다.
사이드라인의 앞엔, 대성이 형이 서 있었다.
“수고했다.”
“네.”
하이파이브와 가벼운 포옹을 나눈 뒤, 대성이 형이 피치로 들어서고 난 라인 앞에서 손을 들어 올려 응원해준 관중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조금 걷자, 감독님이 나를 맞이했다.
일주일 전에도 이랬던 것 같은데.
[전 더 뛸 수 있는데요.] [하하. 몸을 아껴야지. 비싼 몸이지 않나.] [다음엔 꼭 저를 끝까지 두셔야 할 거예요.] [약속하지.]삼파올리 감독님도 내가 도중에 교체되어 나오는 것을 싫어한다는 걸 알고 계신다.
하지만 레바논 원정 때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감독님은 해외에서 뛰다 온 선수들을 아끼려는 것 같았다. 아까 청용이 형이 빠진 건 순수 경기력 때문이었지만 말이다.
오늘은, 청용이 형에게 썩 좋은 날이 아니었다.
“고생했다.”
“네. 형도요.”
이미 얼음을 허벅지 쪽에 두른 청용이 형을 보며, 나도 옆에 자리를 잡고 양말을 내리고 축구화의 끈을 풀었다.
‘카메라에 잡혔을까?’
난 오늘 신은 축구화 양쪽에 KAY♡를 새기고 뛰었다.
누가 물을 때를 대비한, 변명거리도 이미 갖춰뒀다.
‘배운 건 또 잘 써먹지, 내가.’
전에 성용이 형이 희진 형수님께 했던 것을 본 이후, 난 언젠가 또 연애를 하면 따라 해 봐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오오오-!!!”}
“응?”
그렇게 다른 생각을 하며 아이싱을 하고 있을 쯤, 갑자기 경기장이 술렁였다. 고개를 들자, 측면으로 위치를 옮기고 살아난 흥민이 형이 돌파하고 있는 게 보였다.
다급해 보이는 우즈베키스탄의 선수가 유니폼을 잡아챘고, 그대로 넘어지는 흥민이 형의 모습에 갑자기 옆에서 불쑥 기다란 사람들이 솟아났다.
“헤—이!!!!”
“…….”
참, 재미있다.
덴마크, 포르투갈, 그리고 한국.
전혀 다른 언어를 쓰지만, 심판을 부르는 건 얼추 비슷하다.
뭐 가끔 열 받으면 어이! 라고 하거나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로 비속어를 쓸 때도 있지만, 어쨌든 다급하면 나오는 말은 전부 헤이 아니면 에이였다.
흥민이 형을 잡아끈 우즈베키스탄의 오른쪽 풀백, 이솔름 투크타쿠자에프(Isolm Tukhtakhuzaev)에게도 경고가 하나 주어진다.
이란 쪽 사정이 어떻게 되어가는 중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결과가 이대로 끝난다면 우즈베키스탄이 월드컵에 자력으로 진출할 방법은 사라지게 된다.
우리가 이란을 넉넉한 점수 차로 잡고, 남은 경기에서 최대한 많은 득점으로 승리를 거둬야만 하니까 말이다.
저들은 우리가 원망스러울 거다.
“형! 형!!”
“??”
난 사이드라인 앞을 움직이던 주호 형을 불러, 조금 살살하라고 말했다.
괜히, 다칠 수도 있으니까.
피식하고 웃어 보인 주호 형이 물병이나 하나 던져보라 말했고, 나는 그래서 발아래에 있는 플라스틱병을 집어 앞쪽으로 보냈다.
‘어디까지 했더라? 아, 그렇지.’
어젯밤 흥민이 형은 나와 청용이 형의 앞에서, 비밀스럽게 이적에 관한 말을 해주었다.
곧, 오피셜이 날 거라면서 말이다.
흥민이 형은 내가 유로파에서 상대했었던 팀인 바이어 04 레버쿠젠으로 이적이 확정됐다. 이적료는 천만 유로로, 레버쿠젠 역사상 최고 이적료란다.
계약 기간은 4년에 연봉은 340만 유로(약 44억 7,400만 원). 주급으로 환산했을 땐 65,000유로(약 8,555만 원)다.
EPL의 토트넘 핫스퍼가 꽤 끈질기게 구애를 했지만, 흥민이 형은 아버지와의 오랜 대화 끝에 독일에 조금 더 남는 것이 본인에게 최선이란 판단을 내렸단다.
분데스리가에서 1, 2년 더 경험을 쌓은 이후, EPL이나 라리가로의 이적을 생각하고 있다면서 말이다.
‘형은 좀 다르긴 해.’
흥민이 형의 이적 이야기를 듣고 났을 땐, 잠깐 동안은 나도 얼른 결론이 났으면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후련해하는 얼굴을 보니, 얼마나 속이 시원한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나는 그런 생각을 털어버리면서, 형이 더 좋은 기회를 얻게 된 것을 순수한 마음으로 축하해 주었다.
이제 남은 건, 세부적인 조건을 맞추는 일과 UEFA도 분데스리가 협회와 서류작업을 하는 것이었다. 대략 일주일 안에, 뉴스가 날 것이다.
그때까진, 나와 청용이 형은 비밀을 지키기로 했다.
투웅-!!
“으아악-!! 젠장!”
계속해서 이어진 공격에서, 신욱이 형의 기습적인 슈팅이 골포스트를 맞고 튕겨 나왔다.
바로 옆의 형들이 안타까워했고, 조금 멀리 떨어진 동국이 형은.
“출출아~~~~!!”
신욱이 형의 별명을 부르면서 한층 더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난 이 모든 것을 보며 미소 지었다.
오늘도, 대한민국 대표팀은 아주 맑음이다.
.
.
·경기결과
대한민국 3 : 0 우즈베키스탄
[골] 이근호 : 전반 30분(손흥민), 전반 37분(박주호)김신욱 : 후반 21분(손흥민)
***
[파죽지세, 대한민국!!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확정!! 우즈베키스탄 3:0 격파!! – OSEM] [Central Kim. 전 세계 최고 10대의 품격. – 경향신문] [또 다른 대표팀 내 핑크빛? 축구화 이니셜 KAY는 누구? – 중앙신문]***
2013년 6월 12일. 서울특별시 서초구 반포동. 신 반포로 270. 반포 GS자이아파트.
똑똑똑-
“응?”
뭐야?
언제 잠들었어?
똑똑똑-
“아드을~?”
“네!! 후아아-품!!”
하품을 길게 하며, 침대 위에서 몸을 비튼다.
“욱-!!”
몸 곳곳에서 약간의 통증이 느껴졌는데, 그중에서도 조금 강한 충격이 등 한쪽에서 번져나갔다. 전날, 티무르 카파제(Timur Kapaze)에게 맞은 부위가 문제인 것 같다.
그래서 난 대충 몸을 일으켜 윗도리를 벗었다.
그리곤 한쪽에서 딸그락거리는 소리를 내고 계신 엄마에게, 멍들었는지를 좀 봐달라고 했다.
“응~ 멍들었어. 파스 붙여 줘?”
“어. 저기 가방에 가져온 거 있어.”
“잠깐 있어.”
“…….”
아직 잠에서 덜 깬 탓에, 눈을 똑바로 뜨고 있기가 무척 힘들다.
“!! 읏-!! 차거!!”
“어이구, 우리 아들 아프겠다.”
“……그게 전부야?”
“응?”
“걱정 더 안 해줘?”
“걱정은 무슨. 이런 것 때문에 걱정하고 또 마음 아파하고 그랬으면 축구선수 엄마 못 했어!”
찰싹-!!
“욱-!! 아파아…….”
“으이구, 엄살은. 얼른 나와. 밥 해놨어.”
“……응. 알았어.”
새삼 아영이가 날 걱정해주던 것이 그리워진다.
내겐 이런 분위기가 더 익숙한 것이긴 했지만, 그래도 참 기분이 좋았는데 말이다.
같이 있으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덩달아 긍정적이 된 달까?
조금 비관적이고 조금 계산적인 나랑은 확실히 조금 다른 것 같다.
‘뭐, 그래서 좋은 거야.’
다시 침대에 드러누워, 배게 아래로 손을 뻗는다.
시간을 확인하니, 아침 9시다.
“후아아—하아아품!!…… 훌쩍.”
한 번 더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한 뒤에, 화면을 만져 아영이에게 일어났다고 톡을 보냈다.
“아들!!!”
“지금 가!!!”
생각해 보면 포르투갈에서는 이런 풍경은 없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그런데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어릴 때 했던 행동을 하고 있었다.
물론 그때는 단칸방이라, 밥상머리 앞에 드러누운 대단히 버르장머리 없는 모양새였지만 말이다.
배를 긁적이며 밖으로 나서자, 곧바로 맛있는 냄새가 풍겨오기 시작했다.
“우와~ 뭐야아~?”
“뭐긴. 우리 아들 어제 경기했으니까, 푸짐하게 준비했지.”
아버지에게 잘 주무셨느냐고 인사를 하며, 난 식탁 앞에 앉았다. 갈비찜과 잡채부터 시작하여, 갓 담근 겉절이 김치와 소고기뭇국에 이르기까지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다.
“아니, 뭘 이렇게 했어. 나 얼마나 있는다고.”
“얘는. 너만 생각해? 누나도 오잖아.”
“아, 맞네.”
누나는 내가 다시 파주로 돌아간 뒤에 한국에 도착할 예정이다.
“잘 먹겠습니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뒤, 난 얼른 젓가락을 갈비찜으로 가져갔다. 익숙하지만 그래서 더 맛있게 느껴지는 음식들에, 내 기분은 금세 좋아진다.
거실에 켜진 TV에서는 전날 우리 대표팀의 경기 이야기가 흘러나왔고, 난 그래서 귀를 쫑긋 세웠다.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이야기들이 오간 가운데,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강조하는 기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네?”
“정말 혼자서 괜찮겠어?”
“에이, 무슨 말씀이세요. 괜찮다니까요.”
“…….”
처음 혼자 살겠다는 말에, 아버지는 특별한 반응이 없었다. 한데 막상 상황이 닥쳐오자, 내심 불안한가 보다.
“어련히 알아서 잘 할 것은 알지만, 그래도 베베 같은 사람이 있는 게 좋지 않겠니?”
“으음- 생각해 볼게요.”
“그래. 독일이라면 그나마 괜찮지만, 영국이나 스페인은 무척 위험하다고 들었다. 도둑들도 많고.”
“네. 조심할게요.”
잔소리가 길어지는 것을 원치 않으셨던 아버지는 다시 식사에 집중했고, 나도 잠깐 TV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가 반찬에 손을 뻗으며 한 번 더 말했다.
“걱정 안 하시게 잘 할게요.”
“……그래. 그러렴.”
이후에는 대단히 평범한 순천 김가 가족의 식사자리가 되었는데, 밥 한 그릇을 더 부탁드렸을 때 식탁 위에 올려두었던 휴대폰이 울렸다.
부르르르-
“…….”
톡이 아닌, 메시지.
이건 아마 한국 밖에서 온 것일 거다.
난 손을 뻗어, 화면을 확인한다.
‘역시.’
잠금 화면에는 메이사가 메시지를 보냈다는 팝업이 띄워져 있었다.
딸깍-
AT 마드리드는 내가 아닌 팀과 먼저 협상하는 방법을 택한 것 같다. 이것이 통상적인 절차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처럼 팀을 떠날 것이 확실시되는 경우라면, 보통 선수와 먼저 협상을 한다.
어차피 이런 상황에서는 이적료의 규모가 대충 결정된 상태니까 말이다.
‘뭐, 그래도 시장 가격보다는 높네.’
현재 나의 시장 가격은 4,000만 유로로, 포르투갈 리그 내에서는 가장 높다.
이번에 모나코로 이적한 FC 포르투의 주앙 무티뉴가 3,000만 유로로 2위이고, 하메스 로드리게스는 생각보다 적은 2,300만 유로의 시장 평가를 받았다.
오히려 마티치가 2,700만 유로로 포르투갈 리그 내 시장 평가 랭킹 3위에 올라있다.
AT 마드리드가 제안을 했었다는 내용은 조만간 뉴스로 날 것 같았는데,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지켜봐야겠다.
“잘 먹었습니다~”
“그거 냅둬! 엄마가 할게!”
“에이, 됐어. 얼른 밥마저 드세요.”
밥을 먹는 내내 반찬을 챙겨주느라, 정작 엄마는 밥그릇을 절반밖에 비우지 못하셨다. 아들을 챙겨주고 싶은 마음은 잘 알지만, 그래도 본인을 좀 챙기셨음 하는데 말이다.
뭐, 그게 엄마인 거겠지만.
그래서 이 별것 아닌 일을 하는 거다.
내가 먹은 것 정도는, 내가 치우는 거.
‘그립기는 하겠다.’
가족들이 없는 삶을 떠올릴 때면, 늘 내 기분은 왔다 갔다 한다.
혼자서 집을 독차지하는 것과 친구나 여자 친구를 생각하면 흐뭇하다가도, 밥을 챙겨 먹는 일 까지도 엄청 번거로워질 거라는 생각에 걱정이 됐다.
형들은 대체 어떻게 하는 걸까?
이것도, 겸사겸사 물어야겠다.
딸깍-
“후아아아—하아아품!!”
눈물이 잔뜩 고인 상태로, 방안에 딸린 욕실에 들어선다.
치카치카치카치카.
“…….”
일단은, 조금 더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