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46)
245화
82031 바이에른, 독일. 그륀발트 바바리아필름플라츠 7. 아레나 11 스포츠 그룹 GmbH(Arena 11 Sports Group GmbH. Grunwald, Bavariafilmplatz 7. 82031 Bayern, Germany).
아레나 11 스포츠 그룹은 지난 한 해 가장 큰 성장을 보여준 에이전시 중 하나였다.
독일 출신의 사업가 비외른 비즈마(Bjorn Bezemer)와 스위스 출신의 전(前) 센터백 토비아스 잔다르(Tobias Sander)가 함께 손을 잡은 것인데, 지난 한 해는 주로 클럽과 클럽 사이의 가교를 놓아주는 일을 했다.
스위스 혹은 터키 리그로 이적 혹은 임대로 떠나게 된 선수의 업무를 도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분데스리가의 클럽으로부터 큰 신뢰를 얻었다.
하지만 대형 클라이언트가 필요했던 아레나는 늘 FA 시장을 주목해왔는데, 때마침 김다온이 UCN과 사이가 멀어지며 몇 달 후 본인들에게 접촉을 해왔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10대로서, 과거 마이클 오언의 별명인 ‘Wonder Boy’를 고스란히 이어받은 김다온은, 아레나 11의 최우선 순위가 되어 있었다.
빡빡한 살림에도 불구, 요나스 보럽을 데려온 것 역시 마찬가지의 이유였다.
스텔라와 스포츠 커버가 클럽과의 창구를 여는 데 열을 올리는 동안, 아레나 11은 김다온의 모든 것을 확인하고 또 그의 과거를 추적하는 일을 했다.
어차피, 분데스리가로의 이적은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이다.
전 세계 최고의 클럽 중 하나로, 분데스리가의 자존심이라 부를 만한 바이에른 뮌헨. 하지만 이들도 최소 6천만 유로의 이적료가 점쳐지는 김다온의 영입에 섣불리 뛰어들 수 없다.
왜냐하면, 분데스리가는 소위 말하는 Big 4리그 중에서 가장 가난한 곳이기 때문이다.
“빌어먹을 놈들. 그들이 이적시장을 망가뜨리고 있어.”
“…….”
PSG의 백지수표 사건으로 긴급회의를 소집한 비외른 비즈마는 토비아스 잔다르와 함께 불만을 잔뜩 표출하고 있었다.
그만큼, 이번 일은 상식 밖의 것이었다.
“뮌헨은 그걸 맞춰주지 못할 거야.”
“그렇겠지. 그들의 체계는 엄격해.”
“무엇보다, 바이에른 사람들이 그걸 반기지 않을 거야. 팬들이 구매해주는 티켓은 분데스리가의 모든 것이라고.”
2002년 분데스리가 클럽 매출의 70% 이상을 담당해주던 키르히 미디어 그룹(Kirch Media Group)이 파산하게 되면서, 리그 전체가 크게 흔들렸던 일이 있었다.
키르히는 기존 ISPR이 지불하고 있던 연간 5억 4천만 유로의 중계권료 수준을, 30억 유로까지 끌어 올렸다.
하지만 검소한 독일인들은 키르히의 PPV를 이용하는 대신, 스포츠 바나 인터넷 등 무료로 축구 경기를 지켜보는 방법을 선택했다.
결국, 많은 부채를 끌어들이면서 무리를 한 키르히는 중계권 협상 후 단 2년 만에 파산을 선언하게 된다.
중계권 사의 파산은 곧 분데스리가의 클럽들이 중계권료를 분배받지 못한다는 뜻이었고, 독일 정부가 나서 이를 도왔지만 분명한 한계가 존재했다.
수많은 미디어가 분데스리가 클럽의 적자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고, 회의적인 한 언론은 독일 프로축구 리그에 속한 클럽 중 40%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독일 클럽들은 자국 선수를 해외에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분데스리가의 경쟁력 약화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초래했다.
그리고 그 여파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분데스리가의 클럽은 티켓 판매에 여전히 의존하고 있고, 당시의 기억은 독일 클럽들이 선수 영입에 큰돈을 쓰는 걸 꺼리는 문화를 형성했다.
실제로 2012/13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클럽의 총 이적료는 유럽 7위에 불과했다.
EPL/라리가/세리에 A는 물론, 리그앙/프리메이라리가/쉬페르리그보다도 못한 수준이었다.
“뮌헨은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야. 지금도 그들밖에 없긴 하지만, 이 소문은 뮌헨 내부를 흔들 거야.”
“하지만 생각해 봐. 급료가 반도 안 된다고.”
“제기랄. 40만 유로라니. 19살에?”
“저…….”
“?”
회의적인 이야기들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가운데, 20분 전 회사에 도착한 요나스 보럽이 조심스레 질문을 던진다.
“지금까지 뭘 하고 있었죠?”
“뭐가 말인가?”
“그러니까, 처음 그의 대리인이 된 뒤에요.”
김다온의 대리인이 된 다음 날, 아레나 11은 분데스리가에 속한 두 개의 클럽에 공문을 보냈다.
바로 바이에른 뮌헨과 TSG 1899 호펜하임이다.
“그렇군요.”
“그때는 몸값이 4~5,000만 유로 정도였어. 그 정도라면 디트마르가 허용할 수 있는 범주였지. 하지만 곧 관심이 없다고 연락이 왔어. 너무 비싸다고 말이야.”
“뮌헨은요?”
“관심은 있어. 다만…….”
“그들도 똑같군요.”
고개를 끄덕이는 비외른을 보며, 요나스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2000년대 이후, 분데스리가는 늘 유스 시스템을 통해 선수를 육성하여 세계 최고 수준으로 키워내는 리그였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사들이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이적시장의 흐름은 빅리그보다는 셀링리그에 더 가까웠고, 잠재력을 지닌 선수를 싼값에 사들여 고액에 다시 되파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었다.
써드 파티를 혐오하는 분데스리가 클럽의 성향상, 선수 영입은 주로 유럽권에 집중되었다.
이러한 부분에서 김다온은 분데스리가 클럽의 영역이 아니었다. 심지어 바이에른 뮌헨이라고 해도, 자금의 유무를 떠나 투자자들과 팬을 이해시키는 일 자체가 힘들다.
설사 어찌어찌 투자자들을 설득하여 이적료를 맞춘다고 해도, 김다온의 주급을 감당하기는 벅찬 게 사실이다.
현재 뮌헨의 최고 주급은 16만 5천 유로(약 2억 1천만 원).
프랑크 리베리와 아르연 로번(Arjen Robben)이 뮌헨 내의 최고 주급자였고,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Bastian Schweinsteiger)가 13만 5천 유로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세계 최고의 사이드백으로 평가받는 필림 람도 12만 유로의 주급을 받는 지금, 뮌헨이 김다온의 급료를 맞춰줄 수 있을 가능성은 0%에 가까웠다.
유로파리그 우승 과정에서 보여준 믿기지 않는 활약 등이, 김다온을 빠르게 뮌헨의 손에서 벗어나도록 만든 것이다.
하지만.
‘실망하기엔 일러.’
요나스 보럽은 김다온을 남들보다는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비외른.”
“?”
“저를 한 번 믿어 주시겠어요?”
“뭐라고?”
만약 김다온이 단순히 돈만을 쫓았다면, 지난겨울에 이미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망할 일도 없었겠지.’
벤피카 이적 이후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으나, 많은 돈을 벌길 꿈꾸던 소년은 이제 더는 존재하지 않았다.
김다온이 바라는 조건을 전달받은 아레나 11이긴 했지만, 요나스 보럽은 이 에이전시가 의뢰인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린 그를 몰랐어. 그래서 놓쳐버렸지.’
실수는 한 번이면 족하다.
이런 생각을 한 요나스 보럽은 자신을 의아하게 바라보는 새로운 고용주들을 보며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
·Contract of Chelsea FC Ver.1.04 ? 2013.06.19.
-> 처리 현황 : 보류(에이전시에 전달)
·주급 : £185,000 * 5년(팀 내 1위/에당 아자르와 동률)
-> 최고 주급 옵션 포함
-> 세금 클럽에서 처리 가능
-> 실질적 주급 수준은 약 £350,000
·계약금 : 이적료의 10% / 2년
-> 계약금은 계약일 기준으로 2년 분할 지급
-> 세금 처리 불가능
·초상권 : 110만 유로 / Y(계약 기간)
-> 계약 기간 내 최소 2회 유니폼 메인 모델 보장
-> 아시아 투어 시 수익에 따른 별도 인센티브 부여
·기타 옵션
-> 챔피언스리그 진출 시 이듬해 보너스 지급 : 협의
-> 리그 Top 3 진입 시 보너스 차등 지급 : 협의
-> 첼시 전체 경기 80% 이상 소화 시 보너스 지급 : 협의
-> 출장 수당 : 6만 유로(매월 1일 지급)
-> 교체 수당 : 35,000 유로(매월 1일 지급)
-> 득점 보너스 : 6만 유로(매월 1일 지급)
-> 런던 시내 빌라 무상 제공
-> 통역, 영어 과외, 가정부 무상 제공
-> A매치 이동 시 퍼스트클래스 티켓 제공
-> 휴가, 경조사 비용 별도 제공
***
대리인.
혹은 스포츠 에이전시(Sports Agency).
운동선수와 전문 클럽 경영인들의 사이에서 각종 협상을 도맡아, 이적 혹은 계약 등과 관련된 잡다한 업무를 대신해주는 회사 혹은 기관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에이전시가 늘 ‘선수의 편’은 아니라는 점이다.
사람들은 흔히 에이전시가 선수와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론 스포츠 에이전시는 클럽에 고용되어 그들이 바라는 업무를 대신해 처리해 주기도 한다.
미국의 경제 미디어 ‘Forbes’가 선정한 2012년 유럽 최고의 에이전시 랭킹 2위에 오른 스텔라 역시, 선수뿐만이 아니라 클럽으로부터도 많은 제안을 받고 있다.
바로, 이것처럼.
.
.
2013년 6월 20일. 런던 W1K 4HS, 영국. 61-63 브룩 스트리트, 그라운드 플로어. 스텔라 그룹 런던 본사.
지난 3월 스텔라 그룹은 김다온의 ‘EPL 전담 대리인’으로서, 그가 정한 클럽과의 창구를 마련하고 계약과정 일체를 담당하는 계약서를 작성했다.
최초 김다온이 바란 클럽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 FC였으며, 유니폼이 붉어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리버풀 역시도 협상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이 소식이 EPL 클럽 전체에 알려지고 며칠 뒤, 스텔라 그룹은 어떤 남자의 의뢰를 받게 된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스튜어트 톰슨이라고 소개했으며, 맨체스터 시티의 풋볼 오퍼레이터로서 클럽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왔다고 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추적이 불가능한 현금 5백만 유로를 가져왔다.
[“이건 1억 유로짜리 협상입니다.”]추적이 불가능한 현금이란 말은 세금에서 자유롭다는 뜻이었으며, 잉글랜드의 세법(稅法)과 통상적인 에이전시의 수수료 상, 이는 톰슨의 말 그대로 1억 유로짜리 계약이었다.
이에 조나단 바넷은 맨시티의 제안을 듣기로 했고, 그들이 제법 어려운 부탁을 해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가 우리와 협상할 마음이 들게 해주시오.”] [“…….”]김다온이 제스티후티를 만났던 날, 조나단 바넷은 직접 리스본으로 건너가 맨체스터 시티가 UCN에게 한 일을 고발하는 서류를 건넸었다.
이것은 김다온의 EPL 협상 클럽에 맨시티가 사라진 가장 큰 이유였으며, 실제 스텔라도 맨시티를 제외하고 있었다.
그러나 조나단 바넷이 예상할 수 없었던 건, 김다온의 몸값이 상승하는 속도였다.
특히 ‘O Classico’와 유로파 결승전에서의 퍼포먼스. 그리고 축구 역사 최초 사이드백 20-20클럽 가입은 불과 2주 남짓한 시간에 그의 몸값을 두 배 가까이 끌어 올렸다.
이는 김다온의 이적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장 큰 이유가 되었는데, FFP를 피하려면 클럽도 준비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 사이 영입을 추진한다는 루머가 있던 클럽이 ‘사실이 아니다.’는 공식 의견을 밝히는 일이 늘어났고, 선수는 퍼기의 은퇴를 이유로 맨유를 거부했다.
결과적으로 제안이 가능한 클럽은 첼시 FC 하나만이 남게 되었는데, 그래서 조나단 베넷은 한참을 묵혀 두었던 고민을 끝내고 맨시티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비공식 계약서가 작성되던 날.
[“아, 저희 구단주님이 전해달라더군요.”] [“?”] [“그림자의 이름을 그에게 건넨 건, 큰 실수라고 말입니다.”] [“?!”]리스본에서의 만남이 철저한 비밀에 부쳐졌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조나단 베넷이기에, 스튜어트 톰슨의 말은 무척이나 큰 충격이었다.
동시에, 그는 깨달을 수 있었다.
[“조건이 바뀌었습니다.”]맨체스터 시티가 더 우위에 섰다는 것을 말이다.
스튜어트 톰슨은 조항 하나를 추가하려고 했다.
[“첼시의 제안서를 다온이 아닌, 우리 쪽으로 보내주시죠. 그리고 그에겐, 이적은 없다고 말하는 겁니다.”] [“그럼 우리 신뢰는 엉망이 될 거요!”] [“그 정도면 무척 싼 값이죠. 애초부터 신뢰라는 게 있기나 했던 겁니까? 세상엔 밝혀선 안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조나단. 구단주님이 당신을 용서한 건, 우리가 당신을 옥죄는 일이 지극히 비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스텔라 그룹은 현재, 김다온의 이적 부분에서는 맨체스터 시티의 꼭두각시가 되어 있었다. 이미 첼시의 계약서를 세 부나 맨시티로 건넸고, 사내에서는 모두 파기가 되었다.
자신과 마이클 보웬만 입을 다물면 되는 문제였기에, 보안을 유지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다만, 최근 들어 김다온이 의심을 하기 시작하면서 더는 이것을 감출 수가 없었다.
– 넘겨도 괜찮습니다. 어차피 이 정도라면, 우리가 건넬 제안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으니까요.
“…….”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스튜어트 톰슨의 말에, 졸지에 ‘관리’가 아닌 ‘계약’을 담당하게 된 조나단 베넷이 마이클 보웬에게 손짓해 이메일을 보내라고 지시했다.
팩스로 도착한 서류는 스캔 되어, 컴퓨터 파일로 바뀐다.
“그럼 당신들은 어떻게 접촉할 겁니까? 우리가 그의 유일한 대리인인데요.”
– 글쎄요. 과연 그도 지금 그렇게 여길까요?
“…….”
– 신뢰란 의외로 연약합니다. 특히 아무런 배경 없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맺어진 경우라면, 작은 의심 하나가 모든 것을 바꿔놓기도 하죠.
“애초부터…….”
– 네?
조나단 베넷은 이제 합리적인 의심을 하게 되었다.
보름쯤 전 ‘인디펜던트’로부터 시작된 첼시 FC의 정식오퍼와 관련된 기사들은, 분명 맨체스터 시티로부터 유출된 정보를 바탕으로 하고 있을 거라고 말이다.
“애초부터 이걸 노린 거요? 우릴 함께 엿 먹이려고?”
– …….
수화기 너머로 침묵이 이어지자, 조나단 베넷은 이제 확신한다.
하나, 이윽고 말을 꺼낸 상대방은 부인했다.
– 글쎄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군요.
“하-! 어차피 더 추궁해봤자 얻을 수 있는 것도 없겠죠. 아무튼, 이제 우리의 계약은 끝입니다. 당신들이 바라던 대로, 그는 맨시티와 협상을 하려고 하겠죠.”
– 역시 훌륭하군요. 스텔라답습니다.
비꼬는 것이 분명한 스튜어트 톰슨의 말에, 조나단 바넷은 표정에서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지금은 스텔라가 약자의 입장이었고, 설령 불쾌감을 표시해봤자 가볍게 무시될 것이 분명했다.
– 함께 일해서 즐거웠습니다. 그럼.
딸깍-
손에 쥔 휴대폰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던 조나단 베넷.
하지만 그는 도로 손을 아래로 떨어트렸다.
그러곤,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스튜어트 톰슨은 자신들이 별도의 에이전시를 고용해 김다온과 접촉할 것임을 드러냈다.
가장 유력한 대상은 스텔라의 바로 뒤를 잇는 ‘Base Soccer’이고, 졸리언 레스콧(Joleon Lescott)과 계약한 ‘WMG’일 수도 있었다.
이 말은 즉, 김다온을 경쟁업체에 빼앗긴다는 것과 선수가 직접 지정한 대리인으로서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는 무능함을 만천하에 공개한다는 것이기도 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런 망신만은 피해야 한다는 게 조나단 바넷의 생각이었다.
‘맨시티로는 안 돼.’
유럽 축구 시장에서의 이적은, 단순한 클럽과 클럽의 거래론 성립되지 않는다. 보다 더 많은 이권과 보다 더 많은 정치적인 것들이 뒤얽혀 있다.
물론 이것은 축구계의 이면에서 발생하는 일이며, 선수들은 이러한 것들을 전혀 알 필요가 없다.
클럽과 에이전시에 선수는 곧 상품인데, 상품이 자신이 어떻게 제조(?)되는지를 안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였으니까 말이다.
그들은 그저, 축구만 하면 됐다.
“이보게, 마이클.”
“네, 회장님.”
“첼시에 전화를 걸게. 그들이 다온을 만나도록 해야겠어.”
“네.”
어차피 이적이란, 클럽과 에이전시의 전유물이니까 말이다.
***
【한국 시각】 2013년 6월 24일. 서울특별시 강남구 일원동 일원로 81. 삼성서울병원.
벤피카에서 새롭게 한 경험이 있다면, 그건 바로 두 종류의 ‘PPE’다.
하나는 ‘Post Season Physical Examination’이라 부르고 다른 하나는 ‘Pre Season Physical Examination’이라고 하는데, 쉽게 말해 일종의 건강검진이다.
검사에 중점을 두는 부분은 조금 다르지만, 공통된 목적은 부상 방지다.
“아유~ 아주 건강하네요. 부모님께 감사해야 할 것 같아요.”
“아, 진짜요?”
“네. 여기 보이시죠? 무릎이랑 골반 쪽인데, 특별한 염증도 보이지 않고 뼈나 인대의 상태도 완벽합니다. 다만…….”
삼성서울병원의 전담의인 강동우 선생님은, 과거 2006년 월드컵 때 대표팀의 주치의셨다.
당시 독일의 스포츠 의료 시스템을 보곤 큰 충격을 받아, 우리 선수들이 조금 더 전문적인 관리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삼성서울병원으로의 이직을 결정하셨다.
이곳은 운동선수들에게 적합한 시설을 가장 다양하게 갖추고 있는데, 지금 내가 듣는 조언들도 그런 기구를 통한 검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선생님은 내게, 하루 2시간 이하의 훈련 시간을 권장하셨다. 또 어깨 쪽의 문제도 지적했다.
“하체는 굉장히 튼튼한데, 어깨가 좀 많이 다쳤어요. 손상된 부분도 많고, 염증이 제대로 치료되지 못한 흔적도 있고. 한 번?”
“……윽.”
선생님의 손길에 통증이 느껴져, 난 인상을 조금 찌푸렸다.
“흐음- 내가 치료 일정을 잡아줄게요. 매일 올 필요는 없고, 이틀에 한 번 정도면 됩니다. 한국엔 언제까지 있죠?”
“어, 일단 7월 5일까지는 있으려고요.”
“흐음- 그럼 혹시 토요일도 올 수 있어요?”
“네. 그럼요.”
월수금토로 짜인 치료 일정이 잡히고, 나는 그런 뒤에 권준 형과 함께 작성한 훈련표를 선생님에게 보여주었다.
만약 무리가 된다면, 수정하려는 마음에서다.
다행히도, 선생님은 괜찮다고 말해주셨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진료실을 나서기 전 연신 인사하는 나를 보며, 선생님은 연신 웃음을 터뜨리셨다.
내가 웃긴가?
“응?”
그렇게 병실 밖으로 나서자, 차트를 든 간호사 두 분이 다가와 사인을 요청했다.
“저어…….”
“네?”
“애인 있어요?”
“네.”
“네?”
“농담이에요. 여기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어? 아, 잠깐…….”
제법 능숙하게 사람들에게서 벗어난 나는, 되도록 빠르게 병원 건물을 빠져나갔다.
일정은 이것으로 전부 끝이라, 엄마와 약속한 마트에서 만나 함께 장을 볼 예정이다.
오늘은 두리 형과 성용이 형 커플을 각각 집으로 초대해, 함께 저녁을 먹기로 한 날이다. 또 겸사겸사, 이적에 관한 것들을 조금 물어보려 한다.
난 3일 전에 스텔라로부터 첼시 FC의 계약 제안서를 받았다.
그리고 어제는.
‘프레데터.’
택시에 올라타, 나는 프레데터라는 신생 에이전시가 보낸 메일을 다시 확인해보고 있었다.
그들은 내게 맨시티의 계약 제안서를 보내왔다.
자신들이, 맨시티의 대리인이라면서 말이다.
본래라면 스텔라를 통해 대화하라고 했겠지만, 그들을 믿을 수 없게 된 지금은 따로 대화를 나눠볼까 했다.
‘그런데, 이 사람. 이름을 어디에서 본 것 같은데.’
난 서류 위쪽에 자리 잡은 프레디터의 CEO, 헤이더 폭스에 시선을 둔다. 여우와 포식자는 어쩐지 어울리지 않았지만, 그것보단 이 이름이 어쩐지 익숙하단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어디에서 봤더라?
그런데 그것보다.
딸깍-
흔들리는 택시 안에서 작은 글자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으니, 멀미가 밀려오려고 해 난 얼른 화면을 껐다.
“쓰읍- 모르겠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답이 나오지 않아, 난 결국 모든 걸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감았던 눈을 떠 바라보고 있는 차창 밖에서는, 계절을 알리는 매미 소리가 길게 울려 퍼졌다.
맴- 맴- 맴- 맴-
하루가 멀다 하고, 계절은 빠르게 여름의 절정으로 향하고 있었다.
***
작가의 말 – 진즉 이 말을 적으려고 했는데, 몸이 아파서 깜빡했습니다.
본 이적 관련 이야기들은 수없이 많은 소문과 루머를 각색한 것으로 현실 속의 어떠한 이야기와도 연관이 없는 소설적 소재임을 밝힙니다.
그러니 너무 현실로 받아들이지 말아주셨으면 좋겠고, 차후에 그려질 이야기들도 실제 이적과정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하되, 소설적인 재미를 위해 본인의 창작이 더해진 것임을 꼭 염두해 주세요.
자료의 출처는 토마스 키스트너의 비평을 포함한 지금까지 축구계에서 고발자임을 자처한 이들의 저서와 블로그 및 인터넷 기사. 그리고 풋볼리크스와 관련된 모든 것들과 슈피겔,빌트,BBC 등을 통하여 제기 되거나 공개 된 이적 혹은 FIFA 및 UEFA 혹은 특정 구단의 뒷이야기에 관한 것들임 또한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