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48)
247화
지난번 통화를 하며 느낀 주제 무리뉴는 위트를 잃지 않는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강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남자였다.
무리뉴는 자신이 최고의 선수를 원하며, 본인이 생각하는 최고의 선수란 승리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이가 최고라는 이름을 달 자격이 있다고 말했었다.
그러면서 그는 벤피카에서 뛸 때의 일화를 에두로부터 건네 들었다며, 당시 내가 보여준 태도야말로 자신의 팀에 어울리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후에 무리뉴는 승리에 중점을 둔 자신만의 축구 철학에 대해서 말을 했고, 내가 첼시 FC에 속했을 경우 어떤 역할을 맡게 될 것인지도 간단히 설명했다.
마지막엔 [“다음에 런던에 오면,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라고 했는데, 그때는 벌써 40분이나 통화한 뒤였다.
당시에 나는 주제 무리뉴라는 남자가 이미지와는 달리, 수다스럽고 장난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었다.
그리고 지금, 난 또 다른 사람을 알아간다.
예상치 못했던, 뜻밖의 만남을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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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각】 2013년 6월 25일. 서울특별시 강남구 광평로 205. 필경재.
요나스가 아레나 11의 소속이 되었다는 건, 내겐 무척이나 놀라운 일이었다.
얀과 갈라설 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도 있었고, 무엇보다 UCN이 파산할 거로 생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UCN은 덴마크에서 독일로 회사를 옮기는 과정에서 많은 부채를 짊어졌고, 본래라면 나의 다음 이적을 통해 빚을 탕감한다는 계획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UCN을 떠나면서, 모든 계획이 꼬여버렸다. 날 시작으로 줄줄이 에이전시를 이탈해버린 것이다.
그건 조금 이상한 일이었고 요나스 역시 비슷한 생각을 했지만, 진실이 무엇인지는 아직 알지 못하는 상태다.
‘그건 그거고.’
다시 정신을 차린 나는, 눈앞에서 어설프게 젓가락을 가져가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저…….”
“?”
“금방 뭐라고 하셨죠?”
내가 정신이 나간 것이 아니라면, 금방 엄청난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데 말이다.
손으로 입을 가리며 음식을 씹은 눈앞의 남자는, 음식을 삼키고 물을 한 모금 마신 뒤에 아까의 이야기를 반복해서 내게 말해주었다.
“자네의 영입이, 내가 바이에른 뮌헨과 계약하는 최우선 조건이라고 했네. 물론 자네 외에도 몇몇 선수를 요청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자네의 합류 여부야.”
“…….”
펩 과르디올라의 영어는 조금 알아듣기 힘들었기에, 그의 말을 요나스가 한 번 더 덴마크어로 통역을 해주었다.
신기한 건, 아까 요나스를 만나기 전까진 덴마크어가 거의 기억나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한데 아까부터 이 언어는 몸속에 내장되어 있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었다.
“본래는 뮌헨 말고도 맨시티 쪽에도 이야기했지. 하지만 그들은 위쪽에서 문제가 생겼어. 내가 바라는 선수 몇몇을 영입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지. 구단주가 원치 않았던 거야. 그래서 결국 그들은 마누엘을 선택했고, 이제 내 남은 유일한 옵션은 뮌헨이 되었군.”
금방 펩 과르디올라가 말한 마누엘이란 마누엘 페예그리니(Manuel Pellegrini)를 뜻하는 것 같았다.
“사실 한두 군데 더 선택지는 있지만, 별로 내키지 않아. 그리고 뮌헨의 시스템은 동경할 만한 것이거든. 그래서 이젠 자네의 영입과는 상관없이 뮌헨의 감독직을 받아들이려고 해.”
펩은 오늘 저녁 곧바로 뮌헨으로 향할 예정이었고, 늦어도 모레에는 공식발표가 있을 거라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여기에 온 거지. 이젠 나의 소속 클럽이 정해졌으니, 자네를 팀으로 데려오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거야.”
“……왜죠?”
“간단하지. 자넨 무척 흥미로워.”
“흥미롭다고요?”
“그래. 나는 늘 하나의 클럽에 두 명의 필립 람이 뛴다면 어떻게 될지가 궁금했지.”
내가 이적을 결정함에 있어 고려하는 부분은, 단순히 돈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가장 중요한 건, 지속적인 출전 가능 여부다.
벤피카에서의 성공이 나를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하나인 것처럼 만들곤 있지만, 짧은 기간 동안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칭찬들은 거짓말처럼 빠르게 사라져가는 중이다.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 건 비판과 회의였고, 이제는 나의 몸값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사람이 절반쯤은 되었다.
덕분에 스스로 조금 객관화되어볼 수 있었는데, 어디를 가더라도 당연히 주전을 차지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곤 소름이 끼쳤었다.
자신감이 너무 지나쳤던 상태랄까?
나도 모르게, 자만하고 있었던 거다.
그래서 지금은 조금 차분하다.
뮌헨이라.
그런데 거기엔.
“람과 알라바가 있지 않나요? 거기에서 전 세 번째 사이드백이 될 것 같은데요. 그리고 그러기엔, 지금 제게 매겨진 이적료는 너무 비싸고요.”
“하하하. 그거라면 걱정하지 말게.”
“네?”
“난 자네들 셋을 2번과 6번에 번갈아 가면서 기용할 생각이야. 물론 모든 건 훈련을 통해서 결정되겠지. 경쟁이라는 거야. 그리고 데이비드는 센터백도 볼 수 있어. 뮌헨은 1년에 60개에서 많게는 70여 개의 경기를 소화하는 클럽이고. 자네는 그중 최소한 45개에서 50개의 경기엔 출전하게 될 거야.”
펩 과르디올라의 이야기 뒤엔, 어디까지나 납득할 수 있는 경기력을 선보인다는 조건이 숨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당연했다.
어떠한 선수든, 주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실력이 경쟁자들의 것보다 더 낫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주제는 나와의 통화에서 내 이런 생각이 무척 마음에 든다 말했었고, 펩 과르디올라 역시 경쟁을 당연시하는 나의 모습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여주고 있다.
“뮌헨과 같은 팀일수록, 자네처럼 경쟁심을 갖춘 선수가 필요해. 그들은 분데스리가의 독보적인 클럽이고, 그것은 종종 동기부여의 결여를 가져오거든. 특히나 지난 시즌처럼, 트레블을 이룬 경우라면 말이야.”
“그런 영광은 하나의 시즌에서 끝이에요.”
“하핫! 자네의 축구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런 태도야말로 세상의 모든 축구 감독들이 사랑하는 부분이지. 이런 면에서는 자네가 벤피카에서 뛰었던 경험은 앞으로도 큰 도움이 될 거야. 그걸 뮌헨에서도 발휘했으면 하는군.”
주제와 통화했던 일도 그렇고, 지금도 이렇게 펩을 만나는 건 UEFA와 FIFA의 규정을 어기는 일이었다.
그들이 정한 이적 규정에 따르면, 영입을 원하는 클럽(A)이 선수를 보유한 클럽(B)에 이적 제안서를 넣고 그것을 B가 허락했을 때만 협상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템퍼링(Tampering)을 막는 제도가 존재한다는 뜻인데, 그것이 유명무실해진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노골적이지만 않다면, 누구도 이를 신경 쓰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만남은 꽤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시합 도중 감독이 상대 선수에게 대놓고 탐이 난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며, 때때론 저녁 약속도 잡힌다.
그렇게 만들어진 인연들은 종종 먼 미래에 중요하게 작용하기도 하지만, 이와 같은 일들로 처벌을 받은 전례는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뮌헨은 자네에게 더 많은 것을 알려줄 거야. 그리고 19살의 나이에 뮌헨의 주전이 된다는 것 역시, 자네에게 뜻깊은 일이 될 걸세. 어쩌면 축구를 보는 눈이 달라질 수도 있고, 최고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도 있어.”
“…….”
“돈은 아마 다른 클럽이 더 주겠지만 말일세.”
요나스는 아까 내게 뮌헨의 첫 번째 계약서류를 보여주었다. 거기엔 주급을 포함, 뮌헨이 내게 줄 수 있는 것들이 굵직한 것 위주로 적혀 있었다.
뮌헨은 내게 마리오 괴체/필립 람과 같은 12만 유로(약 1억 6천만 원)를 제안했고, 5년의 계약 기간과 추후 이적 여부와 상관없는 매년 312만 유로의 보너스를 약속했다.
사실상 18만 유로의 주급이 된다는 것인데, 이는 리베리와 로번의 주급을 넘는 사실상 최고의 대우였다.
물론, 이 모든 건 비밀에 부쳐져야 한다.
하지만 주급의 규모도 그렇고 계약금이라든가 하는 것들 역시, PSG나 맨시티의 백지수표는커녕 첼시 FC의 제안에도 한참을 미치지 못했다.
심지어 세금의 처리도 없었다.
이제야 조금은, 왜 아레나 11만 유독 협상이 더뎠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이때, 요나스가 날 불렀다.
“이봐, 다온.”
“?”
“내가 여기에 온 것. 또 이런 자리를 마련한 건, 네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야. 네가 여러 대리인을 만든 순간, 우린 널 고객을 맞이하기 위해서라도 클럽의 편처럼 보이는 일을 해야만 하게 되었으니까.”
“…….”
아마도 어떤 클럽은 내가 이런 식으로 이적을 추진하는 것을 곱게 보지 않을 것이다. 난 특정 리그의 대리인을 별도로 둠으로써, 클럽이 가장 좋은 조건을 꺼내 들도록 만들었다.
만약 한 명의 에이전시를 두었다면 단순한 클럽끼리의 경쟁이 됐겠지만, 이런 방식을 택한 순간부터 클럽과 에이전시는 한 몸이 된 것과 다름없다.
특히 아레나 11과 스포츠 커버처럼 협상할 창구가 하나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면, 그들은 자연히 클럽의 편이 되어 협상에 임하게 된다.
내가 계약할 리그와 협상한 에이전시가, 결국 나의 최종 선택지가 될 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지금처럼 요나스가 뮌헨의 편에 서서, 적극적으로 계약을 주도하는 것이다. 보통이라면 에이전시는 경쟁상대가 없지만, 이번엔 그들 역시 경쟁을 하고 있다.
하나, 그런 만큼 효과는 확실하다.
“좋은 여행 되세요, 펩.”
“하하. 고맙네. 그럼.”
식사자리가 끝나고, 두 명의 수행원과 함께 서울을 찾았던 펩 과르디올라가 도착 4시간 만에 다시 공항으로 떠났다.
그리고 난 그를 배웅한 후, 요나스와 함께 주차장으로 향했다.
“저, 요나스.”
“응?”
“저, 질문이 하나 있어요.”
“그래. 뭐든지.”
“만약 제가 바이에른으로 가게 된다면, 사람들은 과연 뭐라고 할까요?”
“뭐? 그게 무슨 의미야?”
“말 그대로예요.”
“…….”
탁-
운전석에 올라타, 난 요나스에게 얼른 옆자리에 앉으라고 말했다.
요나스의 일정도 여기에서 끝이 났지만, 그는 오늘 하룻밤을 머문 후에 내일 아침 독일로 돌아간다.
난 호텔까지 요나스를 바래다줄 생각이었고, 향하는 길 내내 그는 생각에 잠긴 듯한 얼굴이었다.
그리고 저 멀리 호텔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마침내 요나스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별로 환영받지는 못할 거야.”
“…….”
20분 동안의 생각 끝에 나온 이 말은, 매우 솔직한 것이어서 마음에 들었다.
그래.
난 아마, 무조건 환영받지는 못할 것이다.
***
2013년 6월 26일. 80939 뮌헨, 독일. 베르너-하이젠베르크-알리. 알리안츠 아레나.
영원한 성공은 없다는 말은 축구에도 여지없이 적용된다. 그래서 모든 축구 클럽은 항상 다음을 염두 해야 하고, 이때의 선택에 따라 그들의 향후 몇 년이 뒤바뀐다.
예를 들어, 알렉스 퍼거슨과 작별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앞으로 이어질 1, 2년이 그들의 미래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만약 그들이 퍼거슨의 흔적을 빨리 지워내고 올바른 선택을 하면 할수록, 새로운 영광이 그들의 곁에 가까워질 거다.
하지만 반대로 헛발질을 계속하게 된다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꽤 오랜 시간 고통받을 수 있다.
그래서 다음을 준비하는 일은 그 무엇보다도 신중해야 하고, 또 실수 역시 없어야만 한다.
바로 오늘, 바이에른 뮌헨의 관계자들이 그들의 새로운 감독을 보며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수많은 클럽과의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었단 바이에른 뮌헨. 그들은 기존 클럽의 철학을 벗어난 하나의 영입(마리오 괴체)을 함으로써, 펩 과르디올라에 대한 진심을 보여줬다.
그리고 펩이 원한 티아고 알칸트라와의 개인 협상도 끝낸 상태라, 그의 에이전시가 FC 바르셀로나를 설득해 이적을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과정만을 남겨두었다.
“좋습니다! 아주 멋져요!”
찰칵-! , 찰칵- 찰칵!
멋지게 수트를 차려입은 과르디올라는 지금, 라커룸에서 오피셜을 위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는 뮌헨의 소셜네트워크 계정을 통해 2시간 뒤에 공개될 예정이며, 그때를 기해 세상의 모든 이들이 1년간 쉰 펩 과르디올라의 다음 여정지가 독일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미안하지만, 하나만 더 찍을게요.”
“벌써 그 말만 몇 번째죠?”
“하하하하.”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계약과정은, 자칫 지루하고 피곤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가볍게 환기해주고 있다.
선수와 감독을 통틀어 분데스리가 최고 주급인 25만 유로의 급료를 주어가며 계약한 것이니만큼, 첫 출발이 매끄럽다는 건 큰 위안이 되는 일이었다.
“벌써 팀이 강해진 것 같지 않나?”
“하하. 펩은 특별한 남자이니까요.”
“정말 잘해주었네. 수완이 좋았어.”
“별말씀을요. 그런데, 잠깐?”
“그러지.”
라커룸을 벗어난 루메니게는 집행 위원회의 한 사람인 에드문트 슈토이버를 조용한 곳으로 이끌었다.
“혹시 보고서를 보셨습니까?”
“음- 메일로 받았지. 흥미로운 숫자가 적혀 있더군.”
“외에도 두세 개의 기업이 더 관심을 보일 겁니다. 그러면 그 숫자는 더 커질 테고요.”
외르크 바커가 작성한 김다온의 영입에 따른 아시아 시장의 마케팅 보고서는, 바로 어제 메일을 통해 에드문트에게 전달이 되었다.
루메니게가 직접 본인의 개인적인 메일로 전달한 것이었는데, 이는 보고서가 은밀하게 취급되어야 한다는 걸 의미했다.
“인센티브로 주급을 충당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네. 영리한 판단이더군. 재정 보고서엔 얼마든지 기타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만약 자네의 예상이 옳다면, 그의 영입은 그리 큰 손해는 아닐 걸세.”
“네.”
“하지만 펩이 이미 우리와 계약을 했는데, 굳이 그렇게 큰돈을 써야 할까 싶어.”
“…….”
예상대로, 김다온의 영입은 뮌헨 내부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있었다. 특정 선수 한 명을 위해 그렇게 많은 돈을 쓴다는 것 자체가 이 클럽엔 익숙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지금 에드문트가 지적한 부분은, 루메니게 역시 생각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특히 25일 저녁 펩 과르디올라가 뮌헨의 감독직을 수락한 직후엔, 루메니게 역시 김다온의 영입이 굳이 필요하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공들인 부분이 아깝기야 했지만, 영입을 깔끔히 포기하는 게 돈과 시간을 훨씬 절약하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문제가 된 건, 이미 아디다스로부터 건네어진 1억 유로의 자금이었다.
“그 돈을 더 올바른 곳에 쓸 수 있지 않나?”
“네.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하지만?”
아디다스의 CEO인 헤르베르트 하이너와 그를 지지하는 주주 및 e.V들이 김다온의 영입을 추진하길 원하고 있다.
그중엔, 뮌헨에 큰돈을 투자할 이들도 포함되었다.
“아시다시피, 우린 그들의 돈이 필요합니다.”
“빌어먹을 50+1 때문이지. 안 그런가?”
“네. 그렇죠.”
고개를 끄덕인 에드문트는 조금 더 생각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바라는 답을 들을 수 없어 아쉬웠던 루메니게지만, 지금은 이것이 최선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나, 그들에겐 시간이 많이 없다.
조만간, 김다온은 한국을 떠난다.
‘후우~ 빌어먹을. 이 짓도 못해 먹겠어.’
목에 두른 넥타이가 새삼스럽게 목을 옥죈다고 생각한 루메니게가, 그것을 풀며 다시 펩 과르디올라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라커룸 안에서의 촬영을 끝낸 그는 클럽 관계자들과 함께 알리안츠 아레나를 투어하고 있었다.
이는 영상으로 촬영되어, 마찬가지로 구단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이봐요, 카를.”
“뭔가?”
“펩에게 독일어를 알려주기로 한 사람이 카탈루냐 출신과는 일하지 않겠다는데 어쩌죠? 정치적인 신념이 이유래요.”
“……하아- 빌어먹을. 루돌프를 불러주게.”
“네.”
사소한 것 하나마저도 괴롭히고 있는 지금, 루메니게는 펩의 영입을 즐기지 못하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
2013년 6월 27일. 맨체스터 M11 3FF, 잉글랜드. 애쉬튼 뉴 로드.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
지난 15일, 맨체스터 시티는 말라가의 마누엘 페예그리니를 클럽의 새로운 매니저로 임명한다는 발표를 했다.
‘엔지니어’라는 별명을 지닌 페예그리니는 온화하기로 유명한 남자였고, 동시에 선수단에 불평하지 않는 사람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었다.
전임 로베르토 만치니(Roberto Mancini)의 선수 투정을 5년 동안 들어왔던 맨시티의 관계자들은, 이번 인사를 두고 커다란 만족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드디어, 시끄러운 징징거림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맨시티의 수뇌부가 만치니를 임명한 것은 단순히 이런 성향과 능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들은 선수단에 대해 발언하지 않는 감독이 필요했고, 그것을 통해 FFP로부터 벗어나려고 했다.
만치니가 선수단에 대해 말하면 말할수록 언론들은 맨시티가 그동안 이적 시장에서 쓴 돈을 말했는데, 이것이 UEFA의 시선을 끌기 시작한 게 문제였다.
물론 UEFA의 수뇌부들은 맨시티와 같은 부자구단의 편에 서 있긴 하나, 언제까지고 눈을 감아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페예그리니는 능력 역시 동시에 갖춘 감독이라, 현실적인 사정과 딱 들어맞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삶의 모든 부분이 그러하듯, 모두가 만족하기란 무척 어려운 법이다.
말라가 시절의 제자인 이스코를 영입한다는 조건으로 맨시티의 제안을 받아들인 페예그리니지만, 그는 얼마 전 이스코가 레알 마드리드로 향한다는 뉴스를 접했다.
“대신할 선수? 이스코는 최고입니다, 칼툰.”
“저도 압니다. 하지만 레알이 너무 빨랐어요. 우린 돈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부다비에서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자금의 유입이 늦어지고 있거든요.”
“…….”
만약 보통의 감독이었다면, 바라던 선수의 이적이 틀어진 것을 두고 클럽의 수뇌부에 크게 화를 낼 수도 있다.
하지만 페예그리니는 그저, 안절부절못할 뿐이다.
그는, 화를 내는 것에 익숙지 않다.
그리고 이를 잘 알고 있던 칼둔 알 무바라크는, 이스코를 대신하는 영입 리스트를 페예그리니에게 건넸다.
“다행히 모레면 자금이 융통될 겁니다. 예상보다 일주일이나 빨리요. 그래서 거기에 있는 선수들을 데려올 수 있을 겁니다. 천천히 살펴보고, 제게 언제든 말해주세요.”
“클럽의 사정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이해해 줘서 고맙습니다, 마누엘.”
“별말을요. 그럼.”
영입 제안서를 손에 쥔 채 떠나는 페예그리니를 보며, 무바라크는 결정이 탁월했음에 다시 한번 만족감을 표했다.
만약 다른 이였다면, 이스코를 영입하지 못한 것을 빌미로 더 많은 것을 뜯어내려고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스코를 영입할 수 없던 진짜 이유는, 선수의 대리인을 맡은 그의 아버지가 과도한 중계 수수료를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그 규모는 이적료와 맞먹는 수준이었는데, 김다온의 영입을 위한 자금을 충당하는 것을 조건으로 이번 여름 이적 시장을 조용히 넘어가기로 약속한 맨시티는, UEFA의 속을 긁지 않기 위해 영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UEFA가 무서운 것은 아니지만, 미디어의 영향과 팬들의 반응은 신경 써야 했으니까 말이다.
괜히, 골치 아픈 일에 몸을 담글 필요는 없었다.
무엇보다 클럽엔 굳이 이스코가 필요치 않다.
“후우~”
페예그리니와의 짧은 미팅을 끝낸 칼둔은, 휴대폰을 꺼내 들어 스튜어트 톰슨에게 전화를 걸었다.
– 네. 회장님.
“마누엘이 돌아갔네. 큰 말은 없었어. 아무튼, 통화는?”
– 이제 막 끝났습니다. 바로 통화를 해본다고 하더군요.
“그렇군. 알았네.”
딸깍-
칼둔은 김다온의 영입에서 앞서나가기 위해, 그의 전(前) 동료인 하비 가르시아를 내세우기로 했다.
벤피카에서 둘의 사이가 무척 좋았기에, 하비 가르시아의 설득은 김다온의 마음을 움직일 무기가 될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는 한편으로, 어느 곳에 메일을 보냈다.
바로.
「이제, 스텔라 없이 이적을 추진할 수 있게 됐습니다. 만약 그가 우리와 계약한다면, 그는 당신의 고객입니다. Mr. 그래험.」
맨시티가 스텔라를 대신하는 에이전시로 점찍어둔, 프레데터의 진짜 CEO 제임스 그래험에게 말이다.
이제 맨시티 역시, 보다 경쟁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