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5)
25화
“풀백을 볼 때마다 내가 생각하는 건 딱 두 가지다. 윙어가 되는데 ‘실패’했거나, 센터백이 되는데 ‘실패’했거나. 어느 누구도 풀백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
– 제이미 캐러거 Via 스카이스포츠의 스튜디오에서 풀백에 대해 이야기하며.
전반 초반 잠깐의 탐색전이 끝나고, 경기에 적응한 움직임들이 본격적으로 나오면서 훈련의 보람을 느끼게 되었다.
특히, 수비적인 면에서.
‘온다!’
반대편 사이드에서 전개되던 흐름은 중앙을 거쳐 오덴스의 왼쪽 측면으로 향하게 되었다.
그리고 난 다소 아래쪽으로 처져있었던 요한 압살론센을 추적하여, 볼을 커트해내는 것까지 성공했다.
“여기!”
사이드라인을 따라 인프런트로 길게 패스를 보내어보지만, 다소 강했다 보니 미켈센이 잡기엔 무리가 있었다.
전문 윙어가 아닌 만큼, 좀 더 그의 순간속도와 스피드를 고려했어야만 했다.
난 손을 들어, 미켈센에게 미안함을 표시한다.
하지만 자꾸 피어오르는 미소를 감추기 어렵다.
‘으으- 재미있어-!’
한국에서 배운 것들을 깎아내리려는 건 절대로 아니다. 하지만, 사실상 난 풀백으로서 배워야 할 것들을 하나도 배우지 않았다.
한국의 초중학교 수준에선, 하프라인 아래에서의 롱킥을 기반으로 한 킥&러시를 전술로 채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풀백이 해야 할 일은 주로, 왕성히 뛰며 윙어나 센터백의 서포팅을 하는 것 정도에만 국한되어 있었다.
졸업한 선배들이 날 보며 [야, 고등학교에 가면 완전히 달라.] 라고 말할 만큼, 사이드백으로서 초중학교 때 배우는 것들은 기초라 말하기에도 부끄러운 수준이었다.
생각해 보면, U-14나 U-15의 대표팀 사이드백은 항상 학교에선 윙어로 뛰던 애들이었다. 보통 팀에서 풀백을 보는 애들은 축구를 그만큼 잘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한국의 풍토 내에서, 풀백들은 축구 실력 혹은 집안의 재정적인 능력에서 뒤처지는 경우가 많았다.
솔직히.
그동안 내가 풀백에서 뛴 이유가 줄곧 후자라고만 믿고 있었다.
그러나.
“뒤야!”
“어딜!”
실은 내 실력의 영향도 있었던 것 같다.
난 풀백이라기엔, 너무나도 축구를 잘하지 못했다.
특히 포지션 이해라는 측면에서.
삑-!
“좋아! 아주 잘했어!”
“하아- 하아-”
나는 지금 막, 뒷공간으로 파고든 압살론센의 돌파를 저지해냈다. 그리고 그뿐만 아니라, 볼을 가로챈 뒤 역으로 공격자의 파울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오늘은 공격보단, 수비에 좀 더 치중하고 있는 편이다.
풀백이 수비에 치중한다는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웃기긴 하는데, 이전까지 하던 수비는 수비도 아니었단 생각이 들고 있기 때문이다.
1 : 1 상황에서 압박하는 기술. 측면수비수로서 라인을 조절하고 또 공간을 창출/봉쇄하는 방법. 외에도 블로킹과 태클, 거리조절에 이르기까지.
무엇하나 기초부터 손을 보고 있지 않은 게 없다.
분명, 한국에서도 기초를 수도 없이 배웠는데.
그건 조금 다른 기초였던 것 같다.
“헤-이!! 가운데!! 가운데가 비었어!!”
난 다시, 목소리를 높이며 달려나간다.
***
·전반 26분
FC 노르셸란 0 : 0 오덴스 BK
전반전도 60% 가까이 흘렀다.
그리고 노르셸란의 코칭스태프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흘러가는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다.
최근 팀의 공격력이 문제점으로 대두되긴 하였지만, 수비도 딱히 사정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주전 포백 중 두 명이 부상을 당했고, 여전히 복귀 시점이 불투명했다.
게다가, 그 대체로 투입된 이들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특히, 마크 군델락과 마티아스 닐센이 뛰었던 오른쪽 풀백 포지션은 재앙과도 같은 수준이었다.
닐센이야 본래 포지션이 센터백인 만큼 그럴 수도 있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주 포지션에서 뛴 군델락은 매 경기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며 팀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오늘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오-! 또 뺏어냈어.”
또 한 차례 볼을 커트해낸 김다온이 중앙으로 볼을 전개하고, 패스를 받아든 크리스텐센이 반대편 길게 패스를 보내며 좋은 장면이 만들어진다.
비록 골로 이어지진 못했지만, 안데르스 두에(Anders Due)의 발끝에서 유효슈팅이 터져 나온 것이다.
오덴스의 왼쪽 공격을 무력화시키고 있는 김다온. 그는 평소처럼 적극적인 공격을 보여주진 않았지만, 풀백으로서 충분히 자신의 몫을 다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오늘이 가장 훌륭했다.
“저 꼬마. 중앙에서 뛰라는 말의 진짜 의미를 완전히 이해한 것 같은데요?”
“음-”
고개를 끄덕인 모르텐 비그호스트가 흐뭇한 미소를 감추려, 오른쪽 손바닥으로 입을 가렸다.
하지만 표정까진 감추지 못했다.
그의 눈이 웃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 유럽에서도 풀백이란 포지션은 윙어와 센터백이 되지 못한 이들이 뛰던 포지션이란 인식이 컸다.
그래서 항상 천대를 받아왔고,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유소년 축구클럽을 방문해 아무나를 붙잡고 물어봐도, 자신의 꿈이 제 2의 카푸나 제 2의 말디니라 말하는 이는 찾아보기 극히 드문 게 현실이었다.
하지만 이런 인식과는 다르게, 전술의 발전을 거듭한 현대축구에서는 풀백이 매우 중요한 포지션으로 도약하고 있다.
사이드백이 취약한 팀은 매 경기 고전을 할 수밖에 없고, 좋은 풀백이라고 해도 컨디션이 떨어지는 날이면 팀 전체의 경기력이 하락하곤 했다.
이제 풀백은 수비에 있어 팀의 라인을 붙잡고, 공격에서도 시발점이 되어주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 경기, FC 노르셸란은 그런 모습을 거의 보여줄 수 없었다.
이런 역할을 해주던 것이 헨릭 킬덴토프였는데, 그가 부상으로 빠지자 수비에서의 빌드업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왼쪽에 피에르 벵트손이 있긴 했지만, 그는 사실상 윙어에 더 가까운 선수로 빌드업에 관여하는 능력은 많이 부족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어떤 팀 공격력의 급작스러운 저하의 원인을 풀백의 부진에서 찾는 건 현대축구에서 그리 드문 일은 아니다.
삑-! 삐익-! 삑-!
0 : 0으로 끝난 전반.
여전히 노르셸란은 득점을 올리는 것에 애를 먹고 있었지만, 모르텐 비그호스트는 후반전에 팀이 승점을 가져올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이런 자신감과 함께 라커룸으로 들어선 그는, 주저 없이 이렇게 말을 꺼내 든다.
“선수를 바꾸지. 파트리스? 네가 후반전에 뛴다.”
모르텐이 꿈꿔 온 축구는 오늘, 아주 조금 그 색을 드러내려 하고 있다.
***
『선수교체 후 노르셸란의 포메이션』
·후반 00분
감독님은 4-5-1이었던 팀 전술을 그대로 유지하셨지만, 역할을 바꿈으로써 공격에 가담하는 숫자를 대폭 늘렸다.
그리고 이는, 우리 사이드백의 몫이다.
‘전술을 이해하자. 의도를 파악해야 해.’
한국에서 허락되지 않았던 [어째서요?] 라는 물음이, 어느새 지극히 당연한 것이 되어버린 나다.
요즘에는 항상, [왜?] 라는 질문을 자주 하는 버릇이 생겼다. 하프타임 때 감독님이 충분히 설명해 주시긴 했지만, 의도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선 스스로 많은 생각을 해야 한다.
그게 바로, 좋은 축구선수가 되는 길이라고 배우고 있다.
삑-!
후반전이 시작되고, 탐색전을 생략한 우리와 오덴스는 빠르게 불꽃을 튀겨갔다.
각자 승점 3점에 목말랐던지라, 어떻게든 골을 넣기 위해 필사적이다.
각각 한 차례씩 쏜 골대를 벗어난 중거리 슈팅 외에, 이렇다 할 장면 없이 후반전도 8분이 지났다.
그리고 그동안에 난, 새롭게 요구받은 움직임에 따랐다.
전반전과는 다르게 중앙에 합류하는 빈도를 줄이고, 좀 더 사이드라인을 따라 플레이했다.
버니어를 투입하며 크리스텐센을 아래로 낮춘 이유는 양쪽 풀백이 좀 더 공간을 만들어내 주길 원해서였을 거다.
사이드백들이 라인을 따라서 플레이하게 되면, 자연스레 중앙의 공간은 넓어지게 된다.
그러면 중앙에서 미드필드들이 좀 더 쉽게 볼을 보유할 수 있게 되는데, 이때 다시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포지션을 억지로라도 가운데로 가져가야 했다.
그렇게 되면 다시 볼을 사이드로 돌려, 오덴스의 선수들이 계속해서 뛰도록 만들 수 있다.
감독님은 우리가 점유율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기에, 이런 변화를 택한 것이 아닌가 싶다.
중앙에서 볼을 지배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던 만큼, 사이드백을 넓게 빼면서 중원의 공간을 좀 더 주시려고 한 것 같다는 게 내 결론이다.
하지만 분명, 여기에서 끝은 아닐 거다.
감독님이 머릿속에서 구상한 무언가가, 아직 필드에서 발현되지 않았다고 본다.
“이쪽이에요!”
오덴스의 중원 압박이 거세어지면서, 난 자연스럽게 가운데로 합류해 숫자를 늘려줬다.
후퇴한 스톡홀름에게서 볼을 받아 크리스텐센에게 건넸고, 그는 다시 앞쪽으로 움직인 스톡홀름에게 패스를 보냈다.
그런데 그 순간, 전방을 살피던 내 눈에 무언가가 포착됐다.
난 본능적으로 뜀박질을 시작했고, 안쪽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을 잠깐 멈추고 오랜만에 측면으로 크게 돌아 나온 미켈센을 향해 소리쳤다.
“언더랩!”
미켈센이 측면으로 빠져나가면서 볼을 받자, 오덴스 BK 후방라인 간의 간격이 넓어졌다.
그리고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드인 에릭 젬바-젬바와 칼릴루 트라오레(Kalilou Traore)의 위치 역시, 다소 왼쪽 측면에 치우쳐진 상태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골대까지 향하는 거대한 고속도로가 눈앞에 나타났다.
난 그 위를 달렸고, 왼쪽 수비수를 달라붙게 만든 미켈센이 내 목소리에 반응해 패스를 보내왔다.
축구공이 내 앞으로 굴러오고, 달리기의 속도를 점차 늦춘 나는 오른쪽 발 바깥쪽으로 축구공을 살짝 앞으로 보내며 전방을 살폈다.
사이드백 역시, 중앙미드필드와 같은 순서로 동료들을 살피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이유는 우리가 공격의 시발점이 될 때가 많아서다.
그래서 가장 먼저 최전방에서 뛰는 공격수.
그다음이 2선의 윙어나 미드필드.
그리고 마지막으로 후방수비의 위치를 살펴야 한다.
볼을 컨트롤하며 전방을 바라보았을 때, 최종 수비라인과 나란히 서 있던 귀트케르와 눈이 마주쳤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와 나의 발이 동시에 움직였다.
서로, 완전히 다른 목적이지만.
팡-.
난 오른발을 움직여, 발 안쪽을 축구공에 가져갔다.
그리고 전방으로 패스를 찔러 보낸 나는, 시간이 멈춰버린 것만 같은 느낌 속에서 흘러가는 상황을 지켜봤다.
간격이 넓어진 수비의 틈으로 굴러간 축구공은, 정확히 귀트케르의 발에 안착한다. 그리고 가볍게 한 번 트래핑을 해놓은 그는, 오른발을 가볍게 휘둘러 정교한 슈팅을 날렸다.
몸을 날린 잉글랜드 출신의 골키퍼 로이 캐롤(Roy Carroll).
하지만 축구공은 그의 손이 한참 미치지 못하는 곳으로 빠져나가, 골포스트의 안쪽을 맞춘 뒤 골라인 안으로 굴러서 들어갔다.
{이예에에에에-!!!}
온몸이 들썩거릴 정도로 큰 함성이 전해져 온다.
비록 오늘 경기장엔 3,000명이 조금 못 되는 관중들이 자리했을 뿐이지만, 지금의 이 함성은 3만 명이 내뿜는 것이라 해도 될 만큼 크고 우렁찼다.
“우와아악-! 뭐야, 이 새끼! 어디서 그런 앙증맞은 패스를 보내고 있어? 앙?!”
“완전히 텔레파시가 통했지! 안 그래?! 어쩐지 네가 패스를 보낼 것 같았다고! 이 귀여운 녀석!”
셀레브레이션 후 내게로 온 미켈센과 귀트케르와 함께 기쁨을 나눈 뒤, 난 한결 홀가분해진 기분으로 파룸 파크의 전경을 바라봤다.
귀트케르를 향한 응원가를 높이기 시작한 관중들의 얼굴엔, 이전까지 보였던 답답함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대신 그 자리엔, 기쁨과 희열.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클럽을 향한 넘치는 열정이 들어차 있었다.
이건 정말이지, 정말 멋진 광경이다.
{귀트케르- 귀트케르- 그는 슛을 할 수 있지. 그는 득점을 올릴 수 있지. 로스킬레에서 태어나 링비에서 뛰었지만, 이젠 우리 노르셸란을 위해 뛰지. 귀트케르- 귀트케르- 머리를 휘날리며 뛰는 암살자-}
분명 난 축구를 통해 부자가 되고 싶지만, 이런 표정들도 언제까지고 지켜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
『귀트케르의 골 장면』
·경기결과
FC 노르셸란 1 : 0 오덴스 BK
[골] 크리스티안 귀트케르 : 후반 11분김다온 ? 90분 출전(어시스트)
연패를 끊어낸 노르셸란이 선수들이 팬들을 향한 고마움을 표현하는 동안,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의 틈에서 조용히 필드를 관찰하고 있는 한 사내가 있었다.
‘흐음- 1,300만 유로라.’
최근 김다온의 바이아웃 금액이 2배 가까이 불어났다는 뉴스가 있었다.
아직 아마추어 계약을 한 16살의 소년에겐 상식적으로 매겨질 수 없는 금액이었지만, 많은 사람이 실제로 그 금액이 지불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대부분의 유럽리그가 만 18세 세부터 프로 계약을 시작할 수 있는 것과는 달리, 오직 EPL만이 만 16세 때부터 프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바로 이 때문에, 유럽 유수의 클럽들은 EPL에 포착된 유망주들에 터무니없는 바이아웃 금액을 책정하곤 한다.
이것을 잘 알고 있었던 티아고 로보(Thiago Lobo). 그는 자신의 상관 에두 크루즈에게 보낼 메시지를 작성했다.
부상에서 복귀한 김다온은 건재했으며, 스포르팅 CP전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이다.
그가 생각하는 대략적인 이적료는 350만 유로(약 48억 원).
나이와 리그의 수준을 고려하면, 꽤 큰돈이었다.
경기장을 떠나는 인파 틈으로 몸을 파묻은 오랜 경력의 스카우트는, 오늘의 이 경기가 김다온이 지난 1년 2개월 동안 투자한 노력이 고스란히 묻어난 경기라고 생각했다.
***
※작가의 말 ? 안녕하세요, 김군입니다. 새로운 글을 통해 정식으로 이렇게 인사를 드리는 건 이번이 처음인데, 앞으로도 종종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풀백이 축구를 너무 잘함은 제게 있어서 무척이나 큰 도전인 글입니다. 기존에 제가 써왔던 방식을 상당 부분 손봤고, 그것 때문에 많이 헤매고 있습니다.
특히 뽕을 준다거나 네티즌들의 반응 및 과장을 섞는 부분은 초보 작가라 해도 무방할 만큼 재주가 없는데, 차츰 나아지는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늘 댓글들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또 배우고 있으며, 지금보다 훨씬 더 독자님들이 만족하고 시간이 아깝지 않은 글을 적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장마가 지나가는 여름입니다.
코로나, 감기 등. 건강 조심하시고, 가정에 평안이 찾아오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김군 올림(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