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50)
249화
「부자들을 가장 겁먹게 만드는 것은 세금이다. 그리고 그것에서 벗어날 방법을 아는 사람만이, 부자 중의 부자가 될 수 있다. – 척 블레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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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UEFA 집행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FFP가 결의된 이래, 막대한 자금력을 지닌 클럽들은 전 세계 최고의 변호사와 전문가를 고용해 규정의 허점을 파헤치는 일을 진행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어렵지 않게 FFP에 뚫려 있는 구멍을 찾아내었다.
첼시 FC와 맨체스터 시티의 엄청난 투자를 막고자 하는 세력이 다급하게 추진하여 만든 법률이었던 만큼, 규정 대부분이 두루뭉술한 말로 포장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클럽의 매출에 관한 구체적인 조항을 삽입해두지 않았던 것이다.
FFP에는 단순히 ‘총 매출’이라는 단어만이 명시되어 있었고, 그래서 허점을 파악한 구단주들은 계열사를 클럽의 스폰서로 두는 방법을 찾아내게 된다.
본인이 직접 소유한 곳에서 오는 자금이 아닌 것을 제한하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었기에, 계열사를 통해 자금을 무한대로 공급하게 되면 FFP는 사실상 영향이 없는 셈이었다.
가족 사업이 일상인 중동의 출신의 구단주들에겐 오히려 FFP가 도움을 주는 셈이었는데, 그들은 계열사의 자금을 대거 축구 클럽으로 이동시켜 새로운 방식의 탈세와 세탁을 하며 많은 이득을 취하고 있었다.
2013년 7월 현재, FFP는 파리 생-제르맹의 클럽 운영에 지극히 미미한 영향밖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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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3일. 75016 파리, 프랑스. 24 루 두 코망덩트 질주. 파르크 데 프랭스(Parc des Princes. 24 Rue du Commandant Guilbaud. 75016 Paris, France).
PSG는 지난 5월, 수정한 스폰서 계약 문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UEFA로부터 전달받았다.
이는 클럽의 가장 중요한 자금원인 QTA(카타르 관광청)의 것으로, 기존엔 연 4천만~6천만 유로의 후원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PSG는 5월 기존 계약의 후원금액 부분만을 고쳐 두 배 수준으로 만들었고, UEFA엔 ‘최초의 협상안’이 잘못 전달이 되었다며 새로운 것으로 바꿔 달라는 요청을 보냈다.
뻔한 속임수에 UEFA는 곧바로 난색을 표했지만, 도하에서 흘러 들어간 자금은 머지않아 효과를 발휘했다.
이후 PSG는 QNB(카타르 국립 은행)과 카타르 항공의 후원금액 역시 수정했고, 마찬가지로 UEFA로부터 ‘실수를 받아들이며 추후 이런 일이 없도록 바란다.’는 답을 듣게 되었다.
PSG의 자금력은, 이런 식으로 정당화됐다.
– 지지부진하군. 우린 도하에서 많은 일을 했어. 대체 뭐가 문제인가?
타밈 빈 하사드 알-타니의 사업적 파트너이자 동시에 친한 친구이기도 한 나세르 알 켈라이피(Nasser Al-Khelaifi)는 타밈을 대신해 PSG 운영에 힘을 쏟고 있었다.
타밈이 대부분의 시간을 도하에서 머물며 자금을 마련하면, 나세르는 그 돈을 유통시켰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피곤한 목소리에, 난처한 표정이 된 나세르가 그간의 사정을 보고한다.
“나폴리가 바이아웃이 아니면 협상을 거부하고 있어. 그리고 AS 로마도 우리가 제안한 금액보다 한참을 더 많은 돈을 요구하더군. 그것 때문일세. 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 이런, 나세르.
– “응?”
– 아무래도 자넨 너무 그곳에 오래 있었던 것 같아.
“그게 무슨 말인가?”
– 휴가라도 잠깐 다녀오는 게 어떤가? 대체 언제부터 우리에게 협상이란 단어가 생겼지? 그들이 돈을 원하면, 그걸 주면 그만이야. 축구에 있어 우리가 협상할 상대는 선수 외에는 없어. 구매하게. 그들이 얼마를 달라고 하던 말이야.
카타르의 왕가를 물려받는 문제로, 타밈은 당분간 PSG의 운영에 손을 쓰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더더욱 나세르의 역할이 중요했는데, 그의 운영 방식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 타밈이었다.
– FFP는 추후에 끼워 맞추면 그만이야. 지금까지 쭉 그렇게 해왔지 않나?
– “그래. 미안하네. 자네도 바쁠 텐데, 신경 쓰게 했군.”
– 천만에. 친구 좋다는 게 뭔가? 다음 통화 때는 긍정적인 소식을 기대하고 있겠네. 앗살람 알라이쿰.
“와알라이쿰 앗살람.”
딸깍-
지난 6월 15일 로랑 블랑(Laurant Blanc)을 새로운 감독으로 임명한 이후, PSG는 그동안 쭉 관찰해온 선수들의 영입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최우선순위인 김다온을 비롯하여, 나폴리의 에딘손 카바니와 AS 로마에서 뛰는 마르퀴뇨스가 그들의 목표였다.
로랑 블랑도 이미 해당 선수의 영입에 동의를 표했고, PSG는 창구를 열어 협상을 이어왔다.
하지만 선수와의 개인 협상이 끝난 카바니와 마르퀴뇨스의 경우엔, 클럽과의 이적료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어 이적이 멈춰선 상태였다.
반면 김다온의 경우, 아직 개인 협상 역시도 이뤄지지 않았다.
선수가 프랑스 리그를 선택지에 두지 않아서다.
딸깍-
일단 일을 진행시키기로 한 나세르가 클럽의 풋볼 디렉터인 올리뷔 뤼텅(Olivier Letang)에게 전화를 건다.
본래 브라질 출신의 레오나르두 아라우주(Leonardo Araujo)가 PSG의 풋볼 디렉터였지만, 지난 5월 치아구 시우바의 퇴장 과정에서 주심에게 폭력을 행사한 이유로 13개월의 자격정지 처분을 받게 되었다.
올리뷔 뤼텅은 아라우주의 후임이었는데, 메이사 은‘디아예를 끌어들여 김다온과의 창구를 만든 것 때문에 매우 높은 평가를 얻고 있었다.
– Allo?
“날세. 금방 타밈에게서 전화를 받았어. 나폴리와 로마의 조건을 맞춰주게.”
– 네. 그러죠. 그럼 당분간은 조금 바쁠 겁니다. 스포츠 커버 쪽에 신경을 쓰지 못할 수도 있어요.
“그건 내가 알아서 하지.”
– 알겠습니다.
“그래. 그럼 이만 끊도록 하겠네.”
딸깍-
통상의 이적 절차를 생각했을 때, 앞으로 보름 정도면 카바니와 마르퀴뇨스의 이적이 완료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김다온과의 계약인데, PSG는 아직까지 본인들의 조건을 선수에 전달하지도 못한 상태다.
‘서둘러야겠어.’
타밈의 통화 하나로 인해 모든 것들이 수월하게 바뀌었다는 생각을 하며, 나세르는 본인의 비서에게 스포츠 커버와 통화를 연결해 달라는 부탁을 한다.
본래라면 김다온이 런던으로 향할 때까지 여유를 두며 다른 이적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지금은 굳이 시간을 둘 필요가 없었다.
잠시 뒤.
삐이-
– 회장님? 1번입니다.
“그래.”
딸깍-
나세르 알 켈라이피는 그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조건을 스포츠 커버 측에 전달키로 한다.
***
·Contract of PSG Ver.1.00 ? 2013.07.03. 전달
·주급 : £192,307(연 1,000만 유로) * 5
-> 세금 클럽에서 처리 보장
-> 실질적 주급 수준은 £286,537(약 3억 8,682만 원)
·계약금 : £8,000,000
-> 계약금은 3년에 걸쳐 지불(매년 12월 31일)
-> 세금 클럽에서 처리 보장
·초상권 : £1,000,000 * 계약기간
-> 세금 클럽에서 처리 보장
-> 매년 12월 31일 지급
·기타 옵션
-> 챔피언스리그 성적에 따른 보너스 지급
-> 리그 우승 보너스 지급
-> 여름휴가 비용 지급
-> 출장 수당 : £85,000(매월 15일 지급)
-> 교체 수당 : £45,000(매월 15일 지급)
-> 공격 포인트 보너스 : £ 50,000(득점)
£ 30,000(어시스트)
-> A매치 출전 수당 : £35,000
-> 카타르 항공 퍼스트클래스 티켓 연 10회 제공
-> A매치 이동시 별도의 퍼스트클래스 티켓 제공
-> 통역, 프랑스어 과외, 가정부, 고용인 무상 제공
-> 클럽 소유의 고급 아파트 무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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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ract of Man. City Ver.1.01 ? 2013.07.04. 전달
·주급 : £200,000 * 5
-> 세금 클럽 처리 가능
-> 실질적 주급 수준은 £280,000(약 3억 7,800만 원)
·계약금 : 이적료의 10% / 2년
-> 계약금은 계약일 기준으로 2년 분할 지급
-> 세금 처리 불가능
·초상권 : £2,000,000 * 계약기간
-> 계약기간 내 3회 메인 모델 보장
-> 구단 제작 팸플릿 1면 게재
-> 구단 외부 광고 메인 모델 보장
-> 아시아 투어 시 수익에 따른 별도 인센티브 부여
-> 아부다비 내 광고 모델 발탁(계약금 별도)
·기타 옵션
-> 챔피언스리그 진출 시 이듬해 보너스 지급 : 협의
-> 유로파리그 진출 시 당해 보너스 지급 : 협의
-> EPL 경기의 60% 이상 + 국제대항전 60% 이상 출전 시 시즌 종료 후 별도의 보너스 지급 : 협의
-> 출장 수당 : £70,000(매월 1일 지급)
-> 교체 수당 : £40,000(매월 1일 지급)
-> 득점 보너스 : £65,000(매월 1일 지급)
-> 무실점 보너스 : £70,000(매월 1일 지급)
-> 통역, 영어 과외, 가정부, 고용인 무상 제공
-> A매치 이동시 퍼스트클래스 티켓 제공
-> 휴가 비용 별도 제공
-> 에티하드 항공 VIP 및 퍼스트클래스 티켓 20회 제공
-> 클럽 원정 가족 및 애인 동반 가능(별도 숙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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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ract of Real Madrid Ver. 1.02 ? 2013.07.05. 전달
·주급 : £192,167 * 5
-> 세금 클럽에서 처리 가능
-> 실질적 주급 수준은 : £274,798(약 3억 7,097만 원)
·계약금 : 이적료의 10% / 3년
-> 계약금은 계약일 기준으로 3년 분할 지급
-> 클럽에서 세금 처리 가능
·초상권 : £1,100,000 * 계약기간
-> 클럽에서 세금 처리 불가
-> 아시아 홍보자료 클럽 메인 모델
-> 구단 팸플릿 자료 1면 게재
·기타 옵션
-> 챔피언스리그 성적에 따른 보너스 지급
-> 리그 우승/준우승 보너스 지급
-> 클럽 2위 주급 보장
-> 출장 수당 : £75,000(매월 14일 지급)
-> 교체 수당 : £52,000(매월 14일 지급)
-> 득점 보너스 : £45,000(매월 14일 지급)
-> 무실점 보너스 : £120,000(매월 14일 지급)
-> 마드리드 내 고급 빌라 제공
-> 통역, 스페인어 과외, 가정부 무상 제공
-> 클럽 출퇴근 차량 규칙에서 예외 적용
-> 휴가 비용 전담
-> A매치 출전 시 퍼스트클래스 티켓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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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7일. 런던 SW1W 8EZ, 잉글랜드. 벨그라비아, 10 이튼 테라스(Belgravia, 10 Eaton Terrace. London SW1W 8EZ, England).
한국 시각으로 6일, 나는 모든 계약서를 전달받았다.
결과적으로, 현재 나의 영입을 추진 중인 클럽은 총 5개인 셈이었다.
“Thank you.”
[즐거운 여행 되슈.]탁-
조금 무뚝뚝하긴 했지만, 택시 기사는 그래도 친절하게 나를 목적지까지 태워다 주었다. 전부 다 알아듣지 못했지만, 기사는 이곳이 영국의 부촌이라고 했다.
Luxury Town이라는 말을 몇 번이나 강조해가며, 이곳에 매우 특별한 사람이 거주하게 되었다고 말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몰랐을 거다.
그가 말한 특별한 사람을 만나고자, 내가 이곳까지 데려다 달라 요청했다는 것을 말이다.
난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어제 전달받은 사진과 근처의 풍경을 한 번 대조해 보았다.
이것에 따르면, 내 목적지는.
‘……저기네.’
눈앞에 보이는 새하얀 집을 확인한 나는, 주변에 차가 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며 도로를 건넜다.
그리곤, 정원 앞 대문의 벨을 눌렀다.
삐이-
– Who is it?
“주제? 저예요.”
– 오-!! 하핫! 들어오라고. 기다리고 있었어.
지잉-!!
한국에서 듣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소리 뒤에 철제로 된 문이 열렸고, 그것을 살짝 밀어내며 들어선 나는 현관문을 열며 등장한 사람을 보게 되었다.
“에-이!! Amigo!!”
“하하. 반가워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젊어 보이는데요?”
“이런! 그거 칭찬인가?”
“그럼요. 물론이죠. 아, 그리고.”
“응?”
“한국에서 가져온 선물이에요.”
“오, 이런! 이런 고마울 데가. 일단 안으로 들어가지.”
“네.”
무리뉴는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것처럼 나를 다했다.
그리고 난 그런 모습에서, 빠르게 편안함을 느꼈다.
실내는 예상했던 대로 무척 깔끔했는데, 이 남자에 대해 품고 있던 상상과 잘 맞아떨어지는 인테리어였다.
“이 꽃은 마틸다가 놓은 거야. 그녀는 꽃을 좋아하거든.”
“하하. 그럼 제 선물도 좋아하겠는데요?”
“응?”
난 무리뉴와 그의 가족들을 위해, 한국에서 선물로 한복과 꽃 자수가 새겨진 전통 의복들을 가져왔다. 그리고 한지로 된 예쁜 장식품 역시도 챙겨왔다.
나중에 선물을 확인해 보겠다고 말한 무리뉴가 먼저 자신의 가족들을 소개했는데, 난 주방에서 음식을 하고 있던 마틸다 파리아(Matilda Faria)를 만나게 되었다.
당연하게도, 그녀 역시 포르투갈어를 할 줄 알았다.
“반가워요. 이이가 요즘 당신 이야기를 얼마나 귀 아프게 하던지. 조금 질투가 날 정도였다니까요?”
“하하. 이상하게 남자들이 절 좋아하더라고요.”
“그럼 틀림없이 우리 아들도 그렇겠네요. 마리우!!”
현관에서 주방으로 곧장 오는 길에, 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두 사람을 슬쩍 보았었다.
아마도 그들이 주제의 자녀들인 것 같다.
“여긴 내 딸 마칠. 내 아내의 이름을 땄지. 그리고 여긴 주제 마리우. 마찬가지로 내 이름을 땄어. 얘네는 그게 매번 불만인 것 같지만 말이야.”
“아빠!”
“큭큭큭. 인사들 나누게. 마칠? 마리우? 여긴 다온이야. 벤피카에서 정말 환상적인 활약을 펼쳤지.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야. 이 친구처럼 뛸 수 있는 사이드백은 좀처럼 없어.
“이런! 벌써 배가 부른 기분인데요?”
과한 칭찬을 보내준 무리뉴에게 농담을 던지면서, 나는 마칠(Matilde)과 마리우(Mario)에게 인사를 건넸다.
심드렁히 악수를 나눈 마칠은 곧바로 거실로 향했고, 반면 마리우는 악수 뒤에 몇 가지 질문을 던져왔다.
“첼시로 오세요?”
“하하. 그거 좀 곤란한 질문이네.”
“그게 아니라면 왜 여기에 오셨어요?”
“이런, 마리우! 이분이 곤란해하잖니. 잠깐 거실에 가 있거라. 식사가 준비되면 부를 테니까.”
“그럼 나중에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물론이지.”
고개를 끄덕인 마리우도 거실로 이동하고, 곁으로 다가온 무리뉴가 잔에 담긴 음료를 내밀었다.
“술은 아닐세. 술을 하지 못한다며?”
“네. 하지만 요즘은, 조금 늘었어요.”
“늘었다고?”
“네. 와인을 조금 마실 줄은 알게 되었죠.”
“후후. 훌륭하군. 좋은 와인은 삶을 풍요롭게 하지. 그리고 그걸 올바르게 마실 줄 안다는 건, 삶을 아주 잘살고 있다는 증거야.”
와인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한 건, 전부 아영이 때문이다. 그녀는 술친구가 필요했고 그것을 내게 강요하진 않았지만, 난 그녀와 함께 술을 마실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집에서 혼자 이것저것 시도를 해봤는데, 와인과 맥주가 그나마 가장 취향에 맞았다.
그리고 아주 조금씩이지만, 주량이 느는 것도 느껴지고 있다. 부모님이 술을 잘하신다는 걸 생각하면, 나도 술이 약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와인은 뒤에 주도록 하지. 난 자네가 오랫동안 정신을 붙들고 있길 바라거든.”
“하하. 네. 저도 그래요.”
“좋네. 비행은 어땠나?”
“편했어요. 한국을 떠나는 게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지금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할 때니까요.”
“다음이라. 좋은 말이로군.”
무리뉴와 나는 주방에 있는 식탁에 앉아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금쯤 제안을 많이 받았을 거야. 그렇지 않나?”
“네. 몇 군데 되죠.”
“어디지? 맨시티는 물론일 거고, 맨유?”
“하하. 제가 거기에 대답할 수 없다는 걸 아시잖아요?”
장난기 섞인 표정을 지어 보인 무리뉴는 해볼 법한 시도였다면서, 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것을 보며, 난 최근 들은 이야기와 계약 내용을 떠올렸다.
맨유는 벌써 두 번이나 벤피카에 이적료를 제안했다 거절을 당했다고 한다. 이야기의 출처는 제수스 감독님이었으니, 아마 확실할 것이다.
그리고 어제 한국에서 스텔라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맨유의 제안은 나쁘지 않은 숫자이지만 그들은 내가 이적료를 깎아주길 바란다는 조건을 가져다 붙였다고 했다.
굳이 그걸 들어줄 이유는 없었기에, 난 단번에 맨유의 제안을 거절했다.
“여름은 어떻게 보내고 있나?”
“일단 먼저 검사를 받았어요. 그리고 작년에 함께 했던 분과 개인 훈련을 했죠. 근육을 조금 더 만들 생각이거든요.”
“좋아, 좋아. 훌륭하군. 가족들은?”
“계속 한국에 머물 거예요. 그리고 가끔 제가 뛰는 경기를 보러 오지 않을까요?”
“스탬퍼드브릿지엔 끝내주는 VIP석이 있지.”
“하하. 일단 알아둘게요.”
“아니, 진짜. 정말 끝내줘. 뷰가 아주…….”
입술을 삐쭉 내밀면서 끝내준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무리뉴를 보고 있으니, 이 남자에 관한 세간의 평가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미디어는 무리뉴가 냉소적이고 비관적인 남자라 했고, 농담을 싫어하는 냉혈한에 가까운 사람처럼 묘사하곤 했다.
물론 그를 조금 더 알아가 봐야 하긴 하겠지만, 미디어의 말이 틀렸다는 것쯤은 알기 쉬운 일이었다.
“못 먹는 음식은?”
“없어요. 포르투갈에 있을 때도 다 잘 먹었죠.”
“환상적이군. 아내의 음식 솜씨가 정말 끝내줘.”
“그거 기대되는 부분이네요.”
이후로도 우린 간간이 이적에 관한 신경전을 이어가면서, 대화의 대부분을 축구 외의 것들로 채워나갔다.
그러다 무리뉴는 아내분과의 러브스토리를 말해줬는데, 두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소꿉친구로 단 한 순간도 한눈을 팔지 않고 순애보를 이어나갔다고 했다.
이땐 마틸다도 이야기를 보탰고, 나는 중간 중간에 호응을 해주면서 낭만적인 이야기들을 들었다.
“그래서 자넨? 애인은 있나?”
“네. 한국에 있죠.”
“좋은 여자라면 빨리 결혼하도록 해. 물론 즐기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곁에 아내가 있다는 건 삶을 전혀 다르게 바라보도록 만들거든. 그리고 그건, 큰 힘이 되는 일이야.”
“아직 만난 지 얼마 안 돼서 말이죠.”
“그래. 그래도 생각해 보게.”
마칠을 부른 마틸다 여사님이 음식을 하나둘 테이블에 놓아두기 시작하고, 절묘한 타이밍에 벨이 울리면서 또 다른 손님들이 도착했다.
다비드 루이스와 프랭크 램파드가 그 주인공일 텐데, 나는 무리뉴와 함께 현관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주제!!”
문을 열자마자 프랭크 램파드가 반갑게 손을 뻗으며 무리뉴를 안았고, 그런 뒤엔 날 발견하곤 가까이로 다가왔다.
유로파 결승에서 만났어서 그런지, 어쩐지 낯설지 않았다.
[이게 누구야. 우릴 물 먹인 친구잖아.]“?”
[영어는?]“어, 조금?”
[좋네. 하지만 빨리 익혀두라고. 그래야 얼른 호흡을 맞춰볼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무리뉴에게 선물을 건넨 램파드가 먼저 주방 쪽으로 향하고, 이번엔 그 뒤에 있던 다비드 루이스가 날 반겼다.
“에이, Amigo. 비행은 어땠어?”
“좋았어. 쭉 런던에 있었던 거야?”
“그럴 리가. 휴가를 갔다가 돌아왔지. 곧 프리 시즌이잖아. 이제부터 슬슬 준비를 할 생각이야. 젠장! 그런데 넌, 어째 몸이 더 좋아진 것 같은데?”
미간을 찌푸린 다비드 루이스가 가슴팍을 손바닥으로 두들겨오고, 이를 지켜보며 큭큭거리던 무리뉴가 부지런한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의 차이라며 다비드 루이스를 놀렸다.
그러곤 발끈하는 다비드 루이스와 내 어깨에 양손을 걸친 뒤, 무리뉴는 우리를 주방으로 이끌었다.
“그럼, 좋은 시간을 가져보자고.”
사람들과 함께 주방으로 걸어가며 나는 다시 한번 생각한다.
이곳이 내게 무척 익숙하고 편한 이유는, 우리에게 벤피카란 유대가 있어서이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내 고려사항 중 하나가 될 수는 있겠지만, 절대적인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축구선수의 생명은 짧고, 이번 판단은 내 인생에서 무척 중요한 일이니까. 그러니 절대, 유대감과 같은 이유로 흔들리는 일은 없을 거다.
그런 척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겠지만.
“하하하. 그래서 말인데, 전에 프랭크가…….”
“클클클클.”
식탁 위에서 즐거운 이야기가 오가고 있지만, 나는 그 아래에 다른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