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51)
250화
「최고가 되었다는 것이란, 휴식이 허락되지 않는다는 말과도 같다. – 오토 레하겔」
***
2013년 7월 9일. 에스토릴, 포르투갈. 루아 잉그라테라 387.
탕-! 탕-! 탕-!
무리뉴의 집에서 보낸 시간은 무척 즐겁고 또 그 이상으로 유익했다. 나는 EPL에서 뛰는 선수들의 일상과 그들이 치러야 할 경쟁적인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또 운동선수로서의 삶은 지극히 제한되어 있어, 본업에 집중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에 관해서도 들었다.
탕-! 탕-! 탕-!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내 마음은 더욱 확실해졌다.
탕-!
“휴우-! 이제 다 했다.”
언젠가 베베와 함께 만들다가 손을 놓았던 테이블의 기틀을 완성시킨 뒤, 나는 바닥에 대충 주저앉아 수건으로 땀을 닦아내었다.
이젠 저기에 사포질을 하고, 햇볕에 잠깐 놓아둔 뒤에 칠을 하려고 한다.
“돌아왔다고 들었지.”
“응?”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돌리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에두!!”
“하하. 취미인가?”
“글쎄요. 그냥, 가만히 있기 어려워서요.”
“클럽하우스로 오지 그러나. 다들 자넬 그리워해.”
“제가 여전히 벤피카의 선수란 건 알고 그러는 거죠?”
“큭큭큭. 그건 그렇군.”
차고 안으로 들어선 에두가 내게 손에 쥐고 있던 봉투를 건넸다. 그 안에 있었던 건, 파스테이스 지 벨렝(Pasteis de belem)에서 파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에그타르트다.
최소 사흘에 한 번은 이것을 사먹었고, 아영이도 이 에그타르트가 그립다고 말하고 있다.
끼고 있던 목장갑을 벗어, 아직 따뜻한 에그타르트를 한 입 크게 베어 문다.
음- 이 맛이지.
“쩝. 그런데, 에두.”
“응?”
“여긴 어떻게 들어오셨어요?”
난 분명 문을 꽁꽁 잠가두었는데 말이다.
그러자, 에두가 열쇠 꾸러미를 보여줬다.
“아- 그랬죠, 참.”
“큭큭. 나도 하나 주게나.”
“네. 물론이죠.”
이 집의 소유주는 우리 리스본의 열렬한 팬으로, 현재는 바하마(Bahamas)에 거주하면서 포르투갈 내의 사업을 이끌고 있다고 들었었다.
그분은 포르투갈의 최대 부촌(富村) 중 하나인 이곳에만 스무 채가 넘는 빌라를 소유 중인데, 그중 다섯 개를 우리 벤피카를 위해 기꺼이 내어주셨다.
“바하마라. 세금을 피하기 좋은 동네네요.”
“후후. 아무래도, 조금 어른이 된 것 같군.”
“어쩔 수 없더라고요. 요즘 제가 듣고 있는 이야기들은 온통 그런 것들뿐이거든요.”
현재 본격적인 협상 창구를 만든 다섯 개의 팀 외에도, AT 마드리드/맨체스터 유나이티드/아스날/AS 모나코와 같은 클럽이 에이전시를 통해 협상을 원한다는 의사를 표현해왔다.
하지만 이중 AS 모나코를 제외한다면 금전적인 면에서 앞선 다섯 개의 클럽의 반도 채 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차이를 만든 가장 큰 이유는 세금이었는데, 에이전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세금을 줄일 수 있는 방법들에 관해 귀가 아플 만큼 이야기를 해왔다.
지금은 그런 단계는 지났는데, 어쨌든 과정을 거치고 나니 절반쯤은 세금 관련 전문가가 되어 있었다.
“솔직히 머리가 아파요. 굳이 알고 싶지 않은 문제인데, 그런 이야기들이 어느새 불쑥 가까이 와 있거든요.”
“거쳐야 하는 과정이야.”
“네. 다들 그러더라고요.”
“모두가 다 돈을 아낄 방법을 찾고 있네. 그것이 설령 편법이나 불법이라 해도, 그게 관행이고 또 그게 현명하니까.”
“요즘은 제가 축구 선수가 맞나도 싶다니까요.”
“다 지나갈 걸세. 그리고 다음부터는, 모든 것들은 훨씬 더 쉬워지겠지. 뭐든 처음이 어려운 법 아니겠나.”
에두의 말이 끝난 순간, 주변은 고요해졌다.
저 멀리에서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왔고, 간간이 집 밖에서 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얼른 말하세요.”
“뭐?”
“그냥 저랑 여기에서 에그타르트나 먹으려고 오신 건 아닐 거잖아요. 그렇죠?”
“하하하.”
에두는 내게 무리뉴와의 만남은 어땠는지를 물어보았다.
“좋은 분이더라고요. 사람들의 말은 틀렸어요.”
“대부분이 그렇지. 우리들의 삶은 철저히 가려지고, 또 대부분은 미디어에 의해서 꾸며지니까.”
저녁 식사가 끝나고 와인과 음료를 마시는 단계가 되었을 때, 무리뉴는 본격적으로 날 영입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이미 첼시에는 나를 위한 자리가 만들어져 있으며, 선수단 역시도 모두가 날 환영한다면서 말이다.
또 첼시의 팬들과 미디어들은 큰돈을 쓰는 것에도 익숙해져 있기에, 이적료 등에 관한 이야기도 빠른 시간 내에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축구에만 집중하기 좋은 환경이더라고요. 집도 훈련장과 경기장에서 가까운 곳에 있고, 다비드와 프랭크가 절 돕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마티치도 곧 올 거라면서요.”
“그래. 첼시는 자네와 관련된 작업이 끝나면, 마티치를 불러들일 거야. 나는 반년만 더 참아달라고 했지.”
“그래요?”
“이번에 새롭게 영입할 녀석들이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니까. 조르제도 반년이면 될 것 같다더군.”
“…….”
현재 감독님은 가족들과 휴가를 떠나 계신다.
나는 지금도 최소 이틀에 한 번은 제수스 감독님과 통화를 나눈다.
“그래서? 마음은 정했나?”
“하하. 아뇨.”
어제 이스토릴에 도착한 뒤에, 하비에게 전화를 걸어 제안은 고맙지만 좀 더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었다.
조나단 바넷에게서 많은 이야기를 들은 이후로, 맨체스터 시티는 PSG와 함께 가장 마지막에서야 선택할 클럽으로 분류가 된 상태다.
“내일 마드리드에서 사람이 온다고 해요.”
“레알이로군.”
“네. 그들을 만나는 건 처음이죠.”
레알 마드리드는 현재 분노의 영입 중이다.
스페인 라리가 2위/챔피언스 리그 4강/코파 델 레이 준우승이라는 2012/13 시즌의 성적표는, 레알 마드리드와 같은 클럽에겐 ‘실패’라는 이름을 가져다 붙일만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뭉칫돈을 풀어내고 있다.
이스코와 아시에르 이야라멘디를 차례대로 영입했고, 지난 시즌 가능성을 보인 카세미루(Casemiro)를 상 파울루로부터 완전이적 하는 데에도 합의했다.
또한 예전부터 날 지켜보았다는 말과 함께 무척 훌륭한 조항을 내걸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소 꺼림칙한 부분이 남아 있었다.
“꺼림칙하다고?”
“네.”
그건 바로.
“안첼로티가 저를 원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과 잘 지낼 수 있을지의 여부였다.
***
28036 마드리드, 스페인. 아비뉴 드 콘차 에스피냐 1. 에스타디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내일 클럽의 고위급 인사들이 리스본으로 향한다는 이야기는,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 카를로 안첼로티에게도 전달이 되었다.
그러자 그는 곧, 집에서 뛰쳐나와 프런트를 찾았다.
“말했지 않습니까. 나는 한국인과 일하고 싶지 않아요.”
“그건 너무 편협한 사고일세, 카를로.”
“당신들이 절 믿어주기로 했다면, 제 의견도 어느 정도 존중해 줘야죠.”
“…….”
김다온이 레알 마드리드의 레이더에 포착된 것은 순수한 피치 위에서의 모습 때문이었지만, 영입을 강력히 추진하기 시작한 이유는 현장과의 소통이 이뤄졌기 때문이었다.
전임이었던 주제 무리뉴는 김다온이 팀의 오른쪽 사이드백으로서 완벽한 퍼즐일 거라 말을 해왔다.
현장에서 환영하는 영입을 망설일 이유가 없었던 플로렌티노 페레즈는, 갈라티코의 철학에도 걸맞은 김다온을 가레스 베일과 함께 최우선 순위로 삼아왔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마드리드에 새롭게 부임한 안첼로티는, 정말 개인적인 이유로 김다온을 거부하고 있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16강전의 결과로 인해, 한국인과 일하는 것을 꺼리게 되었다면서 말이다.
덕분에 플로렌티노에겐 새로운 골칫거리가 생겨났다.
카를로 안첼로티를 영입하기에 앞서 면접을 진행했을 땐, 당연히 김다온의 영입을 이 남자도 환영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그와 관련한 질문도 하지 않았었다.
“카를로. 그는 우리가 1년 넘게 공들인 선수야.”
“저도 압니다. 하지만 제게도 그건 무척 중요한 겁니다. 원하지 않는 선수와 일을 할 수는 없으니까요. 만약 그를 계속해서 벤치에 두어도 된다면, 얼마든지 그를 데려오시죠.”
하마터면 소리를 내지를 뻔한 플로렌티노 페레즈는, 카를로 안첼로티가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를 화를 내며 말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부임한 지 보름도 안 된 감독과 마찰을 일으키는 것은, 늘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왔다.
그래서 그는 한 번 더 설득해보기로 한다.
“그의 영입과 베일의 영입은 별개의 문제일세. 다온을 데려온다고 해서, 베일이 영입되지 않는 일은 없을 거야.”
“그건 아무래도 좋습니다. 돈은 제가 신경 쓸 영역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제가 돈을 아껴줄 수는 있지 않겠습니까? 다니를 불러와요! 그가 제겐 더 맞는 퍼즐입니다.”
카를로 안첼로티는 김다온의 대안으로 다니엘 카르바할을 복귀시킬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플로렌티노가 생각키에, 김다온은 카르바할보다 몇 배는 더 나은 선수였다. 이미 작년 유로파에서 서로 맞대결을 하며 그것을 증명했다.
또한 이번 만남을 통해, 김다온으로 하여금 스포츠커버가 아닌 리안 스포츠를 택하도록 설득할 작업도 마쳐두었다.
단순히 들인 공만을 따지자면, 가레스 베일보다 몇 배는 더 많은 인력과 시간이 투입된 영입인 것이다.
그래서 플로렌티노는 안첼로티의 말을 따를 수 없었다.
“어쩔 수 없군요. 하지만, 제 생각은 변함이 없을 겁니다. 만약 당신이 그를 데려온다면, 돈을 땅바닥에 버리는 짓이 될 겁니다. 그럼.”
끝내 고집을 굽히지 않은 안첼로티가 사무실을 빠져나간 뒤, 플로렌티노 페레즈는 화를 참지 못하고 마호가니로 만들어진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쿵-!!
예전부터 감독과 프런트 사이에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일은 항상 있어 왔다.
그리고 그것은 종종 대화를 통해 해결이 되기도 했고, 어느 한쪽이 양보를 함으로써 막혀있던 상황이 풀려나갔다.
그렇지만 그건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특히 카를로 안첼로티처럼 ‘온화한 고집불통’을 설득하려면, 일반적인 경우보다 몇 배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하나 고집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플로렌티노 페레즈 역시, 본인의 이상인 ‘갈락티코’를 계속해서 실현하기 위해 김다온을 팀으로 데려오고 싶었다.
고집과 고집이 맞붙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사내의 자존심이란 그리 쉽게 꺾이는 게 아니었다.
특히나 성공적인 삶을 살아온 이라면, 자신의 방식에 관한 남다른 믿음이 있기 마련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변수를 만나게 된 플로렌티노 페레즈의 근심은, 점차 짜증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
[DA-ON to Chelsea? – Sky Sports/2013.07.09.(오후)]***
2013년 7월 10일. 에스토릴, 포르투갈. 루아 잉그라테라 387.
무언가 일이 하나씩 생겨날 때마다, 상황은 빠르게 변해가고 있는 것 같다.
어제 오후 영국의 미디어 ‘Sky Sports’를 통해 내가 런던에 하루 머물렀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나자, 요나스와 메이사가 전화를 걸어와 진실인지를 물어보았다.
그래서 난 그렇다고 대답했다.
주제 무리뉴를 만나고 왔다고.
그리고 그건 곧, 많은 사람을 바쁘게 만들었다.
특히, 요나스가 그랬다.
지금도 그는 아침부터 내게 전화를 걸어와, 뮌헨에서 뛰는 일이 가장 최선이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최소한 계약서는 그렇지 않아요.”
– …….
뮌헨의 계약은 보너스를 포함했을 때 18만 유로의 수준이지만, 세금을 제할 경우 그 수준은 절반 가까이로 떨어진다.
독일의 세금은 누진세 개념으로 난 최고 등급인 45%를 적용받는데, 그나마 종교가 없어 종교세가 포함되지 않아 42~43% 수준이 될 걸로 전망되고 있다.
바이에른 뮌헨의 전(前) 회장인 울리 회네스의 탈세 사건으로 세무국의 눈빛이 날카로워진 지금, 뮌헨은 다른 클럽에 제안한 세금 처리를 해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되면 사실상 주급이 1/3 심하면 1/4 수준이 된다는 것인데, 그래서 내게 뮌헨은 딱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지 못했다.
물론 펩 과르디올라와 함께하는 건, 즐거운 상상이었다.
하지만.
“차이가 너무 많이 나요. 분데스리가는 초상권도 축구 협회에서 관리하죠. 보너스라든가 이런저런 비용을 계산하면, 전 족히 네 배는 손해 볼 거라고요.”
– 그건 부정하지 않겠어. 하지만 뮌헨은 지금 방법을 찾고 있다고. 내가 말하는 건, 시간을 달라는 거야.
“네. 그럴 거예요.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손을 놓고 있지도 않을 거고요. 전 계속해서 최선을 찾아 나갈 거예요.”
내가 한국에 더 머물지 않고 일찍 포르투갈로 온 데에는, 여려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이적과 관련한 활동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하려는 게 있었다.
요즘은 에이전시가 하나에서 열까지를 전부 다 담당한다지만, 몇 가지 일을 겪은 나는 그들을 100%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 역시도 알았다.
에이전시 역시, 본인의 이익을 위해서 사니까 말이다.
사실 ‘Sky Sports’에 런던에 머물렀다는 사실을 알린 것도 나였다. 한국 쪽 대리인을 통해 메일을 보내달라고 했고, 믿을 만한 자료도 끼워 넣었다.
PSG의 백지수표 이후 협상이 크게 진전된다는 것을 보았을 때부터, 나는 이번 이적을 주도하겠다고 다짐했다.
“만약 제 마음을 돌리고 싶다면, 그들이 더 좋은 제안을 하도록 만들어야 할 거예요, 요나스.”
돈이 절대적인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라지만, 1/3이나 1/4는 너무나도 심한 차이다.
요나스도 그걸 잘 알고 있다.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중요하다는 걸.
그래서 이런 침묵이 이어지는 거다.
– 좋아. 그런데 말한 것처럼, 뮌헨은 방법을 찾고 있어.
“네. 기다릴게요.”
– 그래. 사실대로 말해줘서 고마워. 그럼 나중에 또 연락할게.
“네. 점심 먹어요, 요나스.”
– 하하. 응.
– 딸각-
요나스와 전화를 끊은 뒤, 나는 2층에서 내려와 차고로 향했다. 가족들과 함께일 때는 전혀 몰랐는데, 혼자서 지내다 보니 이 집이 얼마나 넓은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난 차고로 가, 오랫동안 운전하지 않았던 911에 올라탔다.
지금 출발하면, 아마 딱 맞는 시간에 도착할 거다.
레알 마드리드의 관계자들은 한 시간 전 공항에 도착해, 호텔에 짐을 풀고 약속한 장소로 향하고 있을 것이다.
분명 꽤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가겠지만, 내가 궁금한 것은 단 하나였다.
[“카를로는 자네를 원하지 않을 거야.”]지금 내 머릿속엔, 런던에서 무리뉴가 말했던 말이 도돌이표처럼 맴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결코 음해하는 발언을 하는 게 아니라며, 직접 레알의 관계자들을 만나 확인해 보라는 말까지 했다.
플로렌티노 페레즈 회장과 프런트의 사람들은 내게 무척 호의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감독이 나와 함께 하는 것을 원치 않을 거랬다.
이유는 그가 이탈리아인이며, 여전히 2002년의 일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랬다.
무작정 허황된 말이라고 하기엔, 나는 이탈리아가 나와 또 다른 한국 선수들에게 어떤 시선을 가지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안정환 선배님의 이야기라든가, 매년 어김없이 들려오는 2002년 월드컵의 수치에 관한 이야기들이 그들이 우리 한국인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알려준다.
실제로 내 몸값 등에 대해, 이탈리아의 언론은 90% 부정적인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다.
‘뭐, 가보면 알게 될 거야.’
만약 안첼로티가 날 원하지 않는다면, 오늘의 만남을 통해 그걸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들은 절대 진실을 말하지 않겠지만, 그걸 확인할 방법이야 얼마든지 있으니까 말이다.
익숙한 도로를 따라 움직이며, 난 상념에 빠져든다.
이제 조금씩, 내 선택지는 좁혀지고 있었다.
***
[레알 마드리드의 관계자들이 김다온을 만나 이적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 데일리 메일/2013.07.09.(오후)]***
2013년 7월 11일. 80939 뮌헨, 덕일. 베르너-하이젠베르크-알리. 알리안츠 아레나.
“손을 떼죠. 어쩔 수 없어요.”
“…….”
축구에서 루머는 항상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고, 그중 99%는 거짓이다. 그래서 클럽 관계자들은, 그런 기사들 속 진실을 찾는 일을 ‘보물찾기’에 비유했다.
하지만 전날 오후 ‘Sky Sports’를 통해 보도된 뉴스는 뒤이어 전파된 기사들을 통해 점점 더 구체화 되었다.
김다온을 무리뉴의 집 근처에 직접 내려줬다는 택시 기사의 인터뷰도 나왔고, 다비드 루이스와 프랭크 램파드 역시 목격되었다는 이야기도 줄을 이었다.
‘Sky Sports’의 기사는 쓰레기더미 속의 보물이었고, 뮌헨의 관계자들이 낙담하게 된 이유기도 했다.
슬슬 손을 떼자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 역시, 김다온의 마음이 첼시로 기우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첼시엔 벤피카에 몸을 담았던 이들이 많았고, 조만간 마티치도 런던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만약 특정 선수가 기존의 클럽과의 관계가 좋았다면, 새로운 클럽에 기존 클럽에서 뛰던 선수나 감독이 많다는 건 아주 큰 매리트가 된다.
딸깍-
“휴우~”
김다온의 영입 전에서 철수하자는 이야기로 가득했던 미팅을 끝낸 뒤, 몇 배는 더 피곤해진 루메니게가 휴식을 위해 몸을 소파로 가져간다.
그는 쓰러지듯, 그 위에 몸을 뉘었다.
‘서글프군.’
현재 그의 감정은 김다온의 영입 전 철수 때문이 아닌, 세계 최고의 클럽 중 하나면서도 정작 세계 최고의 선수를 데려올 수 없는 클럽의 한계에 기인한 것이었다.
물론 독일 스포츠계의 철학은 유스 시스템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이런 상황이 달갑게 느껴질 수는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김다온을 영입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헤르베르트 하이너가 기껏 1억 유로의 자금을 지원해 주었건만, 뮌헨은 그 돈을 제대로 쓸 수조차 없다.
이적료 싸움에서야 뒤지지 않을 수 있지만, 선수가 바라는 급료 수준을 맞추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펩에게 말할 핑계를 준비해야겠군.”
천장을 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린 루메니게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로 돌아온다.
프리시즌이 가까워진 지금, 그는 해야 할 일이 많다.
그런데 바로 그때, 눈앞의 휴대폰이 울렸다.
부르르르-
“…….”
루메니게는 그것이 아레나 11의 것임을 알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보나 마나, 영입을 재촉하는 전화일 것이다.
지금은 그걸 받을 기분이 아니었지만, 루메니게는 프로다움을 잃지 않고 뮌헨의 회장으로서 본분을 다하기로 한다.
“Hallo?”
– Hallo. 재촉하는 것 같아서 죄송하지만,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가 궁금해서요.
역시나 예상대로, 이 전화는 김다온의 영입을 재촉하는 것이었다. 살짝 인상을 찌푸렸던 루메니게는 거짓말을 하는 대신, 솔직한 입장을 이야기한다.
포기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것도 있을뿐더러, 혹시 에이전시 쪽에서 생각이 있을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정말 실낱같은 희망일 뿐이었지만, 이번엔 그 실낱같은 희망이 루메니게를 비췄다.
– 제게 한 가지 생각이 있습니다.
“? 들어보죠. 뭐죠?”
축구계는 한때 ‘돈을 얼마나 쓰느냐’가 중요한 문제였지만, 이젠 ‘어떻게 쓰느냐’가 더욱 중요한 일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아레나 11의 요나스 보럽은 카를-하인츠 루메니게에게 영감을 준다.
– 그들을 이용하죠.
“그들?”
흥미진진한 요나스 보럽의 이야기를, 루메니게는 몇 분 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고 듣고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