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55)
254화
「축구에서 어떤 이적은, 도미노 현상에 의해 결정되기도 한다. – 헨리 윈터」
***
2013년 7월 18일. 맨체스터 M11 3FF, 영국. 애쉬튼 뉴 로드.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
“첼시 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것 같아요.”
“…….”
“주제와의 만남이 결정적이었죠. 그가 마음을 샀어요. 그 빌어먹을 미소와 재미없는 위트로 말이죠.”
“…….”
맨체스터 시티의 회장 칼둔 알 무바라크는 듣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에 인상을 찌푸렸다.
지난 10일 맨체스터 시티가 김다온에게 세 번째 계약서이자 최종 조건이 담긴 문서를 전달한 이후, 들려온 소식이라곤 온통 부정적인 것들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조건은 분명 자신들이 압도적으로 좋았다.
하나, 김다온은 점점 맨시티의 손을 벗어나는 중인 것 같다.
스텔라와도 대화가 끊겨버린 지금, 칼둔은 본인들의 영입전략이 잘못 되었을 수도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이런 건 참 싫어. 우리가 탐냈던 선수를 다른 EPL의 클럽에게 빼앗긴다는 것 말일세.”
“네. 그래험 백작도 실망하겠군요.”
“후우~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문제였지?”
칼둔과 스튜어트 톰슨은 김다온의 영입전략을 처음부터 되짚어갔다.
치키가 어느 날 스카우트 팀을 꾸렸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산책을 겸해 건물 내를 걸어 다니던 칼둔 알 무바라크가 그들의 사무실을 급습(?)하며 김다온을 처음 알게 되었다.
이후는 일반적인 스카우트 과정이었다.
“그러다 펩이 느닷없이 끼어들었지.”
FC 바르셀로나 보드진과의 정치싸움에 싫증이 난 펩 과르디올라가 별안간 재계약을 거부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치키는 자신의 친구를 맨시티로 데려와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하지만 2011/12 시즌은 44년 만에 리그 우승을 이뤄낸 시기였고, 이에 만족하고 있던 맨시티의 보드진은 로베르토 만치니와의 5년 재계약을 해버리게 된다.
그러나 이어진 여름 맨시티는 FFP를 피하기 위해 소극적인 이적 시장을 보낼 수밖에 없었고, 이때부터 만치니와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됐다.
리그 우승을 이끌어 냈음에도 자신이 바라는 선수를 보강하지 못한 만치니는 보드진에 매일 같이 불만을 토해냈고, 그리고 팀의 경기력과 성적 역시 답보 상태에 들어갔다.
“우린 작년 1월 로베르토를 내보내기로 했어. 그리고 그다음은 당연히 펩이었지. 실제로 영입에 거의 근접했었지 않나.”
“네. 하지만 그의 영입리스트. 그게 문제였죠.”
“…….”
맨시티/첼시/PSG와 같은 부유한 클럽들은, FFP의 규정을 최대한 피해가기 위해 UEFA의 관계자들과 기묘한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런 클럽들은 규제에 앞서, 본인들이 쓸 돈을 미리 알림으로써 FFP를 피해갈 방법을 UEFA로부터 직접 조언 받는다.
펩 과르디올라가 맨시티 측에 전달한 영입명단 역시 UEFA로 전달이 되었는데, 상대 쪽에서 들려온 답변은 이번만큼은 자신들도 어쩔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들을 몽땅 영입했다면, 우린 올여름에만 2억 유로를 썼을 거예요. 그리고 기자들이 신나서 그것을 적어댔겠죠. 그럼 자연히 우리의 지출과 FFP로 눈이 갔을 거고요.”
2년에 걸쳐 영입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펩 과르디올라는 당장 영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함께 일을 할 수 없다는 의사를 대리인을 통해 전달해왔다.
30만 유로가 넘는 주급으로 어떻게든 달래가며 시간을 끌어보기도 했지만, 봄부터 만치니가 본격적으로 선수 영입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만치니는 자신이 왜 마크 휴즈(Mark Hugh)가 싸놓은 똥을 치워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으며, 클럽이 여전히 불필요한 곳에 돈을 많이 쓴다고 말하고 다녔다.
이는 저널리즘으로 포장된 가면을 쓴 몇몇 탐욕적인 기자들에 의해 포착이 되었는데, 지난 4월부터 맨시티는 본인들의 재정적인 문제를 캐고 다니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결국 맨시티는 펩 과르디올라에게 최종 통보를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클럽이 다가올 여름에 쓸 수 있는 돈은 8천만 유로이며, 김다온을 영입하는 것에 총력을 기울일 테니 그것으로 참아달라고 말이다.
이후 펩과의 대화는 끊겼고, 그의 대리인과 창구를 유지한 채 다가올 여름 이적 시장을 준비해왔다.
“우린 지난 몇 년 동안 수억 유로를 쏟아부었지. UEFA는 기어코 망할 FFP를 통과시켰고, 그것을 통해 우리를 벌주려고 했어. 내 생각엔 지금이 그 순간인 것 같군.”
금전적인 부분으로 김다온을 만족시킬 수 없다면, 맨체스터 시티가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은 그리 많지 않았다.
마누엘 페예그리니는 좋은 감독이나, 선수들에 그와 함께 하는 것에 큰 매력을 느끼는 유형은 아니었다.
비어있는 감독직에 페예그리니가 임명되었다는 소식은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이적하는 클럽에 페예그리니가 감독으로 있다고 하여 그게 절대적인 이유가 되진 않는다는 거다.
착하고 능력 있는 것과 인기와 능력을 동시에 갖춘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만수르와 그래험에겐 내가 직접 이야기를 전달하지. 자넨 마누엘과 대화를 해보도록. 남는 돈을 그가 필요한 선수의 영입을 위해 쓰는 것을 생각해야겠어.”
“네, 그러죠.”
스튜어트 톰슨이 사무실을 빠져나가고, 가장 힘든 이를 남겨둔 칼둔이 망설임을 빠르게 거두며 휴대폰을 집어 든다.
이제부터 그는 클럽의 가장 중요한 이들에게, 1년 넘게 스카우트해 온 선수를 라이벌 클럽에 빼앗겨 버릴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전달해야 했다.
우선 그 시작은 아부다비에 있는 자신의 오랜 친구였다.
– 알루?
“알루. 날세. 듣기 좋은 소식은 아니야.”
돈은 많은 것을 해결해주고 때때로 사람의 마음마저도 살 수 있지만, 늘 그런 것은 아니다.
특히나 축구계에서는, 자본을 쥔 클럽이 아닌 그 자본을 받게 될 선수가 더욱 더 많은 권력을 쥐기도 한다.
우리는 그것을 바로.
– 그래험에겐 내가 직접 전화하겠네.
“그러게나.”
이적시장이라는 말로 부르고 있다.
***
[이적 임박? 역대 수비수 최고 이적료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김다온의 첼시 이적이 가까워졌다. – Sky Sports]***
2013년 7월 20일. 런던 SW6 1HS, 잉글랜드. 풀럼 로드. 스탬퍼드 브릿지.
요즘 첼시의 관계자들은 연일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의 상사인 로만이 행복했기 때문인데, 그는 주제 무리뉴의 임명 이후 모든 것들이 잘 풀려나가고 있다며 좋은 기분을 감추지 않았다.
그리고 하루 전, 로만은 김다온의 대리인인 스텔라로부터 개인 협상을 마무리하는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이야기를 전달받기도 했다.
첼시 측은 곧바로 월요일인 22일에 스텔라와의 약속을 잡았고, 이런 사실을 무리뉴와 선수단의 중요한 이들에게 통보한 상태였다.
한데.
“이건 배신이에요, 로만. 저는 다 들었다고요.”
“그게 아니래도.”
“아니기는요! 이 클럽은 절 밀어내려 하는 거잖아요! 전 이 클럽에서 지금까지 7년을 헌신했어요! 7년!”
김다온의 이적 임박은 매우 엉뚱한 부분을 건드리고 있었다.
“좋아요. 방법이 있죠. 세사르를 내보내요.”
“뭐? 자네 제정신인가?”
“지금 제가 제정신이 아닐 것 같아요?! 아뇨, 로만!! 전 경기 시작 전만큼이나 또렷하다고요!”
첼시 FC의 왼쪽을 담당해 온 애쉴리 콜.
그는 김다온의 영입 이야기가 흘러나왔을 때부터, 이와 관련해 우려를 표명하든 한 사람이었다.
선수단 대부분이 김다온의 영입을 반기는 와중, 콜은 유일하게 그것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고 있었다.
“이번 시즌은 제가 무척 중요하다고요, 로만! 월드컵이요! 전 내년 월드컵에 뛰고 싶어요! 그러려면 경기에 꾸준히 출전해야 하고요!”
“후우~ 뭘 어떻게 해 주길 바라나? 임대를 바란다면 그렇게 해주겠네. 그리고 계약도 1년 더 연장하겠어.”
“임대?! 오, 이런 로만! 지금 진심으로 하는 말이에요? 전 뼛속까지 첼시라고요! 이 빌어먹을 혈관에선 파란색 피가 흐르고 있다고요!”
왜 이제 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가 궁금했던 로만이지만, 곧 그는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사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김다온의 영입에 가장 앞서 있는 클럽은 레알 마드리드와 맨체스터 시티처럼 보였던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첼시의 선수들은 보드진이 김다온에게 제안한 조건을 알지 못했기에, 이런 생각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자네의 친구인 주제도 그를 원하고 있어.”
“아니죠. 그런 말은 말아요, 로만. 저랑 주제의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하지 말라고요. 다시 한번 말할게요. 녀석을 데려온다면, 세사르를 내보내고 그를 오른쪽으로 돌려요. 그리고 절 왼쪽에 넣으라고 말하라고요.”
“그건 주제가 선택할 문제지.”
“하지만 당신이 그런 상황을 만들 수는 있잖아요!!”
애쉴리 콜을 설득하는 일이 불가능에 가깝다고 판단한 로만은, 한참 전에 호출한 두 명의 사람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하나는 클럽의 감독 주제 무리뉴고, 다른 하나는 애쉴리 콜의 전담 에이전트인 조나단 바넷이다.
“잠깐만 머리를 식히게나. 곧 주제와 자네의 에이전트가 올 거야. 그리고 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20분. 20분 후에 다시 오겠어요.”
“그거 고맙군.”
쾅-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평소 선수단과 매우 밀접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선수들은 때때로 감독을 거치지 않고 직접 의견을 표시해왔고, 그것들 대부분은 문제를 야기했다.
이번 무리뉴와 협상할 때의 조건 중 하나도, 앞으론 감독을 거치지 않는 정보는 없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애쉴리 콜이 빠져나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조나단 바넷이 먼저 얼굴을 비췄다. 그는 골프라도 치다 온 듯, 골프웨어와 골프화를 착용한 모습이었다.
“애쉴리는 어디에 있지?”
“잠깐, 나갔네. 10분 정도 있다가 올 거야.”
“그렇군. 나도 나가 있을까?”
“아니. 여기에 있게. 할 말이 있어.”
“그러지.”
소파에 앉은 조나단 바넷을 위해, 로만의 비서가 음료가 담긴 페트병 몇 개를 테이블 위에 내려두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선 로만 역시, 소파로 걸어와 맞은편을 차지했다.
“이보게. 우리가 함께 일한 지 얼마나 됐지?”
“처음 알게 된 건 2003년이었지.”
“그래. 벌써 10년이 됐어. 그동안 우린 제법 잘 지냈지. 서로가 필요한 것을 어느 정도 맞춰주면서, 때로는 어느 한쪽이 양보하기도 했었단 말이야.”
“……무슨 꿍꿍인가?”
말을 빙빙 돌리는 로만을 보며, 그에게 숨은 의도가 있음을 알아챈 바넷이 곧바로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입맛을 다신 로만이 이렇게 말을 한다.
“애쉴리가 임대를 가도록 설득해주게.”
“뭐? 그건 불가능하네.”
“급료는 우리가 전부 부담하겠어. 그리고 계약 기간도 1년 더 연장하지. 임대에서 돌아온 뒤에, 상황을 살펴보자는 거야.”
“허-! 지금 그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 알고는 있나?”
유망주라면 또 모르지만, 애쉴리 콜과 같은 베테랑이라면 사정이 달랐다. 언제든 기량이 떨어질 수 있기에, 임대 후를 바라보자는 것은 핑곗거리가 될 수 없었다.
더구나 애쉴리 콜의 계약조건 중엔 A매치 출전을 포함한 월드컵 관련 보너스가 걸려 있었고, 스텔라 역시 그중 일부를 전달받게 된다.
현재 콜의 나이를 감안하면, 임대로 이적해봤자 첼시에서 뛰는 것만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난 자네가 세사르를 내보낼 줄 알았는데. 실제로 5월만 해도 그렇지 않았나?”
“그래. 하지만 주제가 오면서 상황이 바뀌었지.”
무리뉴는 아스필리쿠에타가 무한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본인이라면 그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이끌 수 있다면서 자신하고 있었다.
“현재 클럽에 있어서 가장 최선은 세사르와 다온을 양쪽 사이드백에 세워두는 거야.”
“다온과 애쉴리가 설 수도 있겠지. 세사르는 아직 젊고 배울 것이 많지 않나?”
조나단 바넷은 지금 자신이 첼시보다 우위에 있다는 점을 철저하게 이용하고 있었다.
김다온의 마음이 첼시로 거의 기울어진 상황인 만큼, 본인들이 챙길 수 있는 것을 최대한 많이 가져가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로만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러시아의 올리가르히는, 본인이 불리한 상황에 처해 부탁을 하는 일에 익숙지 않다.
“주말 내에 답을 정리해주어야 할 겁니다, 로만. 안 그러면 저도 이것저것 말하고 다닐 수밖에 없어요.”
“…….”
딸깍-
다시 돌아온 이후에도, 애쉴리 콜은 본인의 요구 사항을 전혀 굽히지 않았다. 오히려 전보다 더욱 흥분하여, 날 선 말들을 쏟아붓고 나서 사라졌다.
그렇게 한차례 폭풍이 휩쓸고 난 자리에, 차에 문제가 생겨 늦어진 무리뉴가 도착한다.
“애쉴리는?”
“갔네. 월요일까지 답을 달라더군.”
“그랬군.”
익숙한 사무실 안을 걸은 무리뉴가 로만의 맞은편에 앉는다.
그러자, 첼시의 구단주는 곧장 불만을 토로한다.
“저들은 도무지 바뀌지 않는군. 물러날 때가 되었다는 것을 모르는 이들이 많아. 지난 시즌의 애쉴리는, 자네가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선수였네.”
“그래. 스텔라는 뭐라고 하던가?”
“본인들의 상황을 아주 잘 알고 있더군.”
“큭큭큭. 자네를 곤란하게 했나 보군.”
“조나단 베넷은 뱀 같은 인간일세. 유리한 곳에 들러붙어서 피를 빨아먹으려고 들지. 앞으로도 계속 그와 일해야 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야.”
로만이 선수단과 친하게 지낸 이유 중에는, 에이전시를 거치기 싫다는 부분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런 면은 긍정적인 것이라 무리뉴도 존중하고 있었지만, 득보다 실이 더 많은 일이라 본인이 계약한 기간만큼은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무리뉴 역시 에이전시란 족속들을 싫어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에이전트를 직업상 파트너가 아닌 친구로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동시에, 로만의 친구기도 했다.
“이보게, 로만.”
“뭔가?”
“조르제를 끼워 드리는 건 어떻게 생각하나? 다온이 그와 일하게 만드는 것 말이야.”
“하- 퍽이나.”
“?”
로만은 과거 조르제 멘데스와 통화한 내용을 말해주었다. 김다온은 제스티후티의 철학과 맞지 않으며, 그래서 그와 계약하는 것에 관심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무리뉴가 알던 것과는 달랐다.
“그럴 리가. 조르제는 그에게 무척 관심이 많아.”
“뭐?”
“실제로 그를 직접 만나러 리스본으로 찾아가기도 했지. 하지만 미팅 이후에, 그가 거부를 했다더군.”
“……왜지?”
“글쎄. 그것은 본인만이 알지 않겠나? 한 번 대화라도 해보지 그러나. 아니면 내가 직접 전화를 걸어 물어볼 수도 있어.”
조르제 멘데스와 제스티후티가 첼시 FC와 같은 클럽에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가 선수와 클럽의 경계에서 교묘한 줄타기를 할 줄 아는 남자였기 때문이다.
사실상 멘데스는 에이전시의 의미를 재창조 하고 있었는데, 그는 선수의 편에만 서는 게 아닌 말 그대로의 중계인으로서 양쪽 모두의 이득을 극대화 시켜주고 있다.
2011년 도옌 스포츠(Doyen Sports)라는 사실상의 위성 에이전시를 새롭게 만든 이유도, 유럽 클럽에 폭리를 취하는 남미의 TPO를 대신해 본인이 직접 TPO를 이끌어 클럽의 부담을 줄여주고자 하는 의도가 숨어 있었다.
대신 유럽 클럽은 비슷한 수준의 선수라면 항상 도옌 스포츠의 선수를 우선순위로 두어야만 했다.
선수에게도 도옌 스포츠는 평생 쫓아다니는 써드파티가 아닌, 빅리그 진출 1회에 한정한 써드파티의 개념이라 훨씬 더 나은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었고 말이다.
이를 통해서 이미 멘데스는 네덜란드와 포르투갈에 많은 선수를 공급 중이었고, 향후 이들이 빅클럽으로 이적함과 동시에 제스띠후티는 선수를 흡수하게 된다.
조르제 멘데스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일이, 점점 더 유럽의 클럽에 중요해지고 있는 이유다.
향후 선수 수급에 있어, 조르제 멘데스와 그의 에이전시. 또 그가 이끄는 네 개의 써드파티 사단은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거다.
그리고 천만 다행히도, 로만은 항상 멘데스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스텔라로부터 녀석을 빼내야 되겠어.”
“그렇게 하게나. 그럼 난 이젠 그만 가보도록 하지.”
“그래. 알겠네.”
현재 김다온은 계약된 에이전시가 없다.
그러니, 막바지에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하이재킹은 꼭 클럽과 선수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선수와 에이전시 사이에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니까 말이다.
무리뉴가 떠난 뒤, 로만은 곧장 멘데스에게 전화를 걸어 시간을 내어줄 수 있는지를 물었다.
– 일요일에 마르베야에서 골프를 치기로 했네.
“그런가. 바로 가도록 하지.”
김다온의 계약 성사가 가까워진 지금, 로만은 자신이 취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이득을 가져가려고 한다.
‘이것만큼은, 내 마음대로 해야 되겠어.’
익숙지 않은 상황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첼시 FC의 구단주가 새로운 선택을 하도록 만들고 있다.
***
2013년 7월 21일. 에스토릴, 포르투갈. 루아 잉그라테라 387.
독일에 다녀온 이후, 나는 하루가 멀다 하고 단테의 전화를 받았다. 조금 더 정확히는 리베리나 뮐러 혹은 람과 같은 선수가 통화를 재촉한 것뿐이었지만 말이다.
그들은 내게 계속 뮌헨에서 뛰자고 권유해왔는데, 뮐러는 이런 식으로 말을 하기도 했다.
[“설명서 하나론 부족해. 최소한 둘은 있어야지!”]펩 과르디올라의 철학은, 여전히 뮌헨의 선수들 대다수에겐 어려운 부분인 것 같았다.
하지만 난 그럴 때마다, 뮌헨으로 향하는 일이 나 스스로 안주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가 걱정된다고 했다.
[“그게 제 유일한 걱정이거든요.”]난 지금까지 차례대로 PSG, 맨체스터 시티, 레알 마드리드를 선택지에서 제외시켜 왔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남겨둔 첼시와 바이에른 뮌헨을 이틀 전 오후까지 고민했다.
보너스와 스폰서 계약 등으로 총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이 맞춰졌고, 감독의 매력도 내가 볼 때는 비슷했다.
무리뉴와 펩 모두 내게 주전 자리를 보장함과 동시에, 나를 어떠한 식으로 활용할 것인지를 말해줬다.
첼시에서 나는 왼쪽 풀백으로 뛰며 벤피카에서 했었던 것과 비슷한 일을 하게 될 거다. 이것은 연속성과 익숙함이라는 측면에서 경기력을 발휘하기 편한 부분이었다.
그리고 뮌헨에서는 좌우 풀백과 6번(DM) 모두에서 뛰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전부 다 뛰어본 포지션이긴 하지만, 특정 포지션에 붙박이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훨씬 더 어려운 일.
하지만.
‘매력적이기는 해.’
지난 6월 대표팀에서 뛰며, 나는 중앙미드필드에 선다는 게 얼마나 색다른 시각을 안겨다 주는지를 경험했다. 그것은 축구를 새롭게 보게 했고, 몰랐던 것을 알려줬다.
그렇지만 난 풀백 포지션에 애착이 있고, 오래 전부터 이 2번(사이드백) 자리에서 최고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해왔다.
결국, 감독의 매력과 클럽에서의 역할 및 주전 보장에 있어서도 첼시와 뮌헨은 대등했다.
그렇다면 그다음.
집.
나는 17일 밤, 에이전시로부터 런던과 뮌헨에서 머물게 될 집을 사진으로 받았다.
양쪽 모두, 경기장과 훈련장에 접근하기 쉬운 곳에 있었다.
다만 런던의 경우엔 고급 아파트였고, 뮌헨은 정원이 딸린 2층짜리 고급 주택이었다.
이를 위해 첼시는 가정부 한 사람. 그리고 뮌헨은 한 명의 가정부와 두 명의 관리인을 별도로 고용해 편의를 돌봐주겠다고 했다.
혼자 살기엔 아파트가 편할 것 같으면서도, 나는 커다란 차고를 가질 수 있는 주택 역시 마음에 들었다.
이것도 동률.
또 다음.
‘이게 결정적이었지.’
첼시를 최종 목적지로 선택한 이유는 다름 아닌, 현재 클럽의 위치와 리그에서의 경쟁력이다. 뮌헨은 안정적인 챔피언스리그 진출로 날 유혹했고 또 실제로 거기에 넘어갈 뻔했지만, 결국 흐름 자체는 벤피카와 다르지 않을 것 같았다.
반면 EPL은 매년 우승 클럽이 바뀐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변수가 많은 곳이라, 그 점이 무척 매력적이었다.
또 EPL 클럽과 경쟁하며 느꼈던 빠른 템포와 거친 플레이들도 내겐 장점으로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유일한 걸림돌이라면.
‘이건데 말이야.’
바로, 푸른색 유니폼이다.
난 지금, 중학교 때 입었던 유니폼을 보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난 애초부터 푸른색이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모두 말이다.
그러니, 어색할 이유는 없다.
“다했다-!!”
지난 이틀 동안, 난 집으로 돌아오고 나면 당장 쓰지 않을 짐들을 하나씩 포장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이사 역시, 첼시 쪽에서 처리해줄 것이다.
“그럼, 이번엔…….”
옷가지를 전부 상자에 넣은 나는, 이번엔 벤피카에서 뛰며 모아둔 보물들을 정리하기로 했다.
해트트릭을 기록했던 날 받은 축구공이라든가, 특별한 날에 신었던 축구화와 유니폼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것들 역시 이사 업체에서 알아서 해주겠지만, 어차피 이 큰 집에서 할 일도 없고 또 뭔가 직접 하는 게 마음이 조금 더 편안했다.
특별히 어려운 일도 아니고.
“EPL로 갈 거야~♩ EPL에서 뛸 거야~♪”
말도 안 되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난 거실 바닥에 앉아 축구공의 바람을 빼고 그것을 포장지에 조심스럽게 말아 상자 안에 집어넣는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때.
부르르르-
부르르르-
“응?”
바닥에 놓아둔 휴대폰이 울리면서, 화면이 번쩍거렸다.
고개만 움직여 그것을 보니, 번호만 표시되어 있다.
모르는 번호.
그리고 외국.
‘뭐지? 첼시인가?’
앞에 뜬 국제 번호가 잉글랜드의 것이라는 생각에, 난 첼시의 관계자일 거라고 생각해 전화를 받기로 했다.
기왕이면, 영어로 해야겠지?
“Hello?”
뭐 대단한 일을 했다고, 기분이 괜시리 뿌듯했다.
그리고 곧이어, 반대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 다온?
“Yes?”
– 반가워요. 그리고 전, 당신에게 해 줄 말이 있어서 전화를 걸었어요.
포르투갈어?
“누구세요?”
– 그건 말할 수 없어요. 다만, 당신에게 중요한 말을 해주죠. 첼시는 당신과 스텔라의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할 거예요.
“네?”
이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잠깐, 난 멍한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도, 매끄러운 여성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온다.
– 그들은 당신의 계약을 제스티후티로 넘기길 원해요. 무리뉴는 이미 그의 고객이고, 당신도 첼시와 멘데스의 사이를 알죠? 그리고 그들은 그것을 위해 도옌을 이용할 거예요. 사람들은 독립된 에이전시로 알고 있지만, 거긴 사실 제스티후티의 위성과도 같죠. 또 하나. 스텔라도 한때 맨시티에 넘어가 당신을 속이려고 했다는 걸 기억해요. 그들 모두, 믿을 만한 사람들은 아니니까. 그리고 당신 메일로 다른 내용들도 보내놨어요. 차우.
딸깍-
“…….”
이건 또 무슨 일일까?
이제야 겨우, 뭔가 정해진 것 같았는데.
그렇지만 워낙 많은 것들을 보고 들어온 최근인지라, 난 의심에 앞서 2층으로 올라가 노트북을 열고 메일을 확인하기로 했다.
딸깍-
급하게 만든 것처럼 보이는 구글 계정으로 도착한 메일 안에는, 한 에이전시가 최근 추진하고 있는 사업 내용과 그 관련으로 주고받은 문서 및 통화 내용들이 담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모두.
‘와우.’
내가 억지로 잊고 있던 것들을 빠르게 떠올리도록 만들었다.
***
작가의 말 ? 토요일에 이적이 끝나고, 월요일부터 새로운 클럽 이야기입니다. 적당히 잘라내면서도 할 이야기는 해야 해서 이적 관련은 분량이 크게 늘었지만, 이후는 다시 기존의 분량 수준으로 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