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56)
255화
결국, 모든 것은 지난날 본인이 굴렸던 쇠구슬 하나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지금 이 순간, 스텔라 그룹의 CEO 조나단 바넷의 머릿속에는 이유가 없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생각 밖에는 들어있지 않았다.
과거 지난 날, 조나단 바넷은 김다온의 앞에서 자신이 조르제 멘데스나 미노 라이올라와는 다르다는 말을 했었다.
그것은, 거의 모든 부분에서 진실이었다.
다만, 한 가지.
‘당했군.’
그와 저 두 명의 슈퍼 에이전트에겐 꼭 닮은 공통점이 있었다.
.
.
런던 W1K 4HS, 잉글랜드. 61-63 브룩 스트리트, 그라운드 플로어. 스텔라 그룹 런던 본사.
스포츠 산업의 어두운 일면을 알고 있는 이들은 항상, 에이전시를 ‘합법적인 형태를 띤 인신매매 집단’이라는 말로 표현하고는 했다.
여전히 음지(陰地)에 있는 어리거나 불우한 이들의 미래를 돈으로 담보 잡아, 그들의 자유를 구속했기 때문이다.
흔히 이런 이들은 써드파티(TPO)로 잘 알려져 있지만, 유럽 축구계가 스카우트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곳에 투자를 시작한 건 대략 2년쯤 전부터였다.
늘 앞서나갔던 조르제 멘데스가, 도옌 스포츠라는 위성 회사를 설립해 본격적인 선수 장사를 시작했던 것이다.
그들은 네덜란드와 포르투갈 리그를 타겟으로 삼으며, 남미를 중심으로 한 어린 선수를 두 리그에 공급했다.
이로 인한 성과는 매우 즉각적이었는데, 스포르팅 CP의 마르코스 로호. 현재 레알 마드리드로의 이적이 점쳐지는 카세미루(Casemiro).
또 FC 포르투의 엘리아큄 망갈라와 작년 여름 랑스에서 세비야로 이적한 조프레 콩도그비아(Geoffrey Kondogbia)등이 도옌 스포츠의 고객이었다.
그렇게 어려워 보인 빅클럽 혹은 중간단계 클럽으로의 이적을 수월하게 해내기 시작하자, 자연스럽게 유럽의 젊은 유망주들이 도옌스포츠에 관심을 지니기 시작했다.
창립자 겸 CEO인 넬리우 루카스(Nelio Lucas)는 현재 가장 주목받는 에이전트로 도약했고, 근래엔 레알 마드리드의 백업 공격수 알바로 모라타(Alvaro Morata)가 기존 에이전시와의 계약을 파기하고 도옌의 새로운 고객이 되었다.
그리고 다른 유럽의 명망 있는 에이전시들은, 도옌의 경우를 그들의 새로운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고 있었다.
도옌이 제스티후테의 위성 회사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함구하고 있는 이유 역시, 자신들이 같은 일을 함으로써 더욱 많은 것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에이전시가 감당하기엔, 축구 유망주는 지금도 매시간마다 세계 곳곳에서 튀어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당연히, 스텔라 역시 그에 뛰어들었다.
최근 스텔라는 망해가는 네덜란드의 에이전시 두 곳을 사들이는 한편, 그들과 계약 되어 있던 수많은 스태프와 선수들과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해 버렸다.
업무 윤리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일이었지만, 네덜란드 본토에 있는 회사를 네덜란드 령(領) 아루바로 옮기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졸지에 직업과 에이전시를 잃게 된 이들로부터 성토를 받는 것 역시, 스텔라가 감당할 부분이 아니었다는 점도 컸다.
이렇게 아루바로 두 개의 회사를 옮긴 뒤, 스텔라는 곧바로 본인들 소속의 선수 다수를 위성 에이전시로 이동시키는 작업을 진행했다.
아루바는 대표적인 조세 피난처로 법인세가 영국의 1/7 수준으로 저렴하기에, 유망주 수준의 선수들을 옮김으로써 세금을 크게 절약할 수 있었다.
동시에 바넷은 공문을 보내어, 두 개의 에이전시가 앞으로 기준점으로 삼을 영입 기준점을 알려주었다.
바로 그 이야기가 지금, 수화기 너머로부터 들려오고 있다.
– 집이 하루 한 끼만 해결한다면 10만 유로. 단, 부모가 아무것도 모른다면 절반이면 충분함.
– “······.”
– 부모의 무지는 무척 중요한 부분. 부모가 멍청할수록, 상품을 구매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낮아진다. 저는 이 상품이란 단어도 마음에 안 들어요.
“······.”
– 어린 상품의 부상은 반드시 감가상각을 고려할 것. 6개월 이상의 치료와 재활을 필요로 하는 상품은 폐기처분 한다. 와우. 더 읽어 드려요?
김다온의 친구인 안드레 고메스는 어린 시절, 아들을 FC 포르투로 입단시켜주겠다는 남자와 단돈 1만 유로에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그는 안드레 고메스의 소유권을 지니게 된 피터 림의 밑에서 일하는 직원이었고, 현재는 도옌 스포츠의 에이전트로서 연 수백만 유로를 벌어들이는 남자가 되었다.
그리고 당시 안드레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 아파했던 김다온은 지금, 수화기 너머에서 분노하고 있다.
화가 드러나지 않아, 더욱 무섭게 느껴지는 분노를 말이다.
– 안드레는 이런 사람들 때문에 18살까지 월급을 한 푼도 받지 못했어요. 그래서 매번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죠.
“······.”
– 그런데, 어떻게 제가 그런 사람들이랑 일을 하겠어요. 안 그래요?
– “······.”
통화를 걸어온 김다온이 ‘스포츠 시티’와 ‘스펙터 스포츠’라는 이름을 입에 올린 순간부터, 조나단 바넷은 지금까지 단 하나의 단어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최초 김다온을 만났을 때의 거물은, 더는 이곳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세상에 밝히고 싶지 않았던 일면을 보여주게 된 평범한 중년 남성이 자리에 앉아있을 뿐이다.
– 전 관두겠어요. 첼시 쪽에는 당신이 말해요. 이럴 줄 알았다면, 스포츠 커버에게 EPL을 맡길 걸 그랬나 봐요. 그것도 뭐 제 실수겠지만요. Goodbye.
– 딸깍-
Goodbye.
Bye와는 다르게 영원한 이별을 말하는 단어였다.
전화가 끊기고 나자, 조나단 바넷의 몸은 쪼그라든 풍선처럼 줄어들어 의자에 깊이 파묻힌다.
이런 바넷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한 가지의 생각뿐이다.
카르마(Karma).
김다온의 모국에서는 이를 업보(業報)라고 부른다.
원인은 행동을 불러일으키고 또 그 행동은 결과를 만든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는 곧바로 옷을 갈아입곤, 스스로에게 원인이란 새로운 이름을 붙인다.
인간의 삶을 선택(원인/행동)과 결과의 연속이라 표현하는 것처럼, 카르마야말로 인류의 삶을 가장 명확하고 간단하게 묘사해주는 마법의 단어인지도 모른다.
‘당해버렸어.’
바넷은 잠깐 김다온이 어떻게 그런 정보를 얻었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영원한 비밀은 없다지만, 꽁꽁 잘 감춰둔 것들은 사람들의 시야 밖에 오랫동안 머무르기도 한다.
스텔라는 이번 일을 추진하기 위해 18개월 동안 특별한 팀을 꾸려 일해 왔고, 심지어 회사 내부에도 들키지 않으려 스코틀랜드에 따로 사무실을 만들기까지 했다.
그것들은, 최소한 스텔라 그룹이 존재하는 날까지는 세상에 공개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한데 그것을, 현재 에이전시에게 가장 중요한 고객 중 하나가 가지게 되었다.
대체, 어떻게?
바넷은 순간, 이것을 고민했다.
그리고 그 답은 너무나도 쉽게 나왔다.
맨체스터 시티.
김다온의 첼시 이적이 임박했다는 소식은 분명, 맨체스터 시티의 귀에도 들어갔을 것이다.
그들은 과거 자신이 제스티후테로부터 김다온을 가로채려고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 말은 어쩌면, 지난번 서울로 출장 갔을 때의 일도 알고 있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자신은 김다온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두 차례나 맨시티의 영입 작전을 방해했고, 수면 아래에 일들을 위로 끄집어낼 수 없었던 그들은 나름대로 복수를 계획했을 거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중요한 부분은 어떻게 맨시티가 그러한 정보를 알았느냐는 부분이었다.
“······.”
여전히 쪼그라든 풍선처럼 보이는 조나단 바넷의 두뇌는 지금, 빠르게 회전하여 에이전시 내부의 스파이를 찾아내는 일을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머릿속에 있는 모든 단서들은, 단 한 명의 사람에게로 집중되고 있었다.
드르르륵-!
테이블을 밀쳐내며 의자를 거칠게 뒤로 빼낸 조나단 바넷이 쿵쿵거리는 걸음걸이로 CEO실을 빠져나와 건물 반대편으로 향하기 시작한다.
사무실 내의 사람들이 모두 그를 쳐다보았고, 그렇게 얼마간을 걸어간 바넷은 열려있는 문 안으로 들어가며 이렇게 말했다.
“어디에 있지?”
“네?
본래라면 다른 사람이 있었어야 할 자리엔, 이름조차 외우지 못한 한 남성 직원이 앉아있었다.
바넷은 그를 빠르게 지나쳤고, 좀 더 안쪽으로 향한다.
쿵-
“마이클!!”
“으왓, 깜짝이야! 회장님?”
“WHERE IS SHE?!?!”
“??”
조나단 바넷은 자신의 심복인 마이클 보웬과 불륜관계에 있는 한 젊은 여성을 찾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마리아로, 이젠 그것이 본명인지 조차 의심하고 있는 상태였다.
“마리아라면 아까 조퇴했습니다. 몸이 조금, 좋지 않다면서요. 전 그러라고 했죠. 그게 문제가 되나요?”
“전화하게. 당장!”
“네?”
“닥치고 그냥 전화하라면 해!!”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조나단 바넷의 모습에, 화들짝 놀란 마이클 보웬이 허겁지겁 휴대폰을 꺼내 들어 화면을 만졌다.
그러나.
“응? 이게, 왜······.”
“······.”
“자, 잠시만요. 어라? 없는 번호로 나오는데요? 이건 또 대체 무슨······.”
전화는 물론이고 소셜네트워크 계정까지 감쪽같이 사라진 마리아의 모습에, 마이클 보웬은 크게 당황하고 있었다.
반면 조나단 바넷은.
“큭큭큭큭. 흐하. 흐하하하하하하하.”
“회, 회장님?”
마치 실성한 사람처럼 웃으며, 그는 생각한다.
‘마리아라고 했던가? 아니, 이젠 그것 따윈 중요하지 않아. 궁금하군. 정말 궁금해. 대체, 누구를 위해 일을 한 거지?’
에이전시 업계가 전쟁터가 된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었다. 스파이를 포함한 각종 술수가 정치판처럼 난무했고, 더 훌륭한 상품을 선점하기 위한 난장판이 심심치 않게 펼쳐졌다.
이미 훌륭하게 성장한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야 본래 그들의 업무였지만, 유망주를 선점하는 것은 조금 다른 영역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스텔라는 본인들이 심어 놓은 스파이를 통해 김다온과 제스티후테의 만남 사실을 알았다.
그러면서도 바넷은, 자신의 회사에 스파이가 있을 거라곤 추호도 생각하지 않았다.
이는 방심과는 거리가 먼, 본인의 확고한 철학에 관한 믿음이 원인이었다.
물론 결과적으론 오만이 되어버렸지만.
‘재미있군. 재미있어.’
과거 자신이 굴렸던 쇠구슬 하나가 도미노 현상을 일으켜, 천만 유로짜리의 계약을 무너뜨려 버렸다.
이것이 어찌, 재미있지 않을 수 있을까.
스텔라 그룹의 회장은, 이래서 현재의 일을 관둘 수 없다고 생각했다.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른 이들의 사고란, 일반인들의 이해로는 절대 다가갈 수 없는 영역이 분명해 보인다.
***
※ Direct Messenger
▷ 클로에 ? 전부 끝났어요. 이젠, 어쩌면 되죠?
▷ 그림자 ? 수고했네. 언젠간 자네가 쓸모 있게 될 줄 알았지. 이런 식인 줄은 몰랐지만 말이야.
▷ 그림자 ? 미국으로 가게. 이제부턴, 그곳에서 나를 위해 일해 줬으면 하는군. 보수는 넣어놨네. 주소도 곧 알려주도록 하지.
▷ 그림자 ? 아, 그리고.
▷ 클로에 ? ?
▷ 그림자 ? 프레데터의 일원이 된 것을 환영하네.
▷ 클로에 ? 그거 기쁜 말이네요. 그럼.
***
2013년 7월 22일. 1500-313 리스본, 포르투갈, 에우제비우 다 시우바 페헤이라 거리. 이스타디우 다 루스.
내가 이번 일을 통해 크게 깨달은 것들이 있다.
첫 번째, 가족 외에는 아무도 믿지 말 것.
두 번째, 축구선수로서 최고가 된다는 것은 꼭 좋은 일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것.
세 번째, 이런 추악한 일들일 이어나고 있는 세계를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팬들이 너무나도 고맙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
“제가 조금 더 단단해져야 되겠더라고요.”
“전에도 말했지만, 부쩍 어른이 된 것 같군.”
“전에도 똑같이 답했지만, 네. 그런 것 같아요.”
“하하하.”
이스타디우 다 루스의 꼭대기 층.
지금 김다온과 조르제 제수스는 에두 크루즈의 사무실 앞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중이다.
“사실 이건, 제 첫 번째 선택지가 아니었어요.”
“그래. 하지만 꼭 첫 번째 선택지가 최선이 되리라는 법은 없지. 그건 앞으로 자네가 만들어가는 거야.”
“네. 그렇겠죠.”
어제 스텔라와의 전화를 끊은 뒤, 나는 곧바로 주제 무리뉴에게 전화를 걸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깜짝 놀란 그는 무슨 일이냐며 말을 해왔고, 필요한 것이 있다면 자신이 무엇이든 로만에게 부탁해 이뤄주겠다는 식으로 말을 했다.
하지만 나는 짧은 거절 이후에 곧바로 전화를 끊었고, 계속해서 울리는 전화기를 끄며 최근엔 잘 사용하지 않았던 다른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내 다음 선택은 당연히.
“이렇게 된 거, 어쩌면 이게 운명일 수도 있겠어요.”
“그럴 수도 있지. 중요한 건, 자네의 힘으로 당당히 쟁취한 일이라는 거야.”
현재 우리 두 사람은 에두 크루즈가 통화를 끝마치고 나오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왜냐하면 그것이 곧, 나의 이적을 알리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전 다시 돌아 올 거예요.”
“알고 있네. 이미 들었어.”
“아뇨. 그 말이 아니에요.”
“?”
나는 내일 잠깐 리스본을 떠난 뒤, 모레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려고 한다. 모레 우리는 이곳에서 우루과이의 클럽 아틀레티코 페냐롤과 친선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감독님은 지금 이 날을 이야기했던 것인데, 지금 내가 한 말은 훨씬 더 먼 미래의 것이었다.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여기에서 하면 멋질 것 같아요. 물론, 아직까지 그걸 구체적으로 그려본 적은 없지만요.”
“······.”
이채를 담아 날 쳐다보는 감독님에게 미소를 띄워 보낸 뒤, 나는 다시 정면에 시선을 두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전 아직 이곳과 못다 한 이야기가 너무 많은 것 같아요. 그리고 장담하는데, 앞으로 어떠한 곳을 가든 이곳처럼 거길 사랑할 수는 없을 것 같네요.”
“그건 너무 이른 생각 아닌가?”
“하하. 네. 어쩌면 내년 이쯤엔 벤피카? 거기로 내가 왜 가? 이럴 지도 모르죠.”
“뭐라고?! 하하핫-!”
당연히 지금의 말은 농담이었고, 제수스 감독님은 커다랗게 웃음을 터뜨리셨다.
잠깐 사람들의 이목이 이쪽으로 집중 되었는데, 난 그것에 개의치 않고 대화를 더했다.
“진짜로요, 감독님.”
“······.”
“요즘만큼, 축구가 제 직업이 되었다는 사실이 느껴지는 순간도 없었던 것 같아요. 피치 위에서 늘 최선을 다하겠지만, 지금과 같은 즐거움은 없을 것 같네요.”
수많은 축구선수가, 축구가 직업이 됨으로써 잃어버리는 즐거움을 말해왔다. 나는 그것이 어른이 되어가며 잃어버리게 된 순수함 때문인 줄로만 알았는데, 지금은 그게 전혀 다른 이야기임을 알 수 있었다.
이적과 계약. 또 승패에 따른 스트레스 등.
앞으로 내가 바라보게 될 축구는 지금까지와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하루를 살아가는 일과와 훈련에 임하는 태도야 변하지 않겠지만, 이전과 같은 즐거움은 분명 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메시를 더 만나고 싶어요.”
“메시라고?”
“네. 캄노우 원정이 끝났을 때, 그가 저한테 이렇게 말을 했었거든요. 자기는 축구가 너무나도 즐거워서 참을 수 없다고요.”
분명 그는 나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떠안고 있을 것이다.
또 나보다 더 많이, 이 세계를 알겠지.
난 지금 그가, 어떻게 그런 것들을 버텨왔는지가 궁금했다.
“팬.”
“네?”
“사람은 늘 누군가에게 좋은 모습만을 보여주길 원해. 추한 일면은 감춰두고, 자기 혼자만 알고 싶어 하지. 그게 아니라면, 자신과 비슷한 사람하고만 공유하려고 하는 법이야.”
어쩐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런가?”
“네.”
“그렇군. 아무튼, 우리가 보고 있는 이 세계의 뒷면은 대부분은 공개 되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야. 하지만 그건 축구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세. 우리의 삶 속에 감춰진 그림자는 어디에든 존재하고 있어.”
좋은 모습만을 보여주길 원하듯, 마찬가지로 우리에겐 좋은 것만 보고 싶어 하는 습성과도 같은 것이 있다. 그것들은 삶을 아름답게 하고, 하루를 버틸 수 있게 해준다.
그렇지만 때론, 원치 않는 것들을 보아야 하는 순간이 닥쳐오기도 한다.
제수스 감독님은 그것을 ‘현실’이라 부른다고 했다.
“나는 늘 축구 감독과 선수가 꿈을 좇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네. 혹은 다른 사람의 꿈을 대신 꾸어주는 존재라고도 말이야. 축구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이거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누구나 전문가가 될 수 있지. 이것만큼 명쾌한 스포츠는 없네. 그래서 더, 좋은 면들만 보려고 하는 거야.”
대중적인 것이기에, 더욱 좋은 면이 두드러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참을 수가 없으면요?”
“응?”
“이 세계엔, 그림자 뒤에 숨어서 남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고요. 본인이 행복해지기 위해서요. 그걸 생각하면, 조금 화가 나요.”
“난 그걸 정의감이 있다고 표현하겠네. 하지만.”
“?”
“만약 자네가 15년 뒤에도 같은 마음이라면, 그것을 바꿀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거야. 인생의 순간은 한 번 뿐일세. 그러니 앞으로 15년은, 자네 역시 좋은 것들만 보며 지냈으면 하는군.”
제수스 감독님의 조언은, 내 마음을 훨씬 더 가볍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이런. 슬슬 끝났나 보군.”
“네.”
사무실 안쪽에서 의자가 드르륵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난 감독님과 함께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또 한 번 많은 이들의 시선이 집중 되었는데, 마찬가지로 이번에 역시 그것을 무시하기로 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너무.
‘슬퍼질 것 같거든.’
이별의 순간이 점점 더 다가오고, 마침내 굳게 닫혀있던 문이 열렸을 때 에두는 복잡한 얼굴로 우리 모두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을 했다.
“이적이 끝났네. 서류 작업이 남았지만, 이 친구는 이제······.”
그렇다.
난 지금부터,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였다.
***
▶ Transfer Contract (Portuguese VER)
.
.
【작자 주 : 이하 편의상 한글 표기】
▶ 이 적 동 의 서 (포르투갈어 버전)
-> (※중요!) UEFA 제출 버전 아님
1. 계약 주체
-> 1) 스포르트 리스보아 벤피카
(이하 벤피카)
-> 2) 푸스발-클럽 바이에른 뮌헨 e. V.
(이하 뮌헨)
2. 계약 대상
-> 김다온, 1993년 12월 16일(19세)생의 대한민국 여권을 지닌 프로 축구선수.
(이하 선수)
3. 계약 주변 상황
-> 벤피카와 선수는 포르투갈 프로 축구 협회의 규정에 의거, 2017년 6월 30일까지 계약이 되어 있음을 확인한다.
-> 뮌헨은 2013년 5월 31일 벤피카에 선수 영입에 관한 의사를 전달했으며, 벤피카는 이를 받아들여 선수와 뮌헨이 협상할 수 있도록 허락했음을 확인한다.
-> 벤피카는 선수가 복수의 클럽에 관심을 받고 있음을 미리 밝혔고, 그들과도 협상할 수 있으며 제안 수락 시 뮌헨에 알리는 내용에 합의했음을 확인한다.
-> 벤피카는 이적 과정에서 선수에게 그 어떠한 조언 및 간섭을 하지 않았으며, 모든 이적 내용은 UEFA와 양국 프로축구 협회의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음을 확인한다.
-> 선수의 권한은 뮌헨과의 계약 즉시 효력이 발휘되며, 벤피카는 선수의 계약 및 권리를 잃는 것을 확인한다.
4. 이적을 위한 조건들
-> 이적 협상 기간은 72시간(2013.07.19. ~ 2013.07.21.) 동안이었으며, 선수와 양 클럽은 양국의 리그 협회와 UEFA 또 FIFA 정한 규정을 어기지 않았음을 확인한다.
-> 선수의 이적에 앞서 2013.07.23. 하루 뮌헨의 지정 병원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실시한다. 모든 부대비용은 뮌헨이 지불하며, 만약 이상이 있을 경우 뮌헨은 위약금 없이 계약의 전면적인 취소가 가능하다.
-> 이적료는 총액 8,369만 유로이며, 일시불로 지급 될 5천만 유로를 뺀 남은 금액은 3년 동안 연 1,123만 유로씩 매년 7월 31일에 벤피카에 지급 된다. (최초 지급일 2014.07.31.)
입금 은행명 : 하이포페어아인스 은행
주소 :······.
(중략)
-> 아래의 내용은 선수의 이적에 관련된 조건부 조항이다.
(a) 뮌헨은 벤피카의 재 이적 조항을 받아들여, 추후 선수의 이적 시 발생하는 이적료의 10%를 벤피카에 전한다.
(b) 뮌헨은 2013년 8월 31일로 예정된 UEFA 슈퍼컵에 선수를 출전시키지 않는다는 부분에 합의한다.
.
.
18. 선수의 세부 계약사항 (세전)
-> 계약 기간 : 2013.07.23.~2018.06.30.
-> 선수 계약금 : £8,369,000(약 113억 원)
-> 에이전시 계약금 : £5,000,000(뮌헨/벤피카 반반 부담)
£5,000,000(선수 주급의 5% 차감)
-> 급료 : 주급 £120,000(약 1억 6,200만 원)
22. 부대 조항
-> 출전 보너스 : £37,000(약 4,995만 원)
-> 교체 보너스 : £20,000(약 2,700만 원)
-> 무실점 보너스 : £30,000(약 4,050만 원)
-> 올해의 팀 보너스 : £1,100,000(약 11억 4,850만 원)
-> 공격 포인트 옵션(리그/챔피언스 리그 한정)
? 골 : £29,000(약 3,915만 원)
? 어시스트 : £14,500(약 1,957만 원)
(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