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58)
257화
이것은 내 리스본에서의 마지막 일정이었다. 영원한 끝은 아니지만, 분명한 건 당분간은 이곳으로 돌아올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또 나는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할 생각이다.
내가 이곳을 다시 온다면,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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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24일. 1500-313 리스본, 포르투갈. 에우제비우 다 시우바 페헤이라 거리. 이스타디우 다 루스.
“이곳에 있을 수 있었던 건 아주 큰 행운입니다. 사실, 이런 대접을 받을 만큼 특별한지도 모르겠고요. 왜냐하면 저 때문에 화장실을 가지 못하고 계신 분들이 무척이나 많을 게 분명하니까요.”
{“와하하하하-!!!”}
오늘은 벤피카의 친선경기가 있는 날이고, 지금은 하프타임이다.
그리고 에두는 나를 위해 이 15분을 기꺼이 할애해 주었는데, 난 유니폼이 아닌 제대로 된 정식 복장을 갖추고 피치 위에 서 있다.
당장이라도 익숙한 유니폼을 입고 동료들에게로 뛰어가고 싶다는 욕망을 억누르는 일은, 생각만큼 무척 힘든 것이었다.
“그러니, 짧게 말하겠습니다. 제가 있었던 1년 6개월의 시간 동안, 이곳은 내내 환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럴 수 있었던 건, 바로 여러분들의 응원 덕분입니다. 저는 이제 더는 빨강이 아니게 되었지만, 제 가슴 속엔 언제나 이곳이 있을 겁니다. 이것은 영원한 이별이 아니고, 저는 분명히 언젠가 어떤 방식으로든 여기에 돌아올 겁니다. 제가 무척 뜻깊은 시간을 만들어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영원히 지난 18개월을 기억하겠습니다. Ate Mais, Amigo. Ate logo.”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져 내려오고, 난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며 손을 계속해서 흔들었다.
코끝이 빨갛게 변한 사람. 눈시울이 그렇게 되어버린 사람. 어떤 여성 팬은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그리고 난 그들에게, 아데우스(Adeus)가 아닌 아떼 마이스 또 아떼 로구라는 친구나 동료들이 서로에게 할 법한 작별 인사를 보냈다.
분명 저 사람들도, 내가 선택한 단어의 뜻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멋진 인사였네.”
“후우~ 고마워요, 에두. 저를 위해 이런 것까지…….”
“자넨 이곳에서 왕이었어. 처음에 독수리가 자네를 선택했을 때부터 늘 그랬지. 다시 돌아오게나. 여기는 늘, 자네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네.”
눈물을 흘리지 않기 위해 무척이나 노력했는데, 에두를 끌어안은 순간 코끝이 찡해졌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친구들은 보지 않고?”
“네. 후반전을 준비하고 있을 테니까요. 아까 전에 보기도 했고, 또 걔네들도 절 이해해 줄 거예요.”
“하하. 그럼. Ate Mais.”
“Sim. Ate Logo.”
에두에 이어, 나는 클럽이 관계자들과 차례대로 악수를 나누었다. 직책의 높낮음을 떠나, 지금 여기엔 무척 많은 분들이 나와의 작별 인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그들과 차례대로 악수나 포옹을 하고 또 인사를 건넨 뒤에, 난 비로소 복도를 벗어나게 되었다.
주차장으로 들어서자, 그곳에서 날 맞이하고 있었던 건 내 새로운 에이전시가 된 아레나 11의 사람들이었다.
“헤이. 어땠어?”
“힘들었어요. 어서 가죠.”
“그래.”
탁-
짧은 대화 뒤에 곧바로 차에 올라타자, 요나스와 두 명의 경호원이 차례대로 안에 탑승했다.
그렇게 우린 곧바로, 이스타디우 다 루스를 빠져나간다.
익숙한 도로, 익숙한 풍경.
낯선 장소로 향하는 것은 늘, 설렘과 기쁨보단 두려움이 조금 더 앞서는 일인 것만 같다.
“내일부터 곧바로 합류하지?”
“네. 무척 바쁠 거예요.”
“응. 그래서 나도 당분간 너한테 매진할 생각이야. 에이전시에서 명령을 받았거든.”
“명령?”
“응. 네가 뮌헨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우라고 말이야.”
“……고마워요.”
“별말을.”
앞으로 아레나에 지급해야 할 500만 유로와는 상관없이, 나는 이들과의 계약을 3년으로 정해두었다. 이번 경험을 통해, 어떻게 에이전시를 대해야 하는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아레나에서도 여전히 안달인 것이다.
보통 적응 문제는, 클럽과 선수가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다.
“사람들의 반응은요? 똑같나요?”
“응. 하지만 곧 나아질 거야. 당분간은 인터뷰도 우리가 도와줄게. 조만간 에이전시에서 선별한 미디어와 따로 대화하는 시간도 가져 볼 생각이야.”
“네. 그래요.”
현재 대외적으로 알려진 나의 이번 이적료는 5,500만 유로다. 뮌헨과 벤피카에서 동시에 같은 정보를 흘렸고, 많은 미디어들이 가짜 정보를 물었다.
동시에, 내 주급도 공개됐다.
이건 진짜다.
“본래 뮌헨의 팬들은 큰돈을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니까. 아마 당분간은 계속해서 네 영입을 두고 과소비라는 말을 할 거야.”
“괜찮아요.”
“응?”
“괜찮다고요, 요나스. 어차피, 제가 잘하면 조용해질 거예요.”
“…….
잠깐 침묵한 요나스는 내게, 그 말이 무척 어려운 것은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오해하지 마. 나는 네가 잘할 거라고 믿으니까. 내 말은 그냥…….”
“지금까지와는 다르다고요?”
“응. 바로 그거야.”
변했다라.
난 그냥 조금 솔직해지기로 한 것뿐이다.
“전 축구 선수예요. 모든 것은 피치 위에서 증명해야 하니까요. 사람들이 제 이적료가 비싸다고 여긴다면, 그게 염가라는 것을 보여줄 만큼 하면 되는 일이에요.”
돌이켜보면, 벤피카에서도 그랬다.
벤피카도 나를 위해 클럽레코드를 지출했고, 합류 초기에 사람들은 의심을 좀처럼 거두지 못했었다.
‘그러니, 특별할 건 없어.’
어느새 작아져 버린 이스타디우 다 루스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아두며, 난 조용히 눈을 감았다.
***
81479 뮌헨, 독일. 카루소베크 1C(Carusoweg 1C. 81479 Munchen, Germany).
내가 독일에서 머물게 될 집은 뮌헨 시내에서 남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솔른(Solln)과 풀라흐(Pullach)라는 인기 있는 교외 거주지의 경계였는데, 독일 마을에서나 볼 법한 집들 사이에서 내가 머무는 곳은 유일한 현대식 공간이었다.
독일의 유명한 건축가인 라르스 요스트(Lars Jost)와 자동차 디자이너로 더욱 잘 알려진 호이케 탄넨(Hauke Tannen)이 2년간 공들여 지어진 집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곳을 본 내 솔직한 생각은, 지금의 내게 딱 알맞은 공간이라는 것이다.
집을 둘러싼 높은 담장부터 시작하여, 인근에 있는 집이라곤 내 것 하나뿐인 점 역시 마음에 들었다. 뒤쪽으론 쭉 숲이 뻗어 있었는데, 집에서 이어지는 작은 산책로도 뚫려 있다.
2층으로 된 내부엔 총 6개의 방과 4개의 욕실이 있고, 알루미늄으로 된 널찍한 창문으로 종일 햇볕이 스며든다고 했다.
“당케 쉔. 당케.”
짐을 날라준 직원들에게 고맙다고 말을 한 뒤, 난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곤 대충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는데, 오크 나무와 도자기 석기로 만들어진 바닥은 냉난방에 최적화되어 있었다. 손으로 바닥을 만져봤는데, 느낌이 무척 마음에 든다.
‘좀 둘러볼까?’
집의 구조에 관한 설명을 해주던 이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난 1층 한쪽부터 천천히 살폈다.
아직 방을 어떤 용도로 쓸지는 정하지 못했는데, 욕실의 유무에 따라서 결정을 해볼까 한다.
딸깍-
1, 2층에 있는 화장실 중 2곳에 욕조가 있었는데, ‘MICHEL’이라는 독일 최고급 브랜드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했다. 튼튼한 것은 물론, 위생적인 측면에서도 단연 으뜸이란다.
외에도 1층부터 꼭대기까지 이어지는 굴뚝이 있었는데, 겉으론 1960년대의 감성을 담고 있으나 내부에는 최첨단 기술이 쓰였다고 했다.
분산형 환기 장치랬던가?
아무튼.
자칫 삭막해질 수 있는 공간을 아늑하게 만들어주는 느낌이라, 난 집에서 이 굴뚝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스르륵-
“오-! 소리 안 나!”
그리고 굴뚝과 연결된 면에는,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돕는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진짜 금은 아니지만 금빛의 재료를 사용해 만들어졌고, 무엇보다 소음이 전혀 없었다.
스르륵-
창문을 열어도 이것보단 소리가 더 크게 나겠다는 생각을 하며, 난 개인적인 공간이 될 2층에 올라섰다.
내가 쓸 방은 가장 크고 마찬가질 가장 큰 욕실이 붙어 있는 곳인데, 외의 방 두 개는 옷이나 신발과 같은 것들을 놓아두는 용도로 쓸 생각이었다.
침실로 들어서자, 방의 1/3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침대가 눈에 들어왔다.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사보아(Savoir)에 특별 제작 주문해 만든 것으로, 본래라면 이것은 내게 특별한 옵션을 제안한 헤르베르트 하이너 회장의 딸 부부에게 향할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뮌헨을 결정하자마자 하이너 회장은 침대를 이쪽으로 보냈고, 대신 딸 부부에겐 3주를 더 기다려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가격을 묻진 않았지만, 아까 홈페이지에서 본 바에 따르면 가장 싼 사보아 제 침대가 3만 유로대 후반이었다.
평균적인 더블 사이즈가 그 정도였으니, 아마도 이건 10만 유로를 훌쩍 넘어갈 거라고 본다.
“…….”
잠깐 침대에 누워본 나는, 새삼스럽게도 나의 현재에 잠깐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 가난했던 내가.’
만약 누가 4년 전에 내가 가까운 미래에 1억짜리 침대에서 매일같이 잠잘 거라고 말했다면, 난 그 사람을 필시 미쳤다고 했을 것이다.
고품질의 미네랄 캐스트로 만들어진 안토니오 루피(Anotonio Lupi)의 세면대에서 얼굴도 잠깐 헹궈본 나는, 다시 침실을 빠져나와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이번 목적지는 지상 아래다.
스르륵-
커다란 대문을 통과하게 되면, 오른쪽으로 연결된 길이 지하로 뻗어 있다. 그리고 거길 왼쪽으로 회전해 아래로 계속 향하다 보면, 곧 넓은 공간이 펼쳐지게 된다.
그게 바로 여기.
‘와우. 끝내주네.’
영화 배트맨에서 보았던 공간을 연상케 하는 지하주차장은 총 7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데, 현재 이곳엔 총 4대의 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한 대는 진즉에 포르투갈에서 보낸 911이고, 다른 두 대는 뮌헨의 지분을 가진 두 명의 CEO가 보내온 것이었다.
바로 아우디의 R8 스파이더와 폭스바겐의 카르멘 기아다. 특히 이 내게 배달된 이 카르멘 기아는 1996년 12월 16일에 공정을 통과해 제품으로 나온 것이랬다.
뮌헨이 날 영입 대상으로 때부터, 폭스바겐의 회장 마르틴 빈터콘(Martin Winterkon)이 전 세계를 뒤져 찾아낸 물건이라고 한다.
약 2주 만에 미국의 한 남부 도시에 있던 것을 찾아내어 독일로 공수. 폭스바겐이 자랑하는 최고의 엔지니어들이 달라붙어 새것처럼 만들었다.
정성이 워낙 대단했던지라, 실제 가격이 더 나가는 R8 스파이더보다 이것에 조금 더 애착이 갔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가장 평범한 차.
아우디에서 제공한 이 A4는 뮌헨 선수단 전체가 받는 것으로, 훈련장이나 경기장 출퇴근 시에는 반드시 이 차량을 이용해야만 했다.
난 와이퍼와 차 앞 유리 사이에 끼워진 편지 하나를 집어 들었다.
“…….”
[환영합니다. 이젠 당신도 뮌헨의 가족입니다.]“후후.”
클럽이 보내온 짧은 글귀를 보며, 난 흐뭇하게 웃어 보였다.
이젠 대충 집을 둘러보는 일이 끝난 것 같다.
어느새 해는 떨어졌고, 달이 떠오른 뮌헨의 하늘은 리스본에서 보던 것과는 또 달랐다.
숲이 인근에 있어서인지, 날벌레가 날아다녀 얼른 다시 집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밖에 못 먹었잖아?’
내가 뮌헨을 최종 선택지로 알린 시점부터 겨우 60시간 만에 이 모든 놀라운 일들을 해낸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리페르 제(製) 냉장고 안에 먹을 것도 잔뜩 넣어뒀다고 했다.
그런 것들 역시 구단에서 주는 계약금 안에 몽땅 포함되어 있는 것이라나?
물론 집은 내가 정상적인 가격을 부담하고 구매한 것이다. 그 돈만큼을 빼고 계약금을 받게 될 예정이며, 아마 말일쯤 입금이 될 거라고 본다.
그렇게 냉장고 손잡이의 문을 쥐었을 때.
띵-동!!
“응?”
리스본 집에서 듣던 것과 전혀 다른 종류의 벨 소리가 커다란 공간 안에 울려 퍼졌다.
집안 총 6곳에 인터폰이 달려 있는데, 그중 하나는 냉장고 바로 옆에 있어 곧바로 밖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그러자 며칠 전에 보았던 얼굴이 차창 밖으로 몸을 잔뜩 빼낸 채, 손을 흔들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토마스 뮐러다.
“어…… 토마스?”
[문 열어!!! 우리가 왔다!!!!]“뭐라고??”
[문 열라고!!! OPEN THE DOOR!!!!]아, 그렇지 참.
당연한 걸 가지고.
열쇠 모양의 버튼을 누르자, 집 밖에서 육중한 무언가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곤 곧바로 밖으로 나가 손님들을 마중했는데, 토마스 뮐러의 차량 뒤로 두 대의 차가 더 안으로 들어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마당엔 손님들이 주차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 거기엔 세 대까지 주차가 가능했다.
[와-우!! 집 X나 끝내주잖아!! 아, 이거 선물.]“!!”
묵직한 무언가를 내게 건넨 뮐러가 멋대로 집 안으로 들어서려 했는데, 다급해진 나는 뒤를 돌아 얼른 그를 따라잡으려고 했다.
그런데.
“응?”
토마스 뮐러는 놀랍게도, 정확한 장소에서 신발을 벗고 있었다.
[너희 나라는 이렇다며? 미리 공부해뒀어. 그래서 애들한테 발도 깨끗이 씻고 오라고 했지. 이거 비밀인데, 바스티안이 발 냄새가 엄청 독하거든.]내가 알아들을 수 있었던 것.
바스티안. 그리고 뭔가 구린 냄새를 맡는 표정.
‘대체 무슨 뜻이야? 집에서 냄새나나?’
말을 끝마치고 뒤돌아선 뮐러가 실내화까지 제대로 신으며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곧바로 등 뒤에서 줄줄이 사람들이 나타났다.
[여어- 집 좋은데?]찰싹-!
“윽-!”
뒤통수를 후려친 뒤에 휘파람을 불며 안으로 들어선 것은 프랑크 리베리다.
그리고.
[방금 들었어. 참고로 나. 발 냄새 안 나.] [아니긴! 네 발 냄새는 함부르크에서도 맡을 수 있을 거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대체 냄새가 어떻게 이곳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도시까지 갈 수 있다는 건데?] [비유잖아, 멍청아! 비유!! 좀 알아들어!] [난 비유가 싫어! 몇 번이나 말해!]지금 티격태격하면서 안으로 들어선 둘은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와 마누엘 노이어였다.
[미안. 그러니까. Sorry.]“……응.”
그 두 사람을 따라 내게 사과하고 안으로 들어선 사람은 토니 크루스(Toni Kross).
또 그다음으론.
[하하. 재미있지? 쟤네들 다 좋은 애들이야. 아 참. 너 아직 독일어를 못하지. 그런데 자꾸 이렇게 말을 하게 된다니까? 오-! 이것 봐. 지금도 그렇잖아. 하하핫!!]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호탕하게 웃으면서 내 어깨를 팡팡 두들긴 사람은 필립 람이다.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분명 문은 내가 열어준 건 맞는데.
[우-와!! 이거 뭐야!! 집에 엘리베이터가 있어!!] [타보자! 타보자!!] [지금 들었어?! 소리 안 나!!] [오-!!]“…….”
뭔가에 홀린 것처럼 집 안으로 걸어 들어간 나는, 엘리베이터 앞에 모인 다섯 명의 독일인과 프랑스인 하나를 바라본다.
엘리베이터에서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을 보곤, 연신 버튼을 눌러 문을 닫았다 열길 반복하고 놀라는 반응을 보여주고 있는 저들의 모습은 마치.
“처음 불을 발견한 원시인 같지 않아?”
“내 말이 바로 그거야!! 응?”
“하하하. 네가 그 말을 할 줄 알았어. 그리고 여기. 새로운 친구를 소개할게.”
여전히 소음 없는 엘리베이터에 놀라움을 표하고 있는 사람들을 뒤로한 채, 난 단테의 뒤에 서 있는 한 남자를 바라봤다.
그와는 이미, 만난 적이 있다.
독일에서는 아니고.
[¡Buenas Tardes, Amigo. 우린 구면이지?]“보아 노이찌, Amigo. 우리 본 적 있지?”
“이런!! 너희 둘 진짜 바보 같은 거 알아?”
[?]“?”
스페인어까지 능숙하게 소화해낸 단테는, 우리가 서로 같은 말을 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이에 티아고 알칸타라가 폭소를 터뜨렸고, 나 역시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에게 얼른 안으로 들어오라고 고갯짓했다.
이제야, 뮐러에게 받은 상자를 아래에 내려둔다.
무척 무겁던데, 뭐야 이거.
“아, 그거. 토마스가 준 거지?”
“응.”
“큭큭큭. 일단 열어 봐.”
“뭐?”
열어 보면 알 것이라는 말에, 난 미심쩍은 얼굴로 박스를 뜯었다.
그러자 그 안엔.
“윽-! 뭐야, 이거!”
구린내가 풀풀 나는 축구 유니폼과 양말이 한가득 들어 있었다.
“대체 뭐야, 이거?!”
“뮌헨의 전통이야. 네가 모레까지 이걸 빨아서, 연습장으로 가져오면 돼.”
“뭐?”
“일종의 신입생 괴롭히기지. 저기 티아고도 당했어. 그리고 나도 예전엔 당했고.”
“프랑크도?”
“설마. 저 남자는 못 건드려.”
“……역시 그렇지?”
어느새, 나는 리베리를 뮌헨의 리더로 인식하고 있었다.
저 남자의 분위기가, 그렇게 느끼도록 만든 거다.
[야!! 배고프다!! 뭐 시켜 먹자!!] [그럴 줄 알고 미리 주문해뒀어!] [역시 주장이야!! 믿음직해!!] [여기 게임기 없어?! 플레이스테이션은?!] [이봐-!! 게임기!! 게임기!!]다시 한번 내 넋을 나가게 만든 사람들 속에서, 난 단테에 의해 가까스로 이들을 조용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
아직 풀지 않은 상자를 뒤져 게임기를 찾아내 거실 TV에 연결했는데, 그러자 정말 놀랍게도 집 안이 열 배는 더 조용하게 바뀌었다.
현재 TV 앞에는 한 사람을 제외한 전원이 모여 있었고, 그들에게 대접할 음료를 준비하던 나는 단테에게 물었다.
“필립은?”
“필립?”
“아, 걔라면…….”
“??”
탁-!
“?!”
갑자기 위에서 뭔가가 바닥으로 떨어졌고, 깜짝 놀라 위를 쳐다본 나는 씨익 웃고 있는 람을 발견하게 되었다.
“대체 뭐 하는 거야?”
짧은 한마디를 보내곤 뭘 던졌나 싶어 고개를 아래로 내렸는데, 거기에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콘돔 상자였다.
[야-! 얘 콘돔 지인짜 많아!] [뭐?! 진짜?! 나도 하나만 줘!] [안 그래도 챙겼어!]“…….”
벌써 세 번째 얼이 빠져버린 내 곁으로 단테가 다가와, 조용히 나를 끌어안아 주었다.
“잘 견뎌 봐, 친구. 뮌헨에 온 걸 환영해.”
“……에?”
“아, 그리고. 저건 필립의 버릇이야. 꼭 남의 집에 처음으로 가면, 콘돔을 찾거든.”
“……뭐?”
“말했지만, 잘 견뎌 봐. 고생하고.”
“……응?”
도대체 나는 어떠한 클럽으로 오게 된 것일까?
그것이 심히 걱정되는 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