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6)
26화
【한국시간】 2010년 9월 16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사직동. 경희궁길 46. KFA 대한 축구협회.
#오전 11 : 14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 명단발표를 하루 앞두고, 대한 축구협회 내부에 이상기류가 맴돌았다.
2012년에 있을 런던 올림픽을 목표로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강찬일.
그는 지금 한 소년의 대표팀 합류를 원하고 있었다.
그 주인공은 물론, 김다온이다.
“말도 안 돼! 겨우 16살짜리를 아시안게임 대표팀 명단에 올리겠다고? 자네 지금 제정신인가?”
“사실 조금 피곤하긴 합니다만······.”
“강찬일! 너 지금 나랑 장난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를 내지르는 인물은, 한국 프로축구 연맹(K-League)의 회장 오갑수다.
“공식적인 자리이니, 반말은 삼가시죠.”
“뭐야?! 이 뭣도 없는 버러지 같은 새끼가······.”
“버러지? 학벌이 없어서 버러지입니까? 아니면 제가 충북 출신이 아니라 버러지입니까? 그것도 아니면, 당신이 선발을 약속한 선수가 빠질 것 같아 버러지입니까?”
“이 씨팔 새끼가!”
쾅-!
“······!”
갑작스레 들려온 커다란 굉음에, 강찬일을 제외한 모든 남자들이 움찔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굉음은 몇 차례 더 이어졌다.
그들은 큰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이내 저마다 입맛을 다시거나 코를 긁는 등의 멋쩍은 행동을 했다.
굉음을 만들어낸 주인공.
특별한 손질 없이 자연스럽게 만진 곱슬머리는 가르마가 타져 잘 정리되어 있다.
중년처럼 보이지만, 나이를 짐작하긴 어려웠다.
그가, 분명한 감정이 담긴 목소리로 말한다.
“지금 제 앞에서, 추태를 부리는 겁니까?”
“아니 그게······ 이 새끼가.”
“강 감독.”
“뭐라고요?”
“강 감독이라고 부르라 했습니다, 오갑수 씨.”
“······.”
최근, 한국 축구를 떠들썩하게 만든 한 가지 사건이 있었다.
그건 바로, 기존의 대한 축구협회 회장이었던 조충연의 갑작스러운 사임이었다.
아시안게임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졸지에 수장을 잃게 된 대한 축구협회는 큰 난관을 맞이했고, 그들은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편이라 굳게 믿었던 남자를 차기 회장으로 추대했다.
“다시 한번 말을 해드려야 합니까? 오.갑수 씨?”
“잇······ 아, 아닙니다.”
“강 감독? 계속하게나.”
지난 십수 년간, 대한 축구협회에는 그들을 후원하는 보이지 않던 큰 손이 존재했다.
한국 굴지의 대기업이자, 세계로 영향력을 확대해나가기 시작한 미래(Mirae)그룹의 전 회장인 장철주.
그는 남다른 축구 사랑을 과시하며 선뜻 큰돈을 투자해왔다. 동시에, 그는 본격적인 축구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K대학 경영학을 전공한 장철주는 손쉽게 축구협회의 사람들로부터 신임을 쌓았다. 그리고 이런 학연을 바탕으로, 그는 이전에도 몇 차례 협회장이 되어달란 제안을 받았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장철주는 좀 더 적합한 인물이 있을 것이라며, 좋은 말로 거절을 표해왔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대체자가 없다는 말에, 장철주는 임기를 보장받는 걸 조건으로 협회장 자리에 올랐다.
이때까지만 해도, 기존 협회의 기득권 세력은 지금과 같은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 역시, 자신들과 같은 부류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헌데 장철주 회장은 지금, 어떠한 학연/지연도 없는 강찬일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었다.
2002 월드컵 영웅의 이미지를 앞세워, 많은 이슈들을 억누르려고 했던 이들에겐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그들의 계산에 의하면, 강찬일은 어디까지나 꼭두각시여야만 했기 때문이다.
“크흠. 이야기는 잘 알겠네, 강 감독. 하지만, 이번 대표팀에서 김다온을 선발하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아. 지금까지 대회를 준비해온 선수들을 위해서도 말이야.”
“네, 그건 저도 압니다.”
“그럼 더 이야기가 쉽겠군. 난 이번 대표팀은 예정되었던 대로 선발되어야 한다고 보네. 하지만, 2년 뒤 런던 올림픽이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부터, 본격적으로 그를 대표팀에 부르는 게 어떻겠나?”
“회장님이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잇-!”
자신을 대할 때와는 너무나도 다른 강찬일의 태도를 지켜보면서, 오갑수는 다시 한번 발끈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는 화를 제대로 내기도 전에 장철주의 매서운 눈빛을 받고야 말았다.
장철주는 똥 씹은 표정이 된 오갑수에게서 시선을 거둬, 회의실에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그리곤 잠시 뒤, 애초 계획했던 대로 일을 진행하기로 하며 회의를 끝마쳤다.
처음부터 형식적이었던 자리였지만, 성과는 컸다.
딸깍-.
울분을 삭이지 못한 기존 협회 관계자들이 자리를 떠나고, 강찬일을 따로 남긴 장철주가 씁쓸한 얼굴로 말한다.
“역시나. 제대로 된 인간은 없군그래.”
“무리하신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하하. 어차피 언젠간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오히려 자네가 괜한 수고를 해줬지. 덕분에 미운털도 박혔고.”
“이미 더 미운털이 박힐 곳도 없습니다.”
“훗. 2002년의 영웅이 할 말은 아닌 것 같군. 그렇지만 뭐. 그렇게 만든 건 이곳이야. 여긴 저주받았네, 강 감독.”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애초부터 강찬일은 김다온을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부를 생각이 없었다.
FC 노르셸란이 소집을 허락할 것 같지도 않았거니와 김다온을 현시점에서 부르는 것 역시 올바른 판단이 아니었다.
지금은 그가 클럽에서 더욱 많은 경험을 쌓고, 성장하는 것을 마음껏 즐길 때였다.
비행기 안에서 낭비할 시간마저도 훈련과 휴식을 위해 사용하는 게 옳았다.
그럼에도 두 사람이 아까와 같은 이야기를 나눈 이유는, 이 모든 게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장철주는 오늘의 이 대화를 통해, 지금까지 시도조차 된 적이 없었던 개혁의 불씨를 지필 생각이다.
그리고 문득, 그는 한 가지 사실이 궁금해졌다.
“그런데 말일세, 강 감독.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네.”
“얼마든지요, 회장님.”
“그, 다온이라는 꼬마. 만약 그 녀석이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온다면 어떤 수준인가? 잘한다는 말이야 자네에게서 귀아프도록 들었지만, 그래도 16살 아닌가.”
“하하. 그거라면······.”
이번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의 오른쪽 풀백 포지션을 맡게 될 선수는 신광훈과 오재석이다.
둘 다 나름의 장점이 명확한 이들로, 현시점에서 더 나은 대안을 찾기란 어려웠다.
신광훈은 국내 풀백에게서 보기 힘든 좋은 크로스 실력을 보유했고, 윙어 못잖은 스피드와 개인 기량도 갖추었다.
그리고 오재석 역시, 골짜기 세대로 평가받았던 2009 U-20 대표팀에서 맹활약하며 팀을 8강으로 이끈 주역이다.
골짜기 세대라 아무도 맡고 싶지 않아 했던 작년의 U-20 대표팀을 강찬일이 지휘하게 된 것 역시, 실패를 예견한 대한 축구협회가 강찬일을 배제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였다.
하지만 결과는 기적이라 평가받는 8강 진출이었고, 이 대회에서 오재석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오재석은 공격과 수비 모든 부분에서 분명한 한계점이 있는 선수였다.
못하는 건 없지만 특출난 부분 역시도 없어, 더 높은 수준에선 버텨내기가 어려워 보이는 게 사실이었다.
만약 김다온이 대표팀에 소집된다면, 오재석을 대신해 명단에 포함되었을 거다.
“그런가? 16살에 자신보다 6,7살 많은 선수를 밀쳐내고 주전이라. 그거, 참 대단하군.”
“회장님. 덴마크 리그는 K-리그보다 약간 더 수준이 높습니다. 덜 알려져서 그렇지, 유럽 내에서는 그리스와 수준이 비슷하다고 보더군요. 그곳에서 실전에 나서고 있고, 유로파 무대에서도 뛰었습니다. 솔직히 전, 이번 아시안게임 팀의 풀백 중에서 다온이보다 잘할 친구는 없는 것 같습니다.”
강찬일의 말을 듣고 나니, 장철주는 못내 아쉬워졌다.
김다온을 대표팀에 소집하는 의지를 표현해 볼까도 싶었지만, 지금은 협회를 개혁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본격적인 개혁이 준비될 때까진, 굳이 기존의 기득권 세력들을 더 자극할 필요는 없다.
더군다나 오늘의 미팅으로, 기존 세력들은 장철주가 자신들의 편이 아니란 것도 안 상태였다.
지금은 가만히 있는 게 옳았다.
‘천상, 올림픽인가?’
강찬일이 떠나고 홀로 남은 자리에서, 장철주는 의자에 몸을 파묻으며 눈을 감았다.
그런 그의 머릿속엔, 오래전 세상을 떠난 어떤 이의 얼굴이 그려지고 있었다.
‘꼭 지켜보렴. 내가 이 썩어빠진 곳을 반드시.’
장철주의 부임과 함께, 대한 축구협회에는 변혁의 바람이 불어닥치고 있었다.
다만 그것이 철옹성처럼 세워진 기득권의 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진, 시간만이 대답해 줄 것이다.
***
·2010.09.20. 경기결과(Superliga 9R)
링뷔 BK 1 : 1 FC 노르셸란
[골] 니콜라이 스톡홀름 : 후반 39분김다온 ? 90분 출전(평점 7.6/팀 내 3위)
-> 돌파 저지 : 78.6%(11/14), 드리블 : 4(4/6, 66.7%)
-> 헤딩 경합 : 66.7%(2/3), 크로스 저지 : 33.3%(1/3)
-> 패스 차단 : 6, 태클 성공률 : 80.0%(4/5)
-> 슛/유효슛 : 1/0, 패스/성공률 : 39, 86.7%(39/45)
-> 득점/어시스트 : 0/0, 크로스/성공률 : 3/60.0%(3/5)
-> 실책/반칙/피반칙 : 1/1/2, 옐로우/레드카드 : 0/0
·2010.09.23. 경기결과(DBU Pokalen Cup ? 3R)
흐외링 IF 0 : 1 FC 노르셸란
[골] 안데르스 두에 : 전반 37분김다온 ? 명단 미포함.
·2010.09.26. 경기결과(Superliga 10R)
FC 노르셸란 4 : 0 AC 호르센스
[골] 토비아스 미켈센 : 전반 7분(김다온), 후반 16분안드레아스 그란스코프 : 후반 14분
라베즈 라완 : 후반 38분
김다온 ? 90분 출전(8.1/팀 내 공동 4위)
-> 돌파 저지 : 90.0%(9/10), 드리블 : 5(5/6, 83.3%)
-> 헤딩 경합 : 100.0(1/1), 크로스 저지 : 100.0%(2/2)
-> 패스 차단 : 8, 태클 성공률 : 75.0%(3/4)
-> 슛/유효슛 : 0/0, 패스/성공률 : 43, 93.5%(43/46)
-> 득점/어시스트 : 0/1, 크로스/성공률 : 4/80.0%(4/5)
-> 실책/반칙/피반칙 : 0/2/2, 옐로우/레드카드 : 0/0
[평균 뛴 거리, 13.2km. 16살의 소년, 노르셸란에 거대한 엔진을 더하다. – SjaellandSport]***
2010년 9월 27일. 셸란, 덴마크. 파룸, 파룸 파크 2. 라이트 투 드림 파크.
#오전 10 : 17
외적인 요소를 제외하면, 한국에서 축구할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은 매일같이 치러지는 경기였다.
어떤 대회는 6일 내내 이어지기도 했고, 그럼 우린 오늘 뛰고. 또 내일 뛰고. 다시 또 모레도 뛰는 일정을 1년에 몇 번이나 소화해야 했다.
그래서 대회가 끝나면 늘, 몸의 어느 한구석이 아팠다.
하지만 아프다고 말하면, 어김없이 주전에서 빠졌다.
하지만 이곳 덴마크에서는 그런 일이 없다.
A팀이 오히려 일정이 더 빡빡하고, U-18을 포함한 유소년 팀들은 일주일에 한 경기 원칙을 절대로 어기지 않는다.
그 이유는, 내 나이가 무척 중요하기 때문이란다.
이런 사소한 부분을 통해, 난 몸이 생명임을 느낀다.
“하나-! 두울-! 하나-! 두울-!”
모르텐은 항상 경기 다음 날 오전에 회복훈련을 진행한다.
그리고 점심을 먹고 팀을 해산시키는데, 이때 먹는 식사가 일주일 중 가장 푸짐하다.
빵과 고기는 물론이거니와 최근엔 나 때문인지 새하얀 쌀밥도 식당에 등장했다.
그뿐만 아니라, 김치도 있었다.
[어? 이거?] [하핫-! 알겠니?] [???]식당에 등장한 김치는 놀랍게도, 우리 엄마가 담근 것이었다.
알고 보니, 모르텐이 구단측에 별도로 요청을 해 내가 클럽에서 김치를 먹을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었다.
이런 세세한 챙김에 감동할 수밖에 없었고, 난 그날 스테이크 두 덩어리와 밥 세 그릇을 먹어치워 모두를 놀라게 했다.
[푸-하! 잘 먹었다!] [당연히 잘 먹었다고 해야지! 너, 축구선수를 안 해도 직업은 쉽게 구할 수 있겠다.]내 식사량을 보고 기겁한 두에가 ‘푸드파이터’라는 직업이 있다는 걸 새롭게 알려줬다.
세상에나, 많이 먹어서 돈을 버는 직업이 있을 줄이야.
정말 축구를 안 하게 되면, 그걸 해볼까 싶다.
아무튼.
대략 30분 전부터 시작된 회복훈련도 어느새 절반이 지나가고 있다.
어제보다 체중이 1.7kg이나 빠져 조금 힘들긴 했지만, 훈련 강도가 높은 건 아니라 견딜 만하다.
삑-!
“좋아! 이제, 그만!”
“후우- 이제야 끝이네.”
에른스트가 회복훈련의 끝을 알리고, 올루프와 함께 식당으로 향하려던 나를 노노가 붙잡았다.
“있다가 오후에 네 집으로 갈 거야.”
“어? 네?”
“비디오를 봐야지. 모르가 클럽하우스를 봉쇄할 거라, 여기에선 볼 수 없어.”
“어- 그럼 쉬는 것 아니었어요?”
“왜? 쉬고 싶어?”
솔직히 말해, 그렇다.
난 오늘 쉬는 줄 알고 올루프의 집에 가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녀석의 집에서, 실컷 게임이나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노노의 등장이, 내 계획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었다.
더욱 얄미운 건, 약속을 까맣게 잊은 올루프가 냉큼 자신도 끼어도 되냐 이야기를 했다는 점이었다.
“야- 넌 눈치도 없냐?”
“응? 뭐가?”
“하아- 됐다. 됐어.”
“???”
올루프는 어제 호르센스와의 경기에서 자신의 첫 프로 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후반 36분에 투입되어 10분 정도를 뛰었는데, 그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의욕이 넘쳐흘렀다.
친구가 축구를 열심히 하는 거야 좋지만, 하루도 빼놓지 않고 별도의 훈련을 해왔던 내겐 게임을 하며 휴식을 취하는 것보다 더 간절한 것은 없었다.
하지만 어쩌겠나?
난 축구선수다.
예전이라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만, 덴마크에서의 삶이 내 의식을 상당 부분 바꿔놓은 것 같다.
결국, 난 맥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에······ 그럼, 오후에 봬요.”
“응. 그럼 있다가 봐.”
휴식훈련 후 자유 시간을 보낼 생각에 기뻐하는 사람들 속에서, 난 유일하게 마음껏 웃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
·2010.09.30.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어린 풀백의 발전을 이끈 건, 끊임없는 노력과 부지런함이다. – Goal.com(D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