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62)
261화
현역 시절부터, 펩 과르디올라는 늘 기계적인 삶을 사는 남자였다.
산토페도르의 흙냄새가 섞인 맑은 공기를 맡으며 자라난 소년에서 바르사(Barca)를 대표하는 선수가 된 이후, 펩 과르디올라는 단 한 순간도 자신의 루틴을 거스른 적이 없었다.
이는 감독이 된 이후로도 마찬가지다.
그의 하루는 매일 똑같이 진행되었다.
펩 과르디올라의 출근 시간은 오전 7시다. 그러기 위해서 그는 새벽 6시에 잠에서 깨어, 간단한 시리얼과 신선한 과일로 아침을 해결했다.
그러곤 구단에서 제공한 차량으로 출근을 한 이후에는 훈련을 이끌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오전에 훈련 진행하고, 점심을 먹고, 또 오후 훈련을 끝낸 뒤에 선수단 전체와 미팅을 가졌다. 이후 선수단이 해산하고 나면 이번엔 코칭스태프와 함께 또 다른 미팅에 들어갔다.
보통 이런 일정이 종료되면 오후 6시에서 오후 8시가 되는데, 그다음부터는 본인의 개인적인 공간에 틀어박혀 비디오를 시청하며 끊임없이 종이에 펜을 휘갈긴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펩 과르디올라가 이때 분석하는 내용은 다음 시합이 아닌 그다음 시합이라는 점이다.
펩 과르디올라는 정규 일정이 끝나는 시점까진 바로 다음 시합을 대비하고, 그 이후에는 그다음을 준비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래서 다른 축구 감독이었다면 이제 막 분석에 들어간 시기에, 펩 과르디올라는 이미 구상을 끝낸 단계가 된다.
그리고 실전 경기를 보며 더한 선수들의 현재 컨디션 등을 종합해 경기 다음 날 마무리 짓고, 이어진 훈련부터 선수들에게 내용을 전달한다.
그렇기에 펩의 이야기는 늘 신비로울 수밖에 없다.
다만 여기 한 사람.
펩을 이해하는 남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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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8월 6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FC 바이에른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경기 직후 뮌헨으로 돌아온 선수단은 오전 늦게까지 휴식을 취하고 점심시간 전에 다시 클럽하우스에 모였다.
간단히 회복훈련을 진행하고, 점심 식사를 함께한 뒤에 곧바로 선수단은 해산될 예정이다.
그리고 모처럼 오전을 가족을 위해 할애한 펩 과르디올라 역시, 조금 전에 출근하여 주장 필립 람을 감독실로 불렀다.
이유는, 현 상황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선수단의 분위기는 어떤가?”
“다들 놀란 것 같아요. 몇몇은 빼고 말이죠. 저나 프랑크 또 토마스 같은 애들은 녀석이 그만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거든요.”
“……경기 전까지 의심하던 녀석들도 있었어.”
“네. 하지만 나쁜 건 아니었다고 봐요. 엄청난 이적료잖아요? 다들 그가 얼마나 하는지 궁금했을 거예요.”
커다란 이적료는 선수의 현재 시장 가격과 실력을 말해주는 잣대가 되지만, 한편으론 얼마든지 거품이 낄 수 있다는 것 역시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뮌헨의 팬과 독일을 포함한 수많은 축구 미디어가 김다온의 가격에 의문을 표하는 것처럼, 선수들 역시 그 선수가 그런 값어치가 있는지를 궁금해했다.
팬과 미디어는 어제 경기의 상대가 너무 쉬웠다며 평가를 보류했겠지만, 함께 피치 위에서 뛰어본 선수들의 감상은 그것들과는 많이 달랐다.
필립 람은 김다온이 선발 명단 중 하나를 차지한다고 하여, 거기에서 밀려난 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선수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물론 거기엔, 저도 포함이에요.”
이것이 얼마나 놀라운 이야기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알 수 있는 것이었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사이드백이, 자신이 백업으로 밀려나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아직, 김다온은 그 수준은 아니었다.
그렇기는 해도 필립 람의 말은, 펩 과르디올라의 고민 상당수를 덜어주었다. 왜냐하면 앞으로, 정말 힘든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 저는 먼저 가 볼게요.”
“그러게. 고맙네.”
“별말을요.”
-딸깍-
자리에서 일어선 펩이 창밖을 바라보며 한참 동안 생각에 잠긴다. 그러는 사이 두 명의 코치가 감독실의 문을 두들겼지만, 그는 들리지 않는 것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
이것이 익숙했던 도메네크는 부에나벤투라와 함께 따로 회복훈련을 실시했다.
이는 곧 펩의 눈에 들어왔고, 본인이 없는 훈련이 아무렇지 않은 듯 뮌헨의 감독은 한 선수에게 집중했다.
아주 조금일 뿐이지만, 전보다는 조금 밝아진 표정으로 회복훈련에 임하는 남자가 있었다.
‘……유일했지.’
그는 지금, 며칠 전의 훈련을 떠올린다.
펩 과르디올라의 축구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패스’가 아닌 바로 ‘수비’였다.
이야깃거리가 필요했던 미디어는 티키타카를 펩의 축구 그 자체로 포장했지만, 정작 펩은 ‘선수들이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패스만 주고받는 축구를 혐오한다.’고 밝혔다.
또한 자신은 단 한 번도 바르셀로나에서 티키타카를 한 적이 없으며, 그 모든 것은 드라마가 필요한 언론이 만들어내고 팬들이 부풀린 전형적인 환상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람들이 티키타카에 열광하는 건, 당시의 축구가 꿈에 근접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펩은 당시 바르셀로나의 성공을 논함에 있어, ‘수비’의 중요성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당시 바르셀로나의 중앙 수비는 취약했고, 그것을 감추고자 방향전환을 키워드로 삼아 팀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때 중요했던 훈련이 바로 포지셔닝(Positioning)이었는데, 이 경험을 통해 펩은 ‘올바른 위치에 선수들을 놓아두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뮌헨에서의 훈련도, 포지셔닝 훈련이 중점이 된다. 특히 경기 이틀을 남겨두었을 땐, 거의 편집증에 가까울 정도로 이에 집착한다.
11 : 11 경기를 진행하는 식으로 이뤄지는 포지셔닝 훈련은, 펩이 편집증을 발휘할 때 10초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잦은 휘슬에 짜증을 내는 만주키치와 같은 선수도 있었지만, 펩은 개의치 않고 끝까지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켰다.
한데 며칠 전, 처음으로 훈련 내내 단 한 차례도 지적받지 않은 선수가 나타났다.
알라바를 대신에 선발 왼쪽 자리에 나선 김다온이 그 주인공이었고, 훈련 직후에 펩은 그를 포칼컵에 선발로 출전시키기로 마음먹었었다.
김다온의 데뷔전엔, 이런 배경이 숨어 있었다.
그리고 지금.
“푸하하하하하하-!!!”
“큭큭큭큭.”
토마스 뮐러와 짠 프랑크 리베리가 도메네크를 뒤로 넘어뜨리는 짓궂은 장난을 쳤다. 훈련장 전체에 폭소가 이어졌고, 머쓱해진 도메네크를 향해 리베리가 다시 한번 짓궂은 장난을 이어간다.
그리고 한쪽에 있는 김다온 역시, 몇 명의 선수들과 뒤섞여 서로의 어깨를 부여잡곤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보기 좋군.’
희미하게 웃고 있는 펩 과르디올라는 현재의 훈련 분위기가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
2013년 8월 7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FC 바이에른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하비!! 그게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펩의 날카로운 고함을 듣는 순간, 난 이렇게 생각했다.
오, 이런. 또 시작이네.
결코 지겨워서 하는 말은 아니다.
[맨(Man)이 아니라 존(Zone)이라고!! 네가 우리 팀의 허리인데, 허리가 그렇게 멋대로 좌우로 뒤틀리면 어쩌자는 거야?! 제발 그 빌어먹을 머리를 써!! 그건 장식이야?!]우선은 하나, 펩 과르디올라는 결코 온화하지 않다.
그리고 둘, 펩 과르디올라는 욕을 굉장히 잘한다.
사실 제수스 감독님도 온화와는 거리가 멀긴 했지만, 그래도 저 정도는 아니었다.
[다시!! 처음부터!!]삐익-!!
모레에 있을 묀헨글라트바흐와의 리그 개막전을 앞두고, 우리는 포지셔닝 훈련을 진행 중에 있다. 펩은 이번엔 날 주전 왼쪽에 세웠는데, 모든 것들이 그때와는 달랐다.
이는 왼쪽 오른쪽의 문제가 아닌, 펩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사항이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전술적인 부분만 딱 떼어놓고 본다면, 다른 감독이 와서 지도하는 중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제롬!!!!]사실 이런 식의 훈련은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던 것이다.
내게 있어 축구 전술이란, 기본적인 큰 틀을 갖춰둔 상태에서 세세한 부분을 조정해 나간다는 느낌이었다.
예를 들어 측면이 강하다면 협력 수비에 신경을 쓴다든가, 중원이 강하면 압박의 강도를 강하게 가져간다든가 하는 식으로 세부적인 것을 손대는 것 말이다.
벤피카에서 다양한 전술을 소화했었지만, 그때마다 내가 했었던 말은 큰 틀은 바뀌지 않는다는 거였다.
한데, 지금은 정반대다.
펩이 추구하는 전술은 한 명의 볼란치를 둔 4-1-4-1 단 한 가지뿐이다. 처음 뮌헨에 합류했을 때 가장 놀란 부분도, 이 팀이 오직 하나의 전술로만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이는 펩의 성향뿐만이 아닌, 뮌헨의 전통적인 축구 철학에 기반한 것이기도 했다.
이곳은 예전부터, 4-1-4-1만 썼다.
뮌헨의 역사에서 중요한 감독 중 하나인 체르너이 팔(Csernai Pal)이 고안한 전술을, 벌써 30년 가까이 고집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펩은 지금 이런 4-1-4-1을 완전히 다른 것으로 만들고 있다.
분명 포지션 자체는 똑같은데, 큰 틀이 계속해서 바뀌어 나가고 있다. 이제 고작 두 경기일 뿐이지만, 프리시즌에 겪은 일들을 생각해보면 앞으로도 매번 이럴 것 같다.
펩의 축구는, 영리함을 ‘반드시’필요로 한다.
그게 아니면.
[하비이-!!!!!]“이크.”
바로 저렇게, 펩 과르디올라 제(製) 헤어드라이어에 당해버리고야 만다.
하비 마르티네스와 제롬 보아텡은, 현재까지도 펩에게 가장 많은 괴롭힘(?)을 받는 선수들이었다.
하비에겐 빌바오 시절부터 이어온 습관이 있고, 보아텡은 놀랍게도 전문적으로 수비를 배워본 적이 없는 케이스였다. 본래는 스트라이커였는데, 팀의 필요에 따라 이리저리 옮겨 다니다가 센터백으로 정착한 케이스란다.
그런 보아텡은 요즘, 매일같이 펩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제롬!!] [우~! 오늘도 예쁨 받으러 가는 거야?] [닥쳐, 토마스!! 난 죽겠다고! 알아?!] [즐거운 수업 되세용~]훈련 이후 다시 펩에게 별도의 과외를 받게 된 보아텡은 죽상을 짓고 있다.
그리고 어김없이, 그런 보아텡을 뮐러가 놀린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건, 리베리가 가장 짓궂은 남자이긴 해도 곤란한 처지에 있는 동료를 놀리는 일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최고 악동은 뮐러인 셈이다.
저 남자는 빈틈만 보이면 놀려대니까.
‘아, 그렇지 참.’
점심을 먹기 위해 클럽하우스로 들어서며, 난 잊지 않고 한 남자를 찾았다.
기본적인 회화 외에, 내가 처음으로 제대로 외운 문장이 이것이라는 게 믿겨 지는가?
“Basti!!”
“?”
“Waschen Sie Ihre Fuße mit Seife. Okay?”
“크핫-!!”
지금 내가 한 말은 비누로 발을 좀 깨끗이 씻으라는 거였다.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바스티안은 샤워를 한 뒤에도 발 냄새가 심하게 났다.
그리고 또 특징이 하나 있다면, 바스티안 비유를 알아듣지 못한다.
못하는 척 하는 건지 아니면 정말로 그런 것인지는 모르지만, 바스티안과 대화를 하다가 답답해 미쳐 죽을 것 같은 표정을 짓는 노이어를 몇 번이나 보았다.
재미있는 건 다들 그런 바스티안을 알고 있어 직설적으로 말을 하는데, 노이어는 끝까지 자신의 비유를 이해시키려고 한다는 점이다.
토마스 뮐러는 내게 그것이 독일 남자의 고집이라 말을 했는데, 솔직히 뭔 상관인지 모르겠다.
[야. 근데.]“?”
[넌 어떻게 그렇게 지적을 받지 않을 수 있어?]“……고르카!!!”
될 수 있으면 통역의 힘을 빌리지 않으려 하는 중이다. 바디랭귀지를 해서라도, 어떻게든 대화를 이어나가는 게 더 도움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통역이 필요한 순간이었고, 뒤에서 토니 크루스와 대화하던 고르카가 뮐러의 말을 통역해 주었다.
“어떻게냐고?”
[응. 궁금하단 말이야. 필립도 꼭 한 번씩은 지적을 받잖아. 그런데 펩은 네게 잘못된 위치에 있다고 단 한 번도 말한 적이 없어.]“…….”
궁금해하는 토마스 뮐러에게, 난 요즘 내 하루를 이야기해 주었다.
우선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준비를 한 뒤에, 6시 45분까지 출근해 훈련을 준비한다.
그렇게 하루 일정을 끝내고 나면 보통 오후 2시에서 3시 사이인데, 그럼 난 집이나 혹은 시내의 커피숍에서 독일어 선생님을 만나 2시간 정도 언어를 배운다.
그런 뒤에 집으로 돌아오면 못해도 오후 6시였는데, 텅 비어 있는 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축구를 보는 것밖에는 없었다.
팀의 전력분석관인 라스도 꽤 친절한 편이었기에, 적응을 앞당길 겸 요청했던 각종 자료들을 지금까지도 받아서 보고 있다.
그중에는, 펩도 참고한다는 상대 팀에 관한 것들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와아- 제기랄. 그거 X나 재미없어 보여.]“고오맙다.”
[아니, 진짜. 이봐! 그러다 삭는다고! 너도 좀 풀고 해야지! 여자라도 만나! 독일에 예쁜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관심 없어.”
[뭐?! 야! 너 고추 좀 보자!!]“으왓-!! 뭐, 뭐 하는 거야?”
지금까지 내 바지를 벗기려고 하는 사람들은 많았다. 단순히 여자 친구들을 말하려는 게 아니라, 장난삼아 바지를 벗기려고 하는 이들이 있었다는 거다.
벤피카에 있을 때도 베르나르두가 이런 장난을 종종 치고는 했었는데, 녀석도 이렇게까지 하진 않았다.
무슨 말이냐고?
[좀!! 보자니까!!]“으악-!!”
토마스 뮐러는 말 그대로 내 하반신을 몽땅 세상에 내놓으려고 했다.
팬티만은 내릴 수 없었던 난, 필사적으로 그것을 부여잡으면서 뮐러와 씨름했다.
[고집 부리지 말고!! 좀!!]“아니, 왜 이게 진심인데?!”
[아! 한 번만 보재도!!]“야, 어차피 씻을 때 맨날 보잖아!!”
과연 우리가 제대로 된 대화를 주고받는 중인지조차 모르겠다. 만약 묘하게 말이 된다면, 그건 그것대로 재미있기는 할 것 같다.
그런데.
“야이 새끼들아!!! 보고 있지만 말고 좀 도와!!!”
낄낄거리기만 할 뿐 이런 우리 둘을 쳐다보는 주변인들로 인해, 순간 욱해버린 나는 한국말로 욕을 섞어가며 계속 고래고래 소리쳤다.
하지만 누구도 나를 도와주지 않았고, 오히려 어디선가 등장한 리베리는 휴대폰을 손에 쥐고 있기까지 했다.
“으이익-!! 야!! 찍지 마!! 찍지 말라고!! 성질 뻗쳐서 진짜!! 찍지 마!!”
도대체 왜?
뮌헨으로 온 이후 나의 하루는 정상적인 날이 하나도 없는 것일까?
거의 울상이 되어버린 나를 구원한 사람은, 지금은 회장이 된 루메니게의 직책을 물려받아 단장으로서 우리와 늘 함께하고 있는 마티아스 잠머(Matthias Zammer)였다.
[이봐! 지금 그 장난은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이런, 제기! 거의 다 됐는데!]“허억- 허억- 허억- 허억-”
장담하는데, 그 어떠한 훈련을 했을 때보다 지금이 더 힘들다.
바지가 벗겨진 채 복도에 털썩 주저앉아, 다 늘어난 속옷을 붙잡고 있는 내 모습이 어떻게 보였을지는 굳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자.
트레이닝 자켓을 벗은 잠머가 내게 그것을 덮어주는 순간, 난 어쩐지 안 좋은 일을 당할 뻔한 여성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되었다.
이건 또 이것대로 수치스럽다.
[아무래도 자넨.]“에?”
[주변 사람들에게서 잔뜩 사랑받고 있는 것 같군.]“??”
어느새 등장한 고르카가 잠머의 말을 통역해 준 순간, 내 머릿속엔 두 가지의 강력한 의문이 떠올랐다.
대체 어디를 봐서 내가 사랑받느냐는 것과 나 때문에 클럽에 고용되었으면서 통역은 왜 나를 돕지 않았느냐는 부분이었다.
“아, 깜빡했어. 너무 재미있어서 그만.”
“…….”
누가 독일인은 재미없을 만큼 장난을 칠 줄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했던가?
만약 그 사람이 내 앞에 나타난다면, 제대로 즈려 밟아줄 의향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복수해 주겠어.’
뮐러를 향한 내 분노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
[마티아스 잠머, “합류 후 지금까지 줄곧 다온을 지켜봤다. 그는 의심할 여지 없는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하나라는 것을, 훈련을 통해 모두에게 보여줬다.” – 데어 슈피겔/2013.08.08.] [밀가루와 계란 범벅이 되어 인터뷰 장소에 나타난 토마스 뮐러는, 이것은 김다온의 작품이며 그가 현재 순탄하게 뮌헨에 적응 중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 쥐도이체 차이퉁/2013.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