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64)
263화
·전반 종료
바이에른 뮌헨 2 : 1 묀헨글라트바흐
2:0이 되었던 순간 했던 나의 다짐은, 20분 정도가 더 지나서 이룰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토니 크로스의 실수를 틈타 볼을 가로챈 묀헨글라트바흐의 날카로운 역습이, 후안 아랑고의 크로스로 이어져 단테의 자책골로 마무리되었기 때문이다.
당시는 람이 잔뜩 위치를 끌어 올렸던 상태라 내가 센터백의 한자리를 맡고 있었는데, 만약 단테가 볼을 건드리지 않았더라면 노이어가 무난히 잡아낼 수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상대의 역습에 당황한 단테는 그대로 흘리라는 내 목소리를 듣지 못했고, 그것은 곧장 실점으로 이어졌다.
추격을 허용한 모양새로 마무리된 전반전인지라, 라커룸의 분위기는 무조건 밝지만은 않았다.
[Sitzen! Sitzen! 그리고 조용히 해!! 지금부터는 누구도 말을 하지 않는다!!]두 골을 앞서나가기 시작한 시점부터 실종된 부분 때문에, 펩은 잔뜩 화가 난 것 같았다.
[처음에는 좋았다! 1:0! 그리고 2:0! 하지만 그 뒤엔 뭔가?!]우린 점유율에서 묀헨글라트바흐를 압도했지만, 2:0 이후에 딱히 뭔가를 더하려고 들지 않았다. 만약 이곳이 벤피카였다면, 다들 3:0 혹은 4:0을 만들려 노력했을 것이다.
포르투갈 리그는 시즌 초반부터 앞서나가는 게 중요하고, 리그 테이블에서 1위에 올라 있다는 심리적인 부분이 전해주는 부분을 모두가 다 알고 있어서다.
그런데 내가 피치 위에서 느낀 것은 만족감이었다.
한데 그건, 후반 30분이 지나서나 보여야 한다.
[75분이 남았었다. 이런 상황에서 2:0은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점수지. 하지만 너희는 안심했다. 난 실망했고, 너희는 대가를 받았지. 그건 멍청한 짓이다.]지금까지 뮌헨에서 생활하면서, 일부 선수들이 펩의 말하는 방식에 불만을 터뜨리는 것을 보아왔다. 그들의 공통적인 생각은, 본인들이 존중받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언어의 미숙함을 떠나, 펩은 우리를 프로 선수가 아닌 아카데미의 선수처럼 대하는 경향이 있었다.
나를 포함한 대다수는 이것을 두고 펩이 ‘라 마시아’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성장한 탓이라 여겼고, 이런 순간을 제외하면 늘 그가 우리를 존중해주고 있어 이와 같은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곤 했다.
중요한 건 펩이 우리에게 말하려고 하는 것이지, 그가 말하는 방식은 아니니까 말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렇지 않았다.
[아까 봤어? 그는 우리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돼.] [진정해, 마리오. 그냥 그의 스타일일 뿐이야.] [제기랄. 우린 프로야. 그리고 뮌헨에서 뛰어. 그걸 존중받지 못한다면, 대체 그게 무슨 상관이야?]펩이 불만을 토하는 방식에, 만주키치는 늘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는 했다. 그리고 그런 그를 달래는 것은 항상 리베리나 람처럼 클럽 내에서 비중이 있는 남자들이었다.
작년 뮌헨에 합류해 트레블의 주축이 되었고, 피치 위에서는 늘 성실하게 뛰어주는 만주키치다.
정통적인 9번(ST)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만주키치가 지닌 공간 이해와 연계 능력은 현대 축구에 더욱더 어울렸다. 그리고 압도적인 피지컬을 바탕으로 한 공중볼 연계도 좋다.
아직까지 많은 대화를 주고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만주키치에게 다가가 그를 위로해야 할 것 같았다.
“oraspolo?itil, 마리오.”
[엉?]“어…… oraspolo?iti. 혹시 틀렸어?”
“……풉-!”
“??”
“하하하하!!”
피치로 내려서는 계단 위에서, 만주키치는 말 그대로 폭소를 터뜨렸다. 그는 왼손을 배에 가져간 채 오른손으로 연신 허벅지를 두들겼고, 난 그것을 멍하니 지켜보며 생각했다.
혹시 발음이 틀렸나?
분명 이게 맞다고 배웠는데 말이다.
조금 시간이 지나, 손가락으로 눈가를 훔친 만주키치가 내 어깨를 두드려왔다.
[빌어먹을. 펩의 총애를 받는 녀석이라 덩달아 재수 없을 줄 알았더니.]“뭐?”
[당케 쉔. 기분이, 훨씬 나아졌어.]“어…… 비테?”
[큭큭큭큭. 얼른 독일어나 배워, 이 녀석아.]어깨를 두드리던 손에 힘을 더한 만주키치가 돌아서고, 그것을 멍하게 지켜보던 나의 곁으로 람이 다가왔다.
[Sehr Gut. 네가 마리오를 달랬잖아?]“뭐?”
엄지를 치켜세웠던 필립 람 역시 필드로 향하고, 계속해서 멍하게 있던 나를 단체가 재촉하며 이끌었다.
“뭘 그렇게 멍하니 있어? 얼른 가자.”
“어, 그래.”
이미 알고 있던 것이지만, 난 확실히 이전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뛰고 있었다.
전혀 다른 성향의 사람들과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 속에서 살아간다는 답답함과 외로움은, 종종 나를 완전히 동떨어진 사람으로 만들어 놓곤 한다.
지금과 같은 순간이야말로, 그것이 유독 더욱 잘 느껴진다.
하지만.
[뭘 그렇게 멍하니 있어?] [냅둬, 바스티. 걘 알아서 잘하잖아. 생각하고 있겠지. 너처럼 단순한 녀석하곤 다르다고.] [단순? 내가?] [응. 전에 내가 더워서 녹아내릴 것 같다니까 뭐라고 했어?] [하-! 내가 바본 줄 알아? 사람은 아무리 더워도 녹을 수 없다고 했지!] [비유잖아, 바스티!! 비유라고!! 제발 좀 알아들어!!] [제기랄!! 난 비유가 싫다고 했잖아!!]이곳은 내가 외롭다거나, 답답하다고 느끼며 사색에 잠기는 순간을 방해하곤 한다.
바스티와 노이어가 저렇게 티격태격한다는 건, 팀의 주전 골키퍼가 비유를 하고 팀의 주전 젝서가 알아듣지 못해 화를 내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저렇게 두 사람이 지나가고 나면.
그 뒤는.
‘아, 얼른 가자.’
고개를 뒤로 돌려보니 리베리가 다가오고 있었는데, 마음이 급해진 나는 얼른 발을 옮겨 피치 위로 걸어갔다.
가만히 있었다간, 또 뒤통수를 내어줘야 했을 거다.
‘하여간에 진짜.’
어떠한 의미에서, 뮌헨은 내가 외로워할 틈을 주지조차 않는 곳이었다.
…… 좋은 거겠지?
난 일단, 그렇게 믿고 싶었다.
***
ㅁ 후반 08분
바이에른 뮌헨 2 : 1 묀헨글라트바흐
이렇게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뮌헨에서의 축구는 벤피카에서 하던 것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전혀 다른 무대와 전혀 다른 환경이지만, 큰 틀은 무척 비슷했다.
우리 뮌헨을 상대로, 대부분의 클럽은 선수비 후 역습이라는 방법을 택한다.
첫 번째 실점 장면도 역습 상황에서 나왔고, 지금도 묀헨글라트바흐의 보면 8명에서 10명의 선수가 항상 페널티박스 부근에 모여 있었다.
그렇게 상대를 수비 진영에 가둬두고 점유율을 8:2 수준으로 가져가고 있는 우리이지만, 딱히 압도한다는 느낌까지는 들지 않는다.
공격 진영에서 볼을 잡은 이들은 여유가 없었고, 무리하게 한쪽을 파고들려는 모습은 일종의 고집처럼도 느껴졌다.
‘저건 아니야.’
아군이 상대보다 월등한 힘을 갖추었단 판단이 든다면, 단단한 곳을 계속해서 밀어붙여 결국에 부서뜨리는 건 단순하지만 가장 좋은 선택이 된다.
지난 DFB-포칼 컵 1라운드가 그 좋은 예였는데, 상대는 우리의 힘 앞에 저항조차 못 하고 손쉽게 무장해제가 되었다.
그러나 오늘은 조금 다르다.
뮌헨이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강한 클럽인 것은 맞지만, 상대 역시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중위권의 팀이다.
근본적으로 분데스리가 역시 셀링 리그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세계 최고의 리그 중 하나일 수 있는 것은 중/하위권의 팀 역시 충분한 능력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에게 필요한 건 힘으로 내리찍는 것이 아닌, 영리하게 움직여 상대의 균열을 만들어내는 일이었다.
전반전 15분 이후와 크게 다를 것 없는 답답함이 계속해서 이어진 뒤, 후반 10분에 나는 경기가 잠깐 지연되는 틈을 타 펩의 앞으로 와 물병을 집어 들었다.
물을 마시는 것은 핑계고, 실은 할 말이 있어서였다.
“지금은 너무 단순해요, 펩.”
[뭐?]“……Die Richtung andern, Pep.”
오, 내가 이 단어를 기억해 내다니.
난 지금 방향 전환을 말했다.
“아, 그리고. 젝서. 센터백. 사이드백 고.”
[…….]지금 내가 말하고 싶었던 건, 사이드백이 센터백이 되는 규칙을 바꿔 통상적인 방법으로 공격을 조금 더 전개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바스티를 센터백으로 내리면서, 람과 내가 조금 더 공격적으로 가담하는 것이 지금의 흐름을 깨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물론 펩은 이런 부분을 즉흥적인 우리의 판단에 맡겼지만, 사이드백이 센터백이 되는 방식에 익숙지 않았던 우린 오히려 그것에 집착해 유연성을 잃어버렸다.
몇 번이나 공격에 가담할 타이밍을 잡았음에도, 센터백이 되느라 공격에 나서지 못했던 나다.
“당신이 말해주는 게 필요해요, 펩.”
물병을 사이드라인 바깥쪽에 대충 던져두며, 나는 수비 위치를 찾아 다시 움직였다. 그리고 그렇게 몇 분이 더 흘렀을 때, 휘슬이 울리면서 선수 교체가 이뤄졌다.
사이드라인에 서 있던 사람은 다름 아닌 얀 키르히호프(Jan Kirchoff)였는데, 그는 팀의 백업 센터백 중 하나였다.
교체되어 나가는 건, 팀의 젝서인 바스티다.
‘어라. 이게, 아닌데.’
나는 그저 펩에게 전술적으로 지시를 내려 바스티를 센터백으로 바꾸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을 뿐이다. 한데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아예 강제적으로 팀 전형을 바꾸어 버렸다.
단테를 중심으로 얀과 보아텡이 좌우에 서서 쓰리백을 형성하게 되었는데, 이러면 자연히 람과 나는 윙백이 된다.
[필립! 필립!!!]그리고 나를 건너뛰고 람에게만 추가적인 지시를 내리는 펩을 보면서, 그가 나의 의견을 200% 받아들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거, 보기보다 화끈한 사람일세.
하지만, 그래서 마음에 든다.
‘좋았어. 그럼 해볼까?’
이제 더는 센터백이 되어 수비 진영에 머무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내 의욕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순수한 사이드백으로서, 나의 역량을 보여줄 때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촤아아아-악!!
“!!”
수비를 단단히 하는 거겠지.
깊은 태클로 헤어만에게서 축구공을 되찾은 나는, 바로 앞쪽의 리베리에게 패스를 보낸 뒤에 다시 위치를 찾아 움직였다.
***
ㅁ 후반 18분
어릴 때부터 나는 모든 훈련에는 의미가 있다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듣고 자랐다. 내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축구선수라면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축구선수라면, 당연히 훈련의 의미를 알길 원하니까 말이다. 그것을 알고 모르는 건, 매우 큰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항상 새로운 훈련을 접할 때면, 이것을 왜 하는지 묻거나 스스로 생각해보고는 했다.
FC 노르셸란에서 기본기를 배울 때라든가, SL 벤피카에서 포메이션 변화에 따른 포지셔닝을 배울 때마다 나는 항상 질문을 입에 달고 살았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럴 수가 없어 혼자서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는데, 내 생각에 ‘5분할’의 훈련 방법은 다른 동료들이 생각하는 티키타카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경험한 펩의 축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방향 전환이었고, 모든 빌드업과 부분 전술은 그를 위한 것일 때가 많았다.
그리고 이는 지금까지 우리가 잘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난.
파앙-!!!
이것을 하려고 하는 거다.
‘……그렇지!’
빠르게 차올린 축구공이 피치를 횡으로 가르며 람의 발밑에 도달한다. 그리고 그는 앞쪽의 로번에게 패스를 보내는 대신, 속도를 늦추며 토니 크로스를 찾았다.
그러고 난 뒤에는 뒤쪽으로 손을 뻗어, 단테에게 다시 볼을 돌리라는 지시를 보냈다.
이어지는 백패스.
과연 나쁜 걸까?
‘아니. 아니야.’
지금 후방으로 패스를 돌리는 것이 나았던 이유는, 묀헨글라트바흐의 수비가 충분한 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애초부터 수비 진영에서 나아가는 속도가 빠르지 않았을뿐더러, 로번과 람의 포지셔닝이 겹쳐 공격을 전개해봤자 이전과 비슷한 흐름이었을 거다.
바로 이런 부분이다.
‘5분할’ 훈련의 의미.
“단테!!”
축구공이 후방으로 돌아감과 동시에 수비 진영으로 내려섰던 나는, 센터백에서 젝서가 된 단테로부터 패스를 받아든다.
현대 축구에서 쓰리백은 빌드업이 가능한 센터백을 필수적으로 요하는데, 그래야 순간적으로 6번(DM) 위치에 선수를 채워 넣음으로써 중요 위치에 선수를 둘 수 있어서였다.
과거처럼 센터백이 마냥 눌러앉는 축구는 현대에는 좋은 먹잇감이었기에, 공격이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필수적으로 한 명의 선수가 후방 빌드업을 맡아줘야 한다.
그렇게 패스를 받아든 나.
다음 타깃은 리베리였다.
파앙-
전방의 리베리에게 패스를 보낸 뒤, 나는 곧장 사이드라인 쪽으로 움직여 공간을 만들었다.
이렇게 좁혔던 라인을 넓히게 되면, 종종 수비를 해줘야 할 선수가 추격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는 경우가 발생하곤 한다.
지금 헤어만이 바로 그랬는데, 이것은 사이드백인 내겐 무척 좋은 기회였다.
자카에게 밀려나면서도 어떻게든 리턴을 보낸 리베리의 패스가 도착하고, 그제야 급하게 내게 접근하는 헤어만을 확인하면서 나는 대각선 앞의 뮐러에게 축구공을 보냈다.
그리고 직후에 곧바로 스프린트를 시작했는데, 헤어만의 멍때림에서 비롯된 ‘내가 바라던 묀헨글라트바흐의 균열’은, 자카와 얀치케가 동시에 이쪽으로 기울면서 완성되었다.
‘토마스, 여긴 아니야. 여기로 보내지 마.’
헤어만-자카-얀치케로 구성된 오른쪽 라인이 나의 오버랩에 신경을 쓴 순간, 묀헨글라트바흐의 진영 전체가 같은 방향에 무게가 쏠렸다.
이것은 축구 포메이션의 가장 기본적인 성향이자, 가장 손쉽고 간편한 수비 방법이기도 하다.
상대의 공격을 특정 방향으로 몰아붙이는 것을 두고 ‘몰이사냥’에 비유하곤 하는데, 축구는 사이드에 몰리면 몰릴수록 선택지가 좁아진다.
우리 사이드백이 선 중앙 후 측면으로 수비의 비중을 두는 것 역시도, 측면이 상대적으로 위협이 덜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훈련이 잘된 팀은 한쪽 라인이 움직이는 것을 보곤, ‘몰이사냥’이 시작된다고 생각하여 전체가 거기에 반응하여 연쇄 이동이 일어나고 한다.
하지만 바로 이럴 때 방향 전환이 이뤄진다면, 수비 진영은 좌우로 크게 넓혀지게 되고 그것은 곧바로 선수와 선수 사이의 공간 허용으로 이어진다.
난 뮐러라면, 같은 것을 보고 있을 거라 믿었다.
“!!”
토마스 뮐러는 본인을 밀어붙이고자 압박한 마르틴 스트란츨(Martin Stranzl)을 매우 간단한 동작 하나로 뚫어내었다. 그리곤 곧바로 반대편을 보며 발을 휘둘렀다.
뮐러의 발을 떠난 패스는 순식간에 피치를 가르며 오른쪽 사이드라인을 향해 날았는데, 거기에 있었던 것은 완전히 사각지대에 있었던 필립 람이었다.
수비가 내 쪽으로 쏠리게 되면서 아르연 로번 역시 덩달아 중앙으로 움직였는데, 그러면서 생긴 넓은 공간으로 람이 알아서 달려갔던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일반적으로 공이 없는 곳의 사이드백은 저런 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은 누가 봐도 왼쪽으로 힘이 기우는 상황이었고, 그렇다면 반대편 사이드백은 보통 하프라인 부근에 머무른다.
혹시나 모를 역습을 경계함과 동시에, 때론 측면을 비우고 중앙에 힘을 실어줘야 하는 상황 역시도 그려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건 뮌헨의 특징이 아닌 축구계 전반에 퍼진 ‘상식’과도 같은 것이었고, 그래서 더더욱 람이 저 위치에 있는 것은 상대 수비를 혼란하게 만들었을 거라고 본다.
실제로도 빠르게 수비가 반대편으로 움직이면서, 간격이 넓어지는 것이 보였다.
‘서둘지 마, 필립. 서둘 것 없어.’
주변이 텅텅 빈 상황에서 패스를 받았다고 하여, 섣부르게 전진을 택하는 것은 생각이 없는 축구선수나 하는 짓이다.
그렇게 하면 결국 스스로 선택지를 좁히는 꼴이 되고, 이후의 선택지는 크로스 혹은 1:1로 수비를 돌파해 기회를 만드는 것밖에 남지 않게 된다.
물론 개인 기량이 충분하다면야 그것으로도 충분히 결과를 만들 수는 있겠으나, 나라면 굳이 더 좋은 선택지를 두고 그런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람이 그랬다.
[필립!!]람은 토니 크로스가 충분히 접근할 때까지를 기다렸고, 그에게 패스를 보내어 수비가 다시 혼란을 겪길 원했다.
크리스토프 크라머가 빠르게 압박을 가했지만, 등을 진 상태에서 몸을 빙그르르 돌린 크로스는 수비를 간단히 벗겨낸 뒤에 넓은 공간을 점령했다.
위기에 몰린 묀헨글라트바흐의 수비수들이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기 시작하고, 조금씩 앞으로 치고 나가며 주변을 살피던 그는 자신이 자유롭다는 것을 깨닫는다.
좌우로 넓게 펼쳐져 있던 묀헨글라트바흐의 진영을 비로소 확인한 것인데, 그래도 그는 그것을 깨닫자마자 곧바로 오른발을 휘둘러 슈팅을 쏘아 보냈다.
낮고 빠르게 날아간 슈팅이 테어 슈테겐의 앞에서 튕겨 오르고, 다급하게 들어 올린 두 손에 가로막힌 축구공은 뒤이어 쇄도하던 로번의 발등에 얹힌다.
수비가 왼쪽으로 기울며 덩달아 움직였었던 로번에게, 이후에 펼쳐졌던 상황이 행운을 안긴 것이다.
축구공이 골라인을 넘어선 순간, 난 불끈 쥔 주먹을 휘두르면서 하프라인 너머의 펩을 보았다.
회색빛 수트의 재킷 단추를 풀어 헤치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던 그는, 지금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오늘 경기 중 가장 뚜렷한 감정을 표현하고 있었다.
FC 바르셀로나에서 했던 것과 같을 수는 없겠지만, 아마 펩이 바라던 축구는 이와 비슷할 것이다.
피치를 이해하고 공간을 만들어, 단순히 횟수를 늘리는 것이 아닌 제대로 된 의미를 가진 패스를 보내는 축구 말이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난 대충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뭐, 아직 알아가는 중이니까.’
내가 앞으로 경험할 새로운 축구가, 새삼스럽게도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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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결과
바이에른 뮌헨 4 : 1 묀헨글라트바흐
[골] 아르연 로번 : 전반 11분(프랑크 리베리), 후반 20분마리오 만주키치 : 전반 15분(아르연 로번)
김다온 : 후반 40분(P.K)
김다온 ? 95분 출전(1골/평점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