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65)
264화
2013년 8월 10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FC 바이에른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어제는 개인적으로도 무척 신선했던 하루였다. 뮌헨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펩의 축구를 경험했고, 무엇보다 후반 40분에는 페널티킥 키커로 나서기도 했다.
[하하하. 난 그게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지.]“재미있었어요. 조금 색다른 긴장감이 있더라고요.”
[그래. 앞으론 더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게 될 걸세.]“······.”
사실 그 전에 뮐러가 P.K를 유도해냈고, 그가 직접 처리를 하려고 했지만 테어 슈테겐의 선방이 막혔다.
흘러나온 축구공을 향해 쇄도했던 토니가 다시 파울을 얻어내며 두 번째 P.K가 주어졌던 것인데, 곧장 펩은 날 지목하며 페널티킥을 처리하도록 만들었다.
[어땠지? 어제의 축구 말이야.]“좋았어요. 감독님의 철학도 더 알게 됐고요. 방향 전환을 만드는 방법을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다면, 전 우리가 훨씬 더 좋은 축구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고르카로부터 이야기를 듣던 펩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그는 내 말이 옳다고 했다.
[훈련은 무척 중요해. 하지만 한편으론 습관도 만든다. 좋은 습관을 들이는 건 좋다. 하나, 그것 때문에 경직이 되기도 해.]우리의 다음 경기는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프루트와의 리그 2라운드이고, 그때까지는 8일 이란 넉넉한 시간이 남아 있다.
펩은 그때까지, 우리 몸에 붙은 나쁜 습관들을 계속해서 털어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난 그것을 뮌헨이 지금까지 해왔던 축구라고 해석했다.
지난 시즌 트레블을 거둔 뮌헨의 축구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새로운 축구를 방해하는 것들을 말하려는 것 같았다.
[이봐.]“네?”
줄곧 독일어로 말하던 펩이 스페인어로 바꾼다.
[지금 이 클럽에서 제대로 된 공간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자네와 필리프뿐이야. 그리고 토마스가 빠르게 이해를 하고 있지. 녀석은 그 분야에서 천부적이니까.]펩은 어제의 경기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또 한 번 달라졌을 거라고 했다. 4부 리그가 아닌 1부 리그의 중위권 팀을 상대로 훌륭한 경기력을 보였기 때문이란다.
특히 그는 내 수비를 크게 칭찬했는데, 다니 아우베스의 예를 들면서 공격 가담 욕구를 억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말해주었다.
[다니는 늘 공격하고 싶어 했어. 그래서 가끔 난 그를 통제해야 했지. 녀석을 불러서 빌어먹을. 넌 수비수야. 그러니 수비를 해야지. 라고 했어.]“하하하하.”
훈련이 시작되기 전인 이때야말로, 펩의 인간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이 남자는 늘 눈을 보며 말했고, 모든 것을 진솔한 단어로 표현했다.
다소 거친 문장들도 섞여 있지만, 그래서 더 펩이 말하려는 게 잘 와 닿았다.
다니 아우베스와의 일화를 설명하던 펩은, 자연스럽게 화제를 바르셀로나 시절의 것으로 가져갔다.
[나는 늘 모방하곤 했어. 어릴 땐 플라티니의 팬이었고, 그런 뒤엔 기예르모 아모르를 따랐지. 혹시 아나?]“아뇨. 전혀요.”
[기회가 된다면 한번 그를 알아보게. 굉장히 훌륭한 선수였거든. 아무튼, 난 아모르를 모방하려고 했어. 그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했지. 단순히 축구장 안에서의 모습만이 아니야. 그 밖에서도 그를 따라 했어.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사람들과 어떻게 대화를 나누고, 무엇에 관심을 기울이는지 말이야.]펩의 말에 따르며, 기예르모 아모르(Guillermo Amor)는 라마시아의 축구를 완벽한 수준으로 구사했던 ‘첫 번째’ 선수라고 했다.
훨씬 더 예전부터 라마시아를 통해 성장한 선수들이 있지만, 진짜 라마시아의 축구를 팬들에게 선보인 사람은 그가 처음이었다면서 말이다.
[난 이후 19살에 바르셀로나 선수로서 데뷔전을 가졌어. 자네보다는 못하지만, 그것도 무척 파격적인 일이었지. 아쉽게도 아모르는 그때 경고 누적으로 뛸 수 없었어. 하지만 난 경기를 즐겼다네. 크라위프가 원하던 축구를 정확히 했던 거지.]이후로도 펩의 이야기는 얼마간 더 이어졌다. 모두가 자신의 10대 시절에 관한 것이었고, 도메네크가 찾아와 미팅을 알릴 때까지 그는 단 한 순간도 입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난 그 앞에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듣기만 했다.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오히려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이런! 미팅이로군.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지.]“네, 펩. 감사해요.”
[하하. 그럼 조금 뒤에 훈련장에서 보세나.]펩이 먼저 감독실을 빠져나가고, 뒤이어 문을 나선 나는 엘리베이터가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혀 몰랐어.”
“네?”
“펩 말이야. 축구 말고도 저렇게 수다스러운 남자일 거라는 생각은 없었거든.”
“하하. 지금도 축구 이야긴데요?”
“하긴. 그건 또 그러네.”
“······.”
펩은 절대 이유 없이 저런 말을 하지 않는다.
분명 그는, 내게 바라는 것이 있었을 거다.
입을 다물고 있자, 고르카가 날 불렀다.
“다온?”
“저, 고르카?”
“응?”
펩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한 것은, 단순한 자기 자랑은 아닐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의 자랑은 섞여 있던 것 같았지만, 그건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다.
기예르모 아모르.
펩이 굳이 그를 말한 건, 아마도 하나의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제가 람과 가까이 있을 때면, 곧장 와줄 수 있어요?”
“······그럴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 그런데 왜?”
“아무래도 그게, 오늘 대화의 이유인 것 같거든요.”
“???”
고르카는 의아해했고, 반대로 난 확신하고 있었다.
펩에게 있어 아모르는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던 멘토였다. 그리고 그는 필리프 람이 ‘나의 기예르모 아모르’가 될 수도 있을 거라 넌지시 말했던 것이다.
사실 뮌헨에서 지내며 늘 궁금했다.
대체 람은 어떻게 저 모든 일을 하는 것일까?
이것은 단순히 축구에 관한 부분만이 아닌, 피치 밖에서의 모습에 관한 부분이었다.
그는 매번 식사 테이블을 달리하고, 매번 다른 선수와 함께 퇴근을 하거나 저녁 식사를 즐기기도 했다. 또 어떤 날은 혼자 있는 선수들의 집을 돌며 선물을 주었다.
피치 위에서와 마찬가지로 람은 어디에서나 있는 남자였고, 펩은 내가 그걸 배우길 원했던 것 같다.
‘멘토······ 인가?’
사실 FC 노르셸란과 SL 벤피카에서도 멘토들은 줄곧 있어왔다. 헨릭 킬덴토프와 막시 페헤이라는 내게 많은 것들을 알려줬고, 그들의 플레이를 보며 자극도 받아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축구장 바깥에서 누군가를 특별히 배우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건 어쩌면 늘 가족과 함께해왔기 때문일 수도 있고, 미안하지만 그들이 축구장 밖에서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람은 조금 다르다.
그는 항상 모범적이다.
그리고 난.
‘배우고 싶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이거였다. 펩과 대화를 마친 후에 람을 떠올리자, 그의 모든 것을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체적으로 왜 그런지는 대답할 수 없다.
그냥, 그런 기분이 들었을 뿐이니까.
‘뭐, 이유야 나중에 찾아도 돼.’
그래서 난 지금까지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먼저 행동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구튼 모어겐, 필리프. 비 게츠?”
[하하하. 좋아. 오늘도 활기찬데?]“저기, 필리프.”
[?]“오늘 약속이 없다면, 나랑 같이 저녁 먹자. 원한다면 다른 사람들도 데려가고.”
처음이다.
뮌헨에 온 이후, 누군가에게 먼저 사적인 자리를 함께하자고 권하는 것 말이다.
잠깐 난 멀뚱히 쳐다보던 람이 곧 환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데이비드가 식사를 권유했었다면서 오늘 셋이서 함께 모이는 게 좋을 것 같다고도 했다.
[수비수들끼리 모이는 거지, 뭐. 아, 단테도 부를까?]“그야 좋지.”
[좋아. 가족들도 데려오라고 해야겠어. 그런 모임은 가족들이 있으면 좋지. 내가 식당하고 예약할게.]“그래. 그렇게 해.”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드린 람이 훈련을 준비하고, 나 역시 그 바로 곁에서 축구화로 갈아 신었다.
훈련장과 경기장 모두에서, 내 라커 양쪽에는 필립과 단테가 자리하고 있다. 부상에서 회복 중인 마리오 괴체와 티아고 역시, 가장 편하게 느끼는 이들이 곁에 있었다.
이는 당연히 적응을 돕기 위한 것이었고, 덕분에 우리 세 사람은 자연스럽게 분위기에 스며들고 있는 것 같다.
[흐아아아-암! 좋은 아침.] [또 잠이 덜 깼어?] [죽겠어. 자도 자도 피곤······ 흐아—]아침이면 늘 힘들어하는 보아텡은 아침잠이 조금 많은 편이다. 들리는 말론 정작 원정을 떠날 때면, 늦은 시각까지 태블릿으로 영화를 보기에 바쁘단다.
뭐든, 이유가 있는 법이다.
[아, 제롬. 너 오늘 뭐 해?] [데이트. 괜찮은 애랑 연락하고 있거든.] [이런! 넌 안 되겠네.] [왜?]람은 아마도 보아텡에게 저녁을 함께하자 권하고 있는 것 같았다. 슬쩍 나를 쳐다본 보아텡이 어깨를 으쓱였고, 가방을 내려둔 뒤에는 내게 다가와 등을 두드렸다.
[미안. 오늘은 무척 중요한 날이라.]“?‘
[오늘 걔가 집에 안 들어갈 것 같거든. 무슨 뜻인지 잘 알지? 큭큭큭. 아무튼, 그럼. 있다가 봐.]“??”
어떻게 흘러가는 상황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건 딱히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었다. 난 곧장 보아텡에게서 신경을 끄곤, 람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보았다.
‘아니, 이럴 게 아니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나는 얼른 람의 뒤를 쫓았다.
그는 지금, 마사지를 받으러 가고 있었다.
[응? 넌 보통 저쪽을 쓰지 않아?]“오늘부터 조금 바꿔보려고.”
[그래? 좋아, 그럼. 가자.]“응.”
필리프가 친형처럼 느껴지는 건, 필시 기분 탓일 거다.
***
2013년 8월 11일. 80802 뮌헨, 독일. 슈바빙-프라이만(Schwabing-Freimann. 80802 Munchen, Germany).
강과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펜트하우스의 주인은 가족들과 산책을 마치고 막 집으로 돌아온 상태였다.
하루의 대부분을 직장에서 머무는 그이기에, 몇 없는 휴식일만큼은 항상 가족들을 위해 헌시하려고 했다. 완벽한 남편이나 아버지는 아니지만, 자상한 남편이자 아버지일 수는 있었던 이유다.
“나가서 점심을 먹을까?”
“나는 좋아. 너희들은?”
“두 분이서 다녀오세요.”
“뭐어-? 왜-! 난 갈래!”
“시끄러워, 세나. 두 분도 가끔 데이트를 하셔야지.”
장녀인 마리아 과르디올라(Maria Guardiola)는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제법 의젓했다. 이것이 흐뭇했던 크리스티나는 딸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러곤 고개를 돌려, 한창 축구 이야기에 빠져 있는 남편과 아들을 보았다.
‘하여간, 못 말린다니까.’
펩 과르디올라가 의도한 집안 분위기이기는 했지만, 자녀들 모두가 아빠만큼 축구를 좋아했다. 덕분에 평범한 또래들보다, 아이들은 훨씬 더 축구를 잘 이해했다.
마리우스(Marius)와 펩의 대화에 마리아가 끼어들고, 졸리다고 칭얼대는 발렌티나(Valentina)를 재우기로 결정한 크리스티나가 딸아이들의 침실로 향한다.
“준비까지 끝나면 1시간은 걸릴 거야, 주제프.”
“그래. 알겠어.”
사실 준비는 30분이면 충분했지만, 크리스티나는 남편과 아이들이 좀 더 대화를 하길 원했다. 어차피 집을 나서게 되면, 자신이 온전히 펩을 점유할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녀는 시끄러운 집안이 마음에 들었다.
거실에서는, 계속해서 대화가 이어진다.
“어떠니?”
“음- 프랑크프루트는 어떤 팀이에요?”
“잘 조직되어 있는 팀이야. 로데. 제바스티안 로데 알지? 그가 균형을 아주 잘 잡아주고 있거든.”
“그럼 수비가 강하겠네요?”
“그래. 무척 뚫어내기 어려운 팀이야.”
펩 과르디올라는 본인이 고안한 전술을 선수들에게 말하기에 앞서, 아들과 딸에게 먼저 이야기해 반응을 살피고는 했다.
만약 아이들을 충분히 이해시키지 못한다면, 그는 좀 더 쉽게 풀어서 설명할 수 있는 단어와 문장을 찾았다.
아이들도 이해할 만큼 쉬워야, 선수들이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종종 선수들로부터 어린아이 취급을 한다는 오해를 사기도 한다.
그리고 또 그의 영원한 스승인 요안 크라위프로부터 받은 영향으로 인해, 직설적이고 고압적이라는 오해 역시도 받는다.
하지만 펩 과르디올라는 그러한 것을 해명하는 일에는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오해가 쌓여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더라도, 거기에 쓸 에너지가 없어서였다.
그래서 펩 과르디올라에겐 항상 코치들과 자신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몇 명의 선수가 필요했다.
“킴은 어떤 선수에요?”
자녀들과의 대화를 통해 좀 더 쉬운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한 펩은, 이번엔 조금 다른 질문에 답하기로 한다.
“무척 영리해. 놀라울 정도로 말이야.”
“아빠보다도요?”
“하-! 그럴 리가. 하지만 내 19살보다는 나아. 난 그 나이에 고작 라리가 데뷔전을 가졌지만, 그는 벌써 유로파 우승 타이틀이 있지. 그리고 20-20도 기록했고.”
“사이드백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간단해. 축구를 너무나도 잘 이해하고 있거든.”
“?”
축구 선수는 누구나가 장단점이 있다. 그렇기에 중요한 건, 단점을 얼마나 잘 감추느냐는 것이 된다.
그 수단으로는 우선 장점으로 단점을 가리는 법이 있고, 혹은 감독의 전술을 통해 그것을 가릴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스스로 카멜레온이 되는 것이다.
“마치, 아빠처럼요?”
“하핫-! 바로 그거란다.”
현역 시절, 펩 과르디올라는 바르셀로나와 스페인을 대표하는 ‘꾸아트로(Cuatro)’였다.
현대 축구는 흔히 수비형 미드필드를 6번(DM)으로 두지만, 2000년대 이전까지 스페인에서 수비형 미드필드를 가리키는 단어는 늘 숫자 4였다.
그리고 이 위치에서, 펩은 바르셀로나가 요구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남자였다.
“그는 나처럼 어렸을 때 체격이 작았어. 지금은 엄청나게 컸지만, 어릴 때 배운 습관들은 여전히 남아 있지. 그는 충돌을 피할 줄 알아.”
“수비수가 그러면 나쁜 것 아니에요?”
“그렇단다. 하지만 조금 달라. 내가 말하는 건, 불필요한 충돌이란다. 그는 아직까지 커리어에서 퇴장이 없어. 그리고 그건 필리프도 마찬가지지. 둘의 공통점은 부족한 체격조건을 슬기롭게 극복할 방법을 터득했다는 점이야.”
축구에서 수비형 미드필드가 포진한 지역은 90분 동안 가장 치열한 전투가 펼쳐지는 격전지다.
그래서 해당 포지션의 선수는 체격적으로 뛰어나거나 혹은 키가 작더라도 다부지며 힘이 좋은 선수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것들은 펩 과르디올라가 가지지 못했던 것들이다.
라마시아에 입단하기 전, 펩은 촌마을의 흙바닥 공터에서 5살에서 많게는 10살 많은 사람들과 축구를 해왔다.
그리고 거기에서 늘 펩 과르디올라는 축구를 가장 잘하는 소년이었는데, 이는 타고난 천부적인 재능과 부모님에게서 물려받은 가장 큰 축복인 생존본능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펩은 남들보다 위기를 더욱 빨리 인지하고, 그것을 극복할 방법을 찾을 줄 알았다.
그 결과 펩은 기술과 빠른 볼 처리, 또 피치 전역을 살피면서 곳곳에서 펼쳐지는 움직임이 가져올 도미노 효과를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더욱 축복이었던 건, 펩 과르디올라가 라마시아에서 만났던 감독들 모두가 같은 경험을 가지고 있던 이들이란 점이다.
“그래서 둘은 내 축구를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어. 굳이 설명을 보태지 않더라도, 왜 내가 그런 지시를 내리고 또 거기로 움직이라고 하는지를 알지.”
“생존본능 때문에요?”
“그래. 두 사람은 상대를 효과적으로 공략하는 방법뿐만이 아니라, 볼을 빼앗기지 않을 방법도 항상 인지하고 있단다. 본인들은 그걸 모르겠지만, 그들의 본능이 거기로 이끌고 있어.”
펩 과르디올라가 김다온에게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했던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였다. 만약 김다온이 람의 장점을 자신의 장점과 조화시킨다면, 그건 정말 놀라운 일이 될 거다.
또 반대로 람 역시, 김다온으로부터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들을 배울 수 있다.
그것 또한, 필리프 람만의 방식으로 이해한 김다온의 장점이 될 것이다.
“아빠가 축구에서 사이드백이 얼마나 중요하댔지?”
“엄청나게요.”
“맞아. 그 이유는?”
“99%의 클럽이 평범한 사이드백을 보유하고 있어서요. 그래서 더욱 1%의 차이가 크게 느껴진다고요.”
“바로, 그거란다!”
펩 과르디올라에게 있어 아이들은 자신이 가장 사랑해야 할 존재임과 동시에, 축구에 대한 애정과 시각을 항상 새롭게 갱신해 주는 신비로운 존재였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축구를 말하고 있다 보면, 어린 시절에 가졌던 열정과 같은 것들이 되살아났다.
그리고 때 묻지 않은 머릿속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들은 종종, 펩의 축구에 반영되기도 한다.
이미 FC 바르셀로나에서도 몇 번이나 그랬고, 그럴 때마다 펩은 아이들에게 너희들이 바르사의 전술을 만들었다며 자랑스러워하라고 했다.
바로 이러한 경험 때문에, 아이들은 더욱 아버지와의 대화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아빠.”
“응?”
“뮌헨에서는 펄스나인을 할 수 없는 거예요?”
“흐음- 흥미롭구나. 어떤 생각인지 말해 보겠니?”
다시 대화에 빠져들기 시작한 남편과 아이들을 보며, 크리스티나는 시간이 조금 더 오래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편안하게 나가려고 했던 생각을 바꿔, 한껏 치장을 하여 남편과의 데이트를 즐기기로 한다.
“저 조금 더 오래 걸려요.”
“······.”
“······.”
이미 거실 소파 위의 사람들에겐, 들리지 않는 말이었지만 말이다.
과르디올라 가족의 평범한 풍경 속으로, 호수 위로 떠 오른 햇살이 따스하게 스며들기 시작한다.
***
작가의 말 ? 이번 화부터 필립 람 -> 필리프 람으로 표기하겠습니다. 조금 더 원어 발음에 가깝게 가려고 합니다.
메리크리스마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