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68)
267화
2013년 8월 19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FC 바이에른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전날 펩에게 조금 더 힘을 실어주자고 말한 것은, 곧바로 효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다소 시무룩한 표정으로 등장했던 그가, 금세 활기를 되찾은 것이다.
다소 경직된 상태였던 훈련장에도 웃음이 번져 갔고, 좋은 분위기 속에서 끝난 훈련에 펩은 만족했다.
[잘한 선택인 것 같아.] [응. 오늘이 제일 편했어.] [월요일이라서 아냐?]월요일은 회복 또는 피지컬트레이닝에 하루가 온전히 쓰인다. 부에나벤투라가 훈련을 주도하며, 그럴 때면 펩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잡담을 나눈다.
전술과 승리에 대한 압박이 없는 펩을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날인데, 당분간은 이걸 보기도 힘들 것 같다.
다가오는 24일 리그 3라운드를 시작으로, 우리는 3일 간격으로 리그 4라운드 경기와 유럽 슈퍼컵을 치른다.
이적 조항에 포함된 옵션대로 난 슈퍼컵은 뛸 수 없었는데, 그래서 앞선 두 경기에 몽땅 출전을 기대하고 있다.
로테이션을 받아들이고는 있지만, 이틀 전 벤치에만 앉아 있었던 건 딱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나 펩은 알라바에게도 기회를 주어야 하고, 나는 그 점을 이해하고 있었다.
9월 A매치 이후 챔피언스리그가 시작되고 12월에 클럽월드컵 일정까지 치르게 되면, 자연스럽게 출전할 기회는 늘어날 거라 생각하는 중이다.
[젠장! 이게 다 뭐야? 오늘도 이상하다고!] [진정해, 토마스. 이게 다 건강을 위해서니까.] [제기랄! 이런 것만 먹고 뛸 수는 없어.]뮐러는 오늘도 식단이 불만인 것 같다.
펩의 부임 이후 클럽엔 최초로 전담 영양사가 들어섰고, 홈경기 후의 Spiel nach dem Essen을 챙기는 것은 물론 점심 식사와 간식까지도 몽땅 책임지게 되었다.
그러면서 기존 뮌헨의 선수들이 즐겨 먹던 메뉴들이 사라지게 되었는데,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고단백 저지방 혹은 미네랄과 비타민이 풍부한 음식이었다.
즉, 맛은 없다는 거다.
[넌 괜찮아?]“Sehr gut. Ich mag Gemuse.”
[오-! 좋은데? 잠깐. 그런데 채소가 좋다고? 이런! 그럼 넌 펩의 식단에 만족하겠네. 아니야?]“음······ Ja?”
[쯧. 마음 상했어. 오늘은 너랑 안 먹을래.]시무룩해진 뮐러가 먼 쪽에 있는 테이블로 향하고, 이쪽으로 온 괴체가 앞에 앉아도 되느냐고 묻는다.
“Sicher.”
[하하. 응. 독일어가 많이 늘었는데?]“당케.”
여전히 과외를 받을 때면 머리가 터질 것도 같지만, 하루 중 2/3를 독일어를 접하면서 살다 보니 어떻게든 되는 것 같다.
“뭐야? 오늘은 토마스가 없어?”
“단테! 응. 내가 채소가 좋다고 말하니까 저리로 가버렸어. 앞으로도 종종 써먹을까 봐.”
“그거 괜찮네.”
단테와 보아텡이 착석하며 4인 테이블이 채워진다.
우린 이후, 평범한 대화들을 나눴다.
그러던 중.
“하피냐가 없네.”
“?”
내 이야기에 단테가 식당 내부를 돌아보기 시작했고, 마찬가지로 고개를 움직이던 보아텡은 무슨 일이냐며 단테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하피냐가 없다고. 펩도 보이지 않아.]“그리고 마티아스도.”
“······.”
[······.]이것이 의미하는 일은 단 하나였기에, 난 조용히 입을 다물면서 냅킨을 집어 들었다.
아마도 하피냐에게 임대 제의가 들어온 것 같다.
그리고 펩은 그것을 받아들일 생각이겠지.
프랑크프루트 원정 때도 하피냐는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명단이 발표된 직후, 그는 다시 팀에 말했다.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면, 내보내 달라고 말이다.
임대를 제안해 온 클럽과 그들이 속한 리그의 수준이 만족스럽다면, 조만간 하피냐가 팀을 떠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올 것이다.
그리고 얼마 뒤, 나의 예상대로.
[임대라고? 어디?] [베로나.] [이탈리아?]하피냐는 이탈리아 세리에 A의 헬라스 베로나로의 임대가 결정되었다.
약간 떨어진 테이블에서 대화를 나누는 그의 시선이 내 볼에 따갑게 박히고 있다.
‘불편하네.’
박힌 돌을 밀어내는 굴러온 돌이 되는 기분이란, 생각보다 훨씬 더 달갑지 않은 것이었다.
***
[헬라스 베로나, 바이에른 뮌헨의 하피냐의 임대를 매듭짓다. –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2013.08.19.(오후)]***
2013년 8월 21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FC 바이에른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하피냐가 팀을 떠나면서, 팀은 훈련을 위해 B팀에서 다시 선수를 불러들였다.
펩의 가장 큰 특징 중에 하나이기도 한데, 그는 클럽의 유스를 불러올리는 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이는 라마시아에서 성장한 경험 때문일 것이다.
“Na? 비 하이스트 두?”
아침 마사지를 끝마치고 연습용 그라운드로 나온 나는, 딱히 앳되어 보이진 않는 이에게 다가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미첼 바이저.”
“미첼? 바이저?”
“아-! 바이저. 그게 조금 더 편해.”
“그래.”
1군 콜업이 처음인 미첼 바이저(Mitchell Weiser)는 상기 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설레하는 바이저를 보던 나는, 문득 뭔가가 생각나 클럽을 대표하는 노안(老顔)이 될 수도 있는 친구를 찾아 나섰다.
그는 오늘도 피치 한쪽에서 혼자서 몸을 풀고 있다.
그래서 난, 뒤에서 슬쩍 등을 밀었다.
“으왁-!”
허리를 굽혀 스트레칭을 하다 넘어진 이 친구는, 하비의 부상 이후에 합류한 호이비에르다.
덴마크 쾨벤하운에서 태어났고, 아들들이 축구선수가 되길 바라는 부모님 밑에서 성장했다. 그래서 5살이 되던 해에 형과 함께 지역 유소년 클럽에 입단했는데, 어릴 때는 스트라이커를 맡았다고 한다.
“몇 번이나 말하지만, 피에르. 그런 균형 감각으론 스트라이커가 될 수 없다니까.”
“대체 그게 뭔 상관인데? 네가 그러고 있어 봐! 내가 뒤에서 밀어볼 테니까.”
“그럴 수는 없지.”
“제기랄.”
그리고 난 이 두 살 어린 녀석과 첫날부터 잘 지내는 중이다. 덴마크어로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는데, 녀석도 까칠하게 굴긴 해도 날 제법 따르고 있다.
어제는 훈련을 마치고 집에 데려갔는데, 눈이 휘둥그레지던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
“오늘은 포지셔닝이야. 알지?”
“······아직도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
“흔한 일이야. 나도 처음엔 집중해야 한다고.”
“넌 그래도 곧잘 하잖아?”
“그건 이 형님이 똑똑해서 그렇고.”
“쯧. 저리 꺼져.”
인상을 팍 찌푸리는 호이비에르에게 헤드락을 걸며 장난을 계속해서 쳐대고 있을 무렵, 갑자기 이쪽으로 온 뮐러가 느닷없는 질투심을 발휘한다.
[뭐야?! 나랑은 그렇게 안 하면서?]“뭐래?”
“질투.”
호이비에르가 1군에 합류하면서, 난 훈련 도중에도 통역을 받을 수 있어 무척 편리했다.
앞에서 그 큰 입으로 열심히 뭔가를 떠들어대던 뮐러가, 갑자기 양팔을 좌우로 뻗더니 제 자리에서 뱅글뱅글 돌기 시작했다.
대체 이건 또 무슨 지랄이야?
“피에르! 얘 왜 이러는 건데?”
“나도 몰라!!”
“이런!”
귀찮아질 것을 직감했는지, 호이비에르는 어느새 멀찌감치 떨어져서 다시 또 혼자 몸을 풀고 있었다. 나도 그러고 싶지만, 뮐러에게 붙잡혀 그럴 수가 없다.
내가 뻔히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뮐러는 1초도 쉬지 않고 수다를 떨어댔다.
어떠한 말을 하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잘 알았던 나는, 전에 리베리에게서 받아두었던 귀마개를 주머니에서 꺼내 들었다.
‘아, 훨씬 낫네.’
리베리뿐만이 아니라, 로번이나 만주키치도 뮐러의 수다가 시작될 때면 이렇게 했다. 훈련 때 트레이닝복 바지에 귀마개를 넣어두는 건, 아마 뮌헨이 유일할 거다.
그리고 이 엄청난 문화를 만들어낸 당사자는,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해서 입을 열기에 바빴다.
저러기도 참 힘들 건데.
새삼, 사람들의 말이 떠오른다.
[“장담하는데, 토마스는 세계 최고의 떠버리야.”] [“쟤가 말하는 걸 자명종으로 써도 될걸?”] [“내가 얼마나 자주 죽빵을 날리고 싶으냐고? 매일. 이러면 충분히 답이 됐어?”]주변을 지나치며 내가 불쌍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던 동료들도, 귀마개를 꼈음을 보여주자 씨익 웃으면서 엄지를 세웠다.
개인적인 스트레칭이 끝난 뒤에도 뮐러의 수다는 계속해서 이어졌고, 훈련이 시작될 때까지 할 일이 없었던 나는 그냥 잔디밭에 주저앉았다.
그러자 뮐러 역시, 내 앞에 마주 앉았다.
대체 뭐라 하는지 들어볼까?
[종마들은 말이야. 진짜 관리가 까다롭거든. 먹는 것부터 마사까지 신경 써야 할 게 한두 개가 아니야. 한날은 리사한테 이렇게 말했어. 저 말을 좀 봐! 나보다 더 관리를 잘 받는 것 같지 않아? 뭐, 그러다 리사한테 엉덩이를 걷어차이긴 했는데. 아, 엉덩이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너 진짜 탱탱한 엉덩이를 가졌더라. 또 누가 엉덩이가 탱탱한 줄 알아? 유프! 그는 60의 나이에 20대의 엉덩이를 가진 남자였어. 아, 그래서 넌 여자를 볼 때 어디를 보는데?]귀마개를 뺀 십여 초 동안, 족히 열 개가 넘는 문장을 들은 것 같았다. 결국 나는 다시 귀마개를 착용하기로 했고, 얼른 구원자가 등장해주기만을 기다리기로 했다.
해는 이미 떠올랐지만 구름에 가려져 있었는데, 비가 오려는지 공기에서 물 냄새가 났다.
‘훈련이 끝나고 비가 오면 참 좋을 건데.’
고개만 잔뜩 뒤로 젖혀 바라본 뮌헨의 하늘은, 잿빛 수채화 물감을 한가득 풀어놓은 것만 같아 보였다.
***
펩의 포지셔닝 훈련은 대충 이런 과정을 통해서 진행된다. 우선 몸을 푸는 일이 끝나고 나면, 화이트보드를 끌고 온 펩이 팀을 나눈다.
일단 펩이 생각하기에 주말에 선발로 나설 것 같은 이들이 한 팀을 구성하며, 남은 인원이 포지션에 맞춰 상대편에 선다.
이후엔 지적과 고함이 이어지고, 조끼를 서로 바꿔 입는 등 정신없는 70분이 지나간다.
그런 뒤에 보면 선수 구성이 완전히 바뀌어 있는데, 노이어가 속해 있는 팀이 주말에 선발로 나서는 베스트 일레븐이라고 보면 된다.
물론 100% 정해진 것은 아니라서, 그중 서넛은 경기 전날 명단 발표 때 바뀌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은.
[그만! 설명은 나중에 하지!] [······.] [좋아. 그럼, 다음.]펩은 팀을 구성하면서, 람과 알라바 또 나를 한 팀에 몰아넣었다.
알라바와 내가 양쪽 사이드백을 구성하고, 람이 중앙으로 향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사람들을 놀라게 한 건, 그가 젝서가 아닌 아흐터(Achter) 자리로 향했다는 점이었다.
독일어로 Zentralen Mittelfeld로 부르는 8번(CM) 자리에 배치시킨 것인데, 동료들은 중앙 미드필드로 이동한 람 때문에 조금 혼란스러운 것 같았다.
[뭐야? 넌 왜 괜찮아?]“아- 전에 들었거든.”
[들었다고?]“응. 난 사실 젝서로 갈 줄 알았거든.”
나중에야 안 사실인데, 이는 스페인만의 독특한 표현 방식이 가져온 오해였다.
과거 펩은 나와 람, 알라바를 사이드백과 6번을 겸하게 할 것이라는 식으로 말을 했었다. 하지만 그가 말한 6번이란, 내가 기존에 알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스페인에서 수비형 미드필드는 4번이었고, 6번이 내가 8번으로 알고 있는 중앙 미드필드 자리였다.
[뉘른베르크는 수비적으로 나올 거야! 우리의 홈에서 승점 1점을 목표로 하겠지! 하지만 우린 그걸 허락하지 않을 거다! 저들은 5명의 미드필드를 써! 4-2-3-1/4-1-4-1/4-4-1-1! 혹은 외의 무엇이든! 중앙에 공간이 굉장히 부족하다! 그러니 오늘의 포지셔닝은 어떻게 측면에 공간을 만드느냐가 주 목적이야! 모두 그걸 머릿속에 입력하도록! 그럼 시작하지!]삐?익!!
리그 개막전부터 지금까지, 펩이 바라는 축구는 단 한 순간도 똑같은 적이 없다.
포메이션은 그대로지만 전술은 완전히 다르고, 또 선수 개개인의 역할도 달라진다. 하지만 그것을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훈련을 통해서 알려주려고 한다.
일부 동료가 ‘불친절한 펩’이란 별명을 붙이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하지만 내가 볼 땐 ‘불친절한 펩’은 존재하지 않는다.
매번 훈련을 하면서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는데, 어찌 불친절하다고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삑-!!
[이런! 제롬! 또 시작이잖아!!]물론, 누군가에겐 그런 펩이 조금 가혹하게 비춰질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리그 3라운드를 3일 앞두고, 우린 아흐터 람(Achter Lahm)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고 있었다.
***
2013년 8월 23일. 80802 뮌헨, 독일. 슈바빙-프라이만.
펩 과르디올라가 집으로 돌아온 것은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이 짙어가기 시작한 오전 2시였다.
아내와 아이들이 깨지 않도록 늘 클럽하우스에서 샤워를 끝내고 온 그는, 배가 조금 출출해져서 먹을 것을 찾는다.
딸깍-
“-!!”
쿵-!
냉동식품을 찾아낸 펩 과르디올라가 냄비를 찾고 있을 무렵, 갑자기 주방의 불이 켜졌고 깜짝 놀란 그는 움찔하다가 찬장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치고야 말았다.
고통스러워하는 펩의 곁으로, 사랑스러운 부인인 크리스티나가 다가온다.
“배고파? 먹을 걸 해줄까?”
“음- 안 잤어?”
“책을 좀 보고 있었어. 아침부터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셨나 봐. 내놔. 밤에 이런 냉동식품은 부담되니까.”
“응.”
펩 과르디올라는 항상 크리스티나를 깨울 때면 죄책감과 같은 것을 느꼈다. 자신은 축구를 너무나 사랑하기에, 아직은 아내가 첫 번째가 될 수는 없었다.
가족이 그의 전부인 것은 맞지만, 축구가 없다면 지금보다 더 형편없는 가장이 될지도 몰랐다.
“요즘 뮌헨에서 전화가 자주 와.”
“······마티아스겠군.”
“응. 선물로는 부족한가 봐.”
“후후후.”
현재 펜트하우스 안에는 마티아스 잠머가 선물한 꽃과 향초들이 예쁘게 배치되어 있었다.
“난 자기가 이곳에서는 정말 축구만 할 줄 알았어.”
“나도 그래.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문제가 나오는군.”
“마티아스는 타협하라고 하더라.”
“아직 그러기엔 일러.”
“그래야 내 남편이지. 난 자기 편이야. 알지?”
“······난 정말 복 받은 사람이군.”
“당연하지. 마실 것도 좀 줄까?”
“와인? 이 시간에?”
“응. 나도 한 잔 마시려고.”
“그럼, 기꺼이.”
자리에서 일어선 펩이 와인 냉장고에서 스페인산 레드와인 병을 하나 꺼내 들었다.
곧이어 음식이 식탁 위에 놓이고, 부부는 와인을 따라낸 술잔을 허공 위에서 부딪혔다.
“최근에, 두 명을 잃었어.”
“응. 기사로 봤어.”
“너무나 실망스러운 일이야. 어쩌면 그것 때문에 엉뚱한 곳에 화풀이를 했을 수도 있지. 하지만 여긴 축구 클럽이야. 모든 것이 축구에 맞춰져 있어야 해.”
음식을 입으로 가져간 펩이 굽혔던 허리를 쭉 편다.
“난 일주일 내내 조금 화가 나 있었어. 그래서 어쩌면 이번 결정은, 내 충동 때문인지도 몰라. 그리고 그건, 대체로 좋지 못한 결과를 낳았지.”
“아니면, 혁명적이거나.”
“하하. 그것도 맞아.”
“주제프.”
“?”
이러한 대화 때 아내가 자신을 주제프로 부를 때면, 그 뒤에는 늘 도움이 되는 이야기가 따라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펩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들을 준비를 마쳤다.
“당신은 세계 최고의 축구 감독이야. 누구도 그것을 부정할 수 없어. 내가 알기론 세상에 오직 단 한 사람. 주제프 과르디올라 이 살라라는 멍청이만이 당신을 최고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어.”
“후후후.”
크리스티나는 자신의 남편이 심각할 정도의 자존감 부재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꿈과 이상이 지나칠 정도로 거대한 사람은, 절대 현실에 만족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런 꿈과 이상을 가진 펩을 그 자체로 사랑했던 크리스티나에겐, 남편이 그것에 최대한 가까워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최선이었다.
“당신이 메시를 펄스나인으로 쓰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지? 그리고 하비에르를 센터백으로 쓰겠다고 했을 때는? 하지만 결과는 어땠어? 결국 당신이 옳았지.”
“······.”
몸을 앞으로 조금 숙인 크리스티나가 펩의 손등 위에 자신의 손 하나를 얹는다.
“무엇이든 당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가. 세상 모든 사람이 당신을 미워해도, 여기에 항상 우리가 있잖아. 그러니 겁낼 것은 없어.”
“내가.”
“응?”
“내가 얼마나 행운아인지는 이야기했던가?”
“응. 지금까지 수십 번.”
“앞으로도 그만큼 더 남은 것 같군.”
크리스티나의 미소를 보며, 펩 과르디올라는 일주일 내내 가져왔던 분노와 혼란이 차츰 사라져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조금 뒤, 펩은 편안한 차림으로 이를 닦으면서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봤다.
‘그래. 이건 내가 바라던 거야.’
펩 과르디올라가 ‘티키타카’의 인터뷰 때마다 밝혔던 것처럼, FC 바르셀로나에서 펼쳤던 축구는 자신이 진짜 바라던 것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뮌헨의 지휘봉을 잡은 지금, 펩은 당시의 것보다 더 훌륭한 축구를 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물론 필리프 람과 김다온이라는 두 명의 ‘Borderline Genius’를 보유했다는 것 때문이었다.
이들로 인해, 뮌헨은 언젠가 방향 전환과 포지셔닝이라는 두 가지 덕목에서 축구 역사상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은 팀으로 남게 될 것이다.
김다온을 처음 봤을 때 사랑에 빠져버린 것처럼, 뮌헨의 축구를 보는 모두가 그렇게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게 된 펩 과르디올라다.
“잘 자, 여보.”
“응. 당신도.”
품에 안겨 오는 부인의 온기를 고스란히 느끼며, 펩 과르디올라는 주어진 짧은 수면시간에 빠져든다.
그리고 3시간 뒤 다시 눈을 떴을 때.
‘면도를 좀 해야 되겠어.’
볼에 까슬까슬하게 돋아난 털을 깎아내기 시작한 펩 과르디올라의 눈은 초롱초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
2013년 8월 24일. 80939 뮌헨, 독일. 베르너-하이젠베르크-알리 25. 알리안츠 아레나.
·경기 시작 1시간 전
바이에른 뮌헨 0 : 0 뉘른베르크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Match-Up`s Tactics(뮌헨/상대팀)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라파엘 섀퍼
RB ? 김다온 / RB ? 티모시 챈들러
CB ? 제롬 보아텡 / CB ? 페어 닐손
CB ? 단테 / CB ? 엠마누엘 포가테츠
LB ? 데이비드 알라바 / LB ? 하비에르 피놀라
DM ?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 RDM ? 니클라스 슈타크
RAM ? 아르연 로번 / LDM ? 하노 발리치
CM ? 필리프 람 / RM ? 마르쿠스 포일너
CM ? 마리오 괴체 / LM ? 마빈 플라튼하르트
LAM ? 프랑크 리베리 / CAM ? 요시프 드르미치
ST ? 마리오 만주키치 / ST ? 다니엘 긴첵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