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69)
268화
(요헨 울머) – Sky Sports Pre-Game Show 호스트
“지금 막 명단이 발표되었습니다. 솔직히 조금 놀라웠는데요. 펩 과르디올라는 선발에 람과 알라바 또 다온을 한꺼번에 투입했습니다.”
(루트비히 게아커) – Sky Sports Pre-Game Show 패널
“펩 과르디올라는 알기 어려운 남자로 유명합니다. 바르셀로나 시절에도 선수들을 전혀 엉뚱한 위치에서 뛰도록 했죠. 하지만 전 솔직히 그게 올바른 방법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특히 뮌헨과 같은 클럽이라면, 각자가 현재의 포지션에서 최고의 선수들이거든요. 더구나 지난 시즌 트레블을 거둔 멤버가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그들을 가지고 실험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제겐 정신 나간 짓처럼 보입니다.”
(요헨 울머)
“팔코?”
(팔코 애들러) – Sky Sports Pre-Game Show 패널
“사실 지금까진 펩 과르디올라의 축구는 아니었습니다. FC 바르셀로나의 축구였죠.”
(요헨 울머)
“그게 무슨 말이죠?”
(팔코 애들러)
“펩 과르디올라는 명장입니다. 그것을 부정할 수는 없죠.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명장이라도 자신의 축구를 보여주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는 1년? 혹은 1년 반 정도는 걸리죠. 전 앞선 경기들을 보면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저건 그냥 뮌헨의 축구잖아? 펩의 축구가 아냐! 하지만 이번엔 다를 것 같습니다. 펩이 세 명의 풀백을 명단에 올린 것에는 전부 이유가 있을 거예요.”
(요헨 울머)
“그들에겐 다온이 있죠. 이미 A팀에서 중앙 미드필드로 뛴 전적이 있습니다. 알다시피, 뮌헨은 최근 두 명의 우수한 미드필드를 부상으로 잃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에겐 좋은 선수들이 있죠. 그럼에도 펩은 이 기묘한 선발 명단을 우리에게 보여줬습니다. 이것이 무슨 의미가…….”
***
목요일부터 펩은 람을 중앙 미드필드에 두고 훈련을 진행했다. 그리고 정확히 그때부터, 여태껏 되지 않았던 플레이들 중 몇 개가 가능하게 바뀌었다.
또한, 람은 내게 유용하게 느껴진 몇 개의 조언을 건넸다.
그것 대부분은 로번과 공존하는 법이었다.
“…….”
부에나벤투라를 따라 몸을 풀며, 알리안츠 아레나의 전경을 바라본다.
두 번째 홈경기를 맞이해, 오늘도 무척 많은 팬들이 이곳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최대 7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은 벌써 절반 이상이 들어차 있다.
[좋아! 다음은 다리를 벌리고 아래로 숙여! 쭉 뻗어서 햄스트링과 종아리의 근육을 느끼는 거다!]스트레칭을 이어가며, 지금까지 느낀 분데스리가에 대해 생각을 해본다. 우리가 상대적으로 강팀이라 그런 것도 있긴 하겠지만, 이곳의 특징은 너무나도 명확하다.
점유율. 중원부터 시작되는 압박. 높은 라인. 그리고 킥&러쉬가 바로 그것들이다.
강팀이 약팀을 상대로 점유율의 우위를 가져가는 일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라, 나는 틈이 날 때마다 비슷한 수준의 팀들끼리 맞붙는 경기를 시청해왔다.
그 경기들을 보면 분데스리가의 클럽들은 점유율에 목숨을 거는 이들 같았고, 전쟁터는 하프라인을 중심으로 한 양방향 20m 정도 되는 지점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약 40~50m 정도 되는 거리에, 골키퍼를 제외한 필드플레이어 전원이 모여 있었다.
다시 말해, 피치 절반은 텅텅 비어 있다는 거다.
그래서 더욱 중원에서의 힘 싸움이 치열한 것일 수도 있고, 팬들에게 분데스리가는 상대적으로 거칠고 또 몸싸움이 많은 리그로 인식되는 것일 수도 있다.
물론 요즘은 EPL이 그런 타이틀마저 가져가 버렸지만, 분데스리가 출신들이 손을 잘 쓰게 된 것도 이러한 점에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일단 몸이 뚫리면, 손으로라도 막아야만 하니까 말이다. 이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손을 잘 쓰는 식으로 진화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잘했다!! 이제 라커룸으로 돌아가서, 준비를 시작하자!]“후우~”
경기 전 마지막 워밍업이 전부 끝나고, 라커로 들어서는 길에 태극기를 든 사람들을 발견했다.
손을 흔들자, 태극기는 더욱 펄럭인다.
[요즘 많이 보이네.]“비테?”
“아. Ja. Stolz. 음…… Sie machen…… mich? stolz?”
[하하! 잘했어. 제대로 된 문장이잖아.]난 지금 필리프 람에게, 한국에서 온 팬들이 나를 자랑스럽게 한다고 말했다. 더듬더듬 만들어낸 문장이긴 하지만, 람을 잘했다며 내 어깨를 두드려줬다.
안으로 들어서면서 난 과일이 약간 담겨져 있는 플라스틱 통과 비타민 워터를 집어 들어 자리로 돌아왔다.
그러곤 라커를 등진 채로 앉아, 정면의 화이트보드 앞에 선 펩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새로운 날이다. 새로운 시도. 그러니 새로운 날이지. 우린 여전히 너무 한곳만을 바라본다! 왼쪽으로 선택하면 왼쪽만. 오른쪽을 선택하면 오른쪽만. 그게 나쁘단 건 아니다.]방향 전환은 계속해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되고 있다. 분명 더 깊은 뜻이 있는 것 같지만, 지금은 1차원적인 플레이만 잘 되더라도 만족할 수 있는 때다.
[내가 말하려는 건 습관이다! 너흰 너무 올곧아! 너무나도 올곧지. 그게 독일인들의 성격이라면, 난 국적을 바꾸라고 권유하고 싶다.] [하하하.]뭐야?
왜 웃었어?
“고집불통인 게 독일인의 성격이라면, 국적을 바꾸래.”
“아-”
이런, 제기.
나도 잘 웃을 수 있는데.
[경기를 즐겨라. 즐길 때일수록, 주변이 더 잘 보일 거니까.]펩과 클럽 모두에 치명적이었던 티아고의 부상은 단순히 좋은 선수가 이탈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유일하게 이 팀에서 펩이 만족할 수준으로 뛸 수 있는 미드필드였기 때문이다.
괴체와 뮐러가 중앙에서 뛰어줄 수는 있겠지만, 둘 모두 메이킹보다는 직접 공격에 가담하여 공격 포인트를 만드는 것에 더 적합한 자원이다.
바스티는 후방에서의 전개는 좋지만, 일단 그가 선 지점으로 패스가 향한다는 것 자체가 공격이 지연된다는 것이다.
즉, 오늘 람이 해줘야 하는 임무란 지금까지 내가 말한 것들과 반대되는 일이어야 한다.
“제롬!!”
“?”
“콜을 확실하게 해줘야 돼. 알지?”
“그래.”
“좋아.”
조금씩 독일어가 입에 달라붙기 시작하는 게 무척이나 즐겁다는 생각을 하며, 난 계단에 줄지어 선 ‘Einlaufkind’에게로 다가갔다.
독일은 에스코트 키즈를 저렇게 부르던데, 앞으론 이 호칭도 슬슬 바꿔볼까 한다.
“할로! 이름이 뭐니?”
“할로. 알리나. 알리나 하이틀러.”
“알리나. 예쁜 이름이네. 잘 부탁해.”
“네.”
아이를 보며 생각난 것인데, 독일 사람들은 금발이 무척 많은 것 같다. 특히 금발 여성의 비율이 눈에 띄었는데, 덴마크나 포르투갈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다.
독일어를 연습할 겸 아이와 한창 대화를 나누던 중, 앞쪽에서 소리가 들려오고 걸음을 움직이게 되었다.
스피커에서 뮌헨의 공식 응원가인 ‘Stern des Sundens’가 흘러나오고, 어느새 경기장을 꽉 채운 관중들은 그것을 목청 높여 따라 부른다.
노래의 제목은 한국어로 ‘남쪽의 별’인데, 경기 전후마다 항상 이곳에서 울려 퍼졌다.
{“Wer bringt seit Jahrzehnten…….”}
독일어 특유의 억양 때문인지,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어쩐지 공격을 당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본래라면 상대에게 위협을 주기 위해서 부르는 것일 텐데, 내가 이렇게 위축되어서는 되나 싶다.
{“FC Bayern! Deutscher Meister!”}
아, 맞다.
어제 BR(바에이른 방송)에서 취재를 왔을 때, 리포터가 내게 별명으로 가지고 싶은 것은 없느냐고 물었다.
FC 노르셸란에서 나는 꼬마로 불렸고, SL 벤피카에서는 팬들이 종종 나를 왕(Rei)이라고 불러주지 않았느냐며 말이다.
그래서 나는 독일에서의 별명은 아직 없고, 토마스 뮐러가 날 부르는 끔찍한 것들만 아니라면 특별히 가리는 것은 없다는 식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단 하나, 마이스터(Meister)라는 단어의 뜻과 어감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고 덧붙였다.
마이스터는 마스터(Master)의 독일식 표현이며, 특정 분야의 전문가 혹은 명장(明匠)을 일컫는 단어다.
언젠가 독일의 팬들에게 그런 식으로 불릴 날을 기대하고 있다는 나를 보며, BR의 여성 리포터는 묘한 시선을 내게 보내기도 했다.
과연 네가?
라는 느낌이랄까?
뭐, 아닐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나는 마이스터라는 단어를 점찍어 두고 있었다.
물론 그렇게 되려면, 실전에서 증명을 해야 한다.
축구선수에겐 이론보다, 실전이 더 중요하니까.
삐—익!!
주심의 기다란 휘슬 소리와 함께 전반전이 시작되고, 나는 그 즉시 라인을 위로 끌어 올렸다.
오늘 우린, 뉘른베르크를 강하게 밀어붙일 예정이다.
***
·전반 17분
바이에른 뮌헨 0 : 0 뉘른베르크
‘Central Lahm’은 무척 탁월한 선택이 되었다.
“여기-!!”
측면에서의 1:1 돌파가 막히고 나면 늘 조금 답답한 느낌이 들었는데, 오늘은 오히려 1:1 돌파가 막힌 이후의 상황에서 훨씬 더 좋은 기회가 만들어지고 있다.
람의 넓은 시야와 정확한 패스가, 윙어들이 수비수들을 몰고 간 자리로 뛰어든 우리 사이드백에게 크로스를 시도할 여유를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아직 득점이 없는 이유는, 만주키치가 적응하는 데 약간의 시간이 필요해서였다.
하지만 그도 이젠, 자신이 어디에 서 있어야 좋은 공격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를 깨달은 것 같다. 예전부터 쭉 느꼈지만, 골 냄새를 맡을 줄 아는 포워드다.
“…….”
람이 중앙에서 보내준 패스를 받았을 땐, 주변의 수비수는 아무도 없는 상태였다.
인사이드 포워드(Inside Foward)의 대표격이라고 말할 수 있는 아르연 로번 특유의 플레이가, 뉘른베르크의 왼쪽 수비 전부를 끌고 가 버렸기 때문이다.
받아든 축구공을 발바닥으로 슬쩍 앞쪽에 밀어두며, 넌 페널티박스 안을 바라봤다.
페널티 스팟 주변에 선 만주키치가 헤더를 노리고 있었는데, 수비수가 훨씬 더 많긴 했지만, 딱히 신경을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파앙-!
목표지점을 정한 뒤, 난 머릿속에 빠르게 궤적을 그려 넣으면서 오른발을 휘둘렀다. 골대를 향해 날아가던 축구공은 조금씩 휘어졌고, 마침내 그것은 만주키치의 머리에 닿았다.
벤피카에서 항상 오스카의 머리를 보아왔던 내겐, 타깃형 스트라이커의 헤더로 연결되는 크로스를 보내는 건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다.
그리고 지난여름 한국에서 훈련을 하면서, 킥의 정확도가 한층 더 나아졌음을 느끼고 있다.
팡-!!
{“우오오오-!!”}
골대를 향해 정확히 날아가던 만주키치의 헤더가 골키퍼의 손바닥에 맞고 높이 튀어 올랐다.
어떻게든 코너킥을 만들지 않으려던 라파엘 섀퍼(Rapael Schafer)였지만, 축구공은 허공에서 이미 골라인 밖으로 벗어나 버렸다.
바로 이때, 벤치 쪽에서 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지!! 잘했다!! 바로 그거야!!]어느 때보다도 펩의 격려가 많다는 부분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잘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에-이! 여기!!”
코너킥을 차려고 이동했을 때, 괴체가 빠르게 접근하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난 그래서 곧바로 패스를 짧게 보냈고, 이후엔 빠르게 오프사이드라인 아래로 내려섰다.
괴체가 띄워 올린 크로스는 다시 만주키치 쪽으로 향해 경합이 되지만, 이번엔 수비수가 한발 앞섰다.
축구공은 밖으로 클리어 됐고, 그 지점에 머물던 바스티의 강력한 슈팅이 다시 골대를 향해 매섭게 날아갔다.
파앙-!!!
{“아아아아…….”}
골이 될 거라고 생각했던 관중들이 머리를 감싸 쥔다.
그리고 또 한 번의 선방을 보여준 라파엘 섀퍼를 뉘른베르크의 선수들이 격려한다.
흔히 팬들은 강팀과 약팀과의 대결에서 약팀 골키퍼가 늘 엄청난 선방을 보여주는 것을 궁금해한다. 그 실력만 보면 정말로 눈부시기에, 본인들이 단순히 운이 없는 것인지 상대가 야신에게 빙의된 것인지를 알고 싶어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집중력의 차이로 설명하곤 한다. 이런 상황에선, 약팀의 골키퍼는 늘 긴장할 수밖에 없다.
골키퍼는 축구 경기에서 가장 볼 관여가 적은 포지션이고, 아무리 경기에 어울리려고 해도 명확한 한계가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믿기지 않겠지만, 골키퍼 중 대다수가 경기 중에 딴생각을 한다.
‘저걸 뚫어야 해.’
지금까지 계속해서 뉘른베르크를 몰아붙이곤 있지만, 언젠가는 우리의 공격력이 무뎌지는 순간이 올 것이다.
득점이라는 연료 없이 태우기만 하는 공격은, 금세 그 한계를 드러낸다.
만에 하나이지만 그런 상황은, 어쩌면 우리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를 선물할 수 있다.
충격적인 한 방을 허락하고, 꽁꽁 잠그기 시작한 상대를 열심히 두드리지만 결국 그 문을 열지 못하고 패배란 멍에를 뒤집어쓰는 것 말이다.
그래서 난 이런 상황에서 더더욱, 동료들에게 목소리를 높여 독려하는 말을 보냈다.
“밀어붙여!! 우리한텐 득점이 필요하다고!!!”
만족하고 있을 누군가가, 이것으로 정신을 차리기를 바란다.
***
같은 시각, 집중력의 끈을 더욱 옥죄고자 사이드라인 앞으로 걸어 나가던 펩 과르디올라가 발길을 멈춘다.
그는 곧장 뒤돌아서며 어깨를 으쓱했고, 이를 바라보던 도메네크와 겔란트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내가 필요가 없군.”
“늘 힘이 넘치는 녀석이에요. 안 그래요?”
“그러니까 말이야.”
다시 자리로 돌아와 셔츠의 매무새를 정돈하는 펩의 얼굴엔, 희미한 미소가 걸려 있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흐름 속에서 조금 느슨해질 수 있는 타이밍이라고 생각해 나섰던 것인데, 김다온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대신했다.
그리고 그건, 결코 기분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바로 그거야. 이 클럽엔 네가 가진 에너지가 필요해.’
김다온은 아직 람과 같은 수준에 도달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비등하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는 되었다. 또 그에겐, 람이 가지지 못한 재능들이 있다.
공격 포인트의 냄새를 맡는 것이라든가, 변수를 만들 수 있는 슈팅 능력, 환경만 주어진다면 모두를 놀라게 할 스프린트, 무엇보다 그는 집착이 강했다.
다른 말로는 만족을 느끼기까지의 지점이 굉장히 높다고도 표현할 수 있었다.
남들은 풀려가는 상황에 ‘이쯤이면 결과가 나올 거야’라고 생각해 만족하는 반면, 김다온은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과정은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사고를 가졌다.
그리고 이는, 무척 중요한 요소다.
스스로 결과에 집착한다고 믿는 사람들 중에, 진정으로 그런 사고방식을 지닌 이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과정에 만족해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목표치를 낮추거나 현재에 만족해버리고, 때론 오히려 더욱 후퇴해 버리기도 한다.
트레블이란 축구클럽이 꿈꿀 수 있는 최고의 영광을 차지한 뮌헨에게 있어, 그것을 경험해 보지 않은 김다온의 합류가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펩은 김다온의 잠재력과 실력에 매료되어 있지만, 동시에 그가 이 클럽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역시도 잘 알고 있다.
김다온이 피치 위에 더 많이 서게 될수록, 뮌헨의 축구는 더 성장하게 될 것이다.
그 어떠한 숫자로도 설명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의 것들이, 이미 세계 최고인 이들을 성장시킬 거라는 의미다.
이것은 그 무엇으로도 살 수 없고, 그 어떠한 훈련으로도 성장시킬 수 없는 재능이다.
바로 그것을.
김다온이 가졌다.
“응?”
“오-!”
왼쪽 지점에서 돌파를 시도하던 리베리가 여의치 않아 뒤로 패스를 보내고, 이를 받아든 필리프 람이 곧장 반대편으로 방향을 전환하여 열린 공간을 만들었다.
해당 지점에서 볼을 받아든 것은 이번에도 김다온이었고, 그가 띄워 올린 크로스는 패스 후 페널티 박스 안으로 뛰어들었던 리베리의 머리로 향했다.
순간 점프한 선수들의 사이로 사라졌던 축구공은, 그들의 뒤에서 다시 나타나 골대를 향해 날았다.
그리고 이번엔,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선방을 보여준 라파엘 샤퍼 골키퍼도 반응할 수 없었다.
삑-!! 삐-익!!
주심의 휘슬 소리가 들려오고, 이미 그 전에 벤치에서 튀어나간 펩 과르디올라는 조명에 반사되고 있는 반들반들한 머리를 빛내며 선수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거야!! 그게 내가 바라던 거라고!!”
아직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제 겨우 뮌헨은 펩이 바라는 축구를 위한 첫발을 떼었다.
그 걸음이 위대한 여정으로 끝나게 될지, 아니면 파리스가 쏜 독화살에 맞은 아킬레우스(Achilles)의 죽음처럼 허망하게 끝을 맺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오직 시간만이, 그 답을 알려줄 것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2:0! 3:0! 우린 더 많이 득점해야 해!”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펩 과르디올라 역시 김다온처럼 만족을 느끼는 지점이 굉장히 높다는 점이었다.
1:0이 되기 무섭게, 뮌헨의 감독은 선수들에게 격차를 더 벌릴 것을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