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71)
270화
2013년 8월 26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FC 바이에른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3일 간격으로 경기가 치러지게 되면, ‘금쪽같은 시간’이라는 말이 와닿는다. 우리는 어제 회복훈련을 하고, 오늘은 오후 훈련이 끝난 뒤에 곧장 미팅룸에 들어섰다.
잠시 뒤에 펩이 앞으로 나와 내일 원정에 동행할 18명을 발표할 것이고, 집으로 돌아가 잠을 자고 나면 곧바로 멀리 떠날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사전에 예고되었던 대로, 로테이션이 대거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클럽은 30일에 있을 벤피카와의 UEFA Super Cup에 최고의 전력을 투입할 생각이다.
이미 그것을 위해 선수들 개인과 대화를 마쳤고, 가장 좋은 결과가 보장될 만한 라인업을 한참 전에 짜두었을 것이 분명하다.
펩은 그런 남자니까.
[Sitzen! Sitzen!! Und sei ruhig! 시간이 많지 않다! 모두 나를 주목하도록!]“…….”
프라이브루크는 현재 리그 16위 팀으로 전력 자체는 뛰어나지 않지만, 펩의 말에 의하면 분데스리가는 언제든 역습 한 방으로 뜻밖의 결과가 나오는 곳이었다.
뒷공간을 많이 비워두기에, 각 클럽이 그것을 공략할 만한 방법을 숙지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골대에서 골대까지 서너 번의 패스로 10초 정도면 슈팅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실제로, 지금까지 경험한 분데스리가는 그런 리그였다. 상대가 볼을 쥐고 있으면, 언제든 뒤로 돌아 달려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
만약 그러지 않는다면, 땅을 치고 후회할 것이다.
[우선, 골키퍼는 노이어다. 그리고 포백. 오른쪽부터 다온, 다니엘, 단테, 디에고가 나선다.]하피냐가 시즌 초반부터 불만을 토해냈을 때, 펩이 굉장히 크게 실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본래 시즌 초는 일정이 띄엄띄엄 있는 편이고, 훈련 결과와 컨디션을 바탕으로 선발 명단을 작성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여기에 전술적인 부분도 약간 보태어진다.
즉각적인 출전을 요구하는 하피냐에게 펩은 조금만 기다리면 기회가 날 거라고 말을 했지만, 그는 즉각적인 출전을 바란다며 이야기를 듣는 것을 거부했다.
결국 그렇게 임대를 떠나게 되었는데, 이미 뱉은 말이라 어쩔 수 없었지만 펩은 마지막까지 아쉬워했다고 한다.
만약 그가 있었다면, 내일 내가 왼쪽 사이드백으로 나섰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람이 했던 역할을 소화한다거나, 젝서가 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 하피냐는 이곳에 없고, 결국 펩은 바스티에게 다시 수비형 미드필드 역할을 맡긴다.
[바스티가 젝서에. 그리고 아흐터는 마리오와 토니다. 윙에는 토마스. 그리고 제르단. 원톱에는 클라우디오다.]클라우디오 피사로가, 올해 첫 번째 선발출전 기회를 잡았다.
[백업은 톰, 데이비드, 제롬…….]벤치에는 핵심이라고 부를 수 있는 선수들로 몽땅 채워졌다. 이렇게 18명이 내일 프라이부르크 비행기에 오를 것이고, 원정을 끝낸 후 나는 곧장 한국으로 향한다.
이미 팀과 협의된 부분이다.
이적 조항에 의거 UEFA Super-Cup에서 뛸 수 없는 나였고, 펩 역시 이틀이란 여유 기간과 한국까지의 먼 일정을 고려하여 날 일찍 한국으로 보내주기로 했다.
내가 알기론 이미 9월 A매치 명단이 발표되었다고 들었다.
훈련 도중이라 확인을 못 했는데, 미팅이 끝나고 나면 곧바로 인터넷을 해볼까 한다.
[매번 같은 말을 하지만. 우린 너무 쉽게 기회를 놓쳐. 그것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거지. 내일은 로테이션이 돌아간다. 어쩌면 기회는 적을 수도 있어. 그러니 보다 더 집중해야 한다! 이상! 내일 이곳에서 다시 만나지.]하루의 일과가 모두 끝난 지금은, 오후 3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다.
“이봐.”
“응?”
“필리프한테 들었어. 어제 펩의 집에 갔다면서?”
“하하. 소문이라도 난 거야?”
짐을 가지러 라커로 향하고 있을 때, 단테가 옆으로 와 말을 걸어왔다.
람을 포함한 대부분의 선수들과 잘 지내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편히 대화할 수 있는 단테와 어울리는 시간이 조금 많은 편이다.
“어땠어?”
“뭐가?”
“펩과의 대화 말이야. 무슨 이야기를 했어?”
“아무것도. 그냥 일상적인 거야.”
“진짜?”
“응.”
“그렇군. 나는 너라서 또 무슨 특별한 이야기라도 하는 줄 알았지. 다들 그렇게 알고 있어.”
“제발. 특별대우 받는 사람 취급은 하지 말아줘.”
나의 이적을 두고 꾸준히 나왔던 말이 바로, ‘펩이 원하던 영입’이라는 것이다. 펩이 티아고와 나를 두고 ‘All or Nothing’이라 한 말은 유명했고, 그래서 처음부터 사람들은 나를 ‘펩의 아이 중 하나’쯤으로 여기고 있었다.
보통 때는 그것을 잘 느끼지 못하지만, 아주 가끔 이렇게 특별 취급을 받는 것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
“미안하지만, 그건 착각이야. 필리프도 갔었잖아?”
“하긴. 그건 그래.”
물론 어제 나눈 대화는 단테에게 말한 것처럼 일상적인 부분은 아니었다.
그저 솔직히 말을 할 수 없었을 뿐이고, 클럽 내의 입지를 위해서라도 지금은 평범한 식사 자리였다고 생각하도록 만드는 게 더 도움이 된다.
“그럼, 내일 보자.”
“그래. 너도.”
주차장에서 단테와 갈라져 나와, 번호판이 아니면 구분할 수 없는 차량의 앞에 선다. 난 곧장 거기에 올라탔고, 가방을 옆에다 놓아둔 채 휴대폰을 바로 집어 들었다.
이유야 당연히 A매치 명단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어디 보자…… 요깄네.”
3개월 만의 한국행.
뮌헨의 선수가 된 나를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몹시도 궁금하다.
***
※ 2013년 9월 대한민국 대표팀 친선경기 소집 명단
GK ? 정성룡(수원), 김승규(울산), 김진현(오사카)
DF ? 김다온(바이에른), 이용(울산), 곽태휘(알샤밥), 이정수(알사드), 홍정호(제주), 김영권(광저우), 박주호(마인츠), 김창수(가시와)
MF ? 김보경(카디프), 구자철(볼프스부르크), 박종우(부산), 한국영(벨마레), 하대성(서울), 윤일록(서울), 이승기(전북), 이청용(벤피카), 이명주(포항)
FW ? 손흥민(레버쿠젠), 이근호(상주), 이동국(전북), 김신욱(울산)
***
2013년 8월 27일. 79117 프라이브루크 임 브라이스고, 독일. 슈바르츠발트슈트라세 193. 슈바르츠발트-슈타디온(Schwarzwald-Stadion. Schwarzwaldstraße 193. 79117 Freiburg im breisgau, Germany).
·경기시작 10분 전
프라이브루크 0 : 0 바이에른 뮌헨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뮌헨/상대팀) : 4-1-4-1/4-4-2(D6)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올리버 바우만
RB ? 김다온 / RB ? 올리버 족
CB ? 다니엘 판 바위턴 / CB ? 마티아스 긴터
CB ? 단테 / CB ? 팔루 지아뉴
LB ? 디에고 콘텐토 / LB ? 크리스티안 귄터
DM ?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 DM ? 겔손 페르난데스
CM ? 토니 크로스 / DM ? 줄리안 슈스터
CM ? 마리오 괴체 / RAM ? 조내탕 슈미드
RAM ? 토마스 뮐러 / LAM ? 샤를 엘 라프레보트
LAM ? 제르단 샤키리 / ST ? 카림 게데
ST ? 클라우디오 피사로 / ST ? 제바스티안 프라이스
.
.
준비기간은 터무니없이 부족했지만, 그것은 상대도 마찬가지라 핑계가 될 수는 없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바스티가 그 부분을 잘 지적했다.
“바스티!!”
“?”
“여유 있게 가는 거야. 알지? 물 흐르듯이 해보자고.”
딴에는 격려차 과외 때 배운 표현을 써봤던 건데, 나는 곧 실수를 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사람이 물처럼 될 수는 없어.”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사람의 몸 대부분이 수분인 건 알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물처럼 되지는 않아.”
“……하아~ 됐다. 내가 실수했어.”
“당연히 그래야지.”
머리를 쥐어뜯고 싶은 심정이 된 나를, 뒤쪽에서 나타난 노이어가 등을 두드리며 달래준다.
[말할 사람을 제대로 골랐어야지.]“당케.”
앞쪽으로 걸어가던 노이어가 바스티의 뒤통수를 치고 지나간다. 그러자 곧바로 팀의 젝서가 발끈했지만, 어딘가에서 나타난 토니가 그런 그를 진정시켰다.
그리고 곧이어 나타난 토마스 뮐러가 토니를 뒤에서부터 끌어안으면서 묘한 표정을 짓기 시작한다.
저 두 사람은 벤피카에서의 나와 친구들 사이 같았는데, 항상 둘이 같이 붙어 다녔다.
[어제 그 드라마 봤어?] [응. 재미있더라.] [내가 말했지. 그건 진짜 대작이라니까.]긴장감이라곤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복도에서, 조금만 시선을 옆으로 돌리면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홈그라운드인 것처럼 신나게 떠들어대는 우리와는 다르게, 프라이브루크의 선수들은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간간이 이쪽을 쳐다보는 시선이 썩 좋지만은 않았는데, 만약 내가 저들의 입장이었다면 무시당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곤 속으로 칼을 갈았겠지.
‘조금만 진지하면 좋을 건데 말이야.’
동료들이 리베리를 보면서 조금 배웠으면 하는 마음이야 있지만, 축구 경기를 하나의 축제라 생각하고 즐겨온 뮌헨이기에 딱히 보탤 말은 없었다.
무엇보다 펩이나 다른 베테랑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데, 내가 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겠나?
시합이 시작되면 또 언제 그랬느냐는 듯 집중할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나는 눈이 마주치는 프라이브루크 선수들에게 사과의 의미를 담아 두 손을 모으는 동작을 취해 보였다.
제대로 의미가 전달되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냥, 일종의 자기위안인 셈이다.
앞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오고, 뒤쪽에 서 있었던 나는 동료들이 움직이기를 기다렸다가 걸음을 뗐다.
오늘도 어김없이 경기장은 꽉 들어찼는데, 지금까지 매진되지 않은 경기는 없었다.
전에 클럽의 단장인 잠머가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했었는데, 독일 내에서 치러지는 뮌헨의 경기는 그게 홈이든 원정이든 늘 매진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댔다.
그는 클럽의 인기를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았지만, 내가 볼 때에는 글쎄.
[개새끼들아-!! 너네가 리그를 망치고 있어-!!] [돈으로 우승을 사는 새끼들!! 쓰레기!!] [범법자들아!! 너희 그 돈은 전부 울리의 엉덩이를 닦아주고 나온 거잖아-!!]독일 인구 절반은 뮌헨의 안티라는 우스갯소리를 들었는데, 과연 그게 농담이 맞나 싶기도 하다.
우리가 원정을 떠났을 때 경기장이 가득가득 들어차는 건, 뮌헨을 응원하는 팬들이 이유라기보다는 우리가 고꾸라지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 더욱 큰 것 같다.
프랑크프루트 원정 때에도 느꼈지만, 원정을 올 때마다 악당이 어떤 기분인지를 실감할 수 있다.
눈앞의 모든 사람들이 우리의 패배를 바란다는 건, 악당이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일이니까 말이다.
경기 전 이벤트가 몽땅 마무리되고, 자리를 찾아 뛰어간 나는 오는 길에 펩과 나눈 대화를 생각했다.
[“프라이브루크의 4-4-2는 벤피카의 것과 같아.”] [“그런가요?”] [“그래. 그래서 네 역할이 더 중요해.”]난 벤피카의 축구를 좋아한다. 제수스 감독님의 전술과 철학 또 그분이 축구를 바라보는 시각 역시도 좋아한다. 그래서 더욱 그분이 옳다는 걸 증명하고자 노력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만큼, 약점이 무엇인지도 안다.
두 명의 볼란치를 둔다는 것은 후방빌드업과 수비안정에 있어 강점을 가지지만, 그만큼 중원에서의 공간이 비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제수스 감독님은 이런 약점을 보완하고자 중앙 지향적인 성격을 지닌 니코나 베르나르두와 같은 미드필드를 측면에 두었고, 지난 시즌엔 리마를 펄스나인처럼 사용했다.
이렇게 남은 선수들 중 하나가 필수적으로 중앙의 부족한 힘을 보태주어야 하는데, 바로 거기에 약점이 있다.
그리고 프라이브루크는 왼쪽 미드필드인 샤를 엘 라프레보트(Charles Elie Laprevotte)에게 그런 역할을 부여한다.
그가 중앙으로 이동하여 빌드업에 힘을 보태는 동안, 왼쪽 풀백인 크리스티안 귄터(Christian Gunter)가 높은 위치까지 올라와 포지셔닝을 채운다.
줄리안 슈스터(Julian Schuster)의 넓은 활동반경과 귄터의 공수전환 능력을 믿고 꺼내든 전술이지만, 난 그것을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 알고 있다.
그래서 이곳 프라이브루크로 오는 내내, 난 비행기와 버스 안에서 줄곧 한 남자와 대화를 나눴다.
삐?익!!
주심의 기다란 휘슬 소리와 함께 전반전이 시작되고, 초반의 탐색전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나는 움직였다.
“토마스!”
“…….”
눈이 마주친 뮐러가 고개를 끄덕이고, 그는 조금 아래로 내려섰다. 이전까지가 전형적인 오른쪽 윙어의 포지션이었다면, 지금은 측면 미드필드라 볼 수 있는 자리다.
신경 써야 할 공격수가 아래로 내려서자, 귄터는 더욱 자신감 있게 위치를 높인다.
그러자 뒤쪽 공간에 넓은 공터가 만들어졌지만, 아직은 충분히 때가 되지 않았다.
지금은 언제든 귄터가 백업을 할 수 있는 상태이고, 슈스터와 팔루 지아뉴(Fallou Diagne)도 언제든 저 공간을 커버할 수 있다.
“뒤로 돌려-!!”
빌드업이 여의치 않는 것을 보며, 난 바스티에게 백패스를 보내라고 크게 소리쳤다.
흔히 백패스가 나쁘다고 하지만, 그건 경우에 따라 다르다.
전진작업을 전혀 수행하지 못한다거나 상대가 강한 전방압박을 가해오는 상황에서의 백패스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나쁘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것이다.
하지만 환기(喚起)를 위해서라든가, 앞 선에서 움직인 이들이 다시 자리로 돌아올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백패스는 전술적으로 무척 중요하다.
뮌헨에서 훈련을 하며 귀 아프게 들었던 말 중에 하나도, 전방으로 어설픈 시도를 할 바에야 그냥 패스를 뒤로 돌리고 다음을 기약하라는 거였다.
펩은 FC 바르셀로나의 백패스 시도 횟수는 그 어떠한 클럽보다 많았다며, 그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다.
아직은 다들 습관을 버리고 있지 못하지만, 난 그럴 때마다 소리쳐 패스를 뒤로 돌리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제 다시, 처음부터 시작이다.
바스티는 판 바위턴에게로, 또 판 바위턴은 내게 패스를 보내면서 시간을 벌었다. 동료들은 이제 다시 자리를 찾았고, 뮐러도 아까의 지점까지 내려섰다.
차이가 있다면 아까는 3선에 볼이 머물렀고, 지금은 최후방에 축구공이 있다는 거다.
이 말은 가까운 위치로 패스를 보내면, 크리스티안 귄터가 강하게 압박을 가해올 거란 뜻이기도 했다.
상대 공격수가 볼을 잡았을 때 순간적으로 압박하는 일은, 측면 사이드백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기본기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뮐러에게 패스를 보냈고, 예상대로 압박받는 그를 보면서 조금 측면으로 빠져 움직였다.
‘조금만 더.’
귄터로부터 볼을 지켜낸 뮐러는 슈바인슈타이거에게 패스를 보냈고, 이어 토니 크로스에게로 볼이 연결되는 것을 본 순간 곧바로 전방을 향해 뛰어 들어갔다.
바로, 지금이다.
오버랩을 시도해야 할 때.
난 곧장 앞으로 뛰어 나갔다.
탁-! 탁-! 탁-! 탁-! 탁-!
발바닥이 피치와 맞닿는 소리가 귓가에 생생히 들려오고, 위아래로 크게 떨리는 시야 속에서 나는 옆쪽을 흘끗 바라본다.
현재 프라이브루크의 수비는 온통 뮐러에게 집중이 되어 있었는데, 아까까지 왼쪽 공간을 커버할 준비가 되었었던 세 명의 선수들 모두가 저곳에 정신이 팔려버렸다.
뮐러를 중심으로 네 명의 프라이브루크 선수가 둘러싸자, 그들이 담당했어야 할 영역 전체가 텅텅 비게 된다.
그중에서도 특히 왼쪽 측면은 아예 버렸다고 말해도 좋을 만큼이 되었는데, 팔을 앞쪽으로 뻗자마자 패스를 보낼 곳을 살피던 크로스와 눈이 마주쳤다.
팡-!
멀리에서 보낸 패스가 빠르게 앞쪽으로 굴러가고, 시선을 축구공으로 옮긴다는 달리기에 더욱더 힘을 기울인다.
속도는 점점 더 높아졌고, 어렵지 않게 축구공을 받아낸 나는 계속해서 같은 템포를 유지한 채로 골라인을 목표로 향해 달려 나갔다.
사실 저쪽으로 달려 나간다는 것 자체가 크로스를 띄워 보내겠다는 뜻이라 선택지가 좁아지는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지금은 경기 초반이고, 우리가 바라는 결과를 만들려면 당장 욕심을 부리기보단 길게 보고 상대의 조직력을 와해시켜나갈 필요가 있다.
그래서 굳이 측면으로 파고들었던 것인데, 다시 옆쪽을 보았을 때 평소라면 우뚝 솟아 있었을 팀의 타워는 보이지 않는다.
타겟형 스트라이커인 만주키치는 슬쩍 봐도 보였지만, 클라우디오 피사로는 수비수들 틈에 가려져 있다.
지각 때문에 늘 펩에게 혼이 나고 벌금을 내긴 하지만, 나는 그가 엄청난 골 감각을 지녔다는 것을 안다.
그러니 저 빈 공간으로 축구공을 보낸다면.
“…….”
파앙-!!
난 어떻게든 피사로가 마무리를 해줄 것이라고 믿었다.
발을 떠난 크로스는 낮고 빠르게 잔디를 가른다.
축구공은 골키퍼와 최종 수비수들 라인 사이로 정확히 날아 들어갔고, 두 명의 수비수 사이에서 등장한 피사로가 발을 뻗으며 슈팅을 노렸다.
그러나.
“으아-!! 젠장!!”
빠르게 굴러나간 축구공은 그대로 피사로의 발을 통과해 버린다. 하지만 이보다 늦었다면, 골키퍼가 나왔거나 수비수의 발에 걸렸을 거다.
아까웠던 상황이 지나가고, 인상을 찌푸리며 돌아선 내게 토마스가 미소와 함께 윙크를 보내온다.
그리고 난 거기에 어깨를 으쓱이는 것으로 응답했다.
비행기와 버스 안에서, 토마스는 내가 말하려고 하던 부분을 단번에 이해했다. 또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몇 개의 아이디어 역시도 추가로 내어 놓았다.
우린 이미 그것들 중 그럴듯해 보이는 것들을 해보기로 약속했고, 지금 보여준 것은 그중에 하나일 뿐이다.
일단 이것이 막힐 때까지.
아니.
지금의 이런 플레이로 인해 프라이브루크의 진영이 변화할 때까지는 계속해서 같은 방법을 활용할 생각이다.
축구란, 하나의 원인이 연쇄 반응을 일으키는 스포츠다.
난 그것을 이곳에 와서 아주 잘 느끼고 있다.
‘으-!’
새삼 그것이 짜릿하게 느껴졌던 나는, 몸을 살짝 부르르 떤 뒤에 축구공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