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72)
271화
펩 과르디올라는 현역 시절, 소위 ‘참견쟁이’라는 별명으로 통했다. 그는 항상 의문을 제기했는데, 그것들은 전부 ‘어째서’와 ‘왜’라는 말로 시작되었다.
‘어째서 그렇게 패스를 했지?’
‘왜 동료들을 좀 더 활용하지 않았지?’
‘왜 공격의 방향을 왼쪽으로 가져갔지?’
‘어째서 빌드업의 속도가 느렸지?’
현역 시절의 펩을 기억하는 많은 동료들은, 당시 그가 얼마나 시끄러웠는지를 묻는 질문에 한결같은 목소리로 대답하곤 했다.
바로, 그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혼란이 금세 찾아온다는 것.
이것 때문에 펩 과르디올라는 종종 동료와 충돌을 일으켰지만, 그럼에도 그는 바로 다음 훈련에서 똑같은 의문을 제기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동료들은 펩을 그냥 내버려 두기로 결정한다.
일찍부터, 피치 위에서 일어나는 ‘연쇄반응’에 반응하는 감각이 탁월했던 펩 과르디올라는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을 남들은 볼 수 없다는 것을 20대에 깨달았다.
그리고 지금, 펩은 자신과 똑같은 것을 느끼고 있던 19살의 사이드백을 바라본다.
끊임없이 프라이브루크의 왼쪽 수비를 본인 쪽으로 끌어당기고 있는 저 청년은, 상대의 취약 부분과 어떻게 해야 상대의 게임플랜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를 아는 것처럼 보인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사이드라인 앞으로 다가서며, 펩 과르디올라는 금세 생각을 고쳐먹는다.
‘아니, 틀림없이 알겠지.’
그리고 마침내 감독이 나설 수 있는 가장 끝자락까지 선 그는, 당장이라도 피치로 뛰어들고픈 심정을 억누르면서 이렇게 소리친다.
“이봐-!! 여기 이쪽으로 패스해!!”
열심히 양손을 휘젓는 펩 과르디올라의 손가락 끝이 가리키는 곳엔, 그가 머릿속으로 그린 정확한 위치를 찾아간 김다온이 있었다.
“패스를 보내라니까!!!”
***
조금씩 프라이브루크의 수비가 나의 오버랩에 적응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보통이라면 이런 상황이 달갑지 않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바라는 바다. 프라이브루크가 내 쪽에 신경을 쓰면 쓸수록, 중앙의 공간은 점점 더 넓어진다.
특히 사실상의 아흐터(8번)로 뛰던 라프레보트의 위치를 중앙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
지금도 그는 처음보다 훨씬 더 가까운 곳에서 패스진로를 막아서고 있었는데, 그의 뒤로 텅텅 비어 있는 공간이 너무나도 잘 보였다.
만약 제대로 된 방법으로 패스를 거쳐 저곳으로 공을 보낼 수 있다면, 바스티나 토니가 훨씬 더 편안한 상황에서 마음껏 패스를 보낼 수 있을 거다.
그리고 짐작건대, 그때 그들의 앞에는 엄청난 공간이 보일 게 틀림없다.
‘그렇게 하려면, 여기서 더 휘둘러야 해.’
정면에서 귄터가 나를 막아서고 있고, 팔루 지아뉴와 겔손 페르난데스(Gelson Fernandes)가 양쪽 뒤에 서서 돌파를 허용했을 시의 커버를 준비하고 있다.
토마스 뮐러는 이미 오프-더-볼에서 써먹은 카드라, 그의 도움을 바랄 수 없다.
철저히 개인 기량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
이미 충분히 지체해서 더 늦출 수는 없다.
조금씩 안쪽으로 움직이며 잔발을 밟아가던 나는, 골라인을 목표로 정해두고 왼발을 움직였다.
툭-
“!”
축구공을 길게 차 넣은 순간, 귄터와 나는 거의 동시에 몸을 돌려 경쟁을 시작한다. 처음엔 그가 어깨 반개 정도 앞섰지만, 몇 걸음 이후엔 상황이 역전됐다.
막상 몸이 부딪혀서 서로의 어깨를 쓸 때가 되었을 땐, 내가 앞쪽에서 힘으로 누를 수 있었던 거다.
약간이긴 하지만, 손을 많이 쓰는 독일식(式) 수비에도 조금이나마 적응이 됐다.
조금 뒤쪽에서 손을 뻗어온 귄터가 내 복부를 지그시 눌러 속도를 늦추려고 했지만, 나는 왼팔을 휘둘러 그런 그의 시도를 뿌리쳤다.
‘어딜!’
“!!”
그렇게 손을 쓰는 작업이 어려워지자, 결국은 내 달리기가 승패를 갈랐다.
[막아-!!] [팔루-!]떨어져나간 귄터가 추격하는 발소리가 조금씩 멀어지고, 몇 발을 더 떼기도 전에 팔루 지아뉴가 날 막아서려고 한다.
왼쪽 15도 지점에서부터 다가오는 그의 시선은 축구공에 고정되어 있었고, 지아뉴와의 거리와 각도 또 상태 등을 확인한 나는 약간의 잔재주를 섞어보기로 했다.
크로스를 바라는 동료들이 페널티 박스 안에 있지만, 거기는 나의 선택지가 아니다. 그렇다고 속도를 늦추는 것 역시 나의 흥미와는 거리가 멀다.
난 곧장 더 파고드는 방법을 선택했고, 잠깐 보폭을 길게 가져가 템포를 조절했다.
어차피 지아뉴의 눈은 축구공에만 붙어 있어, 내가 어떤 짓을 한들 별다른 영향을 주지는 못할 거다. 사람인 나를 봐야 뭐라도 할 건데, 축구공만 보는 수비수는 그런 면에서 조금 까다롭다.
하지만 그들에게 역시 단점은 있다.
그 예로, 플레이가 조금 경직됐다.
다시 말해 임기응변이 무척이나 부족하다는 것인데, ‘축구공을 걷어내겠다’는 일념에 빠진 수비수는 공격수의 발이 어디에 와 있는지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지금 내가 보폭을 길게 가져가며 템포를 살짝 늦춘 이유다.
나의 목표는 지아뉴를 뚫는 것이 아니라.
‘걸려 넘어지는 쪽.’
양발을 지아뉴가 뻗을 발의 앞뒤로 가져가려면, 템포를 조절해 드리블의 속도를 조금 늦춰야 했다.
이런 것은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보지 않았지만, 즉흥적으로 떠오른 판단에 의존하자면 아마도 가능할 것 같았다. 내 눈은 반대로 지아뉴의 발을 쫓는다.
현재 우리의 거리는 3m 정도였고, 조금 전에 페널티박스 안으로 진입한 나는 골라인까지 약 5m 정도를 남겨두고 있다.
저곳까지 도달하게 되면 내 선택은 무조건 컷백밖에 남지 않게 되고, 더블볼란치를 선택한 프라이브루크의 특성상 페널티 박스 안엔 상대가 훨씬 더 많을 거다.
그러니, 제발.
‘제발 발 좀 뻗어줄래?’
다행히도 나의 이 간절함에 지아뉴가 응답(?)했고, 발이 뻗쳐지게 될 지점으로 판단한 지점 바로 뒤로 왼발을 가져갔다.
그리고 그 뒤엔, 자연스럽게 모든 것을 두면 된다.
“-!!”
“아아악-!!!”
왼발 정강이 부근에 무언가가 느껴졌고, 난 저항하지 않으며 그대로 넘어졌다. 다이빙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낙법도 하지 않았는데, 덕분에 가슴팍이 조금 아팠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정신없는 소리와 관중석의 것이 분명한 야유. 또 거기에 보태어져 넘어질 때의 충격이 잠깐 내 정신을 빼앗아 가면서, 난 휘슬 소리를 듣지 못했다.
아니, 잠깐. 울리지 않은 걸까?
‘설마?’
엎어진 상태에서 잽싸게 상체를 조금 들어 올린 나는 왼팔로 몸을 지탱한 채 오른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것을 누군가가 잡아채갔다.
“으잉? 오오-!”
오른손과 겨드랑이에 타인의 손길이 느껴졌고, 어느새 몸이 일으켜진 나는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피사로와 뮐러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뮐러는 내 얼굴을 양손으로 꽉 잡은 채, 침을 튀겨가며 큰 소리를 내지르고 있었다.
어찌나 가까운 거리였는지, 이러다가 뽀뽀라도 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가 걱정이 될 정도였다.
“페널티 킥?”
[그래!! 네가 해냈어!! 이 빌어먹을 녀석!! 기어코 뭘 하나 만들 줄 알았지!!]뮐러의 손을 떼어내며 넓은 곳을 바라보자, 한쪽에서 P.K를 차겠다고 다투고 있는 토니와 괴체를 볼 수 있었다.
“저거 네 거 아니야?”
“응? 오-!!!”
내가 저쪽을 가리키자, 깜짝 놀란 뮐러가 몸을 돌려서 뛰어간다. 무릎 부분이 조금 쓸려 따가워 손을 가져가자, 굽힌 몸의 엉덩이를 피사로가 두드렸다.
[그거, 참.]“?”
[엄청나게 빠르네.]“뭐?”
[Blitzschnell. 이해했어?]“아-”
훈련 때 종종 동료들에게서 들었던 말이다.
현재 뮌헨에서, 나보다 빠른 선수는 없다.
그래서 가속력을 붙여 쭉쭉 달려 나갈 때면, 동료들이 사방팔방에서 ‘Blitzschnell!!’ 이라고 말하고는 했다.
한국어로 표현하자면 번개처럼 빠르다고 할 수 있겠다.
통증이 느껴지는 몸의 이곳저곳을 만지며 페널티박스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을 무렵, 최대한 이쪽으로 다가온 펩 과르디올라가 나를 향해 박수를 보내오고 있었다.
[잘했어!! 네가 하나에서 열까지 다 한 거야!! 네가 지금 이 피치에 균열을 일으켰다고!!]아- 감독님.
내가 그렇게 말을 빠르게 하면 알아들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틀림없이 모를 거란 생각에, 난 피식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곤 조금 떨어져, 뮐러가 차는 P.K를 바라본다.
이미 그는 한 차례 P.K를 놓친 적이 있었고, 이후 훈련이 끝나고도 매번 P.K 50개를 집어넣고는 퇴근하기를 반복했다.
말은 잘 안 했지만, 무척 근면성실한 사람이다.
수다쟁이에, 짓궂어서 문제지.
촤르르륵-!!
“그렇췌에-!!!!”
삑-!! 삐-익!!
전반 17분에 얻어낸 P.K를 토마스 뮐러가 집어넣으면서, 우린 오늘도 1:0으로 앞서나가게 되었다.
‘하지만.’
진짜 경기는 이제부터 시작일 것이다.
***
뮌헨과의 경기가 어려울 줄은 알았지만, 내심 그들의 로테이션 명단을 보고 해볼 만하다고 여겼다.
축구 인생의 거의 전부를 프라이브루크에 바쳤다고 해도 손색이 없는 크리스티안 슈트라이히(Christian Streich)의 머릿속엔, 몇 가지의 각본이 스쳐 지나갔다.
그것들 대부분은 뮌헨을 상대로 지지 않는 결과였고, 극히 일부는 오히려 승리를 거두는 것이었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삑-! 삐-익!!
.
.
.전반 43분
바이에른 뮌헨 2 : 0 프라이브루크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프라이브루크의 감독은 앞으로 나가 혼란을 겪고 있는 선수들을 위해 소리쳤다.
“집중해-!! 여기에서 전반을 끝내야 한다고!!”
있는 힘껏 손뼉을 치고 돌아선 슈트라이히는 슬쩍 고개를 돌려 뮌헨의 벤치를 바라보았다.
자리에 편히 앉아 도메네크와 대화중인 펩 과르디올라의 모습은, 본인의 현재 모습과 무척 대비되어 보였다. 한창 경기 도중임에도, 그는 웃기까지 하고 있었다.
그 표정을 감추기 위해 입가를 손으로 가리긴 했지만, 슈트라이히는 펩이 분명 웃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물이 어디 있지?”
자리로 돌아와 앉은 그에게, 스태프가 물병을 건넨다.
‘후우- 측면을 저런 식으로 파고들 줄이야.’
리베리와 로번이 뛰지 않는 뮌헨의 측면 공격력은 반절 이하로 떨어진다고 봐야 했다. 토마스 뮐러는 측면에 서더라도, 그 성향 자체는 세컨드 스트라이커였다.
그리고 제르단 샤리키는 재능은 있지만,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자원이라고 봐야 했다.
기량과 잠재력 모두 프라이브루크의 선수들보다 더 나을지라도, 설익은 플레이로는 노련한 프라이브루크의 수비를 휘젓기 힘들었다.
더구나 샤키리는 조금 이기적이었고, 본래 슈트라이히의 계획은 뮌헨의 공격을 의도적으로 왼쪽으로 모는 것이었다.
데이비드 알라바마저 빠진 뮌헨의 왼쪽 공격은 샤키리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고, 그의 이기심이 계속해서 프라이브루크에 볼을 넘겨주면 팀 전체가 흔들릴 줄 알았기 때문이다.
한데 뮌헨은 오른쪽에 공격을 집중했다.
그것도 토마스 뮐러가 아닌, 오른쪽 사이드백인 김다온에게 패스를 보냄으로써 말이다.
결국은 그곳에서 모든 게 시작됐다.
현재 프라이브루크는.
‘이런! 또?’
구멍 난 치즈처럼 진영의 군데군데가 뻥뻥 뚫려 있다.
그리고 지금 그곳으로, 토마스 뮐러가 날카롭게 파고든다.
토니 크루스의 패스가 곧바로 향하고.
“…….”
침묵하는 프라이브루크의 사람들 속에서, 역동적인 플레이가 피치 위에서 펼쳐진다.
***
삑-! 삑! 삐이이익-!!
.
(이후재) – KBS Sports N 아나운서
“경기 끝납니다! 전반전부터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끝에, 바이에른 뮌헨이 프라이브루크를 4:0으로 제압하고 리그 3승째를 가져갑니다.”
(한희준) – KBS Sports N 해설위원
“펩 과르디올라에겐 무척 흐뭇했을 경기입니다. UEFA 슈퍼 컵 일정 때문에 로테이션을 대거 활용했는데, 선수들의 고른 활약 속에 대승을 거뒀거든요.”
(이후재)
“아- 김다온 선수가 지금 단독샷으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페널티킥을 유도하고, 공수에서 맹활약했습니다.”
(한희준)
“지금까진 뮌헨이 투자한 5,500만 유로가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리그 2라운드를 제외한 전 경기에 선발로 출전했고, 뛸 때마다 공격포인트를 기록하고 있거든요. 수비에서는 뭐 말할 것도 없습니다. 오늘 프라이브루크의 왼쪽 공격이 기억납니까? 오히려 김다온 선수가 상대 진영에 머무를 때가 많았습니다.”
.
승리를 거두기는 했지만, 난 기쁨보다는 걱정이 더욱 앞섰다. 그리고 이건 전날 펩과 말했던 주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부분이다.
오늘도 경기 도중에 부상자가 나왔다.
그것도, 가장 중요한 선수가 다쳤다.
“바스티는 좀 어때요?”
“……좋지 않아.”
벤치에서 소식을 전해 들었을 고르카가 내게, 인상을 찌푸리며 들었던 것을 말해준다.
“곧장 경기장을 떠났어. 단순히 확인차는 아닌 모양이야.”
“후우- 벌써 세 명이에요.”
“그러니까.”
후반 34분, 바스티가 볼을 경합하던 도중 무릎을 감싸 쥐면서 쓰러졌다. 지금도 그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드려오는 것 같았는데, 소름이 돋을 정도다.
경기는 곧바로 중단이 되었고, 황급히 달려온 프레디 빈더는 바스티의 상태를 확인하자마자 곧바로 손을 휘저었다.
들것이 신속하게 투입되었고, 바스티가 실려 나간 이후엔 람이 젝서로 들어가 경기 마지막까지 뛰었다.
라커룸 안으로 들어선 우린, 곧바로 자리에 앉아 펩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승리에 대한 기쁨을 나눈 것은 얼마 되지 않았고, 그것보다는 앞으로 듣게 될 이야기가 우리가 생각하는 최악의 것이 아니기만을 바랐다.
조금 뒤, 침울한 얼굴의 펩이 라커룸으로 들어섰다.
그는 우선, 우리를 격려했다.
하지만 그가 본인도 무슨 말을 하는 중인지 모르는 것처럼, 우리도 딱히 이야기가 귀에 박히지는 않았다.
[일단, 완전 최악은 아니라고 해야겠군.]“…….”
[무릎 관절에 문제가 생겼다. 자세한 설명은 박사가 하도록 하지. 박사?]펩이 자리를 볼파르트에게 양보하고, 팀닥터와 함께 새로운 화이트보드 하나가 안으로 들어섰다.
[정확히는 관절낭이다.]뮌헨의 특징 중 하나는, 선수가 부상을 당했을 때 팀 닥터가 직접 어떤 부상이며 얼마간이 결장이 예상되는지 또 우리가 그 부상을 피하려면 무얼 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는 것이다.
물론 시합 때만 가능한 일이며, 훈련 때 일어난 부상은 볼파르트 박사가 프린트를 하여 우리에게 전달한다.
나도 한 번은 도움을 받아 읽어보려고 했는데, 워낙 전문적인 내용이고 알기 어려운 문장으로만 적혀 있어서 그걸 듣기를 포기했다.
듣기론 펩이 그것에도 불만을 제기했으며, 앞으론 선수들의 눈높이에 맞춘 설명서가 도착할 예정이었다.
[쉽게 말해 관절낭은 연골이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윤활막을 보호해주는 기관이라고 보면 된다. 발이 뒤틀리면서 그것이 찢겼고, 회복까진 4주? 아니, 5주. 그리고 재활까지는 대충 8주에서 9주가 걸릴 거다.]이 말은 앞으로 두 달 동안, 클럽이 제대로 된 젝서 없이 버텨야 한다는 뜻이었다.
이미 수술을 받은 하비는 최소 70일에서 많게는 90일 동안 결장하게 될 예정이었고, 티아고마저 부상으로 잃은 지금 팀의 중원은 크게 엷어지게 되었다.
9월 A매치 기간이 끝나면 곧바로 챔피언스리그도 시작될 것이기 때문에, 현재 상황은 우리에게 매우 좋지 못했다.
[급하게 방향 전환을 한다거나, 점프 후에 한 발로 착지하는 것이 위험한 이유다. 전자야 그렇다 쳐도, 후자는 올바로 된 습관을 들이면 좋겠군. 난 그럼, 바스티안을 확인하러 가보지.]발 빠르게 움직인 볼파르트와 그의 스태프가 라커룸을 떠나고, 다시 우리의 앞을 차지한 펩은 승리에 대한 격려와 함께 호텔로 돌아가자고 말을 한다.
바스티의 부상이 없었다면 떠들썩했었을 라커룸의 분위기는 마치, 초상집의 그것과도 같다.
여기저기에서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튀어나왔고, 당장 있을 슈퍼 컵이 걱정되었던 나는 펩의 앞으로 다가갔다.
“저, 펩?”
[?]“모레까지는 독일에 있을게요.”
[왜?]“그야, 훈련할 사람이 부족하잖아요. 필리프가 중앙으로 가면, 팀의 오른쪽 사이드백은요.”
“정말이요?”
[그래. 절대 꺼내 들고 싶지 않았던 계획이지만, 이런 최악의 상황도 미리 생각해 두어야 하는 게 감독이니까. 그러니 걱정 말고 다녀오게. 그리고.]“??”
[고맙네. 자네가 지금 보여준 태도는, 팀을 위해서 무척이나 중요한 거였어. 이제 편히 푹 쉬게.]가슴팍을 두드려준 펩이 감독실로 들어선다.
그런 그의 뒷모습은, 조금 처량해 보였다.
작년 벤피카로 따지자면 마티치와 엔초가 리그 3라운드 만에 몽땅 장기부상을 끊어버린 셈이다.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었고, 절대로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없을 것이다.
과연 펩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까?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다.
나처럼 펩이 걱정된 필리프 람이 감독실로 들어섰을 때, 뮐러가 다가와 질문을 던졌다.
[이봐. 지금 무슨 대화를 했어?]“아니, 그냥.”
[응?]“훈련에 필요하면 남겠다고 했어. 그런데, 펩은 그냥 내일 바로 출발을 하라더라. 생각해 둔 게 있다면서.”
내 대답을 들은 뮐러는 펩 과르디올라를 믿으라며, 자신도 이 상황이 무척 슬프지만 힘을 내겠다고 했다.
[네가 돌아왔을 때, 컵 하나를 가져다 놓을게. 그래야, 너 없이도 이 팀이 잘 굴러가는 줄 알 거 아냐.]“뭐??”
[큭큭. 농담하기엔 너무 이른가?]이르다마다, 토마스.
오, 이런 세상에나.
바스티안의 부상 브리핑을 들은 지 5분도 안 되어 농담을 한다는 게 제정신이 박힌 사람이 할 행동인가 싶었다.
그리고.
찰싹-!!!
[으왓-!!]리베리가 그런 토마스 뮐러를 응징했다.
[멍청한 놈. 지금은 그냥 입을 다물어.]뻐드렁니에서 나오는 리베리의 독일어는 늘 바람 새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지금의 목소리는 제법 묵직했다.
역시 리더.
[그리고 너도.]“응?”
찰싹-!!
“으왁-! 나는 왜?”
[얘가 농담을 한 건, 전부 네가 받아줘서일 거잖아. 그러니 똑같이 혼나야지.]억울하게 맞은 뒤통수를 문지르며, 나는 환하게 웃고 있는 토마스 뮐러를 바라본다.
으이그 저 웬수.
잠깐 보지 않는 동안, 난 토마스 뮐러가 조금이라도 철이 들어 있기를 바랐다.
‘아마 안 될 거야. 그렇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그런 일이지만 말이다.
.
.
·경기결과
바이에른 뮌헨 4 : 0 프라이브루크
[골] 토마스 뮐러 : 전반 17분(P.K/김다온)셰르단 샤키리 : 전반 33분(토마스 뮐러)
클라우디오 피사로 : 후반 6분(토니 크루스)
마리오 괴체 : 후반 31분(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