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74)
273화
2013년 8월 31일. 서울특별시 서초구 반포동. 신 반포로 270. 반포 GS 자이아파트.
일찌감치 잠이 들었던 내가 다시 눈을 뜬 것은 지금으로부터 대략 2시간 전이었다.
당시의 시각은 새벽 4시 20분.
프라하의 시각으론 오후 8시 20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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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재) – KBS Sports N 아나운서
“아- 벤피카. 잘 싸웠습니다만, 뒷심이 조금 아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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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분의 말처럼, 벤피카는 뒷심이 부족했다.
하지만, 꽤 많은 것을 증명했다고 본다.
반면 뮌헨은 작년 챔피언스리그 우승 클럽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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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준) – KBS Sports N 해설위원
“김다온 선수 때문에 한국분들도 벤피카의 선수들과 축구가 익숙하실 거라고 봅니다. 그중 가장 핵심이었던 김다온 선수의 이탈을 벤피카가 어떻게 극복할지가 궁금했는데, 조르제 제수스 감독. 역시 포르투갈의 명장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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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수스 감독님은 뮌헨이라는 강팀을 상대로 4-2-3-1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여름 첼시 복귀가 불발된 마티치와 안드레가 중원에 섰고, 베르나르두-니코-제로니모가 2선을 구성했다.
원톱 자리엔 오스카가 아닌, 리마가 나섰다.
그리고 이것이 묘수가 됐다.
‘유연했어. 역시 리마야.’
스스로의 기량이 늦게 꽃핀 것도 있지만, 써드파티가 아니었다면 리마는 훨씬 더 주목을 일찍부터 받았을 것이다.
정말로 엉망진창이었던 리마의 써드파티는 자신이 구매한 선수가 얼마나 좋은 재능을 지녔는지를 몰랐다. 그저 선수를 상품처럼 생각하고, 이 클럽 저 클럽으로 옮긴 것이 전부다.
쉽게 말해 돈밖에 모르는 능력 없는 소유주가, 벤틀리를 경운기로 쓴 셈이다.
본래라면 훨씬 더 어린 나이에 브라질 1부 리그로 넘어갈 수 있는 재능이었음에도, 그는 꽤 오랜 기간 브라질의 하부리그를 전전했다.
그러다 클루베 파라나의 스카우트가 리마를 발견하고 영입을 하려고 했지만, 욕심 많은 써드파티가 말도 안 되는 조건만을 요구하는 바람에 임대 영입에 그쳤다.
이후엔 브라질의 명문 산투스 FC가 마찬가지로 리마를 주목했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만약 브라가의 구단주가 리마를 써드파티로부터 구해주지 않았다면, 그는 평생을 광대처럼 살았을지도 모른다.
이는 리마가 내게 직접 해주었던 말이다.
아무튼 리마는 오늘 뮌헨의 수비를 영리하게 공략했다. 센터백과 젝서의 사이에서 끊임없이 움직여 균열을 만들었고, 거기에서 발생한 공간으로 2선 자원이 뛰어들었다.
특히 2골 모두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제로니모와 베르나르두는, 빅클럽으로부터 제대로 된 눈도장을 받았을 거라고 본다.
전반전 41분이 되었을 때 스코어는 2:0 벤피카의 리드였고, 토마스 뮐러가 간신히 만회골을 터뜨리며 1점 차로 전반전이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이젠 뮌헨의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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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준)
“펩 과르디올라. 역시 마찬가지로 명장입니다. 후반전 팀 전술을 4-3-3으로 과감하게 바꾸면서, 경기를 단숨에 휘어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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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은 심각하게 엷어진 중원을 만회코자, 토니와 람을 조금 아래쪽에 내려둔 4-2-3-1을 꺼내 들었다. 벤피카와는 같지만, 경우는 전혀 달랐다.
마티치(DM)와 안드레(CM)의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되었던 것과는 달리, 급조된 티가 역력했던 뮌헨의 중원은 경기 내내 어려움을 겪었다.
점유율을 강조하는 뮌헨이 전반전에 46:54로 점유율에서 밀린 것만 봐도, 중원 다툼이 얼마나 힘겨웠는지를 알 수 있다.
리베리-뮐러-로번으로 구성되었던 2선은 분명히 위협적이었지만, 중원 다툼에서 밀린 탓에 이 세 명 모두 공격보다는 수비에 더욱 집중해야만 했다.
바로 여기에서, 만주키치의 아쉬운 점이 나온다.
그는 골게터지만, 파괴적이진 않다.
또, 경기를 잘 이해하는 편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스트라이커는 섣불리 아래로 내려서기보다는, 어떻게든 최전방에서 머물면서 상대 수비라인이 3선과 달라붙을 수 없도록 해야만 했다.
하지만 만주키치는 자꾸 2선까지 내려왔고, 그러자 손쉽게 전진할 수 있었던 에즈와 루이장이 빌드업을 도왔다.
그렇게 후방빌드업의 지점이 자연스럽게 높아지자, 벤피카는 늘 센터서클 주변에 많은 선수들을 모아둘 수 있었다.
화면 속에서, 늘 벤피카가 많아 보였던 이유다.
‘마리오보다 좋은 스트라이커가 필요해.’
만주키치는 분명 많은 골을 넣어줄 수 있다.
하지만, 뮌헨에서 뛴다는 건 허수를 가진다는 의미다.
물론 그 가치가 아예 없을 수는 없겠지만, 4:0이나 6:0의 경기에서 많은 골을 기록하는 건 1:0이나 2:1 경기에서 나오는 골과는 분명히 큰 차이가 있다.
오늘만 보더라도, 만주키치는 전혀 골에 관여하지 못했다.
후반전에 펩이 전술을 4-3-3으로 바꾸면서 토니를 앞으로 전진시켰고, 컨디션이 나빠 보였던 리베리를 과감히 괴체로 바꾸었던 게 결정적이었다.
개인 기량에서 앞서는 뮐러와 토니가 높은 지점에서 볼을 점유하기 시작하자, 자연스럽게 뮌헨은 주도권을 찾아왔다.
이후엔, 그냥 가진 힘으로 찍어 눌렀다.
로번이 두 개의 골을 연달아 만들어내며, 마침내 뮌헨이 지금 UEFA 슈퍼 컵 트로피를 높이 들어 올렸다.
화면 속에서, 침울해하는 벤피카 팬의 모습이 비춰졌다.
괜히 익숙한 얼굴처럼 보여, 마음이 아프다.
생각대로, 전혀 기쁘지가 않다.
벤피카가 이겼다면 달랐을까?
“…….”
조금 생각을 해봤지만, 반대의 경우여도 비슷한 기분이었을 것 같다.
짹- 짹짹-
먼동이 터 오르기 시작한 시간, 저 아래에서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흐읍-!”
한참 전에 TV를 끄고 소파에 앉아 생각에 잠겼던 나.
이제 다시, 방으로 들어간다.
“읏-차!”
점프하듯 뛰어들어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고, 이후엔 베개를 찾아 위로 움직여 똑바로 누웠다.
오늘 펩은 보아텡에게 오른쪽 사이드백을 맡기고, 단테와 다니엘 판 바위턴을 센터백으로 기용했다. 그리고 왼쪽은 데이비드 알라바였다.
경기 내에서는 사실상 스리백에 알라바를 미드필드 지점까지 올렸는데, 제로니모가 계속해서 오른쪽 측면을 괴롭혔던 바람에 알라바가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할 수 없었다.
‘니모나 베르나르두가 뮌헨에 와도 좋을 것 같아.’
안드레에겐 조금 미안하지만, 세 명의 얼간이들 중에서 뮌헨에 어울리는 사람은 그 둘이었던 것 같다.
‘나한테 물어보진 않으려나?’
FC 노르셸란과 SL 벤피카에서처럼, 뮌헨도 특정 선수의 영입을 위해 내게 질문을 던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물론 그러려면,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겠지만.
일단, 내 앞가림이 먼저라는 거다.
그래서 결론은.
“스트라이커가 필요해.”
바이에른 뮌헨에는 스트라이커가 필요했다.
그것도, 펩의 축구와 어울리는.
***
【뮌헨 시각】 2013년 9월 1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FC 바이에른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몇 시간 전, 2013/14 시즌의 여름 이적시장이 닫혔다. 가레스 베일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으로 떠들썩했던 유럽 축구계는 이제, 후일담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또 한창 바쁠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이목이 한쪽에 쏠리게 되면, 은밀함이 중요한 작업들은 고개를 들게 된다.
몇 년 전부터 하나의 이적을 준비해왔던 카를-하인츠 루메니게를 포함한 뮌헨의 주요 관계자들은, 감독인 펩 과르디올라와 의견을 일치시킬 수 있어 무척이나 기뻤다.
“본래는 두 개의 영입이 동시에 이뤄질 예정이었지.”
“그거 잘 됐군요.”
“그래. 자네에게는 언젠간 말하려고 했네. 그러지 않았던 건, 복잡한 문제 때문이었어. 그리고 마리오도 이 문제에 무척 민감했거든.”
“마리오는 검은 양입니다. 반면에 그는 월드클래스죠”
‘Welkt Klasse.’
도르트문트의 스트라이커인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는 본래, 마리오 괴체와 함께 이번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뮌헨으로 이적하게 될 예정이었다.
2012년 여름부터 줄곧 뮌헨 행을 원했던 레반도프스키였고 이적을 위해 재계약을 거부하고 있었던 터라, 도르트문트로선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에 관한 비용도 이미 도르트문트에 몽땅 지급되었고, 본래라면 올해 여름 도르트문트 팬들을 패닉에 빠트렸어야 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울리 회네스 회장의 횡령과 배임에 관한 혐의가 모든 것을 바꿔버렸다.
그것이 클럽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이슈가 필요했던 뮌헨은, 그나마 파급력이 약할 거라 믿은 마리오 괴체의 이적을 언론에 흘려버렸다.
그리고 여기에서부터 모든 것이 꼬여버렸다.
도르트문트의 팬들은 엄청나게 분노했고, 그들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도르트문트의 고위 계층은 돈을 돌려주겠다며 레반도프스키는 팔 수 없다고 태도를 바꿨다.
하지만 레반도프스키는 이미 뮌헨의 시스템에 매료되어 있었고, 레알 마드리드를 포함한 다른 빅클럽으로의 이적을 거부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오래전부터 레반도프스키의 뮌헨 사랑을 알고 있던 도르트문트의 팬들은 이에 분노했고, 살해 협박을 받기 시작한 그는 현재 개인 경호원을 두고 있다.
“그리고 그 비용은 우리가 내고 있지.”
“그랬군요.”
“미안하네. 도르트문트를 설득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어. 끝까지 그들이 거절을 한다면, 레비의 이적은 2014년 여름에나 가능했지. 그래서 미리 말할 수 없었네.”
“이해합니다. 그래도 좋군요. 내년 1월에 우린, 9번 자리에도 월드클래스를 가지게 될 겁니다. 그럼 공격과 미드필드 또 수비에 모두 월드클래스가 있는 셈이에요.”
벤피카에 3:2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직후, 펩은 만주키치로는 자신이 바라는 축구를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율적인 분위기를 좋아하고 간섭보단 존경을 바라는 성격의 만주키치는, 규범과 규율을 중시하는 선생님 스타일인 펩과는 상극에 놓여 있었다.
펩 과르디올라가 클럽하우스에서 컵케이크와 와플 등을 퇴출시키고 ‘Spiel nach dem Essen’을 의무화했을 때부터, 만주키치는 감독의 모든 것을 싫어하게 되었다.
이런 경우라면 이별은 어쩔 수가 없는 부분이다.
“그래도 난 그 모양새가 좋았으면 하네.”
“글쎄요. 그건 어디까지나 그에게 달렸죠.”
“…….”
상대의 독특한 성격을 알고 있는 루메니게는 지금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마음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펩 과르디올라는 한 번 마음이 정해지면 그것을 여과 없이 나타내는 사람이었고, 만주키치의 한계와 레반도프스키의 영입을 동시에 알게 된 지금, 팀은 조금 시끄러워질 수도 있다.
홀로 남겨진 뒤, 루메니게는 단장으로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마티아스 잠머에게 전화를 건다.
“날세. 자네에게 귀찮은 일이 생길 수도 있어.”
뮌헨의 슬로건이자 정체성을 상징하는 ‘Wir Sind Wir’.
이는 남들과는 다른. 오직 뮌헨의 것만을 추구하는 클럽의 철학을 담고 있기도 했지만, 그 이면에는 팬들이 알지 못하는 또 다른 뜻도 있었다.
그건 바로.
“클럽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어. 만약 마리오가 문제가 된다면, 우린 신속히 그를 제거해야만 해. 자네가 펩에게 조금 더 무게를 실어주게.”
– 네. 그러죠
Wir. 즉, 우리를 계속해서 우리로 남겨두기 위해서는, 우리가 될 수 없는 이는 떠나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무척이나 냉정한 방식으로.
“후우~”
바이에른 뮌헨의 끝없는 성공에 감춰진 끊임없는 칼질은, 늘 새로운 가지가 뻗어 나오는 축구의 특성 덕분에 그 잔인함을 숨겨둘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칼은 언제나, 모두에게 향할 수 있다.
설령, 그 대상이 필리프 람과 같은 클럽의 상징적인 인물일지라도.
***
2013년 9월 2일.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필승로 368. 파주 풋볼 팬타지움. 백호 그라운드.
유럽파들이 속속 합류하면서, 9월 친선전을 위한 대한민국 대표팀의 모습도 완전체가 되었다.
“스물!! 두 개만 더! 두 개만 더!”
“야-! 간다! 간다!”
그리고 이곳은 언제나처럼 활기차고 또 즐겁다.
“스물둘-!! 으아아악-!! 이겼어!! 이겼다고!!”
손을 번적 들며 기뻐하는 형들과 끌어안으면서, 나는 작은 승리의 기쁨을 맛본다.
지난 6월 대표팀 소집 때의 복수를 멋지게 이뤄낸 것이다.
“형은 뭐 먹을래요?”
“와일드바디!”
“난 더위사냥.”
9월이 되었지만 계절적으로는 여전히 여름인지라, 우린 볼 돌리기 훈련을 가지고 두 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내기를 하고 있었다.
외의 곳에서도 마찬가지로 한창 내기가 진행 중이었는데, 뭘 상품으로 걸었는지는 차차 알게 될 것이다.
“하아- 씨. 돈은 쟤가 제일 많이 버는데!!”
“아~ 돈 얘기가 왜 나와요?!”
“아니, 그건 맞잖아!”
“어?! 그래서? 내가 선물 안 사 왔어요?”
“아니, 그건 또 맞는데…….”
“확- 씨. 뺏는다?”
선물을 뺏는다는 말에 움찔한 종우 형이, 창수 형을 데리고 얼른 연습 구장을 빠져나간다.
“진작 그럴 것이지 말이야. 쯧.”
“큭큭큭큭. 야. 선물 잘 받았다?”
“네, 형.”
어제 파주에 합류한 나는, 코칭스태프 전체와 선수단에 독일에서 가져온 선물을 돌렸다.
감독님에겐 아버지에게 드린 것과 같은 ‘Graf von Faber Castell’ 제(製)의 최고급 만년필을 드렸고, 코칭스태프들엔 ‘Walter Knoll’에서 생산한 가죽가방을 선물했다.
그리고 선수들에겐 각자 ‘Montblanc’의 시계를 선물했는데, 거기에 쓴 돈만 해도 엄청나게 많았다.
외에도 이곳에서 수고하시는 식당 분들과 스태프들을 위해서도, 아디다스에서 구매한 트레이닝 재킷을 드렸다.
솔직히 돈을 쓸 때는 엄청나게 아까웠지만, 받은 사람들이 고마워할 때마다 조금씩 마음이 채워졌다.
돈이야 또 벌면 되는 거고.
다가오는 겨울에 ‘포르셰’에서 아시아 쪽 광고 모델 문제로 나와 협상을 하고 싶다고 하던데, 조만간 에이전시 쪽에서 이야기를 해주기로 했다.
모델료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그것을 조금 줄이는 대신 한정판 차량 같은 거나 달라고 할까 싶다.
“후~ 덥다.”
“흐아-! 난 아직도 시차가 덜 풀렸다, 야.”
“에-이. 그럴 만하죠.”
옆에서 하품 중인 청용이 형이, 아이스크림이 오면 깨우라며 천막 아래 그늘에 드러눕는다. 그리곤 곧바로 곯아떨어졌는데, 피곤한 것이 눈에서 보였다.
청용이 형은 후반 74분에 니코를 대신해 교체로 출장했고, 좋지도 그렇다고 딱히 나쁘지도 않은 활약을 펼쳤다.
제수스 감독님은 청용이 형을 측면이 아닌 중앙으로 이동시키려고 했는데, 부상 이후에 떨어진 기동력과 형이 가진 본래의 장점을 생각하면 좋은 판단이라고 본다.
다만 지금은 중앙에 적응 중이라, 경기력 자체가 크게 돋보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뭐. 워낙 잘하는 형이니까.’
청용이 형이 처음 EPL에 데뷔를 했을 때, 난 그것을 TV로 지켜봤었다.
당시에 난 덴마크에서 적응 중이었고, 친구들과도 그리 친할 때가 아니라 연습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할 수 있는 일은 노트북으로 축구를 보는 것밖에는 없었다.
WIFI 성능이 정말 구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몇 시간이 걸려 친구들이 보내준 파일을 다운받아 당시 ‘SBS’로 중계되던 EPL 경기를 계속 시청했다.
솔직히 이적 당시 청용이 형을 향한 기대보다는 걱정이 주변에서 많았는데, 정작 말 그대로 씹어 먹었었다.
데뷔 시즌 40경기 5골 8어시스트.
맨유와 리버풀, 에버튼의 쟁쟁한 선수들을 따돌리고 잉글랜드 북서부 최고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볼튼 내부의 상이란 상을 다 휩쓴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그 빌어먹을 톰 밀러라는 개자식의 태클만 아니었어도, 청용이 형은 지금쯤 빅클럽에서 뛰고 있었을 거다.
‘이젠 행복만 하자고요, 형.’
누워 있는 형에게 응원을 보낸 뒤, 난 형들이 언제쯤 오려나 싶어 한쪽을 바라봤다.
저 멀리, 종우 형과 창수 형이 오고 있는 게 보인다.
불쑥, 장난기가 올라온다.
“거-! 빨리빨리 안 뛰지?!”
선물한 놈이 대장이라고, 내 목소리를 들은 두 사람은 잽싸게 이쪽으로 달려와 내 앞에서 봉투를 열어 보였다.
“대장님! 먼저 고르시죠!”
“아, 그래. 기특하군.”
물론 이 선물빨이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업보로 돌아온다고 해도 이 순간을 즐겨야겠다.
“야.”
“응?”
어느새 잠에서 깬 청용이 형이 옆에서 아이스크림을 빨고 있었다.
“너 그러다 맞겠다?”
“그쵸? 제 생각도 그래요.”
“큭큭큭. 야. 이따 포르투갈어나 갈켜 줘.”
“네. 그럴게요.”
“독일어는 좀 하냐?”
“조금요? 그래서 있다가 흥민이 형이나 자철이 형한테 독일어 좀 알려달라고 하게요. 아- 두리 형이 있었어야 하는데.”
“왜? 걔네 둘도 잘하잖아.”
“그치만 두리 형은 원어민 수준이잖아요.”
“하긴. 그건 그렇다.”
축구와 언어.
난 한국에서도 여전히, 많은 것을 배워가고 있다.
‘음- 맛있네.’
오랜만에 먹는 한국의 아이스크림이 전해주는 달달함에, 기분이 점점 더 좋아진다.
맴- 맴- 맴- 맴- 맴- 맴- 맴- 맴-…….
매애애애애애앰-
언제나처럼, 한국에서의 나날은 내겐 간만에 맛보는 휴식이 된다.
‘고맙게도.’
앞으로도 계속,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