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76)
275화
대한민국 대표팀의 감독 호르헤 삼파올리는, 이번 9월에 펼쳐지게 될 평가전에 매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상대도 상대지만, 스스로를 파악하기 무척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특히 월드컵을 9개월 앞두고, 섣부른 예측을 쏟아내는 팬과 미디어에 현실을 알려줄 수 있다고 믿었다.
16강이란 단어를 너무 쉽게 꺼내 드는 그들은, 월드컵이 얼마나 어렵고 혹독한 무대인지를 조금도 이해하지 못했다. 이러한 기대는 대부분, 대표팀을 병들게 한다.
실제 오늘 경기에서도, 대한민국 대표팀은 약점을 너무나도 잘 드러내고 있다.
세계에서 통할 만한 스트라이커의 부재. 눈에 띄게 떨어지는 축구에 대한 이해도. 가르치는 것은 곧잘 하지만, 그것을 응용하는 능력은 현격히 떨어졌다.
그래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늘, 피치를 이해할 수 있는 소수에 의해 이끌어져 왔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진 강찬일이 그 소수였고, 이후 박지성이 이 자리를 물려받아 대한민국 대표팀에 번뜩임이라는 색을 입혔다.
이들이 뛸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를 두고 사람들은 재능과 정신력에서 원인을 찾으려고 했지만, 삼파올리가 볼 때 그것은 축구 이해와 관련된 것이었다.
단순히 좋은 기술과 빠른 발을 가져야만 좋은 축구 선수가 되진 않는다. 물론 그렇다면 뛰어나다는 평이야 받겠지만, ‘월드클래스’의 레벨에는 도달할 수 없다.
훌륭한 개인기에 의해 뛰어난 ‘Football IQ’를 간과당해 온 수없이 많은 전설들 역시, 누구보다 축구라는 경기를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었다.
오직 그럴 때만이.
‘월드클래스가 될 수 있어.’
후반전 26분 혼전 중에 나온 김보경의 슈팅이 덴마크의 골대를 가른 순간, 포효하며 기뻐했던 호르헤 삼파올리는 그 득점이 아주 오래전부터 준비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새로운 역할을 잘 수행할 것이라 믿었던 구자철의 부진한 모습이, 오히려 김다온에겐 기회로 느껴졌던 것 같다.
끊임없이 덴마크의 측면을 공략하는 패스를 보내고, 피치 전역을 부지런하게 오간 그는 계속해서 덴마크의 센터백 사이를 넓히기 위해 노력했다.
컨디션이 썩 괜찮았던 손흥민과 고점을 찍은 이근호가 덴마크의 사이드백을 수월하게 공략한 순간부터는, 김다온은 아예 그런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이후 덴마크의 선수들이 빠른 커뮤니케이션으로 정보를 교환하는 모습을 보며, 삼파올리는 약간의 부러움도 느꼈었다.
단순히 누가 더 우위에 있는지를 깨닫는 것이 아닌, 상대가 무엇을 하려 하고 그것을 통해 어떠한 부분이 문제가 될지를 아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최근 대한민국 대표팀에서는 기성용이 그런 일을 120% 수행해주었지만, 불행히도 오늘 그는 피치에 없었다.
그래서 삼파올리는 이틀 전 곽태휘를 불러, 장난처럼 김다온에게 주장직을 넘겨주는 연기를 해줄 것을 부탁했다. 그래야 거부감을 없애며, 19살의 선수에게 리더십을 안겨줄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바로 그거로군.’
마침내 삼파올리는 0:1 혹은 1:2 패배를 예상했던 경기에서 오히려 앞서나갈 수 있었던 이유가, 김다온에게 주장직을 넘겨주었기 때문임을 깨닫는다.
그가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낸 덕분에, 팀은 더 나아졌다.
한국영에게 철저히 수비적인 역할을 맡긴 채, 빌드업과 압박에 총력을 기울이는 김다온의 오늘 플레이는 대한민국 대표팀을 좀 더 생각하게 만들었다.
수동적인 성향이 강한 한국인들에게, 생각하고 문제를 파악하도록 만드는 리더는 거의 볼 수 없는 유형이다.
“혀엉-!! 거기가 아니야!! 무작정 뛰지 말고, 주변을 봐!! 돌아나가라고!!”
지금도 김다온은 오프사이드에 걸린 손흥민을 향해, 생각하라는 제스처를 보내며 거침없이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삼파올리는 박수를 치면서 팀 전체를 격려했다. 김다온의 리더십이 힘을 얻으려면, 계속해서 선수들을 독려하며 잘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했다.
잠깐 뒤로 돌아 벤치 쪽으로 걸어간 삼파올리가, 코치로부터 물병 하나를 건네받는다.
따르륵-
뚜껑을 뒤틀어 잠깐 목을 축인 뒤에, 삼파올리는 다시 앞으로 나가 경기를 관전했다.
답답함을 느낀 덴마크는 총공세 중이었고, 대한민국은 수세에 몰린 상태에서도 그것을 잘 막아내었다.
‘저건 장점이지.’
현재 대한민국의 대표팀엔 경험 많은 수비수들이 많았다. 비록 그들은 김다온이 보는 것들을 볼 수 없지만, 자신이 해야 할 몫은 충분히 해주는 남자들이다.
계속해서 덴마크가 균열을 만들려고 하지만, 노련한 곽태휘가 젊은 선수들을 잘 진정시켜 주고 있다.
‘과연. 얼마나 할 수 있을까?’
조별 추첨 결과가 나와야 하겠지만, 삼파올리는 팀이 예선 통과 확률을 40% + @정도로 보고 있다.
‘10월에 한 번 더 봐야겠어.’
삼파올리는 기성용과 함께했을 때의 김다온이 사이드백으로서 얼마만큼 팀에 플러스 요인을 가져다줄 수 있을지가 궁금했다.
6월과 이번 9월은 어쩔 수 없이 중앙에서 뛰고 있지만, 대표팀의 사정을 고려하면 그는 오른쪽에 가야 한다.
기성용과 구자철을 중심으로 구성될 미드필드진은 김다온을 사이드백으로 보낼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은 된다.
무엇보다, 월드컵 본선에서 만나게 될 상대의 공격력을 생각하면 수비진영 한쪽에 최고 선수를 놓아둘 수 있는 것은 크나큰 축복이다.
‘만능키로군.’
현재의 대한민국 대표팀에서 김다온이 차지하는 위치를 간단하게 요약한 삼파올리는, 어쩌면 그가 벌써 ‘월드 클래스’ 레벨에 근접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실력은 이미 그 정도가 되었고, 몇 개의 증명만이 남은 상태라고 말이다.
그리고 월드컵은 김다온의 현재를 보여줄 수 있는 좋은 무대가 될 것이 분명했다.
대한민국 대표팀이 선전을 하든 혹은 졸전을 펼치든 간에 상관없이, 어떠한 쪽으로든 그가 피치 위에서 미치는 영향력은 관계자들에게 드러날 것이다.
삑-!! 삐-익!! 삐이이익-!!
마침내 휘슬소리가 들려오고, 신승(辛勝)을 거둔 삼파올리는 덴마크 대표팀의 감독과 인사를 나눈다.
“한 수 배웠습니다.”
“단단하군요. 좋은 선수를 가졌어요.”
“……네. 그러게 말입니다.”
삼파올리는 모르텐 올센이 ‘좋은 선수들’이 아닌 ‘좋은 선수’라 표현한 점을 주목했다.
평범했던 10명 사이에서, 김다온은 홀로 대한민국에 색을 입히고 클래스를 더해주던 선수였다. 물론 손흥민과 같은 남자는 이런 말을 들으면 실망을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삼파올리는 알고 있었다.
언젠가 손흥민은 세계적인 소리를 듣는 공격수로 성장할 수도 있겠지만, 분명 한계를 가질 것이다.
하나의 경기 혹은 하나의 시즌 동안 많은 골을 넣는 것과 그 끝에서 결국 팀을 승리로 이끄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선수 개개인이 승패를 결정짓는다는 말은 너무나 가혹할 수도 있겠지만, 축구 역사에 존재했던 ‘진짜 월드클래스’는 항상 그러한 삶을 살아왔다.
다만 그들 역시, 모든 경기에서 승리할 수는 없었다.
“고생했다. 정말 잘해줬어.”
“하하. 네.”
어느새 친구와 유니폼을 교환한 김다온이 여자 친구와 그녀의 가족들에게로 걸어가는 것을 보며, 라커룸으로 향하기로 한 삼파올리는 곧장 포르투갈 전을 준비한다.
본래라면, 그 경기도 2골 차 이상의 패배를 각오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젠.
‘버티는 것쯤이야 할 수 있을지도.’
삼파올리는 지지 않는 것을 그려 보이기 시작한다.
.
.
·경기결과
대한민국 1 : 0 덴마크
[골] 김보경 : 후반 26분***
[덴마크의 감독, “김다온은 이미 세계적인 레벨의 선수. 뮌헨에서 뛰고 있다는 것이 그걸 증명한다.” – 스포츠매일] [19살에 의존 중인 한국 축구. 과연 월드컵에서는 괜찮을까? – 레드라이트]***
【뮌헨 시각】 2013년 9월 6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FC 바이에른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클럽의 감독들이 A매치 주간을 좋아하지 않는 대표적인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컨디션과 부상이었다.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던 선수가 A매치 주간 이후 바닥을 치기도 하며, 최악의 경우엔 대표팀 생활을 하다 부상을 입고 돌아오기도 한다.
각국 대표팀의 첫 번째 일정이 소화된 지금, 펩 과르디올라는 다행히도 부상 소식을 전달받지는 않았다.
“좋군요. 우리에겐 희소식입니다.”
단장 마티아스 잠머로부터 이야기를 전해 들은 펩 과르디올라의 얼굴에, 마침내 미소 비슷한 것이 피어난다.
“그래서? 좀 어떻던가?”
“어떤 대답을 원하시죠? 솔직함? 자기 위안?”
“하하하. 자넨 여전히 가차 없군.”
“당신의 의사가 중요하니까요.”
컨디션과 부상에 관련된 이슈 외에도, 클럽 감독들이 A매치 주간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엔 지루함을 빼놓을 수 없다.
클럽의 우수한 선수들 다수가 이탈한 상황에선 훈련을 제대로 진행하는 것도 힘들고, 전술과 전력을 정비한다고는 하나 그것 역시 이틀 정도면 충분했다.
하지만 펩 과르디올라와 같은 진정한 축구 중독자라면, A매치 주간의 재미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처음 FC 바르셀로나의 B팀을 감독했을 때부터, 펩 과르디올라는 어린 선수들을 가르치고 그들을 성장시키는 것에 커다란 만족감을 느껴왔다.
물론 1군 팀에서의 운영 철학은 그와는 조금 다르지만 말이다.
“전자일세. 솔직한 의견을 듣고 싶군.”
“흐음- 한마디로? 형편없죠. 그리고 조금 길게? 이 클럽이 장기적인 성공을 바란다면, 이제 운에는 그만 기대야 합니다.”
바이에른 뮌헨은 본인들의 유스에서 성장한 뛰어난 선수들을 다수 배출했다. 하지만 조금만 찬찬히 뜯어보면,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진정으로 뮌헨의 유스에서 성장해 세계적인 선수가 된 케이스는, 최근에 와서는 기껏해야 필리프 람 정도였다.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는 뮌헨으로 오기 전, FV 오베라우도르프와 TSV 1860 로젠하임 유스에서 뛰다 실력을 인정받고 스카우트 된 케이스다.
토니 크로스 역시 그라이프스팔터 SV와 FC 한자 로스토크에서 성장해 마지막 단계에서 스카우트 된 케이스고, 토마스 뮐러도 최초의 유스 클럽은 TSV 펠이었다.
펩 과르디올라가 볼 때, 뮌헨은 본인들의 명성을 교묘히 이용할 뿐 진정으로 유스에 투자하는 클럽은 아니었다.
“대표적인 예가 현재의 B팀이죠.”
“그렇게 형편없던가?”
“쓸 만한 녀석은 둘뿐입니다. 그나마 하나는 덴마크에서 왔고 다른 하나는 쾰른 출신이로군요.”
“……그래.”
“물론 이게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이번 경우에도 나타났지만 A팀에 문제가 생겼을 때 B팀에서 불러들일 녀석이 부족해요. 그게 바로 우리의 골칫거리죠. 만약 부상 선수가 더 생긴다면, 오직 신만이 이 클럽을 도울 수 있을 겁니다.”
펩 과르디올라는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B팀 선수들을 대거 불러들여 남은 A팀 선수와 함께 훈련을 했다. 하지만 고작 이틀 만에 그걸 관두기로 했는데, 이유는 그 수준이 너무 낮아서였다.
뮌헨의 B팀은 자신의 축구를 눈곱만큼도 이해하지 못했고, 훈련이 자주 끊기면서 오히려 A팀 선수들이 피해를 봤다.
그리고 이건 무척 실망스러운 일이었다.
“우린 제대로 된 팀 닥터가 필요합니다, 마티아스.”
“또 그 이야긴가? 당분간 지켜볼 줄 알았네만.”
“제가 FC 바르셀로나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분명 이유가 있습니다.”
“그게 팀 닥터라는 건가?”
“아뇨. 그게 아닙니다.”
“??”
FC 바르셀로나에 부임한 직후, 펩 과르디올라는 자신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주는 이사들의 도움으로 코치를 포함한 현장직 모두를 꾸레(Cules)들로 채울 수 있었다.
팀 닥터뿐만이 아니라, 트레이너나 마사지사. 심지어 관리인들도 한때 라마시아에 몸을 담았거나, 평생을 바르셀로나 팬으로 산 사람들로 선발한 것이다.
그래서 펩 과르디올라 체재의 FC 바르셀로나는 목표를 향해 곧장 전진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6관왕이었죠, 마티아스. 우린 그 해 6개의 트로피를 손에 넣었습니다. 불순분자가 섞여 있었다면, 절대로 해내지 못했을 일이죠.”
펩 과르디올라는 볼파르트 박사의 능력 자체는 100% 신뢰하고 있었다. 성공한 이 특유의 오만한 말투를 지녔긴 하지만, 곁에서 그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렇지만, 진정으로 그가 클럽을 위한다는 생각은 조금도 하고 있지 않았다.
자신이 볼 때 볼파르트 박사는 바이에른 뮌헨의 팀 닥터라는 직함에서 오는 특권을 즐기고 싶은 것뿐이었다.
“현장에는 늘 팀 닥터가 필요해요.”
“그건 이 클럽의 문화일세.”
“잘못된 문화죠. 스페인에선 그걸 Mal habito라고 부릅니다. 나쁜 습관이요. 저는 왜 뮌헨씩이나 되는 클럽에서 일개 박사에게 머리를 숙이는지 모르겠습니다.”
논쟁이 길어지는 것을 피하고자, 마티아스 잠머는 다시 한번 고위층에 이야기해보겠다면서 펩 과르디올라를 달랬다.
뮌헨은 일단 본인들의 좋은 문화라고 믿는 것을 지키는 보수적인 성향의 클럽이었고, 오랜 기간 문제가 없다고 믿었던 팀의 메디컬 시스템 역시 유지하려고 했다.
그래서 펩 과르디올라는 잠머의 말이 빈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더는 상대를 몰아붙이지 않았다.
“그만 가보도록 하죠.”
“그러게나.”
잠머의 사무실을 빠져나온 과르디올라가 향한 곳은, 클럽이 본인을 위해 만들어준 비디오 분석실이다.
딸깍-
“후우~”
마침내 자유로움을 얻게 된 펩 과르디올라가 가정 먼저 선택한 일은, 첫 번째 챔피언스리그 상대인 CSKA 모스크바의 전력을 분석하는 것이었다.
당연하게도(?) 며칠 전부터 해왔던 일이며, 오늘은 그동안의 연장선상일 뿐이었다.
이런 펩의 머릿속은 온통, 다수의 부상자들로 인해 생겨난 중원의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밖에는 없었다.
그리고 덩달아.
‘당분간은 붙박이로군.’
김다온의 오른쪽 풀백 포지션 역시, 한층 더 공고하게 바뀌고 있었다.
***
[삼파올리, “포르투갈전은 변화가 있을 것.” – OSEM]***
2013년 9월 7일.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필승로 368. 파주 풋볼 팬타지움. 대회의실.
덴마크 경기 이후, 경기력이 좋지 못했던 형들에게 나쁜 말들이 쏟아졌다. 몇몇은 포털사이트 기사를 보다 기분이 상해버렸고, 일부는 소셜네트워크를 닫아버렸다.
대표팀 경기 이후의 흔한 일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가끔 사람들은, 우리에게 너무 가혹하게 군다.
하루 종일 휴식을 취하고 오후에 다시 파주에 모인 형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은 이유다.
[변화를 조금 주지.]앞으로의 훈련 계획을 설명하는 감독님은 수비 조(組)에 나를 포함시켰다.
아마도 나는 10일 경기에서 오른쪽 사이드백으로서 경기에 출전할 것 같다.
[포르투갈을 상대로 볼을 점유하려면, 우린 굉장히 간결한 축구를 해야 한다. 그래서 앞으로의 훈련도 이런 부분에 중점을 두겠다. 미드필드에서 볼을 지키고, 역습의 완성도를 높일 거야. 다들 그걸 생각하고 따라오도록.]정확한 선수 구성과 포메이션은 9일이 되어야 알게 되겠지만, 오늘의 미팅으로 포르투갈 전의 컨셉은 정해졌다.
선 수비 후 역습.
좋은 선택이라고 본다.
“다온아!”
“?”
짧은 미팅을 끝마치고 복도로 나왔을 때, 저 뒤쪽에서 형들이 나를 불렀다.
“아이스크림이나 먹자!”
“아- 요즘 너무 많이 먹는데.”
“형이 쏠께!”
“오-! 웬일?”
자철이 형이 쏜다는 말에 난 냉큼 발을 돌려 무리에 합류했다. 아이스크림을 먹지는 않겠지만, 자철이 형의 지갑을 터는 일에는 기꺼이 동참하고 싶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자철이 형이 말한 아이스크림은 팬으로부터 받은 아이스크림케이크였다.
“에이.”
“왜?”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
형들이 방바닥에 앉아 자리를 잡는 동안, 난 침대로 냉큼 뛰어들었다.
잠시 뒤에는 태휘 형님과 정수 형님이 왔고, 그래서 몸을 일으켜 침대의 끝에 걸터앉았다.
“다 모였냐?”
“응? 뭐예요?”
“아니, 별 건 아니고. 포르투갈 전 말이야. 우리도 따로 준비를 좀 해둬야 할 것 같아서.”
태휘 형님은 덴마크가 생각보다도 잘해서 놀랐다며, 그들보다 강한 포르투갈을 상대하게 된 만큼 우리가 조금 더 잘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지금 이곳에 모인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내일 아침 훈련부터 파이팅을 해보잔다.
나야, 언제든 환영이다.
“그런데 다온이가 수비로 가면, 빌드업이 좀 약해지지 않아?”
“이 새끼가 잘해야지.”
퍽-!
“음-! 음-!”
입 안 가득 아이스크림을 넣고 있던 자철이 형은 머리를 한 대 쥐어박히고는 억울해하고 있다.
사실 펄스나인을 잘 소화하지 못해서 그렇지, 컨디션 자체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다. 본래의 위치로 돌아가서 뛰게 되면, 제 실력이 나올 것이다.
걱정은 성용이 형이 없는 중원이다
국영이 형은 아마 포르투의 중원에는 본래의 장점을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힘을 앞세운 선수들에게는 부지런하다는 장점이 먹히기도 하지만, 이번 명단에 포함된 포르투갈 미드필드들은 기술과 스피드가 몇 배는 더 뛰어나다.
종우 형의 선발 출전이 점쳐지는 이유이며, 4-3-3에서 측면을 조금 내린 4-1-4-1이나 4-2-3-1을 쓸 것 같다는 게 현재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었다.
방 하나에 모여 포르투갈 경기를 이야기하는 시간은 밤늦게까지 계속됐다.
그리고 형들은 내가 말을 할 기회가 올 때마다, 하나같이 진지한 표정으로 경청해주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것은 꽤 기분 좋은 일이었다.
존중받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조금 더 열심히 하게 된다. 또 주장이 될 가능성은 낮지만, 어제 경기는 개인적으로 무척 값진 경험이었다.
피치 위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영향력을 발휘하는 새로운 방법에 눈을 뜬 느낌이랄까? 걸음마도 시작하지 않은 단계이긴 해도, 축구가 조금 달리 보였다.
“벨로수, 무티뉴, 메이렐레스. 걔네 셋이 선발일 거예요. 벨로수는 잘 모르지만, 남은 둘은 알아요. 중요한 건 걔네들이 볼을 잡았을 때…….”
그것도, 꽤 좋은 방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