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77)
276화
2013년 9월 9일. 경기도 구리시 아천동 181. GS 챔피언스 파크.
덴마크에 이어, 포르투갈 대표팀 역시 GS 챔피언스 파크와 워커힐 호텔에 머물며 10일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앞서 일본 대표팀과의 경기에서 3:1 승리를 거둔 팀답게, 훈련장의 분위기는 밝고 또 가벼웠다.
특히 지난 1년간, 천국과 지옥을 오간 포르투갈의 감독 파울루 벤투(Paulo Bento)는 상쾌한 기분마저도 느꼈다.
“패스는 좀 더 빠르게! 전환 속도를 높여야 해!”
유로 2012 예선에서 부진한 카를로스 케이로스가 전격 해임이 되면서, 포르투갈 협회는 주제 무리뉴에게 접촉해 대표팀을 맡아줄 의사가 있는지를 물었다.
하지만 무리뉴는 자신은 대표팀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단칼에 이를 거절했고, 하는 수 없이 다른 대안을 찾던 협회는 당시 스포르팅에서 명성을 얻던 벤투를 선임하게 된다.
포르투갈 내에서 주목받는 젊은 감독으로서 조금씩 명성을 얻어가고 있던 벤투는, 팬들의 의심 속에서도 유로 2012를 훌륭하게 치러내며 일약 커다란 신뢰를 얻게 된다.
하지만 2014 브라질 월드컵 예선을 치르면서, 조금씩 파울루 벤투에 대한 의심이 생겨났다.
상대적으로 수월한 조에 편성되었음에도 경기력의 기복이 컸고, 결국 조 1위를 러시아에게 내어주며 플레이오프까지 거친 끝에 가까스로 본선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벤투의 전술이 너무나도 단조로우며, 지나칠 만큼 호날두에 의지한다고 비판을 했다.
포르투갈 내에 충분히 좋은 선수가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자원들을 전혀 활용하지 못한다고 말이다.
게다가, 베테랑들과 자주 의견충돌을 보이면서 라커룸에서의 신뢰를 잃었다는 기사들도 쏟아졌다.
그런 벤투에게 있어, 레알 마드리드가 차출을 보류해줄 것을 요청하며 호날두 등을 제외할 공식적인 명분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무척 좋은 기회였다.
일본과 한국의 수준을 높게 평가하지 않았기에, 호날두 없이 좋은 경기를 펼쳐 사람들의 입을 다물게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실제로 사흘 전에 있었던 일본 대표팀과의 경기는 기존의 포르투갈이 펼쳐온 축구보다 훨씬 더 다채로웠다.
바렐라-에데르-나니로 구성한 공격진이 각각 한 개씩 골을 기록했고, 미드필드 진 역시 탄탄한 모습을 보여줬다.
브루노 아우베스의 어이없는 실책으로 후반 막바지에 한 골을 허락하긴 했지만, 90분 내내 일본 대표팀을 압도하던 모습은 벤투의 마음에 쏙 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벤투는 내일 역시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저, 파울루.”
“응? 뭐지?”
“우리가 측면을 너무 높이는 게 걱정이 돼요. 차라리 본래 하던 후방 빌드업을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의견이라면 듣겠지만, 그럴 일은 없을 거야.”
하지만 일본전이 끝난 다음 날부터, 벤피카에서 뽑은 젊은 재능들이 벤투를 조금 귀찮게 했다. 그들은 팀이 조금 방만하다고 말하며, 경기를 신중히 풀어가야 한다고 했다.
하나 벤투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자네의 친구 때문인가? 나도 그를 알아. 작년 리그 경기를 관전하러 다니면서 몇 번이나 그의 플레이를 봤지. 하지만, 축구는 팀 게임이야. 그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건 잘 알지만······.”
“제발, 베르나르두. 자네가 이 팀의 훈련 분위기를 망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긴 하나?”
고집불통처럼 느껴지는 벤투의 모습에, 베르나르두가 인상을 팍하고 찌푸렸다. 그가 뭔가를 더 말하려고 한 순간, 뒤에서 나타난 안드레 고메스가 친구를 낚아채 갔다.
“미안해요, 파울루!!”
“그래-! 자네 친구를 단속 좀 시켜야겠어!!”
“그럴게요-!!”
고개를 가로젓는 벤투로부터 한참을 벗어난 뒤, 안드레 고메스가 발버둥 치며 짜증을 내는 베르나르두를 놓아준다.
“제기랄! 저 남자 듣던 것보다 훨씬 더 고집불통이야.”
“알고 있었던 거잖아. 하울의 말도 듣지 않는데, 네 말은 오죽하겠어?”
“빌어먹을.”
“진정해. 우린 그냥 이번에 배우러 온 거야. 내일 다온도 경기장에서 만나고.”
덴마크 때와 마찬가지로, 김다온은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포르투갈 대표팀에 문의를 보냈었다.
괜찮다면 친구들을 초대해 집에서 식사를 대접하고, 안전하게 호텔로 보내겠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는 완강한 파울루 벤투에 의해 거절되었다.
김다온은 실망했지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고,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보내어 경기 일에 만날 것을 약속한 상태다.
“만약 우리가 옳다면, 내일 걔가 보여줄 거야.”
“그렇겠지. 하지만 난 우리가 지는 건 싫어.”
“나도 마찬가지야.”
좌절한 베르나르두를 계속해서 위로하는 안드레 고메스.
잠시 뒤 한쪽에서 훈련이 끝났으니 호텔로 돌아갈 준비를 하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자. 내일 녀석을 볼 수 있어.”
“응.”
실망감을 감추고 돌아서는 이들의 눈에, 철조망 바깥에서 손을 흔들며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 들어왔다. 그래서 이들은 손을 들어 올려 응원에 화답했다.
7일 저녁 한국에 도착했을 때부터, 꽤 많은 한국인들이 베르나르두 실바와 안드레 고메스의 팬을 자처해왔다.
처음엔 그것이 무척 신기했던 두 사람이었지만, 금세 이것이 김다온의 영향임을 알 수 있었다.
호텔까지 찾아와 선물을 건넨 팬들 덕분에, 지금 이들의 객실엔 과자를 포함한 한국의 물건들이 가득했다.
“있다가 저녁 먹고 과자나 먹자.”
“그러자. 젠장. 그거 알아? 나 요즘 자꾸 그때가 그리워져. 진짜 재미있었잖아.”
“그래- 나도 마찬가지야.”
예감했던 이별이라 슬프지는 않았지만, 가끔 이렇게 떨어져 있음을 깨달을 대면 둘은 약간의 허전함을 느끼곤 했다.
호텔에 도착해 안으로 이동하며, 둘은 다시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녀석도 그럴까?”
“글쎄. 난 아니라고 봐.”
“하긴.”
누구보다 김다온을 잘 안다고 생각하는 두 사람은, 자신들의 친구가 이별에 슬퍼하기보다는 새로운 도전 앞에 더욱 즐거워하고 있을 것을 알았다.
‘걘 그런 녀석이니까.’
친구임과 동시에 늘 곁에서 좋은 사람으로 남아주었던 이를 떠올리며, 베르나르두 실바는 내일을 기약키로 한다.
‘그거 알아? 우리 모두가 널 그리워해.’
친구의 빈자리란,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것이다.
***
2013년 9월 10일. 서울특별시 마포구 성산 2동 월드컵로 240. 서울월드컵경기장.
·경기시작 50분 전
대한민국 0 : 0 포르투갈
&Match-Up`s Best Eleven(대한민국/상대팀)
&Tactics(대한민국/상대팀) : 4-1-4-1/4-3-3(A)
GK ? 정성룡 / GK ? 후이 파트리시우
RB ? 김다온 / RB ? 미겔 로페스
CB ? 곽태휘 / CB ? 브루누 아우베스
CB ? 이정수 / CB – 로날두
LB ? 박주호 / LB ? 빅토리노 안투네스
DM ? 박종우 / DM ? 미겔 벨로수
RM ? 이청용 / CM ? 하울 메이렐레스
CM ? 김보경 / CM ? 주앙 무티뉴
CM ? 구자철 / RW – 비에이리냐
LM ? 손흥민 / LW – 나니
ST ? 김신욱 / ST ? 우고 알메이다
.
.
연습을 위해 몸을 풀고 나서야, 난 비로소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래봤자, 하프라인에서 잠깐 만나 인사를 나누는 것 정도가 전부이지만 말이다.
난 환하게 웃으며 걸어오는 친구들을 보았다.
“너희 감독 진짜 빡빡하더라.”
“그래. 좀 그런 편이긴 해.”
다행히도 베르나르두와 안드레는 얼굴이 좋아 보였다. 저쪽에서 알메이다도 다가오고 있었는데, 나는 곧 그와도 만나 손을 맞잡고 가벼운 포옹을 나눴다.
“네가 가고 조르제가 다시 빡빡해졌어.”
“그러니까. 얘 엄청 잔소리 듣는 거 알아?”
“진짜?”
“그래. 네 플레이를 보다가 얘를 보니까 얼마나 답답하겠어. 안 그래?”
“에-이!!”
발끈하는 알메이다와 낄낄대는 두 친구 녀석을 보고 있노라니, 마치 벤피카로 돌아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아무튼, 이만 갈게. 안 그럼 파울루가 난리를 칠 거야.”
“응. 경기 끝나고 봐.”
“그러자고. 베르나르두! 가자!”
“어. 그래.”
“??”
알메이다와 안드레가 먼저 돌아선 것과는 달리, 베르나르두는 계속 내 앞에 남아 있었다.
“왜? 한 번 더 안아줘?”
“뭐?! 그게 아니야! 이런!”
“네가 날 사랑하는 건 알지만, 여긴 공개적인 자리잖아.”
계속된 내 농담에 발끈하는 베르나르두의 모습은, 당연하게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매번 옛일처럼 말하곤 하지만, 우린 고작 3개월 조금 넘게 떨어져 있었다.
그 사이에 사람이 변한다면, 그거야말로 놀라운 일이다.
“이봐.”
“?”
“파울루는 지금 교만해.”
“뭐?”
“그냥, 그렇다고. 그럼, 있다가 봐.”
“······.”
베르나르두가 떠나고서도, 난 한참 같은 자리에 서서 녀석이 한 말의 의미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뭐야? 옛 애인이 그리워?”
“응?”
“에-이. 오랜만이야.”
“후이! 잘 지냈어?”
“네가 없어서 훨씬 낫지. 올핸 우리가 우승을 차지할 거야.”
“하-! 퍽이나.”
후이 파트리시우가 다가와 다시 악수를 나눴고, 그런 뒤에는 메이렐레스가 내게 인사를 건네 왔다.
“네가 주제를 실연당한 사람으로 만들었어. 알지?”
“뭐?”
“요즘에도 가끔 뮌헨 경기를 보면서 멍하니 있을 때가 있다고. 그건 틀림없이 너 때문일 거잖아. 네 이적으로 슬퍼하는 사람들이 런던에도 꽤 있다는 것만 알아둬.”
“하하. 그거 미안하네.”
“당연히 그래야지.”
친선전이기에 이런 분위기일 수 있는 것이겠지만, 난 생각보다 한참이 지나서야 훈련 중인 동료들의 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러자 이런 나를 보던 삼파올리 감독님이 뼈가 담긴 농담을 보내오셨다.
“인기인이로군.”
“제가 워낙 매력이 넘치잖아요?”
“······그래서?”
“죄송하다고요. 남은 시간은 집중할게요.”
허탈하다는 듯 너털웃음을 터뜨리는 삼파올리 감독님께 윙크를 찡긋 보내드리곤, 난 얼른 훈련 중인 동료들에게 합류하여 몸을 푸는 작업을 시작했다.
지금 내 머릿속엔, 베르나르두가 건넨 이야기가 가지를 뻗어나가고 있다.
‘교만하다라.’
그 말은 아주 간단히 해석해, 파울루 벤투 감독이 우리를 얕보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상대를 얕본다면 당연히.
‘라인이 높겠어.’
사흘 전 일본은 포르투갈을 상대로 정면승부를 벌이다가 60분 만에 0:3 스코어가 되곤 허둥거렸다.
이후 벤투가 주요 선수들을 빼고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면서 경기의 양상이 조금 변하기는 했지만, 만약 친선전이 아닌 제대로 된 대회였다면 그 이상의 점수가 나왔을 거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어김없이 ‘4강을 노린다!’ , ‘4강에 올라서 3위를 차지하면 아시아 최고 성적은 우리 것이다!’ 라며 호언장담하는 일본이지만, 실제 전력은 그리 강하지 않다.
협회에서 몇 번이나 10월이나 11월에 한 판 붙자고 했지만, 매번 이런저런 핑계로 거절 중인 것이 바로 일본이다.
‘어쨌든.’
올림픽에서의 성공과 삼파올리 감독님 체재 아래에서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계인들은 일본이 우리보다 더 축구를 잘한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2010년 아시안컵 우승과 컨페더레이션스컵 선전이 원인이 된 것 같은데, 난 당연히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가 세계 최고일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아시아에서만큼은 한국보다 잘하는 팀은 없다고 본다.
“······.”
이런저런 생각들이 겹치면서, 마지막 워밍업이 끝나고 라커룸으로 들어섰을 땐 완전히 진지해진 상태였다.
“가자-! 한국!!”
“어이!!”
이제, 사람들의 생각을 조금 바꾸어줄 때가 되었다.
***
.전반 10분
대한민국 0 : 0 포르투갈
.
(배정세) – SBS 아나운서
“태클!! 나니의 드리블. 하지만 김다온이 깔끔한 태클로 상대의 전진을 저지합니다!”
(박성문) – SBS 해설위원
“일본 대표팀을 상대로는 드리블에서 재미를 본 나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상대가 다릅니다. 아시다시피 나니는 현재 맨유의 계획에서 완전히 제외가 되어 있는데, 실전 감각이 예전만큼은 되지 않습니다. 반면 김다온 선수는······.”
.
바렐라가 아닌 비에이라냐의 이름이 선발 명단에 오른 것을 확인했을 때부터, 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윙어와 경쟁을 하게 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태클에 걸리면서 넘어진 이후 심판에게 거센 어필을 하는 나니에게 팔을 뻗지만, 그는 내 손길을 외면한다.
어지간히, 짜증이 났나 보다.
뭐, 그러라지.
“종우!! 너무 느슨해!!”
다시 수비위치로 돌아가며, 난 금방 위험한 위치에서 볼을 빼앗긴 종우 형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나니가 볼을 끌어줘서 망정이지, 빠르게 볼 처리를 했더라면 훨씬 더 위험한 장면으로 연결될 뻔했다.
“형!!”
그런 뒤에는 태휘 형님에게 손짓을 보내어, 상대 최전방 공격수의 습관을 잊지 않도록 위치를 조절했다.
오늘 선발로 나선 우고 알메이다(Hugo Almeida)는 191cm의 장신으로, 연계와 포스트플레이에 능한 마리오 만주키치의 하위호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굳이 볼을 빼앗는 위치에 서기 보단, 약간 뒤에 머무르며 크로스나 연계 후 돌파를 차단하는 방향에 서 있는 편이 훨씬 더 도움이 된다.
빅토리노 안투네스(Victorino Antones)가 보낸 스로인이 뒤쪽으로 향하고, 포르투갈은 축구공을 골키퍼에게까지 보내며 한 차례 호흡을 골랐다.
그러는 사이에 사이드백의 위치가 부쩍 높아졌는데, 오늘 포르투갈은 측면을 굉장히 높은 위치까지 올려두고 있다.
벨로수가 센터백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며 빌드업의 시발점이 되고, 중원을 거쳐 측면으로 볼이 향하는 식이다.
미드필드에서 볼을 점유할 자신이 있기 때문에 택한 방법일 건데, 우리도 나름 강하게 압박을 하며 상대의 빌드업을 저지하려 노력 중이다.
이렇다 할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만 뺀다면, 공략 방법 자체로는 아주 좋은 선택이다.
‘이제 10분. 서두를 건 없어.’
탐색전이 끝난 이후에는 예상대로 포르투갈의 공세를 우리가 버텨내는 방식으로 경기가 흘러나가고 있다. 팬들이 볼 땐 답답하겠지만, 이는 우리가 바라던 상황이다.
다만 볼을 되찾은 이후에 볼을 연결하는 작업이 원활치 못했는데, 종우 형이 상대의 압박에 당황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만약 저 자리에 성용이 형이 있었다면.
‘······아냐. 이런 생각은 아냐.’
미련을 둬봤자 아쉬움 외에는 건질 것이 없다는 생각에, 난 얼른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조금 더 버텨내다 보면, 상대의 공세가 무뎌질 때가 올 거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지금인가?’
난 오른쪽 측면에서 벗어나 종우 형을 돕기 위해 중앙으로 움직일 수 있다.
“형-!! 여기!!”
전반 17분이 넘어서면서 실제로 소강상태가 찾아왔고, 그 흐름을 놓치지 않은 나는 나니를 잠깐 버려두고 중앙으로 움직여 팀의 빌드업을 도왔다.
압박에 시달리던 종우 형이 날 발견하곤 패스를 보내온다.
“다온아-!!”
패스가 굴러오던 중 태휘 형님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앞서 주변 상황을 파악해두었던 나는 하울 메이렐레스가 접근해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패스가 발밑으로 왔을 때, 오른발의 바깥 부분을 사용하여 축구공의 진로를 살짝 바꾸어 놓았다.
“!”
다리를 뻗었던 메이렐레스의 사이로 축구공이 통과하고, 몸을 돌리면서 팔을 사용해 그를 내게서 먼 쪽으로 밀쳐내곤 앞으로 나아간다.
탈압박을 이루는 내 플레이에 관중석에서 탄성이 쏟아졌고, 그것을 곧 무시해 버린 나는 전방을 보며 오른발을 휘둘렀다.
파앙-!!
3선에서 쏘아진 패스는 피치를 가로질러, 미겔 로페스의 뒷공간으로 뛰어든 흥민이 형의 앞에 떨어진다.
초반 스프린트 싸움에서 밀린 미겔 로페스가 황급히 손을 뻗어 유니폼을 낚아채고, 흥민이 형이 그대로 바닥을 구르자 피치 곳곳에서 큰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헤에이!!!”
나 역시 그중에 한 사람이었는데, 일본인 주심인 사이토 존야(Saito Junya) 씨가 휘슬을 불며 파울을 선언한다.
그리곤 미겔 로페스를 향해 경고 카드를 꺼내 들었다.
어필을 보내는 파울루 벤투.
하지만 지금은 누가 봐도 파울이다.
“형!!”
“?”
하나의 플레이가 끝나고, 난 종우 형을 부르며 차분히 진정할 것을 주문했다. 충분히 압박을 벗겨낼 능력이 있는 만큼, 본인의 역량을 조금 더 믿었으면 한다.
긴장을 하거나 위축이 되면 주변을 살핀다거나 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놓치게 되고, 아까처럼 볼을 빼앗기지 말아야 할 위치에서 실수를 범하게 된다.
물론 상대는 좋은 팀이고 객관적인 전력 면에서 우리보다 낫지만, 그것이 스스로가 실력을 발휘하는 것을 방해하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전력이 강한 팀이 승리에 더욱 가까운 것은 사실이지만, 축구는 늘 토끼와 거북이의 이야기다.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한, 전력의 열세가 있는 팀에게도 늘 기회는 있다.
{“오오-!!”}
먼 위치에서 곧바로 크로스를 보낸 주호 형의 프리킥이 신욱이 형의 머리에 닿으며 골대 위를 지나친다.
비록 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나는 지금의 저 슈팅이 팀에 자신감을 가져다주길 바라고 있다. 그래서 돌아오는 형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계속해서 더 해보자고 주문했다.
오늘도 내 왼쪽 팔엔, 한국 대표팀의 주장임을 알리는 완장이 둘러져 있었다.
“할 수 있어!! 계속해보자!!”
말이 조금씩 짧아지고 있는 건, 우리만의 비밀로 해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