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78)
277화
·후반 17분
대한민국 0 : 1 포르투갈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득점이 터져 나오자, 파울루 벤투는 마침내 안도할 수 있었다.
“후우~”
사실 그는 아시아의 축구 사정에 별로 밝지 못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의 악몽에서 도망치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이 대륙은 늘 벤투의 관심 밖이었다.
물론 유럽에서 뛰는 아시아 출신의 선수들에 관한 정보야 머릿속에 입력을 해두었다.
나흘 전 상대했던 일본 국가대표팀의 혼다 케이스케(Honda Keisuke)와 나가토모 유토(Nagatomo Yuto)라든가,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김다온, 손흥민과 같은 이들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강팀이 될 수 있단 말은 아니었다.
‘이제부터라도 조금 풀리겠어.’
그리고 그러한 믿음은 힘겨운 62분을 보낸 지금도 전혀 바뀌지 않았다. 본인의 축구를 향한 파울루 벤투의 신뢰는 놀라울 정도여서, 가끔 현실과 동떨어질 때가 있다.
세트피스에서 나온 지금의 득점에 자만할 때가 아님에도, 벤투는 계속해서 선수들에게 라인을 높이도록 지시한다.
벤투가 볼 때 대한민국 허리의 빌드업과 볼을 소유하는 능력은 형편없었고, 계속된 전방 압박으로 저 위치에서부터 부담을 주는 게 옳아 보였기 때문이다.
하나.
“응?”
그의 판단이 옳지 못했음이, 골을 넣은 후 불과 3분 만에 드러나게 된다.
***
삐—익!!
“에-이!!”
휘슬을 불며 달려오는 주심에게 달라붙으며, 난 손가락 두 개를 펴들었다.
미겔 로페스는 이번에도 뒤에서 잡아채는 반칙을 범했고, 만약 지금 빠졌다면 흥민이 형에게 좋은 1:1 기회가 주어졌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제아무리 친선전이라지만, 그렇다고 하여 축구의 기본적인 것들이 외면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조금 뒤.
“그렇지!!”
주심의 주변에 모여든 동료들이 크게 목소리를 내지르며 박수를 쳤다. 나 역시 마찬가지의 행동을 하며 돌아섰고, 곧바로 넘어져 있는 흥민이 형에게 다가가 상태를 살폈다.
“형. 쟤 퇴장이야. 괜찮아?”
“어.”
인상을 잔뜩 찌푸리곤 있지만, 딱히 충격을 받은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야, 손 좀.”
먼저 상체를 일으킨 흥민이 형이 손을 뻗어오고, 난 그것을 붙잡아 형을 일으켜 세웠다. 그런 뒤에는 손을 위로 가져가, 형의 머리를 한두 번 토닥였다.
지금은 오른쪽 수비지점에서 왼쪽 공격 지점으로 패스를 보냈었는데, 나니로부터 볼을 빼앗자마자 흥민이 형과 눈이 마주치면서 시작된 플레이였다.
형도 내 뒤통수를 똑같이 두드리며, 이번 공격 상황에서 얻어낸 결과물에 만족했다.
비록 점유율에서 35:65 정도로 뒤지고 또 몇 분 전에는 실점도 허용했다지만, 선 수비 후 역습은 비교적 잘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전술에 우리가 익숙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점수를 떠나 경기력 자체는 만족스럽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팬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안다.
이런 건, 우리만 알 수 있는 거니까.
‘그래도 숙제는 해야지.’
오늘을 준비하고 또 경기를 치르는 지금 이 순간에도, 항상 펩이 내어준 숙제를 생각했다.
패배하지 않고 돌아오라던 말.
그건 과연 무슨 뜻이었을까?
며칠 전 독일에서 머물고 있는 단테와 통화를 하며,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펩에게 숙제를 받았는지를 물어봤었다. 그리고 그 대답은 어제 오전, 메시지로 확인했다.
본래는 그냥 먼 길을 떠나는 나를 위해, 격려 차원에서 한 말쯤으로만 생각을 했었다. 만약 그게 펩의 표현 방식이라면, 다른 이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숙제를 받은 사람은 나뿐이었고, 이제는 그것에 명확한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하게 되었다.
“형. 이번엔 내가 찰게.”
“······그럴래?”
“응.”
프리킥을 준비하던 주호 형에게 다가가, 난 직접 킥을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잠깐 벤치를 보던 형은 자리를 양보해 주었고, 난 바닥에 놓인 축구공을 집어 들었다.
4분 전에 있었던 실점 상황은 우리의 잘못이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세트피스에서 우린 상대 선수를 두 명이나 자유롭게 놓아줬고, 로날두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헤더로 골망을 뒤흔들었다.
하지만 난 그때에도 경기 흐름이 바뀌진 않을 것이라 믿었고, 실제로 우리는 다시 역습을 통해 미겔 로페스를 경기장 바깥으로 내보내 버렸다.
파울루 벤투는 비에이리냐를 빼고 세드릭 소아레스를 투입하며, 곧바로 수비 인원을 보충했다.
일반적으로라면 라인이 낮아져야 하겠지만, 난 그가 계속해서 공세를 취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삐—익!
주심의 휘슬이 울리고, 난 연습했던 세트피스 사인을 보낸 뒤에 디딤발을 가져갔다. 조금 먼 지점에서 쏘아진 프리킥은 페널티 박스 쪽으로 휘어 들어가고 있다.
축구공이 낙하하는 파포스트 지점에서 경합이 벌어지지만, 아쉽게도 축구공은 그대로 골라인을 벗어나고야 만다.
킥도 킥이었고, 준비했던 플레이 자체도 저 위치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하지만 낙담을 할 상황은 아니다.
시간은 여전히 많이 남아있고, 수적 우위를 점한 지금 심리적 위축에서 벗어날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삐—익!!
삼파올리 감독님도 두 명의 선수 교체를 단행하며, 팀을 조금 더 공격적으로 만들었다.
.
(배정세)
“김보경이 나가고 이근호가 투입됩니다. 그리고 박종우도 이용으로 바뀌네요. 다시 센트럴 킴인가요?”
(박성문)
“네. 포르투갈이 한 명 퇴장을 당하면서 공격 숫자가 줄었거든요. 그러니 김다온을 다시 중원으로 올리면서, 수비에 쏟는 힘을 공격으로 조금 돌린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이용으로도 충분히 커버가 될 테니까요.”
.
중원으로 올라선 나는, 가장 먼저 수비라인을 앞쪽으로 전진시켰다.
기존에야 나니와 비에이리냐의 스피드를 고려해 라인을 정상적으로 유지했지만, 지금 이런 상황에서는 나니가 볼을 잡는 위치 자체가 낮을 수밖엔 없다.
설령 역습을 허용하게 된 상황이라고 해도, 아주 멀리 있지 않은 이상은 언제든 내가 커버할 수 있었다.
처음엔 포르투갈이 라인을 내리지 않는 것을 보고 형들이 다시 후퇴를 하려고 했지만, 나는 그럴 때마다 믿어달라고 소리를 치며 계속 손짓을 보냈다.
그렇게 처음엔 의심을 거두지 못하는 형들이었지만, 내가 무티뉴와 메이렐레스를 상대로 버텨내자 자신감을 회복했다.
최종 수비수들이 항상 나와 가까운 위치에 서 있게 되자, 자연스럽게 나도 굳이 빌드업 상황에서 상대를 벗겨내는 플레이에만 집중하지 않아도 됐다.
“다온아!!”
파앙-
이렇게 짧은 패스를 통해 볼을 돌려 상대 선수가 없는 위치로 이동하면 되었고, 상대가 이쪽으로 움직였을 땐 다른 사람이 그 빈자리로 뛰어드는 과정이 몇 차례 이어졌다.
펩은 우리에게 늘 이렇게 말했다.
[“명심해라. 공보다 빠를 수는 없다. 하지만 볼이 멀리 돌아오도록 만들면, 우린 공보다 빨라질 수 있다.”]그건 패스와 포지셔닝에 관한 이야기였고, 난 문장 그 자체보다 더 많은 뜻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만약 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축구공을 보내고자 한다면, 가장 쉽고 간단한 방법은 해당하는 위치로 패스를 보내는 것이다. 물론 거기엔, 패스를 받아줄 이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면, 또 동료가 거기까지 가기에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면.
우리는 잠깐 축구공을 다른 곳에 보냄으로써 우회로(迂廻路)를 새롭게 발견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축구는 90분 동안 펼쳐지는 경기이고, 승리를 위해 단 하나의 득점이면 충분한 스포츠다. 89분 59초 동안 득점이 없다가도, 마지막 1초에 득점을 올리면 승리할 수 있다.
그러니, 얼마든지 우회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펩이 우리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축구공이 사람보다 빠르다는 객관적인 사실도 아니고, 드리블보다 패스가 더 효율적이란 흔한 표현도 아니었을 거다.
그가 진정으로 이해하길 바랐던 건, 패스를 포지셔닝의 수단으로 십분 활용하는 모습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0:1 우리는 뒤지고 있고, 이제 남은 시간은 추가시간을 포함하더라도 25분이 채 되지 않을 것이다.
부족하다면 부족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한 골이 목표라면 넘치도록 많은 시간이다. 그러니 얼마든지 우회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섣불리 전방으로 패스를 보내려고 하다 상대에게 볼을 헌납해, 시간을 보낼 상황을 허락하게 되면 심적으로 더 쫓기기만 할 게 분명하다.
난 계속해서 동료들에게 많은 패스를 보내며 그들이 축구공을 발아래에 두고, 이런 생각을 공유해주길 원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형-!! 아니야!!”
파앙-!!
“이런!”
형들은 내 의도를 이해해주지 못했다.
내가 계속 패스를 돌리는 게 전진이 어렵다고 판단한 센터백 쪽에서 롱패스가 뻗어나갔고, 이후엔 어김없이 포르투갈 진영으로 축구공이 넘어가 시간을 빼앗겼다.
결국 난 목소리를 더 높이게 되었고, 우리가 서둘러서는 안 되며 빌드업을 만들 수 있다고 외쳤다.
이때 가장 많이 한 말은.
“날 믿어! 믿으라고!!”
가까스로 상황을 통제하여 롱패스를 자제시킬 수 있었을 때, 나는 마침내 한 번의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어 줄 장소로 축구공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약간 아래로 내려선 신욱이 형을 향한 빠른 패스가 발을 떠났고, 헤더를 경계한 브루누 아우베스가 전진하자 거기에서 발생한 공간으로 흥민이 형이 파고들었다.
머리보다 약간 높은 위치로 날아갔던 축구공에 신욱이 형이 정확히 관자놀이 부근을 가져갔고, 스치다시피 하며 방향만 살짝 굴절된 축구공은 흥민이 형의 왼발 아래에 도착했다.
그리고 맞이하게 된 1:1 상황에서, 골키퍼마저 드리블로 따돌린 흥민이 형이 빈 골대에 축구공을 굴려 넣는다.
삑-! 삐-익!!
포르투갈의 벤투 감독과 선수 몇몇이 오프사이드를 항의해 보지만,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인 나는 결과가 바뀌진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것은 후반 41분에 만들어진 결정적인 동점골이었고, 아마 이대로 경기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급함이 거침이 되어버린 포르투갈의 파울과 태클을 견뎌내며, 우리는 그렇게 9월의 마지막 친선전을 무승부로 끝내게 되었다.
삑-! 삐-익!! 삐이익-!!
한 명이 퇴장당한 상황에서도 수비라인을 높은 위치에서 유지하던 벤투. 난 그것을 어떻게든 이용할 수 있다고 믿었고, 결국 결과를 만들었다.
오늘은 뛰지 않은 베르나르두가 경기 후에 내게 다가와,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질문 하나를 던져온다.
“넌 알았지? 안 그래?”
“하하.”
정확히 그런 플레이를 예상하고 빌드업을 했느냐고 묻는다면, 난 아니라고 대답해야 할 것이다.
다만 어떻게든 뒷공간이 생길 것으로 믿었으며, 신욱이 형에게 패스를 보내기 전에 골이 들어갈 때와 같은 장면이 머릿속에서 펼쳐진 것은 맞았다.
“나였다면. 알지?”
“그래. 그렇고말고.”
베르나르두와 포옹을 나눈 뒤, 나는 아쉬워하는 포르투갈의 다른 선수들을 만났다.
어느새 가까이 와있던 후이 파트리시우는 언제쯤 내가 속한 팀을 상대로 무실점을 할 수 있을지가 궁금하다 했고, 메이렐레스는 복수를 하지 못한 것을 무척 아쉬워했다.
그런 뒤에는 안드레와 알메이다도 만나 포옹을 나눴는데, 이 녀석들과 한국에서 밥 한 끼 함께하지 못한 것이 무척이나 아쉽게 느껴졌다.
“너도 바로 가지?”
“응. 씻고 바로 가야 해.”
“그래. 연락하고.”
“그럴게.”
그렇게 친구들과 몽땅 헤어진 뒤에서야, 난 마침내 팬들을 향해 박수를 보낼 수 있었다.
오늘도 가족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아영이를 발견해 손으로 하트를 만들었고, 그런 뒤에는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한 부모님에게도 조금 더 큰 하트를 보내드렸다.
그리고 복도로 들어서며, 나는 생각했다.
베르나르두가 하려고 했었던 말.
녀석은 자신이었다면, 조금 더 빠르게 내가 그런 식으로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게 도왔을 거라고 말했던 거다.
그렇지만.
‘이것도 재미있어.’
벤피카나 뮌헨의 것처럼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내 머릿속의 플레이에 함께해주는 축구도 좋았지만, 입으로 문장을 끄집어내어 동료들을 이끄는 것 역시도 좋았다.
조금 답답하지만, 그만큼 내가 더 뛰면 그만이다.
“아.”
혹시 이것일까?
펩이 내게 숙제를 내준 이유 말이다.
‘확인해 봐야겠어.’
독일로 돌아가는 즉시 펩에게 숙제를 검사받아봐야 되겠다고 생각하며, 난 복도 끝에 있는 라커룸으로 들어섰다.
덴마크와 포르투갈이란 강한 팀을 상대로 1승 1무의 좋은 성적을 기록했기 때문인지, 안의 분위기는 밝고 또 에너지가 넘쳤다.
그런 우리의 앞에 나선 삼파올리 감독님은 이렇게 말했다.
[고맙다! 오늘은 스스로 자랑스러워해도 되는 순간이야! 그러니, 이 기분을 마음껏 즐기도록.]분명 팬과 미디어는 우리가 느끼는 것만큼의 만족감을 느끼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은 우리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 더욱 많이 말하고, 때론 듣기 힘든 말들을 해올 거다.
하지만 최소한 우리 스스로, 지금까지 해온 노력에 대해 기뻐할 자격은 있다.
덴마크와의 경기를 준비하면서부터 삼파올리 감독님은 열세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해왔고, 우리는 언더독의 자세로 경기를 잘 치러냈다.
그것도 두 경기에서 전혀 다른 종류의 전술을 선보이며, 결국 결과를 만들었다.
“호날두가 없는 포르투갈이 한 명 퇴장당하기까지 했는데, 결과가 불만족스럽진 않으세요?”
그래서 난 그것을 기자들에게 말했다.
“아뇨. 전혀요. 포르투갈은 굉장히 강한 팀이고······.”
월드컵 최종 예선이 끝난 순간, 우리가 언더독의 입장으로 돌아갔음을 말이다.
.
.
·경기결과
대한민국 1 : 1 포르투갈
[골] 손흥민 : 후반 41분(김신욱)***
[“대한민국은 언더독. 우리가 빨리 2002년의 기적에서 벗어나면 날수록, 대표팀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 베스트일레븐]***
2013년 9월 11일. 대한민국 상공(Over Korea Rep.).
경기 이후 믹스드존에서 짧은 인터뷰를 끝마친 뒤, 나는 헐레벌떡 서둘러 인천 공항으로 향했다.
띵-
안전벨트 사인이 풀리고, 불빛이 꺼지는 것을 확인한 나는 벨트를 푼 이후에 곧장 자리에서 일어섰다.
“뭐 도와드릴까요?”
“잠깐 화장실 좀.”
“아, 네.”
쑥스러운 미소를 짓는 승무원을 지나쳐, 난 얼른 화장실로 들어가 바지의 지퍼를 내린다.
찌익-
지금은 자정이 넘은 시간.
본래라면, 프랑크프루트로 향하는 항공편은 진즉에 끊겼어야 하는 상황이다.
쏴아아아아-
딸깍.
화장실의 문을 열고 나와, 나는 다시 창가 쪽에 있는 퍼스트클래스석으로 향했다. 아까의 승무원이 다시 다가와 필요한 것은 없는지를 물었고, 난 괜찮다며 간단히 답했다.
“도어를 닫아드릴까요?”
“네. 부탁드려요.”
“필요한 게 있다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탁-
슬라이딩 도어가 닫히고, 창밖으로 고개를 돌린 나는 지금의 이 경험이 얼마나 특별한지를 생각해 본다.
오늘 이 비행에는, 무척 놀라운 비밀이 숨어 있었다.
[“바로 돌아오게나.”] [“네? 그치만, 비행기가······.”] [“그거라면 해결해 뒀지.”] [“??”]경기 이후 인천에서 프랑크프루트로 향하는 가장 빠른 비행 편은 9월 11일 오전 10시 30분이나 되어야 있었다.
하지만 날 부른 루메니게는 본인이 다 해결했다며 비행티켓 하나를 내게 내밀었었다.
[“이미 통화를 마쳤네. 루프트한자에서 그날 하루에 한해, 비행 편을 하나 더 만들기로 했어. 평소의 수입 대비 차이가 나는 부분은 클럽에서 지불키로 했지.”]클럽이 프라이브루크로 떠나기 전, 루메니게는 루프트한자의 CEO 크리스토프 프란츠(Christoph Franz)에게 전화를 걸어 날 위해 비행 편을 늘려줄 것을 요구했다.
프란츠가 스위스 인터내셔널 에어라인의 CEO에 있을 때부터 서로 잘 알고 지냈던 사이이기에, 할 수 있었던 부탁이었다.
크리스토프 프란츠는 흔쾌히 이를 수락했고, 곧바로 작업에 착수해 비행 편을 하나 더 늘렸다.
[“전용기보다는 싸게 먹혀서 말이야. 이해해주게나.”]오히려 내게 미안해하는 루메니게를 보며, 난 뭐라고 말해야 할지 난감했다.
미안해해야 하는 건 내가 아니었던가?
나 때문에 고생했으니 말이다.
‘11시간. 그리고 뮌헨까지 다시 4시간인가?’
프랑크프루트 공항에 도착하게 되면 택시로 철도역까지 이동해 기차를 타고 뮌헨으로 돌아가게 될 예정이다.
클럽에서는 다시 비행기를 타는 방법을 제안했지만, 난 그 유명한 ICE(Inter City Express)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클럽은 일등석을 미리 예매해주었고, 난 느긋하게 독일의 풍경을 즐기며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정작 독일에 갔으면서도, 독일을 제대로 구경하지는 못했으니까 말이다. 가능하다면 도시락도 사서 먹고 싶었지만, 구단이 그것만큼은 만류해서 포기하기로 했다.
특별히 나쁜 음식을 파는 건 아니었지만, 몸을 관리해야 하는 입장인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했다.
“흐음- 어디 보자.”
아직은 딱히 잠이 오지를 않아, 독일어라도 조금 공부할 생각으로 태블릿을 꺼내 들었다. 저 바깥에 독일어 공부를 하기 딱 좋은 승무원들이 있긴 했지만, 굳이 일을 만들고 싶지는 않다.
이어폰을 꽂고, 들려오는 독일어를 들으며 몸을 편하게 눕힌다.
– Jahren trat die rechtschreibreform in······.
“아우- 씨.”
하지만 난 얼마 가지 못해 이어폰을 빼버렸다.
고작 며칠 한국에 있었다고, 독일어가 잘 들리지 않았다.
결국, 조금 더 기초적인 것을 틀기로 한다.
– 저는 현재 ~에 살고 있습니다. 자, 따라 해볼까요?
“이히 보오네 인 뮌헨.”
이제 다시, 독일 적응을 시작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