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8)
28화
아인트호벤, 네덜란드. 프레데릭란 10A, 5619 NH. 필립스 경기장(Philips Stadion. Frederiklaan 10A, 5619 NH. Eindhoven, Netherland).
풋볼매니저 사무실
쾅-!
“역시나, 등장하셨군.”
바깥쪽에서 들려오는 굉음에, 사무실에 있던 남자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섰다.
쾅-!
“대체 그게 무슨 개똥 같은 경기력이야?!”
“좋은 오후입니다, 디르크. 차라도 한잔하시겠습니까?”
“1:1! 한 골밖에 넣지 못한 것도 성질 뻗쳐 죽겠는데, 그 뭐 같은 흐로닝언 촌구석 멍청이들한테 골을 내줬어! 내 살다살다 그렇게 개판으로 하는 오른쪽 사이드백은 처음 봤다고! 대체 지난여름 교체하지 않고 뭐한 건가?!”
“마놀레프는 당신이 2009년 7월 1일, 310만 유로를 주고 직접 데려온 녀석입니다. 그리고 제가 분명 4개월 전에 새로운 오른쪽 수비수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당신이 지금처럼 사뿐히 제 말을 무시했죠.”
“어젠 이겼어야 했어, 난코! 어제는 반드시 승리를 거뒀어야만 했다고. 커피나 한잔 주게. 크림, 설탕. 설탕은 다섯 스푼. 달지 않으면 커피가 아니지.”
“하아-.”
한숨과 함께 눈짓을 보내자, 입구 옆에 서 있던 남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사무실의 바깥으로 나섰다.
이를 지켜본 뒤, 난코 반 로썸(Nanko Van Rossum)은 가장 화려한 의자를 차지하며 분을 삭이고 있지 못한 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디르크 크라머(Dirk Kramer). 그는 현(現) PSV 아인트호벤의 부회장이자, 클럽의 실질적인 실세다.
그리고 난코는 PSV 아인트호벤의 풋볼매니저였다.
“안 그래도 그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디르크. 마놀레프나 크롬캄프로는 경쟁력을 가지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으니까요.”
“후루룩- 그래서? 후보는?”
“덴마크.”
“덴마크라. 나쁠 것 없지. 싸게 데려와서 나중에 다시 비싸게 팔 수 있어.”
AFC 아약스와 PSV 아인트호벤으로 대표되는 네덜란드 에레디비시는 최근 수년 동안, 쇠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본래 축구의 중개무역리그로 자리매김하며 오랜 시간 동유럽과 비유럽 출신들을 발굴해왔으나, 미디어의 발달로 유럽축구 시장의 구조 자체가 바꾸게 되며 입지가 크게 흔들렸다.
더군다나 중개무역이라는 측면에서도 최근의 에레비디시는 포르투갈 프리메이라 리가에 밀려, 벨기에의 주필러 리그와 비슷한 수준이란 이야기까지 들려오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에레비디시는 어린 유망주들에게 있어 경쟁력을 가지는 무대다.
특히 남미를 제외하고 상대적으로 열악한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에겐, 이곳은 더 큰 무대로 나아갈 수 있는 충분한 발판이 되어줄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PSV 아인트호벤은 역사와 실적 모두에서, 유망주들이 단계로 밟아 나가고자 하는 클럽이 되고 있다.
매년 유럽 국제대항전을 치를 수 있다는 점 역시, PSV가 다른 클럽과 차별되는 긍정적인 요소였다.
“그래서? 누구지? 덴마크 리그니 당연히 덴마크 녀석이겠군. 안 그래도 아약스의 그 망할 영감탱이가 허구한 날 에릭센, 에릭센하고 지껄이는 통에 없던 두통이 다 날 지경이야. 망할! 이제 나도 그런 녀석을 하나 가져야겠어.”
“저도 몇 년 전에 에릭센을 추천했었죠. 그리고 당신이 그걸 무시······.”
“아-! 어제 내가 보낸 와인은 받았나?”
“하아- 네, 디르크. 아주 잘 받았어요.”
“그래. 그래서? 누구지?”
전형적인 디르크 크라머다운 화법에, 결국 항복을 선언하고야 만 난코 반 로썸이다.
어차피 이야기를 해봐야 의미가 없다는 것을 잘 알았던 그는, 모니터 앞에 있는 이에게 손짓해 화면을 틀도록 만들었다.
“응? 뭐야? 지금 하고 있는 경기인가?”
“네. 실시간이죠. 파란색에 노란 줄무늬 유니폼을 보세요. 노르셸란입니다.”
“······.”
디르크 크라머의 등장 후, 처음으로 프로다운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진지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주시하는 PSV의 부회장.
잠시 후 그의 얼굴에, 숨길 수 없는 놀라움이 피어났다.
축구 때문이 아니다.
축구 실력을 확인하기엔, 시청한 시간이 너무나도 짧았다.
현재 크라머의 머릿속에선, 아주 오래전 필립스 스타디움에서 울려 퍼졌던 어떤 응원가가 재생되기 시작했다.
[신사 숙녀 여러분! 한국에서 온 오른쪽 미드필드. 골 머신. 위-쑹-빠르읔!]***
·후반 26분
에스비에르 fB 1 : 2 FC 노르셸란
삑-!
“후우- 후우-”
고개를 돌려 사이드라인을 쳐다보니, 교체를 준비 중인 킬덴토프가 보였다.
최근 계속해서 90분을 소화해왔던 나.
들었던 대로, 오늘은 여기까지다.
“잘했다, 꼬마. 지금 널 교체한 건, 네가 못해서가 아니야. 알고 있지?”
“네. 그래도 아까 실점 때가 조금 아쉬워요.”
“그래. 그렇지만 어쩔 수 없는 장면이었어.”
“그래도요.”
“후후. 어서 가서 쉬고 있으렴. 필요한 게 있으면, 얼마든지 스태프들에게 말하고.”
격려를 보내준 감독님을 지나, 벤치로 걸어간다.
아직 교체 카드가 하나 더 남았던 탓에, 벤치를 지키고 있는 동료들은 얼마 없었다.
“수고했어. 물 좀 마시고.”
“네.”
옌센의 배려에 따라, 물병을 챙겨 자리에 앉는다. 그리곤 축구화의 끈을 풀고, 양말을 내려 발을 편안하게 했다.
그러자, 내게로 온 디틀레우스가 아프지 않더라도 아이싱을 하라며 얼음 팩 두 개를 던지고 갔다.
으- 차가워라.
태어나서 요즘처럼 많이 뛴 적은 없어서 그런지, 발 이곳저곳이 성하지가 않다.
축구선수에게 있어 발톱의 피멍은 감기보다 더 흔한 것이었지만, 엄마는 매번 내 발을 볼 때마다 마음 아파하시며 뭐 먹고 싶은 것은 없는지를 묻곤 하셨다.
오늘은 깨지거나 멍든 발톱이 없어 다행이다 싶다가도, 조금 덜 뛰지는 않았나 라는 생각 때문에 마음이 찝찝했다.
뭔가, 아쉬움을 남기고 온 기분이다.
이런저런 생각 속에서 무릎과 발등에 얼음 팩을 하나씩 올려둔 뒤, 그제야 제대로 경기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얼씨구-’
예브 뫼히가 마음껏 뛰어다니다, 헨릭의 차징에 걸려 바닥을 뒹군다.
내가 빠졌다고 해서, 저곳이 자신의 놀이터가 되는 건 아닌데 말이다.
오히려 수비는 헨릭에게 배울 게 훨씬 더 많았다.
그러니까, 헨릭이 더 좋은 오른쪽 수비수란 거다.
‘헨릭이······ 저렇게 잘 했었나?’
헨릭 킬덴토프는 19살이던 2004년에 브뢴비 IF 소속으로 프로 데뷔전을 가졌다.
그 전부터 이미 재능을 증명받았었던 데다가, U-17부터 시작해 U-21까지 덴마크의 모든 연령별 대표팀을 거쳤다.
비록 거기에서부터 성장이 정체되어 성인대표팀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지만, 2007년에 노르셸란으로 이적한 후 100경기 이상을 소화한 베테랑이었다.
당연히 나보다······.
“······.”
축구를 잘할 수밖에.
헨릭은 예브 뫼히를 봉쇄하는 것은 물론, 빌드업에도 깊숙이 관여하며 팀의 경기력을 높여나갔다.
혼자서만 느끼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뛸 때보다 팀은 좀 더 안정적으로 돌아갔다.
난 어느새 헨릭의 플레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품게 되었다.
‘축구를 더 잘하고 싶어.’
위협적인 킬패스를 선보인 킬덴토프에 엄지를 치켜세우는 귀트케르를 지켜보면서, 난 새로운 경쟁이 눈앞에 왔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최근 꾸준히 선발로 나선 것은 어디까지나, 킬덴토프의 부상과 군델락의 부진을 틈탄 행운에 불과했을 수도 있다.
삑-! 삑-! 삐익-!
후반 44분에 터진 그란스코프가 쐐기 골을 터뜨리면서, 우린 에스비에르 원정에서 3 : 1 의 승리를 거머쥐었다.
맨발로 그라운드를 걸어나간 나는, 밝은 얼굴로 걸어오는 동료들을 맞이했다.
그리고 복도로 들어섰을 때, 스톡홀름이 주위를 둘러보며 소리쳤다.
“누구 내일 약속 있는 사람 있어?!”
“아니, 왜?”
“난 있어.”
“그럼 바쁜 애들 빼고, 내일 우리 집에 모여. 다 함께 맛있는 거나 먹자고. 와이프나 애들도 데려와도 좋아. 아, 그리고 꼬마. 너도 올 거지?”
“가도 돼요?”
“당연한 걸 뭘 물어?”
“그럼 가요! 뭐 먹을 건데요?”
“고기. 술. 뻔한 것 아냐?”
“술은 됐고. 고기! 고기 많이요!”
“하하- 넌 참 여전하다.”
“······?”
헨릭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내 머리를 마구잡이로 헤집었다.
라커룸의 분위기는 무척이나 밝았고, 우리는 노래하고 떠들며 원정에서 거둔 승리를 마음껏 즐겼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무척이나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
.
·경기결과
에스비에르 fB 1 : 3 FC 노르셸란
[골] 크리스티안 귀트케르 : 전반 19분토비아스 미켈센 : 후반 6분
안드레아스 그란스코프 : 후반 44분
김다온 ? 71분 출전(7.4/팀 내 평점 공동 4위)
***
셸란, 덴마크. 파룸, 파룸 파크 2. FC 노르셸란 클럽하우스.
회장 사무실
FC 노르셸란이 현재의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은 불과 7년밖에 되지 않았다.
이 팀은 본래 파룸 BK(Farum BK)이었고, 지역 내에 있었던 두 개의 아마추어 클럽(파룸 이드럐츠 클럽/슈태븐스홀트 볼트클럽)이 결합하여 1991년에 창단된 팀이었다.
그러던 2003년, 파룸 BK는 덴마크의 사업가 알란 킴 페데르센(Allan Kim Pedersen)에 의해 인수되었다.
그와 동시에 현재의 노르셸란 FC가 되었고, 2008년 현재의 구단주 그룹인 패스웨이 그룹으로 운영권이 넘어갔다.
패스웨이 그룹의 회장이자 과거 맨유의 스카우트로 활약하며 자신만의 축구클럽을 보유하는 걸 꿈꿔온 톰 버논.
그는 구단 인수 후 처음으로, 유럽 축구클럽의 운영권을 쥔 즐거움을 맛보고 있다.
오후 7시 14분.
톰 버논은 특정 선수의 가격을 문의하는 다섯 번째 구단과 지금 막 통화를 마쳤다.
“이거야 원, 인기인이 된 기분이로군.”
“엄밀히 말하면, 인기가 많은 건 당신이 아니라 그 꼬맹이죠.”
“이런! 꼭 그렇게 산통을 깨야만 하나?”
심드렁한 얼굴로 어깨를 으쓱이는 조슈아 로버트슨(Joshua Robertson)을 지켜보던 톰 버논이, 그가 마구잡이로 낙서해 놓은 노트를 확인하곤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말과 행동은 저렇게 해도, 누구보다 즐거워하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솔직하지 못한 남자로군.’
조슈아 로버트슨은 노르셸란의 부회장으로, 사업 때문에 자리를 비울 일이 많은 버논의 업무 대부분을 처리했다.
그는 영국 노샘프턴(Northampton)출신으로서, 버논이 맨유에서 스카우트로 활약할 때 처음으로 만났다.
로버트슨은 비록 사교적이지 못하고 깐깐하단 평판을 받았지만, 축구비즈니스에 대한 감각만큼은 노르셸란의 누구보다도 뛰어났다.
바로 그 때문에, 톰 버논은 FC 노르셸란을 인수하자마자 조슈아 로버트슨에게 새로운 직업을 제안했었다.
“그래서? 이번엔 얼마였죠?”
“150만 유로.”
“말도 안 돼!”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아무래도 다들, 나나 노르셸란을 멍청이로 생각하는 모양이야.”
씁쓸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톰 버논이 며칠 전에 세워둔 화이트보드의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곤 손을 뻗어, 뒤집혀 있던 보드의 방향을 바꿨다.
그 위에는 몇 개의 글자들이 적혀져 있었다.
톰 버논은 거기에 한 줄을 더 추가한다.
삑- 삑-!
『PSV 아인트호벤 150만 유로 ? 1차』
현재까지 김다온의 거취를 문의하거나 혹은 가격을 제안하며 눈치를 살피는 클럽은 총 다섯 개였다.
그중 하나인 PSV 아인트호벤은 150만 유로를 이적료로 책정했고, 당연히 톰 버논은 그것을 거부했다.
형식적으로나마, 1억 크로네(약 940만 유로)의 바이아웃이 책정된 김다온이다.
그런데 그 1/4도 되지 않는 금액으로 김다온을 이적시킨다면, FC 노르셸란은 다른 클럽들의 비웃음거리로 전락할 것이 뻔했다.
그렇다고 정말 바이아웃 금액을 바라지는 않겠지만, 최소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은 되어야만 했다.
이적에 있어, 전혀 서두를 필요가 없는 FC 노르셸란.
칼자루를 쥔 쪽은 언제나 선수를 보유한 클럽이었다.
더군다나 최근 재계약으로, 김다온을 장기적으로 품는 것 역시도 가능했다.
어차피 다른 클럽들도 당장 김다온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터무니없이 낮은 이적료를 노르셸란이 받아들인다면 좋은 것이고, 아니면 좀 더 상황을 지켜보려 하고 있다.
다만 분명한 사실 한 가지는, 유럽 유수의 클럽 레이더망에 김다온이라는 이름이 포착되었다는 것이다.
이제 막 지펴지기 시작한 이 불씨가 어디로 흘러가게 될는지, FC 노르셸란은 즐거운 마음으로 이를 지켜보며 계산기를 두드리면 됐다.
그때까지, 톰 버논은 기꺼운 마음으로 김다온이 뛰는 FC 노르셸란을 지원할 생각이었다.
우수한 유망주 하나에서 시작된 새로운 노르셸란의 도약.
해가 저물어가는 저녁, 톰 버논의 마음은 무척이나 풍요로웠다.
***
[A매치 주간 돌입. 2주간의 휴식기에 들어간 덴마크 수페르리가. – Goal.com(DEN)] [노르셸란의 순항 이유. 측면에서의 차이에서 시작된, 팀 전체의 긍정적인 변화. – Farum Sports] [아시안게임 금메달? 이런 경기력으론 어림도 없다. – 고려스포츠] [태국 U-23에 고전한 강찬일 호, 무엇이 문제였나? – 황문성 KBC Sports 해설위원] [한 수 아래 태국의 역습에 고전한 강찬일. 측면수비의 취약성에 대해 말하다. “측면수비가 너무 사이드에만 치우쳐서 플레이했다. 대회전까지 수정할 것.” – Korea Spor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