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82)
281화
80339 뮌헨, 독일. 슈반탈러슈트라세 131. 레스토랑 마헤 소와(Restaurant Marais Soir. Swanthalerstraße 131. 80339 Munchen, Germany).
만주키치로부터 저녁 식사 제안을 받은 것은 다소 뜻밖의 일이었다. 그는 나와 대화를 하고 싶다며, 고르카까지 초대해 자리를 만들고자 했다.
조금 고민이 되었지만, 난 이내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뮌헨에서 가장 유명한 두 분이로군요. 영광입니다.]최근 인기가 높은 마헤 소와는 이탈리안과 프렌치를 접목시킨 요리로 명성을 얻고 있다. 쉐프 리카르도 아스티(Riccardo Asti)는 젊은 요리사로서, 바로 옆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누나와 함께 독일에 터전을 마련했다.
조개 관자가 토핑 된 크리미한 리조또와 이탈리아의 대중 음식인 살팀보카(Saltimbocca)를 잘게 썬 세이지와 함께 내어놓는 것이 자랑하는 요리다.
이곳의 단골이라고 말하는 만주키치는 가장 비싼 코스 요리를 주문했는데, 메뉴에 관심이 있었던 나는 웨이트리스가 떠난 뒤에도 글자를 계속 들여다봤다.
만약 마음에 든다면, 아영이가 왔을 때 한 번 더 다시 찾아볼까 한다.
[너는 대체 어떻게 된 녀석이야?]“뭐?”
[느닷없이 나타나서, 펩의 영혼의 단짝이라도 된 것처럼 살고 있잖아. 티아고도 너만큼은 아니어 보여.]“…….”
[All or Nothing. 넌 대체 뭐가 그렇게 특별한데?]만약 만주키치를 몰랐다면, 나는 지금 그가 시비를 건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나, 이건 그냥 평소 그의 말투이다.
톡톡 쏘아붙이고, 그만큼 공격적이다.
그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나는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펩과 같은 남자와 함께할 수 있는 건 특권이야, 마리오.”
[모두가 그렇진 않아.]“그렇겠지. 하지만 그는 능력이 있어. 너도 그걸 부정할 수는 없을걸? 어제 그걸 경험했잖아.”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인상을 팍 찌푸린 만주키치가 몸을 뒤로 젖히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고르카가 눈치를 보기 시작했지만, 난 개의치 않는다.
신경질적인 이 남자가 난 별로 두렵지 않다.
“네 그런 태도가 문제야.”
[뭐?]“Einstellung. Ihre Einstellung hat ein Problem, Mario.”
난 지금, 태도에 문제가 있음을 독일어로 지적했다.
“너는 이미 훌륭한 선수야. 뮌헨에서 뛴다는 게 그걸 이미 증명하고 있잖아.”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인정을 갈구할 필요가 없다고. 모든 사람이 널 좋아할 수는 없어. 그거 알아? 내 고국에는 날 미워하는 사람들이 수백만 명은 될걸?”
[??]안티와 헤이터들은 세상 어느 곳에나 존재하는 것이지만, 한국의 유별난 인터넷 문화를 굳이 설명하고 싶진 않았다.
난 그저, 모국에서마저 누군가는 나를 미워할 수 있음을 말해주고 싶었던 것뿐이다.
“만약 펩이 틀렸다면, 그때 가서 그를 거부하는 건 아무래도 좋아. 하지만, 봐. 듣기론 펩이 허니문도 거부했다며? 그는 그런 사람이야. 그런데 내가 이곳에 처음 왔을 때부터, 넌 펩이 하는 일이라면 사사건건 토를 달기에 바빴어. 왜냐하면 그가 너를 인정해 주지 않으니까.”
어떠한 감독은 뛰어난 능력을 갖추었음에도 그에 어울리지 않는 배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펩은 아니다.
다소 커뮤니케이션과 갈등 해소에 부족함은 있더라도, 그는 최소한 축구에 있어서는 늘 당당했다.
과거 FC 바르셀로나를 처음 맡았을 때처럼, 펩 과르디올라는 바이에른 뮌헨과 같은 클럽의 감독이 된다는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보편적으로 허용 받는 허니문 기간마저 거부한 채, 스스로를 더 어려운 곳으로 몰고 갔던 거다.
그건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
배짱이 없다면 불가능한.
“펩은 알았던 거야.”
만약 펩이 FC 바르셀로나에서 거둔 업적을 방패막이로 쓰려 했다면, 클럽 측에 허니문을 요구하며 약간의 적응 기간을 가지려고 했을 거다.
그렇지만 그는 그러는 대신, 가족들에게 원망을 얻어가며 밤을 새워 몸을 혹사하는 방법을 택했다.
무엇을 위해?
“우리를 위해. 승리의 영광은 모두가 가져가, 마리오. 펩은 그것을 알고 있는 거야. 그의 노력은 본인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를 위한 것이기도 해. 넌 그걸 알아야만 하고. 그러니 제발 인정받지 못해 징징대는 7살 아이 같은 행동은 집어치우고, 너도 받아들여. 지난 시즌의 트레블? 그건 위대했지. 난 경험해 보지도 못한 일이야. 하지만 그건 동시에 지난 일이기도 해. 새로운 시즌이 되었으면, 넌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하는 거야. 특히 감독이 바뀌었다면!”
뭐라고 해야 할까.
나를 바라보는 만주키치와 고르카의 시선이 조금 따갑게 느껴졌다.
“크흠. 그냥, 그렇다는 거야.”
애써 태연하게 표정을 지으며, 물 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여전히 만주키치는 날 뚫어져라 쳐다보았고, 난 그것을 모르는 척하며 괜히 고르카에게 말을 걸었다.
어색함이 넘쳐나던 테이블 위를 맛있는 음식이 담긴 접시가 점령하고 나서야, 비로소 분위기가 조금 바뀌었다.
[오늘 들어온 신선한 오징어를 쓴 에피타이저입니다. 오징어는 살짝 구워낸 뒤에 튀겼고, 햇빛에 바짝 말린 토마토와…….]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음식을 설명해주는 리카르도 아스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나는 다 떨어진 물 잔을 다시 채워달라고 부탁했다.
[그럼, 신사분들? 맛있게 드세요.]“당케 쉔. 정말 훌륭해요.”
[하하. 별말을요.]접시에 시선을 고정한 채 포크와 나이프를 양손에 들어 보였을 무렵, 맞은편에 있던 만주키치가 스쳐 가듯 한마디를 툭 내뱉었다.
[너도 똑같은 부류야.]“? 미안한데, 뭐?”
[네가 정신없이 말하기 시작했을 때 말이야. 꼭 펩을 보는 것 같았어. 알아?]“……???”
“큽-! 큭큭큭큭.”
“????”
물을 마시던 고르카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하고, 영문을 알 수 없게 된 나는 입을 가로막은 내 통역을 바라보며 얼른 해석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지금, 내 욕 했죠? 그쵸? 그런데 펩 이름도 들린 것 같았는데? 고르카! 얼른 말해요! 얼른!!”
그리고 잠시 뒤, 나는 간신히 진정한 고르카로부터 제대로 된 문장을 전달받을 수 있게 되었다.
뭐? 닮아? 내가? 펩이랑?
“Ich hasse dich, Mario.”
[큭큭큭. 그러든지.]“빌어먹을.”
네가 싫다고 말을 했음에도, 만주키치는 큭큭거리며 오징어 하나를 입에 집어넣기만 했다.
그리고 그것을 보던 난.
‘아주 조금이기는 해도, 뭐.’
만주키치가 조금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혼다 VS 김다온. 뮌헨에서 펼쳐질 일한전의 승자가 혼다가 될 수밖에 없는 세 가지 이유. – 마이니치/2013.09.17.(오전)]***
2013년 9월 17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퍼포먼스 센터.
·경기시작 4시간 전
챔피언스리그의 시작과 함께 일정이 빡빡하게 바뀌면서, 뮌헨 관계자들의 모든 관심사는 선수들의 컨디션 유지와 부상 방지로 향하게 되었다.
이를 위해 뮌헨은 식단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양사를 추가로 고용했고, 시내의 유명 테라피스트를 초대하여 심리에 안정을 주는 명상의 시간도 가졌다.
이렇듯 클럽이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 결과는 의외로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클럽이 짠 새로운 식단과 프로그램이 마음에 들었던 펩 과르디올라가, 단장 마티아스 잠머에게 감사를 표현한다.
“별말을. 당연한 것 아니겠나.”
“아뇨. 당연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고마운 거죠.”
“하하. 그렇게 알아주니 힘이 나는군.”
“어제의 인터뷰도 잘 봤습니다. 단장이 그렇게 말하니, 선수들도 훈련장에서 열심히 하더군요.”
하루 전, 마티아스 잠머는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올해의 뮌헨은 최근 몇 년 중에 단연 최고다.”]물론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잠머의 립서비스라고 생각을 했지만, 선수들에겐 힘이 날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부상 선수가 하나라도 더 나오면 큰일 아니겠나.”
“그렇죠. 특히나 레비가 올 수 없다면 말입니다.”
“이런! 자네는 매번 날 곤란하게 하는군 그래.”
“하하. 농담입니다. 올 시즌은 어떻게든 버텨볼 수 있을 겁니다. 어차피 레비도, 결국은 우리 선수가 될 테니까요.”
클럽이 하노버와 한창 경기를 치르고 있을 때, 뮌헨의 보드진은 도르트문트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그들은 이번 겨울 레반도프스키를 이적시키려고 했던 계획을 전면 취소했으며, 뮌헨으로부터 받은 돈도 1유로까지 몽땅 통장으로 입금을 했다며 통보를 해왔다.
마리오 괴체의 이적 이후에 몰아치고 있는 부정적인 여론을 결국 극복할 수 없었던 도르트문트에서, 만주키치를 자유계약으로 내보내기로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도르트문트 측은 다시 한번 뮌헨의 행동을 비난하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비난이야 시간이 지나면 잊힐 일입니다, 마티아스. 본래 이 세계는 그런 곳이니까요.”
“그렇지.”
“네. 그리고 당신도 잘 알겠지만, 이 클럽엔 더 많은 선수가 필요합니다. 유스에서 데려올 선수가 없는 상황에서, 전력을 강화할 방법은 이적밖에 없죠.”
“목록이라면 전달 받았네.”
“그거 잘 됐군요.”
지난여름 이적 시장에서 1억 유로 이상을 투자한 뮌헨은, FFP 때문에라도 위축된 겨울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겨울에 쓸 자금 정도야 있었지만, 펩이 바라는 선수의 영입을 하려면 1월은 썩 좋은 시장이 아니다. 이 시기의 보강은 클럽이 급하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쌓이기 마련이다.
셀링이나 육성을 목적으로 한 영입이나 진흙 속 진주를 바라는 경우라면 다르지만, 이는 펩의 철학과는 거리가 멀었다.
다소 영입의 시점이 늦더라도, 펩 과르디올라는 확실한 선수를 바랐다.
“센터백, 젝서, 백업 레프트백. 맞나?”
“네. 레비가 온다면, 스트라이커는 필요치 않을 테니까요.”
“……마리오는 어쩔 셈인가?”
“그라면…….”
“?”
“레비가 오면 그에게 9번을 줄 생각입니다. 그렇게 되면 모든 것은 술술 알아서 풀리겠죠.”
“…….”
만주키치의 자존심 강한 성격이라면, 그는 자신의 백넘버를 빼앗기는 걸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마티아스 잠머는 이런 펩의 방법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 역시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 뮌헨에겐, 펩이 더 중요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레반도프스키가 가세한다면, 마리오 만주키치의 주급은 뮌헨에 있어 골칫거리가 된다. 또한 백업으로 만족하지 않을 것이기에, 팀 내의 불화도 불러올 수 있다.
애초에 레반도프스키의 영입을 결정한 순간부터, 뮌헨의 보드진은 만주키치와의 이별을 예감하고 있었다.
그저 모르는 척, 악당이 되지 않으려 펩 과르디올라에게 그 역할을 맡긴 것뿐이다.
FC 바르셀로나 시절부터 펩 과르디올라는 악당이 되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남자였다. 그는 사람들이 하는 말에 영향을 받지 않았고, 오직 축구 그 자체만을 생각했다.
무엇보다 바이에른 뮌헨에게 있어, 펩 과르디올라의 영입은 단순히 유프 하인케스의 후임을 찾는 것만은 아니었다.
이 모든 것은 계획되었던 부분이다.
‘소름 끼치도록 정교했지.’
펩 과르디올라가 2008/09 시즌 크게 성공을 거둔 순간부터, 울리 회네스와 카를-하인츠 루메니게를 포함한 뮌헨의 보드진은 과르디올라의 영입을 목표로 했다.
그 가장 큰 증거가 바로, 2009/10 시즌 루이 판 할을 뮌헨의 감독으로 임명한 것이다.
네덜란드의 토털사커를 뼛속까지 이어받은 펩 과르디올라에게 있어, 1997년부터 2000년까지 바르셀로나를 지휘한 루이 판 할은 무척 중요한 인물이었다.
외부에는 펩과 판 할의 사이가 나쁘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실은 정반대다.
두 사람은 바르셀로나에서 만난 그 순간부터 서로를 깊숙이 이해했고, 판 할은 과르디올라가 리더가 될 만한 재목임을 알아보고 26살의 그를 주장으로 임명했다.
그리고 펩 역시, 아약스의 축구를 만든 판 할을 존경했다.
선수 개인보다 팀을 더욱 중시하고 축구를 바라보는 시각이 부족했던 두 사람은, 누구보다 많은 대화를 나누며 함께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그런 루이 판 할을 뮌헨에 임명하여 친분과 전술의 토대를 다진 것은, 판 할이 심어 놓을 네덜란드 식 기초가 펩의 구미를 자극할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물론 중간에는 김다온이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되어버리긴 했지만, 펩이 그의 영입 없이도 뮌헨 감독직을 받아들인 데에는 가교를 놓아준 판 할의 공로가 컸다.
무려 4년 동안 공들인 노력인 셈이기에, 뮌헨에게 있어 펩 과르디올라의 의사는 곧 팀이 추진해야 할 과제가 됐다.
그런 그가, 만주키치를 내보내려고 한다면?
클럽의 모든 것은 그렇게 돌아갈 것이다.
‘이별이로군.’
대화를 마친 후 바깥으로 나와 아래를 내려다보던 마티아스 잠머는, 예견된 만주키치와의 이별을 조금씩 준비한다.
그는 뮌헨을 위해 정말 많은 일을 해주었지만, 다음 시즌은 뮌헨의 9번을 달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아무런 죄책감이 없느냐고 묻는다면, 마티아스 잠머는 별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클럽의 운영이란, 늘 비즈니스적인 것이니까.
그것은 냉정하고 또 잔인했다.
‘누구도 클럽보다 위대할 수는 없어.’
Wir Sind Wir.
잠머는 다시 한번, 뮌헨의 철학이 담긴 문구를 속으로 되새김질한다.
***
·경기시작 1시간 전
바이에른 뮌헨 0 : 0 CSKA 모스크바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뮌헨/상대팀)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이고르 아킨페예프
RB ? 김다온 / RB ? 키릴 나바브킨
CB ? 제롬 보아텡 / CB ? 세르게이 이그나쉐비치
CB ? 단테 / CB ? 바실리 베레주츠키
LB ? 데이비드 알라바 / LB ? 게오르기 쉐니코프
DM ? 필리프 람 / DM ? 알렉산드르 카우나
RAM ? 아르연 로번 / DM ? 폰투스 베른블룸
CM ? 토니 크로스 / CM ? 케이스케 혼다
CM ? 토마스 뮐러 / RAM ? 슈테번 추버
LAM ? 프랑크 리베리 / LAM – 비티뉴
ST ? 마리오 만주키치 / ST ? 아흐메드 무사
.
.
아까 경기장에 입장을 하면서 깨달은 건, 오늘 유독 동양인 기자들이 많이 보인다는 점이었다.
물론 그 이유를 모르는 건 아니다.
필시, 일본인들일 거다.
이틀 전부터, 일본의 언론에서 호들갑을 떨고 있단 이야기를 자철이 형에게서 전해 들었다.
[“아니, 형은 그거 어떻게 알아?”] [“그냥 알지, 인마.”] [“아-!! 또 형 이름 검색했지?”] [“아이씨, 이 새끼는 알려줘도 지랄이야. 지랄이.”] [“형! 내가 말했지!! 아무리 형이 검색해도 실시간 검색어에는 안 올라간다니까?”] [“야!! 끊어!!”]하여간에 자철이 형은, 본인을 사랑하는 수준이 너무 심각해서 문제다.
노력은 고맙지만, 난 별로 거기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경기를 굳이 개인적으로 만들긴 싫었으니까.
물론, 혼다를 만난다면 최선을 다해줄 생각은 있다.
절대로 일본에는 지고 싶지 않다.
“이봐.”
“뭐야? 또?”
“그래. 얼른 이리와 봐.”
“하아~ 진짜.”
펩은 이번에도 우리를 위해 CSKA의 전력분석이 담긴 자료를 전해줬다. 지난번처럼 노력이 깃든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준비를 함에 있어 꽤 유용한 것들이었다.
상대의 특징과 더불어, 우리가 어떻게 뛰는지에 관한 정보가 적혀 있었기에 훈련 때부터 도움이 됐다.
그리고 이것 때문에, 난 요즘 부쩍 바쁘다.
이유는 바로.
“내가 이해한 게 맞는지 좀 봐.”
“맞다니까, 몇 번을 말해?”
“아, 일단 보래도!”
계속해서 내게 질문을 멈추지 않는 만주키치 때문이었다.
가장 편하다는 핑계로, 날 계속해서 괴롭히고 있다.
“이거 봐. 맞지?”
“그래. 오늘은 네가 가장 잘하는 걸 하면 돼.”
“그렇군. 알겠어.”
“이제 나 진짜 준비한다? 축구화 신고 나가야 된다고.”
“그래. 그래. 그렇게 해.”
고맙다는 말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을 하다가도, 그러면 만주키치가 아닐 것 같아 그냥 그러려니 받아들였다.
무엇보다, 저런 만주키치를 보는 것도 꽤 재미있다.
“뭐야? 쟤 요즘 왜 저래?”
“몰라요. 변덕이라도 났나 보죠. 당신도 알잖아요. 마리오라고요. 이해할 수 없는 남자.”
“하긴. 그래도 넌 요즘 왜 쟤랑 친한데?”
“뭐예요? 질투해요?”
“질투? 내가?”
기겁하는 단테에게 질투하지 말라고 말을 더하며, 난 얼른 몸을 숙이고 축구화의 끈을 조였다. 이건 훈련 때 신는 것으로, 시합 때에는 다른 것을 신을 생각이다.
공개 연애가 시작된 뒤론 항상 축구화에 아영이의 이름을 새기고 뛰었는데, 그런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훈련과 실전용을 구분하고 있다.
발바닥을 몇 번 바닥에 구르며 감각을 확인한 뒤, 만족스러워진 나는 얼른 라커룸을 빠져나갔다.
계단 앞엔, 다른 동료가 대기 중이다.
“안 늦었죠?”
“응. 요즘 마리오랑 친하던데?”
“친구 아니에요.”
“하하. 그래. 그렇다고 할게.”
필리프와 대화를 주고받을 때마다, 말문이 조금 트이는 것이 느껴져 뿌듯했다.
로번이나 만주키치처럼 외국에서 온 선수들의 독일어는 알아듣기 조금 어려웠고, 리베리의 독일어는 통역과 자막 없이는 하나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뭐야?]“네?”
[너 지금 속으로 내 욕 했지?]“??”
찰싹-!!
“으악-!! 왜 때려요?!”
[……지금 분명 내 욕했어. 다른 사람은 속여도, 내 눈은 속이지 못해 이 녀석아.]“…….”
이번에도 나는 전혀 리베리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지만, 대충 그가 내 시선을 이해한 것 같았다.
하여간에 눈치는 또 더럽게 빨…….
찰싹-!!!
“으왁-!! 이번에는 또 왜!!”
[지금도 욕했어.]“……당신 뭐 로이 혼이라도 돼요?”
[뭐?!?!]“하하하하!!!”
지그프리드&로이(Siegfried&Roy)로도 잘 알려진 로이 혼은 연예인 겸 마술사였다.
독일계 미국인으로 많은 명성을 얻었고, 몇 차례 바이에른 뮌헨을 방문하여 선수들의 앞에서 공연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내 말에 사람들은 곧장 반응했다.
황당해하는 리베리의 뒤에서 동료들이 웃음을 터뜨렸고, 뒤늦게 온 이들은 의아해하며 무슨 일인지를 물었다.
‘아우 씨 아파라.’
리베리에게 맞은 뒤통수의 충격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나는 시즌 첫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위해 피치로 뛰어나갔다.
선선한 바람이, 화끈한 뒤통수를 식혀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