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86)
285화
90402 뉘른베르크, 독일. 바트슈트라세. 키커 본사(Kicker Headquarters. Badstraße. 90402 Nuremberg, Germany).
전 세계의 축구 기자와 전문가들이 특정한 주제에 관해 가장 객관적이고 정확한 의견을 듣길 바란다면, 그들의 절반 이상은 가장 먼저 ‘Kicker’와의 연줄을 활용할 것이다.
독일 축구의 선구자 발터 벤스만(Walther Bensemann)에 의해 1920년에 창간된 이후, 성장의 성장을 거듭한 끝에 객관성과 공신력의 측면에선 가장 인정받는 미디어가 되었다.
이런 키커를 상징하는 요소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는데, 우선 첫 번째로는 최저 6.0에서 최고 1.0으로 매겨지는 평점을 들 수 있겠다.
일반적인 미디어들이 0.0에서 10.0까지 0.1점 단위로 매기는 것과는 달리, 키커는 6.0에서 1.0까지 0.5점 단위로 선수의 퍼포먼스를 채점해 왔다.
오래된, 키커만의 방식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0.5점 단위가 선수의 경기력을 객관화하기엔 부족하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반올림 따윈 없는 키커만의 룰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더 까다롭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최고점인 1.0을 제외하고, 키커는 1.1~1.5까지를 아예 1.5로 묶어서 표기하는 등. 본인들의 전통과 객관성 모두를 지켜 갈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그래서 더욱 놀라웠다.
“…….”
TV 화면으로부터 슬쩍 시선을 내린 카를-하인츠 빌트는, 아래에 놓인 메모지를 바라본다.
‘아마도 1.0. 최소 1.5는 될 거야.’
오랜 기간 취재해 온 요제프 블라터의 부패와 비리를 뒤로하고, 카를-하인츠 빌트는 본사로 복귀하여 본연의 임무를 다하고 있었다.
수많은 이들로부터 인정받는 이 노련한 기자는, 선수들의 평점을 매기는 세 명의 심사위원 중 하나가 됐다.
그리고 그가 볼 때, 오늘 샬케 04를 상대하는 김다온의 평점은 최소 1.5 수준이었다.
경기 초반 드락슬러를 상대로 잠깐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전반 10분이 지나면서부터는 본인 특유의 방식으로 상대를 제압하기 시작했다.
19살의 나이 그대로의 젊고 쌩쌩한 스프린트를 보여 주는가 하면, 때론 19살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노련한 수비로 공을 가로채 냈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오늘 경기 김다온이 얼마나 잘 뛰었는지를 설명하기 힘들다.
“…….”
딸깍-
몸을 살짝 옆으로 기울인 카를-하인츠 빌트가 마우스를 눌러, 도움이 될 만한 자료를 확인한다.
대략 3분 정도의 간극이 있긴 하지만, 이 사이트에는 특정 선수의 세부적인 숫자들이 계속해서 업로드된다. 그리고 그는 지금 막, 새로 고침 버튼을 클릭했다.
잠깐 하얗게 변했던 화면이 다시 복잡한 그림과 숫자들로 채워지고, 카를-하인츠 빌트는 그중 뮌헨의 2번으로 마우스 커서를 가져간다.
딸깍-
‘빌어먹을. 이게 말이 되는 숫자야?’
일반적으로 사이드백이 하나의 경기에서 가져가는 패스의 횟수는 보통 적게는 40개 안팎에서 많아 봤자 60개를 넘어가기 힘들다.
여기에서 크로스는 패스와는 별도로 집계되고, 숫자가 더해지는 건 오직 말 그대로의 것들뿐이다.
하지만 오늘도 김다온은 지금까지 총 71번의 패스를 보냈다. 남은 시간을 생각한다면, 75번 전후에서 최종 숫자가 결정될 것 같았다.
왼쪽 사이드백 데이비드 알라바가 42회, 샬케 04의 양쪽 사이드백이 보낸 패스의 횟수가 30개가 채 되지 않는다는 것과 비교해 보면 더욱 그 차이가 도드라졌다.
그리고 이는 절대, 오늘 한 경기에만 국한된 지표는 아니었다.
드르륵-
마우스의 휠을 끌어당긴 카를-하인츠 빌트의 시선에는 이제, 김다온의 올 시즌 전체 스탯이 나타난다.
오늘 경기를 제외한 내용이며, 그곳엔 올 시즌 김다온의 평균 패스 숫자가 63.3회(총 380회)라고 기록되어 있었다. 사이드백 중에서 으뜸이자, 드리블이 많은 어지간한 윙어들의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드르륵-
딸깍-
도로 화면을 위로 올린 카를-하인츠 빌트가 새로 고침 버튼을 다시 누르고, 김다온의 패스 횟수에서 눈을 뗀 그는 이번엔 가로채기와 태클 성공에다 시선을 뒀다.
가로채기 횟수는 패스 도중에 차단한 것을 의미하며, 태클은 1:1 상황 등에서 상대의 드리블을 저지한 것을 나타내어 준다.
‘5. 그리고 9인가?’
생각만큼 그리 대단한 숫자가 아니라고 말을 할 수도 있었지만, 오늘 경기의 양상을 생각해 보면 이야기가 달랐다.
보통 이런 영역의 상위권엔 하위팀의 수비 에이스가 자리 잡은 경우가 많은데, 그것을 보완하기 위하여 성공률이라는 지표를 따로 보완해 둔다.
오늘 뮌헨은 64:36의 점유율 우위를 가져갔고, 본인들의 수비 진영에서 상대에게 볼 점유를 허용한 시간 역시도 8분 51초로 얼마 되지 않았다.
이는 다시 말해, 8분 51초라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5번의 가로채기와 9번의 태클 성공 중 대부분을 만들어 냈다는 의미가 된다.
그것도 81.8%(9/11)라는 놀라운 확률로 말이다.
빅리그 수준에서 우수한 수비수로 평가받으려면 52%. 뛰어난 수비수라면 58%. 그리고 세계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려면 최소 62% 이상의 태클 성공률을 보여 줘야 한다.
이 분야에서도 김다온은 올 시즌 41번의 태클 성공과 73.2%(41/56)의 성공률이라는 독보적인 숫자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물론 시즌 초반이라 숫자는 얼마든지 낮아질 수도 있겠지만, 분명한 건 오늘 경기 이후엔 이 숫자가 조금 올라갈 것이라는 점이다.
절로 고개를 가로젓게 된 카를-하인츠 빌트는 다시, TV에다 시선을 둔다.
이제 추가 시간도 거의 끝나 가는 경기는, 또다시 대승을 만들어 낸 뮌헨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를 고민하게 만드는 것은, 데이비드 알라바와 김다온 중 누구에게 경기 최고 평점을 줄 것이냐는 점이었다.
둘 모두에게 최고 평점을 주고 싶었지만, 키커의 내부 규칙상 그런 것은 불가능했다.
오직 한 경기에서 한 명의 선수에게만 1.0의 평점을 매길 수 있고, 만약 예외를 적용코자 한다면 그 이유를 설명하는 귀찮은 문서를 만들어야만 했다.
그런 수고를 들이는 것 자체야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카를-하인츠 빌트는 굳이 그러고 싶지 않았다.
분명, 자신은 김다온에게 1.0을 주고 싶었다.
하나, 데이비드 알라바의 숫자가 걸렸다.
데이비드 알라바는 오늘 하나의 골과 두 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고, 90분 내내 샬케의 오른쪽을 폭격했다.
그렇지만, 그럴 수 있었던 건 이유가 있었다.
오늘 김다온은 철저히 조력자의 모드였다.
골을 기록한 순간을 뺀다면, 늘 가장 귀찮은 위치로 이동해서 샬케의 수비를 기울게 하거나 때로는 람의 전진을 커버하며 후방 빌드업을 담당했다.
과연, 몇 명의 사이드백이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
카를-하인츠 빌트는 솔직히 장담할 수 없었다.
기껏해야, 동료인 필리프 람 하나뿐일 것이다.
하지만 오늘 경기 본인의 유일한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장면이 람과 김다온을 다른 선수로 만든다.
놀랍게도, 김다온은 람보다 더 많은 걸 할 수 있었다.
대체 어떻게?
화면 속 경기가 마무리되고, 카메라가 펩 과르디올라를 비추자 카를-하인츠 빌트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 거지?’
펩 과르디올라가 바이에른 뮌헨에서 하고 있는 일이, 몹시도 궁금해지는 그였다.
똑똑똑-
“저기, 칼! 자넨 어떻게 했나?”
“아직 못 정했어.”
“허-! 나도. 분명 데이비드가 더 화려한 장면을 많이 만들었어. 그런데…….”
“답은 하나야, 한스. 우리가 이해시켜야 할 건, 전문가들이 아니라, 수천만의 평범한 독자들일세. 그들이 받아들여 줄 때, 우린 지금의 위치를 계속 이어 갈 수 있어.”
“그래. 자네가 옳아. 그럼.”
-딸깍-
동료인 한스 짐머(Hans Zimmer)와 대화를 나누면서, 카를-하인츠 빌트는 결심을 굳혔다.
오늘 경기의 MoM은 더 많은 공격 포인트와 더 자주 카메라에 잡힌 데이비드 알라바가 가져갈 것이다. 그리고 김다온은 바로 그 아래인 1.5점을 채점 받을 거다.
외에는 로번과 리베리가 2.0점. 뮐러와 보아텡 등이 2.5점으로 승리한 팀의 숫자를 가져갈 것이다.
반면 샬케 04의 선수 대부분은 3.5점을 넘기가 힘들다. 자주 포지셔닝 문제를 일으킨 일본인 오른쪽 사이드백 우치다 아츠토와 경기 내내 사라졌던 케빈-프린스 보아텡이 나란히 5.5점이란 최악의 평점을 받았다.
그나마 노력한 율리안 드락슬러와 필사적으로 수비를 부여잡은 회베데스가 3.0점으로 샬케의 최고점이 된다.
작성한 노트를 사무실 바깥의 인턴에게 건넨 카를-하인츠 빌트. 그는 다시 자리로 돌아와, 키커의 두 번째 상징 요소를 컴퓨터 화면에다 띄웠다.
‘Kicker Rangliste.’
이는 매 시즌 전반기와 후반기 2회에 걸쳐,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선수들의 등급을 포지션별로 매기는 것이다.
포지션은 총 7개.
등급은 총 4개다.
최저 등급인 ‘Im Blickfeld(주목할 수준)’에 드는 것 역시도 어려운 일이라,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선수들의 95% 이상이 ‘Kicker Rangliste’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한다.
그리고 현재까지, 김다온은 그 95%에 포함되어 있었다.
분데스리가에 막 데뷔한 신입생이기도 했고 뮌헨에서 뛰는 것 자체가 일종의 실력 인플레이션이기에, 객관적인 평가를 매기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한데 지금, 카를-하인츠 빌트는 김다온의 이름을 클릭해서 꾹 눌러 마우스를 드래그해 한쪽으로 가져간다.
딱-
‘im Weiteren Kreis(경쟁력 있는 수준).’
이는 ‘Im Blickfeld’의 윗 단계이자, 매년 4~6명밖에 선정되지 않는 ‘Internationale Klasse(인터내셔널 클래스)’의 아래였다.
때때로 가장 최고 등급인 ‘Weltklasse(월드 클래스)’가 공란(Klein)으로 비워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것 자체로도 굉장히 높은 평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카를-하인츠 빌트는 생각이 조금 달랐다.
사실 김다온의 위치는 좀 더 높아야 한다.
‘WelktKlasse’까지는 아니더라도, ‘Internationale Klasse’에는 얼마든지 포함될 수 있었다.
다만.
‘아직은 아니야.’
키커 특유의 보수적인 판단 기준이, 명백해 보이는 것들도 망설이도록 만들고 있는 것뿐이다.
하루의 업무를 모두 끝마친 카를-하인츠 빌트는 이제 퇴근을 서두른다.
오랜 기간 집을 비운 탓에, 그의 아내와 아이들은 아버지의 퇴근을 몹시도 기다리고 있다. 가족을 생각하며 금세 기분이 좋아진 노련한 기자가 마침내 사무실을 나선다.
불이 켜진 사무실 하나에선 에디터 그룹이 회의를 나누었고, 인턴 몇몇이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퇴근하시나요?”
“그래.”
“요즘 기분 참 좋아 보여요.”
“하하. 왜 아니겠나?”
“정말 잘 돌아오셨어요, 칼. 당신이 참 많이 그리웠거든요.”
미소를 띤 채로 엘리베이터에 들어선 카를-하인츠 빌트가, 주차장의 층수를 누른 뒤에 자신에게 인사를 건넨 인턴에게로 다시 눈길을 주었다.
그러고는.
“그래! 나도 이곳이 몹시 그리웠어!”
“잘 가세요! 편히 쉬시고요!”
요제프 블라터의 비리를 취재하는 일은 축구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시험하는 일이었다.
돈과 성(性) 관련 문제가 기득권들의 이익을 위해 난잡하게 움직였고, 그 속에서 배를 불리는 돼지들은 축구를 스포츠가 아닌 이권의 수단으로만 바라봤다.
그런 것을 보다 보면 피치 위에서 노력하는 선수들이 광대처럼 느껴졌고, 그것에 열광하는 자신이 우스워졌다.
그래서 다시 뉘른베르크로 돌아왔을 때, 카를-하인츠 빌트는 회의론자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
띵-
휘파람을 불며 자신의 차량으로 걸어가는 그의 모습은, 축구를 사랑하는 예전의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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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
샬케 0 : 6 바이에른 뮌헨
[골] 토마스 뮐러 : 전반 21분(아르연 로번)마리오 만주키치 : 전반 22분(데이비드 알라바)
김다온 : 전반 37분(토니 크로스)
프랑크 리베리 : 후반 30분(데이비드 알라바)
데이비드 알라바 : 후반 36분(P.K/제르단 샤키리)
클라우디오 피사로 : 후반 39분(토마스 뮐러)
김다온 ? 96분 출전(1골/평점 1.5)
***
2013년 9월 12일. 프랑크프루트 상공(Over Frankfurt).
경기가 끝나고, 우리는 다시 뮌헨으로 돌아가고 있다.
기분 좋은 대승이라, 분위기는 평온했다.
“좀 어떤가?”
“괜찮아요. 박사님은 내일 보자고 해요.”
“……그렇군. 다녀온 뒤에 내게 전화하게.”
“네. 그럴게요.”
경기가 끝나기 몇 분 전, 교체로 투입된 마르코 회거(Marco Hoger)에게 뒤꿈치를 밟혀 그라운드에 넘어졌었다.
당시 느끼기엔 약간의 악의가 담긴 발길질이었고, 벤치에서 분개하던 감독님과 동료들도 회거의 태클이 고의였음을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꽤 오랜 시간 이어진 통증은 경기 도중엔 사라졌지만, 끝난 이후 박사님께 확인을 받으니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일단은 응급조처를 했고, 지금도 뒤꿈치 쪽에 아이스 팩을 가져다 대 두었다.
우린 25일 하노버와 포칼 두 번째 경기를 가질 예정인데, 로테이션을 돌리기 썩 좋은 상황이 아니라 대부분의 선수가 그대로 뛰어야 한다.
나도 그 대부분에 포함된 선수였고, 펩의 숙제도 있고 하여 다치는 것만큼은 절대로 싫었다.
하지만, 내가 어쩔 수 있는 것도 아니긴 하다.
다행이라면, 통증은 없다는 점이다.
공항으로 향하는 내내 걷는 것에도 불편함이 없었고, 지금도 약간의 서늘함을 뺀다면 평소와 전혀 다른 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냥 다른 사람도 아니고 볼파르트 박사님이 검사를 받으라고 말한 만큼, 거기에 따르려고 하는 것뿐이다.
‘피곤해. 근데 잠이 안 와.’
어차피 뮌헨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지만, 기내에는 그 짧은 시간이라도 자 두려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나도 좀 자 보려고 했는데, 피곤은 했지만 잠이 금세 들지는 않았다. 이럴 때 억지로 잠을 청하려고 하면 조급해지고 기분만 나빠져서, 그냥 눈을 뜬 채로 있다.
그리곤, 아까 끝난 경기를 떠올렸다.
‘재미있었어. 그렇지?’
오늘도 나는 충분히 경기를 즐겼던 것 같다.
요즘은 매일, 색다른 재미를 느낀다.
8월 초의 어딘가 산만했던 동료들도 이젠 온전히 집중하는 것 같았고, 조금씩이지만 펩이 바라는 대로 축구를 하는 것도 같았다.
부상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지만, 다들 그 정도 핸디캡쯤은 있어야 전력을 다한다는 것처럼 매 경기 놀라운 정도의 실력을 보여 주고 있다.
그렇기에 더 열심히 하게 된다.
함께 뛰는 동료들에게 민폐를 끼치기도 싫었고, 동료의 실력에 묻어간다는 말도 듣고 싶지 않았다.
“우음- 응? 넌 안 자?”
“잠이 안 와서.”
“하하. 짧은 거리니까. 안 그래?”
“뭐, 그것도 그거고.”
단테는 기지개를 켜다 기내 천장에 손을 부딪치곤 깜짝 놀라 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
“이런! 놀랐네.”
그러더니 잠이 깼다며, 화장실을 가겠다고 했다.
“내가 안에 가도 돼?”
“응. 그렇게 해.”
“고마워.”
의외로 순순히 자리를 양보해 준 단테에게 고마워하며, 창가 쪽에 앉은 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바깥을 쳐다봤다.
온통 칠흑뿐이지만, 그냥 이게 좋다.
‘이번에도 감독님이 옳았어요.’
벤피카를 떠나기 전, 제수스 감독님은 내게 이쯤에서 새로운 단계로 가는 것이 더욱 도움이 될 거라고 말씀하셨다. 에두도 같은 말을 했고, 그건 내가 이적을 결심한 계기가 됐다.
지금에 와서 생각을 해 보면, 두 분의 이야기는 완벽히 옳은 말이었다.
‘저는 지금 축구가 더 재미있어요.’
조금만 눈을 돌리면 축구에 아름답지 않은 것들이 쉽게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축구라는 종목 그 자체에 집중하게 되는 것 같다.
결코 예전처럼 축구를 사랑할 수는 없겠지만, 사랑의 모양이야 많이 있지 않을까?
요즘은, 내일은 또 어떤 것을 배우게 될까 두근거려 하며 잠을 청하는 날의 연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