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87)
286화
2013년 9월 22일. D-80331 뮌헨, 독일. 디이나슈트라세 12, 알터 호프. 프락시스 퓌어 오르토피디 & 슈포르트메디친.
어제 새벽 뮌헨에 도착한 뒤, 공항에서 곧장 집으로 가 잠을 청했다. 그러곤 일어나마자 아침을 대충 해결하고, 미리 약속된 일정에 나섰다.
이곳을 찾는 건 메디컬테스트 이후 처음이다.
뮌헨의 선수라면, 여기에 오지 않을수록 좋은 거다.
[당연한 말이겠지. 통증은?]“괜찮아요.”
덩달아 늦잠의 시간을 빼앗긴 고르카와 함께, 난 볼파르트 박사님이 진행하는 검사를 따르고 있다.
[다행히도 일시적이었나 보군. 전에도 말했지만, 자넨 정말 축복받은 몸을 지녔어. 피지컬이 좋다는 말은, 바로 자네 같은 사람에게나 해야 하는 말일세.]클럽에 전달할 차트를 작성하던 볼파르트 박사님이, 기왕 온 거 다른 검사도 받아 보고 가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20분 정도면 될 거라며, 그리 귀찮지 않을 거란다.
난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고, 볼파르트 박사님은 내게 다시 병상(病床) 위로 오르라고 했다.
이분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도저히 1942년생이라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
[……팔꿈치가 나쁘군. 언제부터지?]“한 일주일쯤 됐어요. 잠을 좀 잘못 잔 것 같아요. 별것 아닐 겁니다.”
[의사는 나지 자네가 아닐세.]“…….”
뭐라고 딱히 반박할 수 없는 말인지라,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고이 입을 닫고 있는 것뿐이었다.
[펩과 잘 지낸다더군.]“네. 좋은 분이세요.”
[그런가?]“그럼요. 당신처럼, 본인의 분야에서 최고인 분이죠. 대화하는 법을 잘 모르시긴 하지만, 그것도 이해하면 별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이에요.”
몸 여기저기를 매만지며 묵묵히 내 이야기를 듣던 볼파르트 박사님이, 상체를 일으켜 세워 보라고 한다.
[역시나, 젊군 그래.]“몸 상태 말인가요?”
[뭐, 멋대로 생각하게.]“??”
그렇게 검사가 전부 끝난 뒤, 볼파르트 박사님이 차트를 더 작성하며 주의 사항을 내게 말해 주셨다.
팔꿈치와 목 부근에 다소 피로가 쌓였다면서, 훈련이 끝난 뒤에 관리를 하는 방법을 알려 주신 것이다.
“당케 쉔. 이런 건 처음 봐요.”
[당연하지. 이건 돈 주고도 못 사는 비법이야.]“하하. 그렇다면, 영광인데요?”
[……이봐, 자네.]“네?”
[종종 이곳을 찾아주게. 10분이나 20분 정도, 매번 이렇게 검사해 주지.]얼마 전에 펩이 말한 부분도 있고 하여, 나는 이것 또한 람이나 다른 사람들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볼파르트 박사님께 알겠다고 대답했고,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한 뒤에 진료실을 빠져나왔다.
복도에는 엄청난 인원이 대기 중이었는데, 전부 환자는 아니고 99%가 특정 인물을 수행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었다. 고르카에게 듣기론, 독일의 고위 정치인이란다.
[볼파르트 박사!! 위원님을 기다리도록…….]수행원들의 시선이 무척 따가웠던지라, 난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클리닉을 빠져나왔다.
아마도 저들은 나 때문에 일정이 지연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다.
‘그럼 굳이 추가로 검사를 안 해 줘도 됐는데.’
괜히 볼파르트 박사님께 폐를 끼친 것 같아 찝찝한 마음으로 차에 올라타자, 타이밍 좋게도 펩으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다.
하여간, 제멋대로인 점이 똑 닮은 두 사람이다.
***
2013년 9월 23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FC 바이에른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이건 미친 짓이야.’
DFB-포칼 2라운드 경기를 이틀 앞두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컵 대회가 끝나고 3일 뒤, 팀은 볼프스부르크란 만만치 않은 팀을 상대로 리그 7라운드를 치러야 한다.
그래서 펩은 가장 승산이 높아 보이는 명단을 우선적으로 계획했는데, 11명 중 9명의 이름이 같았다.
그리고 이 9명은 이미, 14일부터 21일까지에 치른 경기에 모두 출전한 상태다.
애초부터 각오한 일이었지만, 선수들이 미소 뒤에 가린 피로와 들리지 않는 곳에서 흘려보내는 고됨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펩 과르디올라다.
“후우우–”
현재 가장 좋은 방법은 포칼을 포기하는 거다.
로테이션 멤버와 B팀에서 콜업한 선수들 위주로 명단을 구성하고, 28일 경기에 맞춰 주전들의 일정을 계획하면 모든 문제는 무척 간단히 해결된다.
그럼 맨시티 원정과 10월 A매치 주간 전 마지막 경기인 레버쿠젠 전을 대비하는 것도 수월하게 바뀐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는 게 문제다.
포칼은 독일 내의 유일한 컵 대회로, EPL의 FA컵과 라리가의 국왕 컵과 같은 성격을 띤다.
중요도야 분데스리가나 챔피언스리그에 비해 뒤처지는 건 사실이나, 뮌헨과 같은 클럽이라면 참여하는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노려야만 한다.
FC 바르셀로나 시절에도, 늘 국왕 컵에 최선을 다해왔던 펩 과르디올라다.
그래도 그땐 사정이 나았다.
최소한 경기당 7~8명 정도를 로테이션 시킬 수 있는 수준의 스쿼드 두께는 되었으니까 말이다.
유일한 위안거리는 마리오 괴체의 복귀가 가까워졌다는 점과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의 회복 속도가 생각보다 훨씬 더 빠르다는 부분이다.
킬리안 뮐러-볼파르트(Kilian Muller-Wohlfahrt)로부터 받은 보고서엔, 이런 모든 내용들이 적혀 있었다.
그러나 그들을 경기에 기용한다거나 본래의 경기력을 기대하는 것은 천상 10월 A매치 주가 이후에나 가능했다. 또 다른 문제는 같은 기간, 다치거나 컨디션이 저하될 가능성이다.
요즘 선발 라인업을 구상할 때마다, 펩 과르디올라는 매번 같은 고민과 죄책감에 시달린다.
쉬어야 할 이들을, 자꾸 피치로 내몰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고민에도 펩의 선택이 달라지지 않는 건, 그의 스승인 요한 크라위프로부터 받은 영향 때문이었다.
[“우리가 축구를 하는 이유는 사람들을 위해서지만, 우리가 잘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감독 때문이다. 감독은 누구보다 많은 경기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고, 경기가 지루해지면 누구보다 빠르게 흥미를 잃는다.”]이것은 감독으로서 납득할 수 있는 팀의 경기력 수준에 관한 이야기였고, 펩 과르디올라 역시 본인이 축구를 즐기기 위해서라도 계속된 승리와 좋은 경기력을 필요로 했다.
그래서 결국, 펩 과르디올라는 이틀 전의 경기와 거의 똑같은 라인업을 채워 넣는다.
그러곤 로테이션이 되어 교체 명단으로 빠져 버린 이들을 보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복 받은 녀석들 같으니.”
현재의 뮌헨에게 있어, 로테이션이 될 수 있다는 건 커다란 축복을 의미하는 것이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말이다.
***
2013년 9월 24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FC 바이에른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펩과 함께 일을 하게 되면서, 나는 감독에도 여러 유형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부분이 바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제수스 감독님은 문제가 생겼을 때, 상황을 지켜보며 흐름을 이끌고 가는 분이었다.
시간이 상황을 해결해 줄 것이라 믿고 올바른 분위기를 계속해서 유지하면, 결국은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셨다.
반면에 펩은 문제에 직접 뛰어드는 사람이다. 그는 언쟁과 충돌을 피하지 않았고, 설령 그것으로 원망을 산다고 해도 그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무엇이 더 낫다고는 말할 수 없다.
양쪽 모두 장단점이 있다.
[제르단! 넌 다 좋은데, 빌어먹을 정도로 이기적인 게 문제야! 넌 피치 위에서 남을 도우려고 들지 않아!]문제를 즉각적으로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펩 방식의 장점이라면, 지금처럼 팀 분위기가 떨어지는 부분은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물론 우리는 펩이 화내는 이유 자체를 이해할 수 있다.
그저, 그게 공개적인 게 조금 그럴 뿐이다.
[네 태도가 이 팀을 망치고 있잖아! 피치 위에서 그딴 식으로 이기적으로 굴 거면 차라리…….]제르단 샤키리는 팀의 최종 연습 때까지도, 펩이 바라는 축구를 수행해 내지 못했다. 그는 매번 나쁜 선택을 했고, 펩은 그 원인으로 샤키리의 이기심을 지적했다.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을 할 때마다, 샤키리는 그가 있어야 할 포지션에 있지 않았다.
이는, 펩이 가장 화를 내는 부분이다.
펩의 축구는 수비가 가장 중요했다.
사람들은 펩 과르디올라가 수비를 희생해 공격을 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론 어떻게 수비하느냐가 펩이 추구하는 축구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였다.
그래서 훈련의 70%가 수비에 관련된 세션으로 채워지는 것이고, 브리핑의 80%가 수비로 채워지는 것이다.
어째서 그렇게까지 펩이 수비에 신경 쓰는지를 알지 못하면, 절대로 그 선수는 오래 함께할 수 없다.
“저 멍청한 녀석.”
“뭐?”
“이게 뭐야? 조금만 제대로 하면, 훈련이 진즉에 끝나잖아. 저 녀석이 멍청하게 군 덕분에, 모두가 시간을 빼앗겼어.”
“??”
“왜?”
“Wer bist du?”
“뭐?”
“대체 너 누구냐고? 내가 아는 마리오는 어디에 있는데?”
“이런! 썩 꺼져.”
그날 이후, 마리오는 예전보다 훨씬 더 펩의 축구에 잘 적응해주고 있다.
[좋아!! 다시 시작하자!!]“제기랄. 또 처음부터야.”
물론 펩의 방식에 100% 신뢰를 보내고 있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 정도 발전이 어딘가 싶었다.
[계속해서 말하지만! 공을 빼앗긴 순간이야말로! 너희들이 올바른 위치를 찾아가야 할 순간이다! 그리고 집중해! 실수할 시간이 없어! 그럼!]삐-익!
펩의 휘슬 소리와 함께 후방에서 빌드업이 진행되고, 중간에서 아흐터 역할을 해 주는 두 명의 코치가 훈련에 필요한 위치에서 의도적으로 볼을 빼앗긴다.
그럼 그걸 가로챈 람이 6명이 B팀 선수와 함께 역습을 진행한다.
이때 얼마나 올바른 위치에 있고 또 얼마나 발 빠르게 상대를 압박하며 또 동료를 위해 공간을 커버하느냐가, 오늘 훈련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다.
볼프스부르크는 역습에 능한 팀이다.
삐-익!!
[뭐야? 또?]훈련을 다시 중단한 펩 과르디올라가 향한 쪽은, 내일 선발로 출전할 가능성이 큰 디에고 콘텐토가 있는 곳이었다.
[잘했다, 디에고! 하지만 더 나은 선택지가 있었어!]콘텐토의 앞에서 열심히 팔을 휘저어 가며 설명하는 펩을 보고 있으니, 아마도 꽤 시간이 걸릴 거라는 생각을 했다.
샤키리를 포함한 몇몇이 훈련을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면서, 점점 더 발동이 걸려 버린 펩은 특유의 모드(Mode)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완전 발동이 된 것 같다.
그래서 난.
“많이 힘들어?”
곁에서 허리를 굽히고 힘들어 하고 있는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자 화들짝 놀란 호이비에르가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 내며 이렇게 대답한다.
“아, 아니야. 버틸 만해.”
“정말?”
“응. 그, 그렇고말고.”
아마 이 친구도, 내일 선발 명단에 포함될 것이다.
본인도 그것을 아는 눈치고 말이다.
커리어 첫 1군 데뷔전.
나는 피에르가 무척 떨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무리하지 마, 피에르. 중요한 건 내일이니까. 미리 힘을 다 빼 버리지 말라고.”
“응. 고마워.”
노장인 리베리와 부상이 잦은 로번은 각별한 관리가 필요한 사람들이고, 그래서 펩은 샤키리와 뮐러를 양쪽 윙 포지션에 배치했다.
그럼 자연히 중앙에 사람이 비게 되는데, 토니와 람을 제외한다면 현재 1군에서 같은 위치에서 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자주 훈련에 참가했던 피에르가 선택을 받은 것이다. 최고의 대안은 아니지만, 현 사정에선 최선의 판단이다.
때문에 펩은 주변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 같다.
첫 A팀 무대에 데뷔하는 18살 미드필드의 부담을 덜어 주고자, 주변이 그를 도울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끝났나 보네. 가자.”
“으, 응.”
전에도 내가 이런 말을 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오늘 훈련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펩 과르디올라는 무척 섬세한 감독이다.
굉장히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고, 같은 경기라도 포지션에 따라 다른 지시를 내린다거나 같은 포지션임에도 경기에 맞춰 전혀 다른 역할을 부여하곤 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공통점이라면 내가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펩은 그럴 때마다, 오늘 샤키리가 몇 번이나 지적당한 태도 부분을 말해 왔다.
[“자네의 가장 큰 장점은 태도야. 의식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자네는 늘 팀을 도울 준비가 되어 있어. 그래서 그렇게 즉각적으로 수비에 복귀하고, 후반 45분에도 경기가 막 시작된 것처럼 달리지. 그렇게 뛸 수 있는 것은 자네의 재능이야. 하지만 그걸 가능하게끔 하는 건, 자네가 지닌 태도이지. 늘 이걸 명심하게나.”]펩 과르디올라는 주변에 도움을 줄 준비가 되어 있는 한, 언제까지고 계속해서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반대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는 순간이 잦아지게 되면, 그때야말로 은퇴를 고려할 때라고도 했다.
[“자네는 누구보다 인지 능력이 탁월해. 그래서 남들보다 빠르게 상황을 판단할 수 있지. 그것이야말로, 자네가 지닌 가장 큰 장점이라는 걸 잊지 말게. 그리고 그걸 계속해서 발전시키도록.”] [“어떻게요?”] [“날 믿게. 그리고 내가 하는 훈련을 따라주게. 내 말을 의심하지 말고, 늘 피치 위에서 최선을 다하면 돼.”]무척 간단한 일이라고 대답하는 나를 보면서, 기분 좋은 웃음을 터뜨리던 펩의 얼굴이 눈에 선하다.
그리고 그 얼굴은.
삐-익!!
[제르단!!!]지금 펩이 사람들의 앞에서 보여 주는 것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펩은 오늘도, 악당이 되기를 꺼리지 않는다.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잘 모르겠어.’
아직은 쉽게 와닿지 않는 나였다.
***
2013년 9월 25일. 80939 뮌헨, 독일. 베르너-하이젠베르크-알리 25. 알리안츠 아레나.
.전반 17분
바이에른 뮌헨 1 : 0 하노버 96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뮌헨/상대팀) : 4-1-4-1/4-2-3-1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론-로베르트 칠러
RB ? 김다온 / RB ? 사카이 히로키
CB ? 다니엘 판 바위턴 / CB ? 살리프 사니
CB ? 단테 / CB ? 마르셀루
LB ? 디에고 콘텐토 / LB ? 제바스티엔 포코놀리
DM ? 필리프 람 / DM ? 라스 슈틴들
RAM ? 토마스 뮐러 / DM ? 레온 안드레아센
CM ? 토니 크로스 / RAM ? 레오나르두 비튼코트
CM ?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 / CAM ? 후스티 서볼치
LAM ? 제르단 샤키리 / LAM ? 에드가 프립
ST ? 클라우디오 피사로 / ST ? 디디에 야 코난
.
.
지난번 리그 경기와 마찬가지로, 하노버의 감독 미르코 슬롬카는 변칙을 택했다.
뭐 이렇게 표현하는 게 조금 우습기는 하지만, 최초의 포메이션이 중요하지 않았던 클럽이 정석대로 뛰는 것 자체가 가장 큰 변칙 아니겠나?
오늘 하노버는 철저히 포메이션을 지켰다.
그런다고 하여 결과가 바뀌진 않겠지만.
전반전 17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빠르게 방향을 전환하며 샤키리가 뒷공간을 파고들었고, 그의 슈팅이 칠러 골키퍼에 맞고 나온 것을 뮐러가 밀어 넣었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규칙상, 샤키리의 어시스트와 뮐러의 골로 기록될 장면이다.
“잘했어, 피에르.”
“응. 고마워.”
하지만 나는 골을 기록한 뮐러가 아닌, 올바른 포지션을 찾아 움직여 준 호이비에르를 찾아 격려를 보냈다.
람의 패스가 있기 전에 컷(Cut)을 시도하며 순간적으로 하노버의 오른쪽 수비를 좁혀 준 덕분에, 샤키리에게로 향한 패스가 결정적인 장면으로 이어졌던 거다.
만약 그러지 않고 정상적인 위치에 있었다면, 람은 샤키리에게로 향할 패스길 자체를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호이비에르가 페널티박스로 진입하면서 람의 눈에 샤키리가 보였을 테고, 호이베이르를 따라 수비수가 움직이며 순간적으로 오프사이드의 지점이 낮아졌다.
그래서 샤키리가 오프사이드를 피해 갈 수 있었던 거다.
이번에도, 샤키리는 올바른 타이밍과 위치를 지키지 못했다.
‘뭐, 저 녀석이야.’
본인이 잘해서 골에 기여할 수 있었다고 믿고 있을 것이 뻔하지만 말이다.
“다온!!”
“?”
“많이 뛸 필요 없어! 진정해!”
사실 오늘 나는 조금 이상한 지시를 받은 상태다.
펩은 굳이, 공격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람이 평소보다 더 많이 오른쪽으로 움직여 줄 거라면서, 그가 사이드백처럼 뛸 때 전진하지 말고 젝서로 들어가 커버 정도만 하라고 했다.
후반전 람을 교체하고 쓰리백으로 전술을 바꿀 생각이라며, 그 때까지 체력을 조금 아껴 두랬다.
그래서 나는 오늘 수비에 집중하고 있다.
에드가 프립을 따라, 중앙으로 움직인다.
하노버가 포메이션을 지키려 노력하곤 있긴 하지만, 에드가 프립은 여전히 중앙 지향적인 플레이를 펼친다.
‘이런! 길게?’
하지만 슈틴들의 패스는 프립이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생긴 공간으로 파고든 포코놀리에게로 향했다.
이런 식의 공격 전개는 흔치 않았던지라, 나는 당황해하면서도 재빨리 몸을 돌려 패스가 뻗어 나가는 위치로 스프린트해 나아갔다.
그러곤 발을 뻗어, 축구공을 라인 밖으로 걷어냈다.
촤—–악!!
“후우- 위험했어.”
하노버에게 이런 패턴이 있다는 것을 새롭게 입력한 나는, 몸을 일으켜 세우며 펩을 쳐다봤다.
그도 날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아마도, 이제부턴 프립을 쫓는 일을 멈추고 적당한 위치에서 중앙과 측면 모두를 신경 써도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몇 분이 더 지났을 때, 나는 하노버가 같은 방법으로 공격을 전개하려 한다는 것을 미리 깨달았다. 그래서 잠깐 프립을 따라가는 척을 하다, 슈틴들이 발을 휘두르기도 전에 몸을 뒤로 돌려 앞으로 뛰어나갔다.
그러자, 저 멀리에서 오던 포코놀리가 놀라며 발을 멈춰 세운다.
.
(이후재) – KBS Sports N 아나운서
“아- 라스 슈틴들. 패스 미스입니다.”
.
지금은 슈틴들의 실수로 생각될 수 있는 장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상대의 의도대로 속는 척 연기하여, 오히려 우리가 쳐 둔 덫으로 패스가 향하도록 만든 것이다.
나는 이것에서, 작지만 확실한 쾌감을 느꼈다.
이런 식의 수비도 있는 건가 싶었다.
당사자인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조금 우습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이 장면은 나에게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 주고 있다.
물론 활짝 열린 것은 아니고, 아주 가느다랗고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오는 수준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다온!!”
“이크!”
습관적으로 달려 나가려고 했던 난, 펩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발걸음을 늦춘다.
오늘은, 달리는 일이 무척 적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