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88)
287화
·후반 23분
바이에른 뮌헨 3 : 1 하노버 96
삐-익!!
마침내.
.
(이후재)
“아-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 교체입니다. 두 명이 바뀝니다. 필리프 람을 대신해 얀 키르히호프가 투입되고, 데이비드 알라바가 투입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 호이비에르 선수가 빠집니다. 조금 의외죠?”
(한희준) – KBS Sports N 해설위원
“아마도 이 교체 후에 어떤 포메이션적인 변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부상자가 많다 보니 전술적으로 땜빵의 느낌이 다소 강하거든요? 현재 뛰는 선수들로만 봐선, 쓰리백으로 수비를 바꾸고, 양쪽 윙백에 무게를 둘 것 같습니다.”
.
본래라면 이 교체는 조금 더 이른 시점에 나왔어야만 한다. 하지만 전반 37분 디디에 야 코난에게 실점을 허용하면서, 펩은 주전의 투입 시간을 좀 더 길게 끌고 갔다.
그러다 후반 19분 마침내 뮐러가 추가 골을 만들었는데, 바로 그 직후 교체의 움직임이 생겨난 것이다.
“Weißt du davon?(알고 있지?)”
“Ja.”
가운데로 이동하는 판 바위턴에게 대답하며, 난 위치를 앞으로 끌어 올렸다.
이제부터 우리는 하노버가 리그에서 우릴 상대로 사용했던 비대칭 전술을 가져갈 예정이다. 크로스가 젝서(DM)로 내려서고, 알라바와 뮐러가 아흐터(CM)위치에서 뛴다.
제르단 샤키리는 그대로 왼쪽 윙어로 뛸 건데, 이런 식으로 포메이션을 구성하게 되면 오른쪽이 텅텅 비게 된다.
그래서 펩은 내게 무척 특별한 지시를 내렸었다.
이는, 어제부터 쭉 나눴던 대화들이다.
[“후반전엔 네가 공격을 해 줘야만 해.”] [“전반은 널 수비 진영에 가둬 둘 거야. 스프린트를 줄이고 체력을 아껴 둬.”] [“대신 필리프를 도와. 빌드업에 힘을 보태.”] [“하노버의 체력이 떨어지는 시점에, 난 네가 최대한 쌩쌩한 상태이길 원해.”] [“토마스가, 네 위치를 만들어 줄 거다.”]언젠가 토마스 뮐러는 펩 과르디올라의 축구를 퍼즐 맞추기에 비유했다. 큰 틀은 정해져 있고 각자에게 서로 다른 지시가 내려지는 게, 퍼즐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린 선수 개개인에게 펩이 무엇을 주문하는지를 알지 못한다.
그저 전술적인 커다란 틀 안에서 펩의 세부적인 지시 사항을 따르다 보면, 저절로 아귀가 맞춰지곤 했다.
후반전.
전술을 바꾼 뒤에 우리에게 내려진 공통적인 틀은 바로, 후방 빌드업을 통해 상대의 전진을 끌어내라는 것이었다.
십중팔구 앞서 있을 확률이 높으니, 조급할 수밖에 없는 상대의 심리를 이용하여 뒤쪽의 공간을 만들자고 했다. 이 때문에 피사로도 가짜 9번처럼 뛸 예정이다.
펩은 생각대로 전술이 작동되었을 때, 토마스 뮐러와 제르단 샤키리가 최전방에 있을 거라고 했다.
그것을 머릿속에 넣어 둔 채, 나는 바이에른 뮌헨 합류 후 첫 쓰리백을 경험한다.
“토니!!”
볼을 지켜 내는 토니 크로스로부터 패스를 전달받아, 후방의 판 바위턴에게로 볼을 보낸다.
우리는 서둘지 않았고, 패스는 노이어에게까지 이어져 디에고 콘텐토에게로 연결됐다.
사실 처음 펩의 이야기를 조금만 들었을 땐, 차라리 알라바를 젝서에 두는 편이 더 낫지 않은가? 라고 생각했었다. 굳이 토니를 내려, 공격력을 깎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알라바는 아흐터보다는 젝서가 좀 더 어울렸고, 뮐러 역시 패스로 경기를 푸는 타입은 아니다.
하지만, 설명을 듣고는 이내 펩의 의도를 이해하게 되었다. 우린 후방에 볼을 최대한 두어야 하고, 그러려면 상대의 압박으로부터 견딜 수 있는 남자가 필요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바로 지금처럼 공격이 끊겼을 때, 전방에서부터 높은 수준의 압박을 가하는 것이 가능했다.
샤키리의 크로스가 다소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 마누엘 슈미드바흐(Manuel Schmiedebach)에게 안착했을 때, 하노버는 즉각적인 역습을 준비했다.
양쪽 윙백인 나와 콘텐토는 깊숙이 전진한 상황이었고, 팀의 측면 뒷공간은 텅텅 비게 된 상태였다.
그렇지만 바로 그때, 알라바가 나타나 슈미드바흐를 강하게 압박했다. 당황한 그가 옆의 슈틴들을 찾았으나, 뮐러가 그의 가까운 곳에 있었다.
결국 하노버는 오히려 전방에서 강한 압박을 받는 모양새가 되었고, 간신히 자유로워졌을 때에는 이미 나와 콘텐토가 자리를 찾아간 다음이었다.
바로 이것 때문에, 토니가 젝서로 온 것이다.
“후우~”
모처럼 힘껏 앞뒤로 전력 질주를 하고 나니, 이제야 겨우 몸이 풀리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허허.”
조금 우습지 않은가?
이미 경기는 70분을 넘어섰는데, 기분은 마치 교체로 막 투입된 것만 같았다.
‘아, 근질거려.’
펩이 한껏 내 질주 본능을 억누르고 있었던 덕분에, 내 다리는 지금 계속해서 일을 하고 싶다고 외치는 중이다. 더구나 지금 막 맛을 조금 봐서, 더욱 감질난다.
하지만 충분히 후방에서 작업이 진행될 때까진, 계속해서 욕구를 억누르며 미리 지시받은 위치에 머물러야 한다.
하프 라인을 기준으로 그 아래 15m 정도로 끊어 낸 정사각형 공간이 내가 1차적으로 머물러야 할 장소였고, 최전방으로 뛰어가는 것은 하노버 3선의 위치가 나를 넘어설 때였다.
그리고 지금 막, 슈미드바흐가 나를 지나쳐 토니에게로 달려갔다.
현재는 판 바위턴이 오른쪽 수비수 위치로 이동해 있고, 콘텐토 역시 내려서며 남은 두 명의 센터백과 함께 포백을 형성해 둔 상태다.
여기에 토니와 마누엘 노이어가 후방 빌드업에 참가하며, 페널티 박스 부근에서 여섯 명이 볼을 주고받는 모양새였다.
준비는 이제 끝난 셈이다.
‘딱. 하나만 빼면.’
내가 뛰어나가는 것에 하노버가 신경을 쓸 수 없도록, 효과적인 위치로 볼을 이동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일단은 조금 더 아래로 내려가, 후방 빌드업에 힘을 실어 주는 척하며 상대의 시선을 분산시켜 본다. 판 파위턴의 패스를 논스톱으로 단테에게 보내며, 인내심을 발휘한 거다.
그러곤 계속해서 상황을 지켜봤다.
하노버의 전방 압박은 더욱더 거세졌고, 현재 피치 위의 모든 선수들은 우리 진영 안에 있다.
볼이 한쪽으로 이동을 할 때마다, 하노버의 선수들은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그것을 추격한다. 그러다 어떠한 순간, 피치의 한 공간이 비었다.
대략 가로세로 5m 정도 되는 크기였는데, 그것을 본 나는 반사적으로 손을 뻗었다.
누가 저기에 좀.
‘왔어-!!’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토니 크로스가 해당하는 공간으로 움직였고, 타이밍에 맞춰 노이어가 패스를 굴려 보내는 것을 보자마자 난 곧장 달려 나갔다.
계속해서 전방 압박에만 신경을 쓰고 있던 덕분에, 하노버의 선수들이 날 발견한 것은 꽤 시간이 지난 다음이었다.
“토니이이이-!!!!!”
아직은 하프 라인 아래에 있어, 지금 패스를 보낸다면 오프사이드를 피할 수 있다.
하지만 대략 1초.
‘아니, 0.5초.’
조금만 더 지체를 하면, 지금까지의 수고가 몽땅 물거품이 될 것이다.
상대도 바보가 아닌 이상, 우리가 극단적으로 수비 진영에 머무르는 이유를 파악해 낼 테니까 말이다. 최종 라인을 낮춰 둔다거나 하는 식으로, 변화를 줄 수 있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해도, 하노버가 득점을 노리는 이상은 계속해서 기회는 주어질 거다.
그러나 지금처럼은 아니다.
‘……그렇지!’
왼쪽으로 잔뜩 고개를 젖혀 토니를 바라보던 나는, 그가 오른발을 강하게 휘두르는 것을 확인하며 높게 떠오른 축구공을 눈으로 추적했다.
빠르게 나와의 거리를 좁힌 그것은, 어느새 내 앞으로 나아간다.
사람이 축구공보다 빠를 수 없다는 말은 진짜다.
알고 있었지만, 이럴 때 유독 그것이 와닿는다.
하지만 사람이 그런 축구공을 이내 발밑에 둘 수 있는 건, 저것은 더 나아가기를 포기하지만 사람은 끝까지 계속 나아간다는 것 때문일 것이다.
이러면 꼭 축구공이 사람인 것 같지?
뭐, 바스티가 싫어하는 비유인 거다.
툭-
축구공이 피치에서 두 번 정도 튕겨 올랐을 때, 나는 마침내 그것을 발아래에 놓아둘 수 있었다.
코너플랫 앞 2m 정도 되는 아슬아슬한 지점이었고, 몸을 돌린 나는 잠깐 왼쪽을 쳐다보며 상황을 파악코자 했다.
“…….”
하노버의 수비가 정신없이 후퇴하는 가운데, 뮐러와 제르단이 우리 뮌헨의 선수들 중 가장 앞선다. 알라바가 바로 그 뒤에 있었고, 남은 이들은 그저 라인을 높이는 수준에서만 달리기를 하고 있다.
즉, 나를 포함한 저 세 명이서 이번 역습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클라우디오 피사로는 조금 지쳤는지, 산보하는 듯한 모습으로 달리는 시늉만 하는 정도였다.
‘좋아, 파악 끝.’
동료들의 위치를 확인하는 짧은 시간 동안, 나는 이미 어떻게 해야 할지를 결정해 두었다.
방향이 잡혔으니 망설일 이유는 없다.
난, 곧장 드리블을 시작한다.
[막아-!! 막아야 한다고!!] [지연해!! 지연시켜!!]정신없는 말들이 쏟아져 내려오지만, 지금 내 귀에 들리는 건 관객석의 관중들이 내지르는 기대에 찬 발성뿐이다.
나는 골대를 목표로 곧장 달려 나갔다, 페널티 박스를 넘어선 뒤에는 아주 조금 드리블을 골라인 쪽으로 가져가며 론-로베르트 칠러의 위치를 강제했다.
그는 내가 각도가 없는 위치에서도 얼마든지 강한 슈팅을 날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더 빈 공간을 허용하지 않으려 골포스트에 바짝 달라붙었다.
하지만 바로 그게, 내가 바라는 바다.
난 칠러가 골대를 비우길 원했다.
‘토마스.’
다시 슬쩍 옆을 바라보며, 난 토마스를 향해 패스를 굴렸다.
오직 나만 생각하며 달려온 하노버의 수비수들 사이에서, 비어 있는 공간을 찾아내는 일은 저 남자에겐 누워서 떡 먹기보다도 더 쉬웠을 거다.
그랬다.
나는 처음 볼을 잡아 두었을 때부터, 이런 식으로 달려 칠러의 위치를 강제하고 뮐러를 찾으면 반드시 그가 빈 공간으로 뛰어 들어올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위치상, 그런 플레이를 마무리할 수 있는 방법은 컷백(Cut-Back) 외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툭-
발 안쪽을 이용해, 어느 때보다도 신중하게 힘을 조절하여 축구공을 굴려 보낸다.
지금 저곳은 비어 있지만, 곧 뮐러가 나타날 거다.
‘……봤지?’
정말 불쑥 나타난 뮐러가 축구공에 오른발을 가져다 대고, 내 슈팅을 견제하느라 골포스트 옆에 붙어 있던 칠러가 다급하게 몸을 날린다.
하지만 금방 말한 것처럼, 사람은 축구공보다 절대 빠를 수가 없다.
그러니 그냥 한가운데로 슈팅을 차더라도…….
팅-!!
“!!”
[!]{“!!”}
“어?”
뮐러의 슈팅이 반대편 골포스트를 맞고 튕겨져 나간다.
순간 내 몸은 얼어붙었고, 멍하니 축구공을 따라 움직이는 시선 속에서 나타난 제르단 샤키리가 몸을 날려가며 세컨볼에 발을 가져다 대어 기어코 득점을 만들어 낸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어쨌든 골이 들어간 것에 관중들이 환호하기 시작하고, 샤키리의 셀레브레이션에 참여할 수 없었던 유이한 나와 뮐러는 서로를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었다.
먼저 표정을 띄운 건 뮐러였다.
그는 환하게 웃으며, 내게.
“하핫-! 미안. 네 어시스트를 날려 버렸네?”
“…….”
아이고 두야.
내 인센티브가 얼마였더라?
조만간, 뮐러에게 청구서를 보내야 할 것만 같다.
‘으이그 저 웬수.’
순간 머리가 지끈거려, 난 머리카락을 양손으로 부여잡았다.
.
.
·경기 결과
바이에른 뮌헨 4 : 1 하노버 96
[골] 토마스 뮐러 : 전반 17분(제르단 샤키리), 후반 19분(제르단 샤키리)클라우디오 피사로 : 전반 27분(단테)
제르단 샤키리 : 후반 31분(토마스 뮐러)
김다온 ? 96분 출전(평점 2.5)
***
(요헨 율머) – Sky Sports 스튜디오 호스트
“금방 뮌헨과 하노버의 경기가 끝났습니다. 결과는 보셨다시피 4:1 뮌헨의 승리였죠. 또 하나의 Vier Munchen이었네요, 팔코. 어떻게 보셨습니까?”
(팔코 애들러) – Sky Sports 스튜디오 패널
“작년 트레블을 기록한 클럽입니다. 여름 이적 시장에서 손실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죠. 하지만 뮌헨은 현재 부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슈바인슈타이거, 마르티네스, 티아고를 포함한 다수가 빠져 있죠. 수비진의 바트슈투버는 복귀일을 가늠하기 어려운 장기 부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뮌헨의 페이스는 놀랍습니다.”
(요헨 율머)
“사실 제가 볼 때는 작년보다 더 강해 보입니다. 이것 또한 펩의 마법일까요? 당신은 이전에 뮌헨에게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죠. 당시 그것은 뮌헨의 축구이지, 펩의 축구가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팔코 애들러)
“네. 지금도 여전히 펩의 축구보다는 뮌헨의 축구에 더욱 가깝습니다. 펩이 얼마만큼 뮌헨의 축구를 바꾸려는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그때보단 훨씬 더 펩의 축구에 가까워졌죠.”
(요헨 율머)
“지금 박스에는 예나가 나가 있습니다. 그녀가 오늘 뮌헨의 축구를 분석해 드릴 건데요. 우선 광고를 보고 돌아오죠. 저희는 Sky Sports Germany. 운터푀링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방송을 보내 드리고 있습니다.”
***
2013년 9월 26일. 맨체스터 M11 4TQ, 잉글랜드. 에티하드 캠퍼스, 노스 게이트, 400 애쉬튼 뉴 로드. 시티 풋볼 아카데미(City Football Academy. Etihad Campus, North Gate, 400 Ashton New Rd. Manchester M11 4TQ, England).
아직 이적 시장의 성패를 논하기에는 이른 시각이지만, 성미 급한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 자네는 실패한 걸세, 칼둔.
“내가 말인가? 이런, 만수르! 그건 너무나 큰 억측이야!”
– 정말 그런가?
“…….”
맨체스터 시티의 회장 칼둔 알 무바라크는 구단주 만수르로부터 여름 이적 시장에 관한 책임을 추궁받는 중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시즌 초반 기복이 큰 경기력이다.
뱅상 콤파니의 부상이 결정적인 이유가 되긴 했지만, 그럼에도 맨시티는 카디프에 2:3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는 등의 힘겨운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었다.
하위권 전력의 팀에 발목을 붙잡히는 일이야 EPL에서는 매우 흔한 것이지만, 무엇이든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
– 해고를 하지.
“해고? 날 말인가?”
– 아니. 스카우트 팀. 그들이 내 돈을 축내고 있어.
취미 생활에 진심인 남자만큼 진심을 다하는 사람도 없는 법이다.
그것을 잘 알고 있기에, 칼둔은 만수르의 말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보게. 자네가 가장 잘 알겠지만, 축구 클럽은 그런 식으로 돌아가서는 안 돼.”
– …….
“우편물을 나르는 인턴만 이유 없이 잘라도 신뢰를 잃는 것이 바로 축구 클럽이란 조직이야. 그런데 스카우트 팀 전체를? 알라의 이름을 걸고, 그들은 정말 최선을 다했네.”
– 알라를 그런 곳에 끌어들이지 말게. 불경한 짓이야.
답답함과 짜증이 치밀어 올라 인상을 찌푸리는 칼둔이지만, 그래도 설득은 어찌어찌 통한 것 같았다.
– 파블로는 이제 퇴물이야. 가엘은 쓰레기 같더군.
“……그래. 잘 전달하지.”
– 우린 그가 필요했네. 그래서 내가 자금을 무한정으로 지원하기로 했고, 그렇다면 반드시 그의 영입을 이뤄 냈어야만 했어. 우리의 규칙이 뭐였지, 칼둔? 위험 부담을 감수하는 일은, 반드시 성공으로 끝났어야만 해. 난 정말 실망스럽네. 이만, 끊지. 사우디와 통화를 하기로 했어.
-딸각-
맨시티의 회장은 지금까지, 김다온의 영입을 이뤄 내지 못한 책임을 칼둔에게 추궁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김다온이 뮌헨으로 향했을 때, 칼둔은 안타까움보다는 안도하는 마음을 더 많이 느꼈다. 어차피 데려올 수 없다면, 리그 내의 라이벌 팀으로 가는 것보다는 나았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한편으론, 현재 클럽에 속해 있는 사이드백들의 기량에 대한 신뢰도 갖고 있었다.
오른쪽에 파블로 사발레타와 마이카 리차즈, 왼쪽에 가엘 클리시와 알렉산다르 콜라로프.
세계 최고라 부를 수는 없겠지만, 충분히 경쟁력 있는 실력을 지닌 우수한 이들이라는 게 칼둔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 맨시티의 사이드백은 자신들을 이끌어 줄 커맨드형 센터백 없이는 기본적인 수비 위치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는 바보임을 드러내고 있다.
물론 전날 뱅상 콤파니가 복귀하면서 사이드백도 제 기량을 찾았고, 맨체스터 더비에서 맨유를 4:1로 꺾으면서 클럽의 활기도 다시 되찾았다.
그러나 맨체스터가 아닌 아부다비에 머무는 구단주에겐,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크게 보이는 것 같다.
‘결국, 증명해야 해.’
책상 위에 놓인 달력에 시선을 둔 칼둔이, 페이지를 넘겨 10월의 일정을 확인한다.
다음 달 2일, 맨시티는 홈으로 뮌헨을 불러들인다.
‘우린, 틀리지 않았어.’
엄청난 액수가 적힌 계약서를 내밀기는 했지만, 칼둔은 자신이 김다온의 영입에 100% 전력을 기울이지는 않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었다.
아무리 돈이 넘쳐난다지만, 사이드백에게 8천만 유로의 이적료를 투자하고 리그 최고 수준의 주급을 쥐여 준다는 것은 칼둔의 상식으론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바다 건너 김다온의 맹활약 소식이 연일 들려오는 최근에도, 그런 칼둔의 생각은 전혀 변함이 없었다.
펩과 김다온을 모두 빼앗긴 것을 탓하는 치키 베히리스타인과의 소원해진 관계 역시, 2일에 있을 챔피언스 리그 경기를 통해 만회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결국, 이 세계는 언제나.
‘승자가 모든 것을 다 가져가지.’
Winner Takes All.
영광은 늘, 승리하는 자만의 몫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