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89)
288화
2013년 9월 27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FC 바이에른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예전엔 내가 훈련을 하는 이유가, 축구 선수로서 좀 더 나아지기 위한 것이라고만 생각을 했었다.
물론 이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훈련이라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축구 선수라는 사실을 알려 주고, 동료들과 함께 어울림으로써 이 직업을 더욱 사랑하도록 만들어 준다.
여기에서 말하는 동료란 단순히 피치 위에서 함께 뛰는 이들이나 코칭스태프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속한 클럽을 위해 수고해 주는 모든 이들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가 승리하도록 만들기 위해, 수많은 이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이라는 이름의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훈련이 없다면, 절대 그들과 친해질 수 없다.
“어때요? 고칠 수 있겠어요?”
“응. 아마도 가능할 것 같아.”
“진짜요?”
“응. 뮌헨에 오기 전에 Reparaturzentrum에 근무했거든.”
“? 그게 뭔데요?”
“아. 우우웅~ 끼릭. 끼릭. 이해해?”
“오-!! 네! AS!!”
“뭐?”
“한국에서는 그걸 AS라고 하거든요. After Service.”
“하하. 그것 참 이상하네.”
클럽하우스 내에서 훈련 도구 등을 챙겨다 주는 쇠렌 파이트(Soren Veidt)와는 제법 친하게 지내고 있다. 그는 나뿐만이 아니라, 선수들 전반과 두루두루 친하다.
바닥에 떨어트린 태블릿을 보며 난감해하던 나를, 쇠렌 파이트가 고칠 수 있다면서 구원했다.
“맡겨 둬. 맨시티 원정에 다녀올 때까진 고쳐 둘게.”
“Du bist mein Held, Soren.”
“하하. 제기랄. 남자한테 듣고 싶었던 말은 아닌데.”
쇠렌은 사람 좋기로 유명하지만, 여자 앞에서는 말 한 마디 제대로 못 하는 숙맥이다. 몇 번인가는 사람들이 그를 클럽으로 데려갔는데, 매번 실패였단다.
본인도 그것 때문에 조금 위축이 되어 있는데, 내가 볼 때 쇠렌의 가장 큰 문제점은 눈치가 부족하다는 거다.
“들었죠? 저 말을 듣고 싶었대요.”
“!”
클럽의 소셜네트워크를 담당하는 비브케 키텔(Wiebke Kittel)은 쇠렌을 남모르게 짝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두 개의 큰 문제가 두 사람의 관계 진전을 방해하고 있는데, 하나는 쇠렌의 눈치이고 다른 하나는 비브케 키텔 역시 매우 소극적인 여성이라는 것이다.
그녀를 스쳐 지나가며 건넨 귓속말에, 자라처럼 목이 움츠러든 비브케는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힘내요! 그럼.”
나를 포함한 동료들 모두, 쇠렌과 비브케가 어울리는 한 쌍이 될 것이라 생각하는 중이다.
내가 합류하기 전에 몇몇이 나서서 중재를 해 볼까도 했지만, 그때마다 리베리가 말렸단다.
남녀 관계에는 섣불리 끼어드는 것이 아니라나?
나는 그가 꽤 옳은 말을 했다고 본다.
어쨌든, 이런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 가고 클럽을 나의 새로운 집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은 무척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외에도, 훈련이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바로.
“Guten Morgen, Pummelfee.”
“아-! 나 그거 싫다니까?”
컨디셔닝 관리다.
오직 훈련을 통해서만, 시합에서 본연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실전 감각이란,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 줄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하지만 게으르다거나 부상 등의 이유로 훈련에 참여할 수 없게 되면, 자연스럽게 컨디셔닝이 떨어지게 되고 팀의 전반적인 수준과 멀어지게 된다.
지금 내가 ‘Pummelfee’라고 부른 남자처럼 말이다.
뚱뚱한 요정.
이는, 마리오 괴체의 별명이다.
[이런, 제기랄. 난 조금만 먹어도 찐단 말이야!]툴툴거리는 마리오를 입구 앞에다 남겨 두고, 난 가벼운 걸음걸이로 대회의실 안으로 들어섰다. 지금은 내일 경기를 위한, 비디오 분석을 하는 시간이다.
선발 명단 발표는, 오늘 일정이 끝난 뒤에 이루어질 거다.
“Morgen. Hallo. Morgen.”
일정이 빡빡하게 변하면서, 펩은 몇 가지의 규율을 조금 느슨하게 바꾸었다. 그래서 지금처럼 자유롭게 대회의실로 들어와 먼저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본래라면 선수단 전원이 모일 때까지 입구에서 기다리다가, 정각이 되면 안으로 들어섰다.
별것 아닌 변화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사소한 편의가 있기에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는 것 같다.
“오-! 할로, Pummelfee!!”
“살을 뺀대도!!!”
“하하하하.”
우리 선수들은 농담의 소재거리로 써먹고는 있지만, 펩을 포함한 코칭스태프들은 3주 만에 6kg이 쪄서 나타난 마리오 괴체에 크게 실망한 상태다.
중간중간 보고를 전달받긴 했지만, 체중의 문제가 이토록 과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운동에서 조금만 멀어져도 쉽게 살이 찐다는 마리오 괴체는, 부상에서 완벽히 자유로워졌음에도 도저히 실전에서 뛸 수 있는 몸이 아니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 때문에 펩과 볼파르트 박사님이 또 설전을 펼쳤다고 들었는데, ‘부상 때문에 클리닉에 맡겼으면 관리도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펩이 말하자, ‘우린 선수를 치료할 뿐, 체중 관리와 운동선수로서의 관리는 클럽의 몫.’이라고 킬리안 뮐러-볼파르트가 맞받아쳤다고 한다.
재빨리 볼파르트 박사님이 그의 아들로부터 전화기를 가로챘을 땐, 화가 난 펩이 전화를 끊은 다음이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론, 이 부분은 킬리안이 잘못했다고 본다.
그의 말은 의사로서는 옳을지 몰라도, 바이에른 뮌헨 전담 팀 닥터의 스태프가 할 말은 아니었다.
“Morgen! 다들 이미 앉아 있군.”
“…….”
오늘도 어김없이, 다소 피곤해 보이는 펩이 나타났다.
실은 그만이 아니라, 우리들도 다들 피로했다.
아무리 훈련과 관리로 컨디션을 유지코자 노력하고 있어도, 사람인 이상 이쯤이면 지칠 수밖에 없다.
솔직히 내일은 100%의 뮌헨은 아닐 거다.
“다들 피곤할 테니, 짧게 하지.”
비디오 세션이 진행되는 내내, 나는 자꾸 감기려는 눈꺼풀을 부여잡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몇몇 동료들 역시 마찬가지였고, 그래서 유독 의자 위에서 움직임이 많았다.
그러다 문득, 펩은 이런 피로를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물어볼까?’
오후 훈련 때 기회가 있을 테니, 적당히 눈치를 보고 한 번 질문을 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헙.”
입을 비집고 나오려는 하품을 힘겹게 참아 내며, 난 뿌옇게 변하는 시야를 바로잡기 위해 눈에 고인 눈물을 닦아 냈다.
***
2013년 9월 28일. 80939 뮌헨, 독일. 베르너-하이젠베르크-알리 25. 알리안츠 아레나.
·경기 시작 2시간 전
바이에른 뮌헨 0 : 0 볼프스부르크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뮌헨/상대팀) : 4-1-4-1/4-4-1-1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디에고 베냘리오
RB ? 김다온 / RB ? 크리스티안 트래슈
CB ? 제롬 보아텡 / CB – 나우두
CB ? 단테 / CB ? 로빈 크노헤
LB ? 디에고 콘텐토 / LB ? 리카르도 로드리게스
DM ? 필리프 람 / RM – 구자철
RAM ? 아르연 로번 / DM ? 루이즈 구스타보
CM ? 토마스 뮐러 / DM ? 얀 폴락
CM ? 프랑크 리베리 / LM ? 마르셀 섀퍼
LAM ? 제르단 샤키리 / CAM – 디에구
ST ? 마리오 만주키치 / ST ? 이비차 올리치
.
.
어제 오후 훈련 도중 잠깐 휴식이 찾아온 틈을 타, 나는 펩에게 다가가 이렇게 물었다.
[“펩. 당신이 이런 피로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해요.”]그러자 펩은 웃으며, 내게 한 가지를 제안했다.
[“저녁이나 같이 먹지.”] [“어디서요?”] [“우리 집. 당연한 것을 가지고.”]그렇게 나는 두 번째로 펩의 집을 찾게 되었고, 우리는 또다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펩은 내게, 자신이 아는 가장 헌신적인 선수에 대해 말해 주었다.
바로.
[“에릭 아비달은 내가 아는 선수 중 가장 훌륭했어. 축구 선수로도 물론이거니와, 인간적으로도 흠잡을 구석이 없었지.”]프랑스 대표이자 2000년대 중반 FC 바르셀로나의 왼쪽 풀백으로 활약해 온 에릭 아비달(Eric Abidal)은, 펩이 기억하는 가장 완벽한 축구 선수였다.
조금 더 정확히 표현을 하자면, ‘완벽한 팀 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지만 말이다.
[“내가 처음 바르셀로나 1군 팀을 맡게 되었을 때, 난 그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어. 당시 아비달은 바르셀로나에 겨우 1년 있었을 뿐이었지만, 모든 사람들의 신뢰를 얻고 있었지.”]펩이 기억하고 있는 에릭 아비달은 늘, 팀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는 남자였다. 단 한 번도 훈련에 지각한 적이 없었고, 단 한 번도 훈련이나 일정이 힘들다고 불평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간에 종양이 있다는 것이 밝혀진 뒤에도, 에릭 아비달은 그것을 숨기고 또 참으며 13경기를 더 뛰었다.
왜?
[“그에겐 우선시되는 가치가 있었어.”] [“승리요?”] [“아니. 팀.”]2011년 3월 17일 아비달이 종양 적출 수술을 실시한 뒤에, 펩이 그의 병실을 찾아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이보게, 에릭. 왜 그렇게 미련하게 뛰었나? 자네는 아프다고 말하면 됐고, 난 그걸 받아들일 수 있었어. 자네 덕분에 나만 자네의 부인에게 원망을 듣게 되었지 않나?”]농담이 섞인 펩의 걱정 앞에서, 에릭 아비달은 웃으며 이렇게 답을 했다.
[“네, 감독님. 제가 실수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 팀은 흔들리고 있었고, 제가 빠진다면 당신과 동료들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겨우 10경기인걸요.”]겨우 10경기.
그 말을 듣는 순간, 펩은 망치가 뒤통수를 내리친 것 같았다고 했다.
[“그땐 우리 모두가 힘든 시기였어.”]당시 펩은 티토 빌라노바의 갑작스러운 귀밑샘 종양(암) 고백으로 인해, 몹시도 힘든 시간을 보냈다. 티토는 펩이 바르셀로나 B팀을 이끌 때부터 함께해 온 벗이었다.
자신이 감독직에서 물러났을 때도, 바르셀로나의 보드진에게 ‘티토라면 팀을 잘 이끌 수 있을 겁니다.’라는 메모를 남겼을 정도로 깊이 신뢰하는 사이였다.
물론 아비달은 그때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저 펩의 표정이 나쁘다는 걸 알았단다.
[“외에도 당시 바르셀로나는 흔들리고 있었어. 복잡한 정치 문제. 언론. 무엇보다, 내 열정이 그만큼 되지 않는 것 같았지.”]지금까지 내가 겪은 펩 과르디올라는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영역까지 본인이 어떻게든 해결하려는 사람이었다.
에릭 아비달이 아프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펩은 그를 계속해서 출전시켰다는 죄책감과 함께 팀에 중요한 선수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 때문에도 힘들었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들었을 때, 펩이 왜 팀 닥터가 클럽에 항상 상주하는 것에 집착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펩은 본인이 신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많은 부분을 주변에 의존한다.
그리고 건강은 펩이 절대 알 수 없는 부분 중에 하나이다. 이 문제만큼은 어떤 축구 감독이건 전문가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아무튼, 아비달은 내게 그렇게 말하더군. 자신에게 가장 우선시되는 가치는 매년 5월이 되었을 때, 활짝 웃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라고 말이야. 그는 그때 자신이 빠져 버리면, 지난 몇 개월의 수고가 물거품이 된다고 생각했던 거지.”]이후에 펩은 고된 일정 때문에 지치고 그래서 나태해진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을 모아 두고 아비달의 이야기를 했다.
너희들이 게으름을 피우고 있을 때 아비달은 13경기를 병마와 함께 뛰었다며, 지침에 대한 핑계를 찾기보단 가장 우선시되는 가치를 위해 싸우라고 소리 높였다.
건강한 너희들이 이렇게 게으름을 피우면, 병상에 있는 아비달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겠냐고 말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모두 들었을 때, 왜 펩이 아비달을 그토록 신뢰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자네도 그렇게 될 거야.”] [“네?”] [“내 눈은 속이지 못해. 벌써부터 자네의 열정이 이 팀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마리오가 자네와 어울려 다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과분한 칭찬도 들었다.
전에도 그랬지만, 펩의 집을 갈 때마다 좋은 이야기와 함께 책임감을 어깨 위에 짊어지고 오는 기분이 들었다.
조금 무겁긴 하지만, 그게 싫지는 않다.
조금 이상한가?
“응? 뭐야? 빨리 왔네?”
“낮 경기잖아요. 차가 안 밀렸어요.”
“하하. 그건 그래. 그래서 난 10분 늦게 출발했지.”
“현명하네요.”
지금 막, 혼자 있던 라커룸에 단테가 도착했다.
“펩은?”
“출근했죠. 제가 오기 한 시간 전에 이미 도착해 있었다고 하던데요?”
“그래?”
옷을 갈아입는 단테와 나의 눈은, 라커룸 옆에 붙어 있는 감독실로 향하고 있다.
“그도 쉬어야 해.”
“네. 하지만.”
“?”
“알잖아요. 펩은 절대 쉬지 않을 거예요.”
“하긴. 그건 또 그래.”
실은 방금 이야기를 할 때, 끝까지 말하지 않고 생략한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어제 펩이 내게 말을 해 준.
아니, 아비달이 그에게 말해 준 내용이었다.
최우선시 되어야 하는 가치.
이것 때문에 펩 과르디올라는 불면증을 달고 살며, 사흘에 한 번꼴로 간신히 푹 자는 삶을 지켜 가고 있는 것이다.
그는 끊임없는 승리를 원한다.
‘그러면 난?’
정말 솔직하게 말하자면, 펩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매우 즐겁고 재미있는 것이지만 동시에 매우 어려운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가끔 잘 모르겠다고 솔직히 말을 하면, 펩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면서 시간이 자연스럽게 해답을 알려 줄 거라는 식으로 말하고는 했다.
자신이 하는 말을 모두 이해하기에 19살은 너무 어린 나이이며, 지금 이렇게 대화를 이어 갈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놀라운 것이라고 말이다.
펩 특유의 아이를 대하는 듯한 태도가 나온 것이었지만, 난 그게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다.
실제로 어렸으니까.
또.
‘배우고 있잖아?’
아마도 내가 지금의 피로를 이겨 내는 최우선 가치를 말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배움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성실한 학생이 되고자 한다.
물론.
[할로-!! 선생님은 어디 계셔?!]여전히 만주키치처럼, 때때로 펩을 조롱하거나 하는 사람들도 있긴 했지만 말이다.
쾌활한 모습으로 들어온 만주키치가, 내 어깨에 손을 한 번 얹고는 자신의 자리를 찾아 움직였다.
***
·경기 시작 50분 전
오늘 경기는, 레버쿠젠/도르트문트 전(戰)과 함께 내가 가장 기다려온 것이었다.
그 이유는 물론, 자철이 형이 뛰고 있기 때문이다.
난 형을 정말 상대해 보고 싶었다.
“야! 살살 해라?”
“뭐? 쎄게 하라고?”
“아니! 살살 하라고!”
“아~ 응. 쎄게 할게.”
“야이, 개새끼가!”
자철이 형의 로우 킥을, 난 낄낄거리면서 가볍게 회피했다.
“야이 씨. 너는 X나 강한 팀이고, 우린 그냥 보통이잖아.”
“아닌데? 6위잖아.”
“아~ 시즌 초반 아니냐.”
“그건 우리도 그렇잖아.”
“아이 씨, 왜 이렇게 토를 달아?”
왜긴, 재미있으니까 그렇지.
“아무튼, 형은 좀 어때? 감독이 잘 챙겨 줘?”
“어. 좀. 믿어 주는 게 있는 것 같아.”
사실 자철이 형은 지난여름 이적 시장에서, 팀을 옮길 것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그래서 6월 A매치에 다녀온 뒤에, 벤피카에 형을 추천했었다.
결과적으론 함께 추천한 청용이 형이 영입되긴 했지만, 아무튼 자철이 형은 볼프스에 미래가 없다고 내다봤었다.
“이젠 내가 잘해야지, 뭐.”
“그런데, 맨날 이상한 데서 뛰잖아.”
“……하아~ 그건 그렇지.”
펠릭스 마가트에 이어 볼프스부르크의 지휘봉을 잡은 디에터 헤킹(Dieter Hecking)은, 임대에서 복귀하는 자철이 형에게 중요한 역할을 맡기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니 팀을 옮기지 말고, 자신과 함께 볼프스부르크에서 계속해서 뛰자면서 설득했다.
볼프스부르크는 구단 지원과 환경 모두 꽤 우수한 편이라, 자철이 형은 감독의 설득에 마음이 넘어갔다.
그래서 팀에 남게 되었는데, 프리 시즌부터 자꾸 측면 미드필드로 활용하려고 해 문제가 되고 있었다. 때론 젝서도 맡았고, 어떤 경우는 윙으로 뛰기도 했다.
중요한 건 이 모두, 자철이 형의 능력을 100% 발휘할 수 없는 위치라는 거다.
“야, 나도 너처럼 잘하면 문제가 없었겠지.”
“에~이. 그런 게 어디 있어.”
자철이 형은 멀티플레이어가 될 수 없는 자신의 한계를 안타까워하고 있지만, 나는 조금 생각이 달랐다.
멀티플레이어가 될 수 있느냐의 여부는 90% 이상 타고나는 부분에 달렸고, 그렇지 않다고 하여 축구 선수로서 역량이 떨어지는 건 더더욱 아니다.
누군가는 특정 포지션에서만 편안함을 느낄 수도 있고,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는 전적으로 감독의 역량이다.
최소한 지금은, 그렇게 믿고 있다.
“야, 그래도 위로받으니까 힘은 좀 난다. 아무튼, 이따 보자.”
“어, 형. 힘내.”
“그래.”
자철이 형의 얼굴은 부쩍 초췌해 보였다.
그것이 조금 신경 쓰였던 나는, 걸어가는 형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다시 몸을 돌렸다.
오늘도 어김없이, 알리안츠 아레나는 사람들로 붐빈다.
‘후우- 할 수 있어.’
조금 지쳤지만, 난 그것을 핑계 삼지 않으려고 한다.
내 스스로 최우선시 하는 가치를 위해 뛸 것이다.
그리고 그 끝에서 승리를 가져갈 수 있다면, 오늘 하루도 멋지게 마무리했노라고 기쁘게 말할 수 있을 거다.
분명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