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90)
289화
로테이션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전반 15분도 채 되지 않아서 깨닫고 있다. 불과 사흘 전에 우린 ‘Vier Munchen’ 그 자체였지만, ‘Schwach(연약한) Munchen’이라 해야 할 것 같다.
공포는커녕, 자그마한 위협도 주지 못하고 있다.
물론 몇 번의 슈팅 기회는 있었다.
지금만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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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재) – KBS Sports N 아나운서
“아…… 오늘 전반적으로 뮌헨 선수들의 슈팅이 높이 뜨고 있습니다. 이건 무슨 이유일까요?”
(한희준) – KBS Sports N 해설위원
“가장 먼저 체력적인 부분을 원인으로 들 수 있겠죠. 9월 14일부터 오늘까지, 벌써 다섯 번째 경기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그동안 뮌헨은 거의 로테이션을 하지 못했거든요. 부상 선수가 많다 보니, 펩 과르디올라 감독에게도 선택지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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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13분
바이에른 뮌헨 0 : 0 볼프스부르크
지금까지의 흐름을 간략히 표현을 하자면, 재능과 체력의 대결이다. 경기 시작 20초가 지나면서부터 우리의 몸은 급격히 무거워진 반면, 볼프스부르크는 쌩쌩해 보였다.
물론 볼프스부르크도 오늘이 지난 일주일 중에 세 번째 경기이긴 하다.
하지만 저들은 포칼 컵에서 4부 리그의 VfR 알렌을 만났고, 로테이션 멤버를 투입해 가며 숨 고르기와 컨디션 조절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챙겼다.
징징거리긴 싫지만, 일정의 가혹함이 새삼 원망스러워지는 순간이다.
‘이런! 뺏겼잖아.’
체력적으로 부침을 느끼게 되면, 달리는 것만이 아니라 더 많은 요소에 문제가 닥쳐온다. 시야가 좁아지고, 집중력의 수준도 떨어져 하지 않던 실수들이 나온다.
그래서 우리는 더 많은 대화를 해야 하지만, 목소리를 내는 것 또한 일이라 영 쉽지만은 않다.
재능에 점점 더 의존하게 바뀌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인데, 오히려 이쪽이 몇 배는 힘들다.
지금만 해도, 로번이 볼을 끌다 마르셀 섀퍼(Marcel Schafer)에게 볼을 빼앗겼다. 볼프스부르크의 반격이 시작되었으나 전방 압박의 강도는 평소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체력적인 문제.
이것이, 초반부터 우리를 힘겹게 한다.
“막아!! 반대야!!”
마르셀 섀퍼가 얀 폴락(Jan Polak)에게로, 또 얀 폴락은 오른쪽으로 넓게 펼치면서 달려 나가기 시작한 자철이 형에게 기다란 패스를 보냈다.
사이드라인 앞쪽에서 볼을 컨트롤한 자철이 형은 살짝 템포를 늦추는 척을 하다, 날카롭게 파고 들어가는 크리스티안 트래슈(Christian Trasch)의 발밑으로 축구공을 전달한다.
특유의 완급 조절이 빛나는 장면이었달까?
딱히, 보고 싶었던 모습은 아니다.
‘지금은 적이거든.’
팀의 왼쪽 라인을 무너뜨린 트래슈의 언더랩이 팀의 수비를 크게 요동치게 만들고, 날카롭게 꺾여 들어오는 크로스를 향하여 올리치가 뛰어오른다.
지금 이 각도에선, 헤더가 성사될 것만 같다.
그러나.
“!!”
천만다행히도, 크로스는 올리치의 머리를 넘어 계속해서 흐른다. 축구공은 바깥쪽으로 휘어지며 떨어져, 피치에 맞고 페널티 박스 밖으로 빠져나간다.
순간 멈춰 선 내 발과 그것과는 상관없이 진행되는 경기.
그 속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려온다.
“막아아-!!”
“……이런!”
확실히 나도, 반응 속도라든가 생각의 진행이 평소보다 더디다. 가까이에서 들려온 펩의 목소리에 반응해 열심히 달려 나가며, 왜 진즉 몸을 움직이지 않았는지를 자책해 본다.
물론 그 이유는 잘 알고 있다.
맹렬한 기세로 달려오고 있는 리카르도 로드리게스가 다이렉트 슈팅을 위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 보인다.
약간의 죄책감도 있고 하여, 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곳으로 몸을 날렸다.
파앙-!!!
“욱-!”
목덜미 바로 아래에서, 묵직한 통증이 전해진다.
그리고 다음엔, 낙하의 충격이었다.
쿵-
“읏-!”
어깨 쪽에서 느껴진 감각은 그리 대단할 것이 없었지만, 잔디에 팔이 쓸리면서 생겨난 열기가 인상을 찌푸리도록 만든다.
그것보다, 공은 어디에?
허겁지겁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두리번거린 나는, 경기가 멈춰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코너킥이 된 것 같은데, 시간을 조금 끌어 볼 생각으로 등을 대고 누워 고통을 호소해 본다. 실은 바로 일어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이게 올바른 선택인 것 같다.
나도 나지만, 동료들에게도 쉴 시간이 필요했다.
전반 20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
‘하하. 이거 우습네.’
휘슬을 분 주심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들것이 들어오길 원치 않았던 나는 적당한 타이밍에 상체를 일으켰다.
“Bist du in Ordnung?”
“Ja.”
“이봐. 내 손을 잡아.”
괜찮은지를 묻는 주심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이며, 난 보아텡의 도움을 받아 완전히 일어설 수 있었다.
그는 방금 전 나의 다이빙이 좋았노라며,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잘했어. 정말 잘 막았다고.”
“고마워. 근데, 상황은 나빠.”
“그래. 다들 피곤해해.”
“…….”
동료들의 얼굴만 보면, 꼭 후반 40분 같다.
옆을 보던 내 앞에서, 다시 보아텡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Aber.”
“응? 지금 하지만이라고 했어?”
“그래. 그래도 네 덕분에 다들 나아질 거야.”
“……그랬으면 좋겠네.”
“하하. 날 믿어. 그럴 거니까.”
가슴팍을 두드려 주며 돌아선 보아텡이 손뼉과 함께 목소리를 크게 높인다.
여전히 훈련 때면 펩에게 가장 많은 잔소리를 듣고 있지만, 저 남자는 늘 피치 위에서 믿음직하다. 수비야 기본이고, 팀의 후방 빌드업 핵심 중 하나다.
무엇보다 불량배(Bully)라는 별명이 잘 어울리는 싸움꾼이라, 보아텡이 피치 위에 있으면 늘 든든했다.
그는 우리를 지켜 주고, 또 그러기 위해 싸운다.
저런 선수가 있으면, 심적으로 큰 위안이 된다.
반면에 오늘 난, 평소만큼은 할 수 없다.
분하긴 해도, 만약.
‘그걸 인정한다면 어떨까?’
제수스 감독님은 인간의 몸은 기계가 아니라고 했다. 그렇기에, 아무 이유 없이 좋고 나쁨을 반복한다고 말이다.
물론 이유를 찾으려면 얼마든지 찾아볼 수는 있겠지만, 최소 수십 가지의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혀 만들어진 현상의 원인을 찾으려는 건 무모한 짓이랬다.
그러니 힘들수록.
‘……단순해지자.’
지금은 내가 또 우리가 훈련해 온 것들을 믿고, 최대한 단순하게 축구를 바라봐야만 할 것이다.
지금까지 해 왔던 모든 것들이 우리를 버티게 해 줄 것이며, 스스로 90분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상태라고 믿는 게 가장 현명한 판단이다.
나는 이런 상황을 풀어 나갈 해답을 알고 있다.
배워 온 것들 속에, 그 해결책이 있으니까.
그리고 그것은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일 거다.
‘여긴 뮌헨이니까.’
디에고가 반대편에서 띄워 올린 코너킥이 다소 어정쩡한 위치로 날아가고, 높게 떠오른 노이어가 축구공을 안전히 품에 끌어안았다.
“휴우~ 이런 날도 있는 거야.”
어쩌면 축구엔, 여러 가지의 모습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
·전반 종료
바이에른 뮌헨 0 : 0 볼프스부르크
바이에른 뮌헨이 홈경기에서 전반 득점이 없었던 건, 이번 시즌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점수뿐만이 아니라, 많은 지표에서 이전 경기들과 꽤 차이가 컸다.
뚜벅-
뚜벅-
전반전의 끝을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마자, 펩 과르디올라는 누구보다도 빠르게 피치를 벗어났다.
앞으로 선수들은 2분 안에 모두 라커룸에 들어설 것이며, 그럼 자신은 1분 이내에 그들의 앞에 서서 올바른 이야기를 해야만 한다.
팀 토크(Team Talk)는 많은 감독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인데, 그 이유는 선수들을 속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감독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너무나도 쉽게 분간해 낸다.
현역 시절에도 그 이유를 찾지 못했던 펩은, 그저 경기로 인해 생긴 날카로운 감각이 팀 토크 때에도 유지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왔다.
딸깍-
“휴우-”
펩은 절대 라커룸에 오랫동안 머무는 감독이 아니었다. 어떠한 감독들은 선수들과 함께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거라고 믿지만, 그는 늘 저 반대라고 믿었다.
라커룸은 온전히 선수들만의 공간이고, 저곳에서 선수들은 편안함을 느껴야만 한다.
때때론 감독의 전술이나 행실에 대해 말할 수도 있어야만 하며, 그것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고 다시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야 했다.
감독실이 따로 존재하는 이유 역시, 라커룸이 선수들만의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똑똑똑-
“저기, 펩? 시간이 됐어요.”
그래서 펩 과르디올라의 하프타임 토크 과정은 항상 똑같았다.
자신이 먼저 감독실에 들어와 있으면, 선수들과 함께 들어선 도메네크가 시간이 되었음을 알려 줬다. 그럼 그제야 라커룸으로 향한 펩은 2분에서 4분 정도 팀 토크를 진행한 뒤에 곧바로 그곳을 빠져나간다.
이것이 예외가 되는 순간은 리그 우승이나 혹은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의 다음 단계 진출이 결정된 경기뿐이다.
도메네크가 열어 둔 문으로, 펩 과르디올라가 빠져나온다. 그러곤 언제나처럼 목소리를 높였다.
“Sitzen! Sitzen!! Und alle halten die Klappe!! 지금은 말을 할 때가 아니다!! 그 에너지마저도 경기를 위해 아껴 두도록!!”
사실, 펩 과르디올라가 팀 토크 시에 이토록 가하게 소리를 내지르고 카리스마를 앞세우는 모습은 FC 바르셀로나 시절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었다.
본래 그는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분데스리가에선 이런 모습이 필요했다.
독일 선수들은 연약해 보이는 감독에게 신뢰를 보내지 않았고, 이것을 알고 있던 펩은 본인의 스타일에 변화를 줬다.
언어 특유의 발음과 억양 역시 이에 한몫을 담당했지만, 덕분에 펩 과르디올라는 최근 목을 맑게 해 주는 캔디와 의약품을 달고 살게 되었다.
물론, 조금도 수고롭지 않은 일이다.
“상대가 우리보다 더 에너지가 높아!! 이건 부인할 수 없지!! 우린 훨씬 힘든 일정을 치렀다!! 부상 선수가 많아 로테이션을 할 수도 없었어!!”
부상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펩은 의도적으로 의료팀을 쳐다보지 않았다. 괜히 그들을 탓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거니와 괴체로 인해 생긴 다툼이 여전히 불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과는 반대로, 팀(Team) 볼파르트는 펩의 시선 처리에 강한 불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오직 한스-빌헬름만이 펩의 의도를 알아채고 있었는데, 그는 곁에서 입술을 꾹 깨문 아들 킬리안을 향해 화를 낼 이유가 없다고 말을 했다.
“왜요? 지금 저 인간이 우리 책임으로 돌리고 있어요.”
“그게 아니야, 킬리안. 오히려 그 반대야.”
“네? 그럼 설명해 주세요, 아버지.”
“…….”
며칠 전, 김다온은 한스-빌헬름 뮐러-볼파르트와 펩 과르디올라가 비슷한 구석이 있다고 느꼈었다.
본인은 아직 그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했지만, 김다온이 그렇게 느낀 이유는 한스-빌헬름 또한 펩 과르디올라처럼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로서 환자를 대하고 또 치료하는 능력은 세계 최고였지만, 한스-빌헬름 역시 그 외의 부분에서는 남들에게 설명하는 능력이 심각하게 부족했다.
그저 본인에게 당연한 것이니, 남들에게도 당연할 것이란 천재들만의 오만이 몸에 배어 버린 탓이다.
그리고 그런 환경에서 자라났지만 아버지만큼의 의료인은 될 수 없었던 킬리안 뮐러-볼파르트는,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약간의 열등감이 내면에 자리 잡고 있었다.
아버지와 닮은 펩 과르디올라에게, 특별한 이유 없는 적개심을 보이는 이유이기도 했다.
“빌어먹을 인간 같으니.”
“…….”
펩을 향한 킬리안의 적개심에 이유가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한스-빌헬름은 그것을 그대로 방치한다.
평생 그렇게 살아온 사람인지라, 딱히 무엇을 해야겠다는 생각 역시도 들지 않았다. 그저 이유 없이 안타까웠고, 괜한 불안감에 짜증이 치밀 뿐이었다.
이제, 그의 시선은 앉아 있는 김다온에게로 향한다.
‘……잘하고 있군.’
물론 한스-빌헬름의 눈은, 김다온이 하프타임 때 하고 있는 조치에 쏠려 있었지만 말이다.
***
펩은 언제나처럼 간단한 단어와 명료한 문장으로, 우리가 해야 할 것들을 알려 줬다.
거기엔 전술적인 부분도 있고, 아니면 경기 중에 취해야 할 태도나 정신적인 것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오늘은 주로, 후자가 많았다.
[이 모든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평소 같지 않다고 해서 자책할 건 없다!! 우리는 조금 나쁜 날에 있는 거다!! 너희가 알아야 할 건 이거다!! 이런 상황에서 승리하는 방법 말이다!!]동시에 펩은 우리의 전반전 경기력이 체감하는 것만큼은 나쁘지 않았다는 것도 보여 줬다. 이를 위해 슈팅의 숫자는 어땠는지, 또 코너킥의 허용 횟수는 어땠는지가 등장했다.
펩의 말과 함께 그런 숫자들을 보게 되자, 나는 그의 말처럼 생각만큼 경기력이 나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다.
[우린 스스로에게 기준이 높다!! 그래서 보통의 경기력도 나쁘다고 느끼는 거다!! 하지만 좋다!! 그래야 뮌헨과 같은 클럽에서 뛸 수 있다!! 명심해라!! 너희가 좋은 경기를 보여야 하는 이유는 저 밖에 있다!! 관중들에게 좋은 경기력을 줄 수 없다면!! 최소한 승리는 가져다주자!!]멋진 말이다.
경기력을 보장할 수 없다면, 최소한 승리만이라도 챙겨 주자는 것 말이다.
솔직히 그 반대가 되어야 하지 않냐 싶은데, 묘하게 펩이 말하니 수긍이 됐다. 게다가 거의 듣기 힘든 위트까지 섞인 말이라,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웃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봤는지, 펩도 분위기를 풀며 웃었다.
[Nur Einer.]단 하나(Just One).
[Nur Einer Goal. 그거 하나면 된다. 오늘 수비들은 단단하다. 그들을 믿고, 조금 더 전투적으로 밀어붙이도록! 그리고 수비수들은 계속해서 단단하게 있는다! 준비를 마치고! 다시 저 피치 위로 나가 승리를 가져오자!]“그래애-!!”
“이기는 거야!!”
오늘의 팀 토크는, 지금까지 겪어 온 그 어떠한 것보다 감정을 뒤흔드는 것이었다. 펩의 열정이 가슴속에 전해져 왔고, 지쳐 있던 몸에 활기가 맴도는 것도 같았다.
그가 내뱉는 모든 단어와 문장들 속에서 진심이 느껴졌는데, 지금 내 기분은 그것을 위해 꼭 이겨야겠다는 것이었다.
반대편에 있는 만주키치마저도, 나와 눈이 마주치곤 놀랐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고 있었다.
줄곧 펩이 샌님 같다고 말해 온 그이기에, 오늘 보여 준 열정적인 모습이 더욱 남달리 받아들여지는 건 아닐까?
아마, 그럴 거다.
“후우~ 좋았어.”
기꺼운 마음으로 축구화의 끈을 다시 동여매고, 준비를 모두 끝낸 뒤에 피치로 다시 나아간다.
복도를 걷는 내내 곳곳에서 동료들의 파이팅이 들려왔고, 계단을 내려서 잔디를 밟은 이후엔 힘껏 내달려 자리를 찾아 이동했다.
그런 나를 향해 팬들의 박수와 함성이 쏟아져 내렸고, 나는 마치 새로운 경기를 치르기라도 하는 것처럼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점프를 하며 후반전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후반전에 우린, 펩이 말한 ‘Nur Einer’를 우리에게 가져올 생각이었다.
삐—익!!
휘슬이 울림과 동시에, 모두의 발에 힘차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알리안츠 아레나 VIP석
후반 18분, 마침내 바이에른 뮌헨의 선제골이 터졌다.
데이비드 알라바와 프랑크 리베리가 볼프스부르크의 오른쪽 수비를 무너뜨렸고, 연결된 크로스를 반대편에서 뛰어들던 뮐러가 마무리했다.
다소 답답했던 경기에 내심 초조해했던 바이에른 뮌헨의 e.V(구단 경영위원)들은, 마침내 안도의 숨을 내뱉었다.
“후우~ 겨우 한숨 돌리겠어.”
“말했잖습니까. 후반전은 다를 거라고.”
“하하. 어지간히 인상 깊었나 보군.”
“네. 제가 본 팀 토크 중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하프타임, 선수들이 걱정되어 라커룸을 찾으려고 했던 마티아스 잠머.
그는 우연치 않게, 펩의 팀 토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특별합니다. 우린 그와 함께하는 3년 동안 성공할 거예요. 어쩌면 더 길 수도 있죠.”
“그럴 수도. 하지만 이제 겨우 시작일세.”
나란히 현역 시절 뛰어난 선수였던 루메니게와 잠머는, 팀 토크가 지닌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팬과 미디어는 선수를 기계 정도로 생각하지만, 실은 그들도 사람이며 사람이기에 감정적인 부분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다만 그것이 올바로 자극되었을 때, 평범한 사람들보다 훨씬 더 대단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정도가 다른 점이다.
{“–!!!”}
“응?”
“?”
그렇게 펩의 하프타임 팀 토크에 관해 대화하던 두 사람은, 갑자기 들려온 함성 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들의 시야는 관중들에 의해 가려졌다.
“이런.”
그래서 두 사람은 푹신한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어 몸을 일으켰고, 고개를 잔뜩 치켜들어 시선을 내리깔며 피치 위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살폈다.
두 사람이 있는 반대편. 그러니까, 뮌헨을 기준으로 오른쪽 사이드라인에서 무언가가 일어나려 하고 있었다.
엄청난 속도로 달려 나가고 있는 누군가가 볼프스부르크 선수 두 명과의 거리를 빠르게 벌리고 있다. 어찌나 차이가 나는지, 스포츠카와 경차의 대결처럼 느껴질 지경이다.
루메니게와 잠머는 그 주인공이 김다온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입을 다문 채 진행되는 상황에 눈을 고정하게 되었다.
김다온이 저렇게 달릴 때면, 모두가 넋을 잃는다.
‘오- 마치 포르쉐 같아.’
김다온의 질주 모습이 뻥 뚫린 아우토반 위를 달리는 포르쉐 같다는 생각을 한 루메니게는, 어느새 골라인 근처까지 이동한 그의 컷백에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찔하게 되었다.
이는 마티아스 잠머 역시 마찬가지였고, 반면에 관중들은 눈만 크게 뜬 채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렇게 반응에 차이가 난 이유는 하나다.
오랜 기간 현역이었던 이들의 몸에 새겨진 DNA를 김다온의 컷백이 건드렸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다음에 일어날 상황을 얼추 예측할 수 있었다.
문제는, 누가 뛰어드냐와.
{“-!!!!!!!”}
또 어떻게 마무리가 되느냐였다.
{“이야아아아아아아아아-!!!”}
뮐러의 선제골이 나오고 채 3분도 지나지 않아, 바이에른 뮌헨의 추가 득점이 이어졌다.
김다온의 컷백을 빠르게 페널티 박스 안으로 쇄도한 데이비드 알라바가 마무리한 것이다.
오늘은 중앙 미드필드로 출전을 했지만, 본래 왼쪽 사이드백인 알라바가 오른쪽 사이드백 김다온의 컷백을 받아 득점한다는 것은 무척 재미있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그것에, 루메니게와 잠머는 희열을 느낀다.
이는 지난여름 노력에 대한 보상과도 같다.
펩 과르디올라.
그리고 김다온.
둘의 영입이 2013/14 시즌의 ‘Vier Munchen’을 이끌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하. 이래서 돈을 쓰는가 보군.’
몇 년 주기로 이어져 온 뮌헨 특유의 ‘분노의 영입.’
그것은 매번 이 클럽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후반전, 뮌헨은 볼프스부르크를 완전히 압도했다.
.
.
.경기 결과
바이에른 뮌헨 2 : 0 볼프스부르크
[골] 토마스 뮐러 : 후반 18분(프랑크 리베리)데이비드 알라바 : 후반 21분(김다온)
김다온 : 95분 출전(1어시스트/평점 2.0) – M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