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92)
291화
2013년 10월 1일. 독일 상공(Over Germany).
맨체스터 시티와의 챔피언스 리그 조별예선을 하루 앞두고,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들은 원정길에 올랐다.
“왔어?”
“응.”
“그가 뭐라고 해?”
“방향전환. 역습. 압박. 뭐, 비슷해. 잠깐만 좀 나와 봐.”
빡빡한 일정을 최대한으로 이용하기 위해, 펩 과르디올라는 3시간 40분가량 이어질 비행을 선수 개개인과 면담하는 시간으로 만들었다.
지금 막, 펩과의 미팅을 마치고 돌아온 프랑크 리베리가 로번을 지나쳐 안쪽에 자리를 잡는다.
뮌헨의 선수들로부터 ‘Hase und Maus(토끼와 쥐)’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로번과 리베리는 클럽 내에서도 특히 사이가 좋은 것으로 유명했다.
토끼와 쥐는 보통 독일에서 연인을 사랑스럽게 표현할 때 쓰는 단어이고, 매번 함께 어울려 다니는 모습이 부부처럼 보여 둘의 외모와 비슷한 별명이 붙여진 것이다.
물론 이 이야기를 들을 때면, 두 사람은 화를 냈다.
부부처럼 보여서도 또 토끼와 쥐라는 별명을 가져서도 아닌, 과연 누가 남편이고 누가 부인이냐는 것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다.
뮌헨의 정서가 잘 드러난 이 모습은, 클럽 내의 선수들에 웃음과 편안함을 전해 주고 있다.
“그런데 펩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했어.”
“뭐?”
“펩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했다고. 제기랄! 제발 사람이 말을 할 때면 그 빌어먹을 책을 좀 놓아두면 안 돼? 그건 심지어 여기에 족히 3년은 처박혀 있던 잡지잖아?”
“볼 때마다 새로운걸.”
로번의 뻔뻔한 태도에 고개를 가로저은 리베리가, 방금 전에 들은 이야기를 말한다.
“펩이 그러더라. 다온이랑 9시간 동안 대화하며 만든 전술이래. 이해가 안 되는 게 있다면, 자기나 쟤한테 물어보라고 말을 하더라고.”
“그래?”
“응. 믿겨져?”
“…….”
입술이 살짝 튀어나온 아르연 로번이 몸을 복도 쪽으로 빼내어 뒤쪽 좌석에 있는 김다온을 바라본다.
그는 지금 단테 등과 함께,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중이다.
“살다 살다, 19살 코치를 만날 줄이야 누가 알았겠어?”
“그러게.”
첫 번째로 면담을 마친 리베리가 자신을 깨우지 말라는 말과 함께 안대를 쓰고 의자를 뒤로 젖힌다. 반면 차례가 남아 있는 로번은 다시 잡지에 눈을 두며 생각을 이어 갔다.
실은 처음 김다온이 합류했을 때, 로번은 옛 친구들에게서 걸려 온 오랜만의 전화를 두 통이나 받았다.
그것은 과거 PSV 시절 함께했던 동료들인 박지성과 이영표로부터의 것이었고, 로번은 그들로부터 김다온을 잘 부탁한다는 말을 듣게 되었었다.
당시 통화할 때 나누었던 대화를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던 로번이지만, 갑자기 그것이 떠올랐다.
‘영표…… 였던가?’
선배이자 16살 많은 큰형의 입장에서 김다온을 염려했던 이영표는, 그가 어떤 선수인지를 묻는 로번의 질문에 이런 식으로 대답했었다.
[“농담이 아니라, 내 전성기보다 100배는 나아.”]비록 토트넘에서의 짧은 시간이 이영표의 커리어상 가장 빛나는 순간이기는 했지만, 로번은 그가 얼마나 좋은 선수인지를 잘 기억했다.
전성기의 기준으로만 놓고 본다면, 최고 수준의 빅클럽을 뺀 어떠한 팀에서고 왼쪽 풀백을 맡을 수 있었다.
그래서 로번은 당시 19살의 풀백에겐 너무 과한 칭찬이 아닌가 싶었지만, 함께 훈련을 한 순간부터는 결코 과장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가 어쩌면, 필리프 람이나 데이비드 알라바의 수준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19살에 말이지.’
정작 본인 역시 20살의 나이에 첼시 FC의 주전으로 맹활약했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고 있는 로번이다.
“이봐, 아르연. 네 차례야.”
“그래. 고마워.”
리베리와 람에 이어, 로번이 세 번째로 펩의 호출을 받았다. 그는 곧 펩과 마주했고, 맞은편 좌석에 앉으며 궁금했던 것 하나를 바로 물어보았다.
“저기, 펩. 질문 하나 해도 돼요?”
“그래. 얼마든지.”
“혹시 다온도 당신과 미팅을 하나요?”
“응?”
“프랑크가 그러더라고요. 당신이 저 녀석과 9시간 동안 같이 만들었다고. 그래서 그게 진짜인지 궁금했어요.”
“하하하.”
서류에 시선을 고정한 채 웃고만 있는 펩이 조금 답답했지만, 눈앞의 사내가 어떤 성격인지를 알고 있는 로번은 그저 기다릴 뿐이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로번이 참고해야 할 내용들을 간이 테이블 위에 펼친 펩 과르디올라가 비로소 답을 한다.
“아니. 그는 면담을 하지 않을 거야.”
“……그렇군요.”
“그래. 일단 이것을 좀 보게.”
펩과 함께하면서, 로번은 이 남자의 편집증과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을 알게 되었다.
축구에 관한 한 누구도 이 남자보다 꼼꼼할 수 없다.
또 어지간해서는 만족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건 좀 놀랍네.’
눈앞에서 펼쳐진 종이 위를 정신없이 오가는 펩의 손을 보면서, 로번은 이것이 19살의 머리에서 나왔다는 것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
맨체스터 M11 4TQ, 잉글랜드. 에티하드 캠퍼스, 노스 게이트, 400 애쉬튼 뉴 로드. 시티 풋볼 아카데미.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단이 비행기 안에 있는 동안,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들은 내일 경기 전 마지막 훈련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었다.
“내일 경기 결과는 중요합니다, 마누엘.”
“이곳에 온 지 겨우 3개월이 지났을 뿐인데, 벌써부터 제 명줄을 쥐고 흔들려 하는군요.”
“팬들이 화가 났어요.”
“팬? 그게 아니죠, 스튜어트. 절 바보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저는 그저 축구 외엔 별로 관심이 없을 뿐입니다. 제가 이번에 맨시티를 선택한 이유죠. 그런데, 그게 옳았는지 벌써 회의감이 밀려오려 하는군요.”
“…….”
들키지 않게 인상을 살짝 찌푸린 스튜어트 톰슨은, 지금의 대화가 생산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칼둔의 지시로 훈련장까지 내려온 것이기는 했지만, 페예그리니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페예그리니에게 어떠한 책임을 강요한다는 건, 매우 무책임한 행동이었다. 특히 지난여름 이적 시장에서 이 남자가 원한 영입을 못 한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랬다.
뱅상 콤파니의 부상 때문에 이적 시장 막바지에 영입한 마르틴 데미첼리스(Martin Demichelis)를 제외한다면, 페예그리니의 요구 사항을 맞춰 주지 못한 클럽이었다.
뛰어난 장인(匠人)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지만 그거야 목공이나 대장의 영역이고, 자신들이 지금 하고 있는 것은 도구 역시 중요한 축구였다.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혈한인 스튜어트 톰슨이지만, 지금은 조금 동정심이 일었다.
“대단하긴 하군요.”
“?”
“벌써 두 달이 훌쩍 지났는데도, 여전히 이 클럽은 그 녀석의 그림자에 시달리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맨체스터에 본인의 온기조차 묻힌 적이 없는데 말이죠.”
사실 처음 마누엘 페예그리니와 함께하게 되었을 때, 스튜어트 톰슨은 이 남자를 전형적인 ‘축구 외에는 숙맥인 바보’라고만 생각을 했었다.
왜냐하면 클럽에 어떠한 요구도 하지 않았고, 고집을 앞세울 만한 상황에서도 이해를 한다며 고개만 끄덕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함께해 본 결과, 마누엘 페예그리니는 ‘엔지니어’라는 별명이 무척 잘 어울리는 명석한 남자였다.
여름 이적 시장에서 조용했던 것도, 맨시티가 김다온의 영입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생겨난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있었기에 취했던 태도였다.
페예그리니는 그저, 수많은 축구인 중에 하나처럼 지긋지긋한 축구 정치(政治)에 싫증이 난 것뿐이다.
비야레알 CF에서의 성공을 등에 업고 레알 마드리드로 향했을 때만 해도, 페예그리니는 사실 축구 정치에 대해 그리 잘 아는 남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막상 빅클럽. 그중에서도 정치가 심하기로 유명한 레알 마드리드로 향하게 되자, 그는 축구 자체에 절반의 에너지도 쏟을 수 없게 되었다.
역대급 시즌을 보낸 FC 바르셀로나에 밀려 초라한 시즌을 보내고 난 뒤, 책임을 묻는 이사들의 앞에서 어떠한 변호도 하지 않았던 이유다.
오히려 페예그리니는 이렇게 말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팀 역사상 최고 승점인 96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가 더 나았다. 단지 그뿐이다.”]변명과 핑계로 일관하며 입에 발린 말로 살살 이사들을 구슬렸더라면, 승점 96점은 페예그리니에게 어쩌면 한 번의 기회를 더 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러는 대신 평소처럼 솔직해지기로 했고, 이에 레알의 수뇌부는 페예그리니가 팀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1년 만에 해임을 결정한다.
이러한 결정이 무엇보다 무책임했었던 건, 축구밖에 모르는 페예그리니의 순한 성향을 플로렌티노 페레즈 회장이 십분 이용했다는 점이었다.
페예그리니가 팀에 남기길 원했던 베슬리 스네이데르(Wesley Sneijder)와 아르연 로번을 각각 인테르와 뮌헨으로 팔아 버렸고, 대신 그 자리에 감독이 원치 않는 선수를 채워 넣었다.
그리고 심지어, 자신이 영입한 선수들 위주로 짜인 선발 스쿼드 예시 몇 개를 페예그리니에게 건네기까지 했다.
이는 순수(?)했던 페예그리니에겐 무척 충격적인 일이었고, 보상금조차 받지 않으며 레알의 감독직을 관둔 페예그리니는 말라가로 향해 다시 성공을 써 내려갔다.
그리고 지금.
“저는 분명 일정한 시간을 약속받았습니다, 스튜어트.”
“알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미안합니다, 마누엘. 하지만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당신을 불쾌하게 만들거나 압박을 주려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하. 솔직하시군요. 그 말은 고맙게 받겠습니다.”
훈련을 위해 다시 페예그리니가 떠나고, 스튜어트 톰슨은 흔치 않은 선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어째서일까?
괜히 페예그리니에겐 정이 갔다.
‘그가 시한부라서?’
펩 과르디올라의 영입이 어렵다고 판단된 순간부터, 맨체스터 시티는 3년 뒤를 기약하고 있었다.
여전히 클럽엔 펩의 절친이라 부를 수 있는 치키 베히리스타인이 있었고, 쉽게 싫증을 내는 그의 성격을 생각하면 3년 뒤에 펩을 맨시티로 부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초부터, 맨시티의 내부에서는 페예그리니를 ‘3년짜리 감독’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그가 이곳에서 엄청난 성공을 써 내려간다면 이야기는 얼마든지 바뀔 수도 있겠지만, 3년간 최소 두 차례의 트레블을 기록하지 않는 이상 미래는 항상 같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알 리 없는 마누엘 페예그리니는, 클럽의 성공을 위해 누구보다 힘써 주고 있다.
그러한 순수한 열정이, 스튜어트 톰슨이 잃어버린 것들을 자극한 것 같다.
‘훗. 나도 완전히 악당은 아니었어.’
물론, 이것 또한 완전한 악당들이 흔히 자기 합리화의 도구로 삼는 감정으로 진행되었기는 하지만 말이다.
죄책감을 덜어 버릴 수 있는 아주 작은 위안에, 스튜어트 톰슨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훈련장을 빠져 나가며, 그는 미뤄 뒀던 일을 처리키로 한다.
이는, UEFA의 위원을 구워삶는 일이다.
“날세. 어떻게 되고 있나?”
맨시티는 여전히 FFP를 피해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렇기 축구가 아닌 컨설턴트와 인간관계 중재 능력이 탁월한 스튜어트 톰슨이 중책을 맡고 있는 것이다.
“내가 뭐라고 했나? 그는 여자면 돼. 모델들을 좀 더 붙이게. 가능하다면 여러 명을 한 침대에 넣어. 그래. 그렇게 하게.”
3년 뒤, 맨시티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게 될 것이다.
펩 과르디올라의 영입과 함께, FFP에서 자유로워져 마음껏 돈을 쓸 생각인 거다.
그리고 그 미래에, 자신의 자리 역시 공고할 것이라 믿는 스튜어트 톰슨이었다.
이런 그의 등 뒤에선, 오직 축구만을 생각하는 감독과 선수들이 내뱉는 목소리와 흘리는 땀방울이 피치 위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
(개리 드루리) – BT Sports 스튜디오 호스트
“다시 돌아왔습니다! 저희는 런던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내일 있을 챔피언스 리그 경기들을 프리뷰하고 있죠. 이제 한 경기가 남았고, 가장 기대되는 경기입니다. 바로, 맨체스터 시티와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죠. 어떻게 보십니까?
(대런 플레처) – BT Sports 스튜디오 패널
“전 50:50이라고 봅니다.”
(개리 드루리)
“오-! 의외로군요. 왜죠?”
(대런 플레처)
“우선 말하지만, 저는 잉글랜드 클럽을 옹호하거나 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 부분은 먼저 정확히 짚고 가겠어요. 일단, 기세상으로는 뮌헨이 우세합니다. 그들은 올 시즌 패배하지 않았고, 심지어 무승부조차 없죠. 하지만, 저는 뮌헨 선수들의 체력적인 상태가 걱정입니다. 너무 많이 뛰었어요.”
(개리 드루리)
“당신은요, 마이클?”
(마이클 오웬) – BT Sports 스튜디오 패널
“간단해요. 뮌헨. 그들이 더 나은 클럽입니다. 체력이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전 그들이 승리할 거라고 생각해요.”
(개리 드루리)
“두 분의 의견이 반대로군요. 드문 일이지만, 프로그램적으로는 좋네요. 마이클? 이유를 물어도 될까요?”
(마이클 오웬)
“제 경험상, 일반적으로 챔피언스 리그에서는 몇 배나 더 많은 힘을 내게 됩니다. 쉽게 말하면, 정신적인 영역이 체력을 지배하게 되는 거죠. 물론 그것 때문에 경기가 끝나면 몇 배는 피곤하지만, 현 전력상 우위에 있는 뮌헨이 내일 경기를 가져갈 만큼은 될 거라고 봅니다.”
(개리 드루리)
“그리고 다른 흥미로운 주제에 대해서도 말을 하겠습니다. 뮌헨과 맨시티의 사이엔, 공통적인 부분이 있죠. 바로, 펩 과르디올라와 다온-킴입니다. 맨시티는 이 둘을 모두 데려가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했죠. 그리고 승자는 뮌헨이 되었습니다. 이것이 사적인 영역으로 작용될까요?”
(마이클 오웬)
“피치 위에서요? NO. 아닙니다. 하지만, 피치 밖에서? YES. 분명 그럴 겁니다. 내일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는 펩 과르디올라와 다온을 향한 야유가 엄청날 겁니다. 여름을 잊어버리기엔,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으니까요.”
(대런 플레처)
“이런 구도는 늘 흥미롭습니다. 이적 시장은 축구만의 고유한 영역이고,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일들은 경기를 더 흥미롭게 만들죠. 분명한 건, 무척 재미있는 시합이 될 거란 겁니다.”
(개리 드루리)
“이젠 내일의 예상 베스트 일레븐을 보며,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죠.”
***
2013년 10월 2일. 맨체스터 M11 3FF, 잉글랜드. 애쉬튼 뉴 로드. 에티하드 스타디움.
·경기 시작 1시간 전
맨체스터 시티 0 : 0 바이에른 뮌헨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뮌헨/상대팀) : 4-1-4-1/4-4-1-1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조 하트
RB ? 김다온 / RB ? 마이카 리차즈
CB ? 제롬 보아텡 / CB ? 뱅상 콤파니
CB ? 단테 / CB ? 마티야 나스타시치
LB ? 데이비드 알라바 / LB ? 가엘 클리시
DM ? 토니 크로스 / RM ? 헤수스 나바스
RAM ? 아르연 로번 / DM ? 페르난지뉴
CM ? 필리프 람 / DM ? 야야 투레
CM ? 제르단 샤키리 / LM ? 사미르 나스리
LAM ? 프랑크 리베리 / SS ? 세르히오 아게로
ST ? 토마스 뮐러 / ST ? 에딘 제코
.
.
사실 처음엔, 이렇게까지는 가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러니까, 전술적인 변화 말이다.
펩은 불안정한 맨시티의 사이드백과 빌드업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그래서 떠올린 것이 토니와 람의 위치를 바꾸는 거였다.
하지만 29일 아침에 펩과 대화를 나누면서 몇 개의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우린 그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점심을 먹고도 식당에 계속 남아 대화를 더 이어 갔는데, 당시 우리는 충분한 전략을 구상하고도 어딘가 모르게 부족한 느낌을 공통적으로 받고 있었다.
그래서 난 무의식적으로, [“메시와 같은 선수가 있다면, 이런 것도 쉬워지죠?”] 라는 질문을 던졌었다.
그러자 펩이 갑자기 번개에라도 맞은 듯 움찔하며 눈을 크게 떴고, 이내 바로 그거라며 또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게 바로, 토마스 뮐러의 펄스 나인화(化)다.
‘하지만, 이게 최선이야.’
펩과 나는 맨시티 수비의 가장 큰 장점이 뱅상 콤파니의 특출한 능력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공감하고 있었다. 사실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했을 거다.
축구 감독들이 센터백에게 바라는 자질과 역량을 모두 갖춘 벨기에산(産) 수비수는, 맨시티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였다.
그래서 우리는 그가 수비 라인을 조율하지 못하면 못할수록, 맨시티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을 위해 펩은 만주키치에게 세컨 스트라이커 역할을 부여하려 했고, 난 연계가 능한 그의 장점이 잘 발휘될 거라고 말을 보탰다.
그런데, 당시에 느꼈던 부족함이 만주키치의 역할에서 나온다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었다.
연계와 제공권은 보장받겠지만, 그것으론 충분하지 않았다.
뱅상 콤파니는 연계를 위해 내려서는 스트라이커를 얼마든지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고, 맨시티의 수비수들과 3선 사이에 갇혀 버릴 가능성 역시도 존재했다.
한데 펩이 토마스 뮐러를 최전방으로 끌어 올리면서, 모든 일들은 거짓말처럼 술술 풀려나갔다.
그게 바로, 오늘의 선발 명단과 전술이 만들어진 이유이다. 맨시티의 약점을 공략함과 동시에, 방향전환과 역습이란 키워드 모두도 챙겨갈 수 있다.
유일한 문제는 뮐러가 새로운 역할을 얼마나 잘 해 주느냐였지만, 난 저 남자를 믿는다.
“다리를 뻗어! 몸을 숙인다!”
부에나벤투라의 말에 맞춰 몸을 풀면서, 나는 머릿속으로 계속해서 시뮬레이터를 돌려 봤다.
만약 펩과 나눈 대화들이 틀리지 않았다면, 오늘 우리는 무난하게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온통 집중하고 나니.
“이봐! 이봐!!”
“응?”
시간의 흐름과 주변의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경기가 시작되면, 물론 또 다르겠지만.
“담담해져.”
“뭐?”
“담담해지라고. 너한테 야유를 엄청나게 하고 있잖아.”
“…….”
정말이다.
고작 몸을 풀고 있을 뿐인데도, 맨시티 팬들이 보내오는 적개심이 잘 느껴졌다.
“저들은 네가 이 팀을 엿 먹인 줄 아니까.”
“뭐. 그러라지.”
“대담하네. 배짱 있어.”
“야유가 하루 이틀은 아니잖아? 원정을 떠날 때마다 듣는 거야. 난 이제 이게 자장가라고 해도 믿겠어.”
내 농담에 피식하고 웃어 보인 단테가 슬쩍 몸을 밀쳤고, 자연스레 밀려났던 나는 다시 고개를 들어 올려 에티하드 스타디움의 전경을 살펴봤다.
대략 절반쯤 들어찬 관중석은, 시합이 시작될 때쯤이면 꽉 채워져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땐, 지금보다 더 엄청난 야유가 들려올 거다.
‘상관없어.’
지금 내가 신경 쓰는 것은 오직 오늘 경기에서의 승리뿐이었다.
경기장 곳곳에서 보이는 챔피언스 리그와 관련된 것들을 볼 때면, 피로는 사라지고 그 자리엔 오직 승리에 대한 열망만이 남게 된다.
그래서 난 일부러라도 계속 그런 것들을 눈에 담고 새겨 두려고 노력 중이다.
그래도 간간이 보이는 태극기를 들거나 한 팬들에겐, 미소와 함께 엄지를 날려 주곤 있었다.
‘오늘 이길 거야.’
나는 완전히 준비가 됐다.
그리고 부디, 동료들도 그러기를 바란다.
경기 시작 전 특유의 어수선함 속에서, 난 다음 훈련을 위해 힘껏 스프린트를 시작했다.
파바바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