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93)
292화
·전반 03분
맨체스터 시티 0 : 0 바이에른 뮌헨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 세르히오 아게로(Sergio Aguero)의 슈팅이 골대를 살짝 스쳐 지난 뒤,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마누엘 노이어가 우리들을 향해 소리쳤다.
“뭐 해 병신들아!! 이 몸이 실점할 뻔했잖아!!”
잘못 들은 게 아니다.
노이어는 분명 ‘이 몸(Neuer Selber)’라고 말했다.
경기장의 안팎에서, 노이어는 고고(孤高)함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남자다. 본인의 실력에 관한 자신감은 물론이거니와, 주변의 실수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한다.
이러한 성격 탓에 노이어와 친해지는 일은 무척 어려운 것이 되기도 하지만, 그것을 개성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노이어의 상태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수비를 잘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지금만 하더라도, 압박이 다소 느슨했다.
“멍청한 놈들! 그딴 식으로 할 거면, 집에서 발이나 닦고 잠이나 잘 것이지…….”
그래서 노이어가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면, 팀 전체에 전에 없던 긴장감이 맴돈다. 거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토마스 뮐러나 프랑크 리베리처럼 마이웨이인 남자들이다.
보아텡과 크로스를 중심으로 많은 대화가 생겨나고, 람 역시 전방을 보며 볼을 쉽게 빼앗긴 것을 나무랐다.
‘휴우- 진짜 위험했어.’
아까는 볼을 빼앗긴 위치가 너무 좋지 못했다.
뮐러와 샤키리의 호흡이 맞지 않으면서, 패스가 엉뚱한 곳으로 흘렀다.
그래서 볼을 빼앗긴 직후의 전방 압박도 제대로 이룰 수 없었고, 허겁지겁 후퇴하는 우리를 공략하는 일은 맨시티 정도 되는 팀에겐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더욱 나빴던 건 마지막 순간까지, 누구 하나 상황을 제대로 수습하려고 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치 폭탄을 서로에게 돌리려는 느낌이었는데, 노이어가 화를 낸 것도 충분히 이해된다.
파앙-!!
화를 풀기라도 하듯, 노이어가 축구공을 강하게 걷어차 멀리 보내 버렸다.
그것은 토마스 뮐러의 머리를 맞고 그대로 사이드라인을 벗어났고, 상대 진영 깊숙한 곳에서 맨시티의 스로인으로 경기는 다시 시작될 것이다.
‘확실히.’
낯선 전술이고 준비 시간도 부족했던 만큼, 전방에 있는 동료들이 본래의 모습을 찾을 때까진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때까진, 수비에 좀 더 비중을 둬야겠다.
그런데 이때.
“이봐아-!!!”
“응?”
“천천히 해!! 달라질 건 없어!!”
프랑크 리베리가 팀 전체를 독려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흔치 않은 일이었고, 우린 그를 쳐다봤다.
“내게 볼을 넘기라고!!”
자신에게 볼을 연결하면 마치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말하는 리베리의 모습에, 조금은 어이없으면서도 괜히 미소가 지어졌다.
상황이 어찌되든, 일단 저 남자에게 볼을 연결해 봐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토니!!”
“?”
맨시티가 최후방에서 볼을 돌리고 있을 무렵, 난 토니를 부르면서 빌드업을 오른쪽으로 가져가자고 제안했다.
방향전환을 통해 공간을 만든다는 기본적인 전제는 모든 경기에서 유지되는 만큼, 리베리에게 공간을 주기 위해서는 이쪽에서 볼이 돌아야 한다.
하지만 그전에, 일단 수비부터.
“Toni!! Links!!”
토니가 왼쪽으로 나아가게끔 만들면서, 나는 그의 이동으로 인해 생겨난 공백을 채우고자 살짝 안쪽으로 옮겼다.
에딘 제코가 아래로 내려서면서 보아텡이 딸려 나왔고 이때 생긴 빈 공간으로 아게로가 달려들 수도 있었기에, 토니의 위치를 옮겨 내가 좁혀 들어갈 공간을 만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측면이 비게 되지만, 사미르 나스리 역시 중앙 지향적이고 가엘 클리시가 오버랩을 하려면 시간이 한참 걸릴 터라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센터백과 사이드백 사이로 패스를 허용하는 것보다, 측면의 공간을 허용하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인 판단이다.
아마도 세르히오 아게로의 진로를 찾았던 것으로 보이는 야야 투레(Yaya Toure)는, 살짝 움찔하더니 발을 휘두르는 타이밍을 한 번 늦췄다.
그러는 사이에 아게로는 오프사이드 위치가 되었고, 제코에 딸려 나왔던 보아텡도 자리로 돌아갔다.
그제야 패스가 클리시에게로 향하지만.
“내가 가! 괜찮아!”
움찔하며 이쪽으로 오려던 보아텡에게 괜찮다고 외치며, 클리시의 앞에 선다.
결국 맨시티의 공격 작업은 지연이 되어, 별다른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지 못하고 다시 후방으로 패스가 돌았다. 야야 투레를 거친 축구공이, 이번엔 반대편으로 향한다.
야야 투레의 긴 패스가 마이카 리차즈를 향하지만, 볼이 떨어진 곳은 사이드라인을 한참 벗어난 위치였다.
공격권은 다시 우리에게로 넘어왔고, 알라바가 단테에게 보낸 스로인은 보아텡에게로 향한다.
“Jerome! Kein Langer! Kein Langer!”
(제롬! 긴 건 안 돼! 긴 건 안 돼!)
확실히, 언어는 무척 중요하다.
말문이 조금 트인 순간부터 뮌헨에서 축구를 하는 일은 훨씬 더 수월해졌다.
물론, 절대로 쉽다는 것은 아니다.
전방을 보며 습관적으로 긴 패스를 보내려던 보아텡이, 템포를 살짝 늦추면서 내게로 볼을 굴렸다.
“다온!!”
“…….”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급히 목소리를 높였는데, 나는 그것이 상대의 압박 때문이라는 것을 곧장 파악해 낼 수 있었다.
어디 보자.
나스리가 어디에 있었더라?
‘아, 그렇지.’
시야에서 보이지 않는 위치에서 접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나스리가 유일했다. 가엘 클리시나 야야 투레는,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 너무 멀리 있었다.
그들이 무슨 아이언 맨이라도 되지 않는 이상에야, 절대 이 타이밍에 가까이 올 수 없다.
보아텡이 굴려 보낸 축구공을 쳐다보며, 나는 나스리의 위치와 그가 다가올 동선을 머릿속으로 그렸다.
지금은 전방 압박을 해야 하는 상황. 그렇다면 몸을 밀착해 오는 방식의 수비를 하려고 들 것이다. 거리를 두며 단순히 지연만 시키는 건, 이 위치에서 할 수비가 아니다.
머릿속에서 많은 그림들이 그려지는 가운데, 내가 붙든 것은 여름에 한국에서 훈련한 어떤 동작이었다.
‘KJ Artfootball’에서 권준 형과 장난을 치며, 재미 삼아서 몸에 익혀 본 기술이다.
이름이 뭐였더라?
‘아, 그래.’
톡-
“!!”
샤뻬우(Chapeu).
포르투갈어로, 모자라는 뜻이다.
난 굴러오는 축구공을 오른쪽 발끝으로 받아 슬쩍 들어 올렸고, 나스리가 접근해 오고 있던 곳으로 오른팔을 뻗어 바리케이드를 친 뒤에 축구공에 왼발을 한 번 더 가져갔다.
이제 축구공은 나와 나스리를 훌쩍 넘겨 앞쪽으로 움직였고, 뻗었던 오른팔로 상대를 감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사실 여름 이후에 연습 때조차 사용해 보지 않았던 기술인데, 이렇게 잘될 줄은 솔직히 짐작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나스리의 전방 압박을 뚫어 낸 순간, 전방에 적당한 공간이 만들어졌다. 일제히 후퇴하는 맨시티의 모습을 보니, 아까 노이어에게 혼났을 때의 우리가 떠올랐다.
나스리와의 거리는 이미 한참 전에 벌어졌고, 난 계속해서 나아가며 상대가 후퇴를 멈출 타이밍을 기다렸다.
그리고 조금 뒤 가엘 클리시가 전진을 시작했을 때, 나는 비로소 드리블을 멈추곤 반대편을 쳐다봤다.
토니는 나보다 뒤에 있었고, 람의 바로 곁에는 야야 투레가 달라붙은 상태였다. 그리고 로번과 뮐러 역시 중앙의 밀집 지대에 있었는데, 덕분에 반대편이 많이 헐거워졌다.
우리가 역습 시 중원에 힘을 준다고 생각하자, 맨시티의 수비가 습관적으로 가운데에 힘을 모은 거다.
애초에 센터백을 겸할 수 있는 마이카 리차즈가 우측 풀백으로 출전한지라, 맨시티는 올 시즌 저런 식의 비대칭 전술을 자주 보여 주곤 했다.
나스리가 중앙으로 이동하고 클리시가 전진해 왼쪽 윙어의 위치까지 올라서면, 리차즈가 오른쪽 센터백 위치로 이동해 기존의 두 선수와 함께 쓰리백을 만든다.
반대로 리차즈가 전진을 하면 야야 투레나 페르난지뉴가 센터백들의 앞에서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렇게 시야를 넓혀간 순간 눈에 들어왔던 건, 아까 자신 있게 소리친 프랑크 리베리다.
‘저기.’
중원을 거쳐 가기엔 썩 좋은 상황이 아니었던지라, 나는 잘 시도하지 않는 기다란 횡패스로 리베리에 볼을 전달했다.
그러자 오른쪽과 우측 20도 지점을 중심으로 존(Zone)을 형성했던 맨체스터 시티의 수비가 빠르게 왼쪽으로 넓혀지면서 공간이 생겨났다.
다급히 페르난지뉴가 클리시와 콤파니 사이의 빈 공간을 채우고자 커버에 들어왔는데, 여유 있는 보디 페인팅 동작 한 번으로 간격을 벌린 리베리가 그대로 중거리 슈팅을 시도한다.
대략 23m 정도 되는 지점에서 나온 예측하기 힘든 슈팅이었고, 니어 포스트를 향해 날아간 축구공은 골키퍼의 바로 앞에서 한 번 튕기며 그대로 그물을 뒤흔들었다.
조 하트(Joe Hart) 골키퍼가 좋은 위치 선정을 하고 있었음에도, 슈팅이 워낙 날카롭고 빨랐다.
“!!!”
득점이 당연하다는 듯, 조깅하듯이 가볍게 달린 리베리가 맨시티 팬들의 앞에서 왼 주먹을 강하게 휘두른다.
그런 그의 뒤에서 알라바가 업혀 들어갔고, 한참을 움직인 나는 셀레브레이션이 거의 끝나고서야 리베리를 만나게 되었다.
날 확인한 그가, 먼저 포옹을 청해 온다.
“나이스 슛.”
“빌어먹을. 똑바로 하라고. 앙?”
“패스를 해 줘도 뭐라 하는 거예요?”
“잘했다는 뜻이다, 요놈아.”
왼손으로 내 머리를 사정없이 헤집은 리베리가 뒤통수를 그대로 밀쳐낸다.
난 그대로 밀려났고, 이후엔 앞으로 조금 달려 나가다가 뒤로 돌아서 달리며 리베리에게 윙크를 찡긋 보냈다. 그러자, 피식한 리베리가 손을 내젓는다.
솔직히 지금은 저 남자가 다 한 것이다.
엄청난 개인 기량으로, 득점을 만들었다.
몇 배는 조용해진 에티하드 스타디움을 달리며, 나는 다시 한번 뮌헨의 대단함을 실감한다.
아직, 전술적으로 뭔가가 이뤄지기도 전이었는데.
‘이건 개인에 의한 득점이야.’
펩은 아무리 뛰어난 감독이라고 해도, 다른 선수를 돌파하게 만드는 일이나 골을 넣도록 해 줄 수는 없다고 했다.
어디까지나 선수들이 더 좋은 기회를 잡고 더 좋은 축구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줄 뿐, 피치 위에서 무언가를 해내는 것은 결국 우리들의 몫이랬다.
때문에 좋은 감독의 첫 번째 조건은, 선수들의 수준에 맞는 전술을 짤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래서 나는 펩의 축구가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그것을 하나의 도전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그가 생각하는 수준에 맞는 선수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축구가, 계속되고 있는 승리 속에서도 절대 지겹지 않은 이유다.
“Nur Sechs Minuten!! Konzentrieren!!”
다시 자리로 돌아온 난, 동료들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며 고작 6분밖에 되지 않았으니 계속 집중하자고 외쳤다.
고작해야, 네 개의 단어를 내뱉은 것뿐이지만.
***
·전반 31분
맨체스터 시티 0 : 1 바이에른 뮌헨
90분 경기의 중반부에 막 접어들면서, 양 팀이 오늘 준비해 온 축구가 확연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뮌헨의 공격력을 감안, 4-4-1-1이라는 선 수비 후 역습에 특화된 전술을 들고 나온 마누엘 페예그리니. 그는 지금 한 가지의 생각을 멈추기가 힘들었다.
‘한 방 먹었군.’
오늘 뮌헨은 평소와 같은 4-1-4-1을 들고 나왔지만, 실제론 4-2-4라고 표현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최전방과 최후방에 만들어진 두 개의 플랫(Flat) 사이로, 토니 크로스와 필리프 람이 위아래로 폭넓게 오가며 척추 역할을 담당해 주고 있었다.
이따금 중원에 숫자가 부족해질 때면, 김다온과 데이비드 알라바가 순간적으로 6번 자리에 힘을 보탰다.
‘후반전은 측면을 끌어 올려야겠어.’
오늘 맨체스터 시티는 양쪽 측면 공격수 둘을 미드필드 위치까지 끌어 내렸다. 위협적인 로번-리베리 콤비를 항상 두 명 이상의 수비로 가둬 두기 위해 내린 판단이다.
하지만 그럼에 따라 뮌헨의 풀백들이 중원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시간을 벌었고, 그것은 맨체스터 시티가 공격을 전개하는 속도를 늦췄다.
별다른 소득 없이 스프린트만을 반복한 이들의 사기가 떨어지기 시작한 것 역시, 맨시티에겐 부정적인 요소였다.
이번에도 역시 뮌헨의 강한 전방 압박에, 의미 없는 롱패스가 바이에른 뮌헨의 진영으로 향하여 노이어의 품에 안겼다. 다시 공격권이 바뀌었고, 맨시티의 팬들은 초조해했다.
그것을 보며, 페예그리니는 다시 생각한다.
‘단지 그것뿐인가?’
맨시티의 감독은 현재의 답답한 흐름을 만든 이유가, 단지 전술 선택의 우연이 불러온 결과물인지를 고민했다.
만약 그렇다면, 후반전 전술을 4-3-3으로 바꾸기만 해도 한층 더 축구가 편안해질 것이다. 홈의 이점까지 등에 업는다면, 불만이긴 해도 최소 동점으로는 마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면?
아직까지 페예그리니가 풀지 못한 숙제 중에 하나는, 어째서 펩 과르디올라가 4-2-4라는 변칙적인 전술을 가지고 경기에 임했느냐다.
전방 압박을 위해 특화된 전술인 것은 알지만, 최전방에서 움직여 줄 선수가 없기에 공격 마무리 지점이 상대적으로 낮다.
전반전 뮌헨의 공격 대부분은 로번과 리베리의 개인기에 의존한 것이었고, 토마스 뮐러를 펄스 나인처럼 쓰고 있는 이유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사실 이는 뮌헨에게도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증거였지만, 전반 6분에 나온 리베리의 선제골이 혼란을 안겨 주고 있다.
그리고 당연히, 페예그리니는 그런 것을 알 턱이 없다.
그저, 뭔가 꿍꿍이가 있다 믿을 뿐.
‘흐음- 좀 더 고민을 해 봐야 하나?’
축구에서는 때때로, 조금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무기가 되는 순간이 있다.
물론 그것 또한, 온전히 현명한 자들의 몫이 되지만.
오늘도 피치 위에선, 많은 생각이 오가는 중이다.
***
·전반 43분.
생각보다 많이 늦은 시점이긴 했지만, 슬슬 전술적인 효과가 찾아오고 있었다. 샤키리의 활약이 다소 아쉽긴 하지만, 뮐러가 제대로 된 위치에 서기 시작한 것이다.
펩이 뮐러를 펄스 나인으로 기용한 이유는, 그가 활동 영역을 넓힐수록 팀에 창의성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람이 정통 아흐터(CM) 역할을 맡게 되면, 팀의 2선은 순간적으로 리베리-샤키리-뮐러-로번으로 구성이 된다.
넷 모두 중앙과 측면 모두에 설 수 있고, 아래선의 도움 없이도 얼마든지 서로 부분 전술을 만들 수 있다.
지난날 펩과 나는 맨시티가 역습을 가져올 것이라는 부분에 의견을 맞추었고, 이런 식으로 선수 구성을 하게 되면 역습을 완전히 봉쇄함과 동시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봤다.
맨시티가 수비적인 4-4-1-1을 가져올 것까지는 몰랐지만, 전반전 우리가 보여 준 것을 생각하면 크게 도움이 됐다.
설령 후반전에 측면을 끌어 올려 4-3-3으로 전술을 바꾼다고 해도, 지금 상태라면 별문제가 되지 않을 거다.
나나 알라바 모두 전반전에는 체력을 꽤 비축해 둔 상태인지라, 오히려 상대가 측면을 끌어 올렸을 때 더욱 쌩쌩하게 뛰어다닐 수 있을 것이다.
‘압박이야.’
전방에서 볼을 빼앗김과 동시에, 람이 압박을 가한다.
페르난지뉴에겐 볼을 처리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었고, 그의 시선을 좇은 나는 어느새 아래쪽까지 깊숙이 내려간 에딘 제코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마도 볼이 처리된다면.
‘저쪽.’
하지만 토니가 이미 반응해 움직이고 있는지라, 난 볼에 관여되지 않는 곳에 관심을 두기로 했다.
가까운 곳에 있는 나스리가 슬금슬금 사이드라인 쪽으로 움직여 거리를 벌리고, 제코와 위치를 바꾼 아게로는 지금 보아텡이 밀착 마크하는 중이다.
반대편으로 볼을 돌리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
오늘 맨시티의 오른쪽은 영 힘이 없다.
그렇다면?
‘하나겠네.’
에딘 제코는 포스트플레이를 통해 버텨 내며 맨시티의 라인 전반이 올라갈 수 있는 시간을 벌려고 할 것이다.
타겟형 스트라이커들이 이따금 깊숙이 내려오는 게 중요한 이유도 바로 그런 부분 때문이다. 곧바로 기회는 만들기 어렵지만, 빌드업의 기초에 큰 영역을 담당한다.
하지만 내 생각엔, 라인이 높아진다고 해도 패스를 보낼 선수가 그리 많지 않을 거다.
영리한 람은 여전히 페르난지뉴를 견제 중이고 야야 투레 역시 토마스 뮐러가 밀착 마크하고 있어, 버티는 것과 빌드업을 만드는 것 모두를 에딘 제코가 수행해야 한다.
분명 그는 자신이 버티면 3선에게 볼을 연결할 수 있을 거라 믿었을 테고,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 본 순간.
“!!”
당황할 거다.
필리프 람과 토마스 뮐러의 위치를 확인한 순간부터, 나는 토니 크로스를 쫓아 제코에게로 함께 달려 나가고 있었다.
제코는 토니 크로스를 손쉽게 버텨 냈지만, 곧바로 볼을 처리할 수 없게 되면서 다급한 몸짓이 시작됐다.
뒤쪽에 무게를 두고 발바닥으로 축구공을 컨트롤 하고 있던 에딘 제코. 그런 그의 옆쪽에서 불쑥 나타난 내가, 얼마나 깜짝 놀라웠을지는 상상에 맡기도록 하겠다.
난 왼발을 움직여 제코의 오른쪽 발바닥 아래에 있던 축구공을 건드렸고, 볼을 탈취한 이후에는 전진을 시작했다.
뭐, 많이 가진 못했지만.
“여기야!”
위험한 지역에서 에딘 제코가 볼을 빼앗기자, 페르난지뉴는 반사적으로 내게 접근해 왔다.
역습이 허용될 수 있는 상황에서 3선이 취해야만 하는 가장 기본적인 태도를 보여 준 것이다.
하지만 그가 잊고 있었던 건, 본인의 위치 바로 옆에 필리프 람이 대기 중이었다는 거다.
내가 볼을 가로챈 순간 공수는 뒤바뀌었고, 페르난지뉴의 전진은 현재 2선에서 가장 빌드업을 능숙하게 할 수 있는 필리프 람을 자유롭게 만들었다.
패스를 받기 편한 위치로 이동하는 람에게 나는 곧장 축구공을 보냈고, 트래핑과 동시에 몸을 정면으로 돌려세운 람은 어느새 라인 사이로 파고드는 뮐러를 찾아냈다.
오른발로 띄워 올린 패스가 맨시티의 센터백들 한참 위를 넘어서고, 뮐러가 그 낙하지점으로 뛰어 들어간다.
일제히 손을 들어 올리면서 오프사이드를 주장하는 맨시티의 선수들이지만, 그들이 지금 했어야 하는 일은 주심에게 어필하기보단 어떻게든 뮐러를 막으려는 행동이었다.
여유 있게 조 하트를 마주 본 뮐러가 오른발을 휘두르고, 축구공은 간단히 맨시티의 골라인을 넘어섰다.
동시에 들려오는 휘슬.
삑-!! 삐?익!!
이것은 결코, 오프사이드를 선언하는 신호가 아니었다.
이는.
‘그렇지! 바로 이거야!’
펩의 전술적 의도가 고스란히 녹아난, 우리의 두 번째 득점을 알려 주는 반가운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