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94)
293화
하프타임, 다소 산만한 에티하드 스타디움의 한쪽에서 타는 속을 진정시키려 물병을 입가로 가져가는 사내가 있다.
그는 자신의 팀이, 전반전 내내 상대에게 유린당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빌어먹을.’
지난여름, 맨체스터 시티가 이적 시장에서 소비한 금액은 총 1억 1,550만 유로(약 1,552억 원).
비록 김다온의 이적이 불발되면서 본래 편성한 예산의 절반 정도밖에 사용하지 않았으나, 다른 경쟁 클럽들의 최소 2배 많게는 3배 이상의 금액이었다.
물론 여름 이적 시장 최고 지출은 토트넘의 1억 2,253만 유로이나, 그들은 가레스 베일 등의 이적으로 쓴 것 이상의 수입을 거둬들였다.
반면 맨시티의 이적 수입은 1,130만 유로에 불과하다.
아무리 돈이 넘쳐나는 구단주에 또 시즌 초반을 치르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지만, 오늘과 같은 상황에서는 도저히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1년 가까이를 공들인 감독.
또 수많은 예외를 감수하고 영입하려고 했던 선수.
저 두 사람이 모든 이유는 아니었지만, 같은 위치에 있는 맨시티의 남자들과 극명히 비교되며 매우 커다란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다 주고 있다.
“…….”
고개를 슬쩍 옆으로 돌린 칼둔 알 무바라크가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있는 사내를 바라본다.
두 명의 건장한 수행원과 늘씬한 미녀 비서 한 명과 함께 에티하드 스타디움을 찾은 그가,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을는지가 몹시도 궁금했다.
맨체스터 시티의 구단주인 만수르 빈 자예드 알나얀과의 개인적인 친분을 바탕으로, 저 남자는 아부다비의 자본이 영국에 쉽게 스며들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저 남자가 영국 정치계 전반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한, 맨시티는 반드시 좋은 관계를 구축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러려면, 그의 유일한 취미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감을 전해 줄 수 있어야 했다.
바로 그 부분이 자신 없었던 칼둔 알 무바라크는 다시 한번 타는 속을 달래고자 물병을 입으로 가져갔다.
꿀꺽-
후반전을 기다리고 있는 그의 오른손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의자의 팔걸이 부분을 연신 두들기고 있었다.
탁, 탁, 탁, 탁, 탁, 탁, 탁, 탁…….
***
하프 타임, 펩은 우리에게 한 가지를 약속했다.
만약 오늘 경기를 승리로 끝낸다면, 다시 라커룸으로 돌아왔을 때 근사한 무언가가 있을 거랬다.
호기심과 짓궂음을 참지 못한 이들로부터 다양한 대답들이 나오는 와중에도, 오묘한 미소를 감추지 않은 펩은 그것을 거머쥐느냐는 온전히 우리에게 달렸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런 뒤에, 그는 곧장 전술을 짚어 나갔다.
4-3-3으로 변형할 가능성이 높은 맨시티의 후반전과 우리가 어떤 식으로 그에 대처할지를 말한 것이다.
[맨시티의 공세는 무척 거셀 거다! 우린 거기에 대응하지 않는다! 대신, 덫을 놓겠다! 위치는 바로 이곳들이다! 여기! 여기! 그리고 여기! 진형을 유지해!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갇히도록 만들어!]후반전, 우리는 좀 더 본격적으로 전술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전방에서 볼을 빼앗겼을 때 5초 이내에 압박을 가하는 것은 물론, 상대를 보다 전략적으로 끌어들인다.
그러기 위하여 펩은 측면의 두 곳과 페널티 박스 바로 앞의 한 곳을 덫(Trap)을 설치할 장소로 택했다.
우린 저곳으로 맨시티가 볼을 보내도록 만든 뒤에, 조직적인 협력 수비를 통해 볼을 빼앗아 낼 생각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역습을 위한 준비 단계일 뿐이고, 중요한 부분은 그 뒤에 어떻게 공격을 전개할 것이냐에 있다.
바로 여기에서, 펩과 나의 작은 위트가 드러난다.
[볼을 빼앗아 내면! 너희가 보아야 할 곳은 바로 여기다!]“…….”
그래. 바로 오른쪽 측면.
상황에 따라 차이는 다소 있겠지만, 우린 오른쪽 측면 공격 지점에 토마스 뮐러나 아르연 로번을 반드시 남겨 놓을 생각이었다.
역습을 전개할 때 최전방에서 볼을 받아 줄 공격수로, 두 사람을 낙점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둘이 정면에 서지 않는 이유는, 가엘 클리시 ? 마티야 나스타티치(Matija Nastasic)라는 다소 약한 연결 고리를 좀 더 수월하게 공략하기 위함이다.
보태어 뱅상 콤파니의 시야에서 공격수를 치워 냄으로써, 그가 역습에 대한 경계를 덜고 공격 시 앞쪽 위치까지 올라설 수 있도록 하는 의도도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경계는 자연스레 덜해질 수밖에 없다는, 근거 없는 믿음에서 나온 선택이었다.
그렇지만, 그래서 재미있는 거다.
결과가 보장되어 있지는 않지만, 만약 그것이 통한다면 무척이나 큰 쾌감이 느껴질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때 그랬었지.’
아침부터 오후까지 계속되었던 대화가 끝나고 주차장에서 헤어지던 길에 펩이 내게 했던 말이다.
지금까지 내가 말한 위트/재미/쾌감이라는 단어를 몽땅 하나의 문장에 걸쳐 말한 직후에, 펩은 언젠가 내가 좋은 감독이 되어 있을 거라고 했다.
[“장담하지.”] [“네?”] [“자네는 언젠가 좋은 감독이 될 거야. 내가 판 할에게 같은 소리를 들었던 건 26살 때였지. 자넨, 나보다 무려 7년이나 빠르군. 그리고 그건 커다란 축복이야.”] [“제가요?”] [“그래. 지금 자넨 너무 어려,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석양을 뒤에다 두고 환하게 웃으며 차에 올라타던 펩의 모습이, 지금도 내 머릿속엔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팀 토크가 끝나고, 난 나서려던 펩을 붙잡는다.
“?”
“우리가 맨시티를 박살 낼 거예요, 펩. 그러니까. 당신과 제가 말이에요.”
“…….”
나를 잠깐 물끄러미 쳐다보던 펩은, 이내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받아 본 적 없는 따뜻한 손길로, 내 가슴팍을 두드려 왔다.
“그래. 나도 알고 있어.”
“!”
사실 지금까지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펩이 항상 결정적인 순간에 와서는 발을 뺀다는 점이었다.
전술적인 이야기를 할 때는 노이어 저리 가라 할 정도의 고고함을 보여 주면서, 정작 함께 자신감을 북돋는 순간에는 뒤로 슬쩍 빠지고는 했다.
그래서 그런 역할은 항상 도메네크나 부에나벤투라의 몫일 때가 많았고, 선수단 일부는 그러한 면 때문에 펩을 신뢰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팀과 함께하는 것 같지 않으니까.
책임을 회피한다고 보는 거다.
확실히, 펩 과르디올라라는 남자는 ‘너희들을 지켜 주겠다.’라고 말하는 유형의 감독은 아니다.
그러나 ‘너희에게 축구를. 또 이기는 법을 알려 주겠다.’라고는 말하는 감독이다.
그렇기에, 지금 펩이 조용히 던진 한마디는 어떠한 팀 토크보다도 내겐 힘이 되는 것이었다.
단순히 이기는 법만이 아니라, 피치 위에서 모든 것을 함께하겠다는 느낌을 전해 주었기 때문이다. 무척 드문. 아니, 펩 과르디올라와 함께 뮌헨에서 지낸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다.
지금의 난,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뭐야? 좋은 일이라도 있어?”
“그럼. 그렇고말고.”
“??”
라커룸을 빠져나와 피치로 들어가는 길에, 날 발견한 단테가 의아하다는 듯 걸음을 멈추고 질문을 던져 왔다.
대답을 들은 지금은, 더 의아해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난 그런 단테의 등을 살짝 두드렸다.
“우리가 곧 맨시티를 박살 낼 거거든.”
지금 내가 말한 ‘우리’란.
“펩이 한 말을 잘 기억해. 우린 저들을 가두고, 볼을 빼앗아 바로 역습을 할 거야.”
“뭐? 아, 응. 그래. 기억하고 있어.”
“VAMOS, AMIGO! Vamos ganhar esta noite!!”
난 지금 포르투갈어로, 오늘 밤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고 소리쳤다.
***
피치 위에서 수비수가 느낄 수 있는 가장 위협적인 포지션은 과연 어디일까?
과거에는 수많은 이들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페널티 박스 안’이라고 답을 해 왔으나, 어느새 축구계에 자리 잡기 시작한 통계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축구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상대 수비를 공략할 수 있는 지점은, 페널티 박스 앞 가로*세로 약 20~25m 정도 되는 위치다.
축구 경기에서 발생하는 키(Key) 패스의 절반 이상이 해당 지점에서 만들어지며, 어시스트 크로스로 연결되기 직전의 패스 역시도 절반 이상 같은 위치에서 시작되곤 했다.
펩 과르디올라의 펄스 나인이 축구계에 커다란 혁명을 가져온 것 역시, 리오넬 메시가 해당 지점에서 누구보다 위협적인 남자였기 때문이다.
이후 해당하는 지점이 전술적으로 크게 유용하다는 것을 알게 된 감독들은, 페널티 박스 앞으로 축구공을 보내기 위한 전술을 만들어 왔다.
각자가 추구하는 철학에 따라 모양새는 조금 달랐지만, 페널티 박스 앞이 빌드업의 최종 목적지란 것은 모두 같았다.
이는, 맨시티의 마누엘 페예그리니 역시 마찬가지다.
‘됐어.’
축구를 항상 토목공학(土木工學)적인 측면에서 바라봐 왔던 그는, 후반전에 시도한 전술적인 변화가 경기의 분위기를 바꾸어 놓았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
.
·후반 10분
맨체스터 시티 0 : 2 바이에른 뮌헨
2000년대 후반부터 점차 측면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지만, 모든 축구 선수에게 ‘중앙과 측면 중 하나를 허락해야 한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99% ‘측면’이라는 답변이 돌아올 것이다.
측면에서 득점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추가적인 과정들이, 실점을 막아 내는 걸 도와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중앙에 덫을 설치했던 일은, 동료들에게 필연적으로 침착함이라는 덕목을 요하고 있다.
사실 저 위치는 일반적으로 쉽게 발을 들이도록 해서는 안 될 곳이고, 저 자리에 패스가 전달되어 누군가 축구공을 발아래에 두면 수비수들은 심리적으로 조급해진다.
특히나 그것이 에딘 제코나 세르히오 아게로와 같은 남자라면, 그 조급함은 더해질 수밖에 없다.
삐?익!!
“아…….”
좀 더 침착하지 못하고 성급히 발을 뻗은 보아텡의 파울로 인해, 맨시티가 위협적인 위치에서 프리킥을 확보했다.
“제롬!! Beruhigen!! Entspannen Sie sich!! Ordnung?”
“그래.”
보아텡은 종종 자신의 넘치는 에너지와 재능을 억누르지 못하는 순간이 있다. 그래서 가끔은 인내해야 할 때, 그러지 못하고 그것들을 분출시킨다.
다행히 단테가 그런 보아텡의 뒤에서 커버를 잘해 주기는 하지만, 지금과 같은 순간은 그도 어찌할 수가 없다.
보아텡을 진정시키는 단테의 말을 들으며, 난 페널티 박스로 쇄도하려 했던 사미르 나스리를 쳐다보았다.
후반전, 맨시티는 4-3-3으로 전술을 바꾸면서 에딘 제코가 공간을 열어 주고 그 공간으로 2선 자원이 뛰어든다는 전형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으로 변화를 줬다.
반대편의 나바스가 윙어처럼 뛰며 알라바와 단테의 사이 공간을 벌려 준다면, 이쪽의 나스리는 인사이드 포워드가 되어 9번 자리를 차지하려고 했다.
아게로는 주로 벌어진 공간으로 뛰어든다거나, 아니면 제코가 패스할 수 있도록 적당한 위치에서 기다리며 다시 볼을 받아 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공격수들의 역할이 아니라 바로 그 아래에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다.
원활한 빌드업을 위해, 맨시티는 페르난지뉴를 원볼란치로 박아 두고 야야 투레의 위치를 크게 전진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어차피 수비적인 기여를 기대할 수 없는 만큼, 야야 투레가 지닌 장점을 최대한 끌어 올리겠다는 생각일 것이다.
그리고 세 명의 미드필드를 세로로 길게 배치하여, 공격형 4-3-3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중원의 공백을 채우겠다는 의도 역시도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이 말은 즉, 아게로와 페르난지뉴 사이가 수비적으로 굉장히 취약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필리프! 필리프!!
“…….”
“저기!!”
그래서 나는 람에게 손짓을 보내어, 야야 투레의 곁으로 그를 이동시키려고 했다.
만약 우리가 맨시티를 제대로 덫에 가둬서 볼을 빼앗는다면, 람이 서게 될 투레의 곁이 역습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일단 지금은.
삐—익!!
프리킥을 막아 내야 한다.
골대와 대략 20m 정도 떨어진 위치에서, 야야 투레가 직접 슈팅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 수비적인 기여가 크게 줄었단 말을 듣지만, 여전히 저 남자는 세계 최고의 미드필드다.
“후우우-”
급소를 한 손으로 가린 채, 다른 한쪽 손을 반대편 어깨에 올려 둔 내가 투레의 킥과 함께 힘껏 점프를 한다.
이 일을 게을리한다면, 노이어에게 족히 한 달은 닦일 거다.
“윽-!”
점프를 한 내 머리에 맞은 축구공이 굴절되어 골라인을 벗어나고 코너킥이 만들어지자, 다시 노이어가 손을 뻗어 가며 놓치는 선수가 없도록 소리를 질러 댔다.
“저기!! 저기 네 상대가 있잖아!!”
‘예민해졌네.’
예민한 노이어만큼 무서운 사람도 또 없는지라, 난 골포스트 하나를 붙잡고 서서 코너를 쳐다봤다.
이번에는 나바스의 킥이 있었고, 단테의 머리에 맞은 축구공이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팀 전체가 빠르게 페널티 박스 안을 벗어났다.
라인을 밀어붙여 상대가 후방으로 볼을 돌리게 하기 위함인데, 다행히도 이번 전진은 효과를 봤다.
다시 양쪽의 진영이 정돈되고, 우리는 준비한 전술에 따라 상대를 측면으로 몰아가려고 했다.
순간적으로 보아텡이 전진해 중앙을 강하게 틀어막게 되자,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던 투레는 몸을 돌려 나스리에게 패스를 보내왔다.
나는 곧 나스리와 1:1로 마주하게 됐고, 발 빠르게 오버랩을 시도하는 클리시를 확인하곤 슬쩍 시선을 왼쪽에 두었다.
적절하게 커버를 오고 있는 토니 크로스가 보여, 나는 곧 조금 물러서며 손을 뻗었다.
이제 나스리를 크로스에게 맡기고, 클리시를 내가 마크하기 위함이다.
패스를 보낼 곳을 찾던 나스리가 클리시를 발견하며 축구공을 밀어 넣은 순간, 난 재빠르게 몸을 돌려 앞으로 달려 나갔다.
사이드라인을 따라 쭉 달려오던 클리시가 패스가 향하는 곳을 향해 조금 안쪽으로 움직여 들어오고, 그가 축구공을 받기 직전 나는 오른발을 뻗어 볼을 먼저 건드렸다.
오른발 바깥쪽에 닿은 축구공은 제자리에 멈춰 선다.
그래서 난 몸을 돌리며 왼발 앞에 그것을 두었다.
역습을 시도해 보려고 했지만, 볼을 잘라 낸 위치와 상황이 준비했던 전술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금은 덫에 가둔 것이 아니라 상대의 길었던 패스를 잘라 낸 느낌이었고, 그래서 맨시티 선수들의 위치가 수비로 전환하기에 이로웠다.
그래서 잠깐 멈칫했던 찰나, 토니가 손을 들어 올리려 했고 난 그것에 먼저 반응했다.
“!!”
“…….”
오버랩이 실패한 즉시 내게 압박을 가해 오는 클리시의 다리 사이로, 난 축구공을 빼내며 여유롭게 그를 따돌렸다.
다시 클리시가 몸을 돌려 뛰어들어 왔을 땐, 앞쪽으로 축구공을 길게 차내면서 속도 경쟁을 시작했다. 지금은 내가 직선으로 움직일 수 있고, 상대는 날 추적하려면 한 번 틀어야 한다.
그것이 가속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나는 자신감을 가지고 계속 볼을 치고 달렸다.
잠깐 내 유니폼의 끝자락을 붙들려 했던 클리시는 이내 떨어져 나갔고, 중앙으로 이동한 사미르 나스리와 애초부터 거리가 멀었던 페르난지뉴는 날 수비할 수 없다.
가엘 클리시의 오버랩으로 인해 생겨난 텅 빈 공간으로, 난 족히 40m 정도를 질주했다.
얼떨결에 역습이 되어 버린 것인데, 이것은 결코 의도하고 있던 장면은 아니었다.
그저,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일 뿐이다.
하지만.
“이봐-!!”
하프 라인을 넘어서자마자 내 앞쪽으로 뛰어들기 시작한 토마스 뮐러에게 패스를 보내며, 난 그 즉시 방향을 조금 바꿔 골대를 목표로 스프린트를 더 이어 나갔다.
현재 맨시티의 센터백 두 사람은 토마스 뮐러와 나를 각각 1:1로 마크하는 모양새였다.
그런 두 사람의 위치로 페르난지뉴가 커버를 들어간 가운데, 마이카 리차즈 역시 페널티 박스 근처로 들어와 중앙을 틀어막으려 하고 있다.
나스타티치를 충분히 끌어들인 뮐러가 내게 패스를 보내오고, 아까 말한 가장 위협적인 위치. 그러니까, 페널티 박스 앞에서 볼을 전달받은 나는 골대를 슬쩍 쳐다봤다.
일반적으로 이것은 슈팅을 하기 전 골대의 위치를 확인하려는 행동이지만, 지금 내가 이렇게 행동한 이유는 상대가 그렇게 받아들여 주길 바래서였다.
그래야 마이카 리차즈가 내게 접근을 할 테고, 그러면서 만들어진 공간으로.
툭-
“?!”
패스를 보낼 수 있다.
슈팅을 위한 잽스텝까지 해 보인 뒤, 나는 오른발을 강하게 휘두르는 대신 발 안쪽을 이용하여 리차즈가 뛰어 들어온 방향으로 축구공을 굴려 보냈다.
그곳엔 나의 스프린트와 동시에 반대편에서 부지런히 달려준 리베리가 있었고, 조 하트와 1:1로 마주하게 된 그는 첫 번째 득점보다 몇 배는 더 쉬운 상황을 놓치지 않았다.
리베리의 오른발을 떠난 축구공이 먼 쪽 골대를 향해 휘어져 들어가, 골포스트 안쪽을 두드리곤 그대로 반대편 그물로 가 얹혀진다.
그와 동시에 페르난지뉴가 괴로워하며 주저앉았고, 난 주심의 휘슬 소리를 들으며 달려오기 시작한 리베리를 향해 양팔을 좌우로 쭉 뻗어 보였다.
가까운 곳에서 점프를 한 리베리가 내게 안겨 포효를 내지르고, 힘껏 그를 들어 올린 나는 펩이 있는 곳을 쳐다봤다.
그는 지금 벤치에 앉아, 흐뭇한 미소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비록 전술이 100% 나타난 장면은 아니지만, 그래도 뮐러를 오른쪽에 둔 선택이 빛을 발휘했다.
‘3:0이에요, 펩. 3:0이라고요.’
만약 오늘 이 경기가 이대로 끝이 난다면, 과연 사람들은 펩의 전술을 어떻게 평가할까?
나는 지금, 그것이 몹시도 궁금해졌다.
.
.
·경기 결과
맨체스터 시티 0 : 4 바이에른 뮌헨
토마스 뮐러 : 전반 44분(필리프 람)
아르연 로번 : 후반 23분(토마스 뮐러)
김다온 ? 95분 출전(2어시스트/평점 1.5) – MoM
***
작가의 말 ? 여전히 입원 중이라, 노트북으로만 작업하고 있어서 집 데스크톱에 있는 프로그램으로 사진 작업이 힘듭니다. 퇴원 일자가 아마 18일이나 19일쯤일 것 같은데, 그 이후엔 사진 작업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