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95)
294화
※ 경기 후 인터뷰
1. 펩 과르디올라
On 전술적인 접근이 인상 깊었다
“실은 조금 고민했다. 내 머릿속엔 맨시티를 상대할 수 있는 수십 가지의 전술이 있었지만, 무엇이 효과적일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내 곁엔 함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On 토마스 뮐러의 펄스 나인 기용
“토마스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남자다. 그는 10번이나 윙어가 될 수도, 또 오늘처럼 스트라이커로 뛸 수도 있다. 그리고 오늘 토마스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이해했다. 나는 그가 맨시티의 수비를 뒤흔들 수 있다 믿었고, 그래서 그를 최전방에 기용한 것이다.”
On 지속적인 펄스 나인의 사용 여부
“그건 알 수 없다. 상대팀에 따라 다를 것이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언제든 그렇게 하겠다.”
On 올 시즌 유독 뮌헨 선수의 포지션 변화가 잦다
“그렇게 보인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그들이 하는 일은 변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람? 그는 이전에도 줄곧 플레이메이킹에 참여했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동해 세컨볼을 다투거나, 때로는 사령관이 되어 빌드업과 전개를 담당했다. 내가 한 일은 그저, 그의 위치를 가운데로 옮긴 것뿐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포지션이 바뀐다고 하여, 하는 일이 바뀐 것은 아니다.”
On 김다온에 대하여
(그는 종종 윙어처럼 보인다) “그런가? 그렇다면 그가 무척 자신의 일을 잘 해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는 팀이다. 그렇기 때문에 라인이 높고, 사이드백의 공격 가담이 중요하다.”
(10경기 12개의 공격 포인트. 뮌헨 최다다) “나는 정확히 그런 부분을 기대하고 그의 영입을 원했다. 그리고 그가 기대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어서 기쁘다. 딱히 놀랍지는 않다.”
(기대했던 그만큼인가?) “그것보다 더 잘해 주고 있다. 하지만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BT Sports는 사이드백 싸움이 일방적이었다고 했다) “다온과 알라바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런 이들과 함께해서 기쁘다.”
***
(개리 드루리) – BT Sports 스튜디오 호스트
“무척 충격적인 결과였습니다. 뮌헨의 우세를 예상했지만, 4:0은 놀라운 스코어로군요. 또 다른 ‘Vier Munchen’이었습니다. 어떻게 보셨습니까?”
(대런 플레처) – BT Sports 스튜디오 호스트
“맨시티는 힘든 초반부를 보내고 있습니다. 감독이 페예그리니로 바뀌면서, 계속 시행착오가 드러나고 있죠. 하지만 뮌헨 역시 같은 상황이라 그건 핑계가 되지 않을 겁니다.”
(마이클 오웬) – BT Sports 스튜디오 호스트
“뮌헨의 전술이 인상 깊었어요. 그들은 최전방에서 플랫을 만들어, 강한 압박을 했습니다.”
(개리 드루리)
“전술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오늘 뮌헨은 선수들의 정확한 포지션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그렇지 않아요?”
(마이클 오웬)
“네. 매 순간 선수들의 위치가 달랐죠. 어떨 땐 뮐러가 윙어가 되고 로번이 최전방에 있거나, 아니면 샤키리가 톱에 서기도 했어요. 그게 맨시티의 수비에 혼란을 안겨다 줬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공간이 생겼죠. 뮌헨과 같은 팀에게 그런 공간을 준다는 건, 여지없는 일입니다. 결과가 증명하죠.”
(개리 드루리)
“중계진이 누차 언급했습니다, 전 다온에 관해서도 말하고 싶습니다. 그의 두 번째 어시스트 장면 말이에요. 이번 시즌 뮌헨의 경기에서 자주 등장하던 모습입니다. 수십 미터를 달리며, 수비수들을 떼어놓죠.”
(대런 플레처)
“그렇게 달리는 풀백은 흔치 않아요.”
(개리 드루리)
“저는 본 순간, 다니 아우베스가 쉽게 떠오르더라고요.”
(대런 플레처)
“네. 하지만 조금 다르긴 합니다. 단순히 직선으로 파고드는 게 아니라, 공간을 찾아 뛰어 들어간다는 느낌이죠. 사이드백에겐 흔치 않은 재능입니다. 그래서 그가 더 돋보이는 거죠. 뿐만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환상적입니다. 제가 만약 가엘 클리시였다면,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할 겁니다.”
***
2013년 10월 3일. 북해 상공(Over North Sea).
쉽지 않을 거라고 믿었기에, 맨시티 전(戰)의 대승은 무척이나 기쁜 것이었다.
무엇보다 팀 전체의 컨디션과 경기력이 하향세를 그리던 중이었던지라, 4:0의 결과는 사실 뜻밖이기는 했다.
[“그게 바로 챔피언스 리그의 마력이지.”] [“?”]에티하드 스타디움을 벗어나기 전에, 나는 펩과 짧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고된 일정은 우리를 지치게 해. 하지만 한두 경기 정도는 정신력으로 그걸 극복할 수 있지.”] [“그게 오늘이었다는 건가요?”] [“그래. 리베리. 로번. 외의 누가 오늘 경기를 이끌었는지를 생각해 보게. 오늘 그들은 평소보다도 더 정신적인 준비가 잘 되어 있었어.”]펩은 그들이 베테랑이며, 따라서 더 중요한 경기를 위해 체력을 아껴 두며 뛰어 왔다는 점을 말해 주었다.
[“매 경기 전력을 다할 수 있다면 좋겠지. 하지만 나이는 그렇게 할 수 없게끔 만들어. 현명한 사람일수록, 그것을 빠르게 받아들이지. 다행히도 둘 모두 똑똑한 남자들이야.”]사실 리베리의 선제골이 빠른 시간에 터지지 않았더라면, 오늘 경기의 양상과 결과 모두 완전히 달라졌을 수도 있다.
인터뷰에서 펩이 선제골이 중요하다고 몇 번이나 강조했던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에서일 거다.
그 골이 우리에게 시간을 벌어다 주었고, 전반 44분 뮐러의 두 번째 득점이 만들어질 때까지 맨시티를 정체시켰다. MoM은 내가 탔지만, 개인적으론 리베리가 최고의 선수였다.
[“꼭 나이 때문이 아니라도 마찬가지야. 일정이 나를 힘겹게 한다면, 자넨 반드시 영리하게 뛰는 법을 알아야만 해. 하나의 경기만을 보는 게 아니라, 시즌 전체를 계산하는 거지. 마치, 마라톤처럼.”]이 대화를 끝으로, 나는 펩과 헤어져 버스에 올라탔다.
그런데 아직 내겐, 궁금한 게 하나 남아 있다.
‘흐음- 오늘은 쉴까?’
경기 직후 곧장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무척 피곤하다. 이미 많은 이들이 곯아떨어졌고, 오직 알라바만이 잠든 리베리의 곁으로 살금살금 다가가 셀카를 찍고 있었다.
찰칵-!
그런 알라바가 귀찮았는지, 로번은 이미 한참 전에 자리를 바꾼 상태다.
낄낄거리면서 휴대폰을 만지고 있는 알라바는 분명, 본인의 소셜네트워크 계정에 금방 찍은 사진을 업로드하고 있을 것이다.
리베리-로번의 관계가 오래된 부부 같다면, 리베리-알라바의 관계는 톰과 제리로 비유가 가능했다.
“드르러엉-! 컥-!”
“큭큭큭큭.”
“……하여간.”
그런 둘을 잠깐 쳐다본 나는, 안대와 귀마개를 착용한 채 조용히 잠들어 있는 단테를 바라봤다.
남들이 보면 별것 아니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잠버릇이 전혀 없는 동료가 옆자리에 있다는 건 이 세계에서는 무엇과도 바꾸기 힘든 큰 축복이다.
그럼 나도 잠이나 자 볼까?
습관대로, 귀마개를 꽂는다.
‘이제 다음은…….’
우리는 이틀 뒤, 레버쿠젠 원정을 떠날 예정이다.
그리고 아마 흥민이 형을 만나게 될 거다.
레버쿠젠으로 이적한 흥민이 형은 줄곧 왼쪽 윙어로 출전하고 있다. 본래 안드레 쉬얼레가 뛰던 포지션이고, 만약 선발로 나선다면 내내 맞붙게 될 것이다.
‘재미있을 거야.’
최대한 편하게 두 다리를 뻗어 보며, 나는 10월 5일에 있을 경기를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기로 했다.
시각과 청각을 차단시키자, 수마(睡魔)가 곧 그 자리를 차지해 버렸다.
***
체셔 WA16 8RQ, 잉글랜드. 올러튼, 너츠포드, 애쉬 레인(Ash Lane. Ollerton, Knutsford. Cheshire WA16 8RQ, England).
맨체스터 시내에서 23마일. 그리고 맨체스터 공항에서 15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이 고풍스러운 대저택은, 17세기 중반 잘생긴 외모로 귀족 사회에서 인기를 끌었던 한 백작의 집을 수차례에 걸쳐 리모델링한 곳이었다.
정원에 심어진 커다란 수양버들 나무 아래의 넓은 회전 공간을 따라, 분수가 있는 반사 연못이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오래도록 진짜 주인 없이, VIP로 불리는 이들의 임시 거처로만 쓰였던 이곳.
조지아(Georgia)식 코어 양식을 고스란히 담은 저택은 모처럼, 진짜 주인과 함께 환한 불빛을 밝히고 있다.
“환상적이더군. 더욱 성장했어.”
– 네. 저도 봤습니다.
“후우~ 난 그 녀석이 더욱 갖고 싶어졌어, 유리엘. 벌써 두 번이나 내 손을 빠져나간 그 녀석이 말이야.”
새벽 2시가 훌쩍 넘은 시각.
4시간 전에 끝난 경기의 여운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제임스 그래험의 얼굴은, 그의 현재 모습과는 거리가 먼 천진난만함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난감하군. 그 녀석은 나란 존재를 어렴풋이 알아. 그리고 프레데터가 내 산하에 있다는 것도.”
– 그들의 친구들을 데려오죠. 그건 어떻습니까?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일세. 이미 전화를 해 뒀어.”
– 하하. 변함없이 손이 빠르시군요.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 내내, 김다온은 본인의 영역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완벽하게 제어해 냈다.
지난 시즌 EPL 팀 특유의 컬러에 고전을 겪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고, 오히려 사미르 나스리를 완벽하게 묶어 내며 피치 위에서 상대를 지워 버리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압권이었던 건, 종종 가엘 클리시와 맞붙을 때였다. 김다온은 상대를 어린아이처럼 다뤄 버렸다.
만약 맨시티가 지난여름 성공리에 김다온을 영입했더라면, 클리시가 뛰었을 왼쪽 풀백에 있었을 것이라 더욱 극적으로 느껴지는 장면들이었다.
쓰린 속을 달래고자, 애써 김다온을 생각하고 있지 않던 제임스 그래험.
그는 다시 한번, 사랑에 빠져 버리고야 말았다.
“베르나르두 실바, 제로니모 베가. 올레 스펠만. 몽땅 프레데터의 산하로 끌어들일 생각일세. 그리고 그건 어렵지 않을 거야. 하지만, 그게 녀석의 영입을 보장하는 건 아닐세.”
– 뭐, 그렇긴 하죠.
“이번 맨시티의 판단에는 의문이 들더군. 그들에게 준 1억 유로가 아까워질 정도야.”
제임스 그래험은 김다온의 영입에 힘을 보태고자, 파나마에 있는 별도의 계좌에서 1억 유로를 아부다비 투자청의 비밀 계좌로 송금했다.
하지만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되어 버렸고, 그의 사업적 파트너인 만수르는 해당하는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
돈이 아까운 것은 아니었지만, 제임스 그래험은 그런 만수르의 태도가 내심 불쾌했다.
“슬슬 다른 파트너를 구해야 할지도 모르겠군.”
– 아니면 이건 어떻습니까?
“뭐?”
– 당신이 직접 그 파트너가 되는 거죠.
“……흥미롭군. 계속해 보게.”
– 조 루이스는 항상 클럽을 매각하길 원했죠. 그의 팀이라면, 적절한 대상 아니겠습니까?
조 루이스(Joe Lewis)는 영국의 투자회사 ‘ENIC Group’의 설립자 겸 최대 주주로, 동시에 EPL 클럽 토트넘 홋스퍼의 최대 주주이기도 했다.
하지만 조 루이스는 축구단에 투자하는 것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고, 그래서 사람들은 단장인 다니엘 레비(Daniel Levy)를 구단주로 착각하곤 했다.
그러나 다니엘 레비는 사업적 파트너일 뿐, 엄밀히 따지자면 조 루이스에 의해 고용된 축구 분야의 총괄이라고 표현하는 게 옳다.
– 당신이 토트넘을 인수하고 기업을 앞세워 계속해서 그림자 속에 머문다면, 누구도 진실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그를 보유하는 것도 가능할 겁니다.
“…….”
– 지시만 내린다면, 일을 진행해 보죠.
“은밀하게. 그리고 진지한 수준은 아니야. 그저, 알아보는 선에서만이었으면 좋겠군. 일주일 단위로 된 보고서도 필요해.”
– 분부대로. 곧바로 팀을 짜겠습니다.
“그래. 그럼 이만 끊겠네.”
-딸각-
제임스 그래험이 지금까지 축구 클럽의 소유를 꺼린 이유는, 음지(陰地)에서의 사업이 세간에 알려지는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과거에는 몇 번이나, 맨유나 리버풀 같은 클럽을 인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제임스 그래험은 좋은 말로 그것을 거절해 왔다.
지금처럼 평범한(?) 기업의 CEO 겸 귀족으로 머무는 게, EPL 클럽의 구단주로 사는 것보다 훨씬 주목을 덜 받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한데 지금, 제임스 그래험은 본인만의 원칙을 깨고 예외를 적용하려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놀랍게도, 작년 런던 올림픽에서 우연히 본 대한민국 출신의 풀백이었고 말이다.
하늘에서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하고, 테라스에 서서 밖을 바라보던 제임스 그래험은 이런 자신이 우습다가도 욕망에 솔직히 굴복하길 몇 번이나 반복했다.
여자, 돈, 명예.
그리고 말로 다 할 수 없는 세상의 수많은 것들.
그것들을 전부 어렵지 않게 손에 넣어온 제임스 그래험에게 있어, 충족되지 않는 소유욕은 참기 힘든 것이었다.
‘다음 기회가 온다면 반드시.’
세 번의 실패는 없을 것이라 다짐하는 제임스 그래험의 눈빛은 맹수의 그것처럼 날카로운 빛을 내고 있다.
***
2013.10.05. 경기 결과
레버쿠젠 1 : 1 바이에른 뮌헨
[골] 토니 크로스 : 전반 29분(프랑크 리베리)김다온 ? 96분 출전(평점 3.0)
.
.
51373 레버쿠젠, 독일. 비스마르크슈트라세 118. 린드너 호텔 베이아레나(Lindner Hotel BayArena. Bismarckstraße 118. 51373 Leverkusen, Germany).
오늘은 많은 것들이 기대에 못 미쳤던 날이다. 흥민이 형은 선발이 아닌 벤치에서 출전해 26분만을 뛰었고, 우리가 피치 위에서 교감할 수 있는 시간도 많지 않았다.
그리고 팀 역시, 여러모로 실망스러웠던 하루였다.
불안 요소가 한꺼번에 드러났다고나 할까?
특유의 크리스마스트리 전술을 사용한 레버쿠젠은 내게도 분명 익숙한 것이었지만, 팀 전체의 기동력은 작년 벤피카에서 뛸 때와 분명한 차이를 보였다.
와중에도 우린 수없이 많은 기회를 만들었지만, 그때마다 매번 베른트 레노 골키퍼의 선방이 나온 점도 컸다.
“어때?”
“안 들려. 분명한 건, 마리오가 소리 지르고 있단 거야.”
“…….”
오늘도 펩은 지난 경기와 똑같은 펄스 나인을 사용했다.
토마스 뮐러가 최전방에 섰고, 그 아래에 리베리-토니-샤키리-로번을 배치했다. 람과 토니의 위치가 뒤바뀐 것을 뺀다면, 선수기용까지 완전히 똑같은 셈이다.
하지만 리베리와 로번의 체력과 컨디션이 맨시티 전만큼 되지는 못했다는 게 문제였다.
그나마 올 시즌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인 토니가 득점을 기록하고 숱한 기회를 만들어 주었지만, 마치 귀신에라도 쓰인 것처럼 동료들이 그것을 받는 족족 날려 버렸다.
특히 토마스 뮐러는 두 번의 완벽한 1:1을 비롯하여, 득점으로 연결될 수도 있던 네 번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결국 후반 35분 펩이 뮐러를 빼고 만주키치를 급하게 투입했지만, 팀 전체의 체력이 고갈된 상황에서는 큰 의미를 발휘하기 힘든 교체였다.
바로 그것 때문에, 만주키치가 펩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이야기가 멈췄어!”
“튀자!”
펩의 객실문에 귀를 대고 있던 단테가 다급하게 목소리를 높였고, 거기에 반응한 우리는 열려 있던 방문 안으로 줄지어 들어갔다.
딸깍-
문을 닫기 직전 펩의 객실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내 주변 모두는 닫혀 있는 문에 귀를 대고 있는 우스꽝스런 모습을 하고 있다.
나도 그중 하나다.
경기가 끝난 뒤의 만주키치는 상당히 분노한 상태였고, 그는 두 번 연속해서 자신을 벤치에 놓아둔 펩의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며 크게 소리를 질렀다.
지금도 밖에선, 만주키치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
“뭐라고 하는 거야?”
“쉬-잇! 안 들려.”
“이런, 제기.”
약간의 소란 뒤에 다시 침묵이 찾아오고, 뭉개져서 들리는 목소리를 구분한다는 건 내겐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다 밖이 조용하게 바뀌고 나자, 안에 모여 있던 다섯 명의 염탐자들은 비로소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고요하게 바뀌어 버린 복도는 평범한 호텔의 모습을 그 자체였다.
“누구 마리오랑 이야기해 볼 사람?”
“얘를 보내.”
“뭐? 왜 난데?”
“그야, 요즘 마리오랑 친하게 지내잖아.”
“그건 필리프가 해야지. 내가 할 일이 아니야.”
“그 말이 맞아. 내가 갈게.”
엉뚱한 사람을 지목한 뮐러에게 발끈하는 사이, 내 말에 동의한 람이 만주키치를 만나 보겠다며 한쪽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보아텡과 토니 역시 객실로 움직였다.
이제 남은 건 나와 토마스뿐이다.
“게임이나 할까?”
“뭐? 지금 제정신이야?”
“하긴. 시간이 좀 늦었지?”
“그래. 시간도 늦었고, 이런 결과 뒤엔 편하게 뭘 못 하겠어. 넌 어쩜 그런데?”
“내가 뭘?”
“하아~ 됐다. 말을 말자. 난 갈래.”
“응. 잘 자고.”
“그래. 너도.”
뮐러와 헤어져 앞으로 조금 걸어가다, 뒤쪽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와 다시 몸을 돌렸다.
다른 방문이 열린 것을 기대한 게 아니라, 뮐러가 자신의 방으로 사라지는 것을 기대해 했던 행동이다.
녀석은 우리가 숨어들었던 방으로 들어섰고, 이제 호텔의 복도엔 고스란히 나 혼자 남겨지게 되었다.
“…….”
펩은 우리에게, 승리의 기쁨은 5분이면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을 했었다.
‘사흘 전엔, 진짜 좋았는데.’
맨체스터 시티를 4:0으로 누른 전술이, 레버쿠젠을 상대론 1:1의 결과밖에 만들어 낼 수 없었다는 사실이 우스우면서도 참으로 신기했다.
그것은 우리가 잘하지 못해서일까?
아니면 레버쿠젠이 맨시티보다 강해서일까?
만약 이 두 가지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전자를 택하고 싶었지만, 나는 축구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분명 거기엔 더 많은 복잡한 이유가 있을 거다.
펩은 어쩌면, 그걸 알 수도 있다.
“휴우~ 아. 싫다.”
레버쿠젠 원정에서의 승점 1점은 나쁜 결과물은 아니다.
그렇지만, 나는 더 잘하고 싶었다.
몇 개의 문제가 드러났지만, 나는 당분간 그것을 이곳에 남겨 두고 한국으로 떠나야 한다.
그리고 내가 아는 펩이라면, 우리가 없는 시간 동안 혼자서 문제점을 끌어안고 끙끙댈 것이 틀림없다.
‘한국에서 돌아오면 문제는 풀려 있겠지만…….’
문제야 풀려 있겠지만, 그곳 어디에도 우리 선수들이 해야 하는 노력은 없을 게 분명하다. 이는 책임을 감독에게만 미루는 일이었고, 난 그게 영 찝찝했다.
일단 한국에서의 일을 먼저 생각한 뒤에, 다시 독일로 돌아와 고민을 해 볼까 한다.
오늘 우린, 시즌 시작 후 처음으로 경기에서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