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97)
296화
2013년 10월 11일. 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 조촌동 기린대로 1055. 전주 월드컵 경기장.
·경기 시작 2시간 전
대한민국 0 : 0 브라질
&Match-Up`s Best Eleven(대한민국/브라질)
&Tactics(대한민국/브라질) : 4-2-3-1/4-3-3(D)
GK ? 정성룡 / GK – 헤페르송
RB ? 김다온 / RB ? 다니 아우베스
CB ? 홍정호 / CB ? 다비드 루이스
CB ? 김영권 / CB ? 단테
LB ? 박주호 / LB ? 마르셀루
DM ? 기성용 / DM ? 루이즈 구스타보
DM ? 한국영 / DM ? 파울리뉴
RAM ? 차두리 / CM ? 오스카르
CAM ? 구자철 / RW ? 헐크
LAM ? 김보경 / LW ? 네이마르
ST ? 손흥민 / ST ?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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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의 시간은 무척 빠르게 지나갔다. 컨디셔닝을 조절해 가며 훈련에만 몰두하다 보니, 어느덧 시합 날이 다가와 버린 것이다.
그리고 어제부터 부쩍, 대표팀 내에 무거운 기류가 맴돌았다. 이유는 물론 상대의 강함 때문이다.
본인들의 홈그라운드에서 펼쳐질 2014 월드컵에서 우승을 목표로 삼은 브라질의 전력은, 여태껏 우리가 상대해 온 팀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Luis Felipe Scolari) 감독 역시, 이번 아시아 원정이 실험의 성격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몇 차례나 강조했다.
바로 어제만 해도 [“한국은 강한 팀이다. 우린 전력을 다하겠다.”]라는 인터뷰로, 이번 친선전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선발 명단은 이따가 받아 봐야 알겠지만, 현재 가장 좋은 폼을 유지하고 있는 선수들 대부분이 출전할 것 같다.
그리고 난 지금.
“갑시다아-!! 해 보자아-!!”
“아, 시끄러.”
“왜? 난 좋기만 한데.”
“……쯧.”
두리 형님과 함께 팀의 파이팅을 끌어 올리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성용이 형과 주호 형도 지원을 해 주고 있고, 구자봉이야 뭐 늘 그렇듯 구자봉 그 자체다.
저 인간은 긴장이라는 것을 할 줄 모른다.
아님 그런 것처럼 보이는 거거나.
“아아~ 씨. 컨디션이 영…….”
하지만 다른 형들은 긴장을 좀처럼 떨쳐 내지 못하고 있다.
월드컵 경험이 있는 베테랑들은 그나마 조금 낫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괜히 몸을 뻐근해하며 초조함이 묻어나는 습관을 보여 줬다.
다리를 떤다거나, 자꾸 손이 얼굴로 간다거나 하는 것들 말이다.
어제 적응 훈련을 마친 전주 월드컵 경기장 안에 들어서서, 라커룸에 앉아 훈련 준비를 시작한다.
중간중간 삼파올리 감독님이 안으로 들어와 사람들을 격려하거나 따로 불러내기도 했다.
펩이 라커룸을 우리의 영역으로 남겨 둔다면, 삼파올리 감독님은 거리낌 없이 라커룸을 드나들며 때때로 큰형님이나 삼촌처럼 느껴지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유형이시다.
오늘처럼 긴장감이 몸을 지배하는 날이라면, 저렇게 친근하게 다가와 주는 게 많이 도움이 된다.
곁에 든든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니까 말이다.
의지할 구석이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자아, 가자아-!!”
이번에도 두리 형님이 큰 목소리를 내며 우리들을 피치로 이끈다. 거기에 이끌려 일어선 나는 복도를 걸어, 선수들이 모이는 통로로 향했다.
저 멀리, 브라질 특유의 노란 유니폼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난, 껑충한 이를 찾아내어 반갑게 손을 들었다.
[에-이!! 단테!!]독일에서 브라질로 향했던 단테는 이틀 전 한국에 도착하여 전주 월드컵 경기장 근처에 짐을 풀었다.
이번에는 딱히 따로 만나지는 않았는데, 대신 전주 근처에 먹을 만한 식당을 소개받아 추천했다.
나를 발견한 단테도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이쪽으로 걸어왔고, 우리는 곧 중앙 지점에서 만나게 되었다.
[뭐야? 선발이야?] [응. 명단 안 봤어?] [아직. 몸을 풀고 볼 것 같아. 호르헤가 걱정하는 것 같아. 우리가 너희 이름값에 쫄아 버릴까 봐.] [하하하.]그렇게 단테와 한창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오랜만에 만나는 남자가 다가와 악수를 청해왔다.
난 반갑게 손을 내밀었고, 악수 뒤에 포옹을 나눴다.
[빌어먹을. 이젠 꼬맹이가 아닌데?] [대체 언제 적 이야기를 하는 거야?] [그래 봤자 1년이거든?] [응? 너희 둘 알아?] [응. 챔피언스 리그.]단테와 나 사이에 끼어든 남자는 다니 아우베스다. 우리는 작년 챔피언스 리그에서 격돌했었고, 조별 예선 탈락 후 울고 있던 나를 메시와 함께 위로해 줬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도 나를 놀리는 소재거리가 되고 있다. 다니 아우베스가 ‘Chora Bebe’라며, 우는 시늉을 한 것이다.
[미리 사과할게. 오늘도 널 울릴 거거든.] [Ah- Esta Loca.]아직 피치로 나가기까진 여유가 있었던 터라, 난 그렇게 이 두 남자와 계속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렇게 조금 뒤에는 다비드 루이스와 오스카르가 합류했는데, 둘은 나를 보자마자 유다(Judah)라느니 하면서 작년 여름 첼시로 합류하지 않은 것을 나무랐다.
물론 진짜로 그러는 건 아니고, 진심 반 농담 반 정도의 느낌이었다.
[에-이. 오랜만이야.] [응? 오-! 에-이! 러시아에서는 좀 어때?] [추워. 고작 10월인데. 그럼, 차우.]간단히 말을 건네고 떠난 이는 헐크다.
그리고 조금 뒤에는 페르난지뉴가 눈인사를 하고 떠났고, 하미리스는 내 뒤통수를 슬쩍 건들곤 피치로 향했다.
외에도 오늘 처음 만나는 에르나니스(Hernanes)와 루카스 모우라(Lucas Moura)가 다가와, 만나서 반갑다는 인사와 함께 손을 맞잡곤 떠나갔다.
[제기랄. 너 완전 브라질인데?] [그러게 말이야.] [이참에 귀화하는 건 어때? 너라면 다니나 마르셀루랑 경쟁해도 괜찮을 것 같거든. 우리 스타일이랑 잘 맞기도 하고.]다비드 루이스의 농담에 갑자기 진지함에 더해져 이야기가 점점 더 심화되어 갈 무렵, 갑자기 그가 몸을 움츠렸다.
‘어, 저거.’
어디서 많이 보던 장면인데.
다비드 루이스가 뒤를 돌자, 인상을 살짝 찡그리고 있는 마르셀루가 보였다.
[뭐가 어째? 경쟁? 하-! 웃기지 마.] [농담인데 뭘 그래?] [얘는 우리랑 조금 있으면 경기를 하잖아! 농담할 장소와 대상을 구분해야지! 얼른 가자고!] [치아구도 가만히 있잖아!]금세 정색하며 다투듯 대화하는 둘을 보고 있으니, 새삼 벤피카에서 머물 때가 떠올랐다.
남미 쪽 사람들은 금세 달아올라 싸울 것처럼 서로에게 소리치다가도, 이내 괜찮아져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았다.
[그래도. 가야겠어. 조금 있으면 꼰대 영감이 와.] [꼰대 영감?] [응. 우리 감독. 아무튼, 있다가 봐.]차례대로 사람들이 나를 떠나가면서, 약 5분 정도 이어 갔던 수다는 중단이 되었다.
그리고 뒤를 돌아봤을 땐, 라커룸에서 나오는 복도 앞에 우르르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보게 되었다.
“거기서 뭐 해요?”
“오~~~~”
“??”
“역시, 뮌헨! 어우, 씨. 이 새끼 갑자기 X나 멋있어 보여.”
표정이 확 바뀐 진수형의 태도에서, 난 사람이 얼마나 후광에 취약한 존재인지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지금 난 일종의 브라질 버프를 받은 셈이다.
아니면 뮌헨 버프라든가.
그런 새삼스러움이 싫지만은 않았던 난, 형들과 함께 복도를 빠져나가다가 자철이 형을 만나게 되었다.
형은 지금.
[쿠-! 나 지금 가야 한다고!] [1분만. 아니, 10초만.] [??] [그래에- 그거!! 그때 거기 진짜 맛있었잖아!! 기억나? 하하하핫-!!] [???]인상을 팍 찌푸린 구스타보가 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날 쳐다봤고, 그런 자철이 형이 한심하게 느껴진 나는 엉덩이를 걷어차며 이렇게 말을 했다.
“구자봉!! 고만해 고만!!”
자철이 형은 그저, 본인도 있어 보이고 싶었던 것뿐이다.
“왜? 나 지금 진지한 대화 중이었거든?”
“형.”
“어?”
“나 이제, 독일어 할 줄 알아.”
“……아, 그랬지.”
“하아~”
아직 몸을 풀기도 전이건만, 힘이 쫙 풀리는 것 같은 건 기분 탓만은 아닐 것이다.
***
(김형근) – MBC 아나운서
“네, 축구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곳은 전주 월드컵 경기장입니다. 월드컵의 영원한 우승 후보. 그리고 세계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는 브라질과 월드컵 본선 8회 연속 진출에 빛나는 대한민국이 오늘 이곳에서 격돌합니다.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경기. 오늘은 허정무, 송종국 해설위원과 저 캐스터 김형근이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허정무) – MBC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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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00분
대한민국 0 : 0 브라질
“후우~”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라는 사실은 숨길 수가 없다. 덴마크나 포르투갈을 상대론 전술과 전략이라는 것이 먹힐 수도 있겠지만, 기량의 격차가 크다면 그것 또한 무의미해진다.
잠근다고 하여 잠가진다는 것 자체가, 전력을 비벼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말이다.
주심의 휘슬이 울리기를 기다리며, 나는 조금 전 삼파올리 감독님의 지시 사항을 머릿속에 다시 떠올려 보고 있었다.
[“슛!! 오늘은 슛을 망설이지 마라!! 전반전은 너무 만들려고 하지 않아도 돼!! 적당한 위치와 기회가 주어진다면, 너희는 주저 없이 슈팅을 날릴 수 있어야 한다!!”]오늘 우리가 취할 전략이 선 수비 후 역습이 될 것이라는 건, 누구나 쉽게 예상해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이는 브라질 역시 마찬가지라는 거다.
[“상대는 볼을 점유하고, 우리를 몰아붙일 거다! 압박도 굉장히 심할 거야! 최대한 간결하게 볼 처리를 한다! 오늘 위험 지역에서 볼을 끄는 일은 자살행위야! 그리고 역습의 방향은 측면이다! 항상 볼을 잡으면, 측면으로 열어 준다고 생각해! 볼을 빼앗기더라도, 측면에서 볼을 빼앗겨야 한다!]개인적으론 삼파올리 감독님이 핵심적인 요소만을 콕 짚어서 지적을 해 줬다고 본다. 사실 오늘 경기를 준비하면서, 이전 어느 때보다도 전술적인 미팅이 적었다.
일정 대부분이 컨디셔닝에 맞춰져 있었다.
처음에는 유럽에서 온 사람들을 위하여 그렇게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생각했었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니 최선의 판단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술적으로 최대한 단순하게 접근해야 하는 경기에서, 굳이 선수들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삐—–익!!!
주심의 휘슬 소리가 울리고, 우리의 선축으로 경기는 시작된다. 자철이 형이 축구공을 길게 뒤로 보냈고, 성용이 형은 축구공을 다시 왼쪽으로 이동시켰다.
예상대로, 브라질은 강한 전방 압박을 가해 온다.
그러자 자연스레 팀 라인은 뒤로 밀린다.
“넓게! 넓게!!”
천천히 후퇴하는 성용이 형이 지시를 내려준다.
브라질을 상대로 좁은 공간에서 숫자 싸움을 벌이는 건, 미련하고 또 무모한 행동이다. 그래서 우린 간격을 최대한 넓혀, 피치를 크게 사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볼을 빼앗기게 되었을 때 위험에 처할 확률이 높긴 하지만, 팀의 빌드업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
주호 형에 영권이 형에게로, 또 축구공은 한 차례 더 중앙을 거쳐 오른쪽에 있는 내게 이어졌다.
재빠르게 접근하는 네이마르.
그가 발을 뻗어 온다.
‘어딜.’
발바닥을 슬쩍 축구공을 긁어내어 뒤로 빼내자, 헛발질을 하게 된 네이마르가 시야에서 사라진다.
{“오오오오-!!”}
순간 관중석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지만, 난 거기에 흔들리지 않고 빠르게 볼을 처리했다. 리커버리의 속도도 속도지만, 전방에서 움직이는 흥민이 형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파앙-!
오른발을 떠난 축구공이 길게 날아 흥민이 형의 가슴팍에 안착했고,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는 형을 단테가 저지해 낸다.
비록 전진은 막혔지만, 스로인을 얻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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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순간 월드컵 경기장이 들썩였습니다. 분데스리가를 시청하는 팬분들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김다온의 개인기 수준이 상당하지 않습니까? 지금도 발바닥을 사용해 멋지게 네이마르를 따돌렸습니다.”
(허정무)
“네. 수비수지만, 개인기가 굉장히 좋습니다. 수비도 잘하고, 공격성도 굉장히 도드라지죠?”
(김형근)
“네. 차두리의 드로인. 모처럼 오른쪽 공격수 포지션에서 출전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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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
“!”
두리 형님과는 훈련이나 경기 중엔 높임말을 쓰지 않기로 했다. 먼저 형님이 제안을 해 왔고, 나는 다른 사람들이 망설이기에 먼저 [“두리야!! 나 목마르다!!”]고 했다.
당시 분위기는 어이없음과 폭소의 어디쯤이었는데, 전자는 주로 A팀 경험이 부족한 이들이었고 후자는 베테랑이었다.
물론 나도 경험이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먼저 편하게 반말을 하라는데 굳이 그것을 거부하고 싶진 않았다.
음절의 숫자를 줄이면 줄일수록, 경기에는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리 형에게서 스로인을 전달받아, 패스를 보낼 곳을 찾아본다. 하지만 뒤로 돌리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고, 정호 형에게 볼을 보내며 열심히 손을 휘저었다.
좀 더 공간을 넓혀 달라는 것이었는데, 사실상 오늘 공격 숫자가 한 명 부족한 만큼 남은 이들이 더 뛰어 줘야 했다.
“여기!!”
다시 최후방에서 진행되던 빌드업을 전달받아, 나는 다시 앞쪽을 쳐다봤다.
이번에도, 흥민이 형과 눈이 맞았다.
파앙-!
다비드 루이스와 단테의 사이에 서 있던 흥민이 형이 내 빠른 패스를 받아 내고, 왼쪽을 쳐다본 형이 빈 공간으로 쇄도하던 보경이 형에게 볼을 이었다.
강한 전방 압박을 가하는 팀이 그렇듯, 끌어 올린 라인으로 인해 후방 어딘가에는 공간이 비기 마련이다.
전술 훈련을 많이 하지 않았다지만, 그렇다고 기본적인 부분들마저 외면한 것은 아니다.
삼파올리 감독님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들을 짚어 주셨고, 나도 경우는 다소 다르지만 뮌헨에서 뛸 때 까다롭게 느껴졌던 전술과 위치 등을 말해 주었다.
“보경!”
빠른 리커버리를 선보인 파울리뉴(Paulinho)의 수비에 보경이 형의 전진이 멈추고, 뒤쪽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찬가지로 왼쪽으로 이동한 성용이 형이 적당한 위치에서 패스를 요구한 것인데, 바로 뒤의 장면이 이어졌을 때 나는 정말 깜짝 놀라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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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바로 슈웃-!!”
(허정무)
“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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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보디 페인팅으로 헐크의 균형을 무너뜨린 성용이 형이, 맹렬한 기세로 10m 정도를 드리블로 파고 들어가 페널티박스 왼쪽 코너 지점에서 슈팅까지 연결한 것이다.
‘요즘 폼이 좋다는 건 알았는데…….’
솔직히 저 정도일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훈련 때 워낙 슬슬 해야 말이지.
게으름을 피운다는 게 아니라, 훈련 때에는 늘 중요한 뭔가를 감춰 둔다는 느낌이었다.
‘역시 가장인가?’
성용이 형은 연애 중이던 형수님과 6월 25일에 결혼식을 가졌다. 그리고 확실히 그 뒤로, 플레이나 행동거지나 좀 더 듬직해진 면이 있다.
나를 괴롭힐 때면 예나 지금이나 똑같아 보이지만, 확실히 말과 행동이 조심스러워지고 책임감이 생겼다.
지금도 성용이 형은 우리 모두에게 보여 주기 위해, 조금 무리를 한 것일 수도 있다.
“나이스, 나이스!! 할 수 있어!!”
그래서 거기에 힘을 보태고자 박수를 치며 목소리를 높였고, 이런 나를 본 성용이 형은 피식 하며 웃었다.
‘나쁘지 않아.’
첫 번째 슈팅이 우리에게서 나왔다는 건, 매우 긍정적인 부분이었다. 팀 전체의 사기가 오를 수 있고, 만약 긴장감이 짓눌렸다면 그것 역시 어느 정도 떨쳐 버릴 수 있다.
실제로 이후 약 2분여 동안, 우린 브라질을 오히려 압박하며 상대의 실책을 여러 번 유도해 냈다.
지금만 해도 빌드업 과정에서 다니 아우베스의 실수가 나왔고, 볼을 가로챈 자철이 형이 몸을 돌리며 반대편으로 공격을 전개해 왔다.
‘나이스 구자봉.’
이번의 방향 전환은 정말 좋았다.
“두리!!”
볼의 소유권이 넘어오자마자, 나는 후퇴하던 발걸음을 멈추고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던 중이었다. 그러다 자철이 형이 몸이 돌렸을 때, 이미 스프린트를 시작했다.
삼파올리 감독님은 오늘 내 앞에 두리 형을 놓아두는 선택을 했다.
벤피카나 뮌헨에서 상대 클럽들이 보여 준 두 명의 사이드백을 한쪽에 몰아두는 전술을 선보인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네이마르를 견제하고 수비를 강화하는 것도 강화하는 것이지만, 내 공격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에 가장 큰 목적이 있었다.
만약 내가 오버랩이나 언더랩으로 전진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두리 형은 공격을 자제하고 내 대신 오른쪽 사이드백 포지션에 들어서게 된다.
그럼 브라질의 역습 상황에서 네이마르가 위협이 되는 것을 막고, 동시에 브라질이 뒷공간을 활용하려고 할 때 두리 형의 빠른 주력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처럼.
“!!”
{“오오오-!!!”}
내가 마음껏 전진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두리 형의 곁에서 내가 나타나자, 마르셀루는 빼어난 반응 속도를 발휘하여 태클로 연결을 막아 내려고 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의 작은 키가 발목을 붙잡아 버렸는데, 두리 형의 패스가 다소 부정확했던 게 역으로 내게는 도움이 돼 버렸다.
오른발을 길게 뻗어, 나가려는 축구공을 살려 낸다.
툭-
덕분에 축구공이 앞쪽으로 길게 굴러갔지만, 넘어진 마르셀루보다 한 번 휘청거린 내가 회복하는 속도가 더 빠르다.
난 다시 앞으로 달려 나갔고, 볼의 소유권이 중립이 되었다고 판단했던 단테가 축구공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하다 주춤대며 뒤로 물러섰다.
‘야, 그건 아니지.’
만약 단테가 뮌헨에서 같은 행동을 했더라면, 플레이가 멈추는 즉시 노이어가 엄청난 욕을 쏟아부었을 거다.
그만큼 지금 단테의 판단은 나쁜 것이었다.
발을 멈추지 말고, 계속 달렸어야 한다.
아무리 가능성이 낮더라도.
‘포기하면, 그때 끝나는 거야.’
단테의 어정쩡한 포지션이 나를 페널티박스와 좀 더 가까워지게 만들었고, 한 번 더 볼을 앞쪽으로 차 넣은 나는 골라인 근처까지 전진할 수 있었다.
그러곤 곧바로 오른발을 휘둘러, 달려오고 있을 누군가를 기대하며 컷백을 흘려보냈다.
뒤늦게 슬라이딩을 한 단테의 태클을 지나친 축구공이 빠르게 구르고, 그곳으로 뛰어든 흥민이 형이 오른발을 정확히 거기에 가져다 댔다.
‘됐다!’
제대로 된 작품이 하나 나왔다고 생각을 한 순간.
“!”
“!!”
어디선가 나타난 다니 아우베스가 흥민이 형의 앞쪽으로 정확한 태클을 시도해 왔다.
파앙-!!
제대로 맞았던 걸로 사료되는 슈팅이 아우베스의 오른발을 맞고 골라인을 벗어난다.
자리에서 펄쩍 뛴 흥민이 형이 잔뜩 미간을 찌푸리며 머리카락을 부여잡았고, 마찬가지로 아쉬움을 감출 수가 없었던 나는 몸을 뒤틀며 오른발로 바닥을 강하게 굴렀다.
팍-!
“아우~~ 씨. 진짜.”
정말 거의, 득점할 뻔했는데.
아무래도, 브라질은 호락호락하게 나오지는 않을 건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