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0)
30화
육하원칙이라는 게 있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그리고 왜.
마찬가지로, 풀백에게도 존재하는 네 가지 원칙이 있다.
이것은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건 아니며, 노노가 내게 알려준 그만의 특별한 신념이다.
노노는 이것을 ‘오버랩의 근본적인 고찰’이라고 했다.
본래 별 것 아닌 내용도 거창하게 말하는 버릇이 있는 사람인만큼, 그걸 쉽게 설명해보고자 한다.
오버랩의 근본적인 고찰, 그 첫 번째.
WHAT?
‘사이드백에게, 공격이란 과연 무엇인가?’
.
.
·전반 종료
FC 노르셸란 0 : 1 브뢴비 IF
전반전의 실점 상황은 우리 양쪽 사이드백의 판단 착오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공격할 시점이라고 생각한 벵트손이 사이드라인을 따라 오버랩을 시도했고, 난 그것만 보고 습관적으로 수비 폭을 좁혔다.
머릿속에 넣어둔 지식을 기계적으로 사용한 거다.
하지만 조금만 더 신중했었더라면 벵트손의 오버랩 판단이 좋은 것이 아니었으며, 언제든 역습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었을 거다.
그럼 수비폭을 좁히는 대신,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흘러가는 상황을 지켜봤겠지.
이게, 나의 첫 번째 실수였다.
[뭐야! 왜 거기에 있어!] [이잇-! 젠장!]벵트손의 오버랩을 저지한 미카엘 닐손(Mikael Nilsson)은 볼을 빼앗은 뒤, 곧장 반대편을 확인하곤 내가 본래 서 있었던 공간으로 패스를 보내왔다.
만약 본래의 위치에 서 있었다면, 닐손은 역습을 포기하고 후방으로 볼을 돌려 빌드업을 시작했을 거다.
롱패스의 순간 아차 싶어 얼른 후퇴를 시작했지만, 미리 좋은 포지션과 자세를 선점하고 있던 브렌트 맥그래스(Brent McGrath)는 날 손쉽게 벗겨냈다.
이건 나의 두 번째 실수.
중앙수비수든 측면수비수든, 가장 중요한 것은 항상 최적의 거리를 유지하는 일이다.
지나치게 멀면 공격수에게 아무런 압박을 주지 못하고, 너무 가까워도 방향전환 한 번에 벗겨져 나간다.
맥그래스 앞에서의 난 후자였다.
한 번의 방향전환으로 날 가볍게 따돌린 맥그래스는 좋은 위치까지 편히 움직였다.
그리고 이후 상황은 땅볼 크로스에 이은 마르틴 베른버그(Martin Bernburg)의 손쉬운 득점이었다.
전반전 11분에 허용한 이 실점으로 인해, 우린 어렵게 경기를 풀어나가게 되었다.
그 전까진 상황이 나쁘지 않았던 터라, 이런 실수들이 더더욱 뼈아프게 느껴졌다.
전반전이 끝난 뒤의 라커룸에서도, 감독님은 같은 부분을 지적해오고 계셨다.
“판단을 올바로 내리는 건 항상 중요한 일이다!”
라고.
이쯤에서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보자.
사이드백에게 있어서 공격이란 무엇일까?
단순히 전진해서 숫자를 늘려주는 것?
아니면 윙어나 포워드처럼, 공격포인트를 기록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
둘 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결론을 말하자면 아니다.
위의 두 가지는 사이드백이 공격해야 하는 수많은 이유 중에 하나일 뿐, 가장 중요하고 원초적인 답은 다른 곳에 있다.
사이드백에게 있어 공격이란, 현재 상황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느냐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요소다.
만약 사이드백이 현 상황을 올바로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면, 오버랩을 나설 때마다 팀은 어김없이 위기를 맞이할 것이다.
그렇다고 수비에만 눌러앉으면, 팀의 공격력은 반감된다.
그러므로 사이드백은 항상 공격에 나서기 전, 어째서(WHY) 자신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충분히 생각해야만 한다.
그리고 또 언제(WHEN), 어디에서 시작하여 어디까지(WHERE) 움직일지도 미리 머릿속으로 그려두어야 한다.
만약 아까처럼 한쪽 사이드백이 공격에 나선 상황이라면, 반대편 사이드백은 같은 네 가지 원칙을 고려하여 가장 적절한 수비와 서포트 장면을 그려낼 필요가 있다.
그러니 이 네 가지 원칙은 나와 같은 사이드백에 한정하여, ‘당신이 뛰고 있는 포지션은 무엇이며, 당신은 그것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나?’라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애초부터 풀백은 수비만을 위해 만들어진 포지션이 아니니까.
“내 실수였어. 나 때문에 너도 같이 욕을 먹었네.”
“아니에요, 피에르. 저도 실수를 한 걸요.”
“후우- 빌어먹을. 후반전은 좀 더 잘해보자. 알겠지?”
“네. 그래요.”
자책하고 있는 벵트손 역시,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본인의 오버랩이 모든 원칙을 어겼다는 것 역시 말이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벵트손은 그때 오버랩을 하지 않는 게 옳았다.
그 딴에는 전방에서 볼을 잡았던 라완에게 옵션을 더 제공해주고 싶었겠지만, 좋지 못한 타이밍(WHEN)에서의 오버랩은 오히려 라완이 선택지를 특정하도록 만들었다.
축구에선 때때론, 볼을 쥔 선수가 충분히 주변을 살필 수 있는 시간을 줄 필요도 있는 법이다.
무작정 곁으로 가 숫자를 늘려주는 게 능사는 아니다.
특히나 아까처럼 브뢴비의 압박에 거세지 않은 상황이었다면, 사이드백은 섣부르게 공격에 가담하는 대신 라완이 최후에 선택할 옵션으로 남아 백패스를 받을 준비를 하는 게 옳았다.
벵트손은 자신이 어째서(WHY) 오버랩을 해야 하는지 또한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셈이다.
네 가지의 원칙 중 절반을 어겼으니, 당연히 가장 궁극적인 질문은 사이드백의 공격하는 의미(WHAT)도 올바로 판단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난 벵트손의 오버랩으로 인해 어떤 위험부담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
브뢴비 IF의 오른쪽 측면이 수비로 잔뜩 내려앉은 상황이었기에, 굳이 가운데로 좁히기보단 맥그래스에게 조금 더 달라붙어 역습 시 공격을 지연시키는 포지션을 점하는 게 옳았다.
‘썅.’
후우- 반성의 시간은 여기까지 가지도록 하자.
이젠 후반전을 시작할 때다.
경기 재개를 앞두고, 스톡홀름이 그라운드 위에서 선수들을 모아 전의를 다진다.
우리의 캡틴은 홈에서만큼은 질 수 없다면서,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이 찾아준 것에 보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오늘 홈 관중은 평소 리그전보다 한참 많은 5,600여명이었다.
“노르셸란!”
“승리를 위해!”
모르텐과 스톡홀름이 이것을 팀 구호로 정해놓은 이유는, 그 뒷말을 스스로 생각해보자는 의미에서다.
승리를 위해, 난 무엇을 할 수 있나?
*
(테디 스코브가드)
“노르셸란에겐 반전이 필요합니다. 0 : 1, 조금 실망스러웠던 전반입니다. 실점 후 수비는 나쁘지 않았지만, 공격이 영 무뎠죠. 특히, 양쪽 측면에서 경기를 풀어가는 상황이 거의 나오지 않았습니다.”
(토르키 비스트)
“추가실점을 우려하는 것일 수도 있겠죠. 벤치의 지시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실점 후 양쪽 사이드백이 공격에 참여하길 꺼리는 모습이었습니다. 소극적이었죠.”
(테디 스코브가드)
“후반전, 선수의 변동은 없어 보입니다. 좋은 기세를 계속 이어나가려고 하는 모르텐 비그호스트입니다. 그가 후반전에 준비한 전술이 궁금해지는군요.”
*
감독님은 후반전, 우리 사이드백이 중앙에 조금 더 힘을 실어주길 바라셨다.
한국은 박지성 선배님의 영향으로 EPL에만 관심이 집중되어 있지만, 덴마크로 오면서 확인한 현실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가 현대 축구를 주도한다는 점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FC 바르셀로나의 축구 말이다.
‘폴스 나인’과 ‘티키-타카’로 대표되는 펩 과르디올라(Pep Guardiola)의 축구.
이것은 감독님이 실제로 우리에게 자주 보여주었던 것이었고, 노노와 함께 보는 풀백의 영상 중 상당수도 바르셀로나의 오른쪽 풀백인 다니 아우베스(Dani Alves)의 것일 때가 많았다.
하지만 그것을 그대로 배우진 않고, 참고 자료로만 활용했다.
어디까지나 펩의 축구는 펩의 축구이고, 우리의 축구는 우리의 축구기 때문이다.
그래.
우리의 축구.
“뒤! 뒤!”
실점상황도 실점 상황이지만, 전반전은 대체로 자잘한 실책들이 많았다.
미드필드에서의 볼 연결도 원활하지 않았고, 양쪽 윙어들은 드리블을 자주 차단당하며 공격을 마무리까지 이어주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귀트케르는 고립되는 일이 잦아졌고, 그는 주변 동료들을 백업하기 위해 측면으로 빠지거나 아래로 내려앉는 등. 골을 위한 움직임을 가져갈 수 없었다.
누누이 말하지만, 특정 포지션의 부진 원인을 해당 선수의 컨디션/기량으로만 치부하는 건 옳지 않은 일이다.
팬들은 같은 동료라 쉴드를 쳐준다고 말하는데, 직접 필드에서 뛰고 있으면 그게 사실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헤이! 좀 더 빠르게!”
“거긴 좁아!! 넓은 곳으로!”
“여기 비었어!”
“한 번 더! 한 번 더!”
후반 9분.
우린 조금씩 필드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해가면서, 흐름을 우리 쪽으로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슈팅으론 연결되지 않았다.
삑-!
“헤-이! 이건 옐로우카드지!!!”
그런데 바로 그때 미켈센이 넘어졌고, 크리스텐센이 옐로우카드를 어필하는 동안 스톡홀름이 날 돌아보며 손짓했다.
“에? 나?”
“어서! 얼른 이리로 와!”
스톡홀름에 이어 감독님까지 손짓을 보내오고, 난 그에 따라 앞으로 움직였다.
미켈센이 넘어진 지점은 대강 30미터 정도 떨어진 곳이다.
사람들이 무얼 바라는지, 난 아주 잘 알 수 있었다.
“할 수 있겠어?”
“후우- 해볼게요.”
“부담가질 건 없어. 빗나가도 좋으니까, 마음껏 차봐. 누구도 너한테 뭐라고 할 사람은 없어. 알지?”
“네. 감사해요.”
요즘은 도통 프리킥을 찰 일이 없었다.
팀의 세트피스는 주로 스톡홀름이 담당해왔고, 난 공격에 가담한 센터백들을 백업했다.
실로 오랜만에 마주해보는 광경이다.
브뢴비는 거리를 생각해서인지, 세 명으로 구성된 벽을 세웠다.
“후우-”
노노와 꾸준히 킥-훈련을 해오고는 있지만, 그것들은 볼을 강하게 차는 것이 아닌 정확하게 차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래서 지금도 무작정 강하게 차려고 하기보단, 정확하게 차려고 준비를 하고 있다.
목표는 일단 가운데.
늘 가운데가 목표다.
*
(테디 스코브가드)
“노르셸란의 프리킥. 거리는 멀지만, 킴에게 기대를 걸려는 것 같습니다. 아주 강하게 찰 줄 알죠. 어린 친구이지만, 킥은 그렇지 않습니다.”
(토르키 비스트)
“레이저빔처럼 슈팅이 쏘아져 나갑니다. 오늘도 그 장면을 볼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요.”
*
“응?”
브뢴비의 벤치에서 지시사항이 나오더니, 벽을 섰던 세 명의 선수 중 하나가 페널티 에어리어로 움직였다.
공격에 가담한 선수가 많다고 판단해, 안쪽의 숫자를 한 사람 더 늘리려는 것이다.
덕분에 시야가 좀 더 트였고.
덕분에 조금 감정이 상했다.
나, 프리킥 좀 찰 줄 아는데.
아무래도 브뢴비의 감독은 그것을 모르는 것 같으니, 이번 기회에 알게 해주면 참 재미있을 것 같다.
그러니,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대로 좀 가자.
응? 축구공아.
도무지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 녀석이다 보니, 늘 이렇게 프리킥을 차기 전 어르고 달랜다.
그래도 결국 마음대로 가버리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증거다.
“후우- 쓰으읍-!”
숨을 뱉어내고 또 숨을 들이마시고.
마지막으로 그것을 멈춘 뒤.
‘가자!’
난 천천히 한 발씩을 움직여 앞으로 나아갔다.
그동안 노노와 킥모션도 상당 부분 손봤는데, 이제는 전처럼 사전 동작을 길게 가져가지 않기로 했다.
정확히 네 박자.
아빠가 즐겨 부르는 송대관 아저씨의 쿵짝쿵짝 쿵짜짜쿵짝 네 박자 말고, 하나둘셋. 그리고 킥으로 연결되는 네 박자 말이다.
디딤발의 각도와 축구공에 가져가는 발등의 위치. 발목을 세우는 정도와 임팩트 이후 힘을 실어주는 동작까지도 모두 바뀐 지금, 예전과는 전혀 다른 감각이 전해져온다.
볼이 가까워지는 속도가 훨씬 더 빨라졌고, 허벅지를 포함한 코어 위치에 더 많은 힘이 실리는 게 느껴진다.
전과 같은 점이 있다면.
펑-!
“푸-!”
축구공을 참과 동시에, 참았던 숨을 전부 다 토해내는 것 정도다.
살짝 떠올랐던 몸은 크게 반원을 그렸던 오른발이 먼저 착지하며, 다시 지면과 만난다.
자연스럽게 뒤따르는 왼발.
내 눈은 지금, 축구공이 날아가는 곳에 고정되어 있다.
파앙-!
“이익!”
『김다온의 프리킥 장면』
수비벽을 넘긴 슈팅이 빠르게 골대로 날아갔다.
방향도 썩 나빠 보이지 않았건만, 충분히 구석으로 가지 않았던 슈팅은 골키퍼에 의해 가로막혀 버렸다.
본래 가운데로 차려고 했다지만, 진짜로 그럴 건 뭐야.
조금만 더 옆으로 가지.
하지만 이런 나의 아쉬움은 오래 가지 않았다.
“응?”
마이클 퇴른스(Michael Tøjrns)의 손을 맞고 튀어나온 축구공을 파크허스트가 그대로 밀어 넣어 버렸기 때문이다.
삑-! 삐익-!
오른손으로 호루라기를 잡은 채, 몸을 센터서클 지점으로 돌린 주심이 왼손을 길게 뻗어 센터스팟을 가리킨다.
그리고 그제서야 기뻐할 수 있었던 난, 두 손을 높이 들어 올리며 소리를 내질렀다.
“이야아아아아아-!!!”
전반전, 난 역습상황에서 실수를 범해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그리고 후반전, 이번엔 골 상황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다.
이쯤이면 만회를 했다고 볼 수 있으려나?
‘아니, 그렇지 않아.’
이것으로 만회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금방 손을 내린 내가 마음껏 기뻐하지 않았던 이유도 바로, 나의 포지션이 풀백이기 때문이다.
수비에서 저지른 실수를 공격으로 만회한다는 건, 수비수가 가지기에 올바른 마인드가 아니다.
앞으로 두 번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
이제 남은 건, 역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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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결과
FC 노르셸란 1 : 1 브뢴비 IF
[골] 마이클 파크허스트 : 후반 12분김다온 ? 90분 출전(평점 8.0 ? 팀 내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