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03)
302화
※ 경기 후 인터뷰
1. 토마스 투헬
On 패인
“사이드 백. 오늘 경기를 지켜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들이 뛴 방식을 보라. 그리고 그들이 무얼 했는지를 보라. 난 그들이 사이드 백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본인들이 원하는 곳 어디에든 있었다. 뮌헨에는 그런 사이드백이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고 무려 셋이나 있다. 펩은 축복 받은 사람이다.”
***
[Ein Verteidiger(한 명의 수비수)!! 관념을 깨트리고 있는 펩 과르디올라. 바이에른 뮌헨 4 : 1 FSV 마인츠 ? 키커] [38.1KM/H!!! Laufer DA-ON(질주하는 자, 다온)!! 틀림없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축구 선수. – ARD]***
2013년 10월 20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 시설. 바이에른 뮌헨 프런트 오피스. 회장실.
어떠한 축구 클럽은 시즌을 거치며 특별한 계기를 경험하게 되는데, 바로 어제가 뮌헨에겐 그런 날이었다.
연이은 부상으로 교체 명단조차 제대로 꾸릴 수 없는 상황에서, 전반 42분 단테마저 부상으로 교체 아웃되며 뮌헨에 그림자가 찾아드는 듯했다.
하지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용병술을 선보인 펩 과르디올라가 짜릿한 4:1 역전승을 일궈 냈다.
집행유예로 풀려난 울리 회네스 전(前) 회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직급을 막론한 뮌헨이 관계자들과 팬들을 모두 만족시킨 어제의 경기는 여전히 영향을 발휘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자본의 증대다.
“생각보다 훨씬 더 빨리 여유 자금이 생겼군요.”
“보고서는?”
“문제없습니다. UEFA에 제출할 서류들도 착실히 작성되고 있으니까요.”
“멋지군.”
전날의 역전승에 이어, 아침 출근에서 기분 좋은 소식을 듣게 된 루메니게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떠나지를 않는다.
작년 여름 이후, 바이에른 뮌헨은 총 네 개의 기업과 신규 스폰서 계약을 확정 지었다. 그중 하나는 오래된 역사를 지닌 미국의 기업 ‘Good Year’였고, 다른 셋은 모두 한국의 기업이다.
‘Good Year’와 맺은 조항이 아니었더라면 한국 쪽의 스폰서 계약은 총 네 곳이 될 수도 있었지만, 이미 뮌헨은 꽤 후한 이득을 취하고 난 뒤였다.
특히 ‘미래’와 ‘삼성’과 맺은 계약은 다방면에서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
건설 분야에서 유럽 시장의 확장을 노리는 ‘미래 그룹’은 내년 클럽하우스의 시설 확장과 리모델링을 제공키로 했고, ‘삼성’은 알리안츠 아레나의 모니터와 대형 스크린, TV 등을 모두 자사 제품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그리고 각자 3년의 계약 기간 동안 매년 수백만 유로의 스폰서 비용을 지불키로 했는데, 바로 이 자금으로 인해 뮌헨은 겨울 이적 시장에 뛰어들 수 있게 되었다.
FFP를 생각하면 올 시즌 내 2천만 유로가 넘는 영입은 어렵지만, 그 이하라면 얼마든지 돈을 쓸 수가 있다.
“펩이 좋아하겠군. 그는 아직인가?”
“아뇨. 20분 전에 출근했습니다.”
“허-! 직접 내려가 전하지.”
“네, 회장님.”
부사장 겸 재무 이사인 얀-크리스티안 드레센으로부터 기쁜 내용을 전달받은 루메니게가 서둘러 발걸음을 옮긴다.
그가 알기론, 오늘 선수들은 오후에나 클럽하우스에 모여 회복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그래서 펩도 늦게 출근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보기 좋게 빗나가 버렸다.
프런트 오피스가 모인 건물을 빠져나와 선선한 아침 바람을 맞으며 그는 퍼포먼스 센터로 들어선다.
자신을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 오는 이들에게 간단한 손짓을 보내 루메니게가, 곧장 2층으로 올라 감독실의 문을 두드린다.
똑똑똑-
활짝 열린 문 안에서 안경을 쓴 채, 서류를 내려다보고 있던 펩 과르디올라가 루메니게를 발견한다.
“잠깐 시간 되나?”
“얼마든지요.”
전날의 승리 덕분인지, 펩은 평소보다 조금 밝아 보였다.
“이런 이른 시간에 어쩐 일입니까?”
“좋은 일일세.”
“좋은 일이라고요?”
“그래. 정확한 금액은 며칠이 더 걸리겠지만, 겨울 이적 시장에서 쓸 자금이 생겼어. 자네에게 얼른 이걸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지. 기왕이면, 의사도 듣고 말이야.”
“······.”
오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펩의 마음을, 루메니게는 좀처럼 짐작해 내기 어려웠다.
그리고 잠시 뒤, 살짝 숙였던 고개를 들어 올린 펩 과르디올라가 종이에 펜을 끄적여 그것을 루메니게에게 건넨다. 손바닥만 한 흰색 노트 안엔, 하나의 이름이 적혀져 있었다.
“······정말인가?”
“겨울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내년 여름에라도 괜찮아요. 그 돈을 어설프게 쓰기보단, 제가 진정 필요로 하는 녀석을 데려오는 데 사용하고 싶습니다.”
이미 뮌헨은 내년 여름의 이적 하나를 확정 지은 상태였다. 그 주인공은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이며, 영입에 쓰이는 비용은 단 한 푼도 들지 않았다.
도르트문트가 돈 대신 자존심을 챙기기로 결정하면서, 뮌헨은 내년 6월 그의 계약이 만료되는 즉시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되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현재 뮌헨의 스쿼드와 사정을 감안했을 때, 루메니게는 이 자금이 중앙 미드필드를 위해 쓰일 줄로 알았다.
젝서(Sechser)와 아흐터(Achter)를 원활하게 오갈 수 있고, 주전에 굳이 구애받지 않는 헌신적인 선수 말이다.
이러한 유형은 항상 인기가 많기 때문에, 겨울 이적 시장에서 영입을 하려면 약간의 오버페이는 감수해야만 했다.
그러나, 펩이 바라는 선수는 제너(Zehner) 혹은 아우센반(außenbahn/측면)에서 뛸 수 있는 그런 선수였다.
“그 자리엔 선수가 이미 많지 않나? 괴체도 있고, 제르단도 있네.”
“괴체는 펄스 나인에 좀 더 적합합니다. 저는 그에게 다비드 비야가 했던 역할을 맡길 생각이에요. 제 축구에서 10번으로 뛰기엔, 그는 경기를 이해하는 능력이 너무 취약합니다. 제르단은 아니에요. 용감하긴 합니다만, 이 팀에서 뛰기엔 기량이 부족하죠.”
기량이 부족하다면 그걸 발전시키면 된다는 말에, 펩 과르디올라는 확실하게 선을 긋는다.
“제가 성장시킬 수 있는 것은 저를 100% 신뢰하는 선수뿐입니다. 제르단은 제 축구를 의심하죠. 훈련 때 도통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의 의사를 오히려 제게 관철시키려고 듭니다. 제가 틀렸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올바른 태도가 아닙니다.”
이 말은 결국, 루메니게가 제르단 샤키리의 이적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가 됐다.
“티아고가 복귀를 한다고 해도, 정통 10번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이 클럽에는 부스케츠도 있고 차비도 있지만, 이니에스타의 일을 해 줄 수 있는 선수는 없습니다.”
“······이 친구가 그걸 할 수 있다고?”
“아마도요.”
“······.”
기쁜 마음으로 펩의 사무실을 찾았건만, 루메니게는 지금 내심 불쾌한 기분을 느끼는 중이었다.
이유는 뮌헨의 감독이, 여전히 과거의 향수에 젖어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굳이 비야라든가 부스케츠 혹은 차비나 이니에스타 등을 말하며, 그들과 현재 뮌헨을 비교해야 했는지가 루메니게가 품은 불만의 원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펩을 계속해서 믿어 줘야 할 때였다.
그래서 루메니게는 속마음과 표정을 감췄다.
대신에 그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일단 영입을 진행해 보도록 하지.”
“환상적이군요.”
“그럼, 이만. 실례하겠네.”
자리를 털고 일어선 루메니게를 향해, 펩 과르디올라가 악수를 청해 온다.
“당신의 지지는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연한 일일세.”
“하하. 그걸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게 중요한 거죠.”
“그렇군.”
마지못해 펩과 악수를 나누고 돌아선 루메니게는, 다시 한번 자신이 하려는 일이 클럽을 위해 필요한 것임을 생각한다.
클럽보다 위대한 개인은 절대 없다고 말이다.
“후우~ 이 녀석이라면 분명······.”
퍼포먼스 센터를 나와, 손에 쥔 메모를 잠깐 물끄러미 쳐다보던 루메니게. 그는 곧 그것을 곱게 접어 주머니에 넣으며 다시 자신의 사무실로 움직였다.
그리곤 비서에게 이렇게 말을 하며, 뮌헨의 방식으로 선수를 영입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에 돌입했다.
“스카우트 팀을 모으게. 준비가 필요하다고 해.”
“네, 회장님.”
조만간, 새로운 영입 목표가 뮌헨 프런트의 최우선 순위가 될 전망이다.
***
2013년 10월 21일. 81379 뮌헨, 독일. 티어파크슈트라세 2. 키오스크 1917(Kiosk 1917. Tierparkstraße 2. 81379 Munchen, Germany).
화창한 오후, 석양이 내려앉는 것이 훤히 보이는 테라스에 앉아 한가로이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다.
“자네의 말이 맞았어.”
“네?”
“좋은 사람이로군. 축하하네.”
“하하. 네. 행운아인 거죠.”
“후후후. 늘 그렇지. 남자는 늘 그래.”
오늘 오전 훈련이 끝났을 때, 펩이 나를 따로 호출하여 일정이 따로 있는지를 물었다. 그래서 난 아영이와 시내를 돌아다니기로 했다 말했고, 펩이 함께 시간을 보낼 것을 권유했다.
아내 크리스티나 세라와 자신, 그리고 아영이와 내가 함께 만나 카페를 들르고 저녁을 먹자고 했다.
레스토랑에서는 필립과 보아텡도 합류를 할 예정이라고 했는데, 그 말을 들었을 때 난 이것을 좋은 기회로 생각했다.
그러니까, 아영이를 소개해 줄 기회 말이다.
물론 옥토버 페스트 때 뮌헨의 가족들을 전부 만나게 되겠지만, 갑작스럽게 많은 사람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셈이라 부담이 될 수도 있었다.
필립과 클라우디아야 이미 아는 사이였기에, 펩과 크리스티나 또 제롬과 그의 여자 친구만 소개하면 된다는 것도 좋았다.
그리고 어김없이, 아영이는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하여 크리스티나 세라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처럼 보인다.
두 사람은 오랜 역사가 숨 쉬고 있는 이곳 키오스크 1917의 내부에서,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런 것도 좋아하시는 줄은 몰랐는데요.”
“하하. 다들 그렇게 말하지.”
키오스크 1917은 독일의 문화 복원 사업의 성과가 잘 나타나는 장소로, 이곳은 본래 Thalkirchner Platz에서 레모네이드를 판매하던 곳이었다.
그들의 주요 고객은 인근의 지역 철도 회사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이었고, 생각 외로 사업은 크게 번창했다.
그러다 키오스크는 1932년 칼브(Kalb)라는 가문에게 매각되어 계속해서 사업이 운영되었는데, 레모네이드뿐만이 아니라 과일과 아이스크림까지 판매하면서 뮌헨에서 가장 유명한 가게가 되어 뮌헨 주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칼브 가문의 행복을 막아 세운 건 전쟁이라는 이름의 비극이었고, 1943년 건물 전체가 방화에 의한 화재로 파괴. 부부는 전쟁 포로가 되어 잔인하게 고문당하다 숨지고야 말았다.
전쟁 종식과 동시에 포로에서 풀려난 부부의 아들이 같은 장소에 키오스크를 재건했는데, 이곳을 기억하는 뮌헨의 주민들은 기꺼이 여기에 힘을 보탰다.
키오스크 재건은 단순히 몰락한 가문을 일으켜 세우는 게 아닌, 전쟁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삶으로 되돌아가려는 뮌헨 주민들의 의지가 스며든 것이라고 했다.
“이레네는 남편이 사망한 이후에도 사업을 이어 갔죠. 나이 때문에 결국 문을 닫았지만, 다행히도 그녀가 돌아가시기 전에 키오스크의 이름을 가져오는 걸 허락받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앞에서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고 있는 사람은, 이곳의 공동 운영자 중 한 사람인 요하네스 바이엘라인(Johannes Bayerlein)이다.
“이곳의 이름에 1917을 더한 건, 그런 이레네의 호의와 칼브 가문의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함이죠. 이 카페를 뮌헨 최고가 되도록 만들고 그걸 유지하는 건, 우리의 목표이자 계속해서 추구해야 할 가치입니다.”
비즈니스 전문가로서, 동시에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이기도 했던 요하네스는 과거 직업만큼 말을 참 잘하는 남자였다.
어느새 펩과 나는 이 카페의 역사를 소개해 주는 그의 이야기에 빠져,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이런, 세상에나.”
“응?”
“지금 저 독일어를 전부 이해한 거예요?”
“하하. 네. 어쩌다 보니.”
“주제프! 당신보다 독일어가 두 달 늦은 사람 맞아?”
크리스티나의 넉살에 펩이 너털웃음을 터뜨리고, 푸근한 미소를 지어 보인 요하네스가 이레네 할머니의 전통 레시피로 갓 구워 낸 케이크를 대접하겠다며 사라졌다.
그러면서 그는, 다른 공동 운영자 중 하나인 필립 로트하스(Philipp Rothhaas)의 공연을 즐겨 달라고 했다.
공짜로 케이크를 주는 것이긴 했지만, 아마도 나중에 팁을 몇 배는 더 받을 테니 결코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닐 것이다.
만약 저것이 계산된 호의라면, 이 가게는 틀림없이 성공할 것이다. 무엇이 중요한지 아는 사람이라는 의미니까.
작은 호의로, 큰손 고객을 확보했다.
[사진 많이 찍었어?]“Nein!! Sprechen Deutch!”
“하하. 알았어.”
분명히 우린 꽤 오랫동안 알고 지냈는데, 최근 함께 보낸 아흐레 동안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게 된 것 같다.
아영이는 엄청나게 적극적이고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남달랐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본인의 약점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엄마의 말대로, 모가 하나도 없다.
나와는 조금 다르달까.
“음······ 이제. 저는. 크리스티나와 대화합니다. 맞지?”
“Perfekt!!”
쌍따봉에 기분이 좋아진 아영이가 다시 크리스티나와 대화를 이어 가고, 난 그녀의 손을 잡은 채 펩을 돌아봤다.
지금, 그는 무척 기분이 좋아 보인다.
선글라스를 낀 채, 태양을 만끽 중이다.
“아, 그렇지 참.”
“응?”
“오늘 카를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어요.”
“듣고 있네.”
“혹시, 베르나르두를 이곳에 데려올 생각이세요?”
“······그래. 내가 요청했네.”
점심을 먹고 나서, 잠머가 할 말이 있다며 내게로 와 나를 어딘가로 데려갔다.
그곳엔, 팀의 회장인 루메니게가 있었다.
[“자네에게 물어보는 게 가장 빠른 방법 같아서.”] [“? 무슨 말씀이죠?”] [“별것 아닐세. 베르나르두 실바는 어떤 사람인가? 그가 우리 문화에 잘 어울릴 거라고 보나?”]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말이라, 한동안 나는 멍하니 두 사람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큭큭큭. 그래서? 뭐라고 했지?”
“있는 그대로요.”
“어떤?”
“제가 아는 한, 최고의 재능 중에 하나라고 했죠. 언젠가 발롱도르에 도전할 거예요.”
“······다른 하나는 레알 녀석인가?”
“네. 맞아요.”
펩이 말한 ‘레알 녀석’은 제로니모를 의미하는 거다. 지난 8월 말부터 계속해서 제로니모가 레알 마드리드로 향할 거란 루머가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로니모에게서 전화를 받은 나는 그게 단순한 루머가 아님을 알게 됐다.
레알 마드리드 구단 측이 직접 제로니모의 에이전트에 전화해 이적 의사를 물었고, 녀석은 올 시즌은 곤란하지만 내년이면 이적을 할 수 있을 거랬다.
시점이 내년인 이유는 오랜 고생 끝에 리스본으로 온 가족을 다시 고생시키고 싶지 않아서다.
참으로, 녀석다운 말이 아닌가?
난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걘 스페인에서 더 돋보일 거예요.”
“내 생각도 그러하네. 레알과 특히 잘 어울리지.”
“네. 바로 그거예요.”
반면 베르나르두를 향한 외부의 움직임은 별로 신통치 못했다. 빅클럽 대부분이 그의 부족한 신체적인 조건을 우려했고, 영입을 바라는 곳은 리그 앙 클럽이 전부였다.
PSG나 AS 모나코라면 빅클럽의 주목을 받기 딱 좋은 곳이지만, 녀석은 이미 증명은 충분하다 생각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거기에도 난 공감하는 중이다.
“정말 멋진 녀석이에요. 아마 모두가 걜 좋아하게 될걸요? 그리고 당신의 축구와도 잘 어울려요. 중앙, 측면. 펄스 나인으로 써도 제 몫을 다할 거예요.”
“하하하. 자네.”
“??”
“무척 신나 보이는군.”
“제기랄! 당연하죠! 왜 아니겠어요?”
베르나르두와 뮌헨에서 함께 뛰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 내 기분은 몇 배는 더 좋아지고 있었다. 나는 녀석이 성공할 거라는 데 한 치의 의심도 없으며, 이곳에서 최고 중 하나가 될 거라고도 굳게 믿고 있다.
친구라서가 아니라.
“선수로서, 녀석을 존경하고 있어요.”
“하하. 그거면 충분하네.”
“네?”
“이번 겨울이든 아니면 내년 여름이든, 베르나르두는 이곳으로 오게 될 거야. 만약 자네가, 지금 내게 했던 말과 똑같은 내용을 잠머와 루메니에게 전했다면 말일세.”
“그렇게 했어요!”
“멋지군.”
비로소, 왜 펩이 굳이 저녁 자리 전에 나를 만나 대화를 하고 싶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냥 물어보면 될걸.
능구렁이 같으니라고.
“그나저나, 마인츠 전은 정말 좋았네.”
“당케 쉔. 지금 말은 정말 의미 있네요.”
“하하하.”
펩은 내가 당분간, 비슷한 일을 해 줘야 할 거라고 했다.
그래서 난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답했다.
“얼마든지요. 펩, 저는 당신이 시키는 거라면 골키퍼도 맡을 준비가 되어 있어요. 다만, 이건 꼭 대답해 줘요.”
“?”
“제가 그렇게 뛰는 게, 팀에 도움이 되고 있나요?”
피치 위에서 감독이 바라는 요구 사항을 수행하는 건, 당연한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선수가 지켜야 할 덕목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물론 유럽의 친구들은 그렇지 않다.
이들은, 자기주장이 강하니까.
하지만 중학교 때까지 한국에서 축구를 해 왔던 나는, 어느 정도는 고국의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팀에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만약 내가 그렇게 뛰는 게 팀의 발목을 붙잡는 일이라면, 나는 언제든 펩에게 다른 선택을 하라고 말할 준비도 된 상태였다.
“자네는 참 많은 녀석들을 닮았어.”
“응? 이번에도요? 이번엔 누구죠?”
“차비. 그리고 하비에르.”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그는 나 때문에 센터백이 되어야 했지.”
“그건 어째 디에고 같은데요?”
“하핫-! 그것도 그래.”
여전히 푸근한 미소를 짓고 있는 펩 과르디올라를 보며, 나는 지금의 이런 모습을 다른 이들도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다.
펩은 지독한 편애주의자니까.
그리고 다행히도, 나는 펩의 품 안에 있는 사람인 것 같다. 이것은 엄청난 특혜지만, 동시에 부담되는 일이었다.
난 이걸 올바로 다룰 수 있을까?
앞으로, 좀 더 현명해져야 할 것 같다.
석양이 내려앉기 직전의 뮌헨 하늘이 보여 주고 있는 형형색색의 풍경 아래에서, 난 포크를 집어 들어 잘 구워 낸 당근 케이크를 조금 입 안으로 가져가고 있었다.
음- 맛있네.
그리고 이건, 내가 오늘 부릴 수 있는 마지막 사치였다.
이제 다시, 관리에 들어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