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06)
305화
2013년 10월 26일. 80939 뮌헨, 독일. 베르너-하이젠베르크-알리 25. 알리안츠 아레나.
·전반 26분
바이에른 뮌헨 0 : 1 헤르타 BSC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뮌헨/상대팀) : 4-1-4-1/4-2-3-1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토마스 크라프트
RB ? 김다온/ RB ? 페테르 페카리크
CB ? 다니엘 판 바위턴 / CB ? 파비안 루스텐베르거
CB ? 제롬 보아텡 / CB ? 제바스티안 랑캄프
LB ? 데이비드 알라바 / LB ? 요하네스 반 덴 베어
DM ? 필리프 람 / DM ? 페르 실랸 셸브레드
RAM ? 아르연 로번 / DM ? 호소가이 하지메
CM ? 토니 크루스 / RAM ? 톨가 지에르지
CM ?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 CAM ? 애니스 벤-하티라
LAM ? 프랑크 리베리 / LAM ? 니코 슐츠
ST ? 토마스 뮐러 / ST ? 아드리안 라모스
.
.
최근 내가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시간은 집의 2층 테라스. 혹은 집의 뒤편 숲에 마련된 벤치나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는 카페테리아에서 아영이와 함께 책을 읽는 것이었다.
그녀는 종종 내 다리를 베개 삼아 누워 낮잠을 청했고, 유일하게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한낮의 그런 시간들은 나의 삶을 다채롭고 또 풍요롭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나는 요즘, 아영이와 함께 독일어로 된 서적을 읽는 중이다.
제목은 ‘Die Teufel.’
러시아를 대표하는 대문호(大文豪)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장편 소설의 독일어판이다.
솔직히 말해, 책의 내용이 너무 어렵다.
한글로 봐도 이해가 어려울 만큼.
지금 내가 이 생각을 한 이유는, 책의 내용이 아닌 제목이 순간 머릿속을 스쳐 지났기 때문이다.
바로, ‘악령(惡靈).’
빅토리아 플젠 경기에서의 대승과 계속된 홈에서의 일정. 거기에 보태어 하비 마르티네스가 부상에서 복귀해 팀 훈련에 참여하면서, 팀 분위기는 굉장히 좋았다.
하지만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두 명의 부상 선수(슈바인슈타이거/마르티네스)가 돌아오자마자 두 명의 선수가 부상으로 빠져나갔다.
전반 4분, 우린 헤르타에 허용한 코너킥 상황에서 수비 위치 선정 실수로 선제 실점을 허용했다.
헤르타의 스트라이커 아드리안 라모스(Adrian Ramos)가 편안히 헤더를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줬고, 골대의 왼쪽 하단 구석으로 찾아 들어간 슈팅을 막을 수 없었다.
그래도 그건 괜찮았다.
실망스럽긴 해도, 만회할 시간은 충분했으니까.
실제로 우린 실점 이후부터 헤르타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상대는 라인을 내리고 문을 단단히 잠갔지만, 우린 닫힌 문을 여는 방법을 잘 아는 팀이다.
몇 차례의 날카로운 슈팅이 이어졌고, 거의 골이 될 뻔했던 장면도 한두 번 지나갔다.
조금만 있으면.
조금만 있으면 득점이 이뤄질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우리의 발을 멈추게 만든 것은 허벅지를 붙잡고 넘어진 토니 크루스의 다급한 손짓이었다.
착잡한 표정이 된 펩의 뒤에서 킬리안이 달려 나왔고, 그는 곧 벤치를 향해 토니가 뛸 수 없다고 신호를 보냈다.
그로부터 정확히 1분 뒤.
그러니까, 지금.
‘이런, 빌어먹을.’
아르연 로번이 똑같이 허벅지를 감싸 쥐며 괴로워하다, 킬리안과 다른 스태프의 부축을 받아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전반 26분, 벌써 두 번째 교체 카드를 써야 한다.
난 고개를 돌려 펩을 다시 바라본다.
.
(무카이 신타로) – 스카이 퍼펙트 TV 아나운서
“아- 한국의 김다온. 절망한 얼굴.”
(마츠다 사이카쿠) – 스카이 퍼펙트 TV 해설위원
“소오 데스네. 이마(今/지금)의 교체는 그에게도 치명적일 수 있겠네요. 타분(多分/아마), 다른 경기들처럼 공격에서도 왕성하게 힘을 쓸 수는 없지 않겠는가…… 와따시와 그렇게 생각합니다. 네.”
.
토니 크로스의 자리를 마리오 괴체가, 금방 로번의 자리는 또 다른 마리오인 만주키치가 대신한다.
물론 만주키치가 로번의 자리에 서는 것은 아니고, 뮐러가 오른쪽으로 이동할 것이다. 본래는 펄스 나인을 가동했었지만, 지금부턴 좀 더 익숙한 전술을 쓰게 될 것이다.
둘의 부상은 치명적이지만, 전력적으로는 여전히 충분하다.
중요한 건, 실망감을 털어 버리는 일이다.
“집중해!! 흐트러지면 안 돼!!”
“정신 차려!!”
다행히도 피치 곳곳에서 팀 전체를 다독이는 목소리들이 울려 퍼지고 있다.
람, 보아텡, 리베리.
피치 구석구석에서 우릴 이끌어 주는 이들로 인해, 2분 간격으로 일어난 부상으로 어수선해진 팀의 분위기는 다시 제자리를 되찾아 간다.
그래서 나도 좀 더 힘을 내려 한다.
부상으로 경기장을 떠난 동료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 경기에서 승점 3점을 가져갈 생각이었다.
“토마스!!”
중앙 지향적인 움직임을 보여 준 뮐러를 향해 소리를 내지르자, 슬쩍 뒤를 돌아본 그가 발뒤꿈치를 활용하여 패스를 보내온다.
내 앞을 호소가이 하지메(Hosogai Hajime)가 막아섰지만, 별다른 어려움 없이 그를 벗겨 낼 수 있었다.
가랑이 사이로 축구공을 통과시키자, 호소가이는 다급하게 발을 오므리다 뒤로 넘어져 버린다.
그렇게 난 측면으로 나아갔고, 전진을 막으려 깊게 발을 뻗은 요하네스 반 덴 베어(Johannes van den Bergh)에 걸려 피치 위를 데굴데굴 굴렀다.
동시에 근처에서 커다란 목소리들이 들려왔는데, 그것 때문에 휘슬 소리를 듣지 못했다.
당연히 파울이겠지?
.
(무카이 신타로)
“한국의 김다온. 프리킥을 얻어냅니다. 매서운 드리블이었네요. 마츠다 상(さん).”
(마츠다 사이카쿠)
“……파울이 맞긴 합니다만, 다소의 액션은 있어 보이네요. 옐로카드를 줄 필요까진 있었나. 네. 스코시(少し/조금) 심판의 기분이 예민한 것 아닌가……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네.”
.
파울과 옐로카드를 확인한 뒤, 반 덴 베어의 무릎과 부딪힌 부위에 통증이 느껴져 등을 대고 들어 누웠다. 그러다 뭔가가 생각나, 얼른 상체를 일으켜 뮐러의 손을 잡았다.
그렇게 몸을 완전히 세운 뒤에는, 벤치를 보며 괜찮다는 손짓을 보냈다.
예상대로, 양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던 펩은 무척 심각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이고 아파라. 아픈 티도 마음대로 못 내겠네.’
허리를 숙여 허벅지 부분을 매만진 뒤, 다시 허리를 펴곤 가까이 오는 람과 리베리를 맞이한다.
둘은 저마다 한마디씩을 보태 왔다.
각자의 개성대로.
“괜찮아? 아프면 누워 있지 그랬어.”
“엄살은.”
엄살을 피운다 말하는 리베리에게 인상을 잔뜩 찌푸려 준 뒤, 난 살짝 절룩거리며 앞으로 걸어가 펩의 앞에 섰다.
“정말 괜찮아요.”
“그래. 그래야지.”
“그래도 스프레이는 뿌려야 할 것 같은데요.”
“이봐!!”
스프레이가 필요하다는 말에, 펩이 고개를 돌리고 스태프에게 장비를 던질 것을 주문한다.
하늘을 날아온 스프레이가 펩의 손에 도착하고, 그것을 전달받으려 했던 나는 당황하게 되었다.
“어디지?”
“펩? 제가 해도 되는데요.”
“어디냐고.”
“……여기요.”
치이이-이익!!
지금까지 축구를 하면서, 감독이 직접 아픈 부위에 스프레이를 뿌려 준 적은 처음이었다. 여기에 보태어, 펩은 친절히 손바닥으로 가벼운 마사지까지 해 주었다.
“어때? 이제 괜찮나?”
“그, 그럼요! 당케 쉔.”
삐—-익!!
펩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있을 때, 앞쪽에서 휘슬이 울리고 리베리가 크로스를 띄워 올렸다.
그리고 그건, 만주키치의 머리에 맞고 그대로 헤르타의 골대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렇지!!!”
전반 30분 만에 만들어 낸 동점 골에 기뻐하려 달려가려던 것도 잠시, 유니폼의 어깨 부분을 잡아챈 펩이 침착하게 있으라며 걸어서 저곳까지 가라고 말을 보태 왔다.
“그 정도는 아니거든요?!”
“시끄럽고. 내 말 들어.”
“하-!”
“걸어! 뛰는 건 나중에 해도 좋아.”
“…….”
단호한 펩을 보면서, 난 결국 만주키치와 기쁨을 나누는 것을 포기하기로 했다.
그리고 하프타임.
“이봐!!”
“?”
“너 왜 아까 나한테 안 왔어?”
“…….”
“배신자 녀석. 나도 나중에 네가 골을 넣었을 때, 함께 기뻐하는 일은 없을 줄 알아.”
“…….”
차마 펩 때문이었다고 말을 할 수 없었던 나는, 억울함을 표현하지도 못하고 고개만 숙일 뿐이었다.
이렇게 또, 오해 하나가 쌓여 간다.
***
(무카이 신타로)
“키따(キタ)!! 들어갔다!! 이번에는 괴체!! 강력한 바이에른 뮌헨!! 3:1!! 이번에도 오른쪽에서 만들어진 크로스!! 패스의 주인공은 대한민국의 김다온!! A매치 주간 이후 세 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 코레가(これが/이것이) 한국의 천재인가!! 무시무시할 정도의 기세!! ……마츠다 상. 스고이데스네(凄いですね/굉장하네요).”
(마츠다 사이카쿠)
“지금 골키퍼가 화를 내고 있습니다만, 오늘 너무 쉽게 돌파나 크로스를 허용하고 있지 않은가. 특히 반 덴 베어의 상태가 무척 나빠 보입니다. 하지메의 경기를 중계하면서 저렇게까지 나빴던 적은 처음이 아닌가…… 실망스럽네요.”
.
·후반 9분
바이에른 뮌헨 3 : 1 헤르타 BSC
아마도 지금쯤이면, 다른 클럽에겐 일종의 주의보(Warning) 같은 것이 내려지지 않았을까 한다. 진짜로 조심해야 할 것은, 실점을 허용한 직후라고 말이다.
일단 한 번 물꼬가 트이게 되면, 우린 계속해서 득점을 추가하고 있다.
후반전 6분 만에 만주키치가 이번엔 바스티의 프리킥 크로스를 또다시 헤더로 받아 득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번엔, 약간 뒤쪽에서 마리오가 뛰어드는 것을 확인한 내가 35m 정도 날아간 장거리 크로스로 팀의 세 번째 득점을 돕게 되었다.
마리오의 헤더가 워낙 절묘한 지점으로 날아간지라, 이번 어시스트는 행운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함께 득점에 기뻐한 후, 나는 돌아가는 길에 본 태극기를 든 팬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 아래로, 누가 봐도 호소가이 하지메를 응원하러 온 일본팬이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거, 조금 미안하네.’
지난번에도 느꼈던 것이지만, 분데스리가에는 일본인 선수들이 굉장히 많았다. 두 경기당 한 번은 꼭 작은 한일전이 성사되는 것 같다.
큰맘 먹고 적지에서 자국 선수를 응원하러 온 저 일본인 팬들에겐 미안하지만, 난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일본 선수에게 패배하고픈 마음이 없다.
자철이 형이나 다른 형들은 유럽에서 만난 같은 동양인 선수들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것 같았지만, 나는 솔직히 그런 감정은 들지 않았다.
분명 성격 탓일 건데, 어렸을 때부터 내게 일본이란 이름은 늘 꺾어야 될 대상. 승리해야 할 대상이었다.
그리고 다른 의미에서도, 분데스리가에 일본인 선수들이 많은 것은 내게 무척 긍정적인 요소였다.
선발 명단에 일본인의 이름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면, 절로 승부욕이 끓어오르고 동기 부여가 되었으니까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경기를 개인적으로 여기진 않는다.
언제나, 팀의 승리가 최우선이다.
지금처럼.
퍼억-!!
“욱-!!”
세 번째 득점 이후 4분.
최전방에서 볼을 잡은 아드리안 라모스가, 조금 왼쪽으로 이동해 있던 애니스 벤-하티라(Anis Ben-Hatira)에게 축구공을 굴려 보냈다.
그것을 본 순간 나는 슈팅하기 딱 좋은 속도와 방향이라 판단했고, 재빨리 앞으로 튀어 나가며 몸을 날렸다.
그래서 금방 축구공에 목 부분을 얻어맞고, 바닥에 드러눕게 되어 버린 것이다. 다른 사람들을 걱정시키고 싶진 않은데, 이번엔 도저히 일어나지 못하겠다.
“이봐. 어디야? 어느 쪽이야?”
“…….”
다급한 목소리의 킬리안에게 맞은 장소를 말해 주고, 그곳에 응급 처치가 이뤄지는 것을 느끼며 나는 주변 아무에게나 이렇게 외쳤다.
“어떻게 됐어?!”
그러자 보아텡인 것 같은 목소리가 실점은 없었다 말을 했고, 나는 조금 마음 편히 치료를 계속 받게 되었다.
곧 들것이 들어왔지만, 난 그것을 거부했다.
“좀 일으켜 줘요.”
“그래.”
그라운드에서 힘겹게 일어서자, 관중석에서 커다란 박수와 함성이 쏟아져 내렸다.
디 로든(Die Roten)은 나를 위해 노래를 불러줬고, 용감함과 헌신에 관한 가사들은 일종의 포상처럼 느껴졌다.
그라운드를 벗어나 잔디에 엉덩이를 대고 앉아, 나는 계속해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 어쩌면 내일 통증이 더 있을 수도 있고, 클럽의 프로세스에 따라 뇌진탕 검사도 받아야 할 거다.
하지만 난 괜찮을 거라고 본다.
또렷한 정신이 그걸 증명한다.
“이봐요, 킬리안.”
“응? 왜? 어디 아파?”
“이거 들려요?”
“??”
난 킬리안에게, 디 로튼의 목소리가 들리냐고 물었다.
요즘 이 남자가 문제가 된다는 걸 알고 있다.
최소한 그라운드에 있을 때만큼은, 킬리안은 최선을 다해서 우리를 돕고 있다. 하지만 클럽에서의 삶은 피치에서 일어나는 일들로만 굴러가지 않는다.
오히려, 이곳에서의 일은 극히 일부분이다.
“팀이야말로, 위대하죠.”
“하하. 갑자기 그런 말이야?”
“아뇨, 진짜요. 전 뮌헨을 사랑하게 됐어요. 저런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그러지 않고는 못 견디죠. 그래서 말인데, 그거 알아요?”
“응?”
“만약 누군가 이 클럽을 망치려고 든다면, 최선을 다해서 그걸 막을 거라는 거.”
“하하. 그거 듬직한 말이네.”
여전히 치료에만 집중하고 있는 킬리안은 지금의 내 말이 자신을 향한 것이라는 걸 알지 못한다.
뭐, 당연하겠지.
“좋아. 됐어. 그래도 경기 후에 보자. 알겠지?”
“네. 그럴게요.”
“힘내라고, 친구. 넌 무척 중요한 사람이니까.”
“그것참 힘이 나는 말인데요?”
다시 그라운드를 향해 달려 나가며, 나는 부디 킬리안을 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다.
물론, 이 생각은 오래갈 수 없다.
피치로 들어섰을 때, 내 근처에서 볼을 잡는 호소가이 하지메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난 빠르게 밀착했고, 어렵지 않게 볼을 강탈해 낸 뒤에 노이어를 겨냥해 패스를 보내어 경기의 템포를 조절했다. 볼을 되찾으려던 호소가이의 허탈한 얼굴이 곁을 스쳐 지난다.
아직, 경기는 30분여가 남아 있다.
.
.
·경기 결과
바이에른 뮌헨 4 : 1 헤르타 BSC
[골] 마리오 만주키치 : 전반 30분(프랑크 리베리), 후반 6분(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후반 27분(김다온)마리오 괴체 : 후반 9분(김다온)
김다온 ? 94분 출전(2어시스트/평점 1.5)
MoM ? 마리오 만주키치(해트트릭/평점 1.0)
***
2013년 10월 27일. 튜린, 이탈리아. 코르소 스비쩨라 185. 투토스포르트 본사(Logo-Tuttosport. Corso Svizzera 185. Torino, Italy).
가제타/코리에레와 함께 이탈리아의 3대 스포츠 일간지로 꼽히는 투토스포르트는 항상, 회사의 권위를 높이기 위한 방법에 골몰하고 있었다.
항상 자극적인 기사들만을 써낸 덕분에, 어느새 ‘이탈리아의 더 썬’이라는 달갑잖은 명성까지 달라붙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을 해 봐도, ‘기사의 수준과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극복할 수 없었다.
명성과 실력을 갖춘 기자들은 이미 ‘라 레푸블리카’나 ‘라 스탐파’와 같은 곳에서 일을 했고, 헤드헌팅을 하려고 해도 고개를 저으며 거부하기에 바빴다.
결국 2000년대 초반 투토스포르트의 총괄 에디터를 맡던 싸비에 야코벨리(Xavier Jacobelli)가 직원들을 총동원해 아이디어를 모집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2003년부터 시작된 ‘골든 보이(Golden Boy)’의 선정이었다.
2002년 10월 7일 ‘코레이레 델로 스포르트’로 헤드헌팅 되며 정작 직접 에디팅을 할 수는 없었지만, 골든 보이는 야코벨리의 가장 위대한 업적 중 하나로 남게 되었다.
그리고 정확히 10년이 흐른 지금, 투토스포르트는 또다시 골든 보이 선정을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섰다.
“이번엔 이탈리아에서 나와야만 해.”
투토스포르트의 현(現) 총괄 에디터 스타지오 발리어(Stagio Valier)는 최근의 흐름을 우려하고 있었다.
2009년 알렉샨드리 파투(Alexandre Pato)가 AC 밀란 소속으로 골든 보이를 수상한 이후, 벌써 3년째 다른 리그에서 수상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알렉샨드리 파투는 골든 보이상이 만들어진 이후, 유일한 세리에 A 소속 수상자로 지금까지 남아 있다.
“다행히도 이번엔, 적임자가 있지.”
“하지만, 지오. 경쟁자가 너무 거대해요.”
“나도 알아, 제기랄! 하지만 우리가 만든 상이잖아! 이탈리아의 것이니, 이탈리아가 가져가야 한다고!!”
투토스포르트는 오랜 기간 친(親) 유벤투스 성향의 일간지로 알려져 있다. 물론 친(親)성향임에도 정확도가 뒤떨어진다는 건, 신문의 수준을 알려 주는 일이다.
하지만 골든 보이만큼은 그들의 바람대로, 점점 더 명성을 얻어 나가고 있다.
처음엔 ‘투토스포르트 주제에 무슨 골든 보이냐?’라며 무시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공신력을 높이고자 유럽 최고의 언론사들과 손을 잡은 결과 주목받는 상이 되어 버렸다.
특히 2010년도에 접어들면서부터는, 기존에 수상 받은 선수들이 실적을 보이자 믿을 만하다는 말들이 나오게 되었다.
최초 수상자 라파엘 판 데르 파르트(Rafael van der Vaart)를 비롯, 안데르손 정도를 제외한 수상자 대부분이 굵직한 커리어를 써내려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때마침, 2013년 한 해 세리에 A에서 빼어난 활약을 보여 준 선수가 있었다.
“이번은 반드시 폴이 받아야 해! 그러니까, 기사를 좀 써 보자고! 당분간은 그의 기사를 내는 것에 집중해! 사람들의 관심을 폴에게 쏠리도록 만드는 거야!”
스타지오 발리어가 말한 폴이란, 유벤투스 소속의 폴 포그바(Paul Pogba)를 뜻하는 것이다.
매일같이 독일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몸이 달아 버린 스타지오는 지금, 사내에서 그나마 우수하다는 평을 듣는 기자들을 모아두고 열변을 토해 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제기랄. 우리보고 어쩌라고?”
“그러니까. 우리가 100개의 기사를 써낸다고 해도, 빌트나 키커 같은 데서 쓰는 기사 하나가 훨씬 더 주목받잖아?”
미팅이 끝나고 스타지오 발리어의 이야기를 곱씹던 투토스포르트의 기자들은, 무의미할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모은다.
결국 이번에도 그들의 발목을 붙잡는 건, 투토스포르트가 스스로 자초한 공신력의 부족이다.
“하아~ 어쩌겠어. 일단 쓰자고.”
“그래. 그래야지.”
수입이 보장되지 않을 에디터의 명령으로 인해, 투토스포르트의 사내 분위기는 급속도로 침울해지고 있다.
***
[포그바. 오- 폴 포그바. – 투토스포르트]작가의 말 – 일본 해설은 제가 단순한 재미를 위해 넣은 부분입니다. 너무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