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07)
306화
2013년 10월 27일. 80331 뮌헨, 독일. 플라츨 9. 호프브로이하우스 뮌헨(Hofbrauhaus Munchen. Plazl 9. 80331 Munchen, Germany).
매년, 바이에른 뮌헨은 옥토페스트 참석을 위해 이곳 호프브로이하우스를 찾았다고 한다.
이곳은 16세기에 지어진 뮌헨 시민의 자랑거리와 같은 장소이며, 지금도 각종 공연과 함께 맛있는 음식과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본래라면 옥토페스트 마지막 주에 이런 행사가 열렸어야 했지만, 올해는 펩의 요청으로 일정이 뒤로 밀렸다.
다행히도 내겐, 덕분에 혼자가 아닐 수 있었다.
“오~ 정말 아름답네요.”
바이에른 뮌헨과 관련된 모든 이들과 그들의 연인/가족이 함께 찾은 호프브로이하우스는 한참 전부터 북적거리고 있다.
호프브로이하우스에 입구엔 수십여 개의 미디어에서 온 기자들로 북적거렸고, 그들은 참석하는 사람이 새롭게 등장할 때마다 셔터를 누르느라 여념이 없었다.
왜냐하면 오늘은 축구팬들이 궁금해 마지않는 WAGS들의 모습과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선수들은 관리 차원에서 ‘1000cc의 맥주조끼 5잔’으로 음주를 제한(?)받았지만, 스태프들은 제한 없이 내키는 대로 맥주와 음식을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지금, 나와 함께 독일의 전통 의상을 차려입고 온 아영이는 WAGS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바이에른 뮌헨이 옥토페스트에 참여한 이래 첫 동양인 WAGS로서, 그녀는 누구보다 뛰어난 아름다움을 뽐내는 중이다. 한껏 강조한 몸매 라인이 눈부시다.
“대체 어떻게 그렇게 피부가 좋아요?”
“화장품은 뭘 쓰죠?”
“음- 그게.”
오늘도 아영이의 곁엔, 클라우디아와 크리스티나가 보호자 역할을 해 주고 있다. 지나친 관심을 억제하고, 그녀가 온전히 이 축제를 즐기도록 돕는 것이다.
그리고 난 그동안,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러 다녔다.
남자들이 입은 바지를 소재 삼아.
“하하! 꽤 잘 어울리는데, 그래.”
“진짜요? 전 부끄럽다고요. 특히 요 툭 튀어나온 부분이.”
“큭큭큭. 적응에 시간이 필요하긴 하지.”
2층 내부에도, 여기저기 사진 기자들이 있다.
베를린에 있는 ‘dpa Germany’가 올해 내부에 기자들을 들여보낼 수 있는 영광을 얻었다고 한다.
클럽은 매년 미디어의 성향과 방문할 기자들의 인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출입할 수 있는 미디어를 결정한다.
“거기 두 분. 포즈 좀 가능하겠어요?”
“물론이죠.”
“괜찮나? 자네가 맥주라니.”
“그거 있죠?”
“?”
찰칵-!
“좀 늘었어요.”
펩과 함께 포즈를 요청한 기자가 사진을 찍고 난 뒤, 나는 최근 늘어난 주량에 대해 말했다.
독일로 온 이후에 외로움을 이겨 내고 잠을 쉽게 들고자 와인을 홀짝거리기 시작한 게, 아영이가 온 이후에는 저녁때 한 잔씩 마시는 걸로 발전한 것이다.
가끔씩 섭취하는 레드 와인은 볼파르트 박사님도 권하는 정도였기에, 별문제는 되지 않는다.
피부 미용 비결에 관해 끈질김을 발휘하던 WAGS들로 인해, 아영이는 꽤 시달린 것 같다.
그녀는 자리에 앉자마자, 1000cc 맥주 조끼 절반을 비워 버렸다.
[크으~ 이제 좀 낫다.] [너무 빨리 마시는 거 아냐?] [괜찮아. 버틸 수 있어.]아영이도 술을 썩 잘 마시는 편은 아닌지라, 난 한꺼번에 잔을 비워 낸 것을 걱정했다.
[독일어를 조금만 더 잘했어도 좋은데…….] [지금도 충분히 잘해. 솔직히 놀랍다니까.] [자기보다 못하잖아.] [또 경쟁하기야?] [치이-]현재 내가 앉은 테이블엔 람과 뮐러 부부가 함께하는 중이다. 앞쪽엔 알라바와 리베리가 목발을 가져온 로번과 함께 자리했고, 그들의 애인/가족 역시도 곁에 있었다.
또 옆으론 하피냐와 단테가 아내, 아이와 함께 있었고, 그 옆은 스페인 출신인 하비와 티아고가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저 멀리에는 현재 싱글 상태인 이들이 줄지어 앉아 있었는데, 테이블의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는 건 늘 그렇듯 제롬 보아텡이다.
제롬은 스무 살 이하나 20대 초반의 선수들 사이에서, 큰형님과도 같은 존재다.
[근데 있지이-] [응?]난 슬쩍 아영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자기가 제일 예뻐.]일부러 귓속말로 이야기를 한 뒤엔, 우린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가볍게 입을 맞췄다.
“두 사람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는 끝났나?”
“하하. 비밀은요. 그냥 크게 이야기하려고 그런 거예요.”
“그렇군. 건배나 할까?”
“네. 좋아요.”
아직 사람들이 자리를 잡는 중이다 보니, 조금 부산스러운 느낌이 없지 않았다. 그런 사람들 사이를 힘겹게 비집고 온 펩은, 가장 먼저 우리 테이블을 찾아 건배를 권해 왔다.
난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곧 펩과 이 테이블에 있던 여섯 사람은 조끼를 들어 올렸다.
“Prost!!”
프로스트는 독일어로 건배를 뜻하는 말인데, 이 나라에선 한 사람이 선창하면 다른 사람들은 그저 손에 든 잔을 높이 들어 올려 고개만 살짝 끄덕이면 됐다.
한국의 건배 문화와는 많이 달랐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것도 알려 줄까 싶다.
자리에서 멀어진 펩이 선수들이 있는 테이블 하나하나를 돌며 건배를 권했고, 싱글인 남자들만이 있는 테이블로 갔을 땐 약간 짓궂은 장난을 당하기도 했다.
물론 그것을 주도한 것은 만주키치였는데, 그는 어제 경기가 끝나고 펩에게 한마디를 보냈다.
[“그것 봐요. 제가 있어야 한다니까요.”]솔직히, 굳이 해야 했나 싶긴 했다.
만주키치 딴에는 또다시 선발에서 제외된 것을 장난처럼 어필한 거였지만, 문제는 펩의 농담 실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난 표정이 굳어지던 펩을 놓치지 않았고, 어색해하며 라커룸을 떠날 때 그를 부여잡고 한마디를 더 해야만 했다.
[“쟨 그냥 농담한 거예요.”] [“……그래. 알겠네.”]농담도 사람과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해야 하는 법이다.
특히나 어젠, 그 시점이 좋지 못했다.
부상 선수들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교체를 한 것인 데다가, 뮐러를 펄스나인으로 택한 펩의 전술이 꼭 실패였다 말을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고작 26분만 작동되기도 했고, 그 26분 동안에도 헤르타의 수비를 사정없이 몰아치며 궁지로 몰아넣었다.
더구나 펩이 모처럼 만주치키를 극찬한 다음에 던진 농담이었던지라, 앞으로 같은 일이 벌어지긴 쉽지 않을 거라고 본다.
리더라면 그런 것도 포용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나는 펩을 겪으면서 리더에게도 여러 가지 얼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행히도, 지금 장난은 잘 지나간 것 같다.
펩의 표정이 여전히 밝다.
“그런데, 볼파르트 쪽이 안 보이네요?”
“아, 그거. 박사님이 참석을 안 하겠다고 했대.”
“진짜요? 왜죠?”
“글쎄. 일주일 전쯤이었다던데?”
“…….”
람은 본인도 영문을 모르겠다며 어깨를 으쓱거렸지만, 나는 어쩌면 지난번에 나눈 대화가 이유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볼파르트 박사님은 행여 아들이 문제가 될까, 페스트 참석 자체를 거부하신 것 같다.
‘아쉽네.’
오히려 그것이 현재 이곳의 분위기를 좋아지게 했을 수도 있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모인 것은 아닌지라 여러모로 아쉬웠다.
아직, 원팀이 되려면 많이 남았는가 보다.
[자기야! 살려 줘!] [……미안.]일요일 낮, 끊임없이 몰려드는 WAGS들의 호기심에 한계를 느끼기 시작한 아영이에게 난 미안하다는 말 외에는 해 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집에 가면, 마사지라도 해 줘야 할까 보다.
***
2013년 10월 29일. 90402 뉘른베르크, 독일. 바트슈트라세. 키커 본사.
잠깐 동안의 출장에서 돌아온 카를-하인츠 빌트에게, 동료 미카엘 보에르펠(Michael Woerfel)가 메시지를 전한다.
“투토에서?”
“응. 자네가 자리를 비웠을 때라, 오면 전하겠다고 했지. 그들은 자네의 생각을 알고 싶어 해.”
현재 독일 내에서 골든 보이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디어는 빌트(Bild)가 유일했다.
과거 제안이 왔었지만, 당시 키커는 투토의 공신력을 우려해 골든 보이 투표의 일원이 되는 것을 거부했었다. 그리고 그것은 키커의 몇 안 되는 실책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왜 나지?”
“글쎄. 자네의 이름이 빌트(Wild)라서?”
“큭큭큭. 재미있군, 그래.”
“큭큭큭. 그렇지? 나도 한참을 궁리했다고.”
독일인들의 남다른 유머 센스를 보여 주는 장면 속에서, 가방을 책상 위에 올려 둔 카를-하인츠 빌트가 질문을 던진다.
“자넨?”
“뭐?”
“자네가 만약 독일의 대표로서 골든 보이에 한 표를 줄 수 있다면, 누구를 택하겠나?”
“그야 간단하지.”
“뮌헨?”
“그래. 너무 쉬운 문제야.”
“나도 그렇게 생각해.”
당장 내일이기도 한 10월 30일, 투토스포르트는 그들의 홈페이지를 통해 12월 4일에 발표될 ‘2013 Golden Boy’ 후보를 공지할 예정이다.
그리고 이는 하루 전, 골든 보이에 투표 권한이 있는 미디어에 따로 메일로 송부될 것이다.
늘 그래 왔듯 EPL이 많은 후보를 배출할 것이 예상되는 가운데, 분데스리가를 포함한 스페인 라리가와 세리에 A, 리그앙이 뒤를 이을 걸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수비수가 선정된 적은 없어, 미카엘.”
“그렇지. 그렇지만 그의 숫자를 좀 봐.”
“나도 그렇게 믿고 있지만, 동양인이라는 점도 극복해야 할 문제야. 이 바닥엔 빌어먹을 위선자들이 너무 많으니까. 투표자의 이름이 공개되지 않는 한,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투표에서 외면받을 수 있어.”
카를-하인츠 빌트와 미카엘 보에르펠은, 2013 골든 보이로 김다온을 손쉽게 지목하고 있었다. 만약 골든 보이가 정말로 공정하다면, 12월 4일 반드시 그의 이름이 불려야 한다.
하나,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축구의 속은 생각보다 훨씬 더 꺼멓다.
“그러고 보니.”
“?”
“최근 투토의 녀석들이 포그바의 기사를 많이 적더군. 뭐 아무 내용도 없는 삼류 기삿거리지만, 그들이 뭔가를 조장하려 한다는 것은 분명해.”
“흐음-”
“휴우~ 잠깐만 있어 보게.”
딸각-
손을 뻗은 카를-하인츠 빌트가 스피커폰으로 키커의 총괄 에디터와의 연결을 시도한다.
몇 번의 시도가 울리고, 수화기 너머로 쾌활하고 에너지 넘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베네딕트 쉴트크네히트(Benedikt Schildknecht)는 키커의 공신력과 명성을 잘 유지시켜 주고 있는, 독일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에디터다.
그런 베네딕트에게, 카를-하인츠 빌트는 한 가지 음모론을 제기한다.
동양에서 온 희대의 젊은 재능이, 인종과 피부색의 장벽에 가로막혀 불공평한 대우를 받는 것 말이다. 근거는 전혀 없지만, 역사가 여기에 신빙성을 붙여 준다.
– 그럴 수는 없지.
카를-하인츠 빌트의 예상대로, 어린 시절 차범근을 우상으로 여기며 자란 회사의 총괄 에디터는 매우 감정적이고 격렬한 반응을 보여 준다.
– 독일은 그런 나라가 아니야. 만약 다른 나라에서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하려 한다면. 또 우리가 그걸 안다면, 앞장서서 막는 것도 나쁘진 않지. 더구나, 그는 우리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지 않은가?
“제 말이 그겁니다.”
– 기사를 적게. 뒤는 내가 봐주지.
“고맙군요. 그럼.”
– 아. 잠깐.”
“네?”
– 알고 있겠지? 만약 그 내용이 조금이라도 시답지 않다면, 난 그걸 내지 않을 거야. 물론, 자네에겐 괜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가슴은 뜨겁게 하지만 머리는 차갑게.
총괄 에디터로서 기사의 내용에 높은 공감을 보여 주면서도, 베네딕트 쉴트크네히트의 판단력은 언제나 올곧았다.
카를-하인츠 빌트가, 기꺼이 베네딕트를 위한 기사를 작성해 온 이유이다.
“별걱정을 다 하는군요. 이만 끊죠.”
그러게나.
-딸깍-
사실 카를-하인츠 빌트에겐 다음 일정이 있었다.
바이에른 뮌헨의 전(前) 회장인 울리 회네스의 약한 처벌과 그것을 통해 드러난 독일 법조계의 유착 관계를 연결 지어, 깨끗한 분데스리가를 논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이제, 다른 사람에게로 넘어갈 것이다.
예를 들어.
“자네가 맡게.”
“으잉? 나?”
“그래.”
카를-하인츠 빌트가 신뢰하는 몇 안 되는 동료 중 하나인 베네딕트 쉴트크네히트 같은 남자 말이다.
그는 지금 카를-하인츠 빌트가 던진 엉겁결에 받아들고 당황해하는 중이었다.
“난 바빠서 말이야. 이만 나가 보게.”
“아니, 이런 게 어디에 있나?”
“들었잖아. 베네딕트가 내게 일을 맡겼어.”
“그건 재미있는 거고! 이런 골칫덩어리를 내게 주겠다고? 위험이 잔뜩 도사리고 심지어 목숨까지 위협받을 수도 있는 이 일을?”
“그래서? 안 할 건가?”
“그럴 수는 없지!! 내가 아니면, 이걸 또 누가 적겠나?”
“큭큭. 그럴 거면서. 썩 꺼져! 난 이제 바빠.”
“언젠가, 술을 한잔 사야 할 거야.”
“그러지.”
베네딕트 쉴트크네히트가 사무실을 빠져나가고, 홀로 남게 된 카를-하인츠 빌트는 사무실의 컴퓨터를 켰다.
그러곤 화면이 완전히 켜지기를 기다렸다, 회사의 본인 계정으로 접속해 메일을 발송했다.
수신자는, 투토스포르트의 총괄 디렉터다.
탁- 타닥. 탁!
카를-하인츠 빌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2013년 한 해 가장 뛰어났던 젊은 재능의 이름을 적어 보냈다. 어차피 큰 의미를 가지긴 어렵겠지만, 의견은 밝힌 셈이다.
그리고 진짜 중요한 부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카를-하인츠 빌트.
그의 이름은 여전히 독일을 비롯한 유럽 축구 미디어 전체에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 전에 먼저, 도움이 필요하겠어.’
본격적인 기사를 작성하려던 그는, 키보드에 손을 올리기 전 영국에 있는 한 남자를 떠올리며 전화를 걸었다.
“Hello? 날세.”
오늘도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총성은 계속되고 있다.
***
[나는 오늘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키커의 저명한 친구로부터, 19살의 젊은 풀백이 ‘Weltklasse’. 최소 ‘International Klasse’에 들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말이다. – 레녹스 베이커 Via Twitter] [분데스리가 9경기 2골과 7개의 도움. 경기당 평균 1.0개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수비수. 그가 최고가 아니라면, 과연 누구를 최고라 부를 수 있을까? – 카를-하인츠 빌트 Via Twitter]***
2013년 11월 1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 시설. 퍼포먼스 센터, 감독실.
펩이 옥토페스트의 일정을 뒤로 미뤘던 건, 이번 주가 거의 유일한 일주일의 휴식이 보장된 주였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헤르타와 경기를 치른 우린 오늘까지 경기가 없었고, 내일 호펜하임으로 떠나 리그 11라운드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 경기에서, 펩은 나를 빼려고 한다.
이유는 휴식 때문이란다.
“전 정말 내키지 않아요.”
“그래. 그렇다면, 마음을 바꾸겠네.”
“그러면 좋겠어요. 전 지금 너무 좋고, 계속해서 피치 위에서 뛰고 싶어요. 축구가 정말 즐겁거든요.”
“하하. 그거 듣기 좋은 말이로군.”
호펜하임 경기가 끝나고 사흘 뒤, 우린 체코로 떠나 다시 챔피언스 리그를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펩은 호펜하임 경기에서 약간의 로테이션을 원했고, 내게 휴식을 주는 대신 람을 오른쪽 사이드백으로 투입하려고 했다는 생각을 밝혀 왔다.
“제게 휴식을 주려던 건 정말 감사해요.”
“하하. 알겠네. 그 마음은 받도록 하지.”
“네. 그럼 가도 될까요?”
“그러게나. 있다가 훈련장에서 만나지.”
펩의 사무실을 빠져나와, 1층으로 향한다.
그렇게 계단을 몇 걸음 내려섰을 때,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온!!”
“응?”
“한참을 찾았네. 지금까지 어디 있던 거야?”
“펩의 사무실요. 왜요?”
“아, 그게.”
지금 나를 붙잡은 사람은, 미디어 연락 담당관인 율리 플라이스(Julie Fleiß)다.
클럽 내의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미인으로, 내가 보기에도 독이 연예인 못지않은 외모를 지녔다.
새하얀 피부와 그에 어울리는 하얀 느낌의 금발을 찰랑이며, 율리가 얼른 계단을 내려선다.
“인터뷰야.”
“또요?”
“응. 말했지만, 거부해도 돼.”
“차라리 전부 거절해 주면 안 될까요?”
“하하. 그건 안 돼. 내가 항상 네 마음을 알 수는 없잖아? 아무튼 이번엔 ARD야. 일정은 모레고, 3일 뒤에 TV 방송에 내보내려고 널 취재하길 원해.”
“흐음- 받아들이면 클럽에 좋은가요?”
“뭐, 공영 방송이니까. 나쁘진 않아.”
“그럼 해야겠죠?”
인터뷰에 있어서도, 내가 택한 유일한 원칙은 클럽에 보탬이 되느냐다. 그 전에 물론 훈련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려 있지만, 무분별하게 나서지는 않을 생각이다.
하지만 ARD라면, 조금 이야기가 달랐다.
처음 뮌헨에 적응을 할 때에도, 통역관인 고르카가 ARD나 키커 등과는 각별하게 지내는 편이 좋다고 했다.
그들이 독일 내에서 가장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인데, 환심을 사서 나쁠 것은 없다면서 인터뷰에 임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의 호의는 보여 주랬다.
결국, 난 ARD와의 인터뷰를 받아들였다.
클럽에도 좋다고 했으니까.
“다른 사람도 너 같으면 좀 좋아?”
“제가 바보라서 그래요.”
“바보라니! 넌 이 클럽에서 가장 좋은 사람이야. 정확히 네 반대편에 있는 킬리안과는 다르지.”
“하하. 그가 또 작업을 걸어요?”
“말도 마. 아무튼, 따로 메시지를 보낼게. 네 애인한테 안부 전해 주고.”
“네. 그럴게요.”
이틀 전 두 개의 트위터가 화제가 된 후로, 어제부터 부쩍 날 찾는 사람이 많아진 느낌이다. 게다가 어제 골든 보이 후보에도 이름을 올리다 보니, 관심이 더 많은 것 같다.
독일뿐만 아니라, 한국도 꽤 시끄러운 편이다.
[읏-차! 그럼 가 볼까?]그런 관심이 싫지만은 않았던지라, 난 기지개를 한 번 켜곤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시 계단을 내려섰다.
저 멀리, 반가운 뒤통수가 보이고 있다.
“단테!!”
오늘도, 즐거운 훈련이 시작됐다.
***
※ 2013 Golden Boy Award Nominees
-> 2013.10.30. 발표
-> 임대 중 선수는 임대 클럽으로 표시
프리미어 리그 : 세르주 그나브리, 알렉스 옥슬레이드-체임벌린, 야야 사노고(아스날), 아드낭 야누자이(맨유), 로멜로 루카쿠(에버튼), 마티야 나스타시치(맨시티), 티아고 일로리(리버풀)
라 리가 : 라파엘 바란, 헤세(레알 마드리드), 리치몬드 부아치(엘체), 세바스티안 크리스토포로(세비야), 하파에우 아우칸타라(셀타), 올리버 토레스(아틀레티코)
세리에 A : 마우로 이카르디, 마테오 코바치치(인테르), 후안 이투르베(베로나), 디에고 락살트(볼로냐), 니콜라스 로페즈(우디네세), 음`바예 니앙(밀란), 브라얀 페레야(라치오), 폴 포그바(유벤투스), 요시프 라도세비치(나폴리), 안테 레비치(피오렌티나)
분데스리가 : 김다온(바이에른 뮌헨), 엠레 찬(레버쿠젠), 율리안 드락슬러(샬케 04),
리그 앙 : 루카 디뉴(PSG), 야닉 페헤이라 카라스코, 조프레 콩도그비아(모나코), 마르퀴뇨스(PSG), 플로리앙 토뱅(마르세유)
기타 : 브루마(갈라타사라이/터키), 빅토르 피셔(아약스/네덜란드), 아담 마헤르(PSV/네덜란드), 프레드(샤흐타르 도네츠크/우크라이나), 제로니모 베가(벤피카/포르투갈), 알렉산드르 미트로비치(안덜레흐트/벨기에), 후안 킨테로(포르투/포르투갈), 토니 빌헤나(페예노르트/네덜란드), 비티뉴(CSK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