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11)
310화
2013년 11월 8일. 92100 불로뉴-비양쿠르, 프랑스. 40-42 켸 두 푸앙 두-쥬르. 레퀴프 본사(L`equipe Headquarters. 40-42 Quai du Poing du-Jour. 92100 boulogne-billancourt, France).
프랑스의 유명 스포츠 일간지 레퀴프 역시, 2013 골든 보이에 투표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약 보름쯤 전, 이탈리아의 투토스포르트로부터 후보 명단을 건네받았다.
“저기요, 아비.”
“?”
“혹시 그거 결정했어요?”
레퀴프 내에서 아비(AB)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우뱅 밸후(Aubin Barreau).
이마에 잔뜩 주름을 만들며 눈알을 잔뜩 위로 치켜올렸던 그는, 안경을 벗으며 들어오란 손짓을 보냈다. 그러곤, 아무렇게나 처박아 둔 노란색 파일을 허공으로 던졌다.
“으왓-!”
그것을 가까스로 받아 든 붉은 곱슬머리의 사내가, 무슨 짓이냐며 인상을 찌푸린다.
“축하하네. 자네가 맡게 되었어.”
“진짜요?!”
“그래. 그런 삼류 시상 때문에 매일같이 나를 찾아와 괴롭히는 녀석은 자네밖에 없거든.”
“삼류라니요! 독자들이 이걸 뭐라 부르는지 아세요?”
“후우~ 꼭 알아야 하나?”
“미니 발롱도르!”
“…….”
잔뜩 흥분하고 있는 사내를 보던 우뱅 밸후는, 머리가 아픈 듯 관자놀이 부근을 손가락으로 꾸욱 눌러 보였다.
하지만 사내는 개의치 않고 이야기를 이어 간다.
‘늘 이런 식이로군.’
티모디 드부아(Timothee Dubois)는 자신이 무척 아끼는 기자였지만, 말이 너무 많다는 것과 쉽게 흥분을 하곤 한다는 점이 늘 문제였다.
기자는 항상 기사에 감정을 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해 왔음에도, 티모디는 자신의 고집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런 감정적인 면모가 젊은 독자들에게 먹혀들고 있었기에, 우뱅도 최근엔 잔소리를 멈춘 상태였다.
“이 상은 앞으로 점점 더 주목을 받을 거라고요. 요즘 축구는 예전하고 달라서 어린 나이부터 기량이 꽃피니까요. 그리고 말했죠? 미니 발롱도르. 진짜 발롱도르가 왜 시작되었는지 알고 계세요?”
“하아~ 물론일세. 내 아버지가 누구라고 생각하나?”
“아- 그렇죠, 참.”
“이야기는 다 끝났나?”
“그럼요! 제게 이걸 맡긴 걸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벌써 그러려고 하는데 어쩌지?”
“하핫-! 농담도요! 고마워요, 우뱅. 최대한 객관적으로 순위를 매겨 보죠.”
“마음대로 하게나.”
딸깍-
윙크를 동반한 상큼한 미소를 던진 티모시 드부아가 사라진 뒤, 우뱅 밸후는 그 자리를 한참 동안이나 쳐다보았다.
미니 발롱도르(Mini Ballon d`or).
우뱅은 그 표현이 싫었다.
‘말도 안 돼. 그런 유치한 상이 어찌 감히.’
쟝(Jean) 밸후는 과거 ‘프랑스 풋볼’에 근무하던 기자로, 날카로운 안목과 매력 넘치는 문장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그런 그를 따라 어린 나이부터 프랑스와 잉글랜드 등의 축구를 경험했던 우뱅은, 아버지가 발롱도르를 창설한 최초의 멤버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늘 자랑스러워했다.
당시 축구계에는 스탠리 매튜스(Stanley Mattews)라는 희대의 천재가 있었고, 유독 저평가 받던 그에게 최고라는 타이틀을 주고자 발롱도르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계속된 발전을 거쳐, 현재에 와서는 현시대 최고의 축구 선수임을 증명해 주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반면 골든 보이는 여전히 축구계 전반에서, ‘과연 그렇게까지 의미가 있는 상인가?’라는 인식을 받고 있다. 권위와 실적 모두에서, 발롱도르에 터무니없이 모자랐다.
하지만 우뱅은 티모디의 말이 옳다는 것 역시도 알고 있었다. 요즘 젊은 독자들은 골든 보이 수상 결과에 열광한다.
‘휴우- 내가 이해를 하지 못하는 건가?’
티모디에게 말도 안 되는 핑계를 가져다 붙이며 귀찮은 짐짝을 넘겨 버리기는 했지만, 우뱅은 그런 자신이 판단이 과연 옳았는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본인이 직접 순위를 결정해 투토스포르트에 보내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조금 뒤.
똑똑똑- , 딸깍-
“우뱅?”
다시 사무실의 문이 열리면서, 아까와는 다른 남자가 얼굴을 내밀었다.
“혹시, 골든 보이에 누가 투표할지 결정했나요?”
“그래.”
“누구죠?”
“티모디. 금방 파일을 그에게 줬지.”
“티모디? 그 애송이요? 농담하는 거죠, 아비. 그런 중요한 것을 저도 아니고 애송이에게 맡긴다고요? 제발요! 제가 녀석에게서 그걸 빼앗아 올 수 있을까요?”
“하아~”
한숨을 내쉰 우뱅이 안경을 벗어 테이블 위에다 놓아두곤, 손가락을 까닥여 사람을 안으로 들인다.
그러곤 정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어째서 다들 골든 보이 투표에 참여를 하길 원하는지를 물어보았다. 티모디야 그렇다 치지만, 이 남자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그러자 질문을 받은 기자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한다.
“사람들이 좋아하잖아요. 독자들은 항상 누가 장래의 슈퍼스타가 될지를 궁금해했어요. 그리고 지금까지의 결과가 그걸 증명해 주잖아요. 안데르송이 좀 아쉽긴 하지만, 어쨌든 그도 맨유에서 뛰었다고요. 그리고.”
“?”
“발롱도르가 왜 만들어졌는지를 생각해 봐요, 아비. 물론 당신이 누구보다 그걸 잘 알겠지만요.”
“…….”
아까와 같은 말을 듣게 된 우뱅의 입이 다물어진다.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녀석을 본격적으로 정 가운데에 불러들이는 거죠. 그리고 그건 우리에게 돈이 되잖아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예요, 우뱅. 투표하는 재미는 덤이고요.”
“……썩 꺼지게나.”
“그래서? 티모디에게서 빼앗아도 되나요?”
“그게 가능하다면, 그렇게 하게.”
우뱅의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베테랑 기자의 입에 미소가 걸렸다.
그는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사무실을 빠져나갔고, 다시 홀로 남게 된 우뱅 밸후는 잠깐 골든 보이를 잊고 기사를 점검하는 일을 마무리하려고 했다.
똑똑똑-
“저어- 우뱅?”
“뭔가?!?!”
하지만 펜을 채 잡기도 전, 우뱅은 또 다른 방문객을 본다.
그러곤 같은 말을 듣는다.
“골든 보이 투표를 누가 할지 결정하셨어요?”
“…….”
테이블에 이마를 가져다 댄 우뱅의 고개가 아래위로 몇 차례 움직이기 시작한다.
쿵- 쿵- 쿵- 쿵-
***
2013년 11월 9일. 80939 뮌헨, 독일. 베르너-하이젠베르크-알리 25. 알리안츠 아레나.
·전반 03분
바이에른 뮌헨 0 : 0 아우크스부르크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뮌헨/상대팀) : 4-2-3-1/4-2-3-1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마윈 힐츠
RB ? 김다온 / RB ? 파울 페르하헤
CB ? 제롬 보아텡 / CB ? 얀-잉버 칼센-브라커
CB ? 단테 / CB ? 라그나르 클라반
LB ? 데이비드 알라바 / LB ? 마티아스 오스트르촐렉
DM ? 필리프 람 / DM ? 케빈 포크트
DM ? 하비 마르티네스 / DM ? 다니엘 바이어
RAM ? 마리오 괴체 / RAM ? 안드레 한
CAM ? 토니 크로스 / CAM ? 얀 모라벡
LAM ? 프랑크 리베리 / LAM ? 토비아스 베르너
ST ? 마리오 만주키치 / ST ? 할릴 알틴톱
.
.
이번 바스티의 부상은 꽤 많은 것들을 바꿔 놓았다.
우선 포메이션이 바뀌었고, 또 그에 따라 개인이 부여받은 역할에도 변동이 생겼다.
나만 하더라도.
‘비었다!!’
“여기이-!!”
전진할 타이밍을 잡고 있던 나는, 생각을 멈추곤 스프린트에 집중했다. 패스를 연결한 곳을 찾던 필리프가 몸을 돌려 패스를 보내오고, 난 그것을 받아 수비를 마주했다.
아우크스부르크의 왼쪽 풀백 마티아스 오스트르촐렉(Matthias Ostrzolek)은, 폴란드의 U-17팀과 독일의 U-21팀을 모두 경험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리고 이 말은 다르게 표현해, 재능을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였다.
어제와 오늘 있었던 미팅 자리에서, 펩은 아우크스부르크의 왼쪽 수비가 좋다고 몇 차례나 강조했다. 그 중심에 이 남자가 있으며, 문제가 될 수 있다고도 말이다.
로테이션을 하는 와중에도, 마리오 괴체를 오른쪽 윙어로 투입한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펩은 괴체의 중앙 지향적 움직임이 오른쪽 측면을 열어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나는 그 공간으로 파고들어 상대를 위협하란 임무를 받았다.
[“1:1을 망설이지 마.”] [“그는 좋은 수비수지만, 스토퍼에 가까운 풀백이다. 태클을 할 수 있는 위치로 너를 끌어들이려고 할 거야.”] [“속도 싸움을 해. 그건 네가 우위다.”]왼발잡이인 마티아스는 오른발이 좋지 못하다.
하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뮌헨으로 온 이후 줄곧 오른쪽에서만 뛰면서, 왼발의 감각은 벤피카 시절보다 많이 떨어져 있다.
‘그건 좋은 선택이 아냐.’
정면승부를 택한 나는 상대가 먼저 반응하도록 만들고자, 보디페인팅을 주어 무게 중심을 잠깐 왼쪽으로 기울였다.
그러곤 오른발 바깥쪽으로 축구공을 툭 밀어냈고, 왼쪽 발바닥에 힘을 주며 사이드라인을 따라 달려 나갔다. 오스트르촐렉 역시, 좋은 반응을 보여 준다.
무리하게 볼을 빼앗으려고 하는 대신, 지연에 철저히 초점을 맞추며 나를 골라인 가까운 곳으로 밀어 넣었다.
돌파가 사실상 무리라 판단을 내린 나는 차선책을 찾아 나섰고, 오스트르촐렉의 발을 맞춰 코너킥을 유도해 내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삐?익!!
.
(이후재) – KBS Sports N 아나운서
“아- 김다온 선수. 크로스를 시도했습니다만, 수비에 막힙니다. 바이에른 뮌헨의 오늘 경기 첫 번째 코너킥. 프랑크 리베리가 처리를 위해 움직입니다.”
(한희준)
“아우크스부르크가 현재 리그 13위. 중하위권에 있기는 하지만, 공격 작업이 부족하지 수비는 꽤 좋거든요? 그 중심에는 23살의 풀백, 마티아스 오스트르촐렉 선수가 있습니다. 공격 능력은 다소 부족해도, 베테랑처럼 노련한 수비를 보여 줍니다.”
.
리베리의 코너킥은 꽤 날카롭게 날아갔지만, 축구공은 보아텡의 머리를 살짝 스쳐 그대로 골라인을 벗어났다.
아쉬운 탄식 소리가 그라운드에서 울려 퍼지고, 템포를 조절하기 시작한 아우크스브루크는 서둘지 않겠다는 듯 후방에서부터 천천히 패스를 돌렸다.
그러다 축구공이 반대편의 안드레 한(Andre Hahn)에게로 향했고, 펩이 지시한 영역에서 강한 압박이 만들어진다.
다급함이 느껴지는 백패스.
하지만 그것은.
‘그렇지!’
우리가 준비해 온 덫으로 걸어 들어가는 선택이었다.
센터백 얀-잉버 칼센-브라거(Jan-Ingwer Callsen-Brager)를 한 차례 거치며 다시 중원으로 패스가 연결되었을 때, 볼을 중심으로 한 가로*세로 5m 되는 영역에 우리 뮌헨의 선수가 가득했던 것이다.
본래 중앙에서 뛰는 토니라든가 하비 마르티네스는 물론이고, 왼쪽 윙어인 프랑크 리베리 역시 그 위치에 있었다.
6초 룰에 근거한 펩의 전방 압박이야 이미 유명한 전술인지라, 아우크스부르크 역시 거기에 대비를 해 왔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많은 숫자가 순간적으로 특정한 위치에 놓일 줄은 몰랐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다.
순식간에 세 명의 선수 사이에 갇혀 버린 케빈 포크트(Kevin Vogt)가 트래핑을 흘려버리는 초보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그것을 보자마자 나는 또 한 번의 스프린트를 시작했다.
“프랑크-!!”
볼을 가로챈 리베리가 내 쪽을 슬쩍 쳐다보더니 오른발을 휘둘렀고, 후방 빌드업을 전개하던 과정에서 실책이 나온 아우크스부르크의 진영은 현재 잔뜩 위축되어 있다.
반대편에서 날아온 축구공이 발아래에 놓이고, 오스트르촐렉이 꽤 멀리 떨어져 있음을 확인한 나는 고개를 조금 옆으로 돌려 만주키치의 위치를 확인했다.
그렇게 우리는 눈이 마주쳤고, 난 축구공으로 시선을 옮겨 왼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파앙-!!
오른발을 휘둘러 낮은 얼리(Early)크로스를 아우크스부르크의 최종 수비라인과 골키퍼의 사이로 보냈다.
빠르게 날아간 크로스가 낮은 비행 끝에 피치 위에 떨어지고, 한 차례 튕겨져 오른 축구공을 향해 만주키치가 그 기다란 발을 쭉 하고 뻗어 보인다.
하지만, 그의 발에는 닿지 않는다.
서로의 타이밍이 약간 엇갈렸다.
‘아이, 씨.’
안타까워하며 인상을 찡그리고 있을 무렵, 반대편으로 흘러나간 축구공을 데이비드 알라바가 붙잡는다.
그리고 다시 올라오는 크로스.
하나 이번에도, 슈팅으로는 이어지지 않는다.
다소 높았던 탓에, 모두의 머리를 그냥 지나친 거다.
그렇게 굴러온 축구공은 골라인 쪽으로 움직였던 나의 발밑에 다시 당도했고, 어느새 다가온 오스트르촐렉은 적당히 떨어진 위치에서 수비 자세를 취했다.
의도적으로 골라인 방향을 열어 두며, 나를 저 방향으로 몰고 가려는 것이다.
“이봐, 여기!”
때마침 괴체가 좋은 방향에서 접근해 오고, 그에게 짧은 패스를 보낸 나는 오스트르촐렉이 열어 둔 공간으로 달려 들어갔다.
다른 사람이라면 모르지만, 괴체는 이런 좁은 공간에서의 2:1 플레이를 무척이나 즐기는 남자다. 내가 뛰어들었을 때, 몸속에서 꿈틀거렸을 본능을 견딜 수 없었을 거다.
툭-
‘내 말 맞지?’
예상대로, 괴체는 다이렉트로 볼을 띄워 올리는 선택을 보여 줬다.
머리 위로 살짝 떠올랐던 축구공은 금세 힘을 잃어 아래로 떨어졌고, 오스트르촐렉을 지나친 나는 낙하지점에 서서 왼쪽 어깨로 그것을 받아 냈다.
그리고 정확히 그때.
쿵-!
“!”
로빙 패스에만 신경이 팔려 있던 오스트르촐렉이 등 뒤에서 나를 밀어붙였고, 밀어내는 힘을 느낀 나는 거기에 저항하지 않으며 곧장 앞으로 넘어졌다.
“이봐아-!!”
“PK!!”
“아니, 아니지!! 액션이잖아!!”
내 넘어지는 모습에서 다양한 반응이 쏟아져 내리고, 선수들의 사이에서 나타난 주심은 페널티 스팟을 가리키며 오스트르촐렉의 파울을 선언하고 있었다.
분개한 아우크스부르크의 선수들이 주심에게 다가가 어필을 하지만, 판정은 당연히 바뀌지 않을 거다.
“제기랄. 참을 수가 있어야지.”
“그럴 줄 알았지.”
“뭐? 진짜?”
“응. 뚱보 너라면, 그럴 줄 알았어.”
“뚱보 아니라니까!!”
뚱보라는 말에 발끈하면서도, 마리오 괴체는 나를 일으켜 세워 줬다. 그래서 난 그런 그에게 고마워하며,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이후엔, 다가오는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그런데 그중, 기대했던 두 명이 없다.
왜냐하면.
“내 차례야.”
“무슨 개소리야? 당연히 나지! 잊었어? 펩이 이런 건 내가 차도록 한다고!”
“오늘은 아니잖아! 요령껏 정하라고 했어.”
“어-어? 얼른 내놔!”
페널티킥을 차겠다고 서로 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리베리와 알라바다.
현재 팀의 PK 처리 순서는 알라바-뮐러-토니-단테-만주키치의 순으로 이어지는데, 가끔은 오늘처럼 순번을 없애고 피치 위의 상황에 맡길 때가 있다.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좋긴 하지만, 지금처럼 다툼이 일어나기도 한다는 것은 단점이다.
“나야!”
“아니, 나라고!”
평소에도 서로 괴롭히기에 바쁜 두 사람이다 보니, PK 처리에 관한 의견은 더욱 좁혀지지 않는 것 같다.
결국, 주장인 람이 나서며 중재가 이뤄진다.
어느 한쪽이 양보하는 거냐고?
‘설마. 그럴 리가.’
그런 식의 훈훈한 장면이 연출된다면야 더할 나위 없이 참 좋겠지만, 우리 뮌헨에는 그것보다 훨씬 더 공명정대(?)하고 확실한 방법이 존재한다.
그건 바로.
“Schnick, Schnack, Schnuck!”
“Schnick, Schnack, Schnuck. Schnick, Schnack, Schnuck.”
만국 공통의 문제 해결방법일, ‘가위바위보’다.
독일에선 이걸 할 때마다, ‘Schnick, Schnack, Schnuck’를 외친다. 베를린 쪽 지방에서는 조금 다르게 말을 한다고 하는데, 그거야 들어본 적이 없어서 잘 알지 못한다.
그렇게 리베리와 알라바는 가위바위보를 이어 갔고, 무려 네 차례나 비기는 치열한(?) 승부 끝에 승자는 젊은 알라바가 되었다.
“제기랄!!”
“예에-! 정의는 승리한다고!”
“빌어먹을 녀석! 실패나 해 버려!”
“실패? 그게 뭔데?”
PK를 빼앗긴 뒤 알라바에게 실축을 하라며 저주를 퍼붓는 리베리를 보고 있노라니, 내가 그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단 하나였다.
아니 그럼, 내 어시스트는 누가 보상해?
내 수당은?
삐—-익!!
어렵게 시작된 PK에서 알라바가 신중히 스텝을 밟아 가고, 그의 왼발에 맞은 축구공은 빠르고 강하게 날아 아우크스부르크의 그물을 흔들었다.
전반 6분.
우린 1:0으로 앞서 나가기 시작한다.
“이봐!”
“?”
알라바와 함께 셀레브레이션을 마친 후, 여전히 불만족스러워 보이는 리베리가 나를 따로 부른다.
“이번에는 내 것도 하나 만들어줘.”
“……네?”
“내 거 말이야. 내 PK. 나도 PK를 잘 찰 수 있다고.”
“지금 제정신으로 하는 말이에요?”
“당연하지! 이건 명령이야! 내 것도 하나 만들어 달라고!”
맡겨 놓은 물건을 찾기라도 하는 것처럼 당당한 태도에, 난 그만 얼이 빠져 버리고야 말았다.
PK를 유도하는 게 쉬운 줄 아는 건가?
억지도 정도껏 부려야지.
하지만, 전반전 42분.
삐—익!!
혼전 상황에서 굴러 나오는 축구공을 향해 달려들던 나를 다니엘 바이어(Daniel Baier)가 걷어찼고, 주심 피터 가겔만(Peter Gagelmann)은 오늘 경기 두 번째 PK를 선언했다.
첫 번째 PK야 엄살이 섞여 있었지만, 지금은 정말로 종아리를 걷어차여 죽도록 아팠다.
한데 곁으로 다가온 프랑크 리베리는 내가 고통스러워하는 것도 상관이 없는지 연신 침을 튀기며 칭찬하기 바빴다.
“바로 그거야!! 이 빌어먹을 녀석!! 이 예쁜 녀석!! 너라면 내게 선물을 줄 줄 알았어!!”
“지금 그게 중요해?! 나 아픈 거 안 보여?”
“오~ 이 귀염둥이 쥐새끼 같으니라고.”
“…….”
다시 한번 말하지만, 쥐와 돼지는 독일에서 연인을 표현하는 애칭으로 쓰인다.
한국에서 그랬다면 딱 헤어지기 좋았을 비유다.
사람이 어이가 많이 없으면 고통마저 잊어버린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닫고 있는 지금, 계속해서 침을 튀겨 대던 리베리가 갑자기 뒤를 돌아보더니 욕을 하며 달려 나간다.
“이 개새끼!!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알고 보니, 알라바가 이번에도 PK를 직접 처리하려고 축구공을 페널티 스팟 위에 놓아두고 있었던 거다.
그걸 본 리베리가 흥분한 것이고, 지금 그는 알라바에게서 축구공을 빼앗으며 연신 욕을 내뱉고 있었다. 한데 더 웃긴 건, 뭐가 그리 좋다고 폭소하는 알라바다.
‘다들, 제정신이 아니야.’
새삼, 얼마나 많은 미친 인간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는지를 깨닫는 순간이다.
아우, 아파라.
‘이씨. 아픈 티도 못 내고, 이게 뭐야?’
다리를 절뚝거리며 걸어가던 나는, 걱정스러운 표정의 펩을 달래고자 손을 들어 올렸다.
참, 해야 할 일도 많지.
갑자기 피곤이 밀려온다.
.
.
·경기 결과
바이에른 뮌헨 3 : 0 아우크스부르크
[골] 데이비드 알라바 : 전반 6분(김다온/P.K)단테 : 전반 44분(제롬 보아텡)
프랑크 리베리 : 후반 30분(F.K)
김다온 ? 96분 출전(1어시스트/평점 2.5)
MoM ? 필리프 람(평점 2.0)
P.K 실축 : 프랑크 리베리(전반 43분)
***
작가의 말 ? 본래 키커지 평점이 굉장히 짭니다. EPL에서 8.0대의 점수를 받았을 선수라도, 키커는 2.5~3.0 정도를 매깁니다. 초반 뮌헨이 대승을 많이 거뒀다는 것과 펩 과르디올라 축구를 향한 뻥튀기가 더해져 평점이 후했다고 보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