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13)
312화
Road to Brazil.
지난달 찾았던 파주 NFC 곳곳에 적혀 있던 글이다.
“야, 막아, 막아, 막아, 막아!!”
“파울 조심해! 파울 조심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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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43분
대한민국 0 : 1 스위스
피치 바깥에서 지켜본 스위스의 전력은 생각만큼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았다. 예상만큼 거친 경기가 펼쳐지곤 있었지만, 딱히 강팀이란 인상은 들지 않는다.
전반 6분에 있었던 실점도 진수 형이 저지른 실수 때문이었고, 외에는 딱히 위협적인 상황이 없었다.
오히려 애매한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인해 두 개의 골을 손해 본 전반전이다.
삐—익!!!
골대 뒤쪽에서 몸을 풀며, 피치를 계속해서 확인한다. 지금은 우리 쪽 페널티박스에서, 하리스 세페로비치(Haris Seferovic)의 파울이 있었다.
볼의 소유권이 다시 우리에게 넘어왔고, 시계를 쳐다본 나는 곧 있으면 전반전이 끝난다는 것을 확인했다.
‘충분히 해볼 만해.’
리드. 최소한 동점 상황에서 전반을 마쳤다면 더 좋았겠지만, 월드컵에서도 이런 일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하프타임을 통해 경기력을 반등시키는 것 역시 필요한 경험이다.
삐-익! 삐이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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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세) – SBS 아나운서
“아, 여기에서 전반전 종료 휘슬이 울립니다. 전반 6분 파이팀 카사미의 선제골로, 스위스가 대한민국에 1:0으로 앞서고 있습니다. 이후 반격을 시도한 대한민국이지만, 스위스의 골문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박성문) – SBS 해설위원
“후반전, 삼파올리 감독의 생각이 궁금해집니다. 선수 교체를 통해 승리를 꾀할지. 아니면 이대로 선수들의 기량을 좀 더 점검할지. 실점 상황은 다소 아쉽긴 했지만, 대한민국 선수들 정말로 잘 싸워 줬습니다.”
(배정세)
“네. 저희는 잠시 후에…….”
.
아무리 친선전이지만 뒤지고 있으면 분위기가 좋을 수는 없다. 평소보다 라커룸은 훨씬 더 조용했고, 경기력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몇몇은 짜증도 냈다.
벗은 유니폼을 거칠게 구겨 바구니 안에 집어넣는 진수 형의 뒤에서, 삼파올리 감독님이 목을 한 번 주물러 주곤 화이트보드의 앞으로 다가오셨다.
[잘했다. 점수를 떠나 경기는 괜찮았어.]“…….”
[좌우를 잘 썼다. 하지만 좀 더 영리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지. 우선 선수를 둘 바꾼다. 두리? 그리고 진수? 수고했다. 후반전은 다온과 주호가 나선다. 그리고 태희. 너도 마찬가지다. 소니가 들어간다.]예고된 교체이다 보니, 선수단은 이를 잘 받아들이고 있다. 흥민이 형의 투입으로, 근호 형이 오른쪽으로 이동한다는 것을 빼면 포메이션 자체는 전반전과 같다.
선수 교체에 이어, 이번엔 전술적 지시가 이어진다.
[스위스는 두 개의 포메이션으로 뛰고 있다.]삼파올리 감독님의 말처럼, 스위스는 수비 시에는 플랫 형태의 4-4-2를. 또 공격을 할 때는 4-3-3으로 전형을 바꾼다. 시작 때의 형태는 4-2-3-1이지만, 그렇게 뛸 때는 거의 없다.
이런 매끄러운 공수전환을 보며 느낀 점은 조직적으로 잘 정돈된 팀이라는 건데, 전술적 허점은 분명히 존재했다.
예를 들어, 지금 바로 저기.
감독님이 지적하는 곳.
스위스의 중원을 구성한 괴칸 인러(Gokhan Inler)와 블레림 제마일리(Blerim Dzemaili) 모두 공격적인 성향이 짙다.
그래서인지 종종 센터백과의 라인을 맞추지 못할 때가 있고, 삼파올리 감독님의 말처럼 두 개의 플랫 사이 중앙에 거대한 공백이 생겨나기도 했다.
게다가 트랑키요 바르네타(Tranquillo Barnetta)는 부상 이후 기동력이 많이 떨어졌고, 그라니트 자카도 본래는 중원이 본래 포지션이라 측면에서 뛰는 게 서툴다.
그렇기에 우린 스위스의 플랫 사이와 느린 측면을 공략해 수비의 균열을 만들어야 한다.
“자, 가자! 한국!!”
“어-이!!”
간단한 파이팅과 함께, 박수와 함성이 잠깐 라커룸을 채웠다가 멀어진다.
우리에게 주어진 남은 시간은 45분.
점수는 0:1.
‘……이 정도 핸디캡쯤은 있어야지. 안 그래?’
사실, 그간 뮌헨에서의 축구는 너무 쉬웠다.
재미야 있지만 이런 감정은 느낄 수 없다.
한순간이라도 노력을 게을리하거나, 아주 사소한 실수 하나에도 승리가 멀어지는 경기. 이러한 종류의 시합에서 느낄 수 있는 긴장감은, 나를 두근거리게 만든다.
피치로 나서기 전, 난 마지막으로 거울을 바라본다.
머리를 한 번 확인하려는 건데.
“…….”
정작 내가 보고 있는 것은, 희미하게 웃고 있는 거울 속의 나였다.
‘가자, 다온아!’
찰싹-!, 찰싹-!!
양 손바닥으로 볼을 두 번 두드리며, 난 필승을 향한 의지를 가다듬는다.
후반전은, 전반과는 완전히 다를 것이다.
***
‘블리크(Blick/보다)’는 독일어로 발행되는 스위스의 타블로이드 매거진이다. 과거에는 평범한 신문이었지만, 2005년부터 현재의 모습으로 변화를 주었다.
정치적으로 좌파의 성격을 띤 블리크는 축구에 있어서도 거침없는 언행을 쏟아내기로 유명했는데, 가장 대표적인 예가 현 FIFA 회장 요제프 블라터를 향한 비판이다.
그들은 이 FIFA의 회장이 자신의 배를 불리기에만 여념이 없는 탐욕적인 인물이라고 묘사했다.
이런 뉴스는 곧바로 FIFA의 주목을 샀고, 2000년대 초반 스위스에서 가장 영향력 있던 신문사가 3위로 내려앉게 되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하나, 여전히 블리크는 영향력을 가진다.
특히, 푸얼리 크뇌플리(Purlie Knopfli)의 명성은 스위스 내에서는 독보적이었다.
푸얼리는 블리크에 개인 칼럼을 싣는 칼럼니스트임과 동시에, 황금 세대로 불리는 이번 스위스 대표팀을 브라질 월드컵 내내 취재키로 한 인물이다.
또한, 블리크의 대표로서 2013 골든 보이에 투표할 유일한 사람이기도 했다.
‘놀라워. 듣던 것보다 더 대단해.’
현재 김다온의 명성은 점점 더 높아지곤 있으나, 리오넬 메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처럼 그의 경기를 모르는 사람이 없는 단계만큼은 아니다.
유명한 축구 관계자라 해도 김다온의 경기를 보지 않은 이들이 많으며, 일부는 그를 과거부터 흔하게 존재해 온 ‘잠깐 각광받는 유망주’ 정도로 생각하기도 한다.
물론 5,500만 유로라는 거대한 이적료가 사람들의 호기심을 이끌어 내기도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김다온의 명성은 세계적인 수준에 한참 모자랐다.
골든 보이 투표권을 지녔음에도, 크뇌플리가 김다온을 논외로 생각했던 이유다.
하지만.
“!”
그는 지금 허투루 써 버린 지난 시간들을 아쉬워했다.
왜 조금 더 일찍, 김다온의 경기를 보지 않았을까?
풀백임에도 불구하고, 김다온은 피치 위에서 누구보다 반짝거리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단순한 스프린트임에도.
{“오오오-!!”}
{“우와!”}
김다온은 사람들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크뇌플리 역시, 김다온의 플레이를 놓치지 않고자 엉덩이를 떼고 일어났다.
스위스의 실책을 틈타 드리블을 시작한 그는 지금, 골대를 흘끗 바라보며 슈팅을 가져가려 한다.
피치와 관중석 전체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김다온의 발끝에서 축구공이 떠난 순간, 크뇌플리는 자신도 모르게 양손을 머리로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
.
·후반 07분
대한민국 0 : 1 스위스
피치 밖에서만 보이는 게 있는가 하면, 어떠한 것들은 피치에 들어서야 보이기도 한다.
전반전, 나는 스위스가 플랫 4-4-2와 4-3-3을 오간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들의 이런 변화에 숨은 속뜻까지 확인이 가능했다.
‘느려. 그리고 안 올 거야.’
파앙-!!
앞쪽의 레토 지글러의 위치를 확인하곤, 난 얼리 크로스라 부를 수 있는 위치에서 오른발을 휘둘렀다. 빠르게 날아간 크로스는 신욱이 형의 발끝을 아슬아슬하게 빗겨 간다.
{“아아-!”}
안타까워하는 팬들 만큼이나, 지금 내가 느끼는 기분 역시도 아쉬웠다.
패스를 조금 더 느리게 보냈어야 했나 생각을 해보지만, 만약 그랬다면 파비앙 셰어가 앞쪽에서 커트를 해냈을 것이다. 지금의 속도가, 내가 제어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
신욱이 형과 따봉을 주고받으며, 난 다시 뒤로 돌아 달려 나갔다.
스위스는 지금, 경기를 서두를 생각이 없다.
‘당황하고 있어.’
스위스는 오늘 본인들의 약점을 명백히 인지하고 있다. 샤키리의 부상으로 측면에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이 줄어들었고, 메흐메디가 있지만 그는 선발로 나서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스위스는 중원에 다섯 명의 중앙 미드필드를 배치했고, 우리가 측면으로 패스를 보급하기 전에 압박으로 볼을 탈취하는 방법을 택했다.
중원은 엄청나게 강해졌지만, 반대로 측면은 취약해졌다. 단순히 기동력이 느린 문제가 아니라, 측면 플레이에 관한 이해도 전반이 부족하다는 거다.
그래서 공격을 전개할 때에도, 속도가 별로 빠르지 않았다. 풀백이 침투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게 바로, 스위스의 약점이다.
측면을 풀백 한 사람에게 의존한다.
이러한 것을 잘 알고 있을 레토 지글러와 미카엘 랑(Michael Lang)은, 선수가 아닌 지역을 봉쇄하는 것으로 수비 때 체력을 최대한 아끼려 하고 있다.
쉽게 말해 풀백이 수비 때에는 전진을 하지 않고 뒷공간을 걸어 잠근다는 건데, 그럼 앞쪽의 줄과 풀백 사이에 공간이 발생하게 된다.
내가 금방 얼리 크로스를 보낸 이유다.
하프타임 때 삼파올리 감독님이 지적한 플랫과 플랫 사이의 공간이 측면에도 존재하고 있다.
“혀엉-!!”
국영이 형을 불러, 다음부터는 패스의 타이밍을 조금 더 빠르게 가져가 달라고 부탁한다.
금방의 패스도 나쁘지 않았지만, 축구공의 보내는 타이밍이나 속도가 조금 더 빨랐더라면 얼리 크로스가 아니라 지글러를 따돌리는 선택도 할 수 있었을 거다.
스위스 진영에서 골킥이 이어지지만, 하프라인을 넘어온 축구공은 영권이 형의 머리에 맞고는 측면에 있는 내 쪽으로 흐른다.
그리고 난 그것을 발밑으로 받아 냈다.
“야, 천천히!!”
“…….”
볼을 받아 곧장 앞을 바라봤던 나.
성용이 형의 말에, 한 템포 쉬어 가기로 한다.
진영의 정비가 필요한 건, 스위스만이 아니었으니까.
확실히 성용이 형은 저런 점이 뛰어나다.
본능적으로, 호흡을 조절하는 법을 안다.
“형, 형, 형! 여기!”
전반전과 마찬가지로, 스위스는 계속된 전방 압박을 보여 주고 있다. 그래서 난 승규 형을 돕고자 골라인 쪽으로 쭉 빠져 목소리를 높였고, 패스를 전해 받아 앞쪽으로 보냈다.
어느새 센터백 앞쪽까지 온 성용이 형이 볼을 잡아 왼쪽으로 전달하고, 빌드업의 위치와 함께 팀 전체의 라인이 높아진다.
그리고 패스는 돌고 돌아, 다시 내게 도달한다.
‘누가 좀 움직여 봐.’
스위스의 플랫 4는 완전히 자리를 잡은 상태다. 전방에서 압박을 할 땐 10번(AM)의 위치에 있던 바르네타가 어느새 볼이 전환되자 왼쪽 미드필드 위치로 이동해 있다.
좌우로 전환되는 속도가 조금 더 빨랐더라면 레토 지글러를 앞에 두고 수적 우위를 점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건 뮌헨이라고 해도 쉽지 않았을 거다.
그만큼 오늘 스위스의 공수전환 속도는 기민하다.
또 말하지만, 훈련이 참 잘된 팀이다.
그렇게 다시 공격이 늦춰지려던 순간.
“여기, 여기!!”
분명 아까까진 왼쪽 윙어 자리에 있던 근호 형이 눈에 띄었다. 형이 왜 거기에?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내 뇌를 지배한 것은 의문보다는 상황 판단이다.
지금은 망설이지 말고 패스를 보내야 할 때다.
조금만 머뭇거리면, 기회를 놓쳐 버릴 거다.
파앙-!
“!!”
“오프사-이드!!”
측면에서 앞으로 패스를 찔러 보내자, 스위스의 선수들이 손을 들어 올리며 오프사이드를 주장한다.
하지만 깃발을 내린 부심은 앞으로 달리기만 했고, 깊숙한 곳까지 들어선 근호 형은 오른발을 휘둘러 안쪽으로 축구공을 굴려 보냈다.
그러나.
{“아아아아…….”}
크로스의 방향이 영 좋지 못하다.
공격수가 아무도 없는 곳으로, 패스가 향한 거다.
지금은 조금 더 안쪽으로 차는 게 좋았을 건데, 굳이 컷백 형태를 택했어야 했나 싶었다.
‘휴우~ 한 끗이 안 풀리네.’
마무리가 아쉽기는 했지만, 과정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근호 형의 가장 큰 장점인 라인-브레이킹 능력이 우리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해 줬다.
그리고 그 시작은 분명 부지런한 오프 더 볼이었을 거다.
아까 축구공이 반대편에 있을 때에는 그 앞에 있었는데, 금방 근호 형이 스프린트를 시작한 지점은 레토 지글러와 파비앙 셰어 사이의 공간이었다.
횡(橫)과 종(縱)을 모두 활용한 창의적인 움직임임과 동시에, 전술적으로도 무척 번뜩이는 것이었다.
순간적으로 작은 사각형 공간에 공격수 4 수비수 4를 만든 창의적인 오프 더 볼에, 수적 우위를 점할 수 없던 수비는 근호 형에게 공간을 내어 주고야 말았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토마스 뮐러 같다고나 할까?
대표팀 내의 다른 형들은 할 수 없는 일이다.
“형, 형!!”
아쉬움을 삼키곤, 근호 형을 향해 박수를 보내 본다.
후반전에 우리는 스위스를 압도하고 있다.
볼을 점유했고, 좋은 장면들이 나오는 중이다.
마지막 한 끗만 풀어내면 슈팅까지 이어 갈 수 있을 것도 같은데, 항상 페널티박스 주변에서의 침착함과 마무리 패스가 조금 부족했다.
더구나 지금은 신욱이 형이 자신의 몫을 120% 해 주고 있는 상황이었다.
스위스 진영의 취약한 지점을 정신없이 돌아다니면서, 끊임없는 스위치를 유도하고 있다. 신욱이 형이 골 욕심을 버리고 저렇게 뛰어주고 있기에, 금방의 오프 더 볼도 나왔던 거다.
흥민이 형이 조금만 더 공간을 이해해 준다면, 금방 근호 형과 같은 움직임을 속임수로 쓸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뭐, 거기까진 너무 욕심이겠지.
한데.
‘……어?’
그렇게 조금 더 시간이 흘렀을 때, 공격 작업을 전개하던 스위스에서 실수가 나왔다.
볼을 빼앗은 후 역습을 전개하는 상황에서 패스가 부정확했던 것인데, 너무 급했던 것인지 트랑키요 바르네타를 향한 블레림 제마일리의 패스가 조금 길었던 거다.
힘껏 볼을 추격해 보던 바르네타가 허탈해하며 스프린트를 늦추는 사이, 그가 수비 위치로 복귀하는 일이 어렵다 판단한 나는 뒷걸음질을 멈추고 얼른 달려 나갔다.
지금 선 자리에서 축구공을 받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하면 상대에게 시간을 줄 것 같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적극성이나 공격성이 부족한 풀백이라면 일단 속도를 늦추고 안정적으로 후방 빌드업을 가져갈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뛰는 것은 내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
‘가자!’
볼을 발아래로 가져오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드리블을 시작했을 때, 스위스의 수비는 주춤대며 물러서고 있었다.
공격으로 전환을 하려던 상황에서 실수가 나와 볼을 빼앗긴 최악의 상황이다 보니, 상대는 지금 압박을 하지 못하고 내려앉느라 여념이 없다.
그렇게 내 위치는 빠르게 페널티박스와 가까워졌고, 대략 25m 정도 되는 지점까지 접근했을 땐 골대 한쪽이 훤히 드러나 보이기도 했다.
그 비어 있는 공간을 본 순간, 내 머릿속은 온통 한 가지 생각으로 가득해졌다.
또 내 몸은 그런 생각에 충실히 따라 움직였다.
파바박-
빠르게 스텝이 정돈되고, 잔발을 가볍게 디뎌 보인 나는 왼발을 길게 가져가 축구공의 바로 옆에다 뒀다. 몸의 중심이 살짝 옆쪽으로 기울었지만, 오른발이 움직임과 동시에 내 몸은 피치와 단단히 고정된다.
“흐읍-!”
숨을 참음과 동시에, 몸통 전체가 회전 운동을 시작한다.
오른발이 뒤에서 앞으로 움직이는 동안, 내 코어는 슈팅이 더 힘을 받을 수 있도록 회전해 주었다.
그리고 임팩트가 되었을 때.
퍼억-!!!
“푸우-!”
들이마셨던 숨을 내뱉으며, 몸 전체를 슈팅을 보내고자 하는 방향으로 가져가는 메커니즘을 이어 갔다.
밖에서 볼 때는 무작정 오른발을 강하게 휘두르는 것처럼만 보일 수 있겠지만, 나는 이런 모든 과정들을 하나로 묶어 내며 자연스럽게 녹여 내기 위해 숱하게 연습을 해 왔다.
왜냐하면 슈팅은 나의 또 다른 무기이고.
뿐만 아니라.
“!!! 우와아아아아악-!!!”
다른 풀백들과 나를 구분 짓게 만들어 주는 중요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분데스리가에서는 좀처럼 슈팅을 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아쉬웠지만, 가끔 이렇게 대표팀에서 마음먹고 슈팅을 할 때면 막혔던 속이 뻥 하고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목표로 한 공간을 향해 날아간 축구공은, 말 그대로 사정없이 그물을 뒤흔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본 나는 그대로 코너플랫 지점까지 달려가, 양팔을 좌우로 쭉 뻗고 팬들의 앞에 섰다. 지금 이곳엔 한국인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포르투갈의 사람들이었다.
아마도 브라가의 팬이겠지만, 지금 그들은.
{“휘이이익-! 휘익-!”}
{“브라보오-!! 브라보!!”}
환한 미소와 함께, 나를 향해 휘파람과 박수를 보내주고 있었다. 그래서 난 한때는 적대심을 보여 왔던 그들을 향해, 경례를 보내곤 양손을 입으로 가져가 손 키스를 보내 주었다.
계속되는 박수와 환호성 속에서 형들이 나를 덮쳐 왔고, 그렇게 잠깐 속에 파묻혔던 난 다시 빠져나와 팬들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이곳 포르투갈에서는, 매번 좋은 기억뿐인 것 같다.
그리고 경기장 한쪽, 익숙한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Deixa passar, Da-On! / 가자 다온!
o maior de Portugal! / 포르투갈 최고를 향해!
O maior de Portugal! / 포르투갈 최고를 향해!
o maior de Portugal! / 포르투갈 최고를 향해!”]
벤피카에서 뛸 때에 들었던 응원가다.
아마도 저곳이, 벤피카의 팬들이 있는 곳인가 보다.
뮌헨이 그러하듯, 벤피카도 전국에 팬들이 있다.
‘고마워라.’
감동한 나는,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바라보며 가슴팍을 두드렸다. 그러곤 그들에게도 두 손을 높이 들어 올려 박수를 보냈다.
나를 잊지 않는 사람들이 이곳에 있다는 게, 축구를 더욱 열심히 해야 할 이유를 말해 주는 것 같다.
더욱 크게 울려 퍼지고 있는 노랫소리를 들으며, 나는 다시 힘찬 스프린트를 시작한다.
촤아아아아-악!!
“큭-!”
발끝에 걸리며 사이드라인 밖으로 굴러나간 축구공이, 광고판을 부딪쳐 앞쪽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지금 나는, 컨디션 최고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