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14)
313화
·경기 결과
대한민국 3 : 1 스위스
[골] 김다온 : 후반 10분홍정호 : 후반 29분(기성용)
이근호 : 후반 34분(김신욱)
***
2013년 11월 15일. 런던 SE1 9GF, 잉글랜드. 1 런던 브릿지 플레이스. 더 타임스 UK 본사(The Times UK Headquarter. 1 London Bridge Place. London SE1 9GF, England).
전날 나란히 치러진 A매치들 중, 어떠한 경기는 특정 국가에 있어 무척 중요한 것이었다.
예를 들어, 프랑스와 우크라이나의 2014 월드컵 유럽 지역 플레이오프 1차전처럼 말이다.
“별로 논할 값어치도 없어요.”
“…….”
“완전히 압도했다고요. 최소한 어제에 한해서는, 루카쿠나 포그바 모두 상대가 되지 않았어요.”
2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영국의 정론지 더 타임스 역시, 매년 골든 보이에 투표권을 지니고 있다.
다만 이들은 블리크나 레퀴프와는 달리, 개인이 아닌 축구 부서에 근무하는 기자 전체가 회의를 통해 정한 순위를 투토스포르트에 전달해 왔다.
더 타임스의 수석 에디터 올리버 부스(Oliver Booth).
그는 특정 선수를 추천하는 로클란 웨스트(Lochlan West)를 바라보고 있었다.
“비단 어제뿐만이 아니에요. 올 한 해를 통틀어, 그보다 뛰어난 20살 이하는 없었어요. 말해 봐, 테드. 너도 어제 그렇게 말을 했잖아?”
“……테드?”
로클란 웨스트가 반대편에 앉은 테드 밋첼(Ted Mitchell)을 가리키자, 고개를 살짝 돌린 올리버 부스가 의견을 구한다.
“크흠. 조금 당황스럽긴 한데, 분명 그런 말을 하긴 했어요.”
“자네의 요즘 기사만큼 애매한 답변이로군.”
“하하하하하.”
올리버 부스의 날카로운 지적에, 회의실 내에서 잠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얼굴이 빨갛게 변한 테드 밋첼은 겸연쩍은 얼굴로 이마를 긁적였고, 테이블을 손바닥으로 두들겨 분위기를 환기한 올리버 부스가 다시 질문을 던졌다.
“좋아. 그다음은?”
“하지만 그는 수비수죠. 또 동양인이고요.”
“우리가 모두 아는 사실을 말해 줘서 고맙네. 그리고 그게 무슨 상관이지?”
“……아무 상관도 없죠.”
만약 김다온이 잉글랜드 국적을 지녔다면, 더 타임스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첫 번째 칸에 그의 이름을 새겨 넣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리고 바로 이 부분이 2013년 전 세계 최고의 20세 이하 축구 선수를 정하는 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비단 축구계만이 아니라, 세상 모든 곳엔 여전히 스스로를 부끄럽게 만드는 편견과 장벽이 존재한다.
잉글랜드 국적의 선수가 2013 골든 보이를 수상할 확률이 희박한 지금, 올리버 부스는 그런 유리벽이 더 타임스의 명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루카쿠가 2013년에 넣은 골은?”
“…….”
“이런! 정말 아무도 모르는 건가?”
“22골이요, 부스.”
“바로 맞췄어. 역시 로클란이로군.”
자리에서 일어선 올리버 부스가 화이트보드의 앞으로 다가가 펜을 집어 든다.
새하얀 배경 위에 곧 검은색 선들이 채워진다.
삑- 삑- 삑-
“루카쿠. 22골. 그리고 2위가 누구인지 아나?”
“다온이죠.”
“이번에도 맞았어. 골의 숫자는?”
“14골이요.”
“좋아. 아주 좋아, 로클란.”
삑- 삑- 삑-
“누구 여기 포르투갈 리그지 않느냐는 병신 같은 말을 하려는 사람은 없겠지? 뮌헨에서도 그는 이미 4골을 넣었어. 그리고 A매치까지 포함하면, 이 골 숫자는 더 늘어나. 이걸 명심해야 해. 자네들이 잘 알고 있듯, 이 친구는 풀백이야.”
탁-!
득점에만 한정 짓지 않고 공격 포인트로 범위를 늘리게 되면, 김다온은 28개(22골+6어시스트)의 로멜루 루카쿠를 가볍게 넘어선다.
35개(14골+21어시스트)의 공격 포인트는 20세 이하가 아니라 유럽 리그의 축구 선수 전체로 범위를 정해도 8위에 오르는 엄청난 것이었다.
“뮌헨에서 기록한 공격 포인트만 벌써 18개야. 아직 새해가 되려면 6주가 남았는데도, 포르투에서 기록한…….”
“벤피카요.”
“아, 그래. 벤피카. 벤피카에서 기록한 공격 포인트를 넘어서고 있어. 이 친구는 진짜야. 실력을 의심할 이유가 없지. 내가 자네들을 불러 모은 이유는 바로 이것이야!”
삑- 삑- 삑- 삑- 삑-
탁!!
글자를 모두 적은 후, 올리버 부스가 마커 펜을 호쾌하게 아래로 집어 던졌다.
분리되어 버린 몸통과 뚜껑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굴러가고, 그것들이 만들어 낸 소음이 잦아질 무렵에야 회의실 안의 기자들 모두가 화이트보드에 시선을 두었다.
그곳에 적혀 있는 말은 바로 이것이다.
다온이 1위가 아닌 이유.
“어제 포그바는 프랑스가 우크라이나에 0:2로 패배하는 동안 무력하게 그걸 지켜만 봤어. 그리고 루카쿠는 벤테케에게 밀려 벤치 신세였지. 그러는 동안, 다온은 단 45분 만에 한국을 다른 팀으로 만들었어. 벤피카. 뮌헨에서도 마찬가지지. 내가 지금까지 보고 들었던 것은 대강 이런 것 같군.”
“…….”
“앞으로 사흘 이내에 제대로 된 이유가 나오지 않는다면, 나는 첼시 플레이어를 2위로 내릴 거야.”
올리버 부스가 말한 첼시 플레이어란, 에버튼으로 임대되어 있는 로멜루 루카쿠를 말하는 것이었다.
“어서 빨리 이 일을 매듭짓지. 매년 갈수록 귀찮아지기만 하는군! 이제 그만 가 봐. 사흘 뒤에 다시 이야기하지.”
드르르륵-
기자들이 빠져나가고 홀로 남은 자리.
올리버 부스는 본인이 휘적거리며 남긴 글자를 바라보고 있다.
‘35개라니. 미쳤군, 정말.’
생산력을 지닌 풀백.
이것은 축구의 상식을 완전히 뒤엎는,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었다.
***
2013년 11월 16일. 세이샬, 포르투갈. 벤피카 캠퍼스 ? 스포르트 리스보아 벤피카 인턴십 및 교육센터. SL 벤피카 클럽하우스.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포르투갈 대표팀 역시 브라질 월드컵 진출권을 두고 스웨덴과 플레이오프를 펼치고 있다.
그리고 이틀 전, 그들은 이스타디우 다 루스에서 열린 1차전에서 후반 37분에 터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천금 같은 헤더로 1:0의 승리를 거머쥐었다.
1차전 이후 16일 오전까지 벤피카의 클럽하우스 시설을 이용하던 포르투갈의 대표팀.
그들이 떠난 지 2시간이 지난 지금, 이곳은 새로운 방문객을 맞이할 준비에 한창이다.
“얼마 만이지?”
“……대충 4개월이 되었군.”
“그것밖에?”
“그래. 놀랍게도 4개월밖에 되지 않았어.”
“허-!”
허탈한 듯 탄식을 내뱉은 벤피카의 단장 에두 크루즈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코로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러자 이를 본 조르제 제수스가 피식하며 친구의 등을 가볍게 두드린다.
“자네가 여름 내내 했던 말이 있었지.”
“그래. 텅 빈 것 같다고 했었네.”
“그 녀석이 이곳에 얼마나 머물렀지?”
“1년 반. 정확히는 18개월하고도 29일이었네.”
“이곳의 역사를 생각한다면, 고작이라 부를 수 있는 시간 아닌가. 그런데도 정말이지…….”
제수스는 더 말을 이어 나가기 어려웠다.
그리고 그건, 듣는 입장이던 에두 역시 마찬가지다.
한참이 지나서야, 조르제 제수스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런 그를, 에두가 슬쩍 쳐다본다.
“준비나 하도록 하지.”
“준비?”
“그래. 내일이면 이곳이 크게 시끄러워질 것이지 않나. 우리에게 있어서는 가장 큰 귀빈이야. 아무리 호날두라고 해도, 최소한 이곳에서만큼은 그가 왕이야. 왕이 옛 성터를 방문한다는데, 초라한 모습을 보여 줄 순 없지. 안 그런가?”
“하하. 옛 성터라. 그거 왠지 슬프군.”
씁쓸하게 웃어 보인 에두는 생각했다.
금방 제수스가 말한 옛 성터란 어쩌면, 지난 시즌 벤피카가 들어 올린 유로파 리그 우승 트로피로 상징되는 과거의 영광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그리고 불과 반년 만에 그 영광이 희미해져 가는 지금, 벤피카는 더욱 높은 장벽을 마주하고 있다.
이는 더비를 함께하는 라이벌도 그렇다고 최고를 위해 경쟁하는 바다 너머의 클럽도 아닌, 벤피카 내부에서 스스로 만들어 버린 스스로를 옥죄는 감옥이었다.
그것의 이름은 우승이란 두 글자였고, 외의 모든 것들은 실패라 부르게 된 현실은 전에 없던 큰 압박을 가져다주었다.
트레이닝용 그라운드를 정비하는 직원을 향해, 어느새 클럽하우스 밖으로 나온 에두 크루즈가 격려를 보낸다.
“수고해 주게나.”
“네.”
김다온의 방문을 하루 앞둔 이곳 세이샬의 훈련 시설엔, 근래에 없던 묘한 흥분감이 맴돌고 있었다.
***
※ A Bola의 2013 골든 보이 투표(2013.11.16.제출)
김다온 : 10점
로멜로 루카쿠 : 7점
폴 포그바 : 5점
제로니모 베가 : 3점
라파엘 바란 : 1점
***
2013년 11월 16일. 비알롱가, 포르투갈. E1도로(E1. Vialonga, Portugal).
오전 일찍 브라가를 떠난 우린 전세 버스를 타고 남쪽을 향해 출발했다. 여정에 오른 지 30여 분 만에 포르투를 지나쳤고, 한 시간쯤 더 지나자 코임브라가 보였다.
그리고 그로부터 100분 정도가 더 지난 지금, 버스는 리스본 외곽의 비알롱가를 지나고 있다.
“…….”
아까 전까지는 분명 괜찮았는데, 지금은 엄청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다. 고작 4개월 남짓일 뿐인데, 마치 4년 동안 떨어져 있었던 것 같다.
“떨리냐?”
“에? 아. 하하. 조금?”
“……그거야?”
“응. 입단할 때 받았어. 청용이 형도 이거 있을걸?”
독일 뮌헨을 떠나올 때, 난 캐리어에 애지중지 아끼던 물건 하나를 담았다.
벤피카에 입단할 때 받은 손목시계가 바로 그것인데, 뮌헨 이적 후엔 마이스터징거(Meistersinger)사의 것을 아영이와 함께 커플로 차고 있다.
외에도 동료들의 추천을 받아 슈티안하르트 트리톤(Steinhart Triton)사의 트리톤 듀얼 타임 다이버 시계도 구매했는데, 이건 내년 여름휴가 때 쓸 생각이다.
아무튼 지금 착용한 이 시계는 4개월 동안 보물단지 모셔지듯 고이 진열장 안에 보관되어 있었다.
“벤피카에서 시계를 선물해 주는 이유가 뭐게?”
“몰라? 뭔데?”
“우리의 소중한 시간을 산 것에 감사함을 표하기 위함이래. 자신들이 우리에게 연봉을 주는 이유도 시간을 사는 거라고.”
“오~”
“멋지지? 진짜 좋은 곳이야.”
“아유. 하여간. 벤피카 자랑은 겁나게 하네.”
“응?”
정호 형과 한창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뒤쪽에 앉아 있던 구자봉이 참견을 해 왔다.
“에이 씨. 분위기 깨게.”
“에이 씨? 에이 씨?! 야!”
“아-!”
자철이 형이 내게 꿀밤을 매겨 오고, 인상을 팍 찌푸리며 고개를 뒤로 젖힌 나는 혀를 날름 내밀어 보였다.
“아~ 진짜, 이 새끼. 겁나 뺀질대네.”
“이게 누구 때문인데?”
“나 때문이라고?”
“몰라서 물어?”
어느새 일상이 되어 버린 구자봉과의 티격태격거림 속에서, 어느새 버스는 리스본에 당도했다.
“그제도 브라가에서 사람들이 다 지 알아볼 거라고 하더니, 아무도 못 알아보고.”
“아~ 원래, 포르투갈이 그렇다니까?”
“아우~ 진짜! 입만 열면 구라야. 벌구, 벌구.”
“벌구는 형이고.”
“팍- 씨!”
우리의 장난에, 사람들이 하나둘 잠에서 깨어났다.
“우으으응~ 아 X나 시끄러워 잠도 못 자겠네.”
“야, 기레기. 너 안 일어나?”
“아, 좀 자자!”
곁에 앉은 성용이 형이 짜증을 확 부리자, 머쓱해진 자철이 형이 두고 보자며 도로 자리에 앉았다. 덕분에 난 다시 평화를 되찾았고, 시계를 어루만지며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
익숙한 건물과 도로가 눈에 들어왔고, 관광객들로 붐비는 광장을 지나쳐 티구스 강을 건너는 대교에 오른다.
이대로 계속 A2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올림픽도로를 연상케 하는 간선 도로가 나온다. 그리고 이곳에서 N10 도로에 잠깐 올라탔다 국도로 빠져 북쪽으로 계속해서 움직이게 되면.
‘보인다!!’
넓게 펼쳐진 다수의 축구 그라운드와 밝은 회색빛의 건물이 나타난다.
바로 저곳이.
‘제기랄.’
나의 집.
나의 고향.
SL 벤피카의 클럽하우스다.
***
[아직이야?] [아직 아니야.] [아직도?] [왜 자꾸 다른 사람만 나와!] [어?] [어??] [나왔다!!]버스에서 내려선 순간, 커다란 함성과 환호성이 들려왔다. 먼저 내린 형들이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고, 난 버스 옆으로 슬쩍 돌아 나와 사람들의 앞으로 다가갔다.
클럽하우스의 방문객용 주차장에 설치된 철조망 너머로, 팬들이 줄을 지어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난 억지로 넓힌 부분으로 건네어진 펜과 종이를 받아 들어, 인사와 함께 사인을 시작했다.
[당신이 너무 그리워요.] [네. 저도요. 여긴 늘 제가 돌아오고 싶은 곳이죠.] [꼭 돌아와요. 후이가 그랬듯이 말이에요.] [그때도 절 반겨 주실 거예요?] [당연하죠! 당신은 특별하다고요!]지금 이곳엔 대략 30명 정도 되는 팬들이 있었는데, 얼마 되지 않는 숫자라 난 모든 사람들에게 사인을 해 주었다.
[이만 가 봐야 해요. 저기 보이죠?] [내일 경기를 보러 갈게요.] [저도요! 티켓을 이미 샀다고요.] [오브리가두. 그럼.]마지막으로 사인한 이에게서 받은 펜과 종이를 도로 전달한 뒤, 나는 뒤를 돌아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내 발걸음은 조금씩 더 빨라졌는데, 그 이유는 저 앞에 서 있는 어떤 사람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감독님!!]조르제 제수스 감독님이 있는 곳으로 향한 나는 얼른 그분을 끌어안았다. 그러곤 곁에 선 에두와도 인사를 나누었고, 뒤이어 후이 코스타도 만났다.
어찌나 반가웠는지, 눈물이 조금 핑하고 돌 뻔했다.
[매일 소식을 보고 있어요.] [이런. 부끄럽군.]제수스 감독님이 겸연쩍어하고 계신 이유는, 벤피카의 초반 성적이 생각만큼 대단치는 않았기 때문이다.
PSG 등과 편성된 챔피언스리그 C조에선 1승 1무 2패로 조별예선 탈락 위기에 몰려 있고, 리그에서도 마리티무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1:2로 패하는 등 3위에 머물고 있다.
득점은 줄고 실점은 늘어난 전형적인 나쁜 상황인데, 특히 지금까지 치른 15경기 중에서 클린시트의 횟수가 5번에 불과할 만큼 수비력이 좋지 못했다.
그 이유론 막시 페헤이라의 급격한 기량 저하와 이스마일리의 장기 부상을 들 수 있겠다.
루이장과 가라이로 구성된 센터백 포지션은 여전히 건재했지만, 측면에서 계속 크로스를 내어 주다 보니 그들도 버틸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엔 경기력이 나아졌다.
[많은 변화가 있었잖아요. 그래도 요즘 리그 경기를 보니까 안정감이 생겼던데요? 시즌은 이제 겨우 시작이니까요.] [이런! 위로를 받으려고 한 건 아닌데 말이야.] [별것도 아닌 걸요.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4개월 만의 회포를 풀고 있을 무렵, 삼파올리 감독님이 내 곁으로 다가와 앞에선 이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환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호르헤입니다.] [반갑습니다. 좋은 축구를 하더군요.] [하하! 그거 고맙습니다. 좋은 선수가 있는 덕분이죠. 바로 이 친구처럼 말입니다.]간단히 인사를 나눈 에두 크루즈가 삼파올리 감독님과 선수단을 한쪽으로 데려가고, 나는 미리 전달받은 일정에 따라 잠깐 대표팀과 떨어졌다.
어차피 지금부터는 선수단이 클럽하우스 투어에 들어설 예정인지라, 따로 시간을 내어도 문제가 없었다.
제수스 감독님이 날 이끈 곳은 유스팀이 훈련하고 있는 현장이었고, 난 그곳에서 벤피카의 어린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다.
[자네가 저 친구들에게 한마디를 해 준다면 좋을 거야.] [제가 그럴 자격이 있나요?] [자격이라고? 그야 물론이지! 자네는 이 클럽 최고의 선수였어. 그리고 뮌헨에서 뛰고 있지. 그러니 당연히…….] […….] [이런!]한창 앞을 보며 열변을 토하시던 제수스 감독님은 내 얼굴에 깃든 장난스러운 표정을 보곤 상황을 이해하셨다.
난 그냥, 칭찬을 듣고 싶어서 겸양을 표해 본 것뿐이다.
[바보 같은 녀석! 얼른 다녀와!] [Sim, Senhor!]제수스 감독님에게 등을 떠밀려 앞으로 나아간다.
등을 돌리고 앉아 있는 친구들은 아직까지 내가 온 것을 모르는 것 같았는데, 클럽하우스에 도착한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자신들을 찾을 줄은 몰랐던 것 같다.
잠시 뒤 인기척을 느낀 아이들이 나란히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하나같이 눈이 동그래지더니만 이내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 역시, 비슷한 표정으로 그들의 앞에 섰다.
[보아 따흐지!] [보아 따흐지!!!]기운차게 건넨 인사에 더욱 활기차가 답을 하는 아이들.
개중엔, 후벵처럼 익숙한 얼굴도 보였다.
후벵 디아스/제드송 페르난드스/주앙 펠릭스(Joao Felix).
쟤네들은 언젠가 이 클럽을 위해 큰 몫을 하고, 그런 뒤에 빅리그로 진출할 수 있는 재능이다.
벤피카에서 머무는 동안 늘 클럽하우스에서 봐 왔기에, 난 녀석들이 얼마나 축구를 잘하는지를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재능을 꽃피우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잘 안다.
아마, 벤피카는 내가 그런 이야기를 해 주길 바라고 있었던 것 같다.
그야 얼마든지.
뭐 별거라고.
[너희도 잘 알겠지만, 여긴 천국과도 같은 곳이야.] […….] [날 믿어. 내가 이곳에서 배운 것 때문에, 지금 뮌헨에서 뛸 수 있었던 거니까.]뮌헨이라는 단어가 입 밖으로 나오자, 아이들은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얼굴에서 나타냈다. 고작해야 4, 5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저들이 날 우러러본다는 게 느껴졌다.
내가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을 롤 모델로 삼아 왔던 것처럼, 어쩌면 이 중 누군가엔 내가 롤 모델일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해 주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다.
이 친구들에게 꼭 도움이 되어 주고 싶다.
그러자 내 목소린 계속해서 이어졌다.
[너희는 천금 같은 기회를 가지게 된 거야. 그러니, 절대로 그걸 놓쳐 버리지 마.]차가운 바람이 불어오고 있는 그라운드였지만, 지금 나는 조금도 춥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