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17)
316화
2013년 11월 23일. 44139 도르트문트, 독일. 슈트로벨알리 50. 지그날 이두나 파르크(Signal Iduna Park. Strobelallee 50. 44139 Dortmund, Germany).
·전반 종료
도르트문트 0 : 0 바이에른 뮌헨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뮌헨/상대팀)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로만 바이든펠러
RB ? 김다온 / RB ? 케빈 그로스크로이츠
CB ? 제롬 보아텡 / CB – 소크라티스
CB ? 단테 / CB ? 마누엘 프리드리히
LB ? 데이비드 알라바 / LB ? 에리크 두름
DM ? 필리프 람 / DM ? 누리 사힌
DM ? 하비 마르티네스 / DM ? 스벤 벤더
RAM ? 토마스 뮐러 / RAM ? 야쿠프 브와슈치코프스키
CAM ? 토니 크로스 / CAM ? 헨리흐 므히타랸
LAM ? 아르연 로번 / LAM ? 마르코 로이스
ST ? 마리오 만주키치 / ST ?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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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으로 이적한 이후,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스트라이커가 내년 여름 자유계약으로 합류할 것이라는 뉴스였다.
사람들은 레비(Lewy)란 별명으로 불리는 이 사내가 얼마나 뛰어난지나, 그가 우리 뮌헨에 미칠 긍정적 영향을 말했다.
그리고 내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하나다.
사람들의 말이 옳기 때문이다.
난 제롬과 단테가 그렇게 쩔쩔매는 모습을 처음 봤다.
특히 제롬은 레반도프스키의 앞에서 미끄러진다거나, 더 좋은 위치에서 함께 스프린트를 시작했음에도 스피드에서 밀려 상대를 잡아채다 경고를 받는 등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지금도 보면, 그는 무척 지쳐 있다.
“푹 쉬어라! 물을 마시고! 최대한 몸을 편하게 만들어!”
펩도 그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처럼 우리에게 여유를 주는 거다.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다! 도르트문트는 강한 팀이고! 이곳은 저들의 집이다! 더 열심히 뛸 수밖에 없어!”
오늘 펩은 미드필드를 거치지 않고, 후방에서 곧장 최전방으로 볼을 전달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사람들은 저 남자가 짧은 패스에 미쳐 있는 줄 알지만, 실은 전혀 아니다.
만약 롱패스로도 점유율을 점할 수만 있다면, 펩은 절대 짧은 패스만을 고집하지 않을 거다.
짧은 거리에서의 패스가 볼을 점유하는 데 유리하기에 사람들이 티키타카라 부르는 축구를 하게 된 것일 뿐, 지독한 실리주의자인 펩은 굳이 한 가지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특히나 오늘처럼 과감히 점유율을 포기한 날이라면, 펩은 기꺼이 전술의 변화를 주려고 한다.
도르트문트.
아니, 위르겐 클롭의 전술적 특징과 철학.
이것을 가장 완벽하게 공략할 수 있는 방법으로, 펩은 중원에 배치된 두 명의 미드필드(마르티네스/람)에게 특별한 역할을 부여하는 방법을 택했다.
두 사람의 빌드업 가담을 최소화하여 몸싸움으로 인한 피로를 줄여 주는 대신, 왕성한 오프-더-볼을 하도록 만들어 피치의 곳곳으로 보내 버린 거다.
실제로 하비는 만주키치와 함께 최전방에 서기도 했고, 람은 므히타랸을 1:1로 마크하며 변수를 차단하려고 했다.
그래서 공격의 시발점은 단테의 왼발이 될 때가 많았는데, 전반전 내내 단테는 훌륭한 롱패스로 도르트문트의 뒷공간을 위협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조금만 더 마무리가 잘 되었다면, 득점이 되었을 만한 장면도 두어 차례 나왔다.
하지만 분명히 아쉬움은 남는다.
특히 전반전에…….
“선수를 바꾸겠다. 괴체! 네가 만주키치를 대신해 들어간다!”
전반 45분 만에 교체가 된다는 사실에, 만주키치의 표정이 굳어 가기 시작했다. 귀가 빨갛게 달아올랐고, 그는 땀을 닦고 있던 수건을 구겨 바닥에 집어 던졌다.
펩은 그것을 보았지만, 일단 모르는 체하며 전술적인 부분을 지적한다.
“패스는 좋았다! 오늘 단테는 수차례 좋은 패스를 했어! 하지만 페널티 박스 안에서 공간이 부족했다! 종종 선수들이 겹쳤지! 그것 때문에 동선이 낭비됐고! 상대는 수비를 정돈했다!”
우선 분명히 말을 해 두지만, 마리오 만주키치는 굉장히 훌륭한 선수다, 만약 대한민국 대표팀에 저런 스트라이커가 있었다면, 엄청난 도움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난 이렇게 생각한다.
매우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가끔은 만주키치의 자리에 신욱이 형이 있는 게 훨씬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본다.
특히나 이번 11월 스위스/러시아와의 A매치 경기들을 보면, 신욱이 형이 좌우 윙어의 위치까지 빠져나와 스위치를 만들고 볼을 잡아 크로스를 올린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그런 크로스를 통해 만들어진 득점이 스위스 전에서의 세 번째 골이다.
만주키치는 분명 연계를 무척 잘한다. 미드필드 수준의 볼터치와 감각 역시도 지녔다. 하나, 활동 영역은 페널티박스 바깥 5-8m 지점을 벗어나지 않는다.
바로 이 부분이다.
펩은 분명 지난 이틀 동안의 전술 훈련을 통하여, 도르트문트 수비진의 느린 발이 약점이 될 거라 몇 번이고 강조를 해 왔다.
센터백은 물론이거니와 사이드백마저도 기동력과 공수전환 능력이 좋지 않다고 말이다.
더구나 클롭은 게겐(Gegen)프레싱이라는 강도 높은 재압박 전술을 선호하고, 이를 통해 상대 수비나 미드필드의 실책을 자주 유도하기에 수비의 위치가 높다.
미드필드를 거칠 경우 게겐프레싱으로 상대의 공격전개 속도를 늦출 수 있어, 수비라인을 높여도 문제가 없다.
그리고 전반 도르트문트의 공수전환과 포어(Fore)체킹 위치를 떠올려 보면, 미드필드로 볼을 보내는 건 미친 짓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결국 모든 건, 전술적 선택이란 거다.
롱-볼을 택할 경우, 최후방에서 곧장 일선으로 패스가 찔러 들어가기 때문에 상대의 전술을 무력화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대상은 스트라이커가 아닌 윙어들이다.
우린 분명히 훈련 시간을 통하여, 도르트문트와의 경기에서 스트라이커가 수비라인을 끌어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전해 들었다고 생각한다.
만주키치 딴에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을 하겠지만, 난 그가 좀 더 할 수 있는 남자라는 걸 안다.
그는 그냥, 펩이 싫은 거다.
계속 싫은 소리만 하니까.
‘아- 한마디 해 주고 싶네, 진짜.’
애정이 있으니까 잔소리도 하는 거라는 말을, 독일어로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모르겠다.
문장 그대로 직역했다간, 오해를 하기에 딱 좋을 테니까 말이다. 덴마크에서 지낼 때부터 쭉 느꼈던 거지만, 외래어는 감정과 뉘앙스를 세세히 전달하기가 어려웠다.
내 언어 능력이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론 그냥 언어의 한계라고 본다.
“이봐, 마리오.”
쾅-!!
“!!”
팀 토크가 끝나고 펩이 사라지자, 자리에 앉아 있던 만주키치가 바닥에 벗어 두었던 축구화를 라커에 집어 던졌다.
커다란 소리가 나며 나무로 된 라커가 움푹 팼고, 큰 소리에 라커룸으로 들어온 잠머가 이쪽을 바라보더니 우리에게 나가 보라며 손짓을 보내왔다.
아직 준비가 끝나지 않은 사람들이 서두르기 시작하고, 나 역시 서둘러 채비를 마치곤 라커룸을 나섰다.
굳게 닫힌 감독실 문의 유리창으로, 부에나벤투라와 도메네크가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보였다.
만주키치의 이야기일까?
아무렴 어때.
난 모르겠다.
지그날 이두나 파크의 복도를 걸어, 피치로 향하는 통로에 진입한다. 바로 앞쪽에서 레반도프스키가 걷고 있었고, 그의 곁을 마르코 로이스(Marco Reus)가 따르고 있다.
뒤를 돌아본 레반도프스키가 미소를 지으며 윙크를 보내 왔고, 반면에 로이스는 날 무심히 바라보다 도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 보니.
‘나랑 닮았다고? 에이.’
이번 A매치 주간이었던가?
한국에서 나와 닮은꼴이라며 마르코 로이스를 언급한 기사가 났었다.
하지만 내 생각은 이렇다.
‘내가 훨 나아.’
새롭게 정돈한 머리를 손바닥으로 쓸어 넘기며, 난 뜬금없는 자부심을 느껴 보았다.
괜히, 거울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
·후반 07분
도르트문트 0 : 0 바이에른 뮌헨
위르겐 클롭은 안티(Anti) 펩 과르디올라다.
클롭은 정확히 펩의 반대편에 있다.
감독으로서 펩 과르디올라가 현재 훨씬 더 훌륭한 커리어를 써내려 가고 있지만, 조용히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나가는 위르겐 클롭은 분명 매력이 넘쳤다.
감정적이면서도 격렬한 도르트문트의 축구에서 잘 드러나듯, 위르겐 클롭이란 남자는 실제로도 그와 같다.
“후퇴해!!! 물러나라고!!! 태클!! 태클!!! 그렇지!!! 잘 했어 이 빌어먹을 자식!!”
찰싹-!!!
지금도 보면, 클롭은 왕성한 활동으로 뮌헨의 빌드업을 끊어 낸 마르코 로이스의 뒤통수를 사정없이 후려치는 것으로 자신의 애정을 보여 줬다.
그는 늘 선수들과 어울리려는 사람임과 동시에, 감독과 선수이기에 앞서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서로를 깊이 신뢰해야 한다고 믿는 남자였다.
현재 도르트문트의 선수들은 그런 위르겐 클롭을 친형이나 아버지처럼 따랐는데, 이와 같은 신뢰는 선수들이 클롭을 위해 매 경기 모든 것을 토해 내게 했다.
클롭의 중심 철학인 게겐프레싱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선, ‘전력질주’가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로이스의 뒤통수를 후려친데 이어, 테크니컬 에어리어의 가장 가장자리를 밟은 클롭은 끊임없이 선수들을 격려한다.
“잘하고 있어, 이 빌어먹을 새끼들아!! 너희가 짱이라고!!”
늘 자신의 선수들을 최고로 여기며 잘못을 감싸 주는 클롭. 그는 몇 차례 더 목소리를 내지르고 나서야 비로소 차분한 모습을 되찾았다.
열기에 휩싸인 이의 입김이 드러날 정도로 쌀쌀한 날씨인지라, 클롭은 자연스레 점퍼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러곤 조금 떨어진 곳에 선 한 남자를 바라본다.
현재 위르겐 클롭이 있는 곳이 온탕(溫湯)이라면, 저곳은 날씨보다 훨씬 더 차가운 물이 담겨 있는 냉탕(冷湯)처럼 느껴졌다.
“크크크큭.”
이와 같은 생각을 한 클롭이 고개를 조금 숙이며, 웃음을 터뜨린다.
정작 피치 위의 상황은 정반대인지라, 그것이 조금 우스웠기 때문이다.
‘빌어먹도록 천재야. 반했어.’
위르겐 클롭은 펩 과르디올라의 축구를 처음 보았을 때의 전율을 선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마인츠에서 물러나 막 도르트문트로 감독직을 옮겼을 때였고, 당시 클롭은 몰락한 명가로 평가받던 클럽을 되살리기 위해 정신없이 뛰어다닌 시기였다.
그런 클롭에게 있어, FC 바르셀로나라는 거대한 세력을 등에 업은 펩 과르디올라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원하는 선수를 언제든 영입할 재정력과 클럽의 훌륭했던 선수로서 팬과 미디어 또 클럽 내 주요 세력의 지지를 한 몸에 얻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환경 속에서, 펩 과르디올라는 꿈에서나 가능할 법한 축구를 현실화했다.
‘시크한 인간 같으니. 하지만 당신은 그게 어울려.’
클롭에게도 또 실제로도 펩 과르디올라는 모범생 혹은 엘리트의 이미지였고, 그런 이가 냉정하고 차분한 성격을 지녔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부잣집의 도련님이라고나 할까?
반면 클롭은 노동자의 자녀다.
“…….”
다시 피치로 고개를 돌린 위르겐 클롭은, 후반전 펩 과르디올라가 택한 변화가 팀을 얼마나 위기로 몰아넣는 중인지를 확인한다.
기동력이 떨어지는 만주키치가 빠지고 마리오 괴체가 9번 위치에 들어서면서, 뮌헨의 축구는 훨씬 더 창의적이 되었다.
괴체를 포함한 뮌헨의 2선은 자유롭게 피치를 분담할 줄 알았고, 공격 포지션을 가져갈 때마다 최전방의 조합과 위치는 매번 바뀌었다.
지금도 보면, 토마스 뮐러가 오른쪽에 있다는 것을 빼면 남은 선수들의 위치가 제각각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 부분이, 도르트문트의 수비를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 전반까지만 해도 만주키치의 포지션이 고정되어 있어 신경 쓸 것이 덜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런, 제기!! 이봐아-!!!”
순간적으로 2선으로 내려섰다가 다시 최전방으로 올라서는 마리오 괴체를 보며, 아무도 그를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한 클롭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선수들이 지시를 전달받기엔 상황이 너무 다급했고, 결국 뮐러의 패스가 괴체의 골로 이어진다.
어쩌다 보니 마누엘 프리드리히(Manuel Friedlich)의 위치가 절묘히 슈팅 각도를 가렸지만, 괴체는 오른발 아웃프런트로 얼마 없는 빈 공간을 찾아냈다.
득점에 성공한 뒤, 괴체는 곧장 양손을 머리 옆으로 들어 올리며 셀레브레이션을 거부하는 동작을 취해 보였다.
이전 팀인 도르트문트를 향한 미안함과 팬들의 용서를 바라는 의미가 더해진 동작이다.
그것이 잘 전해진 걸까?
평소라면 잔뜩 야유가 들려왔어야 할 지그날 이두나 파르크는 쥐 죽은 듯 조용하다.
‘제기랄! 멋진 골이잖아!’
표정을 굳히며 왼손을 얼굴로 가져가는 위르겐 클롭.
그는 0:1이 된 경기 양상을 바꾸기 위해, 전술의 변화를 택하기로 결정한다.
“마르코!!”
***
·후반 17분
도르트문트 0 : 1 바이에른 뮌헨
하프타임 만주키치의 교체가 예정에 없었다면, 지금 이뤄지고 있는 교체는 준비된 것이다.
차이라면, 대상이 바뀌었다는 것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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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재) – KBS Sports N 아나운서
“어? 보아텡입니다! 제롬 보아텡이 교체되는데요?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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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에서 돌아와 훈련을 다시 시작했을 때, 반가운 얼굴 하나가 쑥스러운 표정으로 피치에 등장했다.
오랫동안 빠져 있던 티아고 알칸타라가 부상에서 돌아온 것인데, A매치 주간 동안 뮌헨에 남은 이들과 함께 훈련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필리프!”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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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준) – KBS Sports N 해설위원
“아- 글쎄요. 이렇게 되면…… 센터백은 누가 보죠? 하비 마르티네스가 가끔 센터백 수비를 하긴 했습니다만, 그럴 거라면 굳이 보아텡을 뺏어야 했나 합니다. 경고가 하나 있긴 하지만, 그래도 뮌헨 센터백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기동력을 제공해 줄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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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우린 4-2-3-1에서 3-3-3-1로 포메이션을 전환할 예정이다.
수세에 몰리게 되면 5-4-1로 바뀌긴 하겠지만, 기본적으론 피치 위에서 3명으로 구성된 3개의 삼각형을 만들어 경기를 진행하게 된다.
중원에 티아고가 추가되어 하비가 젝서(Sechser)에 선 역삼각형을 만들고, 후방에도 단테를 중심으로 나와 알라바가 좌우에 포진해 역삼각형을 만든다.
전방은 일단 다이아몬드다.
그리고 만약 수비를 하는 상황이 되면 하비와 토니가 한 칸씩 아래로 내려서며 전형을 바꾸고, 상대의 공세가 심해지면 필리프가 오른쪽 풀백으로 자리를 옮긴다.
얼핏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인 전술 메커니즘은 기존의 4-1-4-1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디까지나 동선을 단축시키기 위해 택한 것일 뿐, 우리가 하려고 하는 축구는 완전히 똑같다.
‘온다!’
도르트문트의 진영에서 기다란 골킥이 이어져 오고, 센터백이 된 나는 굳이 로이스와 헤더 경합을 벌이기보단 그가 먼저 볼을 받아 낼 수 있도록 했다.
점프가 애매해지고 나서야, 잽싸게 달라붙는다.
“!”
‘덤벼 이 새끼야.’
전반전 초반 왼쪽에 머물던 마르코 로이스는, 재미를 별로 보지 못한다고 느낀 순간부터 본인의 위치를 므히타랸에게 맡기곤 중앙과 오른쪽에만 머물렀다.
지금도 보면 오른쪽에서 조금 중앙으로 치우친 위치였는데, 난 측면으로 향하는 패스를 막아서는 각도에서 접근했다.
자연스럽게 로이스가 보낼 수 있는 패스의 위치는 강제되었고, 공격이 지연되는 걸 확인한 이후에 측면으로 넓게 벌려서며 므히타랸에게로 향할 패스를 경계했다.
다행히 하비 마르티네스가 누리 사힌(Nuri Sahin)을 막아서며, 한 차례 더 공격을 지연시켰다.
결국 도르트문트의 공격 목표지점은 레반도프스키가 되었는데, 그에게 볼이 보급되었을 땐 충분한 준비가 된 뒤였다.
측면을 람이 커버해 주면서 아예 단테의 옆으로 움직일 수 있었고, 그렇게 둘이서 레반도프스키를 감싸 드리블을 저지하고 볼을 가로채 냈다.
흘러가는 축구공을 발바닥으로 긁어내며 곧장 몸을 앞으로 돌렸는데, 앞에서 티아고가 패스를 요구했다.
뭐, 기꺼이.
파앙-
인사이드로 보낸 패스가 티아고의 발밑에 도착하고, 재빠르게 전방을 바라본 그는 도르트문트의 뒷공간을 겨냥한 긴 패스를 쏘아 보냈다.
그리고 그것은 정확히 로번의 발밑에 도착하여, 빈 공간을 20m 정도 질주한 뒤에 나온 로빙슛으로 이어졌다.
결과는 당연히.
‘그렇지!!’
로만 바이든펠러(Roman Weidenfeller)의 머리를 가볍게 넘어가는 오늘 경기 두 번째 득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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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재)
“골입니다! 2:0으로 앞서나가는 바이에른 뮌헨! 아르연 로번의 환상적인 돌파와 칩 슛입니다!”
(한희준)
“전반전부터 도르트문트가 수비 뒷공간에 허점을 노출해 왔거든요. 클롭 감독이 오늘 뮌헨을 공략하기 위해 수비라인을 높은 위치까지 올린 게 오히려 독이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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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돌려, 벤치를 바라본다.
벤치에 앉은 펩은 차분히 마넬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그 뒤로 보이는 만주키치는 심드렁했다.
‘……너도 보이잖아, 마리오.’
첫 번째 득점도 그랬지만, 이번 두 번째 득점이야말로 펩의 전술적 선택과 용병술의 극치를 보여 주고 있다.
로번이 혼자 뒷공간을 파고들 수 있었던 이유도 보면, 티아고가 볼을 잡았을 때 괴체가 보여 준 움직임 때문이었다. 그는 순간적으로, 오른쪽으로 공간을 넓혔다.
거기에 눈이 팔린 도르트문트의 수비진이 왼쪽으로 이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소크라티스(Sokratis)와 케빈 그로스크로이츠(Kevin Großkreutz) 사이에 공간이 생겼다.
로번은 거기로 뛰어 들어갔고, 소크라티스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 그로스크로이츠의 반응이 늦었다.
보통 뒷공간을 노린 스프린트 싸움에선 누가 빨리 가속도를 붙이느냐가 중요한데, 타고난 스피드가 없다면 퍼스트스텝이야말로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가 된다.
하지만 괴체의 그 별것 아닌 움직임 하나가, 그로스크로이츠의 퍼스트스텝을 빼앗아 갔다.
우린 축구에 무척 익숙하지만, 익숙함의 절반은 훈련에서 오는 습관 때문이다. 눈으로 보지 않는 위치 어디쯤에 동료가 있을 거라고, 자연스레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익숙함을 빼앗는 일을, 만주키치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저 친구는 우리 뮌헨의 선수들 중에서 누구보다 탁월한 위치 선정 능력과 골 감각을 가졌지만, 결국 펩이 원하는 것을 할 수는 없다.
아무리 설명을 해 줘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본인도 노력을 했지만, 결국은 안 된다.
그리고 다른 부분.
펩은 티아고가 괴체가 보여 주는 펄스 나인 움직임을 이용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리고 보아텡이 빠지면서 단테가 빌드업을 신경 쓸 수 없기 때문에, 티아고의 투입으로 전반전부터 시도해 온 롱패스 전술을 계속 이어 갈 수 있었다.
3-3-3-1로 바꾸면서 토니가 체너(Zehner)에서 약간 아래로 내려서고, 그 공간을 괴체가 쓰도록 한 것 역시도 컸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번 두 번째 득점은 펩의 전술적 판단이 정확히 들어맞아서 나온 것이다.
그것을 잘 알 수 있기에, 난 축구가 무척 즐겁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센터백이라는 새로운 역할도, 기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이 위치에서 뛰는 모든 환경은 내가 나일 수 없도록 만들지만, 그게 불만이 되진 않는다.
왜냐하면 결국 이 끝엔.
삑-!! 삐?익!! 삐이이익-!!
“좋아-!! 이겼어!!!”
“이예에에에에-!!!”
승리라는 달콤한 열매가 맺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팀을 위해서가 아니다.
나는 단지 90분이 지난 뒤에 슬퍼하고 싶지 않아, 어떠한 역할이든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이런 전술 속에서 패배한다면?
그럼 간단하다.
‘나도 검은 양이 되는 거야.’
내게 있어 축구의 즐거움이란, 승리라는 전제 조건이 있어야만 성립될 수 있는 감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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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
도르트문트 0 : 3 바이에른 뮌헨
[골] 마리오 괴체 : 후반 09분(토마스 뮐러)아르연 로번 : 후반 20분(티아고)
토마스 뮐러 : 후반 37분(필리프 람)
김다온 ? 95분 출전(평점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