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18)
317화
※ 경기 후 인터뷰
펩 과르디올라
On 김다온이 유력한 골든 보이 후보인 것에 대해
“사흘 뒤에도 오는가?”
(그렇다)
“그럼 사흘 뒤에 똑같이 물어 달라.”
***
[폴 포그바, 김다온, 로멜로 루카쿠. 2013 골든 보이 3파전. 최후의 승자는? – ESPN/2013.11.25.]***
※ 챔피언스 리그 사전 인터뷰(2013.11.26.)
펩 과르디올라
On 반갑다. 사흘 전의 질문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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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26일. 모스크바, 러시아. 차파예프스키 레인, 3. 트라이엄프 팰리스(Triumph Palace. Chapayevskiy Lane, 3. Moscow, Russia).
2013 골든 보이의 발표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세간의 관심은 동양인 최초로 유럽 최초의 ‘원더 보이(Wonder Boy)’ 가능성에 집중되고 있다.
포르투갈의 ‘아 볼라’와 독일의 ‘빌트’ 그리고 ‘키커’가 김다온의 수상 가능성을 점치는 가운데, 프랑스의 ‘레퀴프’와 ‘프랑스 풋볼’은 폴 포그바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
그리고 현재 기자들 사이에선, ‘투토스포르트’ 역시 폴 포그바를 지지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의 두 언론과 ‘투토스포르트’가 의도적으로 김다온을 순위에서 배제했다는 말도 있었다. 아예 점수를 받지 못하게 해, 포그바를 밀어주기 위함이다.
어느 하나 증명된 것은 없지만, 기자들은 이 이야기를 100% 믿고 있었다.
프랑스 언론 특유의 자부심이야 말할 것도 없었고, 골든 보이를 만든 ‘투토스포르트’의 경우 2002년 월드컵 결과에 여전히 악감정이 있는 이탈리아의 언론이다.
여전히 2002년 월드컵 결과가 ‘조작되었다’라고 주장하는 투토스포르트이기에, 김다온의 배제는 당연해 보였다.
그리고 만약 그 이야기들 모두가 사실이라면, 김다온은 폴 포그바에 30점을 뒤진 채 시작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좋습니다. 똑같이 물어봐 주시겠습니까?”
“네. 다온은 지금 가장 유력한…….”
‘스카이 스포츠 ? 독일’ 소속의 기자를 바라보는 펩 과르디올라 역시, 이런 모든 속 내용들을 알고 있었다.
그는 사흘 전과 똑같은 질문을 성실히 경청했고, 질문이 모두 끝난 뒤엔 의자에 몸을 깊숙이 파묻으며 생각을 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연극이었다.
펩은, 오래전부터 할 말을 준비해 왔다.
“제가 오히려 묻고 싶군요. 작년 한 해 동안, 과연 누가 더 소속 클럽에 승점을 많이 안겨다 줬죠?”
“…….”
“이봐요. 당신들은 모두 답을 알고 있습니다.”
펩 과르디올라가 인종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었던 건,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지닌 지독한 카탈루냐 사랑 때문이었다.
그에게 있어 사람은 늘 카탈루냐와 비(非)카탈루냐로 나뉘어졌고, 피부의 색이나 출신 국가는 전혀 중요치 않았다.
이는 그가 카타르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을 때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가 당연히 골든 보이를 수상해야 해요. 이유를 말해 달라면 전 당신들에게 점심 식사를 건너뛸 준비를 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족히 다섯 시간을 말해도 부족하니까요.”
바르셀로나를 떠나기로 결심한 그 순간부터, 펩 과르디올라는 카탈루냐라는 굴레를 벗어던지기로 했다.
물론 자기 자신은 영원한 카탈루냐의 틀 안에서 살아가게 되겠지만, 타인을 그러한 기준으로 구분하는 일은 완전히 관두기로 한 것이다.
그렇기에 펩 과르디올라는 김다온을 동양인이 아닌, 순수한 축구 선수로서 바라볼 수 있었다.
“저는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이 그와 일주일 중 40시간을 함께할 수 없기에, 그를 의심하는 거라고요. 축구선수로서? 네, 그는 완벽합니다. 만약 당신이 제 입을 다물게 하고 싶다면, 그보다 나은 풀백이 있는지를 물으십쇼.”
“…….”
“그리고 만약 저의 행복한 표정을 보고 싶다면, 그가 얼마나 훌륭한지를 물어보세요. 이해했습니까? 전 바르셀로나에서 다니 아우베스와 에릭 아비달과 함께했습니다. 물론 그들은 세계 최고의 선수입니다. 하지만 19살에? 장담합니다. 같은 나이일 때 그 둘은, 다온의 절반도 되지 않았을 겁니다.”
파격적이기까지 한 과르디올라의 칭찬은 끊이지 않았다.
“안 그래도 어제 그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내일 내가 이런 질문을 받게 될 거고,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될 거라고 했죠. 그러니까 둘이 뭐라고 했는지 압니까?”
꿀꺽-
분명 어딘가에서,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는 특종을 예감한 기자의 본능이 만든 것이었다.
숨 쉬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조용해진 기자회견실의 안에서, 모든 이들의 주목을 받는 펩 과르디올라는 말한다.
“그러라고 하더군요. 다니는 제게 자신이었다고 해도 같은 이야기를 했을 거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에릭은? 그는 제게 말했어요. 다온을 바르셀로나로 보내라고.”
김다온을 바르셀로나로.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생각보다 더 대단한 것이다.
“모르겠습니다. 제가 투표할 권한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말하겠습니다. 만약 이번 골든 보이에 다온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이름이 오른다면. 저는 앞으로 골든 보이가 대체 어떻게 그 영광을 이어 갈 수 있는지 묻고 싶네요. 그럼.”
마지막 질답을 끝낸 펩 과르디올라가 일어나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간 뒤에도, 기자들은 한참 동안 자리를 뜨기가 힘들었다.
오늘처럼 감정적인 연설이 흔치 않았을뿐더러, 상대의 진심이 너무나도 잘 느껴졌기 때문이다.
‘……엄청나군.’
이토록 격렬한 반응을 예상치 못한 스카이스포츠 ? 독일의 요아킴 라베(Joachim Rabe)는, 오늘의 이 인터뷰가 아직 투표를 마치지 못한 미디어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스페인의 ‘마르카’와 같은 경우, 오늘의 이 인터뷰가 결정타가 될 수 있었다.
‘이거, 흥미진진하겠어.’
골든 보이 발표까지 정확히 200시간.
미니(Mini) 발롱도르를 향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
2013년 11월 27일. 모스크바 오블라스트, 러시아 141402. 힘키, 울릿사 키로바 24. 아레나 힘키(Arena Khimki. Khimki, Ulitsa Kirova 24. Mosvow Oblast, Russia 141402).
·경기 시작 15분 전
모스크바 0 : 0 바이에른 뮌헨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cis(뮌헨/상대팀) : 4-2-3-1/4-2-3-1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이고르 아킨페예프
RB ? 김다온 / RB ? 키릴 나바킨
CB ? 제롬 보아텡 / CB ? 세르게이 이그나셰비치
CB ? 단테 / CB ? 알렉세이 베레주츠키
LB ? 데이비드 알라바 / LB ? 게오르기 쉐니코프
DM ? 필리프 람 / DM ? 게오르기 밀라노프
DM ? 하비 마르티네스 / DM ? 폰투스 베른블룸
RAM ? 토마스 뮐러 / RAM ? 조란 토시치
CAM ? 토니 크로스 / CAM ? 혼다 케이스케
LAM ? 아르연 로번 / LAM ? 슈테번 추버
ST ? 마리오 괴체 / ST ? 아흐메드 무사
.
.
골든 보이를 의식하기 시작한 건, 지난번 리스본에서 질문을 받은 이후부터였다.
지난달 말 이탈리아에서 날 후보 중 하나로 점찍었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거기에 신경 쓰기엔 너무 바쁜 시간을 보낸지라 그것을 특별하게 여길 정신조차 없었다.
그런데, ‘Zerozero’에서 온 기자의 한마디가 내 귀와 정신을 번쩍 뜨이게 만들었다.
[“메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도 있는데, 흥분되지 않나요?”]물론 그것은 커리어 전체가 아닌, 18살의 메시와 현재의 나를 두고 하는 말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건 내게 별로 중요치 않았다.
중요한 건, 비교대상이 될 수 있단 사실이었다.
그래서 난 대답했다.
[“만약 그럴 수 있다면 영광이겠죠.”]지극히 평범하면서도, 재미없는 말을.
그렇지만 그때 내 심장은 요동쳤다.
짧은 순간이나마, 메시와 마주했던 지난날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제.
“저, 펩.”
“응? 무슨 일이지?”
“아무것도요. 그냥, 실망시키지 않겠다고요.”
“…….”
펩 과르디올라가 인터뷰를 하고 있을 때, 나는 호텔에 마련된 선수단 전용 라운지에서 동료들과 함께 그것을 보고 있었다.
감독의 사전 인터뷰를 보는 건, 우리의 일과 중 하나다.
그리고 마지막 질문 전까지, 모든 것들은 평범했다.
한데 스카이스포츠 ? 독일의 기자가 질문을 하고 펩이 몸을 뒤쪽으로 살짝 누일 때부터, 나는 단 한 순간도 TV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진짜 속마음을 듣는 것은 어제가 처음이었다.
팀 토크가 끝난 후, 나는 라커룸을 빠져나가는 펩을 쫓아 그를 붙잡았다. 본래는 어제 감사를 하려고 했지만, 흘러가는 사정이 여의치가 않았다.
날 물끄러미 쳐다보던 펩의 무심한 얼굴에, 작지만 분명한 미소가 피어났다.
그러곤 살짝 고개를 까딱이며, 알겠다고 말했다.
“자넨 나와 이 클럽을 위해 정말 잘해 주고 있어.”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하하. 부디 그랬으면 하는군. 피치에서 만나지.”
“네.”
펩 과르디올라와 같은 남자의 신뢰를 받는다는 건, 가슴이 조금 벅차오르는 일이었다. 그가 모든 사람을 똑같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더 그랬다.
이것이 못된 감정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난 그런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뛸 생각이다.
“후우우~ 조아쓰.”
어쩐지 진정을 할 수 없어, 난 몸을 계속 움직이며 주먹 쥔 손으로 벽을 살짝 두드렸다.
툭- 툭- 툭- 툭- 툭-
……
***
·전반 13분
모스크바 0 : 0 바이에른 뮌헨
지난번 뮌헨에서의 경기 때도 그랬지만, 혼다 케이스케는 별다른 인상을 안겨다 주지 못하고 있다.
미드필드 진영에서부터 돌파를 시도해 본 그이지만, 난 옆에서 슬쩍 발을 뻗어 축구공을 멈추게 만들었다. 자연스레 혼다의 몸이 빠져나가고, 덩그러니 남은 축구공을 가져간다.
“…….”
몸의 방향을 정면으로 돌리자, 사이드라인을 따르는 스프린트를 준비 중인 로번이 보였다.
투웅-!
곧바로 오른발을 휘둘러 모스크바의 오른쪽 수비 뒷공간을 겨냥한 패스를 보낸다.
로번은 곧 키릴 나바킨(Kirill Nababkin)과 경쟁을 시작했고, 몸싸움을 펼친 끝에 코너플랫 바로 앞쪽 지점에서의 스로인을 확보했다.
[ちくしょう~!!]“응?”
지금 혼다가 ‘칙쇼’라고 한 걸까?
장담할 순 없지만, 분명 그렇게 들렸다.
현재까지 모스크바는 챔피언스 리그 조별예선 1승 3패로 탈락이 가까워진 상태다.
만약 오늘 경기에서 패배한다면 예선 탈락이 확정되고, 빅토리아 플젠과 유로파 진출 자격을 두고 다퉈야 한다.
그래서 오늘 경기도 보면 절박함이 느껴졌지만, 그게 변수가 되지는 않는 것 같다. 모스크바와 우리 사이엔 분명한 전력 차이가 존재하고, 그 간극을 좁히긴 어려워 보인다.
특히나 오늘처럼, 팀이 준비가 잘 된 상태라면 더욱 그렇다. 우리도 이번 경기로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 짓길 원한다.
다시 한번 시작되는 모스크바의 공격.
이번엔 슈테번 추버다.
작년 런던 올림픽을 시작으로, 유독 스위스 출신의 선수들과 자주 맞부딪치는 느낌이다.
‘안쪽으로 가야지. 네가 좋아하는 거잖아.’
스위스의 연령별 대표를 모두 거친 추버는 막상 성인 대표팀에서는 바르네타 등에게 밀려 선택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히츠펠트 감독의 성향도 영향을 미쳤을 거다.
보름 전에 스위스 A팀과 상대했을 때도 느꼈지만, 오트마어 히츠펠트는 정돈된 축구를 선호하는 것 같았다.
스위스 리그 그라스호퍼 시절 ‘스위스의 호날두’라는 별명으로도 불린 추버지만, 이 남자는 다소 이기적이고 철저히 개인기량에 의존한 축구를 선호한다.
반대 발 윙어로 왼쪽에서 중앙으로 파고들길 즐기며, 오른발로 차는 슈팅에 자부심도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지금도 난 의도적으로 추버에게 파고들 공간을 내어 줬고, 이를 허점으로 생각한 그가 안쪽으로 드리블을 시작하자마자 몸을 돌려 어깨싸움을 했다.
“크윽-!”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볼을 빼앗는 것이 아닌, 추버의 속도를 늦춰 주는 것 정도면 됐다. 빠르게 달려 나오고 있는 노이어가 볼을 주워 들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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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슈미터링) – ZDF 해설위원
“지금도 매우 훌륭한 수비였습니다. 저는 모스크바가 왼쪽으로 공격을 전개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인지 모르겠습니다. 어지간해서는 저 친구를 1:1로 뚫어 내긴 힘들 겁니다. 추버와 혼다가 계속 시도하고 있습니다만, 힘이나 속도. 어떠한 면에서도 더 나아 보이질 않거든요.”
(스벤 프로인들리히) – ZDF 코멘테이터
“지난번 도르트문트와의 리그 경기에서도 그렇고, 최근엔 수비력을 뽐내고 있습니다. 나흘 전엔 센터백으로 나서기도 했죠. 그리고 무척 훌륭히 그 역할을 수행해 냈습니다.”
(에밀 슈미터링)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선수들은 많습니다만, 젝서와 센터백을 동시에 뛸 수 있는 풀백은 드뭅니다. 그것도, 눈에 띌 정도의 기량으로 말이죠. 마음먹은 일은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습니다.”
(스벤 프로인들리히)
“다온은 유력한 골든 보이 후보입니다. 어제는 펩 과르디올라가 그의 수상이 당연하다는 인터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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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번과 알라바를 중심으로 공격이 조립되던 도중, 나는 모스크바의 왼쪽 진영이 환하게 열려 있는 것을 확인하곤 조금씩 측면으로 벌려 움직였다.
보통이라면 풀백은 공격의 진행 위치에 맞춰 안쪽으로 좁혀 주는 것이 좋지만, 매번 그럴 필요는 없다.
더구나 우리에겐 아직 도르트문트 경기에서의 습관이 남아 있다고 본다.
한쪽으로 중심을 두어 상대 수비가 쏠리도록 만들고, 반대편 풀백이 이동해 +1 움직임을 만드는 것 말이다.
‘온다.’
단단히 틀어 잠근 모스크바의 수비에, 로번이 공격을 더 진행하지 못하고 하비 마르티네스에게 패스를 돌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람이 내가 선 곳을 가리켰다.
몸을 내 쪽으로 돌린 마르티네스가 길게 축구공을 보내왔고, 충분한 공간을 확보했던 난 여유 있게 트래핑을 해낸다.
그러는 사이, 슈테번 추버가 날 막아섰다.
가까이 접근해 오는 필리프.
반대로 멀어지는 뮐러.
이런 둘의 움직임은 폰투스 베른블룸(Pontus Wernbloom)을 불러들이고, 게오르기 쉐니코프(Georgi Schennikov)를 측면 수비 지역에서 벗어나게 했다.
사이드라인을 등지고 선 시야의 안에서 이 모든 일들은 한꺼번에 일어났고, 내 머리는 빠르게 굴러갔다.
무엇이 최선일까?
어디로 볼을 보내고, 어디로 움직여야 할까?
답은 금방 나왔다.
‘저기.’
툭-
가까이 다가오는 람에게 축구공을 굴리곤, 그대로 사이드라인을 따라 달린다.
보낸 패스를 원터치로 처리한 람의 발끝에서 축구공이 떠오르고, 적당한 높이와 속도를 모두 유지한 그것은 쉐니코프의 이동으로 생겨난 공간으로 떨어져 내렸다.
난 그것을 받아 내기 위해, 사이드라인을 밟던 것을 끝내곤 대각선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조금 뒤.
토옹-
“!!”
난 람의 로빙 패스가 피치에 닿기 직전, 왼쪽 발등을 가져가며 발목을 살짝 꺾어 뒤쪽. 그러니까, 슈테번 추버가 열심히 달려오고 있던 방향으로 축구공을 이동시켰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는지, 추버가 얼굴 옆으로 날아오는 축구공이 깜짝 놀라 급격히 몸을 움츠린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추버의 발은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다. 그는 양팔로 얼굴만 가린 채로 달리기를 이어 갔다.
이윽고, 들려오는 충돌음.
쿵-!
“어억-!”
“욱-!”
속도를 늦추지 못한 추버가 커버에 들어온 쉐니코프와 부딪쳐 넘어지고, 이미 한참 전에 그 위치를 벗어난 나는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가 되어 박스 안을 쳐다봤다.
그곳엔 큰 눈으로 날 뚫어지게 쳐다보는 뮐러가 있었고, 조금 바깥쪽에 괴체 역시 패스를 받을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또 멀리에서 쇄도를 시작한 알라바도 보였는데, 순간 든 생각은 로번은 어쩌고 네가 거기에 있느냐는 것이었다.
‘미안하지만…….’
어시스트 패스를 보낼 수 있는 선택지가 세 개나 눈에 보였지만, 난 그 무엇도 선택하지 않고 왼발을 움직이기로 했다.
요즘 자주 쓸 일이 없긴 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선 어쩔 수가 없다.
파 포스트 상단.
힘보다는 기술.
강함보다는 정확도에 초점을 맞추고 휘두른 왼발.
목표로 삼은 축구공의 아래쪽 부분에, 튀어나온 중족골이 정확히 맞닿는다.
잔디가 스파이크에 쓸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부드럽게 떠오르며 회전을 시작한 축구공은 파 포스트의 바깥을 향해 똑바로 날아가다 조금씩 안으로 꺾여 들었다.
그리고 곧, 파포스트의 안쪽을 두드린 축구공이 골라인을 넘어서며 그물의 아랫부분을 찾아 들어간다.
“!”
“!!!”
득점을 확인한 난, 슈팅한 위치에 서서 주먹을 휘둘렀다.
“이야아아아아아아-!!!”
페널티 박스 바깥에서의 감아 차기.
연습은 수차례 했었지만, 실전에서 이렇게 단 한 번에 써먹을 수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득점을 함께 기뻐해 주는 동료들에게 둘러싸인 채로, 나는 지난 포르투갈 A팀 합숙 때 원포인트 레슨을 해준 흥민이 형을 떠올렸다.
‘고마워, 형. 고마워.’
역시 사람은 배워야 하는 거랄까?
지금의 이 득점이, 앞으로 나의 새로운 옵션이 되어 주길 소망해 본다.
“왼발이라고?”
“운이 좋았지, 뭐.”
“운치고는 너무 정확하던데? 대체 뭐야?”
축하를 빙자한 귀여운 질투심을 보여 주는 뮐러에게서 돌아서며, 난 벤치에 앉아 있는 펩을 향해 엄지를 들어 올렸다.
‘아직 멀었어.’
나를 지지해 준 펩의 믿음에 보답을 하려면, 아직 까마득히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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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
CSKA 모스크바 1 : 5 바이에른 뮌헨
[골] 김다온 : 전반 19분(필리프 람)아르연 로번 : 전반 27분(토마스 뮐러)
마리오 괴체 : 후반 11분(토니 크루스)
토마스 뮐러 : 후반 20분(아르연 로번)
티아고 : 후반 45분(김다온)
김다온 ? 95분 출전(1골 1어시스트/평점 2.0)
MoM ? 김다온
부상 : 필리프 람(전반 26분) – 종아리 근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