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23)
322화
2013년 12월 17일. 80000 아가디르, 모로코. 르흐이 듀 그랑 스타드. 스타드 아드하.
·경기 시작 05분 전
광저우 에버그란데 0 : 0 바이에른 뮌헨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 : 4-2-3-1/4-2-3-1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쩡 청
RB ? 김다온 / RB ? 장 린펑
CB ? 다니엘 판 바위턴 / CB ? 펑 샤오팅
CB ? 제롬 보아텡 / CB ? 김영권
LB ? 데이비드 알라바 / LB ? 순 시양
DM ? 티아고 / DM ? 황 보웬
DM ? 필리프 람 / DM ? 자오 수리
RAM ? 마리오 괴체 / RAM 엘케손
CAM ? 토니 크로스 / CAM ? 정 즈
LAM ? 프랑크 리베리 / LAM ? 무리키
ST ? 마리오 만주키치 / ST ? 다리오 콩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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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안 펑) – CCTV 아나운서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분데스리가에서 41경기 동안 패배가 없습니다. 명실상부, 유럽 최고의 팀이죠. 그리고 그중엔 약관의 선수가 있습니다. 바로 다온입니다.”
(웨이 지하오) – CCTV 해설위원
“앞으로 중국을 오랫동안 괴롭힐 선수죠. 정말 잘 뜁니다. 제가 그의 경기를 보며 느낀 생각은 이겁니다. 의시마(疑是馬)!”
(시안 펑)
“의시마. 마치 말 같다는 뜻인가요?”
(웨이 지하오)
“쉬(是/그렇다, 옳다)!! 측면 수비수로서 엄청나게 뛰어 다닐 줄 아는 선수입니다. 그리고 본래 저 나이면 경험이나 노련미가 부족해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죠. 벤피카와 바이에른 뮌헨을 거치며 경험마저 쌓여 가고 있습니다. 무시무시하죠.”
(시안 펑)
“화면이 정 즈의 모습이 나오고 있네요. 유럽에서 뛴 경험이 있는 그에게 기대를 걸어 봅니다. 바이에른 뮌헨이란 거함을 상대로, 활약을 해 줄 거라 의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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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해 왔던 경기와는 확실히 많은 면이 달랐다. 분데스리가나 챔피언스 리그 경기 때에는 상대 전력을 철저히 분석했다면, 오늘은 그냥 힘을 보여 주자는 느낌이었다.
어제와 오늘 각각 30분 정도씩 비디오 분석을 하긴 했지만, 전력 분석보단 상대가 어떤 팀인지를 확인하는 정도였다.
어떠한 선수를 주의해야 하고, 어떠한 축구 철학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는지 정도를 확인하는 게 다였다.
‘저기 있다.’
군데군데 비어 있는 좌석이 눈에 띄는 관중석을 바라보며, 난 단번에 아영이를 찾아내어 손을 흔들었다. 다른 동료들의 가족들이 곁에 있어, 찾는 데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어제 오후 훈련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온 나는, 준비를 하곤 아영이와 함께 예약된 식당으로 향했다.
건물 앞에 따로 마련된 포토라인엔 많은 숫자의 기자들이 대기 중이었고, 택시에서 내린 우리를 파인더에 담았었다.
그것이 딱히 어색하지 않았던 건, 10월 옥토페스트와 느낌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차이라면 시간이 밤이었다는 것과 우리의 복장이 독일 전통복에서 턱시도와 드레스로 바뀌었다는 것 정도다.
그리고 주인공답게 가장 늦게 도착하여 안에 들어섰을 때, 난 예상대로 아영이가 주인공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제 눈에 안경일 수도 있긴 하겠지만, 검은색 드레스에 반짝거리는 주얼리를 착용한 아영이는 누구보다 눈부셨다.
“니 하오. 니 하오.”
간단이 암기해 둔 기본적인 중국어를 반복해서 말하며, 난 도열해 있는 광저우의 선수들과 악수를 나눴다.
그러다, 영권이 형과 마주했고.
[니 뽕이다!] [뭐?! 이 새끼가!] [킥킥킥. 다치지 마.] [너두, 인마.]당연하다는 듯 장난을 주고받았다.
지난여름 일본에서 중국으로 무대를 바꾼 영권이 형은 순탄하게 리그에 안착하고 있다.
듣기론, 광저우의 감독 마르셀로 리피(Macello Lippi) 감독이 형을 크게 아낀다고 한다.
“후우우-”
평상시에 비해 준비가 잘된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질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포지션을 찾아 움직여, 간단히 몸을 풀어 본다.
오늘 내 파트너는 다니엘 판 바위턴이다.
펩은 중국 클럽의 플레이 스타일이 다소 거칠다는 것을 고려, 부상이 잦은 로번을 비롯하여 컨디션이 다소 떨어져 보이는 단테와 뮐러를 선발 명단에서 제외했다.
하비가 빠진 건 어디까지나 전술적 이유다.
삐—익!!
광저우의 선축으로 전반전이 시작되고, 일단 상대는 템포를 느리게 가져가려는 것 같다.
미리 예상하고 있었던 패턴인지라, 특별한 벤치의 지시 없이도 우리 스스로 라인을 끌어 올려 상대가 편하게 빌드업 기초를 다질 수 없도록 압박을 가했다.
자연스러운 전방 압박이 시작된 것인데, 광저우의 선수들은 후방에서 볼을 돌리는 게 무척 불편해 보인다.
저러면 패스의 정확도와 품질 모두 떨어질 수밖에 없고, 동료의 볼 컨트롤이 떨어지게 되면 최후방에서 마지막으로 볼을 받아 주는 이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위험해.
앞으로 보내야지.
파앙-!!!
‘맞지?’
간신히 측면에서 넓은 공간으로 빠져나온 축구공을 받아 든 펑 사오팅(Feng Xiaoting).
중국의 국가대표이기도 한 그의 선택은 미드필드를 모조리 생략하고 최전방으로 길게 패스를 보내는 것이었다. 때마침 근처엔 다리오 콩카(Dario Conca)가 머물고 있다.
그런 콩카의 곁으로 판 바위턴이 달라붙었고, 난 목소리를 높이며 곁에 있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신장이 167cm에 불과한 콩카는 애초부터 판 바위턴과 제공권 다툼을 할 수 없다. 그래서 그도 헤더를 하려는 척하다, 세컨볼을 다투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토옹-
판 바위턴이 안정적으로 보낸 헤더가 미드필드 진영으로 향하고, 난 토니가 그것을 받아 내는 걸 보며 곧바로 측면으로 넓혀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토니이-!!”
날 발견한 토니가 순간적으로 압박해 오는 광저우의 수비에서 벗어나기 위해 패스를 보내온다.
좁혀졌던 광저우의 진영은 다시 넓어지고, 하프라인을 넘어서려고 할 때 무리키(Muriqui)가 접근을 해 왔다. 콩카와 마찬가지로, 신장이 별로 크지 않은 측면 공격수다.
어제오늘 본 영상의 기억을 떠올려 보면, 빠르고 발재간이 좋은 그런 유형이었던 것 같다.
‘한 번 속여 볼까?’
사이드라인을 따라 움직이며, 난 전방에다 시선을 두곤 오른발을 휘두르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무리키가 길게 왼발을 뻗으며 커트를 시도해 왔는데, 이러한 식의 플레이를 예상하고 있었던 나는 휘두르던 오른발의 속도를 늦추며 축구공을 왼발 뒤로 흘려 냈다.
“!!”
페이크와 방향전환에 의해 무리키가 벗겨지고, 조금 중앙으로 달려 나가던 나는 광저우의 수비 사이가 넓다는 걸 확인하곤 곧장 오른발 안쪽으로 빠른 패스를 굴려 보냈다.
마치 처음부터 텅 빈 그라운드였다는 듯, 굴러가는 축구공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는다.
하지만, 목표로 했던 만주키치의 발끝에도 닿지 않았다. 패스가 다소 강했거나, 아니면 저 녀석이 수비 뒤로 뛰어드는 속도가 조금 늦었던 것 같다.
축구공이 그대로 골키퍼의 품에 안기고, 아쉬움에 살짝 인상을 찌푸린 나는 뒷걸음질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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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안 펑)
“아까의 그 개인기. 매우 훌륭합니다! 공격수가 아님에도, 저런 수준의 개인기를 지녔다는 건 놀라운 일이죠.”
(웨이 지하오)
“풀백이 단순히 빠르게 달릴 줄만 안다는 건,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뜻입니다. 장 린펑과 순 시양도 저런 것을 할 줄 알아야 해요. 더 나아가, 중국의 풀백과 어린 유망주들도 저런 것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다니 아우베스, 마르셀루. 최강 브라질의 사이드백들은 중국의 수비쯤이야 우습게 제칠 겁니다.”
(시안 펑)
“파울입니다. 발이 높았어요. 자오 수리. 전반 2분 만에 경고를 받습니다. 경기 시작부터, 곤란하군요.”
(웨이 지하오)
“아- 자오 수리 선수. 의욕은 높이 사지만, 수비 버릇이 너무 나빠요. 습관적으로 발을 높이 들어 올립니다. 불필요한 동작이죠. 좀 더 영리하게 해야 합니다. 이런 건 실사구시(實事求是)적으로 이야기해 줘야 해요.”
(시안 펑)
“뮌헨의 프리킥. 선수들이 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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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프리킥을 얻은 위치는 골대로부터 35m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이봐.”
“?”
“내가 찰게.”
“진짜?”
“응. 어차피 부담 없잖아.”
“그래. 그렇게 해.”
흔쾌히 고개를 끄덕인 크로스가 내게 축구공을 건네고, 그것을 막 받아 들었을 때 리베리가 다가왔다.
“뭐야? 무슨 상황인데?”
“내가 차려고요.”
“뭐?! 왜?!”
본래 이런 위치에서의 프리킥은 무조건 리베리-크로스 둘 중 한 사람이 찬다. 둘 모두가 피치 위에 없어야, 비로소 내게 기회가 찾아온다.
펩은 슈팅이 가능한 20~30m 지점에서의 프리킥을 내게 주고 싶어 하지만, 가끔은 기존 선수들의 영역을 존중해야 한다.
나도 그것을 잘 알아서 굳이 고집을 피우지 않았었고, 리베리가 높은 확률로 어시스트 패스를 날려 주고 있기에 잘한 선택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좀 다르다.
“왜라고요?”
“그래! 이건 당연히 내거지!”
“어- 아닌 것 같은데요?”
“뭐?! 왜?!”
축구공을 가로채려는 리베리의 손길에서 벗어나며, 난 그가 잊고 있던 한 가지 사실을 깨우쳐 주었다.
“내가 얻어 준 P.K를 놓쳤잖아요.”
“뭐?! 그건 전에 준 선물로 이미 만회가 됐잖아.”
“Nein, nein, nein, nein. 그게 아니죠.”
“??”
“그때 그 선물은 내 여자 친구 거였잖아요. 그리고 그건 전에 제가 당신 가족들을 위해 준 선물에 대한 보답이라고요.”
“대체 어떻게 그런 개 같은 논리가 성립되는데?”
“그럼 저한테 선물을 줬어야죠.”
“아- 제기랄! 그런 게 어딨어? 규칙대로 해.”
“좋아요. 그렇게 하죠.”
여기에서 리베리가 말한 규칙이란, 뮌헨의 오랜 전통인 가위바위보를 의미하는 것이다.
난 애초부터 리베리가 이렇게 나올 줄 알았다.
그래서 이 남자를 흥분하게 만든 거다.
왜냐하면.
“Schnick, Schnack, Schnuck!!”
“!!!”
“그렇지이-!!!”
“우아아악-!!! 어째서!! 어째서냐고!!”
머리를 감싸 쥐고 괴로워하는 리베리는, 흥분하면 가위바위보를 할 때 무조건 처음에 가위를 낸다. 본인만 빼고 전부 다 아는 버릇으로, 클럽 내에서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다만 흥분하지 않은 상태에선 가끔이지만 묵이나 찌도 내기 때문에, 항상 통하는 법칙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통했다.
“훠~이! 훠~이! 얼른 저리로 가요.”
“훠이라니. 내가 무슨 소나 말도 아니고…….”
궁시렁거리며 물러서는 리베리를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다, 난 축구공을 바닥에 내려두고 프리킥을 찰 준비를 했다.
‘후우~ 오랜만이야.’
최근에 한 번 프리킥을 득점을 올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 거리에서 마음껏 다리를 휘둘러 볼 기회를 잡는 것은 오랜만인 것 같았다.
잔디가 조금 짧고 미끄럽다는 게 아쉽기는 했지만, 디딤발 지점을 정돈하면 괜찮을 것이다.
팍-! 팍-!
전에 아영이가 왜 굳이 잔디를 망가뜨리는지에 관해 물어본 적이 있었다. 요즘 축구를 많이 공부하고 있는 그녀는, 호기심이 많은 편이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난 친절하게 답을 해 주곤 했는데, 그때 했던 대답이 바로 미끄러지지 않기 위함이란 것이었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이렇게 미리 잔디를 파 두면, 디딤발을 놓을 지점을 쉽게 확인할 수 있어 집중력이 좀 더 높아진다. 다만 발의 높낮이가 바뀌는 건, 감안해야 한다.
“후우-”
삐?익!
주심의 휘슬 소리가 들려오고, 신중하게 스텝을 밟으며 물러섰던 나는 축구공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앞으로 움직였다.
거리가 있는 관계로 살짝 제자리에서 잔발을 몇 번 밟았고, 이후엔 왼발부터 시작하는 나만의 타이밍을 찾아 나섰다. 늘 똑같지만, 느낌은 항상 다르다.
지금도 왜 그런지 잘 모른다.
하나. 둘. 그리고 셋.
분명 같은데 말이다.
“흐읍-!”
호흡을 들이마시고.
퍼억-!!!!
“푸-우!!”
둔탁한 소리와 함께 빨아들였던 숨을 몽땅 토해 내는 것까지 몽땅 다 똑같다.
떠올랐던 몸이 다시 피치 위와 맞닿고, 날아가고 있는 축구공에 시선을 고정한 나는 결과가 만들어진 후에야 비로소 다른 곳을 쳐다보았다.
골대의 왼쪽 상단으로 날아간 축구공은 아슬아슬하게, 목표 지점을 벗어났다.
‘아이, 씨팔.’
이렇게 되면, 다음에 리베리로부터 프리킥을 빼앗기가 더욱 어려워지는데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날 보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브라보오-!! 브라보!!”
그래서 난 그런 그에게 주먹 감자를 날려 주었다.
낄낄거리던 리베리가 그제야 엄지를 세워 온다.
하여간에.
‘정상이 없어요. 정상이.’
프리킥이 아쉬운 전반 4분, 오늘도 나는 뮌헨의 동료들과 즐겁게 축구를 하고 있다.
***
오늘 경기를 통해 다시금 깨닫는 두 가지의 사실이 있다.
우선, 첫 번째.
“여기-!!”
바이에른 뮌헨의 몰아치는 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하프타임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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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11분
광저우 에버그란데 0 : 4 바이에른 뮌헨
사실 전반 초반 이후는 다소 답답했던 흐름이었다.
잔뜩 내려앉은 광저우의 선수들은 몸을 날려 가며까지 우리의 크로스와 슈팅을 막아 냈고, 쩡 청(Zeng Cheng) 골키퍼의 선방까지 더해지며 번번이 기회가 무산되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전반전 40분 혼전 상황에서 리베리가 굴러 나온 축구공을 멋지게 밀어 넣으면서, 오랫동안 열리지 않던 광저우의 골문에 균열이 생겨났다.
그런 뒤에는 계속되는 폭격이다.
측면에서 나와 괴체가 광저우의 선수들을 끌어들인 사이, 올바른 위치로 향한 티아고가 내게서 패스를 전달받아 만주키치에게 득점을 떠먹여 줬다.
선제골이 나온 후 3분이 조금 지나 일어난 일이었고, 2분 뒤 하프타임에 돌입했다.
특별할 것 없었던 팀 토크가 끝나고, 후반전이 시작되자마자 우린 전반전의 기세를 계속해서 살려 나갔다.
언더랩을 하여 체너(Zehner/AM)의 위치까지 전진한 알라바가 괴체에게 패스를 보냈고, 수비수의 몸을 맞으며 굴절된 슈팅이 후반 3분 만에 우리의 세 번째 득점을 알렸다.
그리고 지금 막, 땅볼로 굴려 보낸 컷백을 토니가 가볍게 골대 안쪽으로 차 넣으며 오늘 경기 네 번째 득점을 기록하게 되었다.
2:0이 될 때까지만 해도 광저우 선수들의 사이에 해 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보면 필드 플레이어들은 사기가 크게 떨어져 있다.
쩡 청 골키퍼만이 짜증으로 가득한 목소리를 크게 높이며 불만을 토해 내고 있지만, 결국은 그게 다다.
‘미안하네.’
상황이 이 정도까지 되다 보니, 아무래도 영권이 형의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전력의 격차가 크다곤 하지만, 대패를 하게 되면 이후의 경기에 큰 영향을 준다. 심한 경우엔 팀 전체가 슬럼프에 빠지기도 하고, 그건 곧 시즌 성적과 직결된다.
그렇다고 위로를 하자니, 괜히 부아만 돋울 것 같아 그러기도 쉽지가 않다.
‘살살 하자 할 수도 없고 말이야.’
스코어가 크게 벌어진 만큼, 60분 전후부터 교체가 이어질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그게 꼭 경기력을 현재의 수준보다 떨어트릴 거라곤 장담을 못 하겠다.
누가 투입이 되느냐가 중요하겠지만, 현재 분위기로 볼 땐 그동안 기회를 받지 못한 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일단 나는 펩으로부터 부상이 없는 한 클럽월드컵 전체를 뛰게 될 거란 이야기를 전달받았으니, 교체가 될 대상은 내가 아닐 거라고 본다.
아, 그리고.
“크윽-!!”
깨달은 것 두 번째.
“이봐아-!!!!”
중국은 역시 거칠다.
전반전 아무것도 하지 못한 무리키를 대신해 투입된 후 웨이웨이(Hu Weiwei)가 감정이 듬뿍 담김 발길질로 내 다리를 걷어차 버렸다.
다행히 축구화가 발길질로 인한 충격을 약간이나마 줄여 주긴 했지만, 뒤꿈치와 발목에 통증이 느껴졌다.
티아고의 분개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저어어어? 멀리에서부터 시작된 누군가의 큰 목소리가 나로 하여금 아픈 와중에도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리베리 특유의 바람 빠진 독일어 때문인데, 곧이어 만주키치까지 가세한 것 같았다.
그래서 난 애써 힘을 내어,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괜히 동료들을 걱정시키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봐. 나 괜찮아.”
“@!$# 썅! $#@$!!!!”
“@# 축구가 아니…… %%$^$!!!!!!!”
“아니, 괜찮대도.”
“저 빌어먹을 !@#@%!@ 경고를 줘야@!#!@%!!”
하지만 흥분한 사람들은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킬리안이 들어온 것도 있고 하여, 나는 그냥 포기하고 치료를 받기로 했다.
“어디야?”
“이쪽.”
“휘이~ 벤치에서 보는데도 너무하더라고.”
“물 좀 주겠어?”
킬리안과 함께 온 스태프에게서 전달받은 물병을 입가로 가져가며, 난 간단한 응급처치를 받았다.
뭐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은 뮐러-볼파르트 부자(父子)이긴 하지만, 실력만큼은 확실하다.
아버지에 비해 많은 부분에서 떨어진다는 킬리안도, 벤피카나 대표팀의 메디컬 스태프들보다 훨씬 실력이 좋다.
“한 번 일어나 봐.”
완전히 괜찮다고는 할 수 없지만, 고통은 거의 사라졌다. 발을 딛는 것에도 전혀 문제가 없고, 가볍게 조깅하듯 달려 봐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걱정이 된 것인지, 사이드라인 밖으로 벗어난 내 곁으로 펩이 다가왔다.
“괜찮나?”
“네. 뛸 수 있어요.”
“그래. 지금부터는 볼을 좀 더 빠르게 처리해. 상대가 계속 거칠게 플레이하고 있으니까. 백패스를 보내도 좋아. 최대한 터치를 줄여. 알겠지?”
“네.”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 봤자 아무 소용이 없을 거라는 것을 잘 알기에, 난 무조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있고.
중국과의 경기는 이래서 좀 껄끄럽다.
다시 피치에 투입되고 몇 분 뒤.
퍼억-!!
“윽-!”
이번엔 황 보웬(Hwang Bowen)의 날라 차기(?)에 가격당한 티아고가 배를 감싸 쥐며 넘어졌다.
다시 멈춰 서게 된 경기.
“이런 빌어먹을!!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잖아?!”
“이번이 두 번째야!! 두 번째라고!”
“I Know! I KNOW!!!”
분노한 우리들이 주심을 둘러싸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이, 단호하게 대답한 바카리 파파 가싸마(Bakary Papa Gassama) 씨가 뒷주머니로 손을 가져가 카드를 들어 올린다.
이번엔, 경고를 거치지 않은 다이렉트 퇴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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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안 펑)
“아, 퇴장이네요. 황 보웬. 지금은 항의하면 안 되죠. 제대로 배를 차 버렸습니다.”
(웨이 지하오)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플레이입니다. 저래선 절대 좋은 선수가 될 수 없어요. 뭐 벌써 26살의 선수이긴 합니다만, 우린 축구를 하는 거지 격투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어린 선수들도 이 경기를 보고 있을 텐데, 배우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시안 펑)
“실력에서도, 매너에서도 부끄러운 시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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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
광저우 에버그란데 0 : 5 바이에른 뮌헨
[골] 프랑크 리베리 : 전반 40분마리오 만주키치 : 전반 44분(티아고)
마리오 괴체 : 후반 3분(데이비드 알라바)
토니 크로스 : 후반 11분(김다온)
클라우디오 피사로 : 후반 34분(토니 크로스)
김다온 ? 95분 출전(1어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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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拜仁慕尼黑(바이에른 뮌헨). 중국 축구에 한 수 알려 주다. – 시나 웨이보] [무리키 45분. 후 웨이웨이 30분. 한국의 금동(金童). 두 명의 선수를 교체시켜 버리다. – 시나 웨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