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24)
323화
[23경기. 27공격 포인트. 다온. 무엇이 다른가? : 골든 보이 수상과 클럽월드컵 1차전 이후, 다온의 경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SBnation] [(클럽월드컵 경기중계 도중) 리오 퍼디난드, “지금까지 우리의 상식에선, 멀티플레이어라는 말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였다. 대표적으로 나와 함께 뛰던 존 오셰이가 있었다. 그리고 다온과 같은 국적의 지성도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친구는 조금 다르다. 하나의 경기 속에서, 여러 개의 역할을 소화한다. 펩은 계속해서 그를 오른쪽 풀백 위치에 놓아두지만, 그는 어떠한 순간엔 중앙 미드필드였다가 어떠한 때에는 공격 진영 가장 깊숙한 곳에 있다. 더 중요한 건, 그 포지션의 선수만큼 능숙하게 소화를 해낸다는 거다. 그것도 뛰어난 수준으로 말이다. 이건 정말 놀라운 것이다. 난 지금까지 이런 걸 본 적이 없다.” – BT Sports] [안드레아스 브레메, “다온이 뮌헨에 온 이후, 그의 플레이를 볼 일이 늘었다. 그가 뛰는 것을 보는 건 무척 즐거운 일이다. 독일의 어린 친구들에게 풀백으로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가 되고 싶다면, 그를 보라고 말한다.” – 빌트]***
2013년 12월 19일. 마라케시 12338, 모로코. 후우트 데 자르당 드 라 팔므래헤. 팔래 메흐디(Palais Mehdi. Route de Jardins de la Palmeraie. Marrakech 12338, Morocco).
클럽월드컵 결승전을 치르기 위해 마라케시로 온 것은 어제의 일이었다. 그리고 난 앞서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요나스를 만나게 되었다.
그는 어제 전해 줄 좋은 소식이 있다는 말은 했었는데, 오늘에서야 어떤 일인지를 들을 수 있었다.
그건 바로, 새로운 축구화와 관련된 것이다.
‘아디다스’는 내년 여름 새로운 축구화 라인을 발매할 예정이었고, 해당 라인의 디자인으로 제작된 시그니처 등을 조건으로 메인 모델이 되어 줄 것을 제안해 왔다.
그리고 이를 위해 아디다스의 관계자들 역시 모로코를 찾은 것인데, 뮌헨 이적 당시 새롭게 갱신한 조항엔 포함되어 있지 않은 내용이라 설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일단 나는 먼저 샘플로 제작된 축구화를 신어 착용감을 점검해 봤다.
아무리 조건이 좋더라도, 축구화가 좋지 않으면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
당연한 거다.
“어때요?”
“음, 발 앞쪽이 조금 딱딱해요.”
“정확히 어느 부분이죠?”
“여기. 그리고 여기요.”
만약 내가 모델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면, 일 주나 이 주일에 한 번꼴로 샘플을 계속 보내 줄 거라고 했다.
또 마지막 테스트 때에는 아디다스 본사를 직접 방문도 해야 한다. 그것을 위해 컴파운드도 따로 준비를 해 왔고, 계약서가 체결되면 발 모양을 따갈 것이다.
지금은 축구 선수로서, 현재의 제품에 관한 순수한 조언을 해 주는 단계였다.
“그 외에는 사람마다 다 다를 거예요.”
“그렇군요. 조언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름이 뭐죠?”
관계자들과 함께 온 스태프에게 축구화를 넘기며, 새로운 라인이 어떤 이름을 가지는지를 물어 보았다.
그러자.
“안 그래도, 그것도 모델에게 맡길 생각입니다.”
“정말인가요?”
이름까지도 정하는 경우가 있어?
독일에서 온 클라우스 바흐마이어(Klaus Bachmayer)는 그렇다고 답했다.
“네. 예를 들어, 메시는 그냥 본인의 이름을 박길 원했죠. 저희 아디제로의 라인에, 뒤에 메시를 붙인 것이 곧 그의 시그니처가 되었습니다.”
“제 이름도요?”
“물론이죠. 다온은 부르기 편한 이름이에요.”
“…….”
처음 독일에서 자꾸 다음이라 불렸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면 과연 뭐라고 할까?
사실 그것은 덴마크어 특유의 성질 때문에 생긴 해프닝이었긴 했지만, 어쨌거나 나도 한때는 이름이 잘못 불린 적이 있었다.
“따로 생각하신 게 있다면 말해 주셔도 됩니다.”
“아뇨, 그건 딱히 없는데…… 아-!”
“?”
문득 머릿속에 한 단어가 스쳐 지났다.
“마이스터라고요? 마스터가 아니고?”
“네. 너무 그런가요?”
“아뇨. 나쁘진 않습니다. 다만, 저희가 생각한 이미지보다는 조금 연륜이 있는 느낌이라서요. 대신 조금 건방져 보인다는 점은 마음에 드네요. 마이스터. 이 축구화를 신는다면, 당신도 마이스터가 될 수 있습니다. 독일 쪽엔 완전히 먹히겠어요. 마스터로 바꾸면 국제적으로도 쓸 수 있고요.”
내가 생각하는 부분도 그와 비슷했기에, 클라우스의 반응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아디다스의 계획은 뭐였을까?
“분더.”
본래 아디다스는 내년 여름 출시할 라인에 분더(Wunder)라는 명칭을 붙일 예정이었다고 한다. 이는 원더(Wonder)를 뜻하는 독일어였고, 난 그것 역시도 마음에 들었다.
“하하. 그럼 저희야 좋죠. 둘 중에 정할게요.”
“네. 둘 중 어떤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대화가 잘 통하네요. 그럼?”
사실 망설일 이유가 뭐가 있겠나.
축구화가 나쁘지 않다면, 모델 제안을 거절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일이 이렇게 된 건가요?”
“하하. 미안하지만, 갑자기가 맞아요.”
“어째서죠?”
“그게.”
곁에 있는 직원과 시선을 교환한 클라우스 바흐마이어가 재미있는 일이었다면서 이야기를 해 줬다.
“알다시피, 아디다스는 클럽 월드컵의 스폰서죠. 그래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어요. 그중에서 중국 시장은 회사 내에서 꽤 관심이 큰 부분이고요.”
클럽월드컵을 앞두고, 광저우의 선수들 몇 명이 아디다스 측에 다음 스폰서십 때부터 제공받을 축구화의 종류를 나와 같은 것으로 바꾸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해 왔다고 한다.
커다란 자본이 개입된 중국 갑 급 리그인 만큼 ‘아디다스 ? 차이나’와 계약된 선수들이 꽤 되는 편이다.
광저우에도 아디다스로부터 스폰을 받는 선수가 세 명이나 되었고, 그들 모두가 나와 같은 신발을 원했다고 한다.
“솔직히 말할게요. 돈이 된다고 생각했죠.”
“기분이 나쁘지는 않네요.”
“그래요? 하하. 그럴 거라고 믿었어요.”
결과적으로 가장 이득을 본 사람은 나니까 말이다.
돈 앞에서 자존심이 어디 있어.
비굴하게 무릎을 꿇거나 나쁜 짓을 해서 버는 돈이 아닌 이상, 굳이 자존심을 세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계약 기간은 우선 3년이에요.”
“네. 괜찮네요.”
실은 요즘 들어 조금은 느끼고 있었다.
골든 보이의 수상 이전의 관심이 1이라면, 요즘 내게 집중되는 관심은 20정도 되는 것 같다.
엄마나 누나가 메신저로 보내 주는 포털 기사의 양만 해도, 평소의 몇 배는 된다. 뿐만 아니라 에이전시로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들도 많이 들려오고 있다.
1월에 잠깐 일주일 정도 한국에 머물 예정인데, 벌써 일주일 스케줄이 꽉 들어찼다.
그리고 나도 나지만, 아영이도 광고 제안을 여섯 개나 받았다.
“약관 내용은 요나스가 전부 알고 있을 겁니다. 우선 굵직한 부분만 말씀드리면 계약금은…….”
하지만 사실 조금 바빠지고 귀찮아졌다는 것을 뺀다면, 관심이 크게 늘었다고는 느끼지 못했다. 축구만 하는 삶이라 당연한 걸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눈앞의 숫자들을 보고 있으니, 비로소 그것이 실감이 됐다.
예전처럼 돈 그 자체가 나를 이끌고 있지는 않지만, 축구를 잘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거라던 초심은 여전한가 보다. 그러니 앞으로도, 난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이유야 또 있기는 해.’
맨시티전 패배를 벤치에서 지켜보던 날, 나는 그때 느낀 굴욕적인 감정을 몽땅 기억하고 있다.
유쾌하지 않은 것이야 당연한 거고, 화도 심하게 났고 동료들에게 왜 더 열심히 뛰지 않았냐고 소리치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았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건 나쁜 감정이다.
절대, 겪고 싶지 않은.
“……외에도 당신이 디자인을 제안하면 특별 에디션을…… A매치에서 쓸 신발을 별도로 제공…….”
클라우스의 말을 듣는 내내, 내 머릿속은 온통 패배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
[독일의 전설적인 풀백들에게 극찬받고 있는 김다온. 안드레아스 브레메에 이어, 베르티 포크츠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그가 독일인이 아닌 게 무척 아쉬울 뿐.” – Goal.com]***
2013년 12월 21일. 마라케시, 모로코. N9 아우핫 세이디 브라힘. 마라케시 경기장(Le Grand Stade de Marrakesh. N9 Ouahat Sidi Brahim. Marrakech, Morocco).
·경기 시작 20분 전
바이에른 뮌헨 0 : 0 RCA 카사블랑카
&Match-Up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뮌헨/상대팀) : 4-2-3-1/4-2-3-1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칼리드 아스크리
RB ? 김다온 / RB ? 자카리아 엘 하키미
CB ? 제롬 보아텡 / CB ? 모하메드 오울하즈
CB ? 단테 / CB ? 이스마일 벨마알람
LB ? 데이비드 알라바 / LB ? 아딜 카루키
DM ? 티아고 / DM ? 이쌈 에라키
DM ? 필리프 람 / DM ? 쿠코 게히
RAM ? 제르단 샤키리 / RAM ? 무치네 무투알리
CAM ? 토니 크로스 / CAM ? 케마사딘 샤트빈
LAM ? 프랑크 리베리 / LAM ? 압델라 하피디
ST ? 토마스 뮐러 / ST ? 무치네 라주
.
.
챔피언스리그의 우승팀들에겐, 항상 이듬해 겨울 참여하는 클럽월드컵은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는 대회였다.
겨울 휴식기가 없는 리그의 클럽에겐 엄청난 피로 마일리지를 안겨 주었고, 휴식기가 있는 리그의 클럽에게도 동기 부여를 해 주는 일이 무척 어려웠기 때문이다.
더욱이 상대하는 클럽의 수준이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과거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클럽월드컵 참가는 곧 스트레스로 여겨지기도 했다.
우승해 봐야 본전인 데다가 만에 하나 패배라도 하는 날이면, 감당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쏟아졌다.
프랑크 레이카르트호의 몰락을 본격적으로 일란 2006/07 시즌의 클럽월드컵 역시 마찬가지였다.
당시 FC 바르셀로나는 2005/06 시즌 챔피언스 리그 우승 클럽의 자격으로 일본으로 날아갔지만, 전 세계의 축구 팬들에게 알레샨드리 파투(Alexandre Pato)라는 신성의 이름만을 알려 주며 굴욕적인 패배를 당하고야 말았다.
축구 팬들은 새로운 스타의 등장에 열광했지만, 정작 FC 바르셀로나는 내부에서부터 무너져 내렸다.
바로 그것이 결국 펩 과르디올라를 FC 바르셀로나의 감독으로 부임하게 만든 계기인 셈이었으니, 클럽의 운명을 크게 요동치게 만든 대회라고도 볼 수 있었다.
“너희들 중엔 불만이 있을 수도 있겠지.”
“…….”
“나도 안다. 모로코는 멋진 휴양지이니까. 누군가는 훈련 대신 수영장에서 안락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겠지.”
16일 김다온의 생일이 끝난 이후, 펩은 선수들의 24시간을 철저하게 관리 감독했다.
선수들의 애인과 가족들이 한가로이 쇼핑과 휴식을 즐기는 동안, 선수들에겐 리그 때와 전혀 다를 것 없는 하루를 요구한 것이다.
이것이 당연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스물이 넘는 선수들 중에는 그렇게 여기지 않는 사람도 있다.
어떤 선수는 당연히 승리할 경기에, 절제를 강요하는 걸 원치 않는다.
하지만 펩은 축구에선 어떠한 일도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남자다.
때때로, 준비는 실력을 뛰어넘어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겨다 줄 결과를 만들어 내는 도미노가 된다.
“하지만 5일의 절제에서 겪는 고통이, 패배한 뒤에 겪을 고통의 시간보다 훨씬 더 짧다. 그리고 너희는 그걸 잘해 주었고, 난 거기에 감사를 표하고 있다.”
오늘의 선발 명단에서도, 뮌헨의 선수들이 어떠한 자세를 보여 줬는지를 잘 알 수 있다.
몸이 조금 좋지 않은 로번이야 관리 차원의 이유였지만, 마리오 만주키치는 펩의 강령을 어기고 여자 친구와 데이트에 나섰다가 전날 미팅에 5분 지각했다.
당사자는 벌금을 물겠다며 그리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지만, 펩은 즉석에서 선발 명단을 바꾸는 것으로 대답했다.
본랜 토마스 뮐러가 오른쪽 윙어 포지션에 또 마리오 만주키치가 스트라이커로 나서야 했지만, 제르단 샤키리가 선발로 출전하며 펄스 나인 체제로 돌아선 것이다.
“우린 아주 잘해 왔다고 생각한다. 잘 인내하고. 또 스스로의 욕망을 잘 억눌렀지. 그리고 난 너희들이 지난 3일간 억누른 감정을 오늘 피치 위에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의 펩 토크는 평소보다 조금 감정적이다.
이는, 바르셀로나에서의 3시즌 간 14개의 우승 트로피를 획득했던 남자의 본능이 발휘되고 있기 때문이다.
펩 과르디올라는 선수들의 감정에 호소하는 것을 무척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었고, 때로는 그게 너무나도 과해 일부에게 부담감을 안겨다 주기도 했다.
특히 사무엘 에투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로부터 가식적이란 이야기를 들은 뒤론, 펩은 이런 모습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펩 과르디올라의 진짜 모습이다.
또 다행히도, 몇몇은 이에 영향을 받는다.
“나는 며칠 전 우리가 우승을 차지해야 하는 이유를 말했다. 작년 챔피언스 리그 우승 팀의 품격을 보여 주기 위해. 반드시 멋진 경기를 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리고 나흘 전에는 정말 잘해 줬다. 우린 강했고, 또 당당했지. 오늘도 그러지 못할 것은 없다! 우리는 피치로 나가, 저들을 압도한다.”
전날 1시간의 비디오 분석과 미팅으로, RCA 카사블랑카의 전력 파악은 모두 완료되었다. 상대가 어떤 축구를 선호하는지 알고, 선수 개개인의 특성도 어느 정도 확인했다.
이제 남은 건 실력으로 압도하는 것뿐.
펩은 그걸 말하고 있다.
“너희들 중 몇몇은 이곳에 남기로 했지. 몇몇은 나와 함께 독일로 간다. 또 누군가는 스페인, 프랑스와 같은 곳에서 휴가를 보내는 걸로 알고 있다. 아무렴 어떤가. 뭐가 되었건, 너희가 클럽월드컵 우승 뒤에 휴가를 보낼 것이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우린 이 대회에서 승리한다! 바이에른 뮌헨이 어떤 클럽인지, 저 밖의 모든 이들에게 보여 주는 거다!”
감독이 이렇게 외치게 되면. 특히나 펩 과르디올라처럼 존경받는 위치에 있고 매력을 갖춘 이가 열정적이 되면, 선수들은 쉽게 거기에 동화된다.
커다란 목소리가, 뮌헨 라커룸 가득 울려 퍼진다.
동기 부여가 오늘 경기 뮌헨의 유일한 약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펩 과르디올라의 판단이 먹혀들어 간 셈이다.
펩은 언제나처럼, 팀 토크 이후 라커룸을 빠져나온다.
그런 그의 등 뒤로, 보아텡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득점하고 또 득점한다!! 그리고 클린시트를 기록한다!! 우린 이긴다!! 열심히 뛰어!! 최선을 다하라고!!”
복도를 걸어 피치로 향하는 펩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하나 걸려 있다.
***
·전반 29분
바이에른 뮌헨 2 : 0 RCA 카사블랑카
오늘 경기 전에 있었던 팀 토크는 꽤 인상적이었다. 펩답지 않게 감정적이었고, 전술적 내용은 쏙 빠져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좋았던 것 같다.
그동안 결승전이라는 게 잘 체감이 되지 않았다고나 할까? 결승 특유의 긴장감 같은 것이 조금 부족한 느낌이었는데, 뭔가 느슨했던 실이 꽉 쪼여지는 느낌이었다.
덩달아, 집중력도 최고조로 올랐다.
‘왼쪽.’
탁-
“!!”
난 압델라 하피티(Abdelilah Hafidi)로부터 볼을 가로챘다. 아까 계속 사이드라인을 따라 파고 나가다 걸려 딴에는 잘 쓰지 않는 왼발 쪽을 공략해 보려고 한 것 같다.
하지만 동작도 그리 빠르지 않고 시선에서 빤히 티가 났던지라, 제대로 반응해 발을 뻗을 수 있었다.
다음에 1:1 상황이 되었을 땐 반대발을 노려 볼 수도 있겠다고 미리 생각해 둔 것도 도움이 됐다.
“이봐-!”
“?”
“시도는 좋았어.”
“???”
입술을 삐쭉 내밀며 어깨를 으쓱한 압델라 하피디는 당연히 내 이야기를 알아듣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응? 이런!’
전방에서 패스가 돌던 와중 실책이 나왔다. 람이 보낸 패스가 정확하지 못해 상대에게로 향했고, 카사블랑카는 빠르게 볼을 전방으로 보내어 속도 경쟁을 하려고 했다.
현재 최후방엔 단테가 남아 있다.
보아텡이 전진해 공격에 힘을 보태려고 했던 상황인지라, 최후방의 숫자는 크게 부족한 상태다. 하지만 다행이라면 알라바의 전진으로 내가 단테의 곁을 커버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보아텡과 알라바가 한꺼번에 나갈 때면, 난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공격에 나서는 것과 수비에 머무는 것을 결정한다.
지금은 딱히 상황을 예상했다고 하기보단, 동료들이 너무 공격에만 열중을 한다고 생각해 하프라인 아래에 머물고 있었다.
“단테!! 왼쪽!!”
괜히 달려나다가 동료끼리 얽히는 것만큼 곤란한 것은 없기에, 난 스프린트를 하며 단테에게 달려가는 방향을 알렸다.
연습 때도 종종 이런 상황이 있는지라, 단테는 내가 달려가는 경로를 비워 주었다.
나는 곧 단테를 지나쳤고, 계속해서 달린 끝에 무치네 라주(Mouhssine Lajour)와 경합을 하기 전에 노이어에게 축구공을 밀어 보낼 수 있었다.
뒷공간을 많이 열어 두는 펩의 축구다 보니, 이런 식으로 스프린트를 해 커버하는 것에도 익숙해졌다.
그렇게 바깥쪽으로 빠져, 골라인 앞에서 노이어의 패스를 받는다.
‘이런!’
골라인을 등지고 피치 전체를 바라보니, 생각만큼 동료들의 후퇴가 빠르지 않았다. 오히려 카사블랑카의 선수들이 더 열심히 달렸고, 나를 빠르게 압박해 오려고 했다.
결국에 난 패스보단 클리어의 느낌으로 축구공을 뻥 걷어찰 수밖에 없었는데, 이건 절대 좋은 상황이 아니다.
지금은 그냥 위기를 넘기기 위한 행동일 뿐이다.
피치 위에서 볼을 점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떠한 위치에서 볼을 빼앗기는가도 점유 못지않게 중요하다.
펩과 함께하며 지겹도록 들은 말이다.
그런데 그것보다.
“이봐아아아-!!!!”
난 클리어를 하게 만든 동료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와 단테를 빼면, 가장 가까이에 있던 동료의 위치는 얼추 30m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후퇴를 해 줬어야 할 보아텡에게, 나는 분명한 불만을 표출한다.
“네가 열심히 뛰자며!! 네가 최선을 다하자며!!”
“……그래, 그래. 미안해.”
“Alle Idiot!! Scheiße!!”
(전부 병신이야!! 제기랄!!)
만약 실점을 해 버렸다면, 내가 아니라 노이어가 훨씬 더 심한 말을 했을 거다. 본인도 이를 잘 알고 있는지, 오히려 그가 나를 달랬다.
기분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 참아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런!!”
팀은 2:0 이후 완전히 다른 팀이 되어 버렸다.
미드필드에서 다시 실책이 나왔고, 난 중앙으로 커버를 해야 했다.
쿠코 게히(Kouko Guehi)의 드리블이 길어 축구공이 길게 흘러나왔고, 난 짜증을 가득 담아 강하게 오른발을 휘둘러 골대를 겨냥해 강하게 차 버렸다.
말 그대로 대포알처럼 쏘아져 나간 축구공은 골대 위를 3m 정도 벗어나, 한참을 날아가다 종합경기장 내 육상트랙 위에 떨어졌다.
뒤늦게 들려오는 탄성 소리.
{“……오오오-”}
그것이 전혀 달갑지 않았던 나는, 계속해서 쉬운 패스를 놓치고 있는 동료들을 다시 강하게 타박했다.
“야이 병신들아!! 똑바로 뛰어!!”
만약 한국말로 말할 수 있었다면 또 한국의 정서를 담을 수 있었다면 난 이렇게 말했을 거다.
스무 살한테 이런 소리 듣고 부끄럽지도 않아?
우린 좀 더 잘 뛸 필요가 있다.
.
(존 못슨) – BBC Football 코멘테이터
“카메라가 순간 공을 잃어버렸습니다. 정말 놀라워요.”
(로비 새비지) – BBC Football 해설위원
“Oh- I Love him. 그의 슈팅 때문이 아니라, 저 열정 때문에요. 저 친구는 프랑크 리베리, 아르연 로번, 필리프 람과 같은 사내에게도 기꺼이 소리칠 친구입니다. 두둑한 배짱을 좀 보세요. 전 언젠가 저 친구가 EPL에서 뛰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프리미어리그에 정말 잘 어울리는 친구입니다.”
(존 못슨)
“여름에 첼시와 강하게 링크가 됐었죠. 맨시티도 그에게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