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28)
327화
.2014.01.29. 경기결과(Bundesliga 18R)
묀헨글라트바흐 0 : 2 바이에른 뮌헨
[골] 마리오 괴체 : 전반 07분(토마스 뮐러)토마스 뮐러 : 후반 09분(P.K)
김다온 ? 94분 출전(평점 2.5)
MoM ? 토마스 뮐러(1골 1어시스트/평점 2.0)
***
.2014.02.02. 경기결과(Bundesliga 19R)
바이에른 뮌헨 5 : 0 프랑크푸르트
[골] 마리오 괴체 : 전반 12분(마리오 만주키치)프랑크 리베리 : 전반 44분(마리오 만주키치)
아르연 로번 : 후반 22분(마리오 괴체)
단테 : 후반 24분(프랑크 리베리)
마리오 만주키치 : 후반 44분(아르연 로번)
김다온 ? 95분 출전(평점 2.5)
MoM ? 티아고(평점 1.5)
[프랑크푸르트의 거친 플레이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 낸 펩 과르디올라. “몇몇 태클은 정말 쓰레기 같았다.” – 빌트]***
2013년 2월 3일. D-80331 뮌헨, 독일. 디이타슈트라세 12, 알터 호프. 프락시스 퓌어 오르토피디 & 슈포르트디친.
어제 프랑크푸르트와의 경기는 온전한 전력을 갖추게 된 바이에른 뮌헨이 얼마나 강한 팀인가를 다시금 대중들의 머릿속에 각인시켜 주는 것이었다.
후반기 들어 처음으로 로버리(로벤+리베리) 콤비가 가동되었고, 최근 좋은 폼의 티아고는 중원을 완벽히 장악했다.
또 후반 30분엔 슈투트가르트전과 같은 투톱 시스템을 가동하며, 다섯 번째 골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고 라커룸에서 다시 모였을 때, 뮌헨의 선수들은 달콤한 승리가 오래가지 못할 거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등 부위의 타박일세.”
“그가 뛸 수 있다고 말한 건 킬리안입니다.”
“……나도 들었네. 미안하게 됐군.”
“미안하게 됐다고요?”
한스-빌헬름 뮐러-볼파르트는 날카로워지는 사내의 눈빛을 보며, 자신이 말을 경솔히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저 오랜 습관대로 내뱉은 것일 뿐이지만, 그동안의 상황을 모두 종합하여 고려해 좀 더 듣기 좋은 문장을 만들어 이야기했어야만 했다.
순식간에 귀가 빨갛게 달아오른 사내. 아니, 펩 과르디올라는 다소 격양된 어조로 잘못을 지적했다.
“분명 우린 리베리를 교체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
전날 후반 28분경, 제바스티안 융(Sebastian Jung)의 거친 몸싸움에 프랑크 리베리가 등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그는 괴로운 듯 바닥을 주먹으로 두들겼고, 심각한 상황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펩은 잠깐 교체를 보류했다.
그리고 1분 뒤, 리베리를 점검하기 위해 피치로 나섰던 킬리안 뮐러-볼파르트가 양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하지만 당신의 아들이 머리 위에서 동그라미를 만들었죠!! 이런, 빌어먹을!! 그건 선수가 뛸 수 있을 때나 하는 겁니다!! 그런 것까지 알려 줘야 하나요?!”
“킬리안의 판단은 정확했을 걸세.”
“정확?! 그럼, 지금의 이 상황은 어떻게 설명할 겁니까?”
“추가적인 충돌이…….”
“이런! 한스!!”
“…….”
경기가 끝난 이후, 프랑크 리베리가 펩을 찾아와 등이 계속해서 좋지 못하다고 말했다. 단순히 가격을 당한 것에 의한 통증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느껴진다고 말이다.
그래서 펩은 일단 볼파르트 박사를 찾도록 하는 한편, 집으로 돌아가 경기 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 보았다.
프랑크 리베리가 쓰러진 순간부터, 경기가 끝날 때까지 별개의 접촉이나 무리한 동작이 있었는지를 하나하나 확인해 보았던 것이다.
“지금 제 눈이 보여요?! 저는 밤새 계속해서 경기를 돌려봤습니다!! 중계방송용이 아니라, 우리가 따로 녹화해 둔 자료를요! 당신은 그게 무슨 의미인지를 알 겁니다! 그리고 바란다면 그걸 지금 눈앞에 틀어 놓을 수도 있어요!”
탁-!!
펩이 다소 거칠게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것은, 손가락 두 마디만 한 크기의 USB였다.
한스-빌헬름 뮐러-볼파르트는 저 속에 들어 있는 영상이 무엇인지를 잘 알 수 있었다. 뮌헨은 전력 수집을 위해, 선수 개개인의 플레이를 찍은 영상을 촬영해 보관한다.
“리베리는 정확히 5분 뒤부터 거의 뛰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만약 그런 상황이 될 줄 알았다면, 전 리베리를 교체했을 겁니다! 왜냐하면 그가 이렇게 한 달이나 또 빠지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요! 그리고 그거 압니까?! 리베리는 얼마 전까지 등이 아팠어요!”
“……알고 있네. 진단은 내가 했으니까.”
“퍽이나 대단하군요!”
펩 과르디올라는 지긋지긋한 기분을 느꼈다.
올 시즌 바이에른 뮌헨을 따라다니는 부상의 악령은 계속해서 팀을 괴롭히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실망스러워도 이해할 수 있다.
축구에서 가끔 그런 일은 벌어진다.
팀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줘야 할 선수들의 반 이상이 번갈아 가며 드러눕는 일이야, 드물기는 해도 축구 감독의 계산상에는 들어와 있는 경우의 수다.
하나 팀의 메디컬 스태프가 24/7 선수단과 동행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었다.
특히 이번의 부상이 뮐러-볼파르트 부자(父子)의 커뮤니케이션 부재에서 온 것이라면 말이다. 킬리안은 리베리의 등 부상에 관해서는 알았지만, 그 부위는 정확히 몰랐다.
왜냐하면 리베리의 등 부상을 진단한 것은 한스-빌헬름 뮐러-볼파르트였고, 아들 킬리안은 아버지로부터 진단 결과와 치료 일정만이 적힌 서류를 받은 게 전부였다.
만약 킬리안이 선수단과 내내 동행을 했더라면, 이러한 초보적인 실수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당신네 부자가 이 팀을 망치고 있습니다.”
“…….”
“볼파르트 클리닉? 세계적인 명성? 당신이 얼마나 뛰어난 의사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한스. 무슨 말인지 압니까? 중요한 건, 당신들이 얼마나 내 팀에 집중하고 있는지입니다! 차라리 돌팔이랑 일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겠군요.”
쾅-!!
펩 과르디올라가 거칠게 문을 닫고 나서고, 홀로 남게 된 한스-빌헬름 뮐러-볼파르트는 복잡한 기분을 느낀다.
심각한 모욕감을 느낀 엘리트로서 살아온 그의 자존심은 펩을 부정하라 외치고 있었지만, 이번 리베리의 한 달 부상은 분명 자신들에게 책임이 있었다.
오전에는 이례적으로 카를-하인츠 루메니게로부터 불만을 전해 듣기도 했다.
전날 경기가 시작되기 전 킬리안이, 뮌헨의 한 여성 스태프에게 치근덕거리다가 루메니게에게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당시는 메디컬 스태프가 브리핑을 해야 할 시간이었다.
물론 회의실 중 하나에선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정작 그곳에 있어야 했을 가장 중요한 사람인 킬리안은 여자에 정신이 팔려 본래 임무를 소홀히 했다.
가뜩이나 사미 케디라의 여자친구에게 노골적인 추파를 보내다가 큰 문제가 일어날 뻔했다.
“…….”
한스-빌헬름 뮐러-볼파르트는 진료 일정마저 뒤로 미뤄 둔 채, 생각에 생각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그렇게 30분여가 흘렀을 때, 그는 무언가를 결심한 얼굴로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오른손을 움직여 다이얼을 눌렀고, 얼마 뒤 익숙한 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재 독일 축구 협회의 회장직을 맡고 있는 볼프강 니어스바흐(Wolfgang Niersbach)가 그 주인공이다.
– 할로? 한스?
“그래. 날세.”
– 이런! 무슨 일인가?
“아무래도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독일 대표팀을 관둬야 할 것 같네.”
– 뭐라고?!
“그때 그 일도 있고, 아무래도 뮌헨에 충실해야 할 때인 것 같아. 이번 월드컵이 끝나면, 난 대표팀에서 물러나겠네. 추천이 필요하다면, 몇몇 이름을 알려 주지.”
– 자, 잠깐. 내가 지금 거기로 가겠네.
“온다고 해도 마찬가지야. 내 마음은 변하지 않아.”
한스-빌헬름 뮐러-볼파르트에 있어, 바이에른 뮌헨은 독일 국가대표보다도 더 커다란 의미가 있다.
이것으로 펩의 화가 풀리지는 않겠지만,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좋은 시작점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물론 중요한 건, 실수를 줄여 나가는 일이었다.
“휴우-”
만류하는 볼프강 니어스바흐를 억지로 뿌리치며 전화를 끊은 박사의 얼굴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리고 조금 뒤.
똑똑똑-
“박사님?”
“들어오게.”
한스-빌헬름 뮐러-볼파르트는 전날 거친 견제에 내내 고전한 김다온을 진료실에서 마주했다.
“올라가게. 한 번 점검부터 하지.”
“네. 저, 프랑크는요?”
“일단 한 달 정도. 하지만 우리가 조금 더 빨리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네.”
“……네. 하지만, 박사님.”
“? 왜 그러지?”
“빨리 돌아오는 게 꼭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
진료용 침대에 오른 김다온이 박사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이야기한다.
“중요한 건,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되지 않는 거죠.”
“……그런가?”
“네. 아무리 사소하고 작은 실수라도, 계속 반복되면 그땐 실수가 아닌 게 되니까요. 아무리 좋은 것들이 있더라도, 거기에서 받은 상처는 가려지지 않는댔어요.”
“……좋은 말이로군. 부모님께 들었나?”
“아뇨. 여자친구가요. 그녀는 꽤 어른이거든요.”
“하하. 좋은 사람이로군.”
“네. 정말 그래요.”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쉰 한스-빌헬름은 말없이 김다온의 몸을 매만지며 통증의 유무를 살폈다.
미세했지만, 오른쪽 발목이 약간 나빴다.
“어제 태클 때문인가?”
“네. 그래서 운전하는 데 조금 힘들더라고요.”
“…….”
“박사님?”
처음으로, 한스-빌헬름은 부상을 입은 선수가 몸을 점검받기 위해 투자하는 시간을 생각해 보았다.
김다온의 경우, 집에서 훈련장까진 차로 10분이면 족하다. 하지만 이렇게 검사를 받으러 올 경우, 25분 정도를 운전한 뒤에 다시 왔던 길을 돌아 20분을 더 운전해야 한다.
이것은 다른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였고, 지금까지는 단 한 번도 이런 과정이 이상하다 생각하지 않았다.
문득, 한스-빌헬름의 머릿속에 지난날 펩이 이야기했던 말이 떠오른다. 당시엔 조금도 이해할 수 없었던, 꽤 신선하다고까지 느껴진 말이다.
[“일주일에 우린 최소 다섯 명의 선수를 이곳으로 보냅니다! 그리고 당신은 일주일에 100분을 손해 보게 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런 수고를 감수하는 이유는, 당신이 최고라 믿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렇게 계속 문제가 계속된다면, 당신은 그냥 시간만 좀먹는 존재밖에 되지 않습니다!”]당시 펩이 말한 100분이란, 다섯 명의 선수가 클리닉에서 훈련장까지 이동하는 시간을 말하는 것이었다.
‘100분이라.’
김다온의 발목을 점검하고 처방을 내린 뒤, 한스-빌헬름은 다시 혼자만의 시간에 빠져든다.
다시 또 시간이 흐르고.
똑똑똑-
“아버지?”
“?”
이번엔 킬리안이 모습을 드러낸다.
“식사하셔야죠.”
“아. 아직 환자가 남았네.”
“기다리라고 해요. 어차피 그 어디에서도 아버지가 하는 진료를 받을 수는 없을 거잖아요? 그런 치료를 받는 데 1시간쯤이야, 얼마든지 기다려도 되죠.”
“…….”
자식은 부모를 비추는 거울인 법이다.
한스-빌헬름은 킬리안을 보며, 가슴이 미어지고 또 약간의 고통을 느꼈다.
“먼저 먹거라.”
“네?”
“먼저 먹으라고! 난 오늘 진료를 하고, 이곳에서 따로 시켜 먹도록 하지.”
“……네. 그럼, 그렇게 할게요.”
첫 단추를 잘 끼우는 일이 중요한 이유는,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는 사실을 거의 끝에 가서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중간에는 절대로 잘못된 사실을 알 수 없다.
계속해서 단추를 끼워 나가다 보면, 마지막 순간에야 단추 혹은 홈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난 참 바보였군.”
과연 세상의 누가 그러지 않을 수 있을까?
그는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
2014년 2월 5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FC 바이에른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퍼포먼스 센터, 감독실.
“그는 갔나?”
“네. 금방 떠났습니다.”
“이런! 이 편지를 꼭 전해 주고 싶었거늘.”
“곧 돌아올 테니까요.”
“……그렇지. 잠깐?”
“네. 얼마든지요.”
바이에른 뮌헨은 지난 48시간 동안 프랑크 리베리의 부상으로 인한 실망감을 현명하게 극복했다.
펩은 우선 개별미팅을 통해 만주키치의 선발 자리를 당분간 보장해 주는 한편, 빡빡한 일정 도중에는 로테이션이 있을 수도 있다는 미리 알렸다.
이로써 뮌헨의 선수들은 좀 더 자주 같은 포지션에 출전할 확률이 높아졌고, 이는 스쿼드에 안정감을 가져올 것이다.
그리고 펩은 훈련 시간을 몽땅 할애하여, 팀워크와 팀 스포츠에 중요한 정신이 강조된 영화 시청으로 분위기를 환기시키기도 했다.
이런 노력들이 더해지며 뮌헨은 빠르게 리베리의 부상을 잊어 갔고, 이는 무척 좋은 신호였다.
“한시도 조용히 흘러가지 않는군.”
“하하. 늘 그렇죠.”
“이보게, 펩.”
“네?”
“뭐 하나 물어도 되겠나?”
“얼마든지요.”
이것은 갑자기 생각난 질문이었고, 이걸 떠올린 순간부터 루메니게는 말하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기 힘들었다.
“사람들은 이 직업이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후후. 네. 그렇죠.”
“하지만 정작 이건…….”
“네. 꽤 추하죠.”
“꽤? 그것 참 후한 표현이로군.”
펩 과르디올라는 훌륭한 축구 감독이자 천재적인 전술가였지만, 우수한 축구인은 아니다.
그는 이 세계의 어두운 면을 받아들이기엔, 많이 감정적이고 또 쉽게 상처를 받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펩은 이 세계에 대한 애정이 굉장하다.
물론 루메니게 역시 축구에 관한 애정이 크지만, 그 이유와 방법은 전혀 다른 것 같았다.
“그야, 간단하죠.”
“뭐지?”
“오히려 제가 묻고 싶군요. 대체 언제부터, 당신에게 있어 축구가 전부가 되었죠?”
“…….”
“전 아주 어렸을 때부터입니다. 제가 뛰놀던 산트페도르의 광장에선 캄노우가 보였습니다. 흙바닥에서 맨발로 축구공을 가지고 놀며, 저는 항상 그곳에서 뛰는 절 상상했죠. 그리고 그 꿈을 위해 달리다 보니, 어느새 이렇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종종 축구 선수와 감독들 또한, 그저 직장에서 업무를 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잊어버린다.
이것은 아마도 이들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와 이들이 거머쥘 수 있는 엄청난 부와 명예 때문이겠지만, 어쨌든 이들 역시 직업을 가진 사람들 중 하나다.
그저 그 직업이 축구라는 것뿐.
“저는 이 세계에서 만나고 또 알게 된 사람들과 살아가는 게 좋습니다. 물론 그것들이 절 힘들게 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침에 눈을 뜨면, 저는 그 힘듦을 기꺼이 감수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전 이미 이 일에 중독이 되었으니까요.”
“……그래. 알 것도 같군.”
“그 역시 알아 가고 있는 과정일 겁니다. 또 중독되어 가는 과정이겠죠. 아마…….”
“아마?”
자리에서 일어선 펩 과르디올라가 루메니게를 위해 술잔을 채운다. 그리고 오후 훈련 때문에 마실 수 없는 자신은 물잔을 손에 쥐었다.
그리곤, 다시 말을 이어 간다.
“우린 이곳에서 친구를 사귑니다. 때론 적들이 생기기도 하고 친구에서 적으로 적에서 친구로, 계속해서 관계가 복잡하게 변하기도 하죠. 하지만 분명한 건, 그것이 이미 우리가 사는 세상 속의 일이란 겁니다. 그러다 보면, 우린 누군가를 떠나보낼 때도 있습니다. 저도 몇몇 슬픈 기억이 있군요.”
“그래. 나도 그러하네.”
“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딛고 나면, 우린 조금 더 성숙해집니다. 그리고 이 직업에 대해 생각하게 되죠. 그러다 보면, 이것이 우리의 세상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그도 그럴 거라고 보나?”
“하하. 글쎄요.”
펩은 그러기엔 그가 너무 어리다고 했다.
“제가 스무 살 땐, 그저 이기고 싶은 마음이 전부였습니다.”
“나도 그랬던 것 같네.”
“네. 그거면 충분하죠. 승리에 목이 마르다는 건, 그가 잘 가고 있다는 신호니까요.”
루메니게는 펩 과르디올라에게, 오늘 오전 전 세계를 강타한 어떤 소식 하나로 인해 생각이 많아졌을 뿐이라고 말한다.
과연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으며, 또 무엇을 위해 열심인가를 떠올리게 되었다면서.
“네. 저도 그렇습니다.”
“그렇군. 그럼 됐네.”
“네. 잔을 다 비우고 가시죠. 전 계속 노트를 조금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게나.”
펩 과르디올라가 펜을 움직이며 생기는 소리가 고요한 감독실의 안에서 조용히 울려 퍼지고 있다.
그리고 잔을 손에 쥔 루메니게는, 고개를 숙여 다른 손에 쥔 편지 봉투를 바라본다.
‘편히 쉬시길.’
오늘 오전, 축구계의 위대한 인물이 삶을 마감했다.
***
독일 상공(Over Germany).
“……?”
“자기. 괜찮아?”
위잉거리는 비행기의 엔진 소리와 함께, 난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그리곤, 날 걱정하는 아영이를 끌어당겨 그녀의 머리를 어깨로 가져갔다.
“난 괜찮아.”
“……응.”
에우제비우 선수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은 건, 오전 훈련이 막 끝났을 때였다. 라커룸에 두었던 휴대폰에, 수십 개의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던 거다.
난 곧바로 펩의 사무실로 뛰어 올라갔고, 마찬가지로 소식을 접한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가 보란 손짓을 보냈다.
고맙다는 말을 제대로 하지도 못한 채, 그렇게 곧장 집으로 돌아와 정신없이 옷을 갈아입었다.
“정말 같이 안 가도 되는데.”
“어떻게 그래? 그래도 내가 있어야지.”
연극 연습을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쉬고 있던 아영이는, 내 이야기를 듣곤 함께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난 그걸 보며 괜찮다고 만류했다.
며칠 머물 것도 아니고, 오늘 에우제비우 선수의 빈소를 찾은 뒤 밤에 다시 비행기를 타고 독일로 돌아올 예정이라, 무척 피곤한 일정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영이는 그럴 수는 없다면서 고집을 피웠다. 내가 힘들 때, 곁에 있어 줘야 한다면서 말이다.
사실, 그렇게까지 힘든지는 모르겠다.
조금 슬프기는 하다.
“좋은 분이셨어?”
“응. 그랬던 것 같아.”
“그랬던 것 같다구?”
“응. 몇 번 만나지는 못했어. 그렇지만, 우린 좋아하는 게 같았어. 소중하게 여기는 게 같았어.”
축구와 벤피카.
그분과 날 묶은 두 개의 공통점이다.
“멀리에서 슬퍼만 하는 건 어쩐지 아닌 것 같았어. 오후 훈련에 빠지게는 됐지만, 나한텐 이게 더 중요해 보였어. 그리고 펩도 잘 이해해 줬고.”
“응.”
실은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내가 무슨 기분이고 또 잘 하고 있는 것인지도 잘은 모르겠다.
그저 벤피카와 관련된 일이라 마음이 먼저 반응을 했고, 마음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다 보니 어느새 비행기 안에 올라타 있었다.
“그리고 있지.”
“응?”
“장례식에 가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
“피이- 바보야. 나 없으면 어떻게 할 뻔했냐?”
“그러게. 그러네.”
“멍충이.”
말은 이렇게 해도, 아영이는 날 꼬옥 안아 주고 있었다.
그러자 내 마음은, 아주 많이 괜찮아졌다.
난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새파란 하늘 아래로, 하얀 구름만 두둥실 떠 있다.
‘지금 뵈러 갈게요.’
다시 한번, 비행기의 엔진 소리가 귀를 때려 온다.
위이이잉-
***
[포르투갈 축구의 위대한 전술 에우제비우, 71세의 나이로 타계하다. – Voanews] [포르투갈과 벤피카의 레전드인 에우제비우. 구트만의 저주를 끊어 낸 이듬해 사망하다. – 인디펜던트] [포르투갈의 영웅 에우제비우, 사망. – 데일리 메일] [벤피카는 에우제비우를 애도하기 위해 이스타디우 다 루스를 개방했다. 위대한 전설을 추모하기 위한 팬들이 지금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다. – ITV] [모든 일정을 중단한 벤피카. 벤피카의 선수단과 보드진 및 프런트 인원 모두, 빈소를 방문할 예정이다. – A Bola]***
작가의 말 ? 이게 수치가 떨어지면 눈이 거의 안 보이고 기력이 없어집니다.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거라 휴식을 하면 회복이 됩니다. 걱정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2013/14시즌 당시 뮌헨은 부상 병동이었습니다. 극 중에서 전개되는 부상의 진행은 실제 선수들의 부상 빈도와 같습니다.
그리고 에우제비우 선수는 실제론 2014년 1월 5일에 돌아가셨습니다만, 극 중 전개를 위해 한 달을 늦췄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