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29)
328화
1500-313 포르투갈, 리스본. 에우제비우 다 시우바 페헤이라 거리. 이스타디우 다 루스.
에우제비우 선수의 빈소(殯所)는 다름 아닌 벤피카의 경기장이었다. 생전에 자신이 죽으면 이곳에 빈소를 차려 달라 하셨다고 하던데, 난 그 마음이 이해가 됐다.
오늘 이곳엔 만 명이 훌쩍 넘는 사람들이, 에우제비우 선수를 추모하기 위해 모였다.
“편히 쉬세요.”
잠들어 계신 에우제비우 선수의 표정은 무척이나 평온해 보였다.
그리고 그 때문에, 내 마음은 조금 나아졌다.
“여사님.”
“오우- 당신이네요.”
“조금 어떠세요?”
“후후. 그래도 생전 소망은 풀고 갔잖아요. 그것 때문에 당신에게 무척 고마워했었죠. 죽기 전까지는 가끔 당신이 뛰는 경기를 보면서 손뼉을 치며 좋아했어요.”
“……네.”
우리가 알게 된 시간은 매우 짧고 만난 횟수 역시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나는 꽤 그분을 좋아했다. 그리고 그분 역시 날 많이 아꼈다는 것도 안다.
유로파 우승 이후 에우제비우 선수가 입원한 병원에서 대화를 나누었을 땐, 꼭 할아버지를 만난 기분이기도 했다.
그래서 조금 더 자주 연락을 드리지 못했던 것이 후회됐다. 한 달에 한두 번이 아니라, 그보다 더했어야 했나 싶었다.
“충분했답니다. 당신도 바빴잖아요.”
“그렇게 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호호호.”
생각보다, 플로라 여사님은 괜찮아 보인다.
물론 눈과 표정엔 슬픔이 가득했지만, 그래도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더 나았다.
“당신의 여자친구네요. 그렇죠?”
“네? 아, 네.”
고개를 돌린 플로라 여사님은 아영이를 보고 있다.
그녀는 지금, 의자에 홀로 앉아 있었다.
“어서 가 봐요. 사랑하는 사람을 홀로 두면 안 되죠.”
“…….”
이런 말을 해도 되는 걸까?
난 잠깐 궁금했지만, 결국은 참지 못했다.
“저분은, 여사님을 정말로 사랑하셨어요.”
“?”
“두 분 이야기를 해 주셨었거든요.”
“그래요. 저도 잘 안답니다.”
플로라 여사님의 미소를 보며 난 뭔가를 더 말하고 싶었지만, 얼른 돌아가 보라는 말에 어쩔 수 없이 걸음을 옮겨 다시 아영이의 곁으로 다가왔다.
[좀 어떠셔?] [모르겠어.] [응?] [모르겠어. 저게 어떤 기분일지. 만약 내가 가족이나 아니면 자기를 떠나보낸다면 어떤 기분일까?] [……그런 생각 하지 마아-] [응. 그럴게.]계속해서 조문이 이어지는 가운데, 얼마 남지 않은 행렬이 끝나고 나면 비로소 장례가 시작될 것이다.
에우제비우 선수가 묻힐 곳은 이곳 이스타디우 다 루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인근의 언덕이었다. 포르투갈 정부와 리스본 시(市)는 이미, 그곳을 따로 매입해 둔 상태다.
꽤 오래전부터, 저곳은 에우제비우 선수만을 위한 공간이었다.
얼마 뒤, 작은 북소리와 함께 바이올린 소리가 들려왔다.
포르투갈 전통의 장례식 노래인데, 제목은 잘 모른다.
난 아영이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섰고, 곁에 있는 그녀와 손을 꼭 잡은 채 에우제비우 선수가 떠나는 길을 지켜봤다.
그리고 내 재킷의 주머니 속엔.
[꼭 왕이 되게나. – 에우제비우]에우제비우 선수가 날 위해 남겨 둔, 짤막한 글귀가 적힌 메모가 들어 있었다.
***
[벤피카를 떠난 선수들 중, 다온만이 유일하게 이스타디우 다 루스를 찾아주었다. – Zerozero]***
.2014.02.08. 경기결과(Bundesliga 20R)
뉘른베르크 0 : 3 바이에른 뮌헨
[골] 마리오 만주키치 : 전반 18분(데이비드 알라바)필리프 람 : 후반 04분(마리오 만주키치)
토마스 뮐러 : 후반 24분(김다온)
김다온 ? 95분 출전(1어시스트/평점 2.5)
MoM ? 마리오 만주키치(1골 1어시스트/평점 2.0)
[키커 역사상 최장기간 분데스리가 최소 평점 3.0을 받은 김다온. – 쥐트도이체 차이퉁/2014.02.09.(오전)]***
.2014.02.12. 경기결과(DFB-포칼 8강)
함부르크 0 : 5 바이에른 뮌헨
[골] 마리오 만주키치 : 전반 22분(마리오 괴체), 후반 29분(마리오 괴체), 후반 31분(김다온)단테 : 전반 26분(토니 크로스)
아르연 로번 : 후반 09분(토니 크로스)
김다온 ? 94분 출전(1어시스트)
***
2014년 2월 13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FC 바이에른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퍼포먼스 센터, 제1 연습구장.
지난 8일부터 시작된 빡빡한 일정으로 인해, 펩은 다시 로테이션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린 23일까지, 최소 사흘 간격으로 경기를 치러야 한다.
그리고 모레 경기에선 만주키치가 경고 누적으로 인해서 뛸 수 없다.
“A팀이다! 피사로! 샤키리! 뮐러! …….”
아직 선발명단이 확실하게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다음 경기에선 꽤 많은 이들이 로테이션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우리에게 중요한 대회는 19일에 있을 아스날과의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이기에, 체력을 보존하고 컨디션을 조절하는 일은 무척 중요한 부분이었다.
물론 나야 결장 없이 뛸 생각이다.
요즘 몸 컨디션은 정말이지…….
촤—-악!!
“윽-!!”
“이봐아아-!!!”
훈련이 한창 진행되는 과정에서, 판 바위턴의 무리한 태클이 있었다. 거기에 걸려 넘어진 사람은 아르연 로번이었고, 순간 연습장에 긴장감이 내려앉았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부상은 아닌 것 같다.
일어난 로번이 무릎을 턴다.
‘휴우- 깜짝 놀랐네.’
올 시즌 우리 바이에른 뮌헨은 마치 교대근무를 하는 것만 같았다. 한 사람이 회복되어서 돌아오면, 다른 한 사람이 다쳐서 떠나기를 반복했다.
지난 포칼에서 하비 마르티네스가 드디어 명단에 포함되었고, 모레는 바스티도 명단에 낄 확률이 높다.
거기에 최근 제르단 샤키리가 폼을 잔뜩 끌어올리면서, 팀 전력이 두터워졌다는 이야기도 듣고 있다.
분데스리가 무패 기록이야 말할 것도 없다.
요즘은 도통, 패배할 것 같지 않다.
삐?익!!
“좋아, 그마안-!! 모두 정비를 하고, 오후에 다시 시작하지!!”
부에나벤투라와 함께한 회복 훈련을 겸한 세션이 끝나고, 난 동료들과 함께하는 대신 피치에 조금 더 남는 것을 택했다.
“뭐야? 오늘도야?”
“응. 금세 갈 거야.”
“이런! 열심인 것도 좋은데, 너무 혹사하지는 말라고. 일정이 일정이잖아. 알지?”
“그래.”
단테의 걱정을 대충 흘려들으며, 난 그라운드 한쪽으로 가 축구공을 모았다.
이번에 리스본으로 돌아온 뒤부터 생긴 루틴이라고 보면 되겠다.
왼쪽 코너 플랫에서 코너킥을 30개. 그리고 오른쪽으로 이동해 다시 코너킥을 30개. 마지막으로 페널티아크 주변으로 가 슈팅 40개를 더한 후에 훈련을 마무리했다.
대략 한 시간 정도가 걸렸는데,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의외로 조금 운동이 된다.
퍼엉-!!!
“후우-! 다 했다.”
천천히 걸음을 옮겨 골대 안에 가득 있는 축구공을 주워 담으려고 할 때쯤, 언제나처럼 한쪽에서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 마-!!”
“하하. 별것도 아닌걸요!”
“그만-!! 가만히 있어!!”
개인 훈련을 위해 정해진 시간 외에 별도로 그라운드를 썼다면, 우리가 직접 치워야 하는 게 기본적인 뮌헨의 규칙이다.
이는 벤피카에서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여기엔 이런 날 가만히 못 두는 사람이 있다.
“내가 펩에게 혼난다고.”
“제가 말했다고 했잖아요. 그도 이해했다고요.”
“그건 알지만,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돼.”
내가 개인 훈련을 시작하고 이틀째가 되었을 때, 이를 알아챈 펩이 스태프 중에 한 사람에게 정리 정돈을 도우라는 이야기를 했다.
바로 여기에 있는 군나르 알비커(Gunnar Albiker)라는 사람 좋은 남자가 그 주인공이다.
바이에른 뮌헨의 모든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인기가 참 많은 사람이었다.
“그럼 같이 치워요. 그건 되죠?”
“이런! 나중에 펩에게 꼭 말해야 해.”
“하하하하. 그게 걱정돼요?”
“왜 아니겠어? 그는 무서운 사람이라고!”
가끔.
아니. 생각보다 훨씬 더 자주 접하게 되는 사실인데, 내가 아는 펩 과르디올라와 어떤 사람들이 아는 펩 과르디올라는 전혀 다른 사람인 것 같다.
“그런데 말이야.”
“네?”
“뭐 하나만 묻자. 왜 갑자기 이러는 거야?”
“왜요? 당신을 귀찮게 해서요?”
“뭐, 그것도 있지만 말이야.”
“큭큭큭큭. 그럴 줄 알았죠.”
농담을 주고받는 시간이 끝난 뒤, 난 속에 있는 말을 했다.
군나르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니까.
“어떤 분께 부탁을 받았거든요.”
“뭐? 연습을 해 달라고?”
“아뇨. 왕이 되라고요.”
“……잠깐만. 지금 내가 들은 게 맞아? 왕?”
“넵. 자! 정리 끝났어요. 그럼 전 이만 가요.”
“어? 어-! 이봐-! 잠깐! 잠깐만 기다려!!”
“배고파 죽을 것 같아요, 군나르!! 다음에 또 치우러 올 때 대화를 하자고요!!”
코너킥이나 슈팅을 조금 더 찬다고 해서 왕이 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방법을 모르는 나로선, 조금이라도 더 열심히 하는 것밖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물론 이것 때문에 펩을 걱정하게 만들고 군나르에게 애꿎은 일을 하나 더 안겨 주었지만, 조금은 신세를 져 볼까 한다.
‘이럼 될 거예요. 그렇죠?’
퍼포먼스 센터로 들어서기 전, 난 파란 뮌헨의 하늘을 올려다보며 싱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
[2014년 3월 5일. 아테네에서 그리스와 평가전이 확정된 대한민국 대표팀. – OSEM/2014.02.14.(오후)]***
2014년 2월 15일. 80939 뮌헨, 독일. 베르너-하이젠베르크-알리 25. 알리안츠 아레나.
·전반 45분
바이에른 뮌헨 4 : 0 프라이부르크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뮌헨/상대팀) : 4-2-3-1/4-4-2(D6)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올리보 바우만
RB ? 김다온 / RB ? 올리보 조그
CB ? 하비 마르티네스 / CB ? 임마누엘 횐
CB ? 단테 / CB ? 파벨 크르마스
LB ? 디에고 콘텐토 / LB ? 크리스티안 귄터
DM ? 토니 크로스 / DM ? 마티아스 긴터
DM ? 필리프 람 / DM ? 겔손 페르난데스
RAM ? 아르연 로번 / RAM ? 조내텅 슈미드
LAM ? 제르단 샤키리 / LAM ? 펠릭스 클라우스
SS ? 토마스 뮐러 / ST ? 블라디미르 다리다
ST ? 클라우디오 피사로 / ST ? 아드미르 메흐메디
.
.
VfB 슈투트가르트가 후반기 개막전에서 보여 준 대(對) 바이에른 뮌헨 전략은, 뮌헨을 제외한 남은 17개 팀에게 유레카를 외치도록 만들었다.
페널티 박스 안에 숫자를 채우는 방법에서부터 시작해, 역습을 전개하는 과정 모두가 먹혀들어 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일각에서는 단순히 그날 뮌헨의 컨디션이 좋지 못했을 뿐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프랑크푸르트와 뉘른베르크 또 DFB-포칼 컵에서 함부르크를 대파한 것을 예로 들면서 말이다.
그리고.
‘컨디션이 나빴던 거군.’
SC 프라이부르크의 감독 크리스티안 슈트라이히는 그런 이야기가 옳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는, 손에 쥔 전술 메모를 쳐다본다.
거기엔 VfB 슈투트가르트가 보여 준 전술에 관한 짤막한 문장들과 축약한 글자들이 적혀져 있었다.
“빌어먹을.”
결국엔 휴지 조각일 뿐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슈트라이히가, 공들여 작성한 메모를 구겨 바닥에 버려 버린다.
힘없이 떨어져 내리던 종이가 바람에 휘날려 어디론가 날아가고, 그것에 개의치 않은 슈트라이히는 오늘 프라이브루크의 전술을 와해시킨 한 남자를 쳐다봤다.
그제야, 이 남자는 중요한 사실을 깨닫는다.
‘그는 알고 있는 거야.’
축구 전술에 있어 포메이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만약 이런 질문을 축구인들에게 한다면, 90% 이상이 10%도 채 되지 않는다고 말을 할 것이다. 과거라면 이야기가 많이 달랐겠지만, 현대 축구에서 포메이션은 그저 숫자일 뿐이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경기가 역동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누가 어떠한 위치로 이동하느냐에 있다.
예를 들어 오늘 프라이브루크의 경우, 젝서(Sechser/DM)의 자리에 한 명의 수비형 미드필드와 한 명의 센터백을 배치시키는 선택을 했다.
그리고 오른쪽 풀백 조내텅 슈미드(Jonathan Schmid)를 윙어로 포진시켰고, 투톱을 구성한 두 사람은 세컨스트라이커와 중앙 미드필드의 임무가 적합한 이들이다.
이것을 종합해 보면, 프라이부르크가 어떠한 축구를 하려는지를 대략적으로 추론해 볼 수 있다.
상대는 리그 최고의 팀인 바이에른 뮌헨.
게다가 원정 경기.
크리스티안 슈트라이히는 수비 시 두 명의 젝서 중 하나를 센터백으로 만들면서, 조내텅 슈미드를 낮은 위치로 이동시켜 측면과 중앙을 동시에 커버토록 했다.
그리고 겔손 페르난데스가 최종 수비라인을 보호하는 동안, 블라디미르 다리다가 투톱을 이룬 펠릭스 클라우스(Felix Klaus)와 아드미르 메흐메디에게 볼을 배급할 준비를 한다.
슈트라이히는 자신의 선수들에게, 뮌헨의 공세를 끊어 내자마자 다리다에게 무조건 패스를 보내라고 지시를 내렸다.
남은 것은 역습을 진행할 두 명의 공격수에게 모든 걸 맡기면 되었다.
‘분명 그렇게 되었어야 했어.’
전반전 5분이 될 때만 하더라도, 슈트라이히는 자신의 구상한 대로 경기가 흘러갈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어떤 선수가 프라이부르크의 가장 취약한 지점에 자리를 잡고 공격 작업에 적극 가담하면서부터, 팀의 전형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특정 위치에 선 이가 거슬렸던 파벨 크르마스(Pavel Krmas)와 크리스티안 귄터가 연습했던 위치로 이동을 하지 못했고, 결국 그곳으로 피사로가 파고들어 커다란 균열을 일으켰다.
첫 번째 실점의 계기가 된 코너킥이 만들어진 상황이라든가 8분 간격으로 터진 샤키리의 연속 골 역시, 같은 지점으로 볼이 투입이 되면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삑-! 삐-익!! 삐이이이익-!!!
전반전의 끝을 알리는 휘슬이 울리고, 한참 동안 김다온을 쳐다보던 슈트라이히가 고개를 숙이고 얼른 발걸음을 옮긴다.
바이에른 뮌헨으로 VfB 슈투트가르트 방식의 4-4-2(D6)를 택하는 건 아무런 효과가 없다. 차라리 그럴 바에야, 본인들이 가장 잘하는 것을 택하는 편이 낫다.
물론 프라이부르크는 시즌 내내 4-4-2(D6)를 주요 전술로 택하고 있긴 했다.
하지만 말했듯 중요한 건 어떠한 위치로 선수를 이동시키느냐고, 그런 의미에서 오늘 프라이부르크의 전술은 기존의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오히려 오늘 프라이부르크의 전술은 어떠한 의미에서 벤피카가 FC 바르셀로나를 상대할 때의 것과 닮아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주요한 선수로 활약한 김다온은, 프라이부르크가 어떻게 움직일 것이며 어떤 위치가 취약한지를 몽땅 알고 있는 듯했다.
‘쓰라리군.’
축구 감독에게 있어 대패보다 더욱 뼈아픈 것은, 자신이 택한 전술이 팀을 나쁜 상황으로 몰고 가는 일이다.
더욱이 오늘은, 둘 다에 해당된다.
전반전에만 네 골이 뒤진 채 맞이하는 하프타임, 라커룸에서 본 프라이부르크의 선수들은 완전히 전의를 상실한 표정이다. 그리고 감독으로서, 슈트라이히는 책임감을 느낀다.
“내 실수다. 내가 너희를 나쁜 곳으로 몰고 갔어.”
슈트라이히는 결코, 책임을 미루는 남자가 아니다.
그는 누구보다 선수들을 아낀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마지막까지 당당하게 맞서는 거다! 승패는 잊어라! 우리가 어떤 축구를 할 수 있는지를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 주자!”
축구란 감독이 구상하는 전술과 그것을 파괴하는 크랙(Crack). 그리고 그것마저도 뛰어넘는 무언가가 뒤섞인 지상 최고의 스포츠다.
***
·후반 17분
바이에른 뮌헨 4 : 0 프라이부르크
이쯤 되면, 사람들을 설득해 한국에서 용하다는 무당을 불러와 굿이라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지금으로부터 대략 일 분여 전, 샤키리가 쓰러졌다.
그리곤 그때부터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종아리 부근을 부여잡은 샤키리는 괴로워하고 있었고, 이미 오래전에 킬리안이 교체 사인을 벤치에 보냈다.
“후우~ 진짜…….”
금방은 어떠한 충돌도 없었던 상황에서 나온 부상이라 더욱 심각해 보였다. 샤키리는 이미 종아리 근육이 찢어지는 부상으로 7주를 쉬었다.
지금은 부위가 조금 다르기는 했지만, 부여잡은 곳이나 치료하는 상황을 보면 비슷한 부상인 것 같다.
바로 저런 부분 때문에 펩이 샤키리에게 웨이트트레이닝을 줄이라고 한 것이다. 타고난 육체가 아닌 이상, 불필요하게 많은 근육은 축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힘을 쓰는 근육과 축구에 필요한 근육은 엄밀하게 다른데, 샤키리는 무작정 몸을 불리는 데 집착하고 있다.
축구는 90분 동안 8~12km 정도를 움직여야 하는 역동적인 스포츠인데, 근육이 지나치게 많게 되면 뼈나 인대가 근육의 무게를 버텨 내지 못한다.
결국 그렇게 되면, 몸은 움직인다.
뼈나 인대에 가하는 부담을 줄이고자 근육에 스프린트를 반복하면서 오는 충격을 전달시키는데, 뼈나 인대보다 근육은 연약하기에 쉽게 찢어지거나 통증을 느낀다.
이런 말은 좀 그렇지만, 자업자득인 셈이다.
물론, 내 마음은 몹시 좋지 못하다.
“힘내. 잘 견디라고.”
“……그래.”
들것에 실려 나가는 샤키리를 향해 위로와 격려를 보낸 뒤, 난 옆으로 움직여 물병을 하나 집어 들었다.
그러자 펩이 다가와 지시를 내렸다.
“저들의 축구가 바뀌었어.”
“네. 그런 것 같아요.”
“조금 더 측면으로 벌려 줘. 로번이 공간을 얻을 거야.”
“네. 바스티는요?”
“그가 이제부터는 체너야. 뮐러가 왼쪽으로 가.”
정보는 충분히 전달을 받았고, 나는 프라이브루크의 축구가 어떤 것인지도 잘 알고 있었다. 전반전은 벤피카의 것과 비슷했고, 지금은 전반기와 완전히 똑같다.
그러니 측면으로 빠져 주면서 상대 풀백을 끌어들이게 되면, 토니나 바스티가 로번에게 패스를 넣어 줄 거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주효했다.
삑-!! 삐?익!!
“그러췌에-!!”
프라이부르크의 넓어진 수비 사이로 드리블을 한 아르연 로번이, 멋지게 파고들어 클라우디오 피사로에게 어시스트 패스를 전달한 것이다.
로번의 개인기가 빛난 장면처럼 보이겠지만, 팀의 전술적 변화가 만들어 낸 장면이다.
물론 아르연 로번과 같은 월드클래스급 선수가 있기에 가능한 전술이긴 했다.
‘이래서…….’
이래서 세계 최고의 팀에서 뛰고 싶은 거다.
동료의 수준이 높을수록, 나 역시 더욱 수준 높은 축구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내겐 무척 큰 즐거움이다.
‘헤헤. 사랑해.’
수비 자리로 돌아가던 중, 아영이를 발견한 나는 양손을 들어 올려 하트를 만들었다. 그러자 아영이 역시 같은 것을 보내 줬고, 그 순간 정말 재미있는 풍경이 펼쳐졌다.
“엥?”
아영이의 주변에 있던 독일분들이, 지금 우리가 만든 것과 똑같은 손 모양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인 것이다.
확실히 전에, 내 행동이 화제가 됐다고 들었다.
“하하. 재미있네.”
그래서 난 이번엔, 양손을 머리 위로 가져가 조금 더 큰 하트를 만들어 보였다.
이는, 아영이와 그 주변 모든 사람에게 보내는 것이었다.
.
.
·경기 결과
바이에른 뮌헨 6 : 0 프라이부르크
제르단 샤키리 : 전반 34분(클라우디오 피사로), 전반 42분(토니 크로스)
하비 마르티네스 : 전반 45분(김다온)
클라우디오 피사로 : 후반 27분(아르연 로번), 후반 43분(마리오 괴체)
김다온 ? 96분 출전(1어시스트/평점 2.5)
MoM ? 제르단 샤키리(2골/평점 2.0)
***
[키커 지(紙) 최초, 20경기 연속 최소 평점 3.0 이하. DA-ON. Wunderbar!! – 베스트도이체 알게마이네 차이퉁] [EIN SCHONER MANN. – TZ(김다온이 하트 모양을 만들고 있는 사진을 함께 게재하며)]***
작가의 말 – EIN SCHONER MANN은 사랑스러운 남자로도 해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