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31)
330화
(개리 탭하우스) – Sky Sports Pre Game Show 호스트
“이제 대략 30분 정도가 남았군요. 아스날과 바이에른 뮌헨. 바이에른 뮌헨과 아스날의 챔피언스 리그 Last 16의 First Leg입니다. 이런 홈&어웨이 방식의 토너먼트에서 1차전이 가지는 의미란 상상을 초월할 정도죠.”
(개리 네빌) – Sky Sports Pre Game Show 패널
“U.K의 팬들이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번 승부는 사실상 체급 차가 있어요. 바이에른 뮌헨이 우위에 있습니다. 의심할 여지없이, 그들이 더 강한 팀이죠.”
(토니 존스) – Sky Sports Pre Game Show 패널
“때때로, EPL의 팬들은 우리가 가장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말은 어느 정도 옳아요. 하지만 냉정하게 판단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은 아스날에 힘든 경기가 될 겁니다.”
(개리 네빌)
“더구나, 뮌헨이잖아요.”
***
·경기 시작 05분 전
아스날 0 : 0 바이에른 뮌헨
준비는 되었고 인사 따위는 없었다. 아스날에 페어 메르데자커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의 이런 분위기는 오늘 시합의 중요성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1995년생의 어린 세르주 그나브리(Serge Gnabry)가 잠깐 활달하게 굴긴 했지만, 그것 외엔 여긴 온통 긴장감이 가득했다.
개인적으론, 무척 마음에 든다.
전의가 절로 다져진다.
“후우~”
이곳은 내가 지금껏 밟아 보지 못한 무대다.
그렇기에 유로파 리그 결승무대나 작년 FC 포르투와 리그 우승을 두고 다퉜던 경기보다 더 긴장이 됐다.
그리고 이런 긴장감은 진행 요원의 커다란 목소리와 챔피언스 리그의 테마, ‘Ligue Des Champions’가 들려오기 시작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이어졌다.
긴장한 티를 내지 않으려 애써 덤덤하게 있어 보았는데, 이게 더 어색하게 보일지는 잘 모르겠다.
.
(배정세) – SBS Sports 아나운서
“아- 김다온의 모습이 보이고 있습니다. 커리어 첫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 무대입니다.”
(정지현) – SBS Sports 해설위원
“김다온 선수. 대한민국 최초이자 아시아 대륙 최초의 골든 보이. 팀은 바이에른 뮌헨. 커리어야 이미 말할 것도 없지 않습니까? 츄에~근의(최근의) 폼도 상당하고요. 오늘도 아스날을 만나게 되었지만, 활약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맹활약을 펼치지 않을까란 기대도 조금 있습니다.”
(배정세)
“벤피카의 은사인 조르제 제수스는 언젠가 김다온이 말디니와 같은 평가를 받을 거라고 했습니다. 저희도 물론 그런 날이 오길 바라고 있습니다.”
.
올리비에 지루(Olivier Giroud)를 대신하여 야야 사노고(Yaya Sanogo)가 선발로 출전했다는 것을 제외하면, 오늘 아스날의 라인업은 예측이 가능한 범주 내에서 이뤄졌다.
그리고 홈경기인 만큼 초반에 밀어붙이는 기세가 대단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 점을 우린 잘 대비해야 할 것이다.
“헤이. 굿 게임. 헤이.”
포토타임에 이어 악수를 교환하는 시간이 지나고, 마지막에 선 메수트 외질을 지나친 나는 가볍게 스프린트를 하여 오른쪽 풀백 포지션으로 들어섰다.
오늘 팀의 접근 방법은 기존의 것과 전혀 다를 것이 없다.
포백 라인을 하프라인 바로 앞까지 끌어 올리고, 양쪽 풀백은 시시때때로 윙어의 포지션까지 이동한다. 로번과 괴체가 중앙으로 좁혀 줄 것이기에, 공간이 많이 빌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러는 동안, 중원을 구성한 세 사람은 단단히 포지션을 유지한 채 다방면으로 뛰어 줘야 한다.
아스날의 빌드업과 공격 방향 선택에 따라, 중원과 측면을 오가며 다양한 곳에 힘을 보탠다.
오늘만큼은 만주키치도 펩에게 요구받던 공간 창출의 역할을 버리고, 본래 그가 좋아하는 포스트-플레이를 훨씬 더 많이 할 수 있을 것이다.
[“전반전은 측면이야. 넌 라떼랄에서 시작하지만, 결국은 엑스트레모야. 그리고 언제든 델란테로까지 올라가도 돼.”]이것은 내가 펩에게 전달받은 지시사항이다.
나는 작년 12월 펩이 독일어로 전술을 표현하는 데에 한계를 느낀다는 푸념 아닌 푸념을 전해 듣곤, 티아고에게 부탁해 스페인의 표현 방법을 배웠다.
그 결과 독일에서 말하는 젝서(Sechser/DM)와 아흐터(Achter/CM)가 스페인에선 메디오 센트로(Medio Centro)라는 말로 통일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체너(Zehner/AM)를 메디아푼타(Mediapunta)로, 인사이드 포워드를 인테리오(Interio). 윙어의 역할을 두 개로 쪼개어 각각 엑스트레모(Extremo)와 델란테로(Delantero)로 구분짓는다는 것 역시 배울 수 있었다.
그러면서 스페인이 축구를 포메이션이 아닌 포지션 그 자체로 바라본다는 것도 알 수 있었는데, 스페인 특유의 정교함과 전문성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어쨌든 그 모든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나서, 나는 며칠 전 처음으로 펩과의 대회에서 이런 용어를 사용했다.
[“저기, 펩.”] [“그럼 제가 인테리오인가요, 아니면 엑스트레모인가요?”]인테리오는 쉽게 말해 10번(AM)과 측면의 사이 공간에서 움직이는 선수를 의미한다. 그리고 엑스트레모는 중앙으로 침투하지 않고 사이드라인 공간을 활용하는 선수를 뜻한다.
로번을 예로 들었을 때, 그가 오른쪽에서 뛸 때는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인테리오가. 왼쪽에서 뛸 때는 사이드라인을 따라 움직이는 엑스트레모가 되는 것이다.
펩을 놀라게 해 줄 생각으로 이 말을 했을 때, 난 매우 커다란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눈이 동그랗게 떠진 그는 이내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어디에서 그런 것을 배웠냐고 말했다.
그래서 난, 티아고에게 배웠다고 답했다.
[“하하. 그렇군! 그럼 앞으로가 더 쉬워지겠어.”]펩은 축구를 절대 포메이션으로 보지 않는다. 극단적으로 말을 하자면, 그는 그저 공격에 몇 명 수비에 몇 명을 두는 감독이라고 할 수 있다.
진정으로 펩이 바라는 건 경기가 진행되며 선수들이 어떠한 역할을 소화해 내느냐에 있었고, 그런 시각으로 축구를 바라보자 난 꽤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내가 중앙에서 했던 역할은 메디오 센트로(CM)였고, 그 영역이 메디아푼타(AM) 자리와 겹쳤던 것뿐이다.
그리고 측면에선 늘 엑스트레모이기 보다는 인테리오일 때가 많았다.
‘후우- 시작은 라떼랄.’
라떼랄(Lateral)은 포메이션 상 윙백의 위치를 의미한다.
폭넓게 풀백까지 커버한다고도 표현할 수 있겠지만, 이는 뮌헨처럼 측면 수비수의 위치를 높게 올려두는 팀에 훨씬 더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스페인식 표현으로는 풀백을 정의할 수 없다.
그래서 다양한 표현을 알아 두는 게 중요하다.
어쨌든 펩의 지시를 해석하자면, 결국 난 윙백 포지션에서 경기를 시작하지만 공격을 할 땐 측면으로 넓게 벌려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유는 아스날이 EPL의 팀치고는 연약했기 때문인데, 우린 상대를 많이 뛰게 하는 한편 거친 몸싸움을 유도하여 상대의 힘을 빼 놓을 생각이다.
그리고 어차피 괴체와 로번이 인테리어와 델란테로(FW)의 위치로 움직여 줄 것이기에, 비게 되는 측면을 자연스럽게 채워 준다는 의미도 있다.
내가 지난 준비가 재미있었다고 했었던가?
바로 이런 것 때문이다.
축구의 새로운 면.
삐—익!!
이것을 생각하는 동안, 어느새 긴장감은 저 멀리로 사라져 버렸다. 주심의 휘슬이 울리며 볼이 뒤쪽으로 돌아왔고, 난 보아텡에게 패스를 받은 뒤 곧바로 앞을 쳐다봤다.
뒤로 넓게 움직여준 티아고가 패스를 받으러 내려왔고, 난 숫자 싸움에서 +1이 된 그에게 볼을 보냈다.
‘좋아. 그럼.’
축구팬들도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볼이 움직이는 공간에서 점유한 측이 삼각형을 만들어 주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하지만 어떤 선수들은 피치를 입체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삼각형을 만들기 위해 자신이 어떤 장소로 이동해야 하는지를 알지 못한다.
사실 절반 이상의 선수가 그렇다고 봐야 하는데, 훈련에 훈련을 거듭하고 나서야 그걸 이해할 수 있다.
그렇기에 훈련은 중요하다.
‘가자!’
이건 준비된 전술이다.
바이에른 뮌헨의 4-1-4-1 혹은 오늘과 같은 4-3-3에서, 측면 공격수는 언제나 측면에서 중앙으로 좁힌다. 흔히 아는 잉글랜드 식 표현으론, 인사이드 포워드다.
하지만 펩식(式)으로 표현을 하게 되면, 엑스트레모에서 인테리오로 포지션을 이동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각각의 위치에서 선수들이 소화해야 할 역할이 달라지기에, 동료가 특정 위치로 움직였을 때 어떤 플레이를 할지를 미리 예측해 볼 수 있다.
왜냐하면 펩이 늘 훈련 때마다 그런 말을 반복적으로 해 왔으니까.
인테리오로 뛰어든 로번은 델란테로 센트랄(ST)이나 메디아푼타(AM)와 호흡을 맞춰야 하는데, 지금은 아스날의 수비수들이 제대로 선수들을 마크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로번의 선택지는 직접 드리블로 더 돌파를 하거나 뒤쪽의 티아고에게로 패스를 돌리는 게 된다.
그리고 지금이 전반 초반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로번은 굳이 무리하게 드리블을 하기보다는 뒤로 패스를 보내어 다시 재정돈을 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사실 여기까진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니다.
피치 위의 모두가, 다 아는 일이다.
“에?이!!!”
펩은 늘 이렇게 말해왔다.
모두가 그렇게 행동할 것을 알고 있는데, 왜 굳이 그걸 가만히 내버려 두는가?
나는 그 말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최근에서야 속에 감춰진 의미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조만간 펩에게 내 생각이 옳은지를 물어볼 의향도 있다.
그러니까, 내 생각은 이렇다.
진짜 뜻은 바로 이거다.
‘어째서.’
어째서 피치 위를 지배할 수 있는 순간을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넘겨 버리는가?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고 그리고 그 생각에 의거해 택할 판단과 행동거지를 예측할 수 있다면, 그것을 활용했을 때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라떼랄의 끝에서 엑스트레모로. 그리고 티아고의 패스가 이어졌을 때, 난 아스날의 뒷공간을 완전히 파고들어 페널티 박스 안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지금 내 위치는 펩이 말한 델란테로 데레초(RW)다.
그러니까, 쓰리톱의 오른쪽 포워드 말이다.
오프사이드 트랩을 내세웠던 아스날의 수비는 완전히 무너졌고, 난 각도를 좁히러 나온 보이치에흐 슈체츠니(Wojciech Szczesny)의 앞에서 오른발을 휘둘렀다.
퍼엉-!!!
빠르나 날아간 축구공은 슈체츠니의 머리 위를 지나쳤지만, 바라던 골은 되지 못하고 크로스바를 맞고 튕겨 밖으로 멀리 빠져나간다.
{“우오오오오-!!!”}
.
(마틴 타일러) – Sky Sports 리드 코멘테이터
“OH-! What a Brilliant!! 비록 골은 되지 않았지만, 단숨에 아스널의 수비라인을 무너뜨립니다!”
(제이미 캐러거) – Sky Sports 패널 겸 해설위원
“티아고의 좋은 패스가 있었습니다만, 그 전에 저 풀백이 움직인 방식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느린 장면으로 봤으면 하는데…… Look. 측면에서. 또 측면에서. 그리고 지금. 저 스프린트. 순식간에 키어런 깁스와 차이를 벌렸습니다. 패스를 이미 발아래에 두었을 땐, 완전한 단독 찬스였어요. 마무리가 다소 아쉬웠지만, 훌륭한 플레입니다.”
(마틴 타일러)
“전반 1분 전에 앞서나갈 뻔했던 바이에른 뮌헨. 아스널의 수비진들이 번쩍 정신이 들었을 것 같습니다.”
.
슈팅 과정 자체에서는 실수가 없었다. 임팩트도 좋았고, 방향과 세기도 흠잡을 곳 없었다고 본다.
그저, 운이 없었을 뿐이다.
“이봐!”
수비로 돌아가며, 난 티아고를 불러 엄지를 치켜세운다. 시즌 초반 부상으로 장기간 빠지면서 함께 호흡을 맞춘 시간은 많이 되진 않지만, 알면 알수록 훌륭한 남자다.
어째서 펩이 티아고를 그토록 신뢰하는지 잘 알 것 같다. 아스날에 외질이 있다면, 우리에겐 저 브라질리언이 있다.
아니 오히려, 티아고가 훨씬 더 동료로 두기에 좋은 남자라고 생각한다. 수비적으로 몇 배는 더 훌륭하며, 외질보다 훨씬 더 많은 거리를 뛰어 준다.
왜소하지만, 몸도 매우 단단단하다.
‘온다.’
아스날의 공격이 시작되고, 중원에서 볼을 받아든 외질이 산티 카소를라에게 길게 패스를 보내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키어런 깁스(Kieran Gibbs)가 미친 듯 스프린트를 했다.
역시 EPL.
이래 줘야지.
“저기야!!”
난 아무나 듣기를 바라며, 카소를라를 커버해야 할 위치를 가리키곤 깁스를 따라 스피린트를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카소를라가 이쪽으로 패스를 보낸다.
한참 전부터 스프린트를 시작했던 키어런 깁스가 가속도에서 잠깐 앞서 있었지만, 그를 따라잡는 것은 내겐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측면의 빈 공간으로 떨어진 축구공까진 대략 10m 정도가 남았는데, 5m 정도를 앞두고선 동률이 되었고 볼에 발이 닿을 때쯤엔 내가 한두 발 앞서 있었다.
왼쪽 발을 뻗어 피치 위에서 통통거리며 튕겨 오른 축구공에 가져간다.
난 발등에 축구공을 얹었고, 그대로 컨트롤을 하며 사이드라인을 등진 몸의 앞쪽으로 가져갔다.
자연스레 키어런 깁스는 내 등 뒤를 보게 되었고, 그는 볼을 다시 가져가기 위해 유니폼의 끝자락을 붙잡았다.
그래서 난 그대로 넘어졌다.
쿵-!
삐—익!!
.
(정지현)
“이야- 김다온 선수. 기술이 상당합니다. 지금도 보면 별것 아닌 동작 같겠지만, 굉장히 어려운 기술이거든요. 저렇게 달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왼발로 볼을 컨트롤해, 축구공을 몸의 앞쪽으로 보냈습니다. 급정지를 하는 것도 대단하지 않습니까? 어지간히 허벅지가 탄탄하지 않다면, 불가능한 동작입니다.”
.
(제이미 캐러거)
“와우. 저걸 좀 보세요. 저런 기술을 구사할 수 있는 풀백이라뇨. 그리고 습관이 매우 좋습니다. 수비수를 등으로 보내고, 축구공을 몸의 앞쪽으로 잡아두죠. 어린 선수들에게 저 장면을 보여 주고 싶을 정도네요.”
.
허탈해하는 키어런 깁스의 뒷모습을 보며, 난 싱긋하고 웃어 보였다.
이 빠르기.
이 속도감.
EPL의 팀과 뛸 때만 느낄 수 있는 이 특유의 템포가 나는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이봐. 일으켜 줄까?”
“아니. 괜찮아.”
보아텡의 도움 없이 일어서고 있으니, 그가 내 엉덩이를 가볍게 두드려 왔다.
“쟤네들 템포는 빠른데, 스피드는 느려.”
“응. 압박을 하면, 출발이 더 느려질 거야.”
“내 말이.”
아스날은 EPL 클럽들 중에서도 속도가 그리 빠른 편은 아니다. 리그에서 평균 점유율은 56.4%로 상위권에 있지만, 페이스(Pace)는 12번째로 평균 이하라 볼 수 있다.
실제로 체임벌린 정도만 뺀다면, 스프린트에서 경계해야 할 선수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오히려 정돈된 상황에서 외질에게 공간을 주는 걸 주의해야 할 것이다.
일단 외질은 공격에 크게 관여를 하기보단, 센터서클 주변에 머물면서 경기 감각을 익히려는 것 같다.
라리가에서부터 외질을 상대해 왔던 펩은, 그가 슬로스타터라는 것을 강조했었다. 다만 설렁설렁 뛰다가도 결정적인 순간 번뜩이기에, 주의해야 한다고도 했다.
“에이-! 여기야!”
경기 초반, 난 철저히 펩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중원의 빌드업은 동료들에게 맡겨 둔 채, 측면으로 넓게 벌려 아스날의 선수들을 더 뛰게 만들고 있다.
이렇게 수비를 하러 움직이다보면 어느 순간 발이 잠깐 무뎌질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바로 지금처럼.
이번엔, 반대쪽이다.
아스날의 무게중심이 오른쪽에 쏠려 있음을 파악한 티아고가 적절히 왼쪽으로 방향전환을 했고,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패스를 받아 든 토니 크로스가 중거리 슈팅을 쏘았다.
골대 오른쪽 구석으로 날아 멋지게 빨려 들어갈 것만 같던 슈팅은, 슈체츠니의 뛰어난 선방에 막혀 코너킥이 된다.
{“우워어어-”}
다시 한번 심장이 철렁한 아스날 팬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난 빠르게 코너킥을 처리하기 위해 코너플랫으로 움직였다 로번에게 볼을 굴렸다.
세트피스처럼 정돈될 것이라 생각했던 아스날의 수비진이 빠르게 움직이지만, 이미 자유로운 상황이다.
파앙-!
로번이 띄워 올린 크로스가 만주키치의 머리를 향하고, 스쳐지나듯이 맞은 헤더는 반대편 골포스트를 아슬아슬하게 빗겨 나가고 만다.
그리고 당연히.
{“우우우우우…….”}
이번엔 다소 기세에 눌린 듯한 목소리가 경기장에 가득 울려 퍼졌다.
전반 3분이 지나기도 전에 세 차례의 위협적인 슈팅을 허용했으니 무리도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알아야 할 건, 지금이 마지막이 아니고 이런 순간이 적지도 않을 거란 사실이다.
만약 저들이 한국인이었다면, 난 뒷목을 잡을 준비를 하라고 외쳤을 거다.
우린 오늘,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을 지배할 생각이다.
‘온다.’
저 멀리에서 쏘아진 골킥을 바라보며, 난 카소를라와 깁스의 위치를 확인해 둘을 동시에 견제할 수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티잉-
하비 마르티네스의 머리에 맞은 축구공이, 아스날 진영 깊숙한 곳으로 날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