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35)
334화
2014년 3월 5일. 185 피레아스, 그리스. 카롤리&디미트리우&소피아노풀루. 스타디오 요르기오스 카라이스카키스.
·경기 시작 05분 전
그리스 0 : 0 대한민국
&Match-Up`s Best Eleven(대한민국/상대팀)
&Tactics(대한민국/상대팀) : 4-1-4-1/4-5-1
GK ? 김승규 / GK ? 파나요티스 글리코스
RB ? 김다온 / RB ? 바실리오스 토로시디스
CB ? 곽태휘 / CB ? 아브람 파파도풀로스
CB ? 김영권 / CB ? 콘스탄티노스 마놀라스
LB ? 박주호 / LB ? 조시 콜레바스
DM ? 기성용 / RM ? 드미트리오스 살핑기디스
RAM ? 김보경 / RCM ? 야니스 마니아티스
CM ? 이청용 / CM ? 콘스탄티노스 카추라니스
CM ? 구자철 / LCM ? 알렉산드로스 지올리스
LAM ? 손흥민 / LM ? 요르기오스 사마라스
ST ? 김신욱 / ST ? 콘스탄티노스 미트로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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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와의 평가전을 준비하며, 삼파올리 감독님이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이건 테스트가 아니다!”]는 것이었다.
오늘은 최종 명단 발표 이전 마지막 평가전이고, 처음 그리스 전 멤버가 발표되었을 때 한국 언론에서도 실험은 끝났다며 브라질로 향할 선수가 90% 이상 가려졌다고 했다.
내 생각도 그렇다.
이젠, 실전이다.
오늘 선발 명단에서 최근 대표팀의 붙박이처럼 뛰던 두 명의 이름이 사라진 것도 그것과 마찬가지의 이유다.
성룡이 형은 연습 때에도 좀처럼 집중을 하지 못하며 실망스러운 실수들을 자주 보여 줬고, 정호 형은 컨디셔닝 관리를 엉망으로 해 폼이 크게 떨어져 있었다.
감독님이 실망한 거야 말할 것도 없다.
[에-이.]“……안녕.”
복도로 들어섰을 때, 셀틱 소속의 사마라스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그래서 난 간단히 거기에 답했고, 슬쩍슬쩍 쳐다보는 그리스 선수들을 지나쳐 자리에 섰다.
우리가 끌어모을 수 있는 최고의 전력을 만든 반면, 그리스는 여전히 실험적인 멤버다.
세리에 A와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주요 선수들을 일부 제외한 상태였는데, 이번 평가전 멤버 중 약 70% 정도만이 브라질로 향할 거란 이야기를 듣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리스 내의 흥미도 덜한 것 같다.
아테네 근교임에도, 관중의 숫자가 적다.
오히려 그리스 사람들보다, 교민이라든가 경기를 보러 멀리까지 온 한국 팬분들이 더 많아 보인다.
“휴우- 오늘은 쉽게 이겨야 돼.”
“뭐?”
“아냐. 아무것도.”
국가가 울려 펴지기 전, 조용히 혼잣말을 한 나는 들려오는 음악 소리에 맞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곤 상대의 스타일을 생각한다.
2014 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을 8승 1무 1패의 성적으로 통과한 그리스는 수비적으로 매우 뛰어나다. 지역 예선 4실점이 그것을 잘 보여 주는 지표다.
특히 그리스 내에서 명장(名將)으로 칭송받는 페르난두 산투스(Fernando Santos) 감독이 팀을 잘 만들었단 평을 듣는다.
전통적으로 4-4-2를 고집해 온 그리스의 색을 완전히 바꾸어 놓으며, 딱히 세대가 좋지 않음에도 강팀의 이미지를 심어 준 것에 높은 점수를 준 거다.
특히 요르기오스 사마라스(Georgios Samaras)를 스트라이커에서 왼쪽 미드필드로 돌린 것이 신의 한 수가 됐다.
2006년 1월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하며 일약 그리스의 스타가 된 사마라스는, 좋은 신체적 조건을 갖췄음에도 골을 넣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그리스의 지동원 형이랄까?
최근 삼파올리 감독님도, 동원이 형이 대표팀에 올 때마다 측면으로 이동시켜 훈련을 해 오고 있다.
삐—익!!
그리스의 선축으로 평가전이 시작되고, 난 우선 수비 위치를 지키며 피치를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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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성) – MBC 아나운서
“2014 브라질 월드컵까지 100일. 17명의 해외파가 총동원된 그리스와의 평가전이 지금 막 시작되었습니다. 아까 전에도 말씀하셨습니다만, 그리스의 수비가 상당하지 않습니까?”
(송종국) – MBC 해설위원
“네, 그렇습니다. 유럽 현지 내에서도 예선전의 그리스가 이탈리아보다 더 수비가 좋다라고 말들을 하는데요. 대한민국이 강력한 빗장을 벗겨 낼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오늘 경기를 시청하는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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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첫 30초 정도 빌드업을 진행하던 그리스이지만, 전방부터 진행한 강한 압박으로 볼을 가져왔다.
성용이 형이 후방으로 볼을 돌렸고, 영권이 형에게 패스가 전달되는 걸 보며 난 측면으로 넓게 벌려서 움직였다. 일단 지금은 상대의 압박 정도를 확인해 봐야 할 때다.
“여기! 패스!”
확실히 이 점을 성용이 형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영권이 형이 섣부르게 전방으로 패스를 보내려던 걸 말리며, 직접 후방으로 가 패스를 달라고 요구한다.
후방 빌드업 상황에서 성용이 형의 목소리와 의지는 절대적인 것이기에, 영권이 형은 순순히 거기에 따른다.
그리고 축구공은 내게 전해져 왔는데, 그리스의 선수들은 적당한 위치에서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아마, 적당한 높이까진 전진을 허락하려는 것 같다.
전방 압박은 그리 강하지 않다.
오케이. 확인 끝.
“앞으로! 앞으로!”
다시 성용이 형에게 패스를 보낸 나는, 팀이 센터백 전체에게 라인을 높일 것을 주문한다.
만약 상대의 전방 압박이 거세다면 굳이 라인을 끌어 올릴 필요가 없지만, 그리스처럼 일정한 위치까지 전진을 허용하는 상태라면 굳이 아래에 머물 이유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수비 라인이 아래로 떨어지면 덩달아 미드필드의 라인도 낮아질 수밖에 없고, 그럼 그만큼 다른 곳에서 텅텅 비는 공간이 생겨난다.
그럼 거기가 바로 그리스의 영역이 되어 버리는데, 상대가 그런 여유를 가지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물론 그만큼 후방에 공간을 많이 내어 주게 되겠지만, 그건 우리 수비수들이 해야 할 일이다.
“야-! 여기!”
빈 공간을 찾아 뛰어 들어가는 자철이 형에게 패스를 보내고, 볼을 컨트롤했을 때 콘스탄티노스 마놀라스(Konstantinos Manolas)가 뒤에서 잘 클리어를 해냈다.
굉장히 말끔한 수비였는데, 작년에 A매치에 데뷔한 선수치곤 노련한 기술이었다.
‘일단 저쪽은…….’
그리스의 약한 지점을 부지런히 찾고 있던 나는, 마놀라스의 주변은 일단 배재하기로 결정을 한다. 왼쪽 풀백의 실력이 어떤지 모르지만, 오른쪽 공격은 신중해야 할 것 같다.
보경이 형이 보낸 스로인이 내 발 아래에 도착하고, 빠르게 압박을 가해 오는 사마라스의 가랑이 사이로 축구공을 통과시켜 넓은 공간으로 나아간다.
{“우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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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국)
“역시 기술이 좋죠?”
(김주성)
“지금 독일 분데스리가 어시스트 기록을 세우고 있지 않습니까? 아직 시즌이 3개월이 남았는데도 말이죠. 그리고 키커 지로부터 전반기 월드 클래스 평가를 받았는데, 단 네 명의 선수만이 그런 평가를 받았거든요. 송종국 위원도 페예노르트에서 뛰시면서 유럽 무대를 경험하셨을 건데, 위원님께서 보시는 김다온 선수는 어떠십니까?”
(송종국)
“제가 스무 살 땐, 저렇게 못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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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라스를 통과해 나아가자 반대편 측면에 넓은 공간이 보였고, 때마침 거기로 흥민이 형이 뛰어 들어가면서 합을 맞춰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파앙-!!
약간의 망설임도 없이 난 오른발을 휘둘러 패스를 보냈고, 적당한 높이로 날아가다 떨어지는 축구공에 흥민이 형이 다이렉트로 왼발을 가져다 댄다.
급격히 방향이 바뀐 축구공은 쏜살같이 골대를 향해 날아갔고, 황급히 뛰어오른 골키퍼가 오른손을 위로 뻗었다.
{“아아아…….”}
“으아-! 잘 찼는데.”
흥민이 형은 현재까지 분데스리가에서 8골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는 중이다. 여전한 기복과 오프-더-볼은 여전히 문제지만, 잘할 때는 정말로 잘한다.
오늘도 보면, 컨디션이 괜찮아 보인다.
공간을 잘 찾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흥민이 형이 저렇게 빈 공간을 찾아서 잘 움직여 주면, 삼파올리 감독님이 신욱이 형을 투입한 것도 의미를 가진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그리스의 높이에 대적하는 한편, 삼파올리 감독님은 신욱이 형이 포스트플레이를 펼치는 동안 2선의 선수들이 공격에 적극 가담해 주길 원하셨다.
그러다 보면 수비가 공격수에 시선이 쏠려 공간이 나기도 하는데, 그럼 다시 또 신욱이 형이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다.
힘과 기술 모두에서, 신욱이 형은 유럽의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을 능력을 갖추고 있다.
지금만 해도 성용이 형이 띄워 올린 크로스에 신욱이 형이 머리를 가져다 댔고, 그리스의 어설픈 클리어는 페널티 박스 밖에서 대기 중이던 내게로 축구공을 보내왔다.
당연히 난, 기꺼이 오른발을 휘두른다.
퍼억-!!
퍽-!
[욱-!]강하게 후려 찬 슈팅이 그대로 날아가다 야니스 마니아티스(Giannis Maniatis)의 몸통을 두들겼는데, 그대로 피치에 엎어지듯 쓰러진 그는 곧바로 드러누워 가쁜 호흡을 내쉬웠다.
무척 고통스러운 듯했고, 그런 그가 걱정되었던 나는 앞으로 걸어가 허리를 숙였다.
“얌마. 괜찮냐?”
[쓰읍- 후우! ……푸우-!]순간적으로 가슴팍에 큰 충격을 받게 되면 호흡이 어려운데, 지금 상황이 그런 것 같다.
난 곁에 있는 그리스 선수들에게 고의가 아니었다 말을 했고, 그들은 내 엉덩이를 두들기거나 하는 식으로 마음을 알아준다는 제스처를 보내왔다.
하지만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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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성)
“아- 교체인가요? 산투스 감독에겐 골치 아픈 일이겠습니다. 카라구니스가 준비를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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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것에 실려서 나간 마니아티스가 결국 교체가 되려는 것 같다. 일어나서 걷는 것을 보면 큰 문제는 없어 보였는데, 만에 하나를 조심하려는가 보다.
‘아 씨. 미안하네.’
멀리에 있는 마니아티스에게, 마음으로나마 미안하다는 말을 보내어 본다.
***
대한민국 역시 마찬가지겠지만, 그리스도 이번 평가전의 의미를 상대가 아닌 본인들에게 맞추고 있었다.
어차피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만나게 될 팀도 아닐뿐더러, 각자 서로를 보스니아와 일본의 가상 상대로 여겨 낯선 스타일에 대응을 하고자 했다.
그러나 승리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춘 대한민국과는 달리, 그리스는 딱히 재미를 챙기지 못하고 있다.
삐?익!!
‘이런! 또?’
그리스의 감독 페르난두 산투스. 현역 시절 에스토릴 소속으로 163경기를 뛴 수비수였던 그는, 2006/07 시즌 SL 벤피카의 감독직을 역임하기도 했었다.
비록 선수단 장악 실패와 성적 부진으로 1년 3개월 만에 해임이 되었지만, 1998년 FC 포르투를 이끌 때부터 주변으로부터 지도력을 인정받아 왔다.
“집주웅-!! 집중해!!”
테크니컬 에어리어 끝자락에 서서, 페르난두 산투스는 그리스 대표팀 선수들을 향해 소리를 내질렀다.
후반 37분.
이미 두 골 차로 뒤지고 있는 그리스에, 산투스 체재 이후 최초로 0:3 패배를 당할 위기가 닥쳐왔기 때문이다.
페널티 박스의 바로 앞쪽에서 요아니스 페트파치디스(Ioannis Fetfatzdis)가 파울을 범하며 프리킥을 내주었고, 현재 그 킥을 처리코자 김다온이 앞에 있었다.
벤치로 돌아와 근심에 잠긴 페르난두 산투스는, 이번 평가전의 준비가 게을렀던 건 아닌지를 생각해 보았다.
그리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한국을 더 강한 상대로 여겼어야 했던가?’
마르셀로 비엘사의 철학이 입혀진 대한민국 대표팀과 이탈리아 출신인 알베르토 자케로니(Alberto Zaccheroni)에게 지휘봉을 맡긴 일본 대표팀은 분명 다른 팀이었다.
동북아시아에 속한 나라이기에 비슷한 점은 있었지만, 기본적으론 전혀 다른 팀이라 보는 게 옳았다.
그래서 페르난두 산투스는 100% 전력을 끄집어내는 대신,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테스트를 진행키로 했다.
주전 골키퍼인 오레스티스 카르네지스(Orestis Karnezis)를 비롯하여, 볼로나에서 뛰고 있는 핵심 미드필드 자원 파나요티스 코네(Panagiotis Kone) 등을 제외한 것이다.
도르트문트의 센터백인 소크라티스 파파스타토풀로스도 이번 소집에서는 뽑히지 않았다.
그리고 그 대가를 오늘의 그리스 대표팀이 치르고 있다.
현재, 팀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는 중이다.
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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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38분
그리스 0 : 2 대한민국
주심의 휘슬이 울리고, 시종일관 그리스의 왼쪽 공격력을 억제한 김다온이 가볍게 스텝을 내딛기 시작한다.
2013년 골든 보이. 그리고 키커랑리스테에서 측면 수비수 유일의 뷔케(WK)로 선정된 김다온의 명성은 전혀 허튼 것이 아니었다.
요르기오스 사마라스는 경기 내내 지워졌으며, 알렉산드로 지올리스(Alexandro Tziolis)와 4-4-2 전환 이후 적극 오버랩을 시도한 조시 콜레바스(Jose Cholevas)도 한두 차례 크로스를 올렸을 뿐, 이렇다 할 장면은 연출하지 못했다.
그래서 자연스레 그리스의 공격은 오른쪽에 치우치게 되었는데, 한쪽으로만 공격을 진행하다 보니 상대의 대처도 그만큼 수월했다.
경기 후 확인을 해 봐야겠지만, 페르난두 산투스는 오늘 그리스의 공격 중 60% 정도가 오른쪽일 거란 생각을 한다.
월드컵 유럽 예선 내내 오른쪽과 왼쪽의 공격 비율이 각각(33%/41%)였던 것을 생각하면, 오늘의 이 숫자가 얼마나 특별한지를 잘 알 수 있다.
‘오- 이런!’
김다온의 프리킥 결과를 확인한 산투스의 머리가 아래로 숙여지고, 괴로운 듯 손을 머리로 가져가는 그의 귀에 주심의 휘슬 소리가 들려온다.
삑-! 삐-익!
그것은 대한민국의 세 번째 득점을 알리는 것이다.
0:3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그리스 대표팀은 오늘 카운터펀치에 맞아 녹다운이 되고야 만다.
***
삑-!! 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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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성)
“자! 이렇게 해서, 전후반 90분 경기가 모두 끝이 났습니다! 자, 대한민국이. FIFA 랭킹 12위의 강호. 그리스를 3:0으로 완파하며,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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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분 모두 합격점을 줄 수 있었던 나쁘지 않은 경기였다고 생각한다.
몇 번 없었던 공격 기회에서 착실하게 득점을 쌓았고, 또 직접 슈팅으로 연결한 것이기는 해도 세트피스로도 득점 하나를 추가할 수 있었다.
특히 다시 주전으로 나선 태휘 형님과 내내 성룡이 형에게 밀려 대표팀 내 No.2 골키퍼였던 승규 형이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준 점이 좋았다.
풀백인 나로선 직접적으로 호흡을 맞추는 포지션인지라, 이런 상황은 무엇보다도 반가운 것이었다.
“야, 잘했다.”
“네, 형.”
격려를 보내오는 성용이 형에게 잠깐 안긴 뒤, 나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주심과 악수를 나누러 센터서클로 움직였다.
저 멀리 있는 교민분들과 팬분들이 크게 기뻐하고 계시는 것이 보여, 무척 기분이 좋다.
“굿 잡.”
주심과 악수를 하고 엄지를 치켜세워 준 뒤, 팬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한쪽으로 함께 움직였다.
그러던 중.
[이봐.]“응?”
그리스의 스트라이커 콘스탄티노스 미트로글루(Konstantinos Mitroglou)가 내게 다가왔다.
[있다가, 안에서 유니폼 바꾸자. 응?]“아-! 그래. 오케이. 안에서.”
[좋아.]본래라면 90분 내내 맞붙었던 사마라스가 와야 했지만, 그는 푹 고개를 떨어뜨린 채 피치를 떠나고 있다.
큰 체격치곤 꽤 빨랐고 또 힘도 좋았지만, 분데스리가에서 상대한 선수들보다 딱히 낫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피지컬은 좋은데, 상황 판단은 조금 느린 듯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상대했던 측면 공격수 중에 최고는 율리안 드락슬러였고, 샬케의 파르판과 호펜하임의 폴란트 역시 기억에 남아 있다.
미안한 말이지만, 오늘이 지나면 딱히 사마라스라는 선수에 관한 인상은 남아 있지 않을 것 같다.
“자- 전부 차려엇-!”
두리 형이 커다랗게 목소리를 높이고, 팬들의 앞에서 선수단 전원이 도열한 우린 곧이어 고개를 숙여 인사를 보냈다.
그런 뒤에 나는 손을 들어 올려, 박수를 보냈다.
팬분들은 승리의 기쁨에 듬뿍 취한 것 같다.
“사인 좀 해 주세요!!”
“사인해 주세요!!”
인사 후에 라커룸으로 들어가기 전, 나는 통로 위에서 잔뜩 몸을 빼낸 팬들에게서 노트를 한두 개 받아 들었다.
마음 같아선 언제까지고 해 드리고 싶지만, 일정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아쉬워하는 팬들을 뒤로하고 떠나는 것에 익숙하다는 것 자체가 잠깐 씁쓸하긴 했지만, 저분들도 충분히 이해를 해 줄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
라커룸으로 들어섰을 때, 삼파올리 감독님은 이번 소집 때 본 것 중에서 가장 좋은 표정으로 서 계셨다.
[좋아, 먼저 박수를 치자! ‘박수!!’]정확한 한국어로 박수라 말하는 삼파올리 감독님을 보며, 우린 모두 손뼉을 두드렸다.
[‘그만!’ 잘했다! 오늘 너흰 아주 잘 뛰어줬어!]사실 지난 1월과 2월 미국 전지훈련 때 꽤 많은 우려가 뒤따랐었다. A매치 주간이 아니라 국내파 위주로 꾸려진 것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그 전력 자체가 대단치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경기를 앞두고 꽤 설왕설래가 많았는데, 결과가 그 모든 입들을 다물게 했다고 생각한다.
삼파올리 감독님의 철학 역시 피치 내에서 잘 드러났고, 매번 조금씩 아쉬움이 있었던 형들의 폼이 높은 위치까지 올라왔다는 점도 좋았다.
특히 흥민이 형의 전술적인 역량과 중앙 미드필드 포지션에 완전히 익숙해진 청용이 형의 활약은 놀라운 수준이었다.
여전히 스트라이커 포지션이 많이 약하다는 약점은 있지만, 그거야 어떻게든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이제 축구는 더 이상 예전처럼 파괴적인 스트라이커에게 공격의 전반을 기대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들에게 다양한 역할을 부여하는 대신, 다른 공격 루트를 만들 수 있다.
오늘 득점한 선수들만 보더라도, 구자봉이랑 흥민이 형 그리고 나였다.
유럽의 시즌이 끝난 후 소집되어 한 달 정도 호흡을 맞출 기회가 있을 건데, 그것을 통해 대표팀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삼파올리 감독님은 훌륭한 분이니까.
난 저분의 철학을 믿고 있다.
또 동료들도.
[오늘은 우리가 얼마나 좋은 팀인지를 보여 줬다! 3개월 후! 우린 다시 이렇게 강인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만난다! 다시 한번 축하한다! 우리는 승리할 자격이 있음을 증명했다!]환호와 박수가 가득한 이곳이, 난 무척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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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
그리스 0 : 3 대한민국
[골] 구자철 : 전반 13분(이청용)손흥민 : 후반 09분(구자철)
김다온 : 후반 38분(F.K)
[대단치 않았던 그리스. 일본! 승리할 수 있다! – 마이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