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4)
34화
영국 프리미어 리그, EPL.
축구 종목 중,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상업성을 지닌 이 리그는 지치지도 않고 계속해서 그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EPL의 축구는 거칠고 빠르기로 유명하며, 이런 공격적인 성향으로 인해 많은 유망주와 신입생들이 적응을 하지 못하고 쉽게 떨어져 나간다.
그리고 리그 우승권으로 대표되는 팀과 그렇지 않은 팀의 전력 격차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 역시, EPL의 묘미였다.
비록 지난 2년간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무대를 밟은 EPL 클럽은 없었지만, 그전 5년(2005~2009) 동안은 매년 EPL의 클럽이 챔피언스 리그 정상에서 격돌했다.
수많은 어린 축구선수들이 꿈꾸는 무대.
꿈의 종착지라 말할 수 있는 리그.
바로 그곳에, 김다온이 도착했다.
.
.
2010년 12월 13일. 맨체스터, 영국. 서 맷 버스비 웨이. 올드 트래포드(Manchester M160RA, England. Sir Matt Busby Way. Old Trafford).
이곳은 내가 지금껏 경험한 그 어떠한 곳보다 더 시끄럽다.
눈에 보이는 사람들은 마치, 저 경기에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작은 것 하나하나에도 극명한 희비를 보여주고 있다.
[Bloody Arsenal! 똥통에나 처박혀버려!] [병신 새끼들! 그 뒤뚱거리는 엉덩이로 축구를 하겠다고 설치는 거냐?! 앙?!]그리고 어른들 대부분은 조금 무서웠다.
영국식 영어에 대해 대강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들어본 결과, 내 결론은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아스날이 나온다는 것 정도만 알겠다.
전반 40분이 다 되어가는 현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아스날을 맞아 조금 고전 중이다.
사람들의 심기가 불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제대로 된 장면은 딱 한 번, 오른쪽 윙어로 출전한 나니가 넘어지면서 때린 슈팅이 전부였다.
물론 아스날도 그리 좋은 기회를 연출하진 못했던 터라, 경기 자체는 팽팽한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봐도 좋았다.
스코어는 0 : 0이지만, 난 조금도 지루하지 않다.
아마도 그건.
“······.”
“좋은 선수지. 안 그래?”
“네?!”
“좋은 선수라고!”
큰소리를 지르고 나서야, 난 비로소 요나스의 목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아까부턴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게 너무나도 힘들어, 그냥 경기만 지켜보는 중이었다.
어제는 요나스가 종일 맨체스터를 관광시켜 주었는데, 난 멋진 풍경을 찍거나 가족의 선물을 고르며 알찬 하루를 보냈다.
또 오늘도 맨체스터를 돌아다니다,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올드트래포드로 향했다.
그리고 이 대단한 경기장에 대한 나의 첫 번째 인상은 압도된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큰 축구장은 생전 처음이다.
그런데 이 거대한 경기장에서, 한국 선수가 맹렬히 뛰어다니고 있다.
경기가 전혀 지루하지 않은 이유.
그건 바로, 박지성 선수가 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에서 축구를 하는 내 나이 또래의 아이라면, 거의 모두가 박지성 선수를 동경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은사와의 만남. 월드컵에서의 활약. 유럽 진출.
그리고 마침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세계 최고의 클럽 중 하나에서, 마음껏 경력을 쌓아나가고 있다.
과연 그 누가, 저런 일을 꿈꾸지 않을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바보 같은 짓이다.
“어?!”
그런데 갑자기, 다시 주변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떠나갈 듯 그라운드 전체가 요동쳤다.
사람들이 내지르는 함성에 귀가 멀어버릴 것만 같았고, 수시로 바뀌는 시야는 내가 경기장을 바라보기 어렵게 만들었다.
저기, 잠깐.
지금은.
“이익-! 비켜요옷-!”
힘껏 소리를 내질러보았지만, 현재 이곳에서 내 목소리를 신경 쓰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람들은 지금 오로지.
[······지! 성! 팍!]골을 성공시킨 뒤 동료들과 기쁨의 포옹을 나누고 있는 박지성 선수에게만 쏠려 있었다.
“하핫-! 뭐야?!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
“저도요.”
“뭐?”
“저도! 몰랐다고욧!”
“그래! 정말 그랬지?”
아고, 목 아파라.
솔직히 지금은 전혀 골이 터질 것 같은 상황이 아니었다.
미드필드에서 볼을 경합하던 대런 플레처(Darren Fletcher)의 헤더가 웨인 루니(Wayne Rooney)에게 향했고, 그는 곧바로 윙에 자리를 잡았던 나니에게 패스를 보냈다.
그리고 그 뒤엔 평소처럼, 나니의 원맨쇼.
이건 결코 좋은 전개가 아니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패스 대신 돌파를 선택한 나니가 페널티에어리어로 진입했고, 오른발로 한 번 접은 뒤에야 왼발로 크로스를 올리려 시도했다.
EPL에서 뛰는 선수에게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저건 구더기 같은 판단이었다.
나니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 중에서, 가장 최악의 것을 택해버린 것처럼 보였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모르겠지만, 내가 볼 땐 그랬다는 거다.
나니의 크로스는 아스날의 왼쪽 수비수에게 막혀버렸는데, 굴절된 크로스가 묘하게 날아가더니 박지성 선수의 머리를 맞고 그대로 골대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의도한 헤더일까?
아닌 것 같은데.
나는골 장면을 다시 한번 보기 위해, 난 시선을 전광판에다 고정해 두고 있었다.
‘어, 의도한 거네!’
커다란 화면은 TV만큼이나 선명한 화질을 자랑했는데, 그곳에서 재생된 박지성 선수의 골 장면은 분명 의도적으로 헤더를 골대로 보냈다는 걸 보여주었다.
저 짧은 순간에, 저런 판단이라니.
정말이지 놀라웠다.
내가 감탄하고 있을 무렵, 골에 열광하는 것이 끝난 맨유의 팬들이 입을 모아 응원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팍-! 팍-! 네가 어디에 있든, 네 나라에서는 개를 먹어. 하지만 별문제 없어. 넌 스카우저가 아니니까. 걔네는 공영주택에서 쥐를 잡아먹거든.]이건 나도 익히 잘 알고 있는 응원가다.
뉴스에 몇 번 나온 걸 본 적이 있다.
한국. 개고기.
그런데 어쩌나, 개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은데.
하지만 박지성 선수가 괜찮아하고 있으니, 누구도 이 응원가에 뭐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팍-! 팍······!]전반 41분.
박지성 선수의 골이 들어간 후로, 전반이 끝날 때까지 박지성 선수를 응원하는 노래는 도돌이표처럼 울려 퍼졌다.
.
.
·경기결과
맨체스터 유타이티드 1 : 0 아스날
[골] 박지성 : 전반 41분(나니)***
경기가 끝난 뒤, 난 에이전트 자격으로 경기 후 출입증을 얻어낸 요나스 덕분에 라커룸 근처까지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승리할 만큼 열심히 뛰었다만, 결코 좋은 경기력은 아니었다! 후반전에 너무 많은 기회를 줬어! 그리고 몇몇 이기적인 개자식들이 기회를 낭비했지! 내가 축구는 혼자서 하는 게 아니라고 누누이 말했는데! 또 어떤 놈은 페널티킥을 놓쳤어! 그런데 이게 어떻게 좋은 경기냐?!]속사포처럼 빠르게 쏟아지는 영국식 영어는 역시나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다.
다만 하나 느껴지는 건, 말하고 있는 사람이 무척이나 화가 나 있다는 것이었다.
괜히 뻘쭘해져 공손히 손을 앞으로 모으고 있으니, 아무렇지 않게 복도를 지나던 한 남성분이 날 가리키며 물었다.
“눠한궈이니?”
“어······ Excuse Me?”
“한국인? 맞아?”
아, 그 말이었구나.
당췌 영국식 영어는 좀.
“예, 예스!”
“지를 기다리나 보네.”
“예스?”
“혹시, 축구선수야?”
풋볼플레이어냐는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인 남성분은 손뼉을 치며, 한쪽으로 사라져갔다.
대체 뭐람?
그렇게 혼자 있는 것이 불편해지기 시작할 무렵, 화장실을 다녀온 요나스가 나타났다.
“휴우- 미안, 미안. 한참을 참았더니. 별일 없었어?”
“절대로. 절대로 절 혼자 두지 마세요.”
“하하. 영국식 영어를 알아듣기 힘들지? 이 동네도 사투리가 심한 곳이니까. 여기 사람들은 맨큐니언이라고 불러.”
“맨큐······ 뭐요?”
“맨큐니언. 재미있지?”
솔직히, 뭐가 재미있다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사투리가 심하단 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도 요나스가 곁에 있으니, 사람들이 말을 걸어도 조금 편안했다.
박지성 선수 때문이겠지만, 이곳 맨유의 사람들은 낯선 동양인이 있다는 것에 아주 큰 흥미를 느끼는 것 같았다.
좀처럼 난 쉴 틈이 없었고, 통역을 자처한 요나스가 아니었다면 어딘가로 도망쳤을지도 모른다.
“덴마크? 이봐! 린데가르드가 덴마크 녀석이었지?”
“노르셸란이라고? 거긴 처음 들어봐. 잘하는 팀이야?”
“풀백이라. 너도 지처럼 엄청나게 뛰어다니는 거냐? 축구를 잘하고 싶다면, 지와 같은 선수가 되어야 할 거야.”
“이름은?”
“나이는?”
“좋아하는 클럽은?”
“혹시 맨유를 좋아해?”
정신없이 쏟아지는 질문들 속.
“너도 리버풀이 똥 같다고 생각하지?”
“네?”
지금처럼 조금 이상한 것들도 섞여 있었지만, 어쨌든 조금씩 적응해가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어느새, 주변에 사람들이 불어났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더 흐르고 나서야.
딸깍-.
[박지성!]이런, 나도 모르게.
문을 열고 박지성 선수가 모습을 드러내자, 난 그만 그의 이름을 그냥 부르고야 말았다.
[어, 죄송합니다.] [하하. 괜찮아, 괜찮아. 오래 기다렸어?] [음- 조금요?] [이야, 이거 너무 솔직한데? 조금만 더 있어. 금방 씻고 옷 갈아입고 나올 테니까.]대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람?
박지성 선수는 너무나도 푸근한 분위기를 가진 분이었고, 그래서 그 앞에서 나도 모르게 말을 편하게 해버렸다.
씻고 오겠다며 사라진 박지성 선수가 라커룸으로 들어선 뒤, 난 예의 바르지 못하다는 인상을 줬으면 어쩌나 라는 생각에 연신 자책을 하기 시작했다.
“너 왜 그래?”
“혼자 내버려 두세요.”
“???”
복도 벽에 이마를 대고 후회를 하고 있을 무렵, 갑자기 등 뒤에서 묵직한 무언가가 스쳐 지나는 게 느껴졌다.
아니, 사람일 테니 누군가라고 해야 하나?
“응?”
무의식중에 고개를 돌리자, 분명히 알고 있는 얼굴과 눈이 마주쳤다.
실제로 아는 사람은 아니고, 유명한 사람을 TV에서 자주 봐 익숙한 그런 느낌이었다.
누구······ 더라?
어렴풋이 생각날 것 같기도······.
“@!#@!%@#%$^!@